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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성장 페널티’ 기업규모별 규제 문제 심각···연간 GDP 111조원 손실”

기업이 성장해 고용을 늘릴수록 혜택은 끊기고 규제와 조세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한국 특유의 '성장 페널티'(Growth Penalty)가 국내 경제 성장 잠재력을 저해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20일 발표한 '한국 경제의 저성장 원인 진단과 기업생태계 혁신 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50·300인 등 규제 장벽 앞에서 인위적으로 성장을 멈추거나 기업을 쪼개는 등 규제 회피를 위한 '안주 전략'(Bunching)을 택하고 있다. 이러한 안주 전략은 국가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저성장을 가져오는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기업들이 성장을 멈추면 생산성이 높은 대기업의 채용 여력은 줄어드는 반면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소기업에 인력이 몰리면서 경제 전체의 효율성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노동시장의 경직성까지 더해져 실업이 늘거나 비효율적인 부문에 한 번 배치된 인력이 고착화되며 국가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보고서는 구조적 모형을 활용해 기업규모별 차등 규제로 인한 경제적 영향을 분석한 결과 기업생태계 왜곡으로 발생하는 GDP 손실은 약 4.8%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기준 111조원 규모다. 기업 규모별 차등 규제가 우리 경제의 신진대사인 '진입-성장-퇴출'의 선순환을 막고 기업생태계를 영세 소기업 중심으로 굳어지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보고서는 국내 소기업이 5년 뒤에도 여전히 영세한 규모(10~49인)에 머무는 비율은 최근 60%에 육박했다고 소개했다. 이는 1990년대(40%대) 대비 급격히 상승한 수치다. 기업들이 성장을 도모하기보다는 규제 회피 등을 위해 현재 상태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졌음을 시사한다. 성장 사다리도 끊어졌다. 소기업이 중규모 기업으로 도약할 확률은 과거 3~4%에서 최근 2%대로 반토막 났고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확률은 0.05% 미만으로 떨어졌다. 경쟁력을 잃은 기업조차 시장에서 나가지 않는 퇴출의 병목 현상도 심각하다. 과거 60%에 달했던 퇴출률은 최근 40% 밑으로 떨어졌다. '좀비 기업'들이 한정된 인력과 자본을 붙잡고 있어 혁신 기업으로 흘러가야 할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가로막는 자원 배분의 동맥경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는 이러한 규제 역설이 한국 기업생태계를 선진국과 정반대인 기형적 구조로 변질시켰다고 주장했다. 생산성이 높은 대기업과 중견기업 위주로 고용을 창출하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영세 소기업에 인력이 과도하게 쏠리면서 국가 경제 전체를 저생산성 늪으로 빠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생태계의 역동성을 회복하고 저생산성 늪에서 탈출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 △Up-or-Out 지원 체계 구축 △투자 중심 자금 조달 생태계 육성 △성장유인형 지원 제도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Up-or-Out(성장 아니면 탈락)'형 지원 체계는 옥석을 가리는 성격이다. 단순히 업력이 오래됐다고 지원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매출·고용 증가율 등 혁신 지표를 매년 평가해야 하는 방식이다. 성과가 있는 기업에는 지원 한도를 과감히 늘려 스케일업(Scale-up)을 돕고, 혁신 의지가 없는 기업은 지원을 즉시 중단하는 성과 연동형 지원 체계이기도 하다. 투자 중심 자금 조달 생태계 육성은 담보 위주 은행 대출만으로는 혁신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문제점을 반영한 해결책이다. 기업주도형벤처캐피탈(CVC) 규제 완화 및 민간 모태펀드 활성화로 민간의 모험자본이 유망 기업에 직접 수혈되도록 유도하고, 이를 통해 부채 의존적인 성장 구조를 탈피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보고서는 이밖에 기업 규모와 무관한 기본공제를 신설하고 투자·고용 등 국가 경제 기여도에 비례해 추가 공제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성장이 곧 혜택'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정부가 기업 성장을 저해하는 구조적 문제를 인식하고 대책을 내놓은 것은 긍정적이나 관건은 현장에서의 속도감 있는 이행"이라며 “규제와 조세 제도의 과감한 재설계를 통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유인체계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기후테크 성패, 자본조달·실증에 달렸다”

'기후테크' 산업의 성패를 가를 핵심 경쟁력이 기술 개발에서 '자본 조달 및 실증'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글로벌 기후위기 대응이 선언을 넘어 본격적인 실행 단계로 진입하면서다. 기후테크는 기후(Climate)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해 온실가스 감축 및 기후변화 적응에 기여하는 혁신 기술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산업을 뜻한다. 20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간한 '글로벌 기후테크 투자 트렌드 분석과 한국 투자생태계 활성화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글로벌 에너지 전환 설비·인프라 투자는 약 2조800억달러로 2015년(약 3800억달러) 대비 5배 이상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각국 탄소중립 약속이 선언에 머물지 않고 실제 산업 현장에서 설비 구축과 인프라 확충으로 이어지는 본격적 '이행' 단계에 진입한 것이다. 보고서는 실제 프로젝트를 이행하기 위한 안정적인 자본 조달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기후테크 투자는 기술 개발 이후 설비 구축 및 양산 단계로 이어지는 성장 자본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유망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치고 나가지 못하는 '스케일업(Scale-up)의 병목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증 기회 부족도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로 꼽혔다. 기후테크는 현장에서 실제 설비를 가동하며 쌓은 운영 데이터가 있어야 기술 신뢰도를 입증할 수 있다. 현재 공공 입찰 시스템은 가격 요소를 우선시하고 있어 혁신 기술의 시장 진입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보고서는 공공이 초기 위험을 선제적으로 분담해 민간 투자를 유인하는 '민관 혼합금융 확대'를 제시했다. 이는 막대한 초기 비용이 소요되는 기후테크 기업의 자금 조달 문턱을 낮추는 핵심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미국 '칼씨드(CalSEED)' 사례를 벤치마킨해 공공 연구시설을 활용한 기술 검증 및 실증 지원, 공공 조달과 연계한 초기 수요 견인 등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칼씨드는 초기 기후테크 기업의 '죽음의 계곡' 해소를 목표로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운영 중인 자금·멘토링·실증·보급 통합형 초기 지원 프로그램이다. 박소영 무협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아시아 제조 밸류체인의 허브로서 배터리·철강·자동차 등 탄소 다배출 산업의 양산 기반과 풍부한 수출 경험을 보유한 것이 큰 강점"이라며 “이러한 제조 역량을 기후테크 상용화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서는 공공 주도로 실증 환경을 체계적으로 확대하고 혼합금융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투자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한국 RE100 이행 장벽 가장 높아…기업 부담 낮춰야”

우리나라의 RE100 이행장벽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전력구매계약(PPA) 부대비용 면제, 계약 체결 가능 고객 범위 확대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RE100 활성화 정책과제'를 20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한경협은 이번 건의를 통해 기업의 원활한 재생에너지 조달을 위해 수요 촉진과 공급 확대 등 2개 분야 20개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RE100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력의 100%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원을 통해 발전된 전력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자발적 글로벌 캠페인이다. 한경협이 클라이밋 그룹과 탄소공개정보프로젝트(CDP) 위원회가 발간한 'RE100 2024 연례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에서 재생에너지 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기업은 미국(20개사)의 3.5배인 70개사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39개사)에 비해 약 80% 증가한 수치다.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은 RE100 이행장벽이 한국과 달리 감소 또는 보합세를 보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미국은 23개에서 20개로, 일본은 44개에서 48개로 변화했다. 중국 역시 27개에서 29개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재생에너지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던 기업의 과반수(51.4%, 36개사)가 높은 비용을 재생에너지 조달의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한경협은 '재생에너지 수요 촉진과 RE100 이행 지원',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와 거버넌스 고도화' 등 2개 분야 총 20개 과제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건의했다. 우선 기업이 발전사업자로부터 전기를 직접 사오는 PPA에 대한 과도한 부대비용을 개선해 달라고 건의했다. PPA는 주로 발전사업자와 전기사용자 간 전력구매계약 형태로 이뤄진다. 현재 기업들은 PPA를 통한 재생에너지 조달 시 순수 전력 값 외에도 송배전망 이용료와 전력산업기반기금 등 발전단가의 18~27%에 달하는 추가 비용을 내고 있다. PPA 체결 기업에게 전력산업기반기금 면제, 무역보험료 인하 등 인센티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또, 국내 재생에너지 경쟁력이 타국과 유사한 수준이 될 때까지 PPA 부대비용을 한시적으로 면제해달라고 건의했다. 한경협은 PPA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사업자의 범위도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 고시를 보면 직접 PPA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대상은 고압 전기사용자(300킬로와트 이상) 등으로 한정돼 있다. 통신 중계기나 건설현장 임시전력 등 소규모 전기사용자는 직접 PPA를 활용해 재생에너지를 조달할 수 없는 구조다. 소규모 전기사용자도 직접 PPA 제도를 통해 재생에너지를 조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한경협은 이와 함께 제도의 활용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직접 PPA에 'N:N 계약 방식' 도입을 제안했다. 현재 직접 PPA 계약은 발전사업자와 전기사용자 간에 1:1, N:1, 1:N 형태의 계약만 가능하다. 그 결과 중소·중견기업 및 소규모 발전사업자가 직접 PPA 계약에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경협은 다수의 발전소와 전기사용자가 자유롭게 연대해 거래할 수 있도록 직접 PPA에 N:N 거래를 허용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글로벌 신용평가 및 투자기관에서 기업의 탄소배출 저감 노력을 주요 평가 기준으로 설정하는 등 기업의 저탄소 공급망 관리의 중요성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며 “우리 기업들이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재생에너지를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과 정책 지원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여헌우의 산업돋보기] 메모리 반도체 산업구조 변한다? 삼성·SK ‘투자시계’ 속도조절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초호황기'에 접어든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설 투자 관련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공급 확대 방법을 찾아야 할 시기지만 정치·경제적 변수가 워낙 많아 속도조절 판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관건은 인공지능(AI) 시대 시장 특성이 얼마나 바뀔지 여부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산업 구조 자체가 기존 '사이클'에서 벗어나 '수주 중심'으로 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으로 수요가 계속 탄탄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다. 반대쪽에서는 제조 기업들이 생산 규모를 늘리면 결국 공급이 넘쳐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사이클 주기가 달라질 수는 있지만 초호황 기조가 지속되기는 힘들다는 '신중론'이다. 이들은 'AI 거품론' 등을 근거로 삼는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일단 예정된 투자에 속도를 내며 업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속내가 복잡한데 국내외에서 '정치 리스크'까지 부각되고 있다. 국내 정치권에서 반도체 클러스터 '호남 이전론'이 나온다. 미국 행정부는 자국에 생산 시설을 지으라고 우리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기억장치다. D램과 낸드플래시(낸드) 두 종류로 나뉜다. D램은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이 지금 당장 하고 있는 일을 처리하는 공간이다. 전원이 꺼지면 데이터가 삭제된다는 특징이 있다. 용량 대비 가격이 낸드보다 높은 편이다. 낸드는 사진, 영상, 앱 등 데이터를 반영구적으로 저장하는 공간이다. 처리 속도는 D램과 비교해 느린 편이다. 최근 주목받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은 일종의 '아파트형 D램'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D램을 높게 쌓아 데이터 처리 양을 크게 늘린 것이다. AI 시대 반도체들은 모두 '귀한몸'이 됐다. 초반에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에 들어가는 HBM이 주목받았다. SK하이닉스가 기술 리더십을 가지고 삼성전자가 뒤를 추격하는 모양새였다. HBM을 찾는 고객이 많아지자 수익성도 올라갔다. 양사는 일반 D램 라인을 HBM에 우선 배치하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렇자 일반 D램을 만드는 라인이 감소했다. 자연스럽게 공급이 줄고, 이로 인해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여기에 낸드의 역할도 재조명받았다. AI가 학습을 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읽고 써야 하는데 HBM이나 D램의 한계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낸드가 보완하기 시작한 것이다. 엔비디아가 올 하반기 양산하는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에 들어가는 SSD 용량은 1152테라바이트(TB)로 기존 제품인 '블랙웰'과 비교해 열 배 이상 많다고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범용 D램 계약 가격은 전 분기 대비 55∼60% 가량 상승할 전망이다. 3개월여만에 가격이 1.5배 이상 뛴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낸드플래시 가격도 33∼38%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포스는 “AI 추론 기반 인프라 개발은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들의 (메모리 반도체) 조달을 촉진하고 있다"며 “D램 공급업체 재고 소진이 임박하고 출하량 증가가 웨이퍼 생산량 증가에만 의존하게 되면서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투자 가속화에 따라 글로벌 서버 시장은 올해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기업용 SSD의 수요를 촉진하고 있다"며 “생산 능력 제한과 공급업체의 이윤 추구 및 출하량 조절로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기업용 SSD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반가운 소식이다. D램 시장은 사실상 '삼파전' 형국이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D램 시장 매출 기준 점유율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근소한 차이로 1·2위를 달리고 있다. 조사기관에 따라 수치가 다르지만 양사 모두 35% 안팎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국내 업체들이 70% 이상을 공급하는 가운데 미국 마이크론이 20% 초반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낸드 분야는 경쟁 상대가 많은 편이다. 삼성전자가 30% 수준으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19%로 2위다. 키옥시아(약 16%), 샌디스크(약 13%), 마이크론(약 12%) 등이 뒤를 따르고 있다. 하위권 사업자인 샌디스크는 최근 고객사에 SSD 가격을 두 배 이상 올려 공급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들이 장기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선불을 받고 이마저 전액 현금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같은 호황기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무작정 증설'에 나서지 않는 이유는 메모리 반도체가 전형적인 사이클 산업 성격을 보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전후 업황 분위기만 살펴봐도 이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17~2018년에는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도래했다. 스마트폰, 데이터센터, 서버 수요 등이 급증하며 D램과 낸드 가격이 폭등한 것이다. 당시에는 D램 평균가격이 전년 대비 30~40% 가량 뛰었다. 이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이 증설에 나서자 이듬해부터는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제조사들이 재고 평가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2022년 전후 환경도 비슷했다. 코로나19 펜데믹 기간 원격·재택 근무가 늘자 노트북, 서버 등 판매가 덩달아 많아졌다. 이때도 D램과 낸드 가격이 올라가며 기업들 실적이 크게 좋아졌지만 과잉 공급으로 가격은 곧바로 급전직하했다. 지난 2023년에는 삼성전자가 감산 사실을 밝혀 시장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공급 과잉 우려에도 “인위적 감산은 없다"고 버텨왔지만 그해 4월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의미 있는 수준까지 생산량을 조정 중"이라고 언급했다. 1분기 영업이익(6402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95% 급감한 시점이었다. 삼성전자가 공식적으로 감산을 인정한 것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약 14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특히 이 회사는 앞서 공급 과잉 국면에서 생산량을 줄이지 않는 '치킨게임'으로 경쟁 상대들을 굴복시키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2010년 전후로 독일 키몬다와 일본 엘피다 등을 무너뜨린 사례가 유명하다. 이런 상황에 등장한 개념이 메모리 반도체 '산업 구조 변화론'이다. 과거 공급과 수요의 법칙이 앞으로는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일각에서 나온다. 수요 증가→공급 과잉→가격 하락→공급 감소→가격 상승의 '사이클' 자체가 없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AI 붐으로 생태계가 변했다는 것이다. 현재 빅테크 등은 AI 데이터센터 등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고, 메모리 반도체 역시 많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제조사가 만든 제품을 고객들이 사가던 과거 구도를 넘어 '선주문 후생산' 방식이 안착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이 생산량을 늘리더라도 과거와 같은 '반도체 겨울'은 오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이다. 반대쪽에서는 'AI 거품' 주장이 부각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 AI 인프라 투자가 수익 검증보다 앞서 있다는 이유로 'AI 거품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데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 역시 이를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엔비디아는 돈을 벌고 있지만, 이 회사 GPU를 사는 고객들이 지속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지는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는 논리다. AI 열풍에 메모리 반도체가 초호황기에 접어든 것은 맞지만 사이클의 모양만 달라졌을 뿐 산업 특성 자체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례 없는 호황에 수익성을 더 끌어올릴 방법을 찾기 위해 분주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평택 5공장 공사를 재개하고 증설을 가속화하고 있다. 2028년께는 이 곳에서 HBM 등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에 대규모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작년 말 이재명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국내 투자 규모가 당초 계획보다 늘어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당초 SK하이닉스가 2028년까지 128조원 이상을 투자한다고 했는데 상황에 따라 용인에만 600조원 가량 돈이 들어갈 수 있다는 발언이었다. 양사 모두 점유율 확대를 목표로 한 전면적 증설보다는 AI용 메모리와 첨단 공정 중심의 선별적 투자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HBM의 경우 미세 공정뿐 아니라 적층·패키징·후공정 기술이 결합된 복합 제품이라는 특징이 있다. 단기간에 생산 능력을 확 늘리기 어렵다는 의미다. 다만 양사 모두 수요가 늘었다고 무작정 생산 시설을 확충하기에는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메모리 반도체 산업 자체가 엄청난 투자를 기반으로 돌아간다는 특수성이 있다. 삼성전자를 보면 2022년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23조8000억원 가량인데 시설투자로 48조원 가까이 썼다. 이듬해인 2023년에는 15조원 가량 적자를 내고도 48조원 이상 투자를 해야 했다. 여기에 연구개발(R&D) 비용도 별도로 들어가야 한다. 올해 100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올린다 해도 무작정 투자에 나서기는 힘들다는 뜻이다. 여기에 '정치 리스크'라는 변수까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용인에 만들려던 거대 반도체 단지를 새만금 등 전라권으로 옮기자는 주장이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가 선을 긋고 있긴 하지만 지방 정치인 등을 중심으로 여론몰이를 지속하고 있어 기업들 입장에서는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6월 지방선거 전까지 해당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자국 내 생산 시설이 없으면 반도체 등에 최고 10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발언을 반복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만과 관세협상을 타결하며 '반도체 선물 보따리'를 받아들었다. 대만 TSMC 등이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역시 추가 투자 결정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지난 16일(현지시각) 뉴욕주 마이크론 신규 공장 착공식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고 싶은 모두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100% 관세를 내거나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미국과 무역 협상을 통해 반도체 관세에서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은 상태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 정책이 워낙 가변적이라 정부 역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시계' 속도는 오는 29일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양사는 이날 오전 나란히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연다. 이들이 같은 날 실적 관련 설명회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가 먼저 콘퍼런스콜 개최 계획을 공시했는데 SK하이닉스가 일정을 같은날로 잡은 것이다. SK하이닉스 측이 사업 현황과 전략을 먼저 노출하기 싫어 '기싸움'을 펼치는 형국이라고 업계는 해석한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아픈 지구 지켜야죠”…동대문 청소년, 유엔서 ‘환경’ 배웠다

“작은 행동이 지구를 지키는 힘이 된다는 걸 배웠어요." 지난해 12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제7차 유엔환경총회(UNEA-7)에 참가한 학생들의 소감이다. 이들 학생은 “전 세계가 함께 실천하는 기후위기 극복 행동에 적극 동참해 아픈 지구를 지키겠다"라고도 다짐했다. 사단법인 에스디지유스(SDG Youth)는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한케냐대사관에서 '동대문 청소년 글로벌 리더십 아카데미(DLA)' 결과보고회를 열었다고 19일 밝혔다. '동대문 청소년 글로벌 리더십 아카데미(DLA)'는 청소년들의 글로벌 리더십을 함양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동대문구 교육기업인 바인그룹과 KB국민은행의 사회공헌활동 일환으로 마련됐다. 행사를 주최한 사단법인 에스디지유스는 외교부 소관 비영리법인으로, 유엔 경제사회이사회(UN ECOSOC) 특별협의지위 NGO이다. 올해 처음 시행된 이 프로그램에는 지난해 11월 22일 동대문구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선발한 3명과 에스디지유스가 선정한 1명 등 총 4명의 중학생이 참여했다. 학생들은 이 프로그램에서 ▲유엔환경총회(UNEA-7) 참관 ▲부속행사인 '그린룸' 및 유엔청년환경총회 참석 ▲유네스코 세미나 참석 및 발표 ▲국제농업산림연구센터(CIFOR-ICRAF) 및 마마두잉굿 방문 ▲카리오반기 나무심기 봉사활동 등을 경험했다. 이날 결과보고회는 참가학생과 학부모, 에미 킵소이 주한케냐 대사, 이필형 동대문구청장, 박상혁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 김영철 바인그룹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프로그램 경과보고 ▲케냐 현지활동 영상 시청 ▲소감 발표 ▲주한케냐대사 인사말 ▲내빈 축사 ▲상장 수여 ▲감사패 전달 등으로 진행됐다. 특히 소감 발표에 나선 학생들은 한 목소리로 “케냐에서의 경험이 자신을 바꿨다"고 강조했다. 이도열 학생(경희중학교 1학년)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서 저의 작은 행동이 지구를 지킬 수 있다는 생각과 확신을 갖게 됐다"면서 “이제 실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권나현 학생(전동중학교 2학년)은 “영상을 보면서 한 달 전 케냐에서 경험한 일주일이 떠올랐다"면서 “전 세계가 지구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을 하고 있는지 다시 깨닫게 됐고, '지구 살리기'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최연우 학생(인창중학교 1학년)은 “제 인생에서 잊지 못할 경험"이라며 “일회용품 사용하지 않기 등 환경극복을 위해 작은 것부터 시작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에미 킵소이 주한케냐대사는 인사말을 통해 “유엔환경총회 같은 큰 규모의 국제행사에 참여한 것은 좋은 경험"이라며 “이번 경험을 통해서 글로벌 무대로 나아가는 꿈을 키웠으면 좋겠다"라고 격려했다. 이필형 동대문구청장은 축사에서 “케냐에서 배우고 익힌 좋은 경험을 이제 생활 속에서, 그리고 공부를 하면서 어떻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중요하다"며 “스스로 미래를 준비하고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청소년이 되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박상혁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은 “학생들이 이런 좋은 경험을 자양분으로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면 좋겠다"면서 “의회 차원에서도 청소년 글로벌 활동을 위해 지원할 부분이 있는지 검토해서 최대한의 지원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에스디지유스 김주용 이사장은 “이번 프로그램이 대한민국과 케냐 양국 청소년들의 교류의 씨앗이 되길 바란다"면서 “2년마다 열리는 유엔환경총회에 많은 한국청소년들이 참가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미래 지도자로 성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주한케냐대사관은 이날 이필형 동대문구청장과 김영철 바인그룹 회장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청소년 글로벌 리더십 함양 프로그램을 만들어 한국과 케냐 양국 청소년들의 교류 증진에 힘썼다는 공로에서다. 에미 킵소이 대사는 “동대문구청이 기초단체로서는 처음으로 케냐에 한국청소년을 보내 양국 청소년들의 우호 증진과 교류의 물꼬를 텄다"면서 “앞으로 서울시, 나아가 정부 차원에서 양국 청소년 교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영철 바인그룹 회장은 “청소년들의 미래를 지원하는 것은 교육기업의 당연한 책무라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도 동대문구와 협의해 기업이 필요한 부분은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비수도권 지자체 77% “지방소멸 위험 높다”…미래 전망도 부정적

우리나라 비수도권 시·군 지자체 10곳 중 7곳 이상이 인구감소 및 지방소멸 위험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곳 중 6곳은 위험 수준이 앞으로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비수도권 지자체 인구감소·지방소멸 현황 및 과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집계됐다고 19일 밝혔다. 조사는 수도권 및 광역시와 세종·제주를 제외한 지자체 지역 발전·활성화 관련 담당 부처를 대상으로 펼쳐졌다. 120개 중 100개 지자체가 응답했다. 한경협에 따르면 비수도권 지자체의 77%는 해당 지자체의 인구감소·지방소멸 위험 수준을 '높다'고 평가했다. 위험 수준이 '낮다'고 응답한 비율은 6%에 그쳤다. 권역별로는 강원권이 85.7%로 가장 높았다. 경상권(85.3%), 전라권(78.6%), 충청권(58.3%) 등이 뒤를 이었다. 인구감소·지방소멸 위험 수준이 '높다'고 응답한 77개 지자체는 가장 큰 원인으로 '산업·일자리 부족'(44.2%)을 꼽았다. 이어 '주택·주거환경'(21.4%), '의료·보건·돌봄'(17.5%), '교육·대학'(9.1%), '문화·여가'(3.9%) 등을 걱정했다. 지역 인프라에 대한 평가에서도 '산업·일자리' 항목이 2.1점(5점 만점)으로 최저 점수를 기록했다. 그 외에는 '교육·대학'(2.2점), '문화·여가'(2.45점), '의료·보건·돌봄'(2.54점) 등 대답이 나왔다. 비수도권 지자체의 대다수(97.0%)는 인구감소·지방소멸 대응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효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97개 지자체 중 절반 이상(54.6%)이 정책의 성과를 '보통' 수준으로 평가했다. 정책이 '효과적'이라는 응답은 38.1%에 그쳤다. 향후 전망도 부정적이었다. 비수도권 지자체 10곳 중 6곳(64.0%)은 향후 5년 후 인구감소·지방소멸 위험 수준이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위험이 '완화될 것'이라는 응답은 12.0%에 그쳤다. 지자체들은 지방소멸 대응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기업 유치'(37.5%)를 꼽았다. '주택 보급·거주환경 개선'(19.5%), '생활인구 유입 활성화'(12.5%), '의료 서비스 강화'(7.5%), '지역 중소기업 지원 확대'(7.0%) 등 의견도 제기됐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산업·일자리 격차가 확대되면서 지방소멸 위기가 한층 심화되고 있다"며 “지역 내 산업기반 확충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더해 수도권 은퇴 베이비부머의 지역 내 재취업을 유도한다면 수도권 집중 완화는 물론 지역경제와 내수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최태원 “성장 멈춘 경제는 브레이크 걸린 자전거···정책 패러다임 바꿔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성장 멈춘 경제는 브레이크 걸린 자전거와 같아 다시 출발하기가 더 어렵다"며 정책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성장 중심의 정책 전환과 인공지능(AI) 기반 신성장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최 회장은 18일 방송된 시사대담 프로그램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한국 경제는 지금 성장의 불씨가 약해진 상태"라며 이같이 언급했다. 최 회장은 “한국의 성장률은 5년마다 약 1.2% 포인트(p)씩 하락해 왔고, 현재 잠재성장률은 약 1.9% 수준까지 낮아졌다“며 "실질성장률은 이보다 더 낮은 1% 안팎에 머물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잠재성장률보다 실질성장률이 낮다는 것은 잠재력은 있지만 정책과 행동이 실제 결과로 충분히 연결되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성장 둔화가 장기화할 경우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걱정했다. 그는 “경제 성장은 청년 세대에게 '이 나라에서 계속 살아도 되는가?'라는 미래의 희망과 직결된다"며 “성장이 멈추게 돼 희망이 적은 곳 혹은 아예 희망이 없다고 느껴지는 곳이 된다면 청년들의 불만과 이탈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또 “한국은 경제 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거의 유일한 국가"라며 “성장이 멈추면 분배 자원이 줄고 사회 갈등이 확대돼 민주주의의 지속 가능성도 위협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기업 환경과 관련해서는 '성장할수록 불리해지는 제도 환경'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이른바 '계단식 규제'가 기업의 성장 의지를 꺾고 있다"며 “성장을 통해 얻는 과실보다 규제와 리스크가 더 크면 기업은 현상 유지를 선택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의 사례를 들어 “대만은 국부 펀드를 만들어 전략적인 투자를 통해 현재 TSMC를 만들었다"며 “많은 대기업이 들어와서 유입하고 경쟁해야 성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형벌 문제에 대해서는 “투자는 수익과 리스크를 계산해 결정하는데 형사처벌은 기업이 감당하거나 계산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리스크"라며 해결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 회장은 일본과 협력도 새로운 성장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한일 양국이 유럽연합(EU)의 셍겐 조약 같은 단일 비자 체계만 도입해도 약 3조원의 부가가치가 생긴다"며 “양국을 하나의 경제 공동체로 바라보면 다양한 상품과 시너지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AI에 대해서는 “AI는 단순한 기술 진보가 아니라 석기시대에서 철기시대로 넘어가는 수준의 문명적 변화"라며 국가 차원의 전략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한국 안에서만 쓰는 AI 인프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전세계가 활용할 수 있는 글로벌 인프라를 목표로 해야 AI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투자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대한민국은 새로운 성장과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어 “그 동안 수출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성장을 이루어왔지만 이제는 K-컬처로 대표되는 다양한 문화 자산과 AI 기술, 그리고 소프트 역량을 결합해 새로운 국가 모델과 경제 서사를 만들어 갈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경제계 주체들이 조금 더 고민하고 조금 더 미래를 생각해야 할때"라며 “성장을 위한 리스크를 감수하는 민간의 도전이 필요하고, 정책은 그 리스크가 과도한 부담이나 위기로 전환되지 않도록 뒷받침 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여전히 밝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년특집으로 마련된 이번 대담은 1시간에 걸쳐 문답식으로 진행됐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경영계 노조법 대응 TF, 노동부에 ‘노란봉투법 개선의견’ 전달

'경영계 노조법 개정 대응 태스크포스(TF)'는 16일 고용노동부에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관련 개선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TF는 노란봉투법에 따른 산업계 혼란을 줄이기 위해 주요 경제단체와 업종별 기업 등이 만든 조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이 참여한다. 이들은 노란봉투법의 법률 모호성을 지적하며 산업안전보건법 등 법령상 의무 이행이 곧 원청의 사용자성을 판단하는 근거가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하청근로자의 안전보건을 직접 지배·결정하는지 여부를 판단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산안법 등에서 원청은 하청근로자에 대한 산업 재해예방 등 일정한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이러한 법률 규정이 하청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직접 결정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TF는 작업환경과 관련 사무공간·창고·휴게공간이 원청이 지배·결정하는 영역인지 여부 등은 사용자성 판단 시 고려 요소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청이 관계 법령상 법적 의무가 없음에도 하청의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시혜적인 조치를 한 것이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근거로 인정돼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TF는 또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 결정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했다. 근로자 지위 박탈을 전제로 하지 않고 임금·근로 시간 등 핵심적 조건의 변동이 수반되지 않은 배치전환까지 단체교섭 대상이 될 경우 사용자의 정당한 인사권을 본질적으로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이유에서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대한체육회 감사패 수상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6일 대한체육회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대한민국 동계 스포츠 발전과 선수 육성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결과다. 이날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전달식에는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참석해 신 회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롯데그룹은 대한스키·스노보드협회 회장사다. 지난 2014년부터 스키와 스노보드 종목에 300억원 이상을 후원했다. 선수단 장비 지원과 훈련 여건 개선은 물론 국제 대회 출전비 및 포상금 지원, 선수 육성 시스템 강화 등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한국 설상계는 국제 경쟁력을 높여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22년에는 롯데 스키앤스노보드팀을 창단하고 차세대 유망주를 영입해 직접 지원하고 있다. 신 회장은 “롯데는 국내 설상 스포츠의 저변 확대와 유망주 육성 및 선수들의 실력 향상을 위해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며 “최근 우리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선전하고 있는 만큼 다음달 열리는 동계올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원한다"고 전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신동빈 “업의 본질 집중하고 끊임없이 제품·서비스 개선하는 게 혁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업의 본질에 집중하고 고객 니즈에 부합되도록 끊임없이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하는 것이 혁신"이라고 정의했다. 신 회장은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상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을 열고 중장기 방향을 공유하며 이같이 말했다. VCM은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열리는 롯데그룹의 최고위 경영회의다. 전사 전략과 중장기 방향을 공유하는 행사다. 이날 회의는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고 전해진다. 신 회장은 “과거 성공경험에 갇혀 우리는 다르다는 오만함을 경계해야 한다"며 “고객 중심의 작은 혁신들이 모여서 큰 혁신을 만들 수 있다. 고객의 니즈를 이해하고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책임감을 갖고 생각해달라"고 임직원들에게 주문했다. 신 회장은 또 '질적 성장 중심으로의 경영방침 대전환'을 선언했다. 이를 위해 수익성 중심으로 지표를 관리하며 기업가치를 높이고 지속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의에서는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군별 전략 리밸런싱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졌다. 사업별 선결과제로는 식품은 핵심 브랜드 가치 제고, 유통은 상권 맞춤별 점포 전략을 통한 고객 만족 극대화, 화학은 정부 정책에 맞춘 신속한 구조조정 및 스페셜티 중심의 포트폴리오 고도화 등이 제시됐다. 또 정보 보안 및 안전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강도 높은 리스크 관리 체계 구축도 논의했다. 신 회장은 “익숙함과의 결별 없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지금 우리가 겪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며 “과거의 성공방식에서 벗어나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혁신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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