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리포트] 미세플라스틱 오염과 기후 위기, 위험을 서로 증폭시킨다

기후 변화와 미세플라스틱 오염은 흔히 별개의, 서로 관련이 없는 환경 문제로 다뤄져왔다. 그러나 최근 환경과학 연구는 이 두 위기가 동시에, 그리고 상호작용하며 등장할 때 그 피해가 단순한 '합(덧셈)'이 아니라 '증폭(곱셈)'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이 바로 '환경신데믹(Eco-syndemic)'이다. 환경신데믹이란 서로 다른 환경 스트레스 요인이 같은 공간과 시간에서 중첩되며, 상호작용을 통해 생태계와 인간 사회에 더 큰 피해를 초래하는 현상을 뜻한다. 최근 발표된 여러 연구는 미세플라스틱과 기후변화가 전형적인 환경신데믹 관계에 놓여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기후변화는 미세플라스틱의 발생과 확산을 가속하고, 늘어난 미세플라스틱은 다시 지구의 탄소 흡수 능력을 약화시키며 기후위기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승작용 과정은 기후 환경 문제를 악화시키고 인류를 위협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한다. ◇바람·햇빛·고온이 플라스틱 분해를 가속 기후변화는 단순히 기온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강한 바람과 강한 일사, 극단적인 기상 조건은 플라스틱이 더 빠르게 부서져 미세한 크기로 작아지게 하는 환경을 만든다. 중국 네이멍구(내몽골)대학교 연구팀은 농업 현장에서 널리 사용되는 비닐 필름이 어떻게 미세플라스틱으로 전환되는지를 실험과 모델링을 통해 분석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달 '유해 물질 저널 (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 발표됐다. 연구에 따르면, 풍속 증가는 농업용 필름의 기계적 마모를 직접적으로 증가시키며, 강한 태양 복사는 플라스틱의 광산화(photo-oxidation)를 촉진해 분자 구조를 약화시킨다. 이 두 요인이 결합되면 플라스틱은 훨씬 더 쉽게 잘게 쪼개져 미세플라스틱으로 전환된다. 연구팀은 특히 기후변화로 인해 고온·강풍 조건이 빈번해질수록 농경지 자체가 미세플라스틱의 '발생원(source)'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미세플라스틱 문제가 더 이상 해양이나 도시 폐기물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식량 생산 체계 내부로 깊숙이 침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후위기는 미세플라스틱의 이동도 가속한다 기후변화는 미세플라스틱의 생성뿐 아니라 이동과 확산 경로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강우 강도 증가와 빈번한 홍수는 육상과 하천에 쌓여 있던 플라스틱 입자를 단기간에 대량으로 해양으로 쓸어 보낸다. 여기에 북극 해빙까지 더해지면서, 과거에는 얼음 속에 갇혀 있던 미세플라스틱이 다시 해양 생태계로 방출되고 있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리뷰 논문을 지닌해 11월 '과학 프런티어 (Frontiers in Science)' 저널에 발표했다. 이 논문은 기온이 약 10℃ 상승할 경우 플라스틱의 화학적 분해 속도가 최대 두 배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하면서 기후변화가 전 지구적 미세플라스틱 순환을 가속하는 핵심 요인임을 지적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위해성분석센터 심원준 박사 연구팀은 지난달 국제학술지 '환경 오염(Environmental Pollution)'에 발표한 논문에서도 이런 현상을 지적했다. 2022년 9월 태풍 '힌남노'가 통과한 직후 실시한 조사에서 연안 부유 쓰레기 밀도가 평상시 대비 수십 배 증가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이 앞으로 기후변화로 인해 더 잦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세플라스틱은 다시 기후변화를 부추긴다 미세플라스틱은 해양의 탄소 흡수 능력을 약화시키는 '보이지 않는 방해자' 역할을 한다. 늘어난 미세플라스틱은 단순한 오염 물질을 넘어, 지구 시스템의 핵심 기능 자체를 훼손하는 것이다. 파키스탄 페샤와르대학교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최근 '유해 물질:플라스틱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미세플라스틱이 해양 탄소 흡수를 다층적으로 방해한다고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은 해양의 주요 탄소 흡수 주체인 식물성 플랑크톤의 광합성 효율을 저하시킨다. 또한 이를 섭취하는 동물성 플랑크톤의 대사 활동과 성장률을 방해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심해로 운반하는 '생물학적 탄소 펌프' 기능을 약화시킨다. 이는 해양이 수행해 온 자연적 탄소 완충 기능을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연구진은 미세플라스틱 표면에 형성되는 미생물 군집, 이른바 '플라스티스피어(Plastisphere, 플라스틱권(圈))'에도 주목했다. 이 미생물 군집은 단순히 플라스틱에 붙어 사는 존재가 아니라, 탄소와 질소 순환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메탄과 같은 온실가스를 방출할 수 있는 잠재적 원천으로 작용한다. 또한 해수면에 떠 있는 미세플라스틱은 빛의 반사 특성, 즉 알베도(albedo)를 변화시켜 국지적인 해수 온도 상승을 유발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는 다시 플랑크톤 생태계와 해양 순환에 영향을 미치며, 기후 시스템에 간접적인 피드백을 형성한다. ◇독성의 증폭, 생태계 회복력의 붕괴 기후변화와 미세플라스틱이 결합하면 생물에게 가해지는 피해는 단순 누적이 아니라 증폭된 독성 효과로 나타난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연구팀은 논문애서 “수온 상승이 생물의 대사율을 높여 미세플라스틱 섭취량과 체내 축적 속도를 동시에 증가시킨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어류와 무척추동물에서 염증 반응, 성장 저해, 생식 장애가 더 강하게 나타나며, 이러한 영향은 먹이사슬을 따라 상위 포식자로 갈수록 확대된다. 이는 환경신데믹의 핵심 특징인 '복합 스트레스에 의한 회복력 붕괴'를 보여주는 사례다. 생태계는 하나의 스트레스에는 버틸 수 있지만, 여러 스트레스가 동시에 작용할 경우 급격히 취약해진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미세플라스틱 문제와 기후변화를 분리해 대응하는 기존 정책 접근으로는 이 악순환을 끊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플라스틱 생산 감축, 재생원료 전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은 반드시 통합적으로 설계돼야 하며, 농업·해양·도시 환경을 아우르는 시스템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테크] CO₂를 바닷물에 녹여 처리하는 방법은 적용 가능할까

기후위기라는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는 인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 산업 공정 전환, 에너지 효율 개선 등 다양한 해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대기 중에 쌓이고 있는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CO₂)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다. 그래서 과학기술자들은 CO₂를 바다에 녹여 없애는 방법을 생각해왔다. 지구 표면의 약 70%를 차지하는 바다는 인류가 배출하는 CO₂의 약 4분의 1을 지금도 자연적으로 흡수하고 있는데, 이런 바다의 역할을 인위적으로 강화하자는 연구다. '해양 탄소 제거(marine carbon dioxide removal, mCDR)', 즉 바다를 활용해 CO₂를 흡수·저장하겠다는 구상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그렇다면 바다의 CO₂ 흡수 능력을 인위적으로 강화하는 것은 과연 현실적인 선택일까. 지난해 발표된 네 편의 주요 연구는 해양 탄소 제거의 가능성과 동시에,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위험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 거품 속에서 드러난 바다의 숨은 흡수 능력 우선 바다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은 우리가 지금까지 생각해 온 것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눈길을 끈다. 독일 헬름홀츠 해양연구소(GEOMAR) 연구팀은 지난해 11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논문에서 파도가 부서질 때 형성되는 해수 거품이 이산화탄소를 바닷속으로 밀어 넣는 과정을 정밀 관측한 결과를 소개했다. 연구팀은 이를 '비대칭적 가스 전달(asymmetric gas transfer)' 현상으로 규정했다. 파도에 의해 생성된 미세한 거품이 수압과 함께 붕괴되면서, 이산화탄소가 대기보다 바닷속으로 더 효과적으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을 전(全) 지구 규모로 환산한 결과, 기존 해양 탄소 흡수 추정치는 연간 약 3억~4억 탄소톤(CO₂로는 약 11억~15억 톤) 정도 과소평가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는 전체 해양 흡수량의 약 15%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연구는 바다가 이미 상당한 '자연 탄소 저장고' 역할을 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는 것인 동시에 해양 탄소 제거 기술에 대한 과학적 기대를 높이는 근거로 활용될 전망이다. ◇연안에서 알칼리도를 높여 탄소를 잡다 자연적 흡수 능력뿐 아니라, 인위적으로 바다의 화학적 성질을 바꿔 이산화탄소 흡수를 늘릴 수 있는지를 실험적으로 검증한 연구도 등장했다.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 연구팀은 지난달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을 통해 연구팀은 호주 타스마니아 연안에서 수행한 '해양 알칼리도 증진(ocean alkalinity enhancement, OAE)' 현장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연안 인근 해역에 소량의 수산화나트륨(NaOH, 가성소다)을 지속적으로 투입해 바닷물의 알칼리도를 높였다. 그 결과, 실험 해역의 이산화탄소 분압(pCO₂, 이산화탄소만의 기압)이 최대 370마이크로기압(µatm, 1µatm=100만분의 1기압)까지 감소하는 현상이 관측됐다. pCO₂은 공기 전체 압력 중 이산화탄소가 차지하는 몫의 기압을 의미한다. 실험 해역에서 pCO₂가 370 µatm으로 낮아졌다는 것은 지구 전체 평균인 약 420 µatm에서 12% 감소한 것에 해당한다. 이는 바닷물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흡수할 수 있는 화학적 조건으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특히 이 연구의 의미는 실험실이 아닌 실제 연안 환경에서 효과를 검증했고, 하수처리시설이나 기존 연안 인프라와 결합할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 있다. 연구진은 이 방식을 재생에너지와 결합할 경우, 비교적 비용 효율적인 탄소 제거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숨겨진 비용, 바닷속 산소 고갈의 위험 그러나 해양 탄소 제거가 언제나 '친환경적'인 것은 아니다. 독일 헬름홀츠 해양연구소 연구팀은 지난해 6월 '환경 연구 회보(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해양 탄소 제거가 해양 산소 농도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철분 살포를 통해 플랑크톤 생장을 촉진하거나, 대규모 해조류를 재배해 바다 깊은 곳으로 가라앉히는 이른바 '생물학적 해양 탄소 제거' 방식에 주목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이러한 방식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효과보다 유기물 분해 과정에서 소비되는 산소량이 훨씬 더 클 수 있으며, 그 손실 규모는 온난화 완화로 얻을 수 있는 산소 회복 효과의 4배에서 최대 40배에 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양 저산소화, 이른바 '데드 존(dead zone)'을 확대해 어류와 저서생물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을 시사한다. 반면, 알칼리도 증진과 같은 지화학적 방식은 산소 소모가 거의 없거나, 장기적으로는 기후 완화를 통해 산소 감소를 완화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CO₂ 1톤을 제거하기 위해 1톤 이상의 NaOH가 필요하고, 이를 대규모로 적용할 경우에는 화학물질 생산과 에너지 소비, 해양 생태계 교란 문제가 동시에 제기될 수 있다. 더욱이 NaOH는 강한 부식성·독성 물질이어서 연안 정체 수역에서 투입될 경우 일종의 해양오염이 될 수밖에 없고, 국지적인 생물 폐사 가능성도 있다. ◇알칼리 물질 투입으로 해양산성화 문제 해결하긴 어려워 일부에서는 해양 알칼리도 증진이 해양산성화 피해를 줄이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해양산성화는 공기 중의 CO₂가 바닷물에 녹아들면서 발생하고, 그 결과 pH 값이 낮아진다. 미국 하와이대 마노아 캠퍼스와 독일 헬름홀츠 해양연구소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진은 지난달 말 '해양과학 프런티어(Frontiers in Marine Science)'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해양 알칼리도 증진으로 해수의 평균 pH 값을 높일 수는 있지만, 해양 산성화가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근본적으로 상쇄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알칼리 물질 투입으로 인해 국지적으로 pH 변동성이 커질 경우, 플랑크톤과 저서생물 등 해양 생물이 오히려 추가적인 생리적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산성화는 단순한 pH 저하가 아니라 이산화탄소 분압 증가와 탄산계 화학 구조 변화, 생물 대사 교란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현상인데, 알칼리도 증진은 이 가운데 일부 화학적 지표만 개선하는 데 그친다는 것이다. 논문은 이러한 이유로 알칼리도 증진을 해양 산성화 대응과 탄소 제거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이중 해법'으로 간주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과도한 기대라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해양 알칼리도 증진이 적용된다 하더라도, 엄격한 생태계 모니터링과 제한적 규모에서만 보조적 수단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근본적인 해법은 될 수 없을 듯 앞에서 살펴본 네 편의 논문을 종합하면, 해양 탄소 제거는 분명 기후위기 대응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알칼리도 증진과 같은 일부 지화학적 접근은 과학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입증되는 단계에 들어섰다. 그러나 동시에 한계도 분명하다. 첫째, 생물학적 방식은 해양 생태계의 핵심인 산소를 고갈시킬 위험이 크며, 이는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환경 위기를 초래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지화학적 방식 역시 알칼리 물질의 생산·운송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와 비용이 들며, 화석연료 기반일 경우 오히려 순배출을 늘릴 가능성도 있다. 셋째, 무엇보다 바다는 무한한 실험장이 아니며, 대규모 개입의 장기적 영향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결론적으로, 인류가 CO₂를 바다에 녹여 처리하는 방식에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해양 탄소 제거는 어디까지나 배출 감축을 전제로 한 보조적 수단이어야 하며, 화석연료 사용을 지속한 채 바다에 부담을 전가하는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기후위기 대응의 중심은 여전히 '덜 배출하는 사회로의 전환'에 있어야 한다는 점을, 이들 연구는 오히려 더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 리포트] 최근 3년 기록적인 지구 기온 상승, 무엇 때문인가?

최근 3년간 지구 평균 기온은 예외적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온실가스로 인한 상승 수준을 뛰어 넘은 것이다. 특히 2023년 기온은 기존 전망을 크게 웃돌았고, 이 기록은 2024년에 다시 경신됐다. 2024년은 관측 사상 처음으로 연평균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1850~1900년 평균치) 대비 1.5°C를 초과한 해로 기록됐다. 2025년 역시 관측 이래 두 번째 또는 세 번째로 더운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장기적인 지구 기온 상승 추세를 고려하더라도 예상을 뛰어넘는 온난화 가속 현상은 국제 사회와 과학계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고, 최근 수년간의 이례적인 기온 상승을 설명하기 위한 수십 편의 연구가 발표됐다. 기후 전문 매체 '카본브리프(Carbon Brief)'는 이들 연구를 종합해, 최근의 기록적 고온을 설명하는 네 가지 주요 요인을 심층 분석했다. 카본브리프에 따르면 2024년에 관측된 특이한 온난화의 대부분을 이 네 가지 요인의 결합으로 설명할 수 있다. 2023년의 경우 관측된 기온과 기존 예상치 사이의 차이 중 약 절반을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치를 웃돈 온난화, 네 가지 핵심 요인 1970년부터 2014년까지 지구 평균 지표면 온도는 10년당 약 0.18°C의 비교적 일정한 속도로 상승해 왔다. 그러나 2023~2025년에 관측된 기온 상승은 이 장기 추세를 크게 벗어났다. 장기 추세를 기준으로 할 때 2023년은 예상보다 약 0.18°C, 2024년은 약 0.25°C 더 따뜻했으며, 2025년 역시 약 0.11°C 높은 수준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예상 밖의 온난화'를 설명하는 주요 요인으로 다음 네 가지를 제시했다. 1. 강력했던 엘니뇨 현상 엘니뇨는 열대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자연적 기후 현상으로, 통상 2~7년 주기로 발생하며 전 지구 평균 기온을 끌어올리는 경향이 있다. 2023년 하반기 비교적 강력한 엘니뇨가 발생해 11월 무렵 정점에 도달했고, 2024년 봄부터 점차 약화됐다. 니뇨(Niño) 3.4 해역의 해수면 온도를 기준으로 볼 때, 이번 엘니뇨는 관측 사상 네 번째로 강력했으나 1998년이나 2016년의 초강력 엘니뇨보다는 다소 약한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엘니뇨는 여러 측면에서 매우 이례적이었다. 전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이 예상보다 약 0.4°C 높아 과거 엘니뇨 사례 중에서도 높은 편에 속했고, 엘니뇨가 약화된 이후에도 18개월 가까이 높은 기온이 유지됐다. 특히 전 지구 고온이 엘니뇨가 최고조에 이르기 약 4개월 전부터 나타나 기존 사례와는 다른 특징을 보였다. 이는 2023년 기온이 예상보다 훨씬 높았던 주요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된다. 카본브리프는 엘니뇨가 2023년 기온에 약 0.013°C, 2024년에는 약 0.128°C 기여한 것으로 추정했다. 2. 황산화물(SO₂) 배출의 급격한 감소 석탄과 석유 연소 과정에서 배출되는 황산화물(SO₂) 에어로졸은 태양 복사를 반사해 지구를 식히는 강력한 냉각 효과를 가진다. 카본브리프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SO₂ 배출량은 지난 18년간 약 40% 감소했으며, 이는 그동안 상당 부분 온난화를 가려왔던 '냉각 효과'가 사라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중국에서는 2007년 이후 SO₂ 배출량이 약 70% 감소했다. 여기에 더해 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 도입한 규제로 전 세계 선박 연료의 황 함량이 약 80% 줄었다. 선박은 대기 오염이 상대적으로 적은 해양의 상공으로 배출하기 때문에, SO₂ 감소에 따른 기온 상승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IMO 규제의 기온 영향을 분석한 8건의 연구 중 7건은 0.03~0.08°C 수준의 비교적 완만한 온난화 효과를 제시했다. 반면, 제임스 한센 박사가 이끈 한 연구는 최대 0.2°C에 달하는 강한 영향을 제시해 최근 고온 현상의 상당 부분을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카본브리프는 이들 연구를 종합해 중앙 추정치를 약 0.05°C로 제시했다. 분석 결과, 선박을 포함한 SO₂ 배출 감소는 2020~2023년 약 0.04°C, 2020~2024년에는 약 0.05°C의 추가 온난화를 유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3. 통가 해저 화산의 이례적 분화 2022년 초 남태평양에서 발생한 훙가 통가–훙가 하아파이 해저 화산 분화는 55㎞ 상공까지 화산 기둥을 뿜어 올리며 1991년 피나투보 화산 이후 가장 폭발적인 분화로 기록됐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해수가 기화돼 성층권으로 유입됐는데, 약 1억4600만 톤의 수증기가 성층권에 도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성층권 수증기 농도를 약 15% 증가시켰다. 수증기는 강력한 온실가스이지만, 이후 연구는 유황 성분의 냉각 효과까지 함께 고려할 경우 전반적인 순 효과는 크지 않다는 점을 보여줬다. 카본브리프는 2024년 '지구물리 연구 회보(Geophysical Research Letters)' 저널에 발표된 연구를 인용해, 이 화산 분화가 2023년에는 약 –0.01°C, 2024년에는 –0.02°C 수준의 미미한 냉각 효과를 가져왔을 것으로 추정했다. 즉, 최근 고온 현상에 대한 기여는 매우 제한적이었다는 것이다. 4. 예상보다 강했던 태양 활동 주기 지구 기후 시스템의 근본적인 에너지원은 태양이며, 약 11년 주기의 태양 활동 변화는 단기적으로 기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2020년경 시작된 태양 주기는 1980년 이후 관측된 태양 주기 가운데 가장 강력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대부분의 기후 모델이 예상했던 것보다 강한 태양 활동은 2023년 약 0.04°C, 2024년에는 약 0.07°C의 추가적인 전 지구 온난화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결합 효과와 자연 변동성의 역할 이처럼 엘니뇨, SO₂ 배출 감소(선박·중국), 통가 화산 분화, 태양 주기 변화 등 네 가지 요인을 종합하면 2023년의 특이한 온난화 중 약 절반, 2024년의 경우에는 거의 전부가 설명된다고 카본 브리프는 밝혔다. 다만 여전히 상당한 자연적 기후 변동성이 작용하고 있다. 엘니뇨나 인간 활동, 화산·태양 활동과 같은 외부 강제력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연간 기온 변동 폭은 최대 0.15°C에 이를 수 있다. 카본브리프 분석에 따르면 장기 추세를 크게 벗어난 기온 급등은 2023년에는 평균 25년에 한 번, 2024년에는 88년에 한 번 발생할 수 있는 수준의 사건으로 평가된다. 자연 변동성은 이번 고온 현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단독으로 2023~2025년의 극단적인 기온을 설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으며, 다른 요인들과 결합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남은 질문: 온난화는 다시 완화될 것인가 최근 몇 년간 나타난 기록적인 더위가 엘니뇨나 대기 오염 감소처럼 일시적인 요인들이 우연히 겹친 결과라면,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예전의 평균적인 온도 수준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또 다른 가능성도 있다. 이번 고온 현상이 단순한 '일회성 이상 현상'이 아니라, 지구 온난화가 이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어느 쪽이 맞는지 아직 분명하게 결론 내리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최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연구는 중요한 단서를 제시한다. 이 연구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지구가 태양빛을 반사하는 정도, 즉 행성 반사율(알베도)이 크게 낮아졌다. 쉽게 말해, 지구가 예전보다 햇빛을 덜 튕겨내고 더 많이 흡수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태양빛을 반사하는 역할을 하는 낮은 높이의 구름이 줄어든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만약 이런 구름 감소가 단순한 자연 변동이 아니라 구조적인 변화라면, 2023년처럼 극심한 고온이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지구 기후는 온실가스 증가에 대해 생각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의미가 되며, 향후 기온 상승 폭도 현재 예상보다 더 클 수 있다. 결국 구름의 변화가 앞으로 기후를 얼마나 더 뜨겁게 만들지가, 미래 기후를 전망하는 데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남아 있다는 뜻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 리포트] 남미 아마존, 전례 없던 ‘초열대기후’로 진입

브라질 타파조스 강변에서 평생을 살아온 한 지역 부족장은 최근 몇 년 사이 “한 번도 겪어 본 적 없는 건기"를 경험했다고 말한다. 생태수문학자 마갈리 네미 박사는 이 부족장 증언을 '아마존의 역설'로 소개했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UBC) 소속으로 최근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남미 아마존 생태계에 관한 논문을 발표한 네미 박사는 대학 보도 자료를 통해 연구 뒷얘기를 전했다. 당시 타파조스 강 수위는 건기임을 고려하더라도 비정상적으로 낮았다는 것이다. 그는 “아마존이 거대한 탄소·수분 저장고로서 지구 기후의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단 한 번의 이례적 건기만으로도 치명적 타격을 받을 만큼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최근 연구들은 아마존이 지금 수천만 년 동안 지구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기후 체제, 즉 초열대기후(hypertropics)로 서서히 진입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초열대기후란 무엇인가 초열대기후는 기존 열대 기후의 변동 범위를 넘어서는 전례 없는 고온·건조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는 새로운 기후 체제를 뜻한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UC) 연구팀은 지난 10일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용어를 사용했다. 연구팀은 이 조건을 “지구상에 현재 존재하지 않는 무(無)유사(no-analogue,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비슷한 사례가 없는) 기후"라고 규정했다. 기온이 역사적 열대 기후의 99퍼센타일을 넘어서는 상황(상위 1%에 해당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상태를 초열대라고 정의한다. 과거 열대 지역에서 경험된 가장 무더운 날들보다 더 뜨거운 날이 자꾸 반복되는 상태를 뜻한다. 열대가 원래 더운 기후이지만, 그 범위조차 벗어나는 '이상하게 더운 기후'가 계속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극단적 조건은 지구가 지금보다 훨씬 뜨거웠던 에오세(世)~마이오세(약 1000만~4000만 년 전)에 마지막으로 나타났던 것으로 분석된다. UBC 연구팀은 “아마존은 현재도 해마다 며칠 또는 몇 주간 이런 조건을 경험하지만, 온실가스 배출이 지금처럼 통제되지 않는다면 2100년경에는 연간 150일 이상 초열대 조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연구진은 특히 이 현상이 건기를 넘어 우기에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곧 아마존 생태계가 역사적으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기후 체제로 진입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아마존을 초열대로 밀어 넣는 원인들 아마존의 초열대화는 기후 변화와 삼림 파괴라는 두 요인이 결합해 가속화되고 있다. 첫째, 지구 온난화는 건기의 길이를 늘리고 기온을 상승시켜 대기의 수분 요구량(VPD)을 높여 '고온 건조(hot drought)' 상태를 유발한다. 기온이 1도 상승하면 대기가 품을 수 있는 수증기가 7%가량 늘어난다. 기온이 상승하면 증발이 가속화되는데, 이를 대기의 수분 요구량이 증가한다고 표현한다. UC 버클리 연구팀은 토양 수분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나무들은 급격한 수분 스트레스를 받아 기공을 닫고 광합성을 중단하며, '탄소 기아(carbon starvation)'에 빠진다는 사실을 실측을 통해 확인했다. 둘째, 아마존은 스스로 비를 만들어내는 순환 구조를 가진 숲이다. 네미 박사탐의 논문에 따르면, 아마존 동부 지역의 나무는 건기에도 잎을 통해 수분이 증발되는 증산작용을 지속하는데, 이때 사용하는 물의 대부분은 수십 m 깊은 지하수가 아니라 최근 몇 주 또는 몇 달 내에 내린 강우가 머무는 토양 상층부(50㎝ 이내)에서 공급된다. 이는 숲이 빗물 재활용에 매우 의존하는 체계임을 의미한다. 산림 벌채·산불·도로 건설 등으로 증산이 줄면 숲 전체의 강우 순환이 흔들리고, 나무 고사율이 더 빠르게 증가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이러한 변화, 즉 초열대 상황이 계속되면 아마존이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임계점)를 넘어 결국 사바나화(savannization)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열대우림이 지금과 같은 울창한 숲 구조를 잃고, 훨씬 건조하고 나무가 성기게 드문드문 분포하는 '사바나에 가까운 형태'로 변질될 수 있다는 의미다. ◇아마존 생태계가 맞닥뜨릴 변화 초열대 기후가 본격화될 경우 아마존의 종 조성·기능·구조는 급속히 변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UC 버클리 연구진의 논문은 고온 건조 조건에서 연간 나무 고사율이 기존 대비 약 55% 상승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현재 열대우림 평균 고사율이 약 1%라면, 극한 조건에서는 최대 1.55%까지 상승하며, 이는 장기적으로 숲의 탄소 저장 능력을 크게 약화시킨다. 나무 고사는 생리학적 임계점과 직접 연결된다. UCB 논문이 밝힌 바와 같이, 토양 수분이 임계값을 넘어서 감소하면 증산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이후 지속되는 건조는 물관부 색전(embolism) 현상을 일으켜 수분 이동 경로가 차단된다. 이는 인간의 뇌졸중과 유사한 과정이다. 뿌리에서 흡수한 물과 무기질을 잎까지 끌어올리는 통로인 물관부의 조직을 치명적으로 손상시킨다. 이후 나무는 잎 온도를 낮출 능력을 잃고 '열 스트레스'로 결국 말라죽게 된다. 아울러 생물다양성 측면에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UC 버클리 연구팀은 성장 속도가 빠르고 목재 밀도가 낮은 종이 고온·건조 조건에서 더 취약해 먼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반면, 고밀도 목재 종은 상대적으로 강하지만, 고밀도 목재로의 대체 속도가 기후 변화 속도를 따라갈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지역과 지구에 미칠 파급 효과 초열대 기후로의 전환은 지역 주민의 삶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네미 박사의 현장 연구에 따르면, 아마존 주민 대다수는 도로보다 강을 주요 이동 수단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강 수위 감소는 식량·의약품 공급망을 단절시켜 생계 기반 전체를 흔들 수 있다. 지구적 차원에서는 탄소 순환의 균형이 무너진다. 아마존은 지금까지 인류 배출 CO₂ 의 상당량을 흡수해 왔으나, 고온·건조 스트레스가 심화되면 숲은 탄소 흡수원에서 순배출원(source)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UC 버클리 연구는 2015~2016년 엘니뇨 시기 아마존을 포함한 전체 열대 지역이 평년보다 약 25억 톤 더 많은 탄소를 방출했다는 자료를 제시한다. 아마존이 탄소 저장고 기능을 상실할 경우 대기 CO₂ 농도는 더 빠르게 상승한다. 이는 기후 변화의 가속화—즉 전 지구적 악순환—을 촉발한다. 이러한 영향은 서부 아프리카·동남아시아 등 다른 열대우림에도 파급될 수 있다. ◇'기후 에어백'이 터지기 전에 네미 박사는 대기과학자 루시아나 가티의 말을 인용해 아마존을 '지구의 허파'가 아닌 '지구의 에어백(airbag)' 으로 비유한다. 충격을 흡수해 완화시키는 장치라는 뜻이다. 문제는 이 에어백이 이미 과부하 상태라는 점이다. 증산 중단, 색전 발생, 고사율 증가라는 일련의 과정은 '압력이 한계에 달한 에어백'과 유사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UC 버클리 연구팀 역시 향후 10~20년이 아마존 생태계의 운명뿐 아니라 지구 기후 안정성의 향방을 결정할 수 있는 핵심 시기라고 경고한다. 온실가스 감축과 산림 보전 정책이 지금 즉시 강화되지 않는다면, 초열대기후는 먼 미래의 위협이 아니라 가까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 리포트] 기후변화의 역설: 강수량은 늘어도 가뭄은 더 깊어졌다

평균 강수량이 증가하는데도 가뭄은 오히려 심화되는 '기후변화의 역설'이 한국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후 변화가 물 공급 안정성을 크게 흔들 수 있다는 경고다. 한국수자원공사 소속 박성열 연구원이 포함된 호주 멜버른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수문학 저널(Journal of Hydr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같은 상황을 짚었다. 남한 전역을 대상으로 약 100년에 걸친 기후·수문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강수량 증가에도 가뭄 위험이 장기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주장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장기간 관측 기록을 보유한 서울·부산·대구·인천·강릉·목포 등 국내 6개 기상 관측소의 강수·온도 자료와 소양강댐 등 10개 주요 댐 유역의 유량 데이터를 분석했다. ◇강수량 늘었지만… 변동성 확대가 가뭄 심화 연구에 따르면 1904~2020년 기간 동안 모든 관측소에서 연평균 기온은 꾸준히 상승해 10년당 0.10~0.25℃가량 올랐다. 강수량 또한 같은 기간 10년당 약 15~29㎜ 증가했다. 이로 인해 집중호우가 자주 발생하고 홍수 피해도 커졌다. 그러나 평균 강수량 증가와 달리 42개 분석 사례 중 35개에서 가뭄이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4개월 이상 장기 자료에서는 그 흐름이 더욱 분명했다.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기상학적 변동성(meteorological variability)의 확대였다. 연구진은 42개 사례 중 34개에서 강수량의 '변동 폭'이 과거보다 확연히 커졌음을 확인했다. 1991~2020년 최근 30년의 변동성은 1912~1941년의 변동성보다 크게 높아졌다. 비가 올 때는 너무 많이 오고, 안 올 때는 계속 오지 않는 패턴이 강화된 것이다. 연구진은 “평균 강수량이 늘어도 변동성이 커지면 가뭄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표준화 강수·증발산 지수(SPEI) 분석에서도 이런 양상이 확인됐다. 극습(90% 백분위수)은 증가해 강수가 늘었음을 보여준 반면, 극건조(10% 백분위수)는 감소해 가뭄이 심화됐다. ◇기온 상승이 불러온 '증발산 증가'도 가뭄 악화 요인 또 하나의 원인은 기온 상승으로 인한 증발산량 증가다. 대기가 더 많은 수분을 머금게 되면 강수 패턴뿐 아니라 대기 중 수분 요구량도 커지기 때문에 땅이 더 쉽게 말라가게 된다. 연구진은 SPEI를 활용해 이 효과를 분석했는데, 이는 단순히 비의 양만 보는 표준 강우 지수(SPI)와 달리 '증발산'을 함께 고려하는 지수다. SPEI가 실제 유량을 나타내는 표준화 유량지수(SSI)와 더 강한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점은, 가뭄이 강수량 부족뿐 아니라 온난화로 인한 건조화 영향까지 복합적으로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10개 주요 댐 유역 분석에서는 SPEI와 SSI의 상관계수가 모든 시간 척도에서 0.79 이상으로 나타났다. 특히 12개월 이상의 장기 척도에서는 0.85를 넘는 높은 연관성을 보였다. 수자원(댐 유입량)에 미치는 기후 변화의 영향은 강수량과 증발산을 모두 포함하는 기상학적 조건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강수량의 증가 및 감소의 불규칙한 패턴(변동성)이 평균적인 강수량 증가 효과를 압도해 가뭄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즉, '비가 오는 양'이 아니라 '언제·어떻게 오는지'가 한국의 수자원에 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기후학적 평균의 변화보다는 변동성의 변화가 더 심각한 극단적 기상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전 연구들의 주장과도 일치한다. ◇물 안보 흔드는 새로운 위험… 적응 전략 시급 기후 변화가 불러온 '역설적 가뭄'은 더 이상 미래의 가능성이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현실임을 이번 연구는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기후 변화로 강수량은 늘고 홍수 피해는 증가하는데, 동시에 댐 저수량 감소와 장기 가뭄 위험이 커지는 이중 리스크가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한국의 물 관리 체계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추세가 이어지면 물 공급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장기적인 물 부족 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역별 물 수급을 재평가하고, 변동성이 커진 기후에 대응할 수 있는 '적응형 물 관리 시스템'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댐·저수지 운영 방식을 고도화하고, 가뭄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물 배분 계획을 세밀하게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적응 전략은 현재의 물 관리 관행을 재평가하고, 기후 변화의 진화하는 현실에 맞춰 물 관리의 장기적인 복원력과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 리포트] 항공기 탄소배출 줄일 방법은…‘지속가능’ 항공유

꾸준히 성장하는 항공업은 전 세계 경제 성장의 한 축을 이루지만, 동시에 '숨겨진 기후 비용'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국제학술지에 최근 발표된 세 편의 연구는 항공업이 기후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물론 2050년 항공업의 '넷제로' 달성까지는 험난한 여정이 남아있다. ◇항공 CO₂ 배출의 사회적 비용 크다 스웨덴 칼머스 공대 연구팀은 지난 9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항공기에서 배출된 CO₂가 사회 전체에 미치는 기후 비용을 정량적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전 세계 항공가 배출한 CO₂의 사회적 비용을 연간 230억~1조6000억 달러(약 34조~2360조원)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항공 CO₂ 배출이 초래하는 피해 비용으로 제시한 금액은 기존 추정보다 훨씬 높았다. 단순한 탄소 가격이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 악화와 농업 생산성 감소, 재해 피해 증가 등을 모두 반영한 '사회적 비용(social cost of carbon)' 개념을 적용한 결과다. 사회적 비용이란 특정 배출이 미래에 일으킬 피해를 현재 가치로 환산한 개념이다. CO₂의 경우 대기 수명이 길고 예측 가능한 장기 피해가 쌓인다. 특히, 항공 부문은 고도에서 배출이 일어나 기후 영향을 증폭시키는 특성이 있어, 동일한 CO₂라도 지상 배출보다 사회적 비용이 높아진다는 점이 강조됐다. 비행운의 경우 수명이 수 시간에 불과하지만, 특정 기상 조건에서는 강력한 온난화 효과를 낸다.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다는 것은 감축이 지연될수록 경제적 손실이 엄청나게 크다는 점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항공 배출의 진짜 비용을 반영할 경우, 현행 항공유 가격 구조로는 기후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단기대책: 비행경로 변경으로 비행운 형성 피하기 항공기가 하늘에 남기는 비행운(contrail cirrus)은 그 자체가 항공기가 배출되는 CO₂에 필적할 정도로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행운이 현재 기후에 미치는 유효 복사 강제력(effective radiative forcing, ERF)은 항공 부문에서 배출하는 CO₂의 복사 강제력과 맞먹는 수준으로 추정된다. 비행운은 적외선 복사를 흡수하고 태양 복사를 산란시켜 온난화와 냉각 효과를 모두 가져오지만, 분석된 비행 중 약 38%는 지속적인 비행운 형성을 통해 온난화 강제력에 기여했다. 이러한 비행운 형성으로 인한 세계적인 총 사회적 비용은 할인율, 피해 함수 등의 가정에 따라 연간 43억 달러에서 4100억 달러 사이로 추정된다. 비행운의 경우 CO₂와 달리 수명이 수 시간 정도로 짧고 예측이 어려워 완화 정책 수립에 중대한 복잡성을 야기한다. 비행운의 형성, 특성 및 온난화 효과는 주변 대기 조건, 연료 특성 및 엔진 특성에 따라 달라지므로 공간적·시간적 변동성이 매우 크고 불확실성이 상당하다. 논문에 따르면, 비행운의 기후 영향은 매우 이질적이어서, 모든 비행 중 약 2~3%만이 전체 비행운 ERF의 약 80%를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대서양 지역의 특정 비행 분석 결과, 일부 비행은 해당 비행의 CO₂ 배출량으로 인한 영향보다 한 자릿수 더 큰 비행운 영향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이질성은 모든 비행에 일률적인 완화 조치를 적용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며, 온난화 영향이 큰 비행을 목표로 하는 맞춤형 전략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비행운이 형성되는 지역을 피하도록 비행 경로를 변경하는 운영상의 전략은 단기적으로 기후 영향을 완화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경로 변경으로 인해 추가 연료 소모(연료 페널티)가 1% 미만일 경우, 약 35%의 비행에서 경로 변경이 기후적으로 이득을 가져올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연료 페널티가 5%에 달하더라도 약 30%의 비행에서 여전히 이득이 발생한다. ◇ “SAF 생산, 발표된 물량의 4분의 1만 실제 가동" 장기적인 대안은 지속가능 항공유(SAF)의 사용 확대다. 문제는 SAF 생산량이다. 벨기에 하세트대학 연구팀은 최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SAF 생산량이 턱없이 부족해 정책 목표와의 격차가 오히려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기업들이 '2030년까지 생산하겠다'고 발표한 SAF 물량 중에서 2024년 기준 실제로 가동에 성공한 비율은 글로벌 기준으로는 24%, 유럽연합(EU) 기준으로는 26%에 불과했다. 벨기에 연구팀이 구축한 '글로벌 SAF 생산능력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기업이 발표한 시설 중 상당수가 투자 지연, 기술 완성도 부족, 원료(바이오매스·폐기물·CO₂) 확보 문제로 업무가 중단되거나 취소됐다. 특히 가장 많이 사용되는 폐식용유 등 지방산 기반 공정(HEFA)은 원료 부족 문제가 심각해 대규모 확대가 어렵다. 이런 구조에서는 2030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SAF 기반 5% 감축 목표조차 달성될 가능성이 낮다. 연구팀은 “태양광·풍력처럼 빠른 기술 확산 속도를 SAF에 적용한다 해도 2030년 목표 자체는 너무 낮은 수준"이라며 “2050년 완전 대체 목표를 달성하려면 최소 연평균 23%의 생산능력 증가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도시 폐기물 기반 항공유'가 대안으로 떠올라 이런 가운데 도시 고형폐기물(municipal solid waste, MSW) 기반의 SAF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 하버드 대학 연구팀은 이달 초 '네이처 지속가능성(Nature Sustainablity)' 저널에 관련 논문을 발표하면서 “도시폐기물 기반 SAF는 음식물·종이·금속·플라스틱 등 가정·도시에서 나오는 혼합 폐기물로, 식량 기반의 SAF와는 달리 공급 제한이 심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 폐기물 기반 SAF는 ▶원료가 안정적이고 대량 확보 가능하며 ▶매립·소각으로 인한 온실가스를 줄이고 ▶바이오 기반 연료보다 지역사회 수용성이 높고 ▶탄소 배출 절감 효과가 크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제 항공사들이 미국·유럽의 폐기물 처리 기업과 협력해 MSW 기반 SAF 프로젝트를 늘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MSW를 활용해 SAF를 생산하는 주된 방법은 가스화 및 피셔-트롭쉬(Fischer–Tropsch, FT) 합성 경로를 이용하는 것이다. 먼저 파쇄·건조 등의 전처리 과정을 거친 다음, 고온에서 합성가스를 생산하게 된다. 생산된 합성가스는 정제 과정을 거쳐 FT반응을 통해 긴 사슬의 탄화수소로 전환된다. 생산된 탄화수소는 기존 항공유와 섞어 사용하게 된다. 연구팀은 “폐기물 기반 SAF는 기존 전통 바이오연료보다 정책 목표에 맞춘 대규모 확장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도시 폐기물 기반 SAF가 유망하더라도, 현실적 과제는 여전히 많다. MSW의 분리·정제 비용이나 제조 과정에서 높은 전력 사용량, 장기 공급 계약의 불확실성 등이다. ◇ 2050년 탄소중립 항공의 관건: '정책 일관성과 투자 안정성' 국내 항공업계에서도 SAF를 사용하고 있다. 정부는 2027년부터 국내 출발 국제선에 SAF 혼합을 의무화하고, 혼합 비율을 1%에서 2030년 3~5%, 2035년 7~10%로 확대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8월 인천~하네다 KE719편에 국산 SAF 1% 혼합을 시작했다. 논문을 발표한 각 연구팀은 공통적으로 정책 신뢰성과 투자 안정성을 SAF 시장 확산의 핵심 조건으로 꼽는다. 태양광·풍력이 급속한 확산에 성공한 이유도 장기적·강제적 정책 틀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항공 분야는 규제가 국가마다 달라 기업이 장기 투자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EU는 'EU 항공연료 친환경 전환 규정(ReFuelEU Aviation)'에 따라 2025년 SAF 혼합비율을 2%, 2050년에는 70%를 의무화하고, 특히 전력기반 합성연료(e-Fuel)의 의무 사용량까지 명시했다. 그러나 미국과 아시아는 세제지원 중심으로 정책이 흩어져 있어 공급 확대 속도가 더디다. 연구팀은 “2030년 SAF 수요를 충족하려면 기업이 목표 달성 '1년 전'을 기준으로 투자를 미리 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즉, SAF 생태계는 '수요 예측보다 선제적인 공급 투자'가 없으면 구조적으로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필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정치적 의지, 일관된 정책, 그리고 조기 투자"라고 강조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기후 비용을 솔직히 드러내고, 실질적 대안을 실행하는 산업적 결단"이라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테크] 더 귀해진 희토류…고사리 채굴법까지 등장

전 세계적으로 희토류(REEs) 공급망의 불안정성이 심화되면서, 각국은 첨단 기술의 필수 요소인 이 핵심 광물을 확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희토류 원소(REEs)는 스칸듐(Sc)과 이트륨(Y)을 포함한 란타넘족(族) 원소들로 구성된다. 독특한 자기촉매 특성 덕분에 풍력 터빈과 전기 자동차, 국방 및 첨단 전자 기술 등 현대 기술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에 따르면, 2040년까지 희토류 수요는 현재보다 3~7배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중국 무역갈등 속에 희토류 공급망도 흔들리고 있다. 전통적인 광물 자원 외의 대안을 찾는 것이 시급해졌다. 최근 발표되는 연구 결과는 이런 사정을 고려해 전통적인 채굴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채굴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석탄 폐기물에서 희토류를 추출하기도 하고, 특수한 식물, 심지어 유전자 변형 바이러스를 활용하기도 한다. 최근 학계에서 주목하는 혁신적인 희토류 채취 및 분리 기술들을 정리했다. ◇산업 폐기물 재활용: 석탄 재(coal ash) 및 광미(tailings)에서 회수 석탄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석탄 비산재(fly ash)나 석탄 광미(鑛尾, 광산 잔재물)는 환경 폐기물이지만 희토류를 많이 함유하고 있어 희토류의 잠재적 공급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에서만 매립된 석탄재를 통해 연간 약 1만2000톤의 희토류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현재 미국의 소비량을 넘어서는 양이다. 미국 텍사스대학의 지하에너지·환경센터 연구팀은 지난 9월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석탄 비산재에서 희토류를 추출하는 새로운 방법을 내놓았다. 이른바 '건식 소화' 추출 방식이다. 석탄 비산재에서 희토류를 추출하는 전통적인 방법은 산 침출(acid leaching)이다. 칼슘(Ca) 함량이 높은 석탄재는 희토류 회수율이 약 70~100%로 높아 매력적이지만, 산성도가 높을 경우에는 침전물로 인해 경제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반대로 산성도가 낮으면 희토류 회수율이 약 33~55%로 떨어진다. 연구진은 대안으로 건식 소화, 즉 산 베이킹(acid baking) 방법을 개발했다. 고농도 질산으로 전처리한 후, 물에 녹여내는 방식이다. 이 방법으로 눈에 띄는 침전물 없이 약 74%의 높은 희토류 추출 효율을 달성했다. 더욱이 최종 침출액에서 알루미늄(Al), 철(Fe), 규소(Si) 등 불필요한 이차 양이온의 농도가 낮아져 후속 분리 공정의 부담도 줄였다. 미국 노스이스턴 대학교 화학공학과 연구팀은 지난달 '환경 과학 기술'에 발표한 논문에서 석탄 광미에서 희토류를 추출할 때 알칼리 전처리 과정을 추가하면 효율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알칼리 전처리는 희토류를 둘러싸고 있는 알루미노실리케이트 구조(주로 카올리나이트)를 분해한다. 특히 알칼리 전처리는 경희토류(LREEs, 주기율표 상에서 란타넘(La)에서 가돌리늄(Gd)까지의 원소를 말함)를 함유한 광물에 효과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중희토류(HREEs)보다 추출 효율을 더 크게 향상시킨다는 의미다. 중희토륨은 가돌리늄(Gd)·터븀(Tb)·디스프로슘(Dy) 등을 말한다. ◇ 친환경 채굴: 고사리를 이용한 '식물 채굴' (phytomining) 중국 광저우 지구화학 연구소와 미국 버지니아 공대 연구팀은 지난 13일 '환경 과학 기술'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식물 기반 금속 채굴(phytomining) 방법을 소개했다. 이 전략은 '초축적 식물(hyperaccumulator plants)'을 이용해 토양에서 특정 금속을 추출해 식물 체내에 농축한 다음, 수확된 바이오매스에서 금속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중국 남부의 이온 흡착형 희토류 광상에서 자생하는 희토류 초축적 식물인 고사리(Blechnum orientale)를 조사한 결과, 식물의 세포 외 조직에서 나노 크기의 모나자이트 결정이 자연적으로 형성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모나자이트는 생물학적으로 유도된 광물화와 비평형 자기 조직화 과정을 통해 보통의 환경 조건(상온, 상압)에서 수지상(dendritic, 나뭇가지 모양) 나노 결정 형태로 만들어진다. 이는 고온과 고압이 필요한 전통적인 지질학적 모나자이트 형성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식물이 매개하는 광물 형성 경로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은 희토류 초축적 식물이 희토류를 격리하고 해독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으로 밝혀졌다"면서 “식물에서 형성된 나노 모나자이트는 높은 표면적과 향상된 반응성을 가지고 있어서 코팅· 발광체·방사성폐기물 관리 등 광범위한 첨단 응용 분야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바이러스를 활용하는 희토류 분리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바이오공학과 이성욱 교수 등은 최근 '나노 레터스(Nano Letters)'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실 모양의 박테리오파지(세균을 공격하는 바이러스)를 이용해 희토류를 분리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희토류 원소들은 화학적 유사성 때문에 분리하는 것이 특히 어렵고, 기존 분리 기술은 혹독한 화학 물질과 에너지 집약적인 다단계 공정(주로 용매 추출)에 의존한다. 이 교수팀은 이러한 희토류 분리 과정의 환경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박테리오파지를 이용한 열반응성 희토류 분리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 바이러스는 LBPhELP라고 불리는 '이중 기능 생체 틀'로 설계됐다. 바이러스 껍질 표면 단백질에는 세균(Methylobacterium extorquens)에서 유래한 란탄족 결합 펩타이드(LBP, 펩타이드는 짧은 단백질)가 발현되도록 조작했다. 이 LBP는 희토류 이온과 선택적으로 결합하게 된다. 흥미롭게도 이 LBP는 경희토류를 선호하는 일반적인 LanM 단백질과 달리, 중희토류에 대해 결합 선호도를 보인다. 이 성질을 활용하면 희토류를 쉽게 분리할 수 있다. 온도에 반응하는 엘라스틴 유사 펩타이드(ELP)는 용액의 온도를 높이면 (예: 20°C에서 ∼50°C로) 소수성 모티프(펩타이드 중 물을 싫어하는 부위)가 노출돼 바이러스 입자의 응집이 일어난다. 만일 단백질에 희토류 이온이 결합하게 되면 열 응집 온도가 낮아진다. 연구팀은 “이 LBPhELP 시스템은 실제 광산 샘플(산성 광산 배수 및 알라나이트 광석 침출액)의 복잡한 금속 이온 혼합물에서도 중희토류에 대한 높은 선택성을 유지했고, 이러한 흡착-탈착 사이클을 여러 번 반복해도 성능 저하 없이 재사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방법은 전통적인 희토류 채굴과 분리 방법과 비교할 때, 훨씬 작고, 스마트하며, 환경에 덜 해로운 방식이다. 미래 기술의 재료를 확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 리포트] 이러다 김치 못 먹게 될라

기후변화로 한반도 기온 상승이 가속화하면서 김치의 주재료인 배추의 안정적 생산 기반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를 보면 여름배추의 재배 적지(적합 면적)가 크게 줄어들고, 가을배추 역시 품종·지역별 수확량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따라 식량안보이 흔들리고 소비시장에 충격이 가해질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배추는 '호냉성 작물' - 서늘한 기후를 원한다 배추는 결구(속이 꽉 차는 단계) 시기에 고온에 매우 민감하다. 결구가 잘 되지 않으면 상품가치가 떨어지고 수확량이 급감한다. 단국대 바이오융합대학 환경원예조경학부 김수민 교수팀이 최근 '한국농림기상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기온 상승은 배추 재배에 불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배추의 최적 생육온도는 약 18~20℃로 알려져 있다. 일평균 기온이 25℃ 이상인 조건에서는 결구의 불량, 품질 저하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점점 줄어드는 여름배추 재배지(적지) 국립기상과학원이 최근 한국기후변화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기온 상승으로 여름배추 재배지는 급감할 것으로 예측됐다. 고해상도 1㎞ 남한 상세 시나리오에 따르면, 현재(2000~2019년) 기준으로는 남한에서 여름배추의 적지(가장 알맞은 지역)는 약 11.5%, 가능지는 약 26.2%를 차지한다. 그러나 전지구 평균 상승(글로벌 온난화 수준, GWL)이 커질수록 적지·가능지 모두 급감할 것으로 우려된다. 1.5℃ GWL 도달 시(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 상승하는 시나리오)에는 재배 적지는 약 46.9% 감소하고, 재배 가능지는 약 39.8%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2.0℃ GWL 도달 시에는 재배 적지가 약 70.7% 감소하고, 가능지는 약 57.2%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3.0℃ 이상에서는 적지가 약 90% 이상 감소해 사실상 재배가 어려운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강원권(현재 강원 고랭지)이 현재는 그나마 적지가 많은 지역이지만, 온난화가 심화될수록 적지 면적의 감소가 가장 가파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결과는 온난화 수준을 1.5℃~2.0℃로 억제하는 것의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가을(늦여름~초겨울) 배추 수량이 늘어도 '불안정' 단국대 연구진은 과정기반 모델(ALMANAC)을 이용해 품종별·지역별로 가을배추 수확량을 시뮬레이션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품종별 차이가 크며, 어떤 품종은 온난화 시나리오에서 오히려 수확량이 크게 떨어지는 반면(예: 민감 품종), 어떤 품종은 비교적 안정적인 경우도 있었다. 연구는 품종을 두 그룹(A·B)으로 나눠 모델을 보정했는데, 그룹별로 기온 민감성이 달랐다. 그 결과 전반적으로 2030~2050 시나리오에서 일부 지역·품종에서 약 10% 내외의 수량 증가가 예측되기도 했다. 다만 이는 지역·품종에 따라 상반된 반응을 보인 결과의 평균값일 뿐이다. 지역별로도 남부(전라남도 등)처럼 이미 온난한 곳은 온도가 더 높아질수록 수확량이 감소하는 경향이 관찰됐다. 이는 야간 최저기온 상승(특히 최저기온이 2~5℃ 상승)이 작물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요컨대, 평균값만 보면 '수량 증가'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제 농가 관점에서는 품종·지역별로 큰 편차와 불안정성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지역과 품종에서는 공급 안정성이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 ◇고온에 견디는 배추 품종 개발 시급 통계청 통계에 따르면 2000년과 비교해 2023년 배추 재배면적은 약 44% (5만1801 ha → 2만8912 ha), 총생산량은 약 35% 감소한 것으로 보고된다. 1인당 소비(연간 약 39 kg)는 큰 변화가 없지만 생산의 변동성으로 인해 특정 시기(예: 김장철) 가격 급등 위험은 여전히 크다. 이에 따라 연구진들은 내고온성(고온저항성) 품종의 육성과 보급을 강조하고 있다. 기후 시나리오별·지역별 반응을 고려해 안정적인 품종을 선발·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국대 연구에서 '추광', '천고마비' 등 일부 품종이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결과가 있었다. 또, 품종·재배시기·재배지의 맞춤형 관리(지역별 재배전략)도 필요하다. 심는 시기와 품종 선택, 고랭지 유지 방안 등 대안을 마련해 지역 단위로 농가에 권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농업 인프라와 다양한 지원책도 강화해야 한다. 생산 불안정성 증가에 대비해 가격·수급 충격을 완화할 정책(재배보험 확대, 냉장 등 비상 비축, 유통체계 개선 등)이 필요하다. 근본적으로는 기온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기후목표 준수(글로벌·국가적 감축)를 해야 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1.5℃~2.0℃ 수준의 온난화 차이가 농업 적지 보전에서 큰 차이를 만든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따라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농업 적응 부담을 낮추는 핵심 수단인 셈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 리포트] 건물부문 탄소중립 핵심 전략은 ‘단열·전기화’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심화됨에 따라 탄소 중립은 시대적 과제가 됐다.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2050 탄소 중립을 선언한 한국 역시 모든 산업 분야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건물 부문은 전력 사용으로 인한 간접 배출량을 포함할 경우 국가 전체 배출량의 24.6%를 차지하는 주요 배출원으로,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국내 건물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는 이산화탄소 기준으로 2018년 5210만톤에서 2050년 620만톤으로 88.1%나 감축해야 한다. 이러한 야심 찬 목표를 어떻게 달성해야 할까.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정학근 책임연구원과 연세대·고려대·KAIST 등 연구팀은 탄소중립을 위해 국내 건물 부문이 추진해야 할 세 가지 핵심 전략과 시기별 목표를 제시했다. 이 내용은 최근 국제학술지 '에너지'에 논문으로 발표됐다. ◇전략1 - 신축 건물: 제로 에너지 건물 의무화 탄소중립 달성의 첫걸음은 새로 짓는 건물부터 에너지를 절약하고,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다. 제로에너지건물(ZEB)은 건물이 사용하는 에너지(냉난방, 급탕 등)와 건물 내에서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하는 에너지를 상쇄해 에너지 자립률 100%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2050년에는 모든 신축 건물이 에너지 자립률 100%(ZEB 1등급)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신축 건물에 대해 의무화가 적용되고 있지만, 기존 건물 대비 신축 건물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ZEB 시나리오 단독으로는 전체 배출량 감축 효과가 크게 미미하다(현재 수준 대비 2050년 CO2 약 15만톤 감축 예상). 연구팀은 “당장은 효과가 크지 않아도 신축 건물의 에너지 성능을 매년 크게 향상시키고, 더 나아가 플러스 에너지 건물로 나아가는 것은 장기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략2 - 기존 건물: 그린 리모델링 확대 건물 부문 탄소 감축의 핵심 열쇠는 건물 재고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존 건물, 특히 20년 이상 노후화된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것이다. 그린 리모델링(green remodelling)은 벽 단열 보강, 창호 교체, 고효율 설비 설치 등을 통해 기존 건물의 에너지 소비를 2018년 대비 30% 이상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내에서는 20년 이상 된 건물을 노후 건물로 지정하고 에너지 효율 개선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2050년까지 모든 기존 건물에 그린 리모델링 기술을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삼을 필요가 있다. 현재는 비용 문제나 적용 범위의 한계 탓에 그린 리모델링의 효율 개선은 약 3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전략3 - 에너지 시스템의 전환: 전기화 건물 전기화(electrification)는 냉난방·급탕·취사 등에 화석연료(석탄·석유·가스)를 사용하는 설비를 전기 에너지를 사용하는 설비(예: 히트 펌프, 전기 스토브)로 대체하는 기술이다. 이는 건물에서 발생하는 직접 배출을 제로로 만들 수 있다. 문제는 건물 전기화가 진정한 탄소중립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에너지 전환 계획(energy transformation plan)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발전 부문에서 전력의 탄소 배출 계수가 낮아져야 간접 배출까지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전환 없이 건물 부문의 전기화만 진행할 경우, 2050년 탄소 배출량은 오히려 전기화를 적용하지 않았을 때보다 증가할 수 있다. 반면, 에너지 전환 계획과 함께 전력화를 적용하면 2050년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2035년까지의 핵심 과제: 속도와 효율의 향상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특히 중기 목표인 2035년까지 그린 리모델링과 건물 전력화의 준비를 완료하고 속도를 높여야 한다. 우선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달성하고, 그린 리모델링을 통한 효율 개선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정부는 2030년 건물 부분 감축 목표를 2018년 대비 32.8%, 최근 발표한 2035 NDC에서는 50% 이상을 줄이는 것으로 설정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린 리모델링의 효율 개선이 현재 수준(30%)을 넘어 더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리모델링 시 신재생에너지원을 적극적으로 통합해 에너지 자립률을 10% 이상 추가로 확보해야 함을 의미한다. 2050년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 이후에도 그린 리모델링 효율이 40% 이상으로 개선돼야 한다. 이와 함께 2035년부터는 건물 전기화가 실질적으로 시작돼야 한다. 건물 전기화는 전력의 탄소 배출 계수가 낮아져야 의미가 있는데, 연구 모델에 따르면 전력의 탄소 배출 계수가 건물에서 주로 사용하는 가스(천연가스)의 배출 계수보다 낮아지는 시점은 2035년부터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건물 전기화의 의무 적용 시기는 이 에너지 전환 계획에 맞춰 2035년부터 시작, 2050년까지 100% 전기화를 달성화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에 앞서 2035년 전기화 시행을 위해서는 정책 및 기술적 준비(예: 히트 펌프 기술 개발 및 비용 절감, 전력망 안정화)가 필수적이다. ◇세 전략의 통합: 2050 목표 달성 가능성 개별 전략(시나리오)의 영향을 분석한 결과, 신축 건물의 제로에너지건물 적용만으로는 감축 효과가 제한적이고, 기존 건물의 그린 리모델링과 건물 전력화 전략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에너지 전환 계획에 기반한 건물 전기화 전략은 2050년 CO2 배출량을 약 1791만5000톤이나 줄이는 효과가 예상된다. 2050년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세 가지 전략을 모두 적용할 경우 2050년 건물 부문 탄소 배출량은 605만톤까지 줄어 2050년 목표치인 620만톤을 달성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연구팀은 “세 가지 전략은 각각 건물의 에너지 성능을 향상시키는 '다리'와 같고, 이 다리가 서 있는 '바닥'이 바로 에너지 전환 계획"이라면서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력이 탄소 배출이 없는 청정 에너지로 바뀌지 않는다면 탄소 배출은 줄어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리포트] 지구온난화에 스트레스 받는 ‘쌀’…생산 줄고 미질도 하락

기후변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쌀 생산과 품질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벼의 등숙기(쌀알이 여무는 시기)에 나타나는 고온은 수확량 감소뿐 아니라 쌀알의 반투명도와 식미 품질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해 여름(6~8월) 전국 평균기온은 25.6℃로 2022년 여름의 24.5℃보다는 1.1℃, 2023년 여름의 24.7℃보다는 0.9℃나 높았다. 평년 여름 평균기온(1991~2020년 30년 평균값) 23.7℃보다 무려 1.9℃나 높았다. 그렇다면 이처럼 기온이 높았던 지난해 쌀 생산량과 쌀의 질은 어땠을까.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작물육종과 연구진은 2023년과 2024년의 기상 조건과 쌀 외관 품질을 비교 분석한 연구를 국제 학술지 '작물 과학 및 생명공학 저널(Journal of Crop Science and Biotechnology)'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국립식량과학원 완주 시험포장에서 재배된 42개 국내 벼 품종을 대상으로, 등숙기에 나타나는 기온 변화가 쌀 품질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조사한 것이다. ◇등숙기 온도 1℃ 상승, 완전립 비율 급감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24년 5~10월 평균기온은 전년보다 1.1℃ 높았으며, 일평균 기온 30℃ 초과 일수는 2023년 8일 → 2024년 20일, 최고기온 35℃ 초과 일수는 9일 → 17일로 고온 지속 기간이 크게 길어졌다. 이러한 고온은 벼의 호흡량을 증가시키고 세포 분열과 전분 합성을 방해해 뿌옇게 흐린 분상립(chalky grain)과 금이 간 쌀fissured grains) 발생률을 크게 높인다. 실제로 2024년에는 백미 품질 요소 중 완전립 비율은 현저히 감소한 반면, 분상립 비율은 현저히 증가했다. 쌀알 내부가 채워지지 않는 미숙립(immature grain) 비율도 증가했다. 특히 2024년에는 미숙립과 완전립 사이에 매우 강한 음의 상관관계(r = –0.91)가, 분상립과 완전립 사이에 강한 음의 상관관계(r = –0.94)가 관찰되어, 고온 스트레스 하에서 품질 저하 요인들의 연관성이 강해짐을 시사했다. 연구진은 42개 한국 벼 품종을 대상으로 기후 변화에 대한 외관 품질 반응을 평가했다. 그 결과, 품종별로 온도 변동에 대한 민감도가 뚜렷하게 갈렸다. 동진2호, 보람찬, 수광, 황금누리 등 일부 품종에서는 완전립 비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며 외관 품질이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동진2호와 보람찬은 완전립 비율 감소율과 미숙립 비율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반면 아세미6호와 남평 등의 품종은 기온 상승에도 완전립 비율과 전분 축적 특성이 크게 변하지 않아 고온 환경에서 안정적인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품종으로 평가됐다. ◇“기후 추세상 쌀 품질 악화 피할 수 없어" 2024년이 고온으로 기록된 해였지만, 기상청 분석에 따르면 여름철 평균기온만 놓고 보면 2025년이25.7℃로 2024년보다 0.1℃ 더 높았다. 즉, 기후변화로 인한 온난화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누적되는 추세이며, 벼의 생육 기간인 7~9월의 고온 지속 가능성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전남·충청 지역의 일부 농가에서는 이미 여름철 야간 고온 탓에 벼 알이 여물지 않는 현상도 관찰되고 있다. 등숙기 평균기온이 30℃를 넘는 날이 5일 이상 지속되면 쌀 품질은 급격히 악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극한의 기후 변화 속에서 쌀 품질이 저하되는 현상은 마치 뜨거운 난로 옆에서 굳혀야 할 젤리가 제대로 굳지 않고 흐물거리는 것과 같다. 이는 쌀 품질 악화가 단순한 '그해 날씨 운'의 문제를 넘어, 장기적인 식량 생산 구조 변화를 요구하는 문제임을 의미한다. 지금처럼 기온 상승 추세가 계속된다면 △수확량 감소 △쌀 품질 저하로 인한 소비자 이탈 △농가 수익 감소 등이 동시에 나타나, 국내 쌀 산업의 구조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연구진은 이번 분석을 통해 “기후변화는 더 이상 미래의 위험이 아니라 현재진행형 위기"라며 “새로운 벼 품종 개발과 보급 속도를 높이는 것이 식량안보를 지키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고온 조건에서 안정적으로 나타나는 형질(완전립 비율, 전분 축적 능력 등)을 기준으로 유전자를 선발하고 교배에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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