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포커스] 녹조·화학물질·중금속  ‘삼중고’ 낙동강…근본 대책은

영남권의 젖줄 낙동강이 녹조·유해화학물질·중금속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며 심각한 환경 위기에 처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낙동강은 영남지역 수 백만 주민에게 식수를 공급하는 핵심 상수원이지만, 과거의 산업 유산과 현재의 기후 변화가 겹치면서 생태계와 인간의 건강을 동시에 위협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녹조 현상의 심화: 기후 변화와 보 건설이 맞물린 탓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박준홍 교수팀은 지난해 9월 국제학술지 환경 공학 연구(Environmental Engineering Research)에 발표한 논문에서 낙동강이 유해 남세균(Cyanobacteria, 남조류) 발생 측면에서 이미 매우 위험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의 평균 유속은 과거에 비해 3배에서 최대 8배까지 감소했으며, 이로 인해 물의 체류 시간이 길어지면서 강이 사실상 '거대한 호수'와 같은 상태로 변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이 2100년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기온 상승이 지속될 경우 녹조 밀도는 현재보다 수 배 이상 증가해 대규모 남조류 발생 기준인 mL당 100만 세포(cells)를 초과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보를 개방해 유속을 회복하는 조치가 필요하지만, 이미 가속화된 온난화 상황에서는 이마저도 충분한 해법이 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더욱이 12월 중순에는 경남 창원 지역 상수원인 칠서취수장~창녕함안보 인근 2㎞ 구간 낙동강에서 양치식물인 물개구리밥이 긴 띠를 형성한 것이 육안으로 확인됐다. 창원시 측은 “낙동강 물개구리밥은 칠서 취수장 부근에서 약 4-5일간 체류 후 하류로 이동했고, 정수장 취수구는 오탁방지막으로 차단해 체류기간 동안 원수 수질 악화와 그로 인한 칠서정수장 수돗물 수질에 미치는 영향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호수나 늪에서나 발견되는 식물이 강을 뒤덮은 것은 예사롭지는 않다. ◇'영원한 화학물질' PFAS: 눈에 보이지 않는 오염 부경대학교 지구환경시스템과학부 양민준 교수팀은 최근 '분석 과학 기술 저널(Journal of Analytical Science and Technology)'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낙동강 수계의 화학적 오염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밝혔다. 낙동강 본류와 지류 23개 지점을 조사한 결과, 총 11종의 과불화화합물(PFAS)이 검출됐으며, 특히 구미 산업단지 인근 지류에서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기준을 크게 초과하는 과불화옥탄산(PFOA)과 과불화옥탄술폰산(PFOS)가 확인됐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들 물질이 일반적인 정수 처리 과정은 물론 고도정수 처리에서도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건강 위해성 평가 결과, 0~5세 어린이 집단의 경우 일부 지점에서 유해 지수가 위험 임계치를 초과해, 미래 세대의 건강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과불화화합물은 자연계에서 거의 분해되지 않아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린다. 낙동강에서는 공장 외에도 폐기물 매립시설이나 소화제를 사용하는 미군기지 등에서도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2025년 초 '노출 과학과 환경 역학(Journal of Exposure Science & Environmental Epidemiology)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수돗물 내 PFAS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구강·인두암, 소화기계·호흡기계 암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EPA의 새 기준(4ng/L 이하)을 초과할 경우 매년 6,800건 이상의 암이 PFAS 노출로 발생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오래된 오염: 호수 바닥에 쌓이는 중금속 충남대학교 해양환경과학과 최만식 교수팀은 최근 '유해 물질 최신 연구 저널 (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 Advances)'에 발표한 논문에서 낙동강 상류 안동호 퇴적물이 과거 광산 개발과 현재까지 이어진 제련소 운영의 영향으로 독성 금속의 거대한 저장고가 됐다고 밝혔다. 퇴적층 분석 결과, 1970~1990년대에는 폐광산에서 유입된 카드뮴과 아연이 주요 오염원이었으나, 2005년 이후에는 인근 아연 제련소의 생산량 증가와 맞물려 카드뮴과 아연 농도가 다시 급증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러한 중금속은 퇴적물에 쌓여 있다가 홍수나 태풍 등 극한 기상 시 재부유·용출돼 생물 농축을 일으키고, 결국 먹이사슬을 통해 인간에게까지 전달될 수 있는 잠재적 '환경 폭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낙동강 수질오염 해법은 없나 정부도 낙동강 수질 개선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녹조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공공하수처리시설 방류수의 총인(TP) 기준을 강화하는 개정 하수도법 시행 규칙을 공포했다. 개정 규칙은 5대강(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섬진강) 수계에 있는 하수처리용량이 하루 1만㎥ 이상인 대형 공공하수처리시설 방류수 수질 기준 중 총인 항목을 상수원보호구역 등의 시설과 똑같이 조정하는 내용이다. 기후부는 또 녹조 등으로 수질이 악화됐을 때 보 수문을 개방할 수 있도록 취·양수장 취수구 시설을 개선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최근 대부·중적포·외삼학 등 경남 합천군에 있는 낙동강 일대 양수장 3곳의 취수구 개선사업이 완료했다. 기후부는 남은 66개 취·양수장의 취수구 개선 사업에도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현재는 취수구가 강 수심 중간에 위치해 보 수문을 개방할 경우 취수가 불가능하다. 기후부는 지난 10월 수돗물 속 PFAS에 대한 수질기준을 2028년까지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경북도는 지난 여름 논란이 끊이지 않는 석포제련소 이전 논의를 위해 '석포제련소 이전 타당성 조사 및 종합대책 수립 용역'에 착수했다. 경북도는 용역을 통해 종합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한 뒤 국회·환경부와 협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한편, 기후부는 지난 12월 17일 강변여과수·복류수 활용이나 취수원 이전, 취수 방식의 다변화로 낙동강 물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낙동강 수질을 개선하려면 생태계부터 살려야 최근 발표된 논문 내용을 종합하면 낙동강은 ▶유속 감소로 인한 녹조의 상시화 ▶산업 활동에 따른 미량 유해 화학물질의 지속적 유입 ▶상류에서 누적된 중금속 오염이라는 세 가지 재난이 동시에 진행되는 복합 오염 상태에 놓여 있다. 기후부는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조치는 단기적으로 수돗물의 안전성을 높일 수는 있겠지만, 낙동강이라는 상수원 자체의 오염을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오염된 강을 그대로 둔 채 취수 지점만 바꾸거나 강바닥 아래를 우회해 물을 끌어오는 방식은, 시민들의 불안을 잠시 피해 가는 기술적 해법일 뿐 강의 건강을 회복시키지는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PFAS와 같은 난분해성 화학물질과 퇴적물에 축적된 중금속은 취수 방식을 달리한다고 사라지지 않으며, 홍수나 기후위기로 재부유될 경우 언제든 다시 수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 녹조 역시 보로 인해 느려진 유속과 상승하는 수온이라는 구조적 조건이 바뀌지 않는 한, 계절 관리나 취수 대안만으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남세균 독소가 수돗물 뿐만 아니라 에어로졸 형태로 공기 중에 떠다닌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상수원 문제를 '식수 공급의 기술'로만 접근하는 한, 낙동강 생태계는 되살아날 수 없고 시민들의 우려 역시 근원적으로 해소되기 어렵다. 논문을 쓴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낙동강을 다시 생명의 강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취수원 논의를 넘어, 보 운영의 전면적 재검토와 물 흐름의 회복, 산업단지와 상류 오염원에 대한 강력한 규제, 그리고 강 자체를 정화·회복의 대상으로 삼는 정책 전환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안전한 물은 강을 피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강이 건강해질 때 비로소 확보된다는 점을 이제는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환경포커스] 초미세먼지 원인 농촌 암모니아…비료 관리방식 전환 시급

기후에너지환경부 소속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센터장 오흔진)가 지난 17일 발표한 '2023년 국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산정 결과'에 따르면, 국내 대기오염 배출 구조는 전반적으로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2016년 이후 초미세먼지(PM-2.5) 배출량은 꾸준히 감소해 2023년 배출량은 전년 대비 19.3% 줄어든 4만 7957톤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성과는 석탄화력발전 비중 축소,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 등 정책적 개입의 결과다. 실제로 2023년 황산화물(SOx)은 0.4%, 질소산화물(NOx)은 5.7% 감소했다. 산업·교통 부문 중심의 대기오염 저감 정책이 일정한 효과를 거둔 셈이다. 그러나 이 '성적표'에서 유독 눈에 띄는 예외가 있다. 바로 암모니아(NH₃)다. 암모니아 배출량은 오히려 전년 대비 0.1%(약 300톤) 증가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배출원의 구성이다. 2023년 전체 암모니아 배출량 24만2523톤 가운데 83.9%에 해당하는 20만3373톤이 농업 부문에서 발생했다. 이는 자동차(0.7%)나 산업 생산공정(7.9%)과 비교해 압도적인 비중이다. 미세먼지 문제의 중심이 도시의 굴뚝과 도로에서 농촌의 논밭과 축사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농촌의 퇴비가 미세먼지가 되는 원리: '의도치 않은 동반 오염' 농업 암모니아의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학계에서 지적돼 왔다. 2018년 아주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김순태 교수 연구팀은 '한국대기환경학회지'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농경지에 살포되는 액비와 퇴비에서 발생하는 암모니아가 대기 중 초미세먼지 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음을 경고했다. 당시 연구 결과, 농업 활동에서 배출된 암모니아는 수도권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당 4~5㎍(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까지 상승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현상의 과학적 메커니즘은 지난달 중국 난카이대학교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논문에서 보다 명확히 규명됐다. 연구에 따르면 대기는 산성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대기 다매체 완충 능력(atmospheric multiphase buffering capacity)'을 갖고 있으며, 이 완충 작용의 약 80%를 암모니아가 담당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다. 암모니아는 대기 중 산성 물질을 중화하기 위해 가스 상태에서 입자 상태의 암모늄염으로 전환되는데, 이 결과로 초미세먼지가 함께 증가한다. 연구진은 이를 '의도치 않은 동반 오염(concomitant pollution)'이라고 정의했다. 농업 생산을 위해 사용된 비료와 분뇨가 결과적으로 대기질 악화를 부추기는 구조인 셈이다. ◇국경을 넘어오는 위협: 중국 농촌 배출의 영향 암모니아 문제는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다. 중국은 전 세계 암모니아 배출량의 26.4%를 차지하는 최대 배출국으로, 기존 통계가 실제 배출량을 70% 이상 과소평가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부산대학교 대기환경과학과 전원배 교수 연구팀(제1저자 최현식)은 '한국대기환경학회지' 올 10월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중국의 암모니아 배출 증가가 한반도 대기질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봄철 북서풍이 부는 시기에 중국 농촌 지역의 암모니아 배출이 늘어나면 한반도 내륙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평균 2.0㎍/㎥, 해양 지역은 최대 3.0㎍/㎥까지 추가 상승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암모니아가 질산과 반응해 형성되는 질산암모늄(NH₄NO₃)의 영향이다. 다만 여름철에는 기온 상승으로 이 입자가 다시 가스로 분해되면서 미세먼지 기여도가 낮아진다. 계절적으로 봄철 고농도 미세먼지를 해결하기 위해 농업 암모니아 관리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는 이유다. ◇10분의 1 비용으로 거두는 거대한 효과: 암모니아 저감의 경제학 암모니아를 줄여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저감 비용 대비 대기 개선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중국 저장대학교와 국제 공동연구진은 지난 2021년 '사이언스'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암모니아 배출 1㎏을 줄이는 데 드는 비용이 약 1.5달러로, 질소산화물(NOx) 저감 비용(약 16달러)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당시 연구진은 전 세계 암모니아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일 경우 약 380억 달러의 비용으로 조기 사망 감소 등 1720억 달러에 달하는 사회적 편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국은 농경지에 투입되는 단위 면적당 질소량이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알려져 있어, 비료 관리 방식 개선만으로도 상당한 대기질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농업 부문 오염 배출 체계적인 관리 시급 국내 미세먼지 정책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암모니아 배출 관리가 시급하다. 암모니아 배출을 줄이기 위헤서는 전체 배출량의 83.9%를 차지하는 농업 부문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불가피하다. 중국 난카이대학교 연구팀은 논문에서 농경지 비료의 '깊게 거름 주기(deep placement)'나 분뇨 저장 시설 덮개 설치와 같은 관리 개선이 가장 비용 효율적인 대책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상대습도가 40% 이하로 낮은 조건에서는 암모니아 휘발이 크게 증가하는 만큼, 이러한 기상 조건에서 비료 살포를 피하는 '적절한 시기(right time)' 원칙을 적용하는 세심한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농촌 퇴비와 액비 등 양분 관리는 하천 부영양화와 녹조 발생과도 관련이 될 수 있다. 농업생산성과 더불어 환경 개선이란 측면에서 관리 방식을 전환한다면 초미세먼지 오염과 녹조라는 오랜 난제에 실질적인 돌파구가 열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환경포커스] 미세먼지, 노인 심장·혈관·뇌를 위협한다

한국 및 중국에서 대규모로 고령층을 추적 연구한 결과, 초미세먼지(PM2.5) 및 극미세먼지(UFP)에 장기간 노출이 허혈성 심장질환과 뇌졸중의 발생률·사망률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국내 노인의 사망 부담은 미세먼지 저감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고령층의 심혈관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 최근 발표된 국내외 여러 연구는 PM2.5와 UFP에 장기간 노출되는 것이 심혈관 질환(CVD) 발병 및 사망 위험을 높이는 주요 환경 위험 요인임을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다. UFP는 초미세먼지 중에서도 지름 100㎚ 미만의 입자를 말한다. 1㎚(나노미터)는 100만 분의 1㎜다. 전 세계적으로는 매년 약 667만명이 대기오염으로 인해 조기 사망하는데, 이 중 대부분이 PM2.5 노출과 관련이 있다. 특히 노인 인구는 PM2.5 노출의 유해한 건강 영향에 더욱 취약하다. 노년층은 심혈관 및 폐 기능이 나이가 들면서 저하되기 때문에, PM2.5 노출의 악영향이 심화될 수 있다. 세계적으로 고령 인구 비율이 증가하는 가운데, 한국과 중국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이로 인한 건강 부담이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 노인에게 미치는 심각한 피해 인하대 직업환경의학과 이동욱 교수팀은 국내 노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코호트(동일 집단) 연구에서 PM2.5 장기 노출이 노인(65세 이상)에게 사망 및 질병 위험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8월 '역학 및 보건 (Eidemiology and Health )' 저널에 논문으로 발표됐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 노인 536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에서는 장기적인 PM2.5 노출이 허혈성 심장질환(IHD) 및 뇌졸중(stroke)을 포함한 특정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HD는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혀서 심장 근육이 충분한 산소와 영양을 받지 못해 생기는 질환으로, 대표적으로 협심증과 심근경색이 포함된다. 연구 결과, PM2.5 농도가 m³당 10㎍(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 증가할 때 IHD로 사망할 위험이 6.8% 증가했고, 뇌졸중 사망 위험은 2.3% 늘었다. PM2.5 노출로 인한 초과 사망자 수는 대기 질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구 고령화로 인해 2010년 4888명에서 2019년 5179명으로 증가했다. 2010~2019년 10년 동안 국내 노인(65세 이상) 인구에서 장기간의 PM2.5 노출로 인해 초과 사망한 사람은 모두 5만1832명으로 추정됐다. 75세 이상 고령층은 65~74세 그룹에 비해 IHD,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제2형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률에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성 노인이 남성 노인보다 IHD, COPD, 제2형 당뇨병 사망 위험에 더 민감했다. 이는 폐경 후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수치 감소로 인한 심혈관 보호 효과 저하, 염증 증가, 산화 스트레스에 대한 민감성 증가 등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 증가 서울대 의대 생명의학과 박상민 교수팀이 최근 '대기 환경(Atmospheric Environment)'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도 비슷한 분석 결과가 제시됐다. 약 170만 명의 한국 노인(65세 이상)을 대상으로 이 연구에서도 PM2.5 고농도 장기 노출이 전체 심혈관 질환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PM2.5 농도가 가장 높은 사분위수(Q4, 윗쪽 25%)에 해당하는 환경에 거주하는 노인은 가장 낮은 사분위수(Q1, 아랫쪽 25%)에 비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6% 높았고, 전체 뇌졸중 위험은 5% 높았다. 이 연구에서도 PM2.5 노출과 관련해 가장 높은 심혈관 질환과 사망 위험을 보인 집단은 75세 이상 노인이었다. ◇적혈구가 초미세먼지를 온몸으로 날라 미세먼지가 심혈관 건강에 해를 끼치는 경로는 복잡하다. 입자 크기와 화학적 구성 성분에 따라 다양한 메커니즘을 통해 전신에 영향을 미친다. UFP는 매우 작아 호흡기 깊숙이 침투하여 혈류로 쉽게 들어가 전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 푸단대 연구팀이 지난 9월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저널에 발표한 논문과 영국 런던 블리자드 연구소 연구팀이 지난달 'ERJ 오픈 리서치(ERJ Open Research)' 저널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이런 메커니즘을 엿볼 수 있다. 자동차 배기가스의 미세먼지 입자(탄소성 및 금속 함유 나노입자)가 코로 들어온 후 혈류로 이동하는 주요 메커니즘 중 하나는 적혈구 표면에 부착돼 운반되는 것이다. 이를 '적혈구 히치하이킹'이라 부른다. 적혈구가 미세먼지를 전신 운반체 역할을 하는 셈이다. 쥐 실험에서 호흡기 내에 디젤 배기가스 입자(DEP)를 주입했을 때 혈관을 도는 RBC에 입자가 부착된 것이 관찰됐다. UFP 노출은 전신 염증 및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혈관 내피 기능을 손상시키고, 혈관 수축을 촉진하고 혈압을 상승시킨다. UFP는 또한 혈소판 활성화와 혈액 응고를 촉진해 혈전 형성을 유발할 수 있다. ◇독성 성분이 심장 전기 전도계 교란 지난달 중국 난징 의과대학 연구팀은 '환경 과학 기술'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건강한 노인(60~69세)을 대상으로 한 중국의 종단 패널 연구 결과, PM2.5의 특정 무기 원소 성분이 심장 기능에 급성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심실의 수축과 이완의 간격이 커지는 현상이 뚜렷하게 관찰됐다는 것이다. 수축 이완의 속도가 느려지면 부정맥 위험이 커진다. 노출된 원소 혼합물을 분석한 결과, 황(S)과 납(Pb)이 심실 수축 전기 신호를 느리게 하는 주요 독성 원인으로 확인됐고, 황과 구리(Cu)가 심실 수축 이완 시간 간격을 늘리는 데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국내 연구 논문에서는 노인이 미세먼지에 취약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노화는 심혈관 기능 저하를 유발해 심장을 산화 스트레스와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에 더 취약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또한, 노화는 호흡기의 방어 기제를 약화시켜 PM2.5가 폐 깊숙이 침투하게 된다. PM2.5는 전신 염증을 가중시키고, 혈관-뇌 장벽(BBB)을 손상시켜 뇌졸중 위험을 높일 수도 있다. ◇ 예방을 위한 대책: 마스크와 공기청정기 여러 연구 결과는 PM2.5 노출 수준이 낮은 경우에도 심혈관 위험이 선형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PM2.5에 대해 안전 역치(threshold)가 없음을, 즉 낮은 농도에서도 건강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PM2.5에 대한 오염 통제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PM2.5 고농도에 장기 노출되면 노인층의 심혈관 질환 위험 증가로 이어지므로, 노인 인구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기 오염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75세 이상 노인 및 기저 질환을 가진 취약 계층에 대한 맞춤형 공중 보건 개입이 필요하다. 개인적인 대책으로는 마스크를 착용해 오염 노출을 줄이는 것아다. 자동차 배기가스에 노출됐을 때 마스크를 착용하면 적혈구에 부착되는 입자의 양(PM-RBC area)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실내에서는 공기 청정기를 사용하면 PM2.5 장기 노출과 관련한 건강 영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환경포커스]기후변화의 역습: 겨울 연무 ‘배출 저감’만으론 못 막는다

'삼한사미'. 전통적인 한반도 겨울 날씨를 가리키는 '삼한사온' 대신 최근 한반도 겨울철 날씨를 가리키는 말이다. 북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와 사흘 정도 기온이 떨어진 다음에는 서쪽에서 따뜻한 공기가 들어오면서 기온은 오르지만 대신 나흘 정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다는 말이다. 이처럼 겨울철마다 찾아오는 뿌연 대기와 답답한 시야, 호흡기 질환의 악화와 같은 '연무(靄霧, haze)' 문제는 이미 익숙한 계절 현상이 되었다. 연무의 원인으로는 중국 북부의 석탄 연소, 국내 대기오염 배출, 공장·산업지역 집중, 그리고 한반도 상공의 약한 대기 순환이 지목돼왔다. 최근의 과학 연구는 앞으로 이 문제의 핵심 요인 자체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박록진 교수와 한양대 예상욱 교수 등 연구팀은 기후변화가 겨울철 동아시아 대기의 '정체(停滯)'를 크게 강화해 연무 발생 가능성을 지금보다 훨씬 높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최신 기후 모델(CMIP6)과 실제 관측 자료를 분석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 학술지 '종합 환경 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특히 “앞으로 동아시아의 겨울 대기는 오염물질이 잘 빠져나가지 않는 방향으로 변해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현재 추진하는 미세먼지 배출 저감 정책만으로는 개선 효과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염 배출량보다 '대기가 얼마나 갇혀 있느냐'가 핵심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지표는 연무 기상 지수(haze weather index, HWI)다. 이 지수는 겨울철 연무를 촉진하는 대표 기상 요소 세 가지를 종합해 만든 것이다. HWI는 연무 발생에 기여하는 세 가지 주요 기상 변수, 즉 ▶수직 온도 차(ΔT) ▶500 hPa 존(Zonal) 풍속 차이 ▶850 hPa 남북 방향 바람(V850) 등을 통합해서 산출하게 된다. 먼저 수직 온도 차(ΔT)는 대류권 하부의 안정성을 나타낸다. 850 hPa(헥토파스칼, 기압 단위)의 기압이 나타나는 고도의 공기층이 250hPa 기압 층보다 따뜻할수록 오염 물질이 위로 분산되는 것을 막는 '뚜껑' 역할을 한다. 하층 공기가 따뜻하고 상층 공기가 상대적으로 차가우면 일종의 대기 역전층이 만들어져 오염물질이 상승·확산하는 것을 막는다. 500 hPa 기압을 보이는 고도에서의 풍속 차이는 중부 대류권 편서풍의 세기를 나타낸다. 편서풍이 약해지면 대기 정체를 유발해 오염 물질이 축적된다. 850 hPa 기압을 보이는 고도에서의 남북 방향 바람은 지표면 근처 오염 물질의 확산 강도를 나타내는 값이다. 바람이 약하거나 변칙적인 남풍일 경우 오염 물질이 쌓이게 된다. 연구팀은 이 HWI와 관측된 일일 PM2.5 농도와의 관계를 조사했다. HWI는 특히 북부 동아시아 지역(동중국 및 한국)에서 일일 초미세먼지(PM2.5) 수준과 강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실제 관측 결과, HWI의 예측력은 매우 높았다. 심각한 연무 조건 (HWI 값이 1.5보다 클 경우)에서는 중국 베이징-톈진-허베이(BTH) 지역의 일일 평균 PM2.5농도는 겨울 평균 대비 ㎥당 44㎍(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 즉 51% 증가했다. 반면 청정한 조건 HWI가 -1.5보다 작을 경우)에서는 같은 지역에서 PM2.5 농도는 겨울 평균 대비 49 ㎍/㎥, 즉 55% 감소했다. HWI 값이 오를수록 중국 북부와 한반도의 일일 PM2.5 농도가 즉각적으로 상승한다는 사실을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는 북부 동아시아의 대기 오염 수준이 기상 조건에 따라 하루 만에 크게 변동함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무는 오염 배출의 문제가 아니라 기상 조건 문제라는 얘기다. ◇미래 전망: 기온 상승 → 대기 안정도 증가 → 연무 급증 연구팀은 16개 CMIP6(Coupled Model Intercomparison Project Phase 6) 기후 모델을 활용해 오는 2100년까지 연무 발생에 유리한 기상 조건이 얼마나 늘어날지를 예측했다. 2020년부터 2100년까지 네 가지 기후 시나리오(공통사회경제 경로(SSP)를 사용, SSP1-2.6, SSP2-4.5, SSP3-7.0, SSP5-8.5) 하에서 잠재적 연무 발생일의 변화를 예측했다. 과거 평균(1980~2014년 평균)과 2090년대를 비교했을 때, 온실가스를 지금 같은 추세로 계속 배출하는 고배출 시나리오(SSP5-8.5) 시나리오의 경우 연무가 재앙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HWI가 0보다 커 연무 발생에 유리한 기상을 보이는 날은 과거 45.5일에서 2090년대에는 55.5일로 21%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HWI가 0.5보다 큰 '보통 연무'일은 29.3일에서 39.7일로 35%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HWI이 1.5보다 큰 '극심한 정체'가 나타나는 날은 5.7일에서 10.7일로 87%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극심한 정체 조건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이는 한반도에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는 시기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연구팀은 이러한 변화를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이 '기온 상승'이라고 지적했다. 온난화로 인해 하층 공기 온도가 더 빠르게 높아지고, 이로 인해 대기 상부의 안정층이 강화되면서 오염물질을 가두는 '뚜껑 효과'가 강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반도는 연무의 '직접 영향 지역' 한반도는 중국발 대기오염 논란으로 자주 거론되지만, 문제는 단순한 이동 경로가 아니다. 한반도와 중국 북부는 겨울철 동일한 대기 순환 체계에 속해 있으며, 정체가 강화되면 양쪽 모두 동시에 악화된다. 즉, 중국이나 한국 모두 오염 배출을 줄여도 대기 정체가 강화되면 개선 효과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기후 완화가 동북아시아의 대기질 개선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며, 단순한 보완적 조치가 아님을 보여준다"면서 “기후 변화와 대기 오염 간의 강력한 상호작용을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후 정책과 대기질 개선 전략을 명확하게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공장·수송 부문 PM2.5 감축 정책이나 석탄발전 감축 및 재생에너지 확대, 지역 유입 오염물질 공동 관리에 더해 기온 상승 자체를 억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후 대책이 바로 최고의 미세먼지 대책이라는 게 연구팀의 주장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환경포커스] ‘전량 中 수입’ 정수장 활성탄…희토류처럼 비축해야 하는 시대

활성탄은 수돗물 정수 과정, 특히 고도정수처리 시설에서 꼭 필요한 재료다. 암을 일으키는 과불화화합물(PFAS), 간 질병을 유발하는 남세균 녹조 독소 등 미량 오염물질로부터 깨끗한 수돗물을 만들어 시민의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해주는 활성탄이 부족하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정수장 활성탄도 사용 수명이 있고, 교체 주기가 있는 만큼 활성탄을 제때 교체하지 못한다면 오염물질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게 된다. 수질 기준을 초과하는 유해물질에 시민들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국내에서 사용하는 활성탄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희토류나 요소수처럼 공급망이 불안해질 수 있고, 수돗물 생산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수돗물 오염 우려가 커지고 고도정수처리 시설이 확대되면서 활성탄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수급 불안을 우려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국내 광역상수도 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K-water)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수년 전부터 이에 대비하고 있다.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 주최로 열린 '수돗물 과불화화합물 대응전략 포럼'에서 수자원공사 수도관리처 전은주 부장은 주제 발표를 통해 활성탄 비축 사업에 대해 소개했다. 우선 수자원공사는 2022년 7월 조달청과 '활성탄 비축사업' 협약을 맺고 실무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또 2023년 10월 환경부·조달청과 활성탄의 안정적인 수급과 공급을 위한 '국내 고도정수처리용 활성탄 국가비축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전국 3곳에 총 8000㎥ 규모 비축창고 수자원공사는 현재 전국 세 곳에 활성탄 비축창고를 설치했거나 설치하고 있다. 한강 수계에서는 경기도 용인 수지정수장에 비축창고를 지난 4월 완공했다. 10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입상활성탄 1800㎥을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이다. 지난 5월 완공된 전북 군산의 조달청 군산비축기지에도 전국 정수장에 공급할 분말활성탄 2000㎥을 저장하고 있다. 낙동강유역에는 구미정수장에 4200㎥ 규모로 입상활성탄 비축창고가 건설되고 있는데, 내년 3월 준공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절반(2100㎥)은 지자체가, 나머지는 수자원공사가 사용할 목적으로 공동 비축된다. 활성탄은 정수장의 고도정수처리시설에서 마지막 여과 단계에 사용돼 수돗물 속 냄새물질이나 미량유해물질을 흡착·제거하는 물질이다. 야자껍질이나 석탄을 고온에서 처리해 만든 다공질 탄소 물질로, 국내에서는 원료가 되는 유연탄이 생산되지 않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 국내 60개 정수장에서 매년 약 4만4000㎥의 활성탄을 사용 중이며, 이 가운데 고도정수처리에 쓰이는 석탄계 입상활성탄은 모두 중국산이다. 요소수 사태 이후 정부는 공급망 위기 대응 차원에서 2022년 7월 활성탄을 '긴급수급조절물자'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한 번 사용한 활성탄도 재생해서 사용 수자원공사는 활성탄을 단순히 비축하는 수준을 넘어 한 번 사용한 활성탄의 재생을 통해 자립도를 높이는 일에도 나섰다. 경기도 남양주시 덕소정수장에서는 국내 최대 규모(48㎥/일)의 입상활성탄 재생시설을 짓고 있다. 413억 원을 투입되는 이 시설은 내년 6월 완공될 예정이다. 이 시설이 완공되면 연간 1만1669㎥을 덕소·성남·고양 등 한강 유역 11개 광역정수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낙동강 유역인 경남 밀양정수장에도 하루 30㎥ 규모의 재생시설이 설치되고 있다. 414억원이 들어가는 이 시설도 내년 6월 완공되면 낙동강 유역 11개 정수장에 공급된다. 이와 함께 영산강·섬진강 유역에도 2029년까지 활성탄 재생시설 설치할 계획이다. 활성탄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흡착력이 떨어져 교체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대부분 신탄(新炭)을 수입해 교체했다. 하지만 재생기술을 활용하면 기존 활성탄을 세척·열처리해 새것처럼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수자원공사는 이를 통해 수입량을 줄이고 온실가스도 연간 약 2800톤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활성탄 비축과 재생은 단순한 소재 확보를 넘어 '고도정수처리 확대 정책'과 맞닿아 있다. 수자원공사는 현재 39개 광역정수장 중 13곳(33%)에 고도정수처리를 도입했으며, 19곳에 추가 확충을 추진 중이다. 오존 살균과 입상활성탄 여과를 결합한 고도정수처리 공정은 남세균 녹조 독소나 흙냄새, 과불화화합물 같은 미량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수자원공사 전은주 부장은 “활성탄을 대체할 수 있는 흡착제에 대한 연구, 활성탄 재생 기술을 고도화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중국산 석탄계 활성탄 외에 미국 등에서 생산되는 야자계(야자나무 껍질을 태워서 만든) 활성탄을 수입하는 방안 등을 포함해 수급 다변화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야자계 활성탄의 국제시세는 석탄계보다 30%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환경포커스]“낙동강 수돗물서 검출”… 과불화화합물(PFAS) 우려에 정부 본격 대응

'영원한 화학물질(forever chemical)'로 불리는 과불화화합물(PFAS) 오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가 본격 대응에 나섰다. 최근 낙동강을 비롯한 국내 주요 수계 수돗물에서 PFAS가 잇따라 검출되고, 일부 지역은 미국의 강화된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 김성환, 이하 기후부)는 30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수돗물 과불화화합물 대응 전략 포럼'을 열고, 2028년까지 수돗물 속 PFAS에 대한 수질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포럼에는 학계·업계·지자체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했으며, 토론 좌장은 단국대 독고석 교수가 맡았다. ◇낙동강 수계 수돗물서 미국 기준치 초과 검출 PFAS는 탄화수소의 수소가 불소로 치환된 인공 화학물질로, 자연적으로 거의 분해되지 않아 '죽지 않는 좀비 화학물질'로 불린다. 조리기구의 테플론 코팅, 소방용 거품, 합성섬유, 전선 절연체 등에 널리 쓰이지만 인체에 축적되면 신장암·고환암·간 손상·호르몬 교란 등을 유발할 수 있다. 과불화화합물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최근 본지(https://www.ekn.kr/web/view.php?key=20251015023545829)에서도 지적한 바 있다. 문제는 낙동강 수계 등 국내 수돗물에서 이 PFAS가 꾸준히 검출된다는 사실이다. 부산대 오정은 교수팀이 2021년 낙동강 유역 14개 정수장을 세 차례 조사한 결과, 시료의 77.8%가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새 기준치(L당 4ng(나노그램, 1ng=10억분의 1g))를 초과했다. 강변여과수를 이용해도 농도는 낮아지지 않았다. 국립환경과학원이 2023년 전국 140개 정수장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PFAS의 일종인 PFOA 검출율이 82.9%, PFOS 검출율이 31.4%에 이르렀으며, 일부 정수장에서는 미국 기준치(4ng/L)의 두 배를 넘는 사례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낙동강의 PFAS 오염이 상류 공단 폐수, 매립지 침출수, 미군 부대 지하수 등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해외 연구 “암 위험 증가"… 국내 연구도 신경 발달 영향 확인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올해 초 '노출 과학과 환경 역학(Journal of Exposure Science & Environmental Epidemiology)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수돗물 내 PFAS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구강·인두암, 소화기계·호흡기계 암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EPA의 새 기준(4ng/L 이하)을 초과할 경우 매년 6,800건 이상의 암이 PFAS 노출로 발생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PFAS의 태아 및 아동기 뇌 발달에 대한 영향도 우려된다. 최근 발표된 연구는 임신부 혈액 속 PFAS 농도가 높을수록 아이의 뇌 신경회로 형성과 인지 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결과를 보고했다. 하지만 수돗물 정수과정에서 PFAS를 제거하기가 쉽지 않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이윤호 교수는 “활성탄이나 이온교환수지로는 PFAS를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다"며 “막여과 등 고비용 기술을 현실화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국수자원공사는 “현장 정수장의 기술 여건을 반영한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 정수장 427곳으로 모니터링 확대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기후부는 이번 전문가 포럼에서 PFAS 관리 강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현재 101곳인 대규모 정수장 모니터링을 전국 427곳으로 확대하고, ▶PFAS 분석 정밀도를 5ng/L에서 1ng/L 수준으로 향상하며, ▶식품의약품안전처 독성 참고값을 반영한 인체 위해성 평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기후부는 '상수도 과불화화합물 대응 기술개발' 연구개발사업을 2026년 예산안에 신규 편성(37억 원)하고, 2030년까지 총 384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하이브리드 멤브레인, 고효율 흡착소재, 전기화학·플라즈마 등 고도 정수처리 기술 개발을 지원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포럼이 단순히 수질 기준을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라, 국내 먹는 물 안전체계 전환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일부 전문가들은 “강이 오염된 뒤 정수장에서 정수하려고 얘쓰기보다는 오염원을 추적해 배출 자체를 규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김효정 기후부 물이용정책관은 “PFAS와 같은 유해물질을 사전 예방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정부·지자체·학계·산업계가 과학적 협력 거버넌스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면서 “관련 정보와 기술개발 성과를 지속적으로 공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환경포커스] “숨 쉬는 독성물질 BTEX, 한국도 사망 위험 높은 편”

대기 중의 휘발성 유기화합물인 BTEX 노출이 사망률을 높인다는 사실이 국제 연구를 통해 확인돼 오염을 줄이기 위한 각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BTEX는 벤젠(benzene), 톨루엔(toluene), 에틸벤젠(ethylbenzene), 자일렌(xylene) 등 네 가지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의 혼합물을 말한다. 주로 자동차 배기가스나 주유소 증발가스, 도시 난방연료, 산업용 용제 등이 배출원이다. 이와 관련 최근 '랜싯 지구 보건(The Lancet Planet Health)' 저널을 통해 발표된 국제 공동연구는 “대기 중 BTEX 노출이 일일 사망률을 높인다"는 사실을 세계적으로 처음 입증했다. 이 연구는 중국 푸단대, 영국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 등 46개국 757개 지역의 자료를 모은 다국가·다도시 연구(multi-country multi-city, MCC) 네트워크에서 수행됐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호 교수와 부산대 의생명융합공학부 이환희 교수도 참여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BETX를 '보이지 않는 호흡 독(毒)'이라고 지칭하면서, 대기오염 중에서도 아직 규제가 미비한 사각지대라고 지적했다. ◇ 62만 명 분석… 노출 3일 이내 사망률 '즉각 상승' 이 연구에서는 2001년부터 2019년까지 총 6238만 건의 사망 사례와 대기오염 자료, 기상 데이터를 함께 분석했다. 그 결과, BTEX 농도가 하루 또는 이틀 전보다 IQR(사분위 범위)만큼 높을 때 전체 사망률이 0.57% 증가했다. 특히 호흡기 질환 사망률은 0.68%, 심혈관 사망률은 0.42% 늘었다. IQR(사분위 범위)만큼 높다는 말은 BTEX 농도가 하위 25% 수준에서 상위 25% 수준으로 상승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호흡기 사망 위험이 특히 높게 나타난 이유는 BTEX가 호흡기를 통해 직접 흡입되어 염증과 폐 기능 저하를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충격적인 결과는 '역치(threshold)가 없었다'는 점이다. BTEX 농도가 매우 낮은 수준에서도 사망률이 선형적으로 증가했고, 오히려 저농도 구간에서 곡선의 기울기가 더 가팔랐다. 농도가 높아질수록 사망률이 빠르게 늘어났다는 얘기다. BTEX는 '어느 농도 이하에서는 안전하다'는 식으로 기준선을 설정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WHO(세계보건기구)는 아직 BTEX에 대한 대기환경 기준을 정하지 않았다. 유럽연합(EU)도 벤젠에 대해서만 연평균 m³당 5㎍(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 제한치를 두고 있고, 나머지 톨루엔 등에 대해서는 규제가 없는 실정이다. ◇한국, 세계 평균보다 사망 위험 높아 이번 연구에는 한국의 도시(2001~2018년 자료)도 포함됐다. 분석 결과 한국의 BTEX 평균 농도는 1.59ppb(ppb=10억분의 1)로, 글로벌 평균(1.86ppb)보다 다소 낮거나 비슷했다. 하지만, BTEX 농도가 IQR만큼 오를 때 전체 사망률은 0.77% 증가해 증가폭이 세계 평균(0.57%)보다 높았다. 개별 성분별로 보면, 벤젠은 0.71%이 증가했고, 톨루엔은 0.77%, 자일렌(에틸벤젠 포함) 0.73% 증가해서 모두 글로벌 평균을 웃돌았다. 사망률은 단순히 오염 농도뿐 아니라 도시 밀도와 교통량, 소득 불평등, 의료 접근성 등 사회경제적 요인이 결합해 인구의 건강 취약성을 높인 결과로 해석된다. 한국은 산업화된 교통 중심 국가이면서도 주유소·차고지·도로변 등 생활 근접지역의 BTEX 관리가 미흡해, 측정치로 보고된 농도보다 실제로 더 높은 농도에 노출돼 사망률이 높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서울과 인천, 울산, 여수 등 대도시와 산업도시에서는 국가 대기오염 측정망을 통해 BTEX 성분이 주기적으로 검출되고 있다. EU처럼 국내에서는 벤젠에 대해서만 대기 환경기준치 (연평균 5㎍/m³)가 설정돼 있고, 나머지는 기준이 없다. 이에 따라 학계는 “미세먼지·이산화질소처럼 BTEX도 대기질 관리 항목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촉구한다. ◇ “BTEX 줄이기 위한 정책 즉각 시행해야" BTEX는 눈에 보이지 않고 냄새조차 희미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단기 노출만으로도 인체 내 염증 반응, 자율신경 교란, 폐 기능 저하를 유발한다. 장기 노출 시에는 백혈병, 신경계 손상, 불임, 간·신장 질환 등 심각한 독성 효과를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논문 저자들은 BTEX 노출을 줄이기 위해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했다. 우선 산업시설과 정유공장, 교통 부문에서 BTEX 배출 저감 설비 의무화하는 등 배출원을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청정연료 사용을 확대하고, BTEX 함량 제한 표준을 도입하는 등 연료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유소에서는 증기 회수 시스템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해서 연료 주입 시 증발되는 가스를 재포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도심 및 공단 지역에 BTEX 감시망을 구축하고, 고농도 시기에는 건강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조치도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BTEX는 미세먼지보다도 더 은밀하고 치명적인 생활 속 독성물질"이라며 “이제는 '숨 쉬는 독'을 줄이기 위한 국가적 감시체계와 규제 기준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환경포커스] 당신 발톱에 오염물질 노출 이력이 담겨 있다

사람의 발톱이나 동물의 비늘, 거북의 등딱지 속에는 우리가 살아온 환경의 흔적이 남아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런 케라틴(keratin) 조직이 수년, 수십 년에 걸친 환경오염 노출 이력을 기록하는 '생체 타임캡슐(bio-archive)'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 조직을 초정밀 분석하면, 개인의 건강 위험을 평가하거나 지역별 오염을 장기적으로 감시하는 새로운 방법이 될 수 있다. 주사로 혈액을 채취하거나 피부를 절개하는 등 사람의 피부나 신체 내부를 손상시키지 않고 생체 시료를 얻을 수 있는 '비침습적' 방법이다. ◇뱀 비늘: 도시 속 중금속 오염 지도 남아프리카 더반(Durban)에서 서식하는 뱀인 블랙맘바(Black mamba)는 도시 환경의 '살아 있는 오염계측기'로 주목받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위트워터스랜드 대학 연구진이 이 뱀의 배쪽 비늘(ventral scale)을 분석한 결과, 비소(As)·카드뮴(Cd)·납(Pb)·수은(Hg) 등 중금속이 높은 농도로 검출됐다. '환경오염(Environmental Pollution)' 저널에 논문으로 발표한 내용이다. 비늘의 주성분인 케라틴은 중금속과 결합하는 힘이 매우 강하다. 실제로 간이나 근육보다 비늘에서 중금속 농도가 더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뱀이 몸속 독성 물질을 비늘에 격리해 해독하는 일종의 생리적 메커니즘으로 추정된다. 도시 외곽의 녹지 지역에서 잡힌 뱀은 공업지대나 상업지대에서 잡힌 뱀보다 비소·납·카드뮴 농도가 확실히 낮았다. 즉, 뱀의 비늘만 분석해도 도시의 오염 패턴과 토지 이용 변화를 정밀하게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발톱: 라돈에 노출된 세월을 기록하다 실내 공기를 오염시키는 라돈(²²²Rn)은 흡연 다음으로 폐암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다. 문제는 오랜 기간 머물렀던 집이나 직장에서 얼마나 라돈에 노출되었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캐다다 캘거리대학 연구팀은 이 한계를 발톱 속 방사성 납(²¹⁰Pb) 으로 해결했다. 이달 초 '국제 환경(Environment International)' 저널에 발표한 논문 내용이다. 라돈이 공기 중에서 붕괴하면 ²¹⁰Pb가 생성되고, 이 물질은 몸에 흡수되어 머리카락·손톱·발톱 등 케라틴 조직에 천천히 쌓인다. 연구팀은 동위원소 질량분석법(IDMS)을 이용해 발톱 속 ²¹⁰Pb와 안정 납(Pb)의 비율을 정밀 측정했다. 그 결과, 라돈 농도가 높은 환경(평균 ㎥당 354.9 Bq(베크렐, 방사능 측정 단위))에서 26년 이상 거주한 사람의 발톱에서는 낮은 노출 그룹(평균 28.4Bq/m³, 22년 노출)에 비해 ²¹⁰Pb/Pb 비율이 약 4배(397%)로 높게 나타났다. 심지어 6년 전에 라돈 저감 조치를 취한 사람의 발톱에서도 여전히 높은 수치가 검출됐다. 즉, 발톱은 수년간의 라돈 노출 이력을 그대로 기록하고 있었다. ◇거북 등딱지: 핵실험의 흔적을 품다 거북의 등딱지 역시 오염의 역사를 기록한다. 등딱지는 케라틴으로 이루어진 층이 해마다 덧붙으며 '나이테' 같은 성장 고리를 만든다. 각 고리를 분석하면 그 시기의 오염 상태를 연대별로 복원할 수 있다. 미국 태평양-북서부 국립 연구소와 뉴멕시코 대학 등 연구팀은 지난 2023년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 넥서스(Nexus)' 저널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미국 연구팀은 핵무기 제조와 원자로 연료 생산이 이뤄졌던 지역의 거북 표본에서우라늄-235, 우라늄-236 등 인공 방사성 물질을 검출했다. 1940~50년대 핵실험이 집중됐던 마셜제도 에네웨탁 환초의 푸른바다거북 등딱지에는1978년(실험 종료 후 20년 뒤)에 채집된 표본에서도 여전히 인공 우라늄이 남아 있었다. 미국 오크리지 보호구역의 거북 등딱지에서는 1955~1962년 사이 핵물질 유출량에 따라우라늄 동위원소 비율이 연도별로 달라지는 패턴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처럼 거북 등딱지의 성장 고리는 수십 년 전의 오염사건까지 추적할 수 있는 '환경 연대기' 역할을 한다. ◇개인 건강과 환경정책의 새 도구 발톱의 ²¹⁰Pb 분석 기술은 향후 비흡연자 폐암의 새로운 위험 평가 지표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캐나다에서는 폐암 환자 5명 중 2명이 기존 검진 기준(흡연 이력 중심)에 해당하지 않는데, 이 기술이 라돈 노출 비흡연자까지 조기 검진 대상에 포함시키는 길을 열 수 있다. 또한 개인의 나이·유전적 감수성에 맞춘 '맞춤형 라돈 저감 기준치'를 제시하는 데도 응용될 전망이다. 뱀 비늘 분석은 도시별·지역별 중금속 오염도를 정밀하게 파악해 환경정책 수립에 도움을 준다. 거북 등딱지 분석은 과거 핵실험은 물론 체르노빌(1986), 후쿠시마(2011) 같은 원전사고 이후 방사성 물질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는 데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거북 등딱지 외에도 조개껍질, 산호, 선인장 가시, 상어의 눈 수정체, 물고기 이석(耳石), 새 깃털, 포유류 치아 등도 오염의 흔적을 남기는 잠재적 생체 지표로 연구가 확장되고 있다. 최근 자연사 박물관 등에 보관된 옛 표본을 분석해 과거의 오염 상태를 추적하는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머리카락과 발톱, 비늘과 등딱지는 단순한 '찌꺼기'가 아니고, 그 속에는 우리가 숨쉬고 살아온 환경의 역사, 그리고 보이지 않는 오염의 기억이 켜켜이 쌓여 있다"고 말한다. 과학은 이제 버려지던 흔적으로부터 개인의 건강을 체크하고, 지구 환경의 변화까지 읽어내고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환경포커스] 식탁 오르는 뱀장어, 99%는 멸종위기종

최근 전 세계 뱀장어 소비 실태를 조사해서 발표한 연구가 충격을 주고 있다. 전 세계 식탁에 오르는 뱀장의 99%가 멸종위기종에 해당하는 것이다. 최근 일본 주오대학교의 카이후 겐조 교수와 시라이시 히로미 연구원, 국립대만대학교 한위샨 교수 등 연구팀은 뱀장어 생산 소비에 관한 세계 최초의 정량적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인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뱀장어의 99% 이상이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의 적색 목록(Red List)에 등재된 멸종 위기에 처한 종에 속한다는 것이다. 뱀장어는 서식지 파괴와 과도한 어획, 기후 변화, 질병 등의 복합적인 위협에 직면해 있다. 민물 뱀장어(Anguilla 속(屬))는 전 세계적으로 16종이 있으며, 이 중 IUCN이 평가한 12종 가운데 10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거나 멸종 위기에 근접한 종으로 분류된다. 연구팀은 전 세계 11개국, 26개 도시의 소매점과 식당에서 채집한 282개의 뱀장어 제품 샘플에 DNA를 분석했고, 이를 전 세계 생산(양식)·무역 통계자료와 결합했다. 유통되고 있는 뱀장어 종 구성을 파악한 것이다. 이번 조사 대상에 한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한중일 3국이 전 세계 소비의 86% 차지 분석 결과, 결과,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종은 북미뱀장어(Anguilla rostrata)가 75.3%를 차지했다. 동아시아뱀장어(Anguilla japonica)가 18%, 유럽뱀장어(Anguilla anguilla)가 6.7%로 그 뒤를 이었다. 이 세 종은 모두 멸종 위기에 처한 종으로 분류된다. 이번 조사와 달리 기존 '비공식 협의체'의 통계에서는 아메리카 뱀장어가 52.7%, 일본 뱀장어가 43.5%, 유럽 뱀장어가 3.6%를 차지한다. 이 경우도 전 세계 뱀장어 소비량의 99% 이상이 멸종 위기 상태인 세 종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은 일치했다. 비공식 협의체는 동북아뱀장어 보호를 위해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 등 4개국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연구에서 동북아지역은 세계 장어 소비의 중심지임이 확인됐다. 논문의 연구 대상에서는 빠졌지만, 한국 역시 세계적인 뱀장어 소비 중심지로 알려져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국가별 국내 공급량(소비량 추정치) 통계(2020~2022년 평균)를 살펴보면, 중국이 1위(17만1995.1톤, 일본이 2위(5만4993.9톤), 한국이 3위(1만8813톤)를 차지했다. 국내 공급량은 생산량과 수입량에서 수출량을 제외한 것이다. 한중일 3국의 국내 공급량은 전 세계 공급량 28만5863.3톤의 86%를 차지했다. 한국의 1인당 연간 뱀장어 공급량은 366.7g으로, 전 세계 평균(FAO 데이터 기준 36.2g)보다 훨씬 높으며, 일본(436.2g), 홍콩(427.7g)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동북아 지역이 전 세계 뱀장어 자원의 고갈을 가속화하는 주요 원인임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동북아 국가의 지속 가능한 수산자원 관리 전략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유럽뱀장어는 2009년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국제 거래에 관한 국제협약(Convention on International Trade in Endangered Species of Wild Fauna and Flora, CITES)의 부속서 II 생물 종으로 등재됐다. 부속서 I 생물 종은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 종으로, 특별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거래를 허용한다. 부속서 II 생물 종은 멸종위기종은 아니지만, 종의 생존을 저해하는 남획을 방지하기 위해 국제거래를 통제해야 하는 종이다. 한국의 경우 CITES 부속서 II 생물종인 유럽뱀장어를 수입하는데, 수입시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정부는 이와 관련된 통계를 유엔에 보고해야 한다. ◇한국 뱀장어의 복잡하고 취약한 생활사 한국에서 주로 소비되는 동아시아뱀장어는 독특하고 복잡한 생활사를 가지고 있어 자원 관리가 특히 어렵다. ▶산란 및 탄생: 뱀장어는 강에서 살다가 먼 바다로 이동하여 산란하는 강하성 어류다. 동아시아뱀장어는 한반도에서 약 3000㎞ 떨어진 필리핀 인근의 마리아나 해구 부근(서마리아나 해령 남단)의 깊은 바닷속에서 산란한다. 알은 부화하여 투명한 렙토세팔루스(leptocephalus, 버들잎/대나무잎 모양의 유생)가 된다. ▶이동 및 변태: 렙토세팔루스는 해류를 따라 6개월에 걸쳐 육지의 하천으로 이동하며 실뱀장어(유리뱀장어, glass eel)로 변태한다. 실뱀장어는 투명하여 포식자의 눈을 피하기 쉬우며, 크기가 7~8㎝에서 5~6㎝로 줄어든다. ▶성장: 실뱀장어가 강에서 5~7년 동안 성장하면 노란색을 띠는 황뱀장어(yellow eel)가 된다. ▶산란 회귀: 가을이 되면 황뱀장어는 산란을 위해 바다로 떠나기 위해 은뱀장어(silver eel)로 변하며, 짠 바닷물에 적응하는 기간(2~3개월)을 강어귀에서 보낸다. 바다로 들어간 뱀장어는 산란장에 도달할 때까지 먹지도 쉬지도 않고 이동하며, 산란 후에는 최후를 맞이한다. ◇멸종위기종 보호를 위한 시급한 과제 뱀장어 개체군 감소의 주요 원인이 소비로 지목되는 만큼, 전 세계적으로 뱀장어 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현재 뱀장어 자원의 지속 가능한 이용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모든 양식 뱀장어는 자연 서식지에서 포획된 어린 실뱀장어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에, 야생 개체군이 지속적인 어획 압박을 받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뱀장어 보호를 위해서 논문에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을 주문했다. ▶ 생산 및 무역 통계의 투명성 확보: 보다 정확하고 투명한 통계 보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입논문은 전 세계 뱀장어 생산 및 무역 통계의 심각한 불일치를 지적한다. 특히 중국의 양식 생산량 보고 수치를 보면, FAO와 비공식 협의체 간에 약 16만톤이나 차이가 난다. 니다. ▶불법 활동 단속 및 규제 강화: 유럽뱀장어가 CITES 부속서 II에 등재되고 유럽연합(EU)이 수출을 규제하고 있으나 불법채취와 밀수 등의 불법 활동이 발생하고 있다. 이제 수요는 아메리카뱀장어 등으로 옮겨가 북미 대서양 연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 뱀장어 역시 불법 포획 및 거래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소비 패턴의 변화 유도: 현재 소비되는 뱀장어의 99%가 멸종 위기종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지속 가능한' 뱀장어 제품을 선택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뱀장어 개체군 보호뿐만 아니라 장거리 운송으로 인한 탄소 발자국 등 환경 영향까지 고려하는 지속가능한 소비 패턴 연구가 필요하다. ▶인공 양식 기술의 경제성 확보: 한국에서는 2016년에 뱀장어의 알과 정자로 수정란을 만들어 완전 양식에 성공한 바 있다(세계에서 일본에 이어 두 번째). 다만, 이는 아직 실험실 수준이며, 경제성 있는 대량 양식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경제성 확보를 위한 적절한 먹이 개발 및 최적의 사육 조건 연구 등 완전 양식 기술의 상용화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 ◇바다에 사는 다양한 장어 종류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어 종류에는 뱀장어(민물장어) 외에 붕장어·갯장어·먹장어 등이 있는데, 이들은 바다에서만 산다. 붕장어(아나고)는 얕은 바다의 모래바닥에 주로 서식하며, 갯바위 낚시로도 잘 잡힌다. 주로 회로 먹는데, 전남 여수나 경남 통영 등지에서는 장어탕으로도 먹는다. 붕장어의 치어인 돌장어는 구이로 먹는다. 갯장어는 이빨이 개 이빨처럼 생겼고 한번 물면 잘 놓지 않는다고 해서 부르는 이름이다. 전남 갯마을에서는 '참장어'라고 하지만, '하모'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모는 일본어 '하무(はむ)'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나 샤부샤부로 먹는다. 먹장어(곰장어)는 턱이 없고 커다란 빨판처럼 생긴 주둥이를 갖고 있다. 보통 구워 먹는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환경포커스] 프라이팬 코팅제로 쓰이는 과불화화합물, 어린이 뇌 발달에 영향

임신 중 산모의 혈액에 포함된 '영원한 화학물질'이라는 과불화화합물(PFAS)이 아이의 뇌 구조와 기능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핀란드 투르쿠대학교와 스웨덴 오레브로대학교 공동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는 세계적 의학저널 '랜싯 지구 보건(The Lancet Planet Health)'에 실린 논문을 통해 공개됐다. 과불화화합물(퍼플루오로알킬 및 폴리플루오로알킬 물질, PFAS)는 물·기름·열·전기에 강한 특성 때문에 20세기 중반 이후 조리도구, 방수 의류, 가구, 식품 포장재, 치실, 소방용 폼 등 다양한 제품에 쓰여 왔다. 플라스틱처럼 자연에서 분해되지 않아 '영원한 화학물질(Forever Chemicals)'로 불리며, 한 번 배출되면 토양과 수계에 수백 년 이상 남는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PFAS는 마시는 물과 음식, 심지어 직업적 환경을 통해 인체에 들어오며, 체내에서 거의 분해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투르쿠대의 핀브레인(FinnBrain) 출생 코호트 연구를 통해 분석을 진행했다. 이 출생 코호트 연구는 2011년부터 임산부와 자녀를 장기 추적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번 분석에는 임신 24주차에 채혈한 산모 혈액과, 해당 산모가 출산한 뒤 만 5세가 된 아이의 뇌 MRI 데이터를 모두 확보한 51쌍의 산모–어린이 데이터가 사용됐다. PFAS 농도는 질량분석기로 정밀 측정했고, 아이들은 구조적 MRI, 확산강조영상(DTI), 기능적 MRI(fMRI)를 통해 뇌의 회백질, 백질, 피질 두께, 표면적, 기능적 연결성을 평가받았다. 그 결과, 산모의 혈액 속 PFAS 농도가 아이의 뇌량(corpus callosum), 후두엽(occipital lobe), 시상하부(hypothalamus) 등 특정 뇌 영역의 구조적·기능적 특성과 유의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퍼플루오로노난산(PFNA)과 선형 퍼플루오로옥탄산(PFOA)은 뇌량 백질의 무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했고, 분지형 퍼플루오로헥산술폰산(PFHxS)은 후두엽의 회백질 용적과 표면적을 감소시키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분지형 PFOA는 같은 영역에서 부피를 증가시켰다. 분지형 퍼플루오로옥탄술폰산(PFOS)은 시상하부의 미세 구조 변화를 예측했다. 연구진은 또 “성별에 따른 차이는 없었지만, PFAS의 화학 구조에 따라 뇌 반응이 달랐다"고 밝혔다. 카르복실산 작용기를 가진 PFAS(예: PFOA, PFNA)가 술폰산 작용기(PFOS, PFHxS 등)를 가진 물질보다 뇌 구조와 더 강한 연관성을 보였는데, 이는 전자가 태반과 혈뇌장벽을 더 쉽게 통과하기 때문으로 해석됐다. 다만 시상하부에서는 술폰산계 PFAS의 영향이 더 뚜렷했다. fMRI 분석에서는 PFAS 노출이 뇌 기능적 연결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PFNA와 PFOA는 운동 영역인 우측 중심전이랑(right precentral gyrus)의 신호 동기화를 높였고, PFHxS는 시각 영역인 양측 내극피질(intracalcarine cortices)의 연결성을 낮췄다. 시상하부는 체온·식욕·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핵심 기관으로,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 부위에서의 변화는 PFAS가 뇌 대사 조절과 내분비 기능에까지 관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의 책임저자인 투르쿠대의 아론 배런 박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결과는 일상 수준의 PFAS 노출도 어린이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PFAS의 화학 구조별로 뇌의 다른 부위가 선택적으로 반응한다는 점이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동연구자인 하세 칼손 교수는 “PFAS가 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이 해로운지, 중립적인지, 혹은 일부는 보상적일 수도 있는지 아직 단정할 수 없다"며 “기능적 의미를 밝히려면 장기적 추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PFAS는 현재 유럽연합(EU)에서 지속성 유기오염물질로 분류돼 규제되고 있으며, 일부는 생산이 중단됐지만 대체물질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연구팀은 “신규 PFAS가 더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다"며 “환경 내 축적성과 인체 잔류성을 고려하면 임신부와 영유아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적 관리가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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