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 돈 금융지주] 진옥동 회장, ‘1등’ 담금질 안 끝났다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올해 상반기가 끝나가면서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의 2025년 경영 시계도 반환점을 돌았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새 정부 출범, 밸류업, 내부통제를 중심으로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의 성과와 과제를 짚어본다. 진옥동 신한지주 회장이 금융지주 1위 사수를 위한 몸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진 회장은 외형, 손익 등 숫자로 결정되는 '1등'이 아닌 고객과 사회가 인정하는 '일류신한'을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신한지주가 KB금융지주와 1위 자리를 두고 격전을 벌였던 만큼, 현재 1위인 KB를 상대할 만한 유일한 적수는 신한금융이라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지주 주가는 올해 초 4만7750원에서 이달 현재 6만1000원으로 27.7% 상승했다. 절대적인 숫자만 보면 신한지주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지만, 우리금융지주(45%), 하나금융지주(45%), KB금융(34.7%) 등 경쟁사 대비로는 열위에 있다. 신한지주의 실적이 KB금융에 이어 2위인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주가 성적표는 주주들 입장에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신한지주는 1분기 순이익 1조4883억원으로 KB금융(1조6973억원)과의 격차가 크지 않다. 하나금융지주(1조1277억원), 우리금융지주(6156억원)와 비교해도 신한지주가 우위에 있다. 그러나 1분기 주당배당금을 보면 KB금융지주(주당 912원), 하나금융지주(주당 906원)와 달리 신한지주는 570원에 그쳤다. 신한지주가 금융권 최초로 분기배당·균등배당을 도입했지만, 과거 유상증자로 발행주식총수가 늘어 공격적으로 배당금을 지급하는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신한지주 주가가 탄력을 받고, 배당금을 늘리기 위해서는 주식 수를 감축하는 것이 필수다. 신한지주는 자사주 취득 및 소각을 통해 유통주식수를 주식 수를 2023년 말 5억1275만주에서 2024년 말 4억9900만주, 2027년 4억5000만주까지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러한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주가 상승 폭이 경쟁사 대비 더딘 지금이 오히려 적기라는 게 금융권 안팎의 분석이다. 주가가 낮으면 낮을수록 같은 자금으로 더 많은 주식을 취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 회사는 작년 말 기준 유통주식수를 4억9294만주로 감축하는데 성공했다. 유형자본에 대한 주당가치를 뜻하는 TBPS는 2023년 말 9만2642원에서 3월 현재 10만2966원으로 올랐다. 신한지주가 계획대로 2027년 주식 수를 4억5000만주로 줄일 경우 그해 말 TBPS는 13만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산된다. 신한지주는 올해 경영계획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끌어올리고, 속도감 있는 주주환원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최근 신한카드가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등 신한금융 각 계열사가 사업 구조 개편에 칼을 든 것도 그룹의 경영계획에서 촉발됐다. 이 가운데 지난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자산건전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던 일부 자회사들이 올해부터는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지 주목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지난해 실적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로 올해부터는 그룹 전반적으로 이익증가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실제 작년 한 해 신한자산신탁(2808억원), 신한캐피탈(1602억원), 신한투자증권(978억원)을 포함해 신한금융 계열사에서 추가로 쌓은 충당금만 5532억원에 달한다. 일단 올해 시작은 나쁘지 않다. 신한투자증권이 1분기 순이익 1079억원으로 전분기(-697억원)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신한자산신탁은 작년 한 해 3086억원 적자에서 올해 1분기 순이익 54억원으로 턴어라운드했다. 특히 신한금융 주주들은 진옥동 신한지주 회장이 각종 금융사고와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도 타사 경영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준 점을 높이 사고 있다. 진 회장이 타사와 경쟁하기 위해 무리하게 목표를 설정하지 않고, 경영효율성 제고, 자산건전성 관리 등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은 주주들과의 신뢰가 바탕이 됐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식 수가 줄어들면 주당배당금은 ROE 등 각종 지표들도 눈에 띄게 개선된다"며 “(신한지주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 비은행 자회사 정상화 등의 노력들은 아직 초입단계로, (지주사는 물론 각 자회사에서도) 해당 과제들을 잘 완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상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반환점 돈 금융지주] 양종희 회장, 주주들 ‘밸류’ 높였다...넥스트 무기는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올해 상반기가 끝나가면서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의 2025년 경영 시계도 반환점을 돌았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새 정부 출범, 밸류업, 내부통제를 중심으로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의 성과와 과제를 짚어본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밸류업, 내부통제, 실적 등 경영지표에서 1등을 유지 중인 가운데 AI 경쟁에서도 이러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KB금융의 경우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완성한 만큼 양 회장이 AI를 비롯한 신성장 분야에서도 경영 색깔을 드러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양 회장이 최근 AI 관련 회의를 수시로 주재하며 신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AI 기술을 통해 비즈니스에서 실질적인 가치를 수립하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AI에 대한 양 회장의 집념은 작년 말 정기 조직개편에서 이미 가시화됐다. 당시 KB금융은 디지털 플랫폼, AI, 데이터를 아우르는 컨트롤타워인 '디지털혁신부'를 신설하고, 생성형 AI를 비즈니스에 본격적으로 접목하고자 기존 금융AI센터를 금융AI 1센터, 금융AI 2센터로 확대 재편했다. KB금융은 지주의 AI본부와 DT본부를 통합해 'AI·디지털본부'로 조직을 개편했다. 해당 그룹은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 겸직 조직으로, 약 400여명의 직원들이 근무하며 KB금융그룹 전체 AI·DT 전략을 총괄 중이다. AI 조직의 틀을 잡은 양 회장은 그룹의 임직원들에게 AI 관련 인사이트와 철학을 꾸준히 주입하고 있다. AI 기술을 고도화하는 과정에서도 '고객'과 '현장'을 중심에 둬야 한다는 취지다. 양 회장은 올해 상반기 그룹 경영진 워크숍에서 “KB에 가야 금융AI를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어야 하고, 금융 AI라고 하면 KB를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며 투자의 필요성을 설파했다. 내부 부서장 회의에서는 “AI를 일하는 실전 인재로 활용할 수 있도록 채용하라"고 주문했다. KB금융이 최근 '그룹 공동 생성형 AI플랫폼'(이하 KB GenAI)을 오픈한 것은 양 회장 메시지에 따른 결과물이다. 해당 플랫폼으로 IT 개발 경험이 전혀 없는 직원들도 자신만의 AI 에이전트를 직접 만들어 실무에 적용할 수 있게 됐다. KB금융은 향후 3년 내 자산관리(WM), 개인금융, 기업금융 등 그룹 주요 17개 업무 영역에 걸쳐 90여개 에이전트를 단계적으로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사실 KB금융은 이미 다른 지주사 대비 손해보험, 생명보험, 증권 등 비은행에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탓에 양 회장이 시급하게 해결할 과제는 많지 않다. KB금융 주가가 올해 들어 약 38%가량 급등했고, KB금융의 1분기 순이익이 1조6973억원으로 금융지주 1위를 달성한 것이 대표적이다. 주가가 오른 배경에는 KB금융이 우수한 이익창출력을 바탕으로 밸류업 모멘텀을 강화할 것이라는 복합적인 시장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반대로 KB금융이 경쟁사에 비해 AI와 같은 신기술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적, 물리적인 여유가 있다는 뜻이다. 양 회장 입장에서도 내년 11월 임기 만료까지 적잖은 시간이 남아 있다. 이에 따라 양 회장은 밸류업, 실적 등 다방면에서 KB금융의 1위 자리를 지키는 한편, 생성형 AI에서도 KB만의 기술력을 보여주는데 매진할 전망이다. 다만 AI 성적표는 분기 실적처럼 단기간에, 가시적으로 완성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를 종합할 때 금융권 안팎에서는 양 회장이 자신의 경영 밑그림을 실제 현장에 녹이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양 회장이 본인의 경영 어젠다를 계속 업데이트하면서 인고의 시간을 보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KB금융은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토대로 순항하고 있고, (양 회장의) 임기에도 어느 정도 여유가 있다"며 “겉으로 보기에 KB금융은 (타 지주사 대비) 박진감이 넘친다고 볼 수 없지만, (양 회장 입장에서는) 자신의 경영 어젠다를 업그레이드하며 그룹 전체의 그림을 그리는데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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