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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경 초대석]‘이재명의 부동산 스피커’ 한문도 “부동산 시장 정상화 골든타임”

“근본적인 문제는 역대 정권들이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거시적 안목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오로지 표에만 의존한 편협한 정책 방식이 지금의 결과를 초래했다. 앞으로는 정권의 향방과 무관하게, 국민을 위한 정책적 관점에서 출발한 총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공급 예측이 가능해지고 수요 쏠림 현상도 막아 주택 시장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 한문도(61·사진) 명지대 실물투자분석학과 교수는 지난달 31일 에너지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역대 정부 부동산 정책의 문제점을 짚으며 이같이 제안했다. 6.3 조기 대선으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추진할 수 있는 시대적 책무가 있고, 시점도 적절한 때라는 것이다. 한 교수는 현재 한국부동산경제협회 명예회장과 국제부동산정책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우리나라 부동산 학계의 대표적인 학자 중 한 명이다. 2001년부터 2015년까지 임대주택연구소를 운영했고 이후 제8대 한국부동산학박사회 회장, 한국부동산경제협회 회장, 한국주택신문 전문가협회 회장, 국제부동산정책학회 사무총장 등을 맡아 활발한 학술·정책 활동을 폈다. 대표적 '하락론자' 중 하나로 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의 집권 후 더욱 주목받고 있는 부동산 학계 '스피커'다. 한 교수는 한국 부동산 시장의 근본적인 '환골탈퇴'를 강조했다. 그는 “공공개발과 민간개발은 도시계획의 기본 구조에서 상호보완적인 관계"라며 “그러나 한국의 경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진보 정권은 공공, 보수 정권은 민간개발 위주로 편중돼 시장의 변동성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에 따르면 이는 주택 공급 총량에 대한 안정적인 예측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 향후 10년 안에 주택 수요 급감에 따른 큰 시장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장기적인 로드맵이 필요한 이유이다. 일부 쏠림 현상이 있는 서울 지역은 시장가격이 유지될 가능성이 있지만, 수도권을 포함한 지방은 저성장 기조에 따라 가처분 소득과 소비가 감소하면서 '수축 사회'의 양상이 예고됐다. 한 교수는 “모든 데이터가 이러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며 “침체가 장기화된 일본과 달리, 우리는 가랑비에 옷이 젖는 것처럼 충격을 완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투자와 투기에만 기대는 부동산 시장 프레임에서 이제는 벗어날 필요가 있다. 지금부터 준비한다면 10∼15년 후에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 교수는 이재명 정부가 국가균형발전 강화와 투기 중심의 부동산 프레임을 탈피한 장기 로드맵을 구체화해 실행하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권에 흔들리지 않는 구체적 로드맵을 수립해 수도권의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지방으로 인구가 분산되도록 정책적인 뒷받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균형발전을 위해 서울·수도권에 집중된 대학 교육 문제에도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대학을 지방으로 이전하거나, 최소한 분교를 추진해 전국적으로 분산 배치하는 것도 좋은 방안으로, 정부와 국민이 공감하고 있는 사회현상을 잘 활용해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또 지방 건설 경기 부양을 위한 미분양 매입 정책의 실효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분양가가 너무 높거나 인구 감소 등으로 수요가 없는 지역들인 만큼 시장 논리에 맡겨 자연스럽게 정리되도록 하는 구조조정이 더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7만 호 수준의 미분양을 마치 금융위기처럼 과장하며 불안을 조장하는 것은 친시장 세력의 주장일 뿐이며, 5만~7만 호는 적정 수준의 미분양이라고도 강조했다. 최근 우려되고 있는 수도권 주택 공급 부족의 해법으로는 3기 신도시의 신속한 추진을 제시했다. 이미 택지 조성이 완료된 만큼 정부가 강력히 추진한다면 3~4년 내 입주도 가능해, 3기 신도시 정책을 신속히 추진하는 것이 정부의 최우선 과제라는 설명이다. 한 교수는 “3기신도시사업추진단에 확인한 결과, 정부 의지만 있다면 단기간 내 공급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광명을 제외한 토지 보상은 대부분 완료됐고, 실시계획 승인도 마친 상태"라며 “지장물 철거도 완료 단계여서 정부가 사업계획만 수립하면 바로 추진할 수 있다. 군부대 이전 지연 등은 일부 언론 보도와 달리 대부분 해결돼, 실제로는 시행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1기 신도시 재건축은 전 정부에서 급하게 추진된 선거용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로 인해 구체적 로드맵 없이 방향만 제시된 데다, 지난해 1차 선도지구 지정 이후 일부 지역에서는 독자 재건축을 추진하며 이탈하는 사례도 나타났다는 게 한 교수의 지적이다.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급속 추진보다는 주민 공청회와 도시계획 재정비 등을 거쳐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소규모 정비사업 중 하나인 모아타운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했다. 주택 공급 확대라는 취지와 달리 기존 정비사업 진행 중이던 구역이 공사 직전 지정되며 사업이 중단돼 역효과가 발생한 사례가 많아서다. 주민 의견 수렴 없이 공공이 주도적으로 밀어붙이는 경향이 강한 것도 문제로,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고 조합원 미달 지역에 대해서는 가로주택정비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주택 택지가 부족한 서울 도심에서는 차량이 없는 '무차지구'(노카존)을 제안하기도 했다. 네덜란드의 헤베엘 단지와 유사한 방식으로, 현재의 도시계획은 인구 밀도에 따라 주차 대수를 정하도록 되어 있어, 고밀도 개발이 어려운 실정이다. 반면 무차지구는 공간 활용의 효율성이 높고, 청년이나 직장인을 위한 주거 공급 방안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게 한 교수의 아이디어다. 민간 재건축과 관련해서는 최근 도마에 오른 재건축이익초과환수제 폐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한 교수는 “근본적인 문제는 조합원이 얼마만큼의 수익을 낼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재건축이 기획되고 있다. 심지어 이익 기준점조차 명확하지 않은 데다, 정권에 따라 그 기준이 달라져 왔다"면서 “주민들이 사유재산 증식을 위해 용적률 인상을 요구할 때, 국가는 공공성을 우선시해야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 의식을 반영한 선심성 정책이 반복돼 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용적률 인상에 따른 자산가치 상승이 국가 정책에 따른 결과라면, 공공도 그 이익을 함께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로 인해 현재 재건축 이후 원주민 정착률은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따라서 소유주, 임차인, 공공이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여야가 합의해 도시계획의 기본에 충실한 중장기 가이드라인을 확립해야 하며, 원주민과 임차인의 거주 환경 또한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게 한 교수의 지적이다. 최근 이 대통령이 언급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개혁에 대해선 '근본적인' 처방을 강조했다. 그는 “10년 전부터 논의된 주제다. 병을 치료하려면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듯, LH 개혁 역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그간의 개혁은 수박 겉핥기식에 그쳤다"고 말했다. LH의 만성 적자는 국가의 책무인 임대주택 공급 정책 수행으로 인한 필연적인 결과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반 택지 개발과 임대주택 공급을 회계적으로 구분하면, LH는 사업성과를 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어 이 부분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교수는 “최근 LH는 유동성 부족으로 금융기관의 투자를 유치한 주택개발 공모 리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금융기관의 투자 수익률은 일반 예금의 3배 수준으로, 만약 국민이 이 사업에 참여한다면 수익이 국민에게 돌아가 자산 편중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즉, 자금을 무작위로 투입하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발행 계획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면 LH의 유동성 문제는 물론 주택 공급 지연 해소, 국민 자산 수익률 증가 등 여러 측면에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건설사도 시공에만 집중할 수 있어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한 교수는 “LH 직원 상당수는 성실하게 일하고 있지만, 일부 '미꾸라지' 같은 일탈 직원으로 인해 조직 전체가 비난받는 경향이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 개선뿐 아니라 인센티브 도입 등을 통해 내부 사기를 진작시키는 방식의 개혁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인터뷰] NH투자증권 강민훈 대표 “개인맞춤형 AI서비스첫 공개…매매까지 맡길 시대 온다”

“앞으로는 고객이 앱에 들어오지 않아도 주식 거래가 가능합니다." 강민훈 NH투자증권 디지털사업부 대표는 2일 와의 인터뷰에서 “오는 9월 고객 맞춤형 AI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라며 “향후에는 앱 없이도 자연어 기반 명령만으로 매매가 가능한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NH투자증권은 현재 '엔투 에이전트(N2 Agent)' 프로젝트를 통해 고객 맞춤형 AI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검색창 하나만으로 차트를 보고 종목을 진단하며,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 제공받는 '비서형 AI'가 1차 목표다. 이후에는 고객의 지시에 따라 매매까지 자동 수행하는 '에이전트형 AI'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강 대표는 “이제 고객은 GPT 같은 플랫폼에 '테슬라 100주 사줘'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거래가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기대하게 된다"며 “앱이 아닌 API, 즉 핵심 기능 모듈만 살아남는 구조로 증권 플랫폼이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 대표는 AI 비서 기능의 핵심을 '개인화'로 꼽았다. 현재 NH투자증권은 세 가지 AI 보조 기능을 중심으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차트 분석을 담당하는 '차분이', 공시 분석을 준비 중인 '공분이', 잔고를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를 진단하는 '잔분이'가 그 주인공이다. 특히 '세 줄 요약' 기능은 최근 한 달간의 종목 뉴스를 AI가 요약해주는 서비스다. 예컨대 두산에너빌리티를 클릭하면, 실적 동향과 상승 배경, 투자 포인트 등이 3문장으로 압축돼 나타난다. 강 대표는 “요즘 고객은 모든 걸 다 읽지 않는다. 핵심만 빠르게 파악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차분이'는 AI가 차트를 분석해 간단한 해석을 제공한다. 공시 기반의 '공분이'는 올 하반기, 늦어도 10월 이전 출시가 목표다. 잔고 기반 분석 도우미인 '잔분이'는 기획이 완료된 상태다. 강 대표는 “잔분이는 고객 포트폴리오를 진단해주는 기능인데, 각 종목에 대한 AI 등급과 분석 역량이 뒷받침돼야 완성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AI 비서는 고객의 행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향후 궁금할 만한 정보를 미리 제안하는 '가이드 질문 추천' 기능도 탑재할 예정이다. 강 대표는 “예를 들어 테슬라를 클릭한 고객은 다음 질문으로 'NVIDIA는 어때요', '최근 테슬라 주가의 최고와 최저 가격은 얼마였나요' 같은 문장을 자연스럽게 제안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대표는 이번 AI 서비스 기능이 '완성형'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먼저 핵심만 구현한 MVP(Minimum Viable Product)를 시장에 먼저 내고, 고객 반응에 따라 추가 기능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실제 NH투자증권 디지털사업부는 '그로스 조직'를 따로 두고 있으며, 기능이 출시되기 전 최소 단위 실험부터 먼저 진행한다. 처음부터 거대한 기능을 만들어서 실패하는 것보다, 가볍게 실험하고 잘되면 붙이는 방식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이 강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AI가 고객의 시간을 단축시키는 '비서' 역할은 곧 도달할 수 있지만, 매매까지 자동으로 수행하는 '에이전트' 기능은 규제 이슈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HTS·MTS 규정은 AI를 통한 거래를 명시적으로 허용하고 있지 않다. 강 대표는 “법적으로 AI가 고객 인증 없이 주문을 넣는 것은 현재 불가능하다"며 “기술적으로는 이미 가능하지만 제도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AI 기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에 대해선 “설명력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약점"이라며 “수익률이 높아도 고객이 왜 그렇게 운용되는지 이해하지 못하면 신뢰가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소액 투자자, 특히 IRP·DC계좌처럼 장기 운용에 적합한 계좌에는 로보어드바이저가 유효하다고 봤다. “7% 수익률만 10년 유지돼도 충분한 성과가 된다"며 “언젠가는 시장의 티핑포인트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자산 관련 질문에 대해서는 “명확한 제도가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인 전략을 말하긴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법만 정비된다면 증권사도 충분히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초고액 자산가와 패밀리 오피스들은 이미 디지털 자산을 포트폴리오 구성 수단으로 보고 있다"며 “법적으로만 허용된다면 이 시장은 폭발적으로 열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유튜브나 GPT 등 외부 채널과의 차별점에 대해선 “정형 데이터를 해석하는 역량은 여전히 전통 증권사가 앞선다"며 “유튜버들은 확실하고 선명한 멘트를 던질 수 있지만, 우리는 규제를 받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기술·데이터 기반의 깊이 있는 분석은 오히려 우리 같은 플랫폼에서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인터뷰] 강성진 차기 한국경제학회장 “에너지고속도로보다는 분산에너지 인프라 구축이 더 중요”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석탄발전을 줄이려면 원자력 발전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다행히) 이재명 정부는 문재인 정부 때처럼 원전을 안 하겠다는 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또 에너지고속도로보다는 분산에너지 인프라 구축이 더 중요합니다." 강성진 한국경제학회 차기 회장(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은 지난 3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며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대해 이같은 견해를 밝혔다. 그는 지난달 11일 한국경제학회 수석부회장으로 선출됐다. 수석부회장은 내년 2월 회장으로 자동 취임한다. 지난 2017년 한국경제학회 부회장에 이어 2018년 한국경제연구학회장과 2023년 한국국제경제학회장을 역임한 강 차기회장은 경제학과 에너지환경학의 융합을 강조하는 학자다. 그는 지난해부터 고려대 에너지환경대학원 겸임교수를 맡아 에너지환경정책에 대한 유용한 정책을 제안해왔다. 강 차기회장은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언급한 에너지고속도로에 대해 수도권 전력 집중화를 우려하면서, 전력망과 분산에너지 인프라 투자에 더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이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전력이 필요한데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재명 정부에서 추진 중인 여러 경제 정책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저출산·고령화 등 저성장국면 해결책으로는 “경제성장을 경제 변수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제도 변화가 같이 있어야 한다"며 “기후, 에너지, 안보와 같이 성장에 영향을 주는 변수들이 많기에 규제완화를 포함한 제도변화가 따라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차기회장은 이재명 정부의 주4.5일제 등 노동정책에 대해서는 노동환경 개선이라는 한 쪽에만 집중한 것 아니라 노동 유연성 확보에도 신경 써야한다고 언급했다. 이 정부가 추진 중인 15만~52만 원의 민생회복지원금은 경기활성화 정책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는 “민생회복지원금은 경기회복을 위한 최적의 방법은 아니다"라며 “사회간접자본 등에 투자하는 것과 비교하면 승수효과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강 차기회장은 이재명 정부의 경제팀에 현장을 잘 아는 기업인 출신 등이 많이 온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특히 전 정부에 비해 많은 국책 연구 과제들이 내려오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다음은 강 차기회장과의 일문일답. - 지난 윤석열 정부와 이재명 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교해보면 어떤가. ▲보수정부는 종합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그러다 보니 결정을 잘 못하기도 한다. 반대로 이번 정부는 부분적으로 많이 본다. 예를 들어 노동법을 보면 주4.5일제, 노란봉투법은 노동자 쪽에서 좋아하는 정책이다. 사측에서도 좋아하는 걸 같이 해줘야 하는데 그건 잘 안된다. 상법개정안도 마찬가지로 하나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뭔가를 하긴 한다. 지난 정부 때 무엇인가를 전혀 하지 못했던 분위기와는 다르다. 이처럼 핀셋형 정책으로 변화가 있다 보니 주식이 올라 국민들 기대가 있는 것 같다. -이 정부에서 경제정책을 어떻게 잘 풀어낼 수 있겠는가. ▲ 지난 문재인 정부 때는 사실 소득주도 성장이라 해서 경제학자들도 의문을 가지는 정책이 나왔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경제가 성장다고 했지만 경제학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이재명 정부 경제팀은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정책실장에 코인 전문가가 오는 등 기업인들이 많이 오고 있다. 문 정부 때보다는 긍정적으로 본다. 경제팀에 얼마나 힘을 실어주느냐에 달려 있다 본다. - 이 정부에서 추진 중인 민생회복지원금이 소비활성화에는 일시적 효과만 주고 재정 부담만 더 늘릴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 소비쿠폰은 경제활성화 정책은 아닌 것 같다. 다만, 민생경제가 어려우니까 민생 회복 쪽에 맞춘 정책으로 보인다. 소비를 늘리는 쪽이 사회간접자본 투자와 비교하면 경기회복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 돈이 다 풀린다는 보장이 없어 큰 효과를 준다고 보장할 수 없다.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기업 지원하는 게 더 최선이겠는가. ▲ 그렇다. 지금 정부가 인공지능(AI) 100조원 투자를 이야기 하지만, 정부가 주도해서 성장하는 시대는 이제는 지났다. 성장은 결국 민간이 해야 한다. 경제성장을 위해 돈이 가장 안들고 가장 쉬운 방법을 규제 완화라고 본다. 문제는 규제완화를 하면 기득권과 부딪히는 게 많다. '타다' 사례처럼 혁신이 기존 택시업계와 부딪히며 무산됐다. 무인자동차 기술은 있는데 실험을 못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이미 무인택시들이 돌아다닌다. 다른 나라들이 규제를 풀어준 만큼 우리도 규제 완화를 통해 새로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규제 완화를 위해 법개정을 하려해도 잘 되지 않는다. ▲ 우리나라가 포지티브(positive) 시스템을 써서 그렇다. 법에서 정의한 활동만 허용하고 그 외는 못하게 한다. 새로운 사업을 하려면 법을 바꿔야 한다. 네거티브(negative) 시스템이 되면 특정 활동만 하지 말라고 하니까 나머지 활동은 법을 안고쳐도 할 수 있다. - 대통령이 바뀔때마다 네거티브 규제를 하겠다고 하는데 잘 안되지 않는가. ▲ 공무원들이 하고 싶지 않아 한다. 권한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법체계 자체가 포지티브라 기본적으로 시스템을 바꾸기 더 어렵다. 정부가 해야할 가장 큰 일은 규제 완화를 위해 규제 뒤에 있는 기득권을 설득하는 일이다. AI 산업 100조원 투자도 선언적인 의미이고 실제로 투자가 이루어지려면 거미줄처럼 얽힌 규제를 어떻게 풀지가 중요하다. 인력양성에 정부가 투자를 하더라도 새로운 인력을 배출하려면 4~7년은 걸린다. 규제 완화로 산업이 활성화되면 기존 인력들이 알아서 활약할 생태계가 열린다. - 미국과 무역갈등과 같은 통상 문제는 어떻게 보는가. ▲ 우리나라가 미국의 여덟 번째 무역 흑자국이다. 미국이 우리나라 상대로 무역 적자가 심하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자신감이 없어진 것 같다. 중국과 경쟁을 해야 하니 경제안보 측면에서 적자를 줄이려고 하는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무역 적자도 줄여주면서 중국하고 관계도 잘 정립해야 한다. 중국과 무역을 안 할 수는 없다. 그러면서도 미국 눈에 거슬려서는 안 된다. 이제는 경제 문제만으로 통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우리가 미국과 무역에서 흑자 폭을 줄이려면 수출을 줄일 수는 없으니 수입을 늘려줘야 한다. 결국, 미국산 석유와 가스 등을 더 사올 수밖에 없다. -미국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사업은 경제성이 떨어지지 않나. ▲ 경제성이 없으니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미국에 일정 부분 요구하는 게 있어야 한다. 혹은 일본하고 같이 할 수도 있다. 미국 정부가 사업 허가를 빠르게 해주는 등 미국에서 혜택을 줘야지 기업들도 투자할 수 있다. - 코스피 '5000' 달성은 가능하겠는가. ▲ 실물 경제는 죽어있다. 최근 주식이 오르는 것은 국민들 기대가 반영돼있다 봐야 한다. 실물이 살아나지 않으면 부동산가격이나 주식이 올라도 경제가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성장 동력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우리나라 대기업 재벌이 3,4대로 넘어오면서 투자를 조심스럽게 하고 있다. ▲ 대기업들이 해외에 나가서 인수합병도 활발하게 해야 하는데 지금은 대부분 국내에서 싸운다. 그런 측면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아지고 있으니 주식시장에서 상법개정에 대해 지지를 강하게 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기업이 공격적인 투자를 하기 어려운 시대기도 하다. 주주입장에서는 상법개정안이 좋겠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오너들의 지분율이 낮다. 오너들이 자기 지분을 늘리려고 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상법개정안이 어떻게 작용할지가 큰 변수다. -노동 정책이 강화되면 기업이 더 어려워질 수 있겠다. ▲ 노동시간을 줄이면서 급여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생산성이 유지돼야 한다. 현실에서는 준비가 안돼 있을 수 있다. 정년 문제도 공무원, 공공기관, 대기업에 속한 노동자들만 좋을 수 있다. 현재 대다수 기업은 사실상 정년이 없다. 노동자들한테 유리한 제도의 부작용을 얼마나 완화할 수 있는 지가 유능한 정부를 판가름한다. 근로시간 단축이나 노란봉투법은 근로시간의 유연화와 함께 가야 한다. 결국 노동계를 설득하는 문제에 부딪힌다. -저출산, 고령화로 저성장 국면을 극복할 방안은 무엇인가. ▲ 경제 변수만 가지고 해결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노동력 투입과 투자를 많이 해도 결국 제도 변화가 같이 있어야 한다. 기후변화, 에너지문제, 안보 등 성장에 영향을 주는 변수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패러다임 전환을 이야기하는 데 저출산, 고령화도 성장동력일 수 있다. 실버산업 육성이 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런 분야에 투자를 잘 못하고 있지 않나. 실버산업에서도 벤처기업이 나올 수 있다. 벤처생태계 육성이 성장률을 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기후변화와 에너지문제를 언급했는데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어떻게 가야 하겠는가. ▲ AI 시대에 데이터센터가 늘어나 에너지 소비는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에너지전환도 해야 한다. 지금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10% 정도인데 여기서 더 늘리기도 힘든 상황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아무리 늘려도 30% 정도가 한계일 수 있다. 나머지 70%를 화력발전으로 할 수는 없다. 결국, 원전 없이는 탄소중립을 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지난 문 정부에서는 원전을 안하겠다고 했지만, 이재명 정부에서는 원전을 안 하겠다고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에너지고속도로와 함께 분산에너지가 언급된다. 지방에 에너지를 생산해 수도권으로 전력을 보내는 시스템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배경에서다. ▲ 전력을 소비하는 곳과 생산지가 멀리 떨어져 있다. 한국전력의 적자로 전력망이 부족하다 보니 신안에서 풍력으로 전력을 생산해도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지 못하다는 것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도 엄청난 물과 전력이 필요하다. 차라리 정부가 AI 산업투자보다 전력망과 같은 인프라에 투자하는 게 더 낫다 본다. 전력망은 민간에서 투자하기 어렵다. 인프라 투자로 정부가 기업 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한국경제학회장으로 활동을 시작하면 어떤 비전을 펼칠 계획인가. ▲ 젊은 학자들이 학회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힐 계획이다. 또한, 경제문제는 이제 경제학자들만 모여 해결할 수 없다. 에너지, 환경, 디지털 전환 등 경제학과 다른 학문을 융합할 수 있는 장을 만들겠다. 대담=장박원 편집국장 정리=이원희 기자, 사진=유병욱 기자 □ 강성진 차기 한국경제학회장 프로필 ◇약력 △1964년 제주 출생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스탠퍼드대 경제학 박사 △1999~2003년 일본 쓰쿠바대 교수 △2003년~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2017년 한국경제학회 부회장 △2018년 한국경제연구학회장 △2023년 한국국제경제학회장 △2024년~ 고려대 에너지환경대학원 겸임교수 △2025년 한국경제학회 수석부회장(차기 경제학회장)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인터뷰] “보험설계사, 새 시대에 맞는 역할 정립 필요”

“보험시장이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설계사가 상품을 판매하고 가입시키는 '셀러'였다면, 이제는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고 보험료가 저렴한 상품, 재무건전성도 안전한 회사를 찾아주는 '파인더'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박선샘 굿리치 서울1본부 AM지점장은 지난 22일 서울 을지로의 한 카페에서 본지를 만나 “전국민의 97%가 보험가입자고, '상품이 필요하니까 보험료를 내고 있다'고 말하는데도 업계의 이미지가 좋지 않은 상황이 아쉽다"고 말했다. 고객이 가입한 상품이 좋지 않아서 개선 방안을 찾아주는 것보다 '리모델링을 위한 리모델링'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오른 보험료 때문에 가입자가 어려움을 겪는 등의 문제를 해소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예전에 나온 상품이 모두 좋지 않은 것은 아닌 만큼 설계사 본인에게 이득이 되지 않더라도 '좋은건 좋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런 영업신조를 가진 인재들을 중심으로 조직을 꾸려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설계사가 많아지면 업계의 신뢰도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박 지점장은 다수의 경제 방송에서 보험 전문 패널로 출연한 90년대생의 '젊은피'로, 보험금 청구를 비롯한 개인 영업활동 뿐 아니라 구성원들에게 매크로 경제 환경, 금융당국의 기조, 제도 변화 등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며 일과를 보낸다고 설명했다.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라 간병인·장기요양보험이 각광 받고, 중입자치료 등 신기술의 등장으로 진단비 보다는 치료비 중심의 포트폴리오가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부연했다. 7년간 고객들과 만나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점을 묻는 질문에는 “진심이 닿지 않을 때"라고 답변했다. 고객의 병력과 가족력 등을 토대로 보장범위와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고객에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데 보험료를 높이기 위한 '상술'로 보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박 지점장은 소비자의 역할도 주문했다. 특히 “정 때문에 보험을 가입하는건 정말 아닌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를 소비자가 떠안아야 하므로 상품에 대해 자세히 따져봐야 한다는 이유다. 설계사가 환급이라는 명목으로 적립보험료를 임의로 넣으면 소비자가 아닌 설계사에게 이득이 돌아갈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본인이 보험산업에 진입한 계기도 공부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상품과 회사에 대해 알아보고 적합한 상품을 찾기 위함이었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고객들의 상품을 (재)설계하면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에서 보람을 찾는다는 점도 언급했다. 대형 보험사로 첫걸음을 시작했다가 법인보험대리점(GA)로 옮긴 이유도 여기에서 찾았다. 자신이 속한 회사의 상품만 판매하는 전속설계사 보다 여러 곳의 상품을 제시할 수 있는 GA가 설계사라는 직업을 갖게 된 '초심'과 더 맞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는 전속설계사가 육군이 강력한 군대라면 GA는 육·해·공군을 모두 보유한 군대라고 비유했다. 치아보험, 태아·어린이보험, 여성보험 등 특정 상품군에서 강점을 보이는 기업의 보험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에서 추진해온 정책들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지만,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교통사고·도수치료 등과 관련한 일명 '나이롱 환자'를 잡겠다는 취지에는 동감하면서도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기준을 잘 세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지점장은 “보험 판매 수수료를 최대 7년간 분할 지급받는 개편안이 업계에서 많은 지탄을 받고 있는 것이 맞다"며 “보험계약 유지율 향상을 비롯한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형 GA 보다 중·소형 GA가 받는 타격이 더 클 수 있다는 견해도 드러냈다. 그러나 일종의 '필터' 역할을 수행하는 제도로 자리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설계사의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을 뿐더러 최근 보험사와 GA들이 영업력 확장 등을 위해 설계인력을 대폭 늘리면서 발생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40만명대 초반이었던 설계사수는 2022년부터 3년간 연평균 7% 이상 증가했고, 지난해 47만2000명을 기록했다. 전속설계사는 큰 변화가 없었으나, GA 소속 설계사가 10년 전보다 대폭 불어난 것이 결정적이었다. 정부와 국회를 향해 현장을 믿고 현재의 기조를 유지해달라는 당부도 했다. 설계사 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과잉청구를 지양하는 등 문화가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지점장은 “젊은층 뿐 아니라 고령의 금융소비자들도 최근 많이 '똑똑'해졌으나, 시장의 성숙을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더욱 현명해져야 한다"며 “보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입으로, 전문상담사와 여러차례 만나보는 등 크로스체크가 필요하다"고 설파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인터뷰]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통화주권 지켜야…1거래소 1은행 유지해야” 민병덕 민주당 디지털자산특위 위원장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가상자산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했다. 기존 금융위원회 중심 규제 일변도 정책에서 '산업 진흥'과 '감독'을 병행하는 구조를 제시했다. 공약집 내용 중 '대한민국을 디지털 자산 허브로 만들겠다'를 통해 집권 후 가상자산 산업 육성 기반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른 핵심 입법 과제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이다. 가상자산은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만 시행되고 있고, 아직 업권을 정의하는 법도 없는 실정이다. 10일 민주당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민병덕 의원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발의했다. 은 민 의원을 만나 디지털자산기본법,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가상자산 현물 ETF 등에 관한 현안을 물었다. 지난해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됐다. 법안명 그대로 투자자 보호에 방점을 찍은 법안이다. 2022년 테라-루나 사태, 미국의 암호화폐 거래소 FTX 파산 등 국내외에서 가상자산 관련 사고가 이어지자 이용자 보호와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는 법안을 먼저 제정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가상자산 시장 규율 체계에 관한 규정은 빠져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민 의원은 가상자산 시장과 사업자에 통합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을 10일 공동 발의했다. 법안은 발행, 공시, 거래지원 등 디지털자산 생태계 전반을 포괄하고 있다. 디지털자산 및 디지털자산업에 관한 정의와 적용 범위를 규정했고, 한국디지털자산업협회를 자율기구로 설립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민 의원은 “그동안 디지털자산에 대해 우리나라는 매우 부정적인 입장이었다"며 “디지털 자산을 활용한 산업도 성장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 대선공약에도 '가상자산 2단계법' 제정과 산업 육성 혁신 로드맵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디지털자산기본법'이다"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 관심을 두는 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 여부다. 법안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 공약인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해 금융기관의 디지털자산 보유를 가능하게 했고, 스테이블코인 발행 자본금을 기존 50억원에서 5억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핀테크, 가상자산 스타트업의 스테이블코인의 시장 진입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관리 책임은 금융위원회에서 맡고, 디지털자산산업 기본계획 등은 대통령 직속 기구인 디지털자산위원회를 마련해 운용하기로 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 가치에 연동시켜 가격 안정성을 유지하는 가상자산이다. 글로벌 시가총액은 2300억달러 규모로 대부분 미국 달러 기반이다. 대표적인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와 서클(USDC)은 미국 국채를 담보로 비축하고 '1달러=1코인' 비율로 발행·유통된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국내에서도 쓰이기 시작하자 외화 유출, 통화 주권 침해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 의원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거래소 기축통화일 뿐만 아니라 지급결제수단으로도 활용된다"며 “해외 거래소를 통한 외화 유출만 아니라 우리나라 통화주권이 침해받는 것도 걱정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이 원화 수요를 대체하면 통화 주권이 침해받고 , 통화정책의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 의원은 “통화주권 침해를 막기 위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서 국내에선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우리가 강점이 있는 'K-문화콘텐츠'을 결합해 통화 영토를 확대하고, 경제 영토도 넓히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콘텐츠 산업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안착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기간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빨리 진출해야 소외되지 않고, 국부 유출을 막을 수 있다"면서 “이 시장에 빨리 진출해야 하고, 불안해하지 않고 거래에 참여할 수 있게 시장을 관리·감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선 과정에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모두 가상자산 산업 육성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1거래소 1은행' 원칙에 관한 입장은 달랐다. 민주당은 '1거래소 1은행' 원칙을 유지하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은 '1거래소 1은행' 원칙 폐기를 강조했다. '1거래소 1은행'은 하나의 은행이 하나의 가상자산거래소와 일대일로만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뜻한다. '1거래소 1은행' 규제는 법령이나 감독 규정 등에 명시된 조항은 아니다. 가상자산을 이용한 자금세탁 방지(AML) 및 고객확인 의무를 가상자산거래소와 은행에 부과하는 과정에 정착됐다. 업계 일각에선 '1거래소 1은행' 원칙을 '그림자 규제'라며 정당성이 부족하고 이용자 선택권을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은 대선 과정에 '1거래소 1은행 원칙 폐기'를 주장하며 “경제 활동은 자유로워야 한다"며 “내가 원하는 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민병덕 의원은 '1거래소 1은행' 규제는 현재와 같은 거래소의 시장 불균형을 만든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하면서도 당장 폐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당장 1거래소 1은행 규제를 폐기하면, 대부분 시중은행이 이미 독점적 지위를 가진 거래소와 거래하고자 해 시장 불균형이 오히려 강화될 것"이라며 “국내는 디지털자산사업자에 대한 진입규제가 미흡한 상황이라 자금세탁방지 능력도 미흡하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자산기본법을 통해 진입규제를 마련하고 내부통제를 갖추는 등 단계적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선거 때마다 가상자산 공약이 반복해서 나오는 이유는 1600만명에 달하는 투자자가 있기 때문이다. 민 의원은 “디지털자산 투자를 통한 자산성장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며 “디지털자산업의 육성 및 이용자보호 강화를 통해 2030이 자산 형성을 꿈꿀 수 있는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인터뷰] 유정훈 대한교통학회장 “국토교통부도 주택·교통 분리한 신규 부처로 개편해야”

“국토교통부는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는 부처이나 주택 정책의 중요성으로 인해 교통 분야가 항상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미국, 유럽 등 대부분의 국가처럼 교통과 주택 부처를 분리해야 부동산이 '갑'으로 군림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교통 정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어 기능 독립이 반드시 필요하다." 유정훈 대한교통학회장(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은 에너지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논의되는 기획재정부·기후에너지부 등의 부서 개편·신설안뿐 아닌, 국토부의 기능 개편도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회장에 따르면, 기능 통합으로 인해 국민이 겪는 대표적인 문제가 신도시 교통 불편이다. 현재 국토부는 주택 공급 시 신도시 택지를 먼저 발표한 뒤 도시를 개발하고 있다. 이처럼 주택 공급에 중점을 두다 보니 교통 시스템 마련은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려, 김포 등 2기 신도시마저도 아직까지 교통으로 인한 불편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개발이 완료된 지역은 교통 인프라 조성 비용이 과도하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는 '선(先)교통 후(後)주택'까지는 어렵더라도, 최소한 양자가 동시에 추진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유 회장은 지적했다. 주택과 교통을 분리하면 상호 견제가 가능해진다는 이점도 있다. 실제로 국토와 교통을 통합 운영하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 뿐으로, 대부분의 국가는 두 기능을 분리하고 있다고 유 회장은 지적했다. 또, 유 회장은 이재명 정부의 주요 안건인 지역균형발전과 관련해 “지방소멸이 가속화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철도 전략을 국가 정책 차원에서 공론화하고 방향을 전환할 적기"라고 강조했다. 수도권, 부산·울산·경남, 대전·세종 세 권역에 도시 기능을 집중하고 대구와 광주는 현재 수준의 도시 규모를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조언이다. 이는 국토·도시계획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제안해온 전략이나 지역 정치권의 요구에 따라 '우리 지역도 철도 들어와야 한다'는 식의 비효율적 확산이 반복돼 왔다고 유 회장은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도시 간 통행을 담당할 GTX는 수도권에서 먼저 철도망을 완성한 뒤, 장기적으로 부·울·경과 대전·세종 등으로 확산해야 한다고 유 회장은 보고 있다. 대구와 광주는 도시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무조건적인 확산보다는 수요를 면밀히 검토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GTX는 반복적인 통근·통학 수요를 전제로 한 도시형 교통수단인 만큼, 최소 30분 간격으로 열차가 운행돼야 실효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강원도 GTX 연장 논의에 대해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언급한 바 있지만, 수요 문제로 실질적인 운행 간격을 맞추기 어렵다"며 “GTX보다는 KTX나 SRT 등 기존 고속철도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평가했다. 즉, 대부분의 지방 광역도시와 수도권을 연결하는 교통 수단은 SRT나 KTX 같은 고속철도가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거점 간 초고속 철도망 중심으로 교통 체계를 재편하고, 저속 일반철도는 과감히 구조조정해 불필요한 노선은 정리해야 한다고 유 회장은 평가했다. 다만 수요가 적은 지역에는 교통 편의를 위해 BRT 등 대체 교통수단을 제공해야 한다고 유 회장은 제언했다. 아울러 “현 정부는 헌법 개정을 통해 이동권과 교통권을 명시해야 한다"며 “헌법에 반영되면 관련법이 제정돼 지방의 교통권도 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유 회장은 GTX와 같은 대규모 철도망 구축을 위해 재정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지금까지 철도 건설은 전적으로 국가 재정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고속철도가 교통의 주축이 되면 이 방식은 지속 가능하기 어려워 항공 LCC처럼 민간이 건설과 운영에 참여해 자본을 유치하고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봤다. 유 회장은 “현재로선 운영이 어려운 단거리 고속철도 노선도 민간 투자와 효율성을 결합하면 충분히 신설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공공과 민간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인터뷰] 주주행동 선봉장이 된 IT 개발자…유진혁 액트 팀장 “정치테마주, 사지 마세요”

“테마주는 혹할 수밖에 없다. 특히 단기에 몇 번 수익을 내면 사실 다른 게 눈에 안 보일 정도다. 투자라는 것은 평생 해야 하는 것인데, 이런 관점에서 보면 굉장히 위험한 행위다." 소액주주 주주행동 플랫폼 ACT(액트) 운영사 컨두잇 유진혁 팀장은 최근 조기 대선 국면에서 요동치는 정치테마주 투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컨두잇 본사에서 유 팀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는 정치테마주의 위험성부터 투자자 관점에서 본 국내 자본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점 등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유 팀장이 정치테마주 투자를 만류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였다. 높은 실패 가능성과 단맛의 후유증, 그리고 정보의 한계였다. 테마주는 통상 선거 기간 동안의 정치인 공약이나 인물과 기업관의 관계 등과 연결되며, 투자자의 90% 이상이 개인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이른바 '묻지마'식 투자 형태를 보인다. 이에 시장 전문가들은 그 회사의 성장성과 실적, 재무상태, 위험요소 등을 보면서 투자라고 권한다. 유 팀장은 전문가들이 말하는 이런 정보를 개인투자자가 알아보는 것부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흔하다고 평가했다. 유 팀장은 “'기업 정보를 알아보라'라는 말에는 한 가지 맹점이 있는데 이 정보들을 알아보기가 너무 어렵다는 점"이라며 “구조적으로 투자자와 주주가 알고 싶어도 알기가 어려운 형태"라고 말했다. 또한 “이(같은 문제)는 정치테마주를 비롯한 전체 종목에 해당된다"고 부연했다. 그는 컨두잇에 몸 담은 후 전문가 영역에 들어온 현재로서는 이런 정보를 알아보는 것이 더 이상 어렵지 않은 것이 됐지만, 보통의 투자자였을 때는 불가능 영역이었다고 말했다. 유 팀장은 정보통신(IT) 개발자 출신으로 현재 컨두잇에서 웹·앱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컨두잇 합류 전 그는 국내 대표 IT 대기업에 투자했으나, 대표의 블록딜로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경험을 하고 국내 주식 투자에 회의를 느꼈다고 한다. 그런 그를 컨두잇으로 이끈 이는 이경목 컨두잇 관리이사였다. 이 이사는 유 팀장에게 '한국의 투자 문화를 바꿔보자'며 설득했다. 유 팀장의 최종 목표는 컨두잇과 함께 개인투자자가 적은 비용으로도 종목에 대한 전문 정보를 보다 쉽게 구하고, 주주 권리를 당연하게 누릴 수 있도록 돕는 '주주 팬덤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다. 다음은 유 팀장과의 일문일답. ◇주식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25살 즈음, 집을 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런데 월급을 아무리 아끼고 모아도 몇십 년은 걸릴 것 같더라고요. 나중에 결혼하게 되면 지출은 더 늘어날 테니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부터 재테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부동산이나 다른 금융상품도 고민해봤지만, 적은 시드머니로도 시작할 수 있고 접근성이 좋다는 점에서 주식 투자가 가장 현실적인 선택처럼 느껴졌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된거죠." ◇투자에서 손실을 보고 회의를 느꼈다고 했는데, 이유는 무엇인가요. “당시 많은 사람들이 그 시기 손실을 봤겠지만, 저도 A사에 투자하면서 꽤 큰 손실을 경험했어요. A사는 제가 잘 아는 IT기업이었고, 서비스 특성상 장기적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거든요. 그래서 '오래 들고 가보자'는 생각으로 샀던 종목이었어요. 하지만 나중에 대표가 블록딜을 통해 대규모 매각을 진행하면서 주가가 급락했고, 그게 개인적으로는 가장 화가 났던 지점이었어요. 실적이나 산업이 아니라 경영진의 판단 하나로 큰 하락이 발생했다는 점이 정말 충격이었죠. '내가 뭘 보고 투자해야 했던 걸까'라는 근본적인 질문까지 하게 되더라고요. 또한 정보 비대칭을 비롯해 한국 주식 시장이 대주주 중심 구조로 돌아간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정보 비대칭과 대주주 중심 구조 체감', 이를 쉽게 설명해준다면. “일반 투자자는 기업 내부 사정을 알 수 없기 때문에 공시, IR자료, 언론보도 같은 외부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이런 정보는 시점이 늦거나 양이 부족한 경우가 많고, 무엇보다 그 내용을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아요. 전문 용어나 법률 용어들이 많아서요. 또 주총 참여도 너무 어렵고 비효율적이에요. 시간도 평일 오전에 잡히고, 장소 제약도 크니까요. 예를 들면, 제가 A사 먹튀 논란을 직접 겪으면서도 아무런 대응 수단이 없었어요. 컨두잇에 와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사례 같은 걸 접하면서 '진짜 이 시장은 구조적으로 소수의 대주주에 유리하게 설계돼 있구나'를 깊이 체감하게 됐어요." ◇ACT의 확장 방향과 비전은 무엇인가요. “우리가 앞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건 주주 팬덤 커뮤니티에 가까운 방향이에요. 현재는 종목별 채팅방, 토론방, IR 라이브 스트리밍, 밸류업 체크리스트, 거버넌스 Q&A 같은 기능들을 준비 중이에요. 이건 단순히 기능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논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작업이에요. 이 데이터가 모이면, 기업 IR 채널 다변화에 압박을 줄 수 있고, 개인 투자자가 정보를 얻는 비용이 줄어들게 되죠. 결국엔 이런 흐름이 모여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직접 기여하는 구조로 만들고자 해요. 이를 위해 전사적으로 올해 가장 중요한 과제로 이를 설정하고 모든 인원이 집중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개인투자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ACT는 '사서 움직인다(ACT)'는 그 이름처럼, 행동하는 소액주주를 위한 인프라에요. 많은 투자자가 '개미'라고 자조하지만, 사실 개미는 곤충 중에서도 굉장히 강인한 존재입니다. 개미가 실어주는 힘을 바탕으로 액트는 한국 자본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끝까지 움직일 생각이에요."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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