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시급한 환경문제는?”…국민 57.5% ‘기후변화’ 응답 [기후 리포트]

우리 국민이 가장 시급한 환경 문제로 인식하는 것은 기후변화이고, 국민 대다수가 일상 생활에서 기후변화의 영향을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조사 결과는 한국환경연구원(KEI)이 최근 공개한 '2025 국민환경의식조사 보고서'(연구진 염정윤·강선아)를 통해 밝혀졌다. 이번 조사는 전국 만 19~69세 성인 남녀 3008명을 대상으로 2025년 9월 24일부터 10월 15일까지 진행됐다. 온라인 패널을 활용한 웹 조사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8%다. KEI는 국민의 환경 인식과 행동 변화를 시계열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2012년부터 매년 장기 추적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5년 단위로 응답 패널을 유지해 해당 기간의 시계열 분석도 가능하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기후변화와 함께 '기후테크'에 대한 인식을 별도 조사 항목으로 포함, 변화하는 정책 환경과 사회적 관심을 반영했다. ◇ “기후변화가 가장 시급"…다른 환경문제 압도 지난해 조사 결과, 응답자의 57.5%가 '가장 중요한 환경문제'로 기후변화를 꼽았다. 이는 쓰레기·폐기물(47.9%), 대기오염·미세먼지(42.7%)보다 높은 수치를 보여준다. '기후변화' 문제는 2024년에 이어 가장 중요한 환경문제로 꼽혔지만, 2024년 68.2%에 비해 10.7%P 하락했다. '쓰레기·폐기물 처리 문제'나 '대기오염·미세먼지 문제' 역시 2024년과 비교해 비중이 하락했다. 반면, '생활 속 유해 화학물질'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9.0%로 2024년(20.0%)보다 9.0%P 증가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홍수 및 가뭄'(17.2%), '환경 불평등'(10.0%)이라는 응답도 2024년보다 증가했다. 이는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 다양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우리 국민은 기후변화는 더 이상 미래의 위험이 아니라 현재의 현실로 인식하고 있었다. 응답자의 80% 이상이 일상생활에서 기후변화를 체감한다고 답했고, 70.7%는 이미 부정적 영향을 경험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경제적 영향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가계 지출이 증가했다고 느끼는 항목으로는 냉난방비 등 에너지 비용이 70.2%로 가장 많았고, 식료품비(65.3%)와 의료비(52.6%) 역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기후위기가 환경 문제를 넘어 '민생 문제'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국민이 가장 심각하게 느끼는 이상기후 현상은 폭염(67.1%)과 집중호우(52.1%)로 나타나, 극단적 기상 현상이 체감도를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으로 분석된다. ◇기후변화 인식, '불안'이 지배적 감정 기후위기에 대한 국민 감정은 전반적으로 부정적이다. 가장 많이 나타난 감정은 '불안'(73.1%)이었고, 미안함(64.5%), 분노(59.9%), 무력감(57.2%)이 그 뒤를 이었다. 이는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이 단순한 정보 수준을 넘어 정서적 반응으로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기후변화 적응' 분야—폭염·홍수 대응 인프라 구축 등—에 대한 요구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는 △기후변화 적응 정책(폭염·홍수 대응 등) 46.7% △자연환경 보전 28.5% △기업 규제 및 책임 강화 25.6%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완화(온실가스 감축)'보다 이미 발생하는 피해를 줄이는 '적응 정책'의 시급성을 국민이 체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조사에서 처음 조사한 기후테크의 경우 인지도는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20대 인지도는 20.4%, 반면 60대는 8.5%에 그쳐 세대 간 격차가 두드러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테크가 기후변화 대응 수단으로 필요하다는 인식은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를 “기술 기반 대응에 대한 잠재적 수용성은 확보되어 있으나, 정보 접근성과 이해도가 부족한 초기 단계"로 평가했다. 또한 기후테크 산업 성장의 주요 장애 요인으로는 △높은 비용 △기술 상용화 불확실성 △정책 및 제도 미비 등이 지적됐다. 이는 향후 정책 지원과 투자 확대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환경보다 경제"…우선순위 역전 흐름 이번 조사에서 주목할 또 하나의 변화는 환경과 경제 사이의 우선순위 이동이다. 환경보전을 우선해야 한다는 응답은 2023년 52.4%에서 2025년 42.2%로 크게 감소했다. 반면 경제성장을 우선시하는 응답은 18.5%에서 19.6%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는 고물가와 경기 둔화 등 경제적 압박이 장기화되면서, 환경 가치보다 현실적 생계 문제를 우선시하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로 해석된다. 실제로 보고서는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2022년 74.2%로 정점을 찍은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2025년 68.7%를 기록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조사를 통해 우리 국민의 기후위기 체감도(80.6%)와 문제 인식(57.5%)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지만, 경제적 부담 속에서 환경보전의 우선순위는 오히려 42.2%로 낮아지는 특징을 보였다. 이는 고물가와 경기 불안 속에서 국민들이 현실적 생계 문제를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이번 조사는 기후 위기가 단순한 환경문제가 아니라 가계경제를 직접 압박하는 민생 문제로 전환되고 있고,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의 환경정책은 산업과 민생, 복지 등을 아우르는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정책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향후 정책이 △에너지 안전망 강화 △취약 계층 지원 △생활밀착형 감축 정책 등을 결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즉 '경제와 환경의 동시 달성'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는 의미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 리포트] 빌딩 벽면의 변신…전기 생산하고, 냉방 수요도 줄이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의 FKI타워(구 전경련회관). 지상 50층, 지하 6층 규모인 이 건물은 10년 전 미국 소재 웹사이트 아메리칸 아키텍처 닷컴이 '올해의 빌딩(Building of the Year)'에 선정되는 등 국내외에서 여러 차례 건축 관련 상을 받았다. 2013년 준공된 이 건물은 건물 일체형 태양광 발전 설비시스템을 갖춰 건물 유리벽면 전체와 옥상 부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태양광 패널은 전체 3279개로, 여기서 생산된 전력은 빌딩 조명에 필요한 전력 60~70%를 충당한다. 여름철에는 사무실 내부로 들어오는 뜨거운 햇빛이 들어오는 것을 최소화하고, 겨울철에는 햇빛이 잘 들어오게 하는 커튼월 시스템을 도입했다. 전 세계적으로 폭염과 전력 수요 급증이 동시에 심화되는 가운데, 건물의 '벽면'을 활용한 새로운 태양광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옥상 중심 태양광을 넘어, 건물 외벽 자체를 발전 설비로 전환하는 건물 파사드 일체형 태양광(building façade photovoltaics, FIPV)이 도시 에너지 시스템과 기후 대응 전략을 동시에 바꿀 수 있는 핵심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과학원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기술이 단순한 재생에너지 확보 차원을 넘어 도시의 기후 회복력을 강화하는 복합적 솔루션임을 정량적으로 입증했다. ◇건물 외벽 일체형 태양광(FIPV)은 건물의 외장재 자체를 태양광 발전 기능을 가진 재료로 대체해 외벽이 곧 전력 생산 설비로 작동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이는 단순히 태양광 패널을 부착하는 방식이 아니라, 건축 외피와 발전 시스템을 구조적으로 통합하는 것이 핵심이다. FIPV는 콘크리트 벽면에 적용되는 불투명형 패널과 창문에 적용되는 반투명 태양광 유리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설치 과정에서는 외벽 구조 안전성, 풍하중, 내구성을 고려한 설계가 필요한데, 전력 생산을 위한 배선과 인버터 등 전기 시스템이 함께 구축하게 된다. 또한 패널과 외벽 사이에 공기층을 두어 과열을 방지하고 단열 성능을 높이는 열 관리 설계도 중요하다. 특히 고층 건물이 밀집한 도시에서는 옥상보다 넓은 외벽 면적을 활용할 수 있어 공간 제약을 극복할 수 있다. FIPV는 건물을 단순한 에너지 소비 공간이 아니라 에너지를 생산하고 절감하는 복합적인 인프라로 전환시키는 기술로 평가된다. ◇전 세계 잠재력 732TWh… “도시 자체가 발전소로" 연구팀은 위성 기반 건물 데이터와 3차원 시뮬레이션을 결합해 전 세계 FIPV 잠재력을 분석했다. 그 결과, 현재 기술 조건에서 FIPV는 연간 약 732.5TWh(테라와트시, 1TWh=10억 kW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에 300kWh의 전력을 사용하는 가구를 기준으로, 2억 가구 이상이 연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이다. 연구팀은 “이는 단순히 새로운 발전원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 내부에서 에너지를 '생산-소비'하는 구조로 전환하는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한다. 특히 건물 외벽 면적은 옥상보다 훨씬 넓기 때문에, 기존 태양광의 공간 제약을 근본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FIPV는 일반 태양광과 달리 직사광보다 산란광(diffuse radiation)에 더 크게 의존하는 특성을 보여, 고층 건물이 밀집된 도시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발전이 가능하다. ◇전력 생산 + 냉방 절감… “에너지 수요 자체를 줄인다" 이 기술의 핵심은 단순 발전이 아니다. FIPV는 건물 외피 역할을 수행하며 동시에 차양(shading)과 단열(insulation) 기능을 제공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연간 약 295.6TWh의 전력 절감 효과가 발생하는데, 이는 건물 전력 사용량의 평균 8.1%를 줄이는 수준이다. 건물 외벽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은 태양의 직사광선을 차단해 실내로 열이 들어오는 것을 줄이고, 동시에 추가적인 열저항층 역할로 냉방 부하를 감소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효과는 특히 폭염 시기에 중요하다. 냉방 수요가 급증하는 순간, FIPV는 전력 생산과 수요 억제를 동시에 수행해 전력망의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이중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 ◇2050년 최대 37.7Gt 감축… “작은 온도, 큰 의미" FIPV가 본격적으로 확산할 경우 기후변화 완화 효과도 상당하다. 논문에 따르면 2050년까지 누적으로 최대 37.7Gt(기가톤, 1Gt=10억톤)의 이산화탄소(CO₂), 377억톤을 감축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1년에 배출하는 전체 온실가스의 양이 CO₂로 500억 톤인 점을 고려하면 결코 적은 양이 아니다. 연구팀은 이같은 감축으로 지구 온난화를 약 0.052°C 억제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0.05°C라는 수치는 작아 보일 수 있지만, 기후 시스템에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는 기후 임계점(tipping point)에 도달하는 시점을 지연시키는 '시간 확보' 효과로 해석된다. ◇경제성: “비싸지만 결국 이익"… 80% 지역에서 순지출 감소 FIPV의 가장 큰 논쟁은 경제성이다. 실제로 균등화 발전 단가(LCOE)는 kWh당 약 0.147달러로, 대규모 태양광(약 0.044달러)보다 높은 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총 비용'이 아니라 '총 효과'다. 연구 결과, 전 세계 도시의 80% 이상에서 생애 주기를 통해 지출이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력 생산과 냉방 부하 감소 효과를 합산했을 때, 시스템 수명(25년) 동안 전체적으로 비용이 절감된다는 얘기다. 마찬가지로 25년을 기준으로 평균 내부수익률(IRR)은 세계 평균이 약 6.45%로 나타났는데, 이는 안정적인 투자 수익률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일부 지역(서유럽, 남아시아, 브라질)은 15%를 초과해 매우 빠른 자금 회수와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냉방 절감이라는 '보이지 않는 수익'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즉, FIPV는 발전 설비이면서 동시에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건축 자재라는 이중적 성격을 가진다. ◇한국에 주는 시사점: “좁은 국토의 해법이 될 수 있다" 이 연구는 특히 한국과 같은 국가에 전략적 의미가 크다. 한국은 좁은 국토에 인구 밀도가 높고, 고층 건물이 밀집된 도시 구조를 갖고 있다. 이러한 조건은 전통적인 대규모 태양광 확대에 불리하지만, FIPV에는 오히려 유리하다. 논문에 따르면 한국의 FIPV 잠재력은 연간 약 10.7TWh로, 세계 10권 내에 들어간다. 한국은 특히 ▲공간 제약 해결: 옥상 대신 벽면을 활용함으로써 토지 문제를 회피할 수 있고, ▲도심형 분산 전원 구축: 도심에서 직접 생산·소비가 가능해 송전망 부담을 줄일 수 있으며, ▲폭염 대응 효과: 여름 냉방 수요가 큰 한국에서 에너지 절감 효과를 직접적으로 얻을 수 있. 다만 다만 한계도 존재 한다. 한국은 중위도 기후로, FIPV 효과가 열대 지역보다 다소 제한될 수 있다. 특히, 겨울철에는 태양열 유입이 줄어들어 난방 수요를 늘리는 방향을 작용, 순절감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가스 및 지역난방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이러한 부정적 효과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발전소가 아니라 도시 인프라의 재정의" 이번 연구는 FIPV를 단순한 태양광 기술이 아니라, 에너지·건축·기후 대응이 결합된 '통합 인프라'로 정의한다.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를 줄이며, 도시 열섬을 완화하고, 탄소를 감축하는 복합적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특히 정책적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초기 투자비 절감을 위한 세제 혜택, 탄소배출권 보상, 도시 설계 인센티브 등이 결합될 경우 FIPV는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 리포트] 과거 30년 배출한 온실가스 51조 달러의 경제 피해 유발

과거에 개인과 기업, 국가 단위에서 배출한 탄소가 이미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발생시켰고, 미래에도 대기 중에 남아서 훨씬 큰 손실을 발생시킬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특히 1990~2020년 사이에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해 현재까지 51조 달러(7경7000조원) 이상의 경제 피해를 유발했고, 이렇게 배출된 온실가스가 향후 2100년까지 지금까지 피해의 10배를 유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도어(Doerr) 지속가능성대학원 연구진은 최근 '네이처'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과거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현재와 미래 경제에 미치는 피해를 화폐 단위로 정량화하는 통합 프레임워크를 제시했다. 개인과 기업,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 책임을 구체적으로 따진 이번 연구의 결론은 기후변화 논의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탄소는 부채다"…미래까지 이어지는 경제적 책임 연구진은 탄소 배출을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시간에 따라 피해를 발생시키는 '경제적 부채'로 규정했다. 이 프레임워크에 따르면, 과거 배출로 이미 발생한 손실보다, 해당 배출이 미래에 초래할 손실이 최소 10배 이상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후변화가 단발적 충격이 아니라 경제 성장률 자체를 지속적으로 낮추는 구조적 요인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현재의 배출은 미래 경제에 대한 일종의 '지연된 비용 청구서'인 셈이다. 논문의 분석에 따르면 개인의 소비 행동 역시 구체적인 경제적 피해로 환산된다. 특히 2022년 기준 개인 전용기 사용으로 인한 탄소 배출량을 분석한 결과,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아마존 창업자), 일론 머스크(테슬라 CEO), 테일러 스위프트(팝스타), 플로이드 메이웨더(복서), 제이 지(래퍼) 같은 인물이 상위권에 포함됐다. 이들은 모두 개인 전용기 사용으로 인해 오는 2100년까지 각각 100만 달러(약 15억 원) 이상의 미래 경제적 손실을 유발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일반 개인의 행동에서도 구체적인 비용이 산출된다. 장거리 항공편 연 1회(10년 지속)는 약 2만5000달러, 육류 소비 지속은 수천 달러 규모 추가 피해를 유발한다. 반대로 채식 전환, 에너지 효율 개선 등은 각각 약 6000달러의 피해 감소 효과를 나타낸다. 이는 개인의 소비 선택이 단순한 생활 방식이 아니라 전 지구적 경제 손실과 직접 연결되는 행위임을 보여준다. ◇기업 책임 순위: '탄소 메이저'의 압도적 영향 기업 단위에서는 화석연료 기업들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연구는 1988~2015년 누적 배출량을 기준으로 기업별 책임을 분석했다. 주요 기업 순위 (경제적 피해 기준)를 보면, 1위은 사우디 아람코(사우디아라비가 국영 석유기업)로 2020년까지 약 3조 달러 피해를 유발했고, 2100년까지 약 64조 달러 추가 피해를 발생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엑슨모빌(미국 석유기업)은 2020년까지 약 1.6조 달러의 피해를 유발했고, 미래에도 약 29조 달러의 피해를 더 가져올 것이다. 이밖에도 가즈프롬(러시아 가스기업), 이란 국영석유회사(이란 국영석유), 페멕스(멕시코 국영석유), 인도석탄(인도 국영석탄), 쉘(글로벌 석유기업), BP(영국 석유기업), CNPC(중국 국영석유), 쉐브론(미국 석유기업) 등이 앞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기업의 공통적으로 이미 발생한 피해보다 미래 피해가 압도적으로 크다는 점이다. ◇국가별 책임 순위: 가해국과 피해국의 역설 국가 단위 분석에서는 1990년부터 2020년까지의 누적 배출을 기준으로 경제적 피해를 산출했다. 배출 책임이 큰 국가(가해국) 순위에서 1위는 미국으로 약 10조1800억 달러의 피해를 끼쳤다. 2위는 중국으로 8조7000억 달러, 3위 유럽연합(EU)은 약 6조4200억 달러, 4위 브라질은 약 3억 5500억 달러, 5위 러시아는 약 3조 2700억 달러 규모의 피해를 유발한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은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입은 피해 규모가 국가(피해국) 순위에서도 1위를 차지했는데, 피해를 입은 규모가 약 16조 2000억 달러에 이르렀다. 2위는 유럽연합으로 약 7조5700억 달러, 3위는 중국으로 6조5500억 달러의 피해를 입었다. 4위 일본은 3조8500억 달러, 5위 인도 2조8400억 달러의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은 최대 가해국이면서 동시에 최대 피해국으로 나타났다. 경제 규모가 클수록 손실의 절대 금액도 커진다는 것 특징이다. 또, 배출과 피해는 국가 간에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한국의 경우는 중위권에서 '가해국이자 피해국'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은 배출 책임에서 약 7200억 달러(1086조원)로 중상위권(16위)이었고, 피해 규모는 약 8300억 달러(1252조원)로 12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글로벌 배출로 인해 상당한 피해를 입은 국가이면서, 동시에 다른 국가에 유의미한 경제적 피해를 입힌 국가인 셈이다. ◇기후 문제는 이제 '정산 가능한 경제 문제' 이 연구는 기후변화를 윤리적 논쟁에서 경제적 책임 문제로 전환시켰다. 개인은 소비를 통해, 기업은 생산을 통해, 국가는 산업 구조를 통해 각각 정량화 가능한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다. 또한 중요한 사실은 이미 발생한 피해보다, 앞으로 발생할 피해가 훨씬 더 크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과거 탄소 배출이 미래에 초래할 경제적 손실은 이미 발생한 피해보다 10배 이상 크기 때문에, 단순히 과거의 피해를 보상하는 것만으로는 배출에 따른 전체 '기후 부채'를 결코 청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지금은 단순한 환경 대응이 아니라 미래 경제 손실을 얼마나 줄일 것인가를 고려한 정책 선택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 리포트] 온난화 적응하느라 작아진 생선…인류 식탁은 텅 비어

가파르게 진행되는 기후 변화에 바다 물고기가 적응하느라 크기가 작아지면서 전 세계 어획량이 크게 줄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지구 온난화가 해양 생태계와 인류의 식량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근본적으로 재해석한 연구 결과다. 폴란드 야기엘로니안대학교와 호주 모나시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발표한 논문에서 온난화에 대한 어류의 '진화적 적응'이 오히려 전 세계 어획량 감소를 가속화한다는 점을 정량적으로 입증했다. 이는 기존 수산자원 예측 모델이 간과해온 핵심 변수로, 향후 식량 안보 논의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결과로 평가되고 있다. ◇“더 빨리 자라고, 더 빨리 번식하고, 더 작아진다" 연구팀에 따르면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 어류의 대사율이 증가하고 자연 사망률이 높아진다. 이러한 환경에서 물고기들은 생존과 번식 확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생애 전략 자체를 바꾸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구체적으로 어린 시기에는 빠르게 성장하지만, 과거보다는 훨씬 이른 시점에 성숙 단계에 도달한다. 문제는 성숙 시점이 앞당겨질수록 성장에 쓰이던 에너지가 번식으로 전환된다는 점이다. 그 결과 성체의 최대 몸 크기는 눈에 띄게 작아진다. 이러한 변화는 개체 수준에서는 변화에 잘 적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더 일찍 번식하면 생존 확률이 낮은 환경에서도 유전자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관점에서는 정반대 결과를 낳는다. 어획 대상이 되는 개체의 크기가 줄어들면서 전체 어획량이 급감하기 때문이다. 물고기를 더 많이 잡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물고기가 성장보다 번식에 에너지를 더 많이 쏟으면 바다 전체의 물고기 양, 즉 생물량(biomass)은 과거보다 줄게 된다. 어획량을 채우기 위해 남획이라도 하게 되면, 물고기 크기는 더 작아지고, 어획량은 더 줄게 된다. ◇“진화를 고려하면 어획량 감소 더 뚜렷" 연구팀은 전 세계 주요 43개 어종을 대상으로 기후 시나리오별 어획량 변화를 모델링했다. 그 결과, 단순히 수온 상승의 직접적 영향만 고려할 경우 어획량은 약 1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기에 어류의 진화적 적응을 포함하자 감소폭은 22%로 확대됐다. 이는 진화가 기후변화로 인한 수산자원 손실을 약 50% 추가로 악화시킨다는 의미다. 특히 온실가스 고배출 경로(시나리오, SSP3-7.0)에서는 세기말까지 어획량이 약 30%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반대로 저배출 경로(SSP1-2.6)를 따를 경우 연간 약 1800만 톤의 어획량을 보전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어획량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 물고기의 크기 감소는 해양 생태계 전체를 흔드는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 생태계에서 포식 관계는 주로 몸 크기에 의해 결정된다. 상위 포식자의 크기가 줄어들면 먹이 생물을 통제하는 능력이 약화된다. 실제로 북서대서양 스코샤붕 해역에서는 상위 포식자의 평균 크기가 약 40% 감소하자, 먹이 생물의 생물량이 300% 증가하는 현상이 관측된 바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다시 플랑크톤 구조를 변화시키며, 결국 생태계 전체의 에너지 흐름을 재편한다. 더 나아가 과거의 먹이였던 종이 포식자의 어린 개체를 잡아먹는 '관계 역전' 현상까지 발생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생태계는 바다가 아니라 담수(민물) 환경으로 나타났다. 민물 생태계는 해양보다 온도 상승 폭이 더 크고 변동성이 높아, 어류의 진화적 압력이 더욱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몸 크기 감소와 생태계 변화가 가장 극단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식탁도 직격탄… 명태·고등어·멸치 모두 영향권 이번 연구는 한국 수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시사한다. 분석 대상 43개 어종에는 한국에서 소비 비중이 높은 주요 어종이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명태는 최대 체중이 약 12% 감소하고, 이에 따라 연간 약 50만 톤의 어획량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외에도 고등어·멸치·갈치·참조기·대구·전갱이·꽁치·청어·가다랑어·까나리 등 한국 연근해 주요 어종 대부분이 동일한 경로의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어종은 공통적으로 “더 빨리 자라지만 더 작아지는" 방향으로 진화하며, 결과적으로 생산량 감소와 가격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연구팀은 1990년대 북대서양에서 발생한 대구(대서양대구) 어획 붕괴 사례를 중요한 교훈으로 제시한다. 당시 대구 개체군은 과도한 어획과 환경 변화로 급감했고, 이후 어획을 중단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체군은 과거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개체 수 감소가 아니라, 생태계가 '새로운 안정 상태'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먹이사슬 구조가 바뀌고, 작은 개체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회복 경로 자체가 차단된 것이다. 연구팀은 기후변화로 인한 '소형화 진화' 역시 이와 유사한 비가역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물고기를 '진화하는 존재'로 봐야 한다" 이번 연구는 기후 변화가 단순히 “물고기의 양"을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물고기의 존재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 우리가 식탁에서 마주하는 생선의 크기 변화는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기후 위기가 생태계와 식량 시스템에 보내는 구조적 경고인 셈이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기존 수산 관리 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금까지의 모델은 물고기를 '환경에 반응하지만 진화하지는 않는 존재'로 가정해 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기후 변화와 어획 압력이 결합해 매우 빠른 진화적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진화적 변수를 포함한 수산자원 모델 도입 △어획 압력의 전략적 조절 △대형 개체 보호를 통한 유전적 다양성 유지 △생태계 기반 관리 접근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기후 정책이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으로 지목된다. 기후변화를 막지 못한다면 미래의 바다는 물고기가 '존재하지만 잡히지 않는' 공간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재앙 피하려면 온실가스 배출 ‘제로’로 부족…‘마이너스’가 필요

오늘날 전 세계는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넷제로(Net-zero)' 달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최신 과학 연구는 단순히 배출량 0으로 줄이는 것만으로는 이미 시작된 기후 변화의 시계바늘을 멈추기에 부족하다고 경고한다. 이제는 이미 대기 중에 쌓여 있는 온실가스를 직접 흡수해 제거하는 마이너스 배출, 즉 '네거티브 배출(negative emissions)'이 필수인 시대가 됐다는 얘기다. ◇멈추지 않는 기후 시계: 왜 '감축'만으로는 부족한가 인류가 오늘 당장 온실가스 배출을 완전히 중단하더라도 지구의 기온 상승과 그로 인한 피해는 즉각 멈추지 않는다. 이미 지구 대기 중에 차 있는 온실가스가 쉽게 사라지지 않고 기온을 계속 올릴 것이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 국제응용시스템분석연구소(IIASA)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연구팀은 지난 1월 '환경 연구 회보(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발표한 논문에서 “온도가 안정화된 후에도 해수면 상승(SLR)이나 영구동토층 해빙(PFT)과 같은 '지연된 기후 영향(Time-lagged impacts)'이 수 세기 동안 계속해서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를 '관성에 의해 움직이는 자동차'에 비유한다. 이미 속도가 붙은 기후 재앙이라는 차를 세우기 위해서는 단순히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배출 감축)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브레이크를 밟아야 차를 재빨리 세울 수 있는 것처럼 강력한 '브레이크' 역할인 네거티브 배출을 통해 대기 중 탄소 농도를 직접 낮춰야만 기후재앙을 멈출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인류가 넷제로 달성 이후에도 수백 년간 순배출량이 마이너스(-)가 되는 '순 네가티브 배출(Net-negative)'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아다. ◇10년 앞당겨진 데드라인과 '예방적' 탄소 가격 기후 시스템의 불확실성은 우리에게 더 빠른 행동을 요구한다. IIASA 연구팀은 지난달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한 논문에서 “기후 리스크를 사전에 방지하려면, 넷제로 달성 시점은 기존 계획보다 약 10년 정도 앞당겨진 2041년경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논문은 기후 위기를 일종의 보험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2030년 탄소 가격을 현재 예측치보다 대폭 높은 톤당 425달러 수준으로 인상하는 '예방적 프리미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탄소 제거 기술(CDR)의 조기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탄소 배출에 아주 높은 세금을 물려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미래 세대가 짊어져야 할 막대한 복구 비용을 현재 세대가 분담하는 세대 간 형평성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법적 의무가 된 기후 보호와 국가 간 형평성 네거티브 배출은 단순한 도덕적 권고를 넘어 법적 책임의 영역으로 들어서고 있다. 지난해 7월 국제사법재판소(ICJ)는 기후변화협약 가입국들은 온실가스 배출로부터 기후 시스템을 보호해야 할 구속력 있는 의무가 있고, 상당한 해악을 방지하기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권고 의견을 냈다. IIASA 연구팀은 이러한 법적 판단이 결국 국가 간에 '탄소 제거 의무(carbon removal obligations)'를 공정하게 분담하는 제도적 설계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각 국가의 역사적 배출 책임과 경제적 능력을 고려해, 정치적 주기와 상관없이 수 세기 동안 지속될 수 있는 강력한 거버넌스가 뒷받침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탄소 제거 기술'의 두 얼굴: 자원 고갈과 환경 영향 하지만 네거티브 배출을 실현하기 위한 기술이 장밋빛 미래만을 약속하는 것은 아닙니다. 스페인 칸타브리아 대학교와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교 연구팀은 이달 초 '커뮤니케이션스 지구와 환경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0'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탄소 제거 기술의 잠재적 부작용을 경고했다. 직접공기포집(DACCS)과 같은 화학적 제거 기술은 대규모 인프라 구축을 위해 니켈(Ni)과 바륨(Ba) 같은 핵심 광물의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켜 자원 공급망에 무리를 줄 수 있다. 또한 생물학적 제거 기술(BECCS)이나 바이오차(Biochar)의 경우, 대규모 경작에 필요한 칼륨(K) 등의 비료 자원 수요를 최대 70%까지 높여 식량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심지어 조림(Forestation) 역시 기후 변화로 인한 산불 위험 증가를 낳게 되고, 저장된 탄소가 다시 배출될 위험이 크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기후 안정을 위한 정책 제안 전문가들은 탄소 제거 기술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네거티브 배출을 성공시키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 대안을 제시한다. 첫째, 배출돼 대기에 있는 온실가스를 제거하기에 앞서 배출 자체를 미리 줄이는 데 우선을 둬야 한다. 둘째, 지역적 특성에 맞는 최적의 기술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특정 기술의 독점을 피하고 토지, 물, 광물 자원의 가용성을 고려하여 환경 영향을 분산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셋째, 자원 순환 경제를 강화해야 한다. 탄소 제거 설비에 필요한 금속 자원의 재활용률을 극대화하고, 폐기물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사용하여 자원 경쟁을 완화해야 한다. 결국 네거티브 배출은 인류가 저지른 과거의 실수를 바로잡고 미래 세대에게 안전한 지구를 물려주기 위한 고통스러운 선택인 셈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공사장 터파기 때 나온 흙도 온실가스 배출원”

도시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량의 굴착 토양이 그동안 거의 주목받지 않았던 새로운 탄소 배출원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하철·하수관·건물 공사장에서 터파기로 파낸 흙이 지표면에 쌓여 있을 경우 토양 유기물이 빠르게 분해되면서 상당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굴착 토양을 일종의 숯인 바이오차(biochar)와 혼합한 뒤 깊게 매립하는 방식을 적용하면 탄소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경희대학교 응용환경공학과 유가영 교수 연구팀은 서울의 대규모 재개발 지역에서 발생한 굴착 토양을 대상으로 이산화탄소(CO2)와 메탄(CH4) 배출을 실측하고, 이를 줄일 수 있는 관리 방안까지 제시하는 내용의 논문을 최근 국제학술지 '바이오차'에 발표했다. ◇도시 굴착 토양이 새로운 탄소 배출원 연구팀이 국내 재개발 지역에서 굴착 토양을 조사한 결과, 지표면에 노출된 굴착 토양은 연간 헥타르(㏊)당 약 12.78톤의 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이산화탄소이고, 일부는 메탄이었다. 굴착 과정에서 토양이 뒤집히면 공기 접촉이 늘어나고 온도가 상승해 미생물 활동이 활발해진다. 그 결과 토양 속 유기물이 빠르게 분해되면서 이산화탄소나 메탄이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특히 메탄은 배출량 자체는 많지 않지만 지구온난화지수(GWP)가 이산화탄소의 20배 이상으로 매우 높기 때문에 기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연구에 따르면 굴착 토양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기후 영향 가운데 약 15~22%는 메탄이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기후 변화 추세가 계속되면 이러한 배출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폭염은 미생물 활동을 증가시켜 이산화탄소 배출을 늘리고, 장마나 집중호우 때는 토양을 혐기성 상태로 만들어 메탄 발생을 촉진한다. 즉 굴착 토양은 기후 변화와 상호작용하면서 온실가스 배출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깊은 매립'이 토양 탄소 분해를 억제 연구진이 제안한 첫 번째 해결책은 굴착 토양을 깊게 매립하는 토양 캡핑(soil capping) 방식이다. 이는 탄소가 풍부한 굴착 토양을 지표면 아래에 묻고 그 위를 탄소 함량이 낮은 토양으로 덮어 외부 환경과의 접촉을 줄이는 방법이다. 토양이 깊은 곳에 매립되면 온도가 낮아지고 산소 공급이 줄어든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미생물의 유기물 분해 활동이 크게 둔화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굴착 토양을 40~60㎝ 깊이에 매립할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이 약 4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깊은 토양층은 집중호우가 발생하더라도 쉽게 수분 포화 상태에 도달하지 않기 때문에 메탄 발생 조건이 형성될 가능성도 낮아진다. 이 때문에 메탄 배출 역시 상당 부분 억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차, 토양 속 '탄소 저장 물질' 연구팀이 제시한 두 번째 핵심 전략은 바이오차의 활용이다. 바이오차는 나무나 농업 부산물과 같은 바이오매스를 산소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고온으로 열분해해 일종의 숯과 같은 상태로 만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휘발성 물질이 제거되고 탄소 중심의 안정적인 구조가 형성된다. 바이오차의 가장 큰 특징은 탄소 안정성이다. 토양에 투입된 바이오차는 분해 속도가 매우 느려 장기간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 국제 연구에서는 토양에 투입된 바이오차의 탄소가 100년 후에도 약 89% 남아 있을 수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땅속에 기체 상태로 이산화탄소를 묻는 탄소 포집 저장(CCS) 방식보다 오히려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도 있다. 또한 바이오차는 다공성 구조를 가지고 있어 토양 물리성을 변화시키는 효과도 있다. 실험 결과 굴착 토양에 약 2% 비율로 바이오차를 혼합하면 이산화탄소 배출은 약 8.9%, 메탄 배출은 약 2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방법을 함께 적용하면 효과 극대화 연구팀은 깊은 매립과 바이오차 혼합을 동시에 적용할 경우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크게 증가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굴착 토양을 바이오차와 혼합한 뒤 40~60㎝ 깊이로 매립하면 지표면에 그대로 노출했을 때와 비교해, 이산화탄소 배출은 42.5% 감소하고 메탄 배출은 95.8%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체 탄소 감축 효과의 대부분은 바이오차 자체가 토양 속에 장기간 저장되면서 발생하는 직접적인 탄소 격리 효과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연구는 특히 도시 기반시설 공사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노후 하수관 교체나 지하 인프라 설치 과정에서는 땅을 굴착한 뒤 다시 메우는 과정이 반복된다. 일반적으로는 굴착한 흙을 그대로 되메우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흙에 바이오차를 일정 비율로 혼합해 되메우는 방식이 훨씬 큰 탄소 격리 효과를 낼 수 있다. 단순히 흙만 다시 메울 경우에도 깊은 매립 효과로 일정한 배출 감소가 가능하지만, 바이오차를 함께 사용할 경우 토양 자체가 장기간 탄소를 저장하는 도시형 탄소 저장소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도시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굴착 토양을 단순한 건설 부산물로 처리하기보다 탄소 관리 자원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가적 규모에서도 큰 감축 잠재력 연구팀은 이러한 관리 방식을 국가 규모로 확대해 분석했다. 그 결과 한국에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방치된 굴착 토양에서 약 14만톤의 탄소가 배출된 것으로 추정됐다. 만약 이 기간 동안 발생한 굴착 토양에 바이오차 혼합과 깊은 매립을 적용했다면 총 384만톤의 탄소 감축 및 격리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계산됐다. 이는 같은 기간 한국 폐기물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감축된 384톤의 대부분인 약 378만톤은 바이오차를 매립하면서 얻는 탄소 격리 저장 효과였고, 나머지는 토양 배출 감소 효과였다. 바이오차를 별도로 땅에 매립할 경우 그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지만, 하수관 재정비처럼 어차피 땅을 굴착해야 할 경우에는 파낸 흙 대신 바이오차를 섞어 저장하면 이산화탄소 격리 효과가 크다는 의미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화재 위험 없는 ‘바나듐 흐름 배터리’ 차세대 전력망 핵심으로 떠올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9일 이호현 제2차관이 에이치투(H2) 사업장을 방문해 비(非)리튬계 에너지 저장장치(ESS)의 기술 수준을 점검하고, 관련 산업 활성화를 위한 민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발표했다. H2는 바나듐 흐름전지 전문 기업이다. 덕분에 바나듐 흐름 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됐다. 정부가 바나듐 배터리에 주목하는 핵심 이유는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발생하는 전력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8~10시간 이상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장주기 에너지저장장치(LDES) 도입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바나듐 흐름 배터리, 즉 바나듐 레독스 흐름 배터리(VRFB)는 어떤 특성을 갖고 있기에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망의 안정성을 확보와 화재 위험 최소화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일까. ◇바나듐 이온의 다양한 산화-환원 상태 VRFB는 전해질 내 바나듐 이온의 가역적인 산화-환원 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저장하고 방출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지난해 9월 '넥스트 리서치(Next Research)' 저널에 발표된 이란 과학기술대학교(IUST) 기계공학과 연구팀의 리뷰 논문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양극 전해질의 4가와 5가 바나듐 이온 쌍, 즉 V(IV)/V(V)과 음극 전해질의 2가와 3가 바나늄 이온쌍, 즉 V(II)/V(III)이 각각 다른 산화 상태 사이를 이동하며 화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가역적으로 변환한다. 노르웨이 연구팀은 지난달 '저널 오브 파워 소스(Journal of Power Sources)'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VRFB의 작동 원리를 정리했다. 이에 따르면 외부 탱크에 저장된 액체 전해질이 펌프에 의해 셀 스택(cell stack, 배터리에서 실제로 전기가 만들어지는 반응 장치)으로 순환하게 된다. 셀 스택에서는 전해질이 전극과 접촉해 반응을 일으키고, 이 과정에서 이온 선택성 막(Nafion 등)이 두 전해질의 혼합을 막으면서 특정 이온만 통과시켜 전하 균형을 유지한다고 설명한다. ◇리튬 이온 배터리에 비해 압도적으로 안전 기존 리튬 이온 배터리와 비교했을 때 바나듐 배터리의 최대 강점은 압도적인 안전성이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유기 용매 기반 전해질을 사용해 화재 및 열폭주 위험이 상존하지만, 바나듐 기반 전해질은 가혹한 환경을 포함한 다양한 조건에서도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적이다. 바나듐 배터리는 물 기반의 비연소성 수계 전해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화재 및 폭발 우려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바나듐 배터리의 수계 전해질은 비열이 매우 높고 에너지 방출이 제한적이어서 리튬 배터리에서 흔히 발생하는 치명적인 시스템 실패 위험이 거의 없다. 수계 전해질의 사용이 전압 범위를 제한하는 측면은 있으나, 화재 안전성을 근본적으로 보장한다. 여기에다 VRFB는 전력을 담당하는 셀 스택과 에너지를 저장하는 전해질 탱크가 분리된 구조다. 이러한 구조적 특징은 핵심 부품에 가해지는 물리적 스트레스를 줄여 장기간 운용 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위험을 낮춘다. 과충전 시 가스 발생 등의 부반응이 일어날 수 있으나, 리튬 이온 배터리처럼 즉각적인 폭발로 이어지지 않고, 적절한 전압 제어 및 관리 전략을 통해 충분히 제어 가능하다. ◇25~30년 이상 장기 운전도 가능 VRFB는 양극과 음극 모두 동일한 바나듐 원소를 사용하기 때문에 전해질이 섞여도 용량이 영구적으로 손실되는 교차 오염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덕분에 바나듐 배터리는 장기 수명과 경제적인 확장성 면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보여준다. 기후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 배터리는 2만 회 이상의 충·방전 수명을 확보할 수 있어 25~30년 이상 장기 운전이 가능해 리튬 배터리보다 내구성이 뛰어나다. 이와 함께 출력(Power)과 에너지 용량(Energy)을 독립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구조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셀 스택의 크기와 에너지를 저장하는 전해액 탱크의 크기를 분리할 수 있어 단순히 탱크 용량과 전해액 양만 늘리는 것만으로도 대규모 저장 용량을 매우 경제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부는 이러한 장점을 기반으로 바나듐 배터리 등 비(非)리튬계 에너지저장 기술의 빠른 개발과 보급을 지원해 국가 전력망을 보다 안정적이고 유연하게 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호현 차관은 “재생에너지가 주력 전원이 되기 위해 장주기 ESS 구축이 관건"이라며 “비(非)리튬계 ESS 기술이 우리 전력망 안전을 높이는 동시에 세계 시장 진출의 중요한 실적(트랙레코드)이 될 수 있도록 시범 사업 지원과 기술 개발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中 다롄엔 100~400MWh 규모로 운영 중 한편, 이미 세계 곳곳에서는 VRFB 프로젝트가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서 건설된 세계 최대 규모의 바나듐 흐름 배터리 시설이다. 이 프로젝트는 2022년 9월부터 1단계 100~400MWh 규모로 운영되고 있고, 향후 200~800MWh까지 확대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북부 풍력 지역에서는 풍력 발전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흐름 배터리 실험이 진행되고 있고, 영국과 호주에서도 장주기 ESS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계속될 경우 장주기 에너지저장장치 시장이 향후 수십 년 동안 수천 GWh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 리포트] 대기 중 CO2 증가, 혈액 성분 바꿔 신장결석 초래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 농도의 급격한 상승이 인류의 혈액 화학 성분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고, 이 추세가 지속될 경우 약 50년 이내에 인체의 생리적 조절 능력이 한계에 이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가 개별 질병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전체의 건강 기반을 흔들 수 있는 구조적 위험이라고 경고했다. 온실가스 증가가 기후 시스템과 생태계, 그리고 미래세대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당장 현세대의 건강까지 위협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호주 커틴대학교의 알렉산더 N. 라콤 교수와 호주 국립대학교의 필 N. 비어워스 박사가 공동으로 수행했고, 최근 국제학술지 '대기질, 대기, 건강(Air Quality, Atmosphere & Health)'에 게재됐다. ◇이산화탄소가 늘자, 혈액 속 중탄산염이 증가했다 연구진은 1999년부터 2020년까지 약 20년간 수집된 미국 국가 건강 및 영양 조사(NHANES) 자료를 활용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가 인간의 혈액 성분 변화와 어떤 연관성을 보이는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대기 환경 변화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에서 혈액 화학 조성의 장기적 변화를 동반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실제 분석 결과, 미국 성인의 평균 혈중 중탄산염(HCO₃⁻) 농도는 1999~2000년 약 23.8 mEq/L에서 2019~2020년 약 25.3 mEq/L로 약 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mEq/L는 혈액 1 L당 이온이 몇 밀리 당량(mili-equivalent) 들어있느냐를 나타내는 단위다. 혈액 속 이온이 '얼마나 강하게 생리 작용을 하는지'를 나타낸다. 산–염기 균형과 전해질 조절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지표다. 연구진은 중탄산염 농도 상승을 인체가 점점 더 산성화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완충 물질을 동원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질수록 인체가 흡입하는 이산화탄소의 양도 증가하고, 이는 혈액 내 이산화탄소 부하를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인체는 혈액의 산성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신장을 중심으로 한 보상 기전을 작동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물질이 혈중 중탄산염이다. ◇뼈에서 빠져나오는 칼슘과 인, '조용한 대가' 문제는 이러한 보상 과정이 공짜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 흡수로 인해 혈액의 산성도가 높아질수록 인체는 이를 중화하기 위해 뼈에 저장된 칼슘과 인산염을 혈액으로 끌어오게 된다. 연구 결과, 같은 기간 동안 혈중 칼슘 농도는 약 2%, 인 농도는 약 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를 단순한 영양 섭취 문제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기 환경 변화가 장기간 누적될 경우 인체 내부에서 뼈 대사와 무기질 균형 자체가 구조적으로 흔들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이산화탄소의 영향은 혈액과 장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기존 연구들을 종합하면 1000ppm 미만의 비교적 낮은 농도에서도 집중력 저하, 의사 결정 능력 감소, 학습 효율 저하 사례가 다수 보고됐다. 이는 실내 환경에서도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정신 건강 측면에서도 우려가 제기된다. 인간은 진화적으로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을 위험 신호로 감지하도록 설계돼 있어 농도가 높아질수록 불안 반응과 공황 반응이 촉진될 수 있다. 연구진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구조적으로 상승하는 사회에서는 인구 전체의 불안 수준이 만성적으로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2070년대, 인체 보상 능력의 임계점에 도달할 수 있다" 연구진은 현재의 증가 추세가 유지될 경우 2070년대 중반에는 평균 혈중 중탄산염 농도가 정상 상한선으로 여겨지는 30 mEq/L에 근접하거나 이를 초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이 수준에 이르면 사람의 몸은 더 이상 산-염기 불균형을 효과적으로 조절하지 못하고 만성적인 대사성 산증과 유사한 상태에 놓일 수 있다. 이 경우 수소 이온을 대신해 칼슘 이온이 과도하게 동원되는데, 이 칼슘이 탄산염 형태로 신장이나 혈관 벽에 달라붙어 신장 결석이나 혈관 석회화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연구진은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은 환경에서 조직 석회화가 관찰된 동물 실험 결과들을 함께 제시하면서 인간에게도 장기적 노출 시 유사한 부담이 누적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신장 결석은 지난 수십 년간 증가 추세를 보여왔고, 특히 기존 위험요인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인구집단에서도 증가가 관찰되고 있다. 현재까지 대기 중 이산화탄소 증가가 신장 결석 증가의 직접 원인임을 입증한 단일 연구는 없지만, 생물학적 개연성과 역학적 추세는 일관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가 누적될 경우 신장 결석이 특정 생활습관병이 아니라 환경 노출과 연관된 보편적 건강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기후 위기는 이미 우리 혈액 속에서 진행 중" 이번 연구는 기후 위기가 미래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현재 세대의 혈액과 신체 내부에서 진행 중인 변화라는 점을 과학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인류가 수백만 년의 진화 과정에서 경험하지 못한 속도로 혈액 화학 성분이 변화하고 있고, 이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인체 항상성(일정한 상태를 지속하려는 성질) 자체에 대한 도전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이러한 변화는 눈에 띄는 증상 없이 진행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되돌리기 어려운 건강 부담으로 축적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맑으면 햇빛으로, 비 오면 빗방울로…‘전천후 발전’ 태양광 패널

맑은 날에는 태양빛으로, 비가 오는 날에는 떨어지는 빗방울의 힘으로 전기를 만든다면…. 여기에다 흐린 날에도 발전이 가능하다면 어떨까. 말 그대로 전천후 발전이 가능한 태양광 패널이 되는 셈이다. 날씨에 따라 출력이 크게 흔들렸던 기존 태양광의 약점을 보완하는 하이브리드 에너지 기술이 현실에 한 걸음 더 다가왔다. 스페인 국립연구위원회(CSIC) 산하 세비야 재료과학연구소와 세비야 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최근 태양광과 빗물을 동시에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발전 소자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는 에너지 소재 분야의 대표 학술지인 '나노 에너지(Nano Energy)' 저널에 게재됐다. ◇태양전지 위에 '빗방울 발전기'를 얹은 구조 이 발전 설비는 태양빛을 전기로 바꾸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PSC) 위에, 빗방울이 떨어질 때 생기는 마찰과 정전기 현상으로 전기를 만드는 액적 기반 마찰전기 나노발전기(D-TENG)를 결합한 구조다. 하나의 '패널'이 두 가지 발전 방식을 동시에 수행하는 셈이다. 태양광 발전은 전지 내부의 흡수층이 빛을 받아 전자를 이동시키는 광전 효과를 이용한다. 반면 빗방울 발전은 빗방울이 표면에 닿고 퍼졌다가 떨어지는 과정에서 전하가 분리되고, 이때 생기는 전위차를 전기로 끌어낸다. 연구팀은 두 장치가 서로 방해하지 않도록, 투명 전극(FTO)을 태양전지의 전극이자 빗방울 발전기의 하부 전극으로 공유하도록 설계했다. 연구팀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 CFx 박막이다. CFx 박막은 불소(F)가 풍부한 고분자 물질로, 테플론과 유사한 성질을 가진다. 물을 거의 튕겨내다시피 하는 강한 소수성(hydrophobic)을 띠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 박막은 플라즈마 화학 기상 증착법(PECVD)이라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쉽게 말해, 기체 상태의 재료를 플라즈마로 활성화해 아주 얇고 균일한 막으로 표면에 입히는 기술이다. 상온에서, 액체 용매 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열과 화학물질에 약한 페로브스카이트 전지를 손상시키지 않는다. CFx 박막은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첫째, 태양전지를 수분과 산소로부터 보호하는 봉지재(encapsulation) 역할이다. 봉지재란 태양전지의 핵심 재료를 외부 환경으로부터 감싸 보호하는 일종의 방수·방습 보호막을 뜻한다. 둘째, 이 박막은 빗방울이 닿을 때 마찰전기를 만들어내는 발전층으로도 작동한다. 보호막이 곧 발전 장치가 되는 셈이다. ◇비 오는 날뿐 아니라, 흐린 날에도 발전은 계속된다 이 하이브리드 설비의 강점은 비 오는 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비가 오지 않는 흐린 날에도 발전은 이어진다. 그 이유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 전지(perovskite solar cell)가 약한 빛과 확산광에 특히 강한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흐린 날에는 직사광선은 줄어들지만, 구름에 의해 산란된 빛이 사방에서 들어온다. 실리콘 태양전지는 이런 조건에서 출력이 크게 떨어지는 반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상대적으로 효율 저하가 적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의 '후계자'로 자주 언급된다. 페로브스카이트는 특정 결정 구조를 가진 물질군을 통칭하는 이름으로, 빛을 매우 잘 흡수하고 전하 이동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이 덕분에 얇은 두께로도 높은 발전 효율을 낼 수 있고, 제조 공정이 비교적 단순해 비용을 낮출 수 있다. 또한 유연한 기판에도 만들 수 있어, 창문이나 건물 외벽, 이동형 전자기기 등에 적용할 가능성도 크다. 다만 결정적인 약점이 하나 있다. 바로 물과 습기에 극도로 취약하다는 점이다. 수분이 스며들면 결정 구조가 빠르게 무너져 성능이 급격히 떨어진다. 이 때문에 상용화의 최대 걸림돌로 '내구성' 문제가 지적돼 왔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에 개발된 태양전지는 낮은 조도에서도 전압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어, 흐린 날이나 비가 오기 직전처럼 빛이 약한 조건에서도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즉, 맑은 날에는 태양광, 비 오는 날에는 태양광과 빗방울, 흐린 날에는 확산광을 활용한 태양광 발전으로 에너지 공백 구간을 최소화하는 구조다. 빗방울 발전은 순간적으로 높은 전압을 만들어내지만 전류가 작고 신호가 불규칙하다. 이를 그대로는 전자기기에 쓰기 어렵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스트 컨버터를 결합했다. 부스트 컨버터는 낮고 들쭉날쭉한 전압을 끌어올려, LED(발광다이오드)나 센서 같은 전자기기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안정적인 전력으로 바꿔주는 장치다. 이 회로를 통해 연구진은 하이브리드 소자로 LED 어레이를 성공적으로 점등시켰다. 이는 이 기술이 실험실 수준을 넘어, 실제 저전력 기기에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맑은 날에도 발전 효율 저하 없어 이 같은 하이브리드 구조에 대해 중요한 질문은 “이중 구조 때문에 맑은 날 태양광 효율이 떨어지지는 않을까"하는 것이다. 우려와 달리 실험 결과는 오히려 긍정적이었다. CFx 박막을 적용한 뒤에도 태양전지 효율은 약 16.4~17.9%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보호막을 적용하지 않은 일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효율(약 16.9~17.1%)과 거의 차이가 없다. 조건에 따라서는 미세한 효율 향상도 관측됐다. 즉, 맑은 날 발전 성능을 희생하지 않으면서, 비와 흐린 날까지 발전 시간을 확장한 셈이다. 경제성 측면에서도 연구진은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이미 낮은 제조 비용과 대(大)면적 발전 가능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추가되는 CFx 박막은 매우 얇고 공정이 단순해 비용 부담이 크지 않다. 무엇보다 장점은 발전 시간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맑은 날에만 의존하던 태양광과 달리, 흐린 날과 비 오는 날에도 일정 수준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면, 단위 면적당 연간 발전량은 분명히 증가한다. 이는 전력망에 연결되지 않은 센서, 사물인터넷(IoT) 기기, 스마트 인프라처럼 항상 소량의 전력이 필요한 분야에서 특히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태양광의 약점이었던 '날씨 의존성'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태양전지의 최대 적이었던 물과 습기를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이 기술은 차세대 분산형·지속가능 에너지 시스템의 중요한 단서를 제시하고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 리포트] “턱없이 낮은 韓 탄소가격, 그러다 좌초자산 쇼크 맞는다”

한국 경제가 탄소중립으로의 이행을 상대적으로 늦추면서 단기적인 비용 부담은 피하고 있지만, 그 대가로 미래에 훨씬 더 급격하고 파괴적인 '좌초 자산(stranded assets)' 충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지금의 정책적 완만함이 오히려 산업 구조를 낡은 기술에 고착시키고, 향후 규제가 본격화될 경우 대규모 자산 가치 붕괴와 지역 경제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경고는 덴마크 오르후스대학교 비즈니스개발·기술학과 교수이자 영국 서섹스대학교 비즈니스 스쿨의 과학정책 부문 연구원인 아바스 압둘라피우 박사가 내놓았다. 압둘라피우 박사는 국제 기후·에너지 전환 정책과 탈탄소화 전략 분야에서 활동하는 학계 연구자로, 학제간 접근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경제·기술 측면을 분석해 온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최근 국제 학술지 '에너지 연구 및 사회과학 (Energy Research & Social Science)'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한국과 유럽연합(EU)·미국·일본·캐나다·호주 등 주요 6개 선진국을 대상으로 탈탄소화 과정에서 산업별 좌초 자산 위험을 비교·분석했다. 좌초 자산이란 기후 규제 강화와 기술 혁신, 시장 수요 변화 등으로 인해 설비나 인프라가 예상 수명보다 훨씬 이르게 경제적 가치를 상실하는 자본 투자를 의미한다. 압둘라피우 박사는 논문에서 탈탄소화가 가속될수록 이러한 자산이 점진적으로 쇠퇴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시점에 급격히 가치가 붕괴되는 '비선형적 위험'에 노출된다고 강조한다. ◇한국 산업의 구조적 위험: '기술적 고착'과 '지연된 전환의 역설' 논문이 한국 경제에서 가장 위험한 요소로 지목한 것은 단순히 탄소 배출량이 많다는 사실이 아니다. 핵심은 정책 강도가 낮은 상태가 장기간 유지되면서 산업 전반에 '기술적 고착(technological lock-in)'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과 호주는 EU나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완만한 탄소 규제 환경을 유지해 왔다. 논문은 한국의 탄소가격 수준을 국제 비교 기준으로 톤당 약 30~35달러 수준으로 설정하고 분석했는데, 이는 EU(약 80달러 이상)나 미국(약 60달러 내외)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이로 인해 한국 산업은 단기적으로는 규제 비용 부담을 덜고, 기존 설비를 더 오래 활용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해 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연구진은 바로 이 지점이 한국 산업의 가장 큰 취약점이라고 지적한다. 규제가 느슨할수록 기업은 조기 전환을 미루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자본이 탄소 집약적 기술에 추가로 묶이게 된다. 이는 미래의 규제 강화 국면에서 자산 가치가 한꺼번에 붕괴되는 '집중형 충격'을 초래할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논문은 이를 “완만한 현재(shallow now)가 급격한 미래(steep later)를 만든다"는 구조적 역설로 설명한다. 전환을 미룰수록 조정 비용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누적되며, 어느 순간 더 이상 분산시킬 수 없는 형태로 현실화된다는 것이다. ◇철강·정유·화학 산업, '완만한 쇠퇴'가 아닌 '급락 시나리오' 논문이 지목한 한국의 고위험 산업은 철강·정유·석유화학 부문이다. 한국 철강 산업의 경우 일부 노후 고로와 평로 설비가 탄소 가격이 상승할수록 운영 비용과 유지보수 비용이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단순한 수익성 악화를 넘어, 설비의 조기 폐쇄 또는 대규모 감가상각을 불가피하게 만드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뜻이다. 정유·화학 산업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이들 산업은 화석연료 기반 원료와 공정에 깊이 의존하고 있는데다 전동화나 저탄소 원료로의 전환에는 막대한 선제 투자가 필요하다. 논문은 한국의 경우 이러한 전환이 지연될수록 기술 전환이 '점진적 개선'이 아니라 '급격한 단절'의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즉, 경쟁력은 서서히 약화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논문이 특히 강조하는 부분은 좌초 자산 문제가 단순히 기업 회계상의 손실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철강·정유·발전 설비가 밀집된 지역에서는 단일 공장의 폐쇄가 지역 전체의 고용과 소득 구조를 동시에 흔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개의 대형 산업 시설이 폐쇄되면 협력업체와 지역 서비스업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수백 가구의 생계가 동시에 위협받을 수 있다고 논문은 지적한다. 탈탄소화 지연은 결국 충격의 규모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특정 시점과 특정 지역에 집중시키는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해법은 '속도 논쟁'이 아니라 '예측 가능성' 논문이 제시하는 해법은 단순히 “더 빨리 탈탄소화하라"는 주문이 아니다. 핵심은 예측 가능하고 신뢰 가능한 정책 신호다. 첫째, 정부는 탄소가격 경로, 성능 기준, 기술 전환 의무 등에 대해 일관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이는 기업과 투자자가 자산 수명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좌초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는 최소 조건이다. 둘째, 전환 금융(transition finance)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노후 설비의 저탄소 개조, 관리된 폐쇄, 신기술 도입을 지원하기 위한 저금리 융자와 공공 보증이 필요하다. 수소환원제철, 화학 공정 전동화처럼 초기 자본 부담이 큰 분야에서는 금융 접근성이 전환 속도를 좌우한다. 셋째, 수소·재생에너지·탄소 포집 및 저장(CCUS) 등 인프라 준비성 없이는 기술 전환도 불가능하다. 에너지 정책과 산업 정책을 분리하지 않는 통합적 접근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정의로운 전환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 노동자 재교육, 사회 안전망 강화, 산업 의존 지역의 경제 다변화 없이는 탈탄소 정책의 지속 가능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압둘라피우 박사는 논문에서 “탈탄소화를 늦춘다고 해서 비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비용은 단지 미래로 떠넘길 뿐이며, 그 형태는 더 급격하고 더 불평등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한국 경제에 필요한 것은 '낮은 탄소가격이 주는 안도감'이 아니라 충격을 관리 가능한 경로로 분산시키는 예측 가능한 전환 전략이라는 주문이다. ◇EU는 자초 자산이 관리 가능한 수준 EU는 높은 탄소가격과 엄격한 규제로 인해 단기적인 좌초 자산 부담은 크지만, 산업 전반에서 조기 전환이 진행되고 있어 장기적 자산 붕괴 위험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으로 평가된다. 즉, 충격은 분산되어 나타나며 '관리 가능한 좌초(managed stranding)' 경로에 가깝다. 미국은 연방 차원의 탄소가격은 제한적이지만, 주(州) 단위 규제와 보조금 중심 정책으로 산업 탈탄소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좌초 자산 위험은 산업·지역별로 불균등하게 분포하며, 일부 화석연료 집약 산업은 여전히 높은 노출도를 보인다. 호주는 한국과 유사하게 정책 강도가 낮아 단기적 비용 부담은 작지만, 그만큼 기술적 고착과 지연된 전환 위험이 크다고 평가된다. 특히 자원·에너지 집약 산업에서 미래 규제 강화 시 급격한 자산 가치 하락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에너지 효율 개선과 점진적 기술 전환이 진행되고 있으나, 화석연료 기반 산업 구조가 여전히 강해 좌초 자산 위험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은 상태다. 다만 정책 신호의 일관성 측면에서는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예측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된다. 캐나다는 명시적인 탄소가격 제도를 통해 장기적 전환 신호를 제공하고 있지만, 자원 채굴 및 에너지 산업 비중이 커 산업별 위험 격차가 크다. 전반적으로는 단기 충격은 있으나 장기적 구조조정은 비교적 질서 있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 분류된다. ETS 시장가격과 정책·분석용 탄소가격의 중요한 차이 압둘라피우 박사 논문에서 한국의 탄소가격을 톤당 약 30~35달러 수준으로 설정했는데, 현재 한국 배출권 거래제(ETS)에서 형성되는 실제 배출권 시장가격은 톤당 약 1만 원대 중반, 달러 기준으로 환산하면 10달러 안팎에 불과하다. 이는 EU ETS나 북미 시장과 비교할 때 매우 낮은 수준이다. 논문에서 사용한 톤당 30~35달러 수준의 탄소가격은 실제 거래 가격이 아니라 정책 분석에서 흔히 사용되는 '암묵적 탄소가격(implicit carbon price)', 혹은 각국의 규제 강도, 보조금, 기준 등을 종합해 환산한 '정책적 유효 탄소가격', 또는 산업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가정하는 '장기 기대 탄소가격'에 가깝다. 즉, 시장에 형성된 가격이 아니라, '정책이 신뢰될 경우 기업이 직면하게 될 비용 수준'을 가정한 분석용 지표다. 이처럼 한국의 ETS 시장가격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사실은 단기 비용 부담이 작다는 뜻이지만, 동시에 탄소가격 신호가 산업 투자 결정에 충분히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기업은 “지금은 싸다"는 신호에 반응해 기존 설비를 유지·연장하지만, 정책이 강화되거나 ETS 설계가 바뀌는 순간 낮은 가격은 더 이상 완충장치가 되지 못하고 충격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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