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국가별 상호관세를 90일간 전격 유예하기로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중국을 뺀) 75개 이상 국가가 무역, 무역장벽, 관세, 환율 조작, 비통화적 관세 등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에 연락을 취한 점, 미국을 향해 보복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을 감안했을 때 90일간 (국가별 상호관세를) 즉각 중단하고 관세율을 10%로 낮추기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상호관세 발표 후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린 것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발표 후 이틀(3~4일)동안 뉴욕증시에서 시가총액 6조6000억달러(약 9600조원)가 증발했고 주요 지수는 전날까지 하락세를 이어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상호관세 유예 발표 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증시는 좋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보다시피 사상 최고의 기록적인 하루를 보내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되길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시뿐만 아니라 미 국채 시장에도 투매 현상이 일어난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번복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가 발효한 9일 0시 1분 직후 아시아 시장에서 10년물 금리는 4.51%까지, 30년물 금리는 5.02%까지 상승하며 금융시장에 공포감을 촉발한 바 있다. 30년물 수익률은 3거래일간 약 50bp(1bp=0.01%포인트) 급등했는데 이는 1982년 이후 가장 빠른 증가 속도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앞서 전했다. 채권 수익률과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채권 수익률의 빠른 상승은 채권 가격의 급락을 의미한다. 주식시장이 급락할 때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따라 안전자산인 미 국채 가격이 오르는 게 일반적인 현상인데,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미 국채시장은 시가총액이 28조 달러에 달하고 안전자산으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그 자체만으로도 가장 중요한 시장인 데다 수많은 금융거래의 담보자산으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근간으로 여겨진다. 이는 결국 미국에 대한 신뢰가 약화한 것 아니냐는 해석으로도 이어진다. 트럼프발(發) 관세전쟁이 글로벌 경기침체로 이어질 것이란 월가의 경고에 굴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엔 트럼프 대통령이 즐겨찾는 폭스뉴스에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가 출연해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을 경고했다. 다이먼 CEO는 방송에서 “누군가가 무역이 불공정했다고 말하는 것은 완전히 합리적"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지만 “경기침체는 가능성 있는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장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지만 이번엔 맞다고 본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얀 하치우스 이코노미스트 팀은 이날 오후 1시께(현지시간)에 보고서를 내고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을 65%로 상향 조정하면서 “백악관이 빠른 속도로 관세 대부분을 철회할 가능성은 낮지만 만약 그럴 경우 경기침체 확률이 낮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의식한 듯, 오후 1시 18분에 상호관세를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골드만삭스는 여기에 더 나아가 오후 2시 10분에 새로운 보고서를 내고 “침체가 기본 시나리오가 아니라는 이전의 관측으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억만장자 투자자이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캐피털 회장은 최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관세가 90일 동안 중단될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를 통해 목적을 어느정도 달성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이날 백악관에서 “각국이 올바른 제안을 들고 연락을 취한 점이 (관세 유예 결정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각국이 비관세 무역 장벽을 해결하려는 등 이전에 논의되지 않았던 양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흥미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