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포커스] “굴뚝에서 요소 생산”…CO₂ 없애고 비료도 만들고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으로 천연가스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이를 기반으로 한 요소(urea) 생산 체계 역시 구조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어지면서 천연가스 기반 화학 산업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는 핵심 리스크로 지목된다. 이런 상황에서 천연가스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공장 배출가스와 폐수로부터 직접 요소를 생산하는 전기화학 기술이 등장해 주목받고 있다. 바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와 스윈번 공과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지난 1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Nature Communications)'에 논문으로 발표한 연구 결과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구리(Cu)와 코발트(Co)를 원자 수준에서 결합한 이원 금속 촉매를 이용해 이산화탄소(CO₂)와 아질산염(NO₂⁻)으로부터 요소를 합성하는 기술을 제시했다. 이 연구는 기존 요소 생산의 근간이던 천연가스 의존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천연가스 기반 요소 생산의 구조적 한계…에너지·탄소 부담 동시에 현재 상업적 요소 생산은 크게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 먼저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해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하버-보슈(Haber-Bosch)' 공정, 이어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를 반응시켜 요소를 만드는 '보슈-마이저(Bosch-Meiser)' 공정이다. 문제는 이 과정이 매우 에너지 집약적이라는 점이다. 고온(150~200℃), 고압(100~200bar) 조건이 필요하고, 요소 1톤 생산 시 약 0.9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즉, 요소 자체는 환경 문제 해결(비료, 요소수)에 사용되지만, 생산 과정은 오히려 탄소 배출의 주요 원인이 되는 역설적 구조다. 여기에 천연가스 의존성까지 더해지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같은 지정학적 위기는 곧바로 요소 공급 위기로 연결된다. 실제 한국이 과거 경유차 오염방지를 위해 사용하는 요소수 공급 중단으로 고통을 겪기도 했다. 석탄에서 요소를 생산하는 중국으로부터 수입이 막혔기 때문이다. ◇공정 자체를 바꾸다…“굴뚝 가스 + 폐수 = 요소"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이번 연구의 핵심은 완전히 다른 접근이다. 천연가스를 거치지 않고, 이미 배출되고 있는 이산화탄소와 아질산염을 전기화학적으로 결합해 요소를 직접 만드는 것이다. 이 과정은 상온·상압 조건에서 진행되며, 전기에너지만 공급되면 반응이 일어난다. 즉,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경우 '탄소 중립' 요소 생산이 가능해진다. 특히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CO₂와 산업 폐수 혹은 공장 굴뚝 속 NO₂⁻를 그대로 원료로 활용할 수 있어 오염 물질을 제거하면서 동시에 자원을 생산하는 '업사이클링 공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방식으로 생산된 요소는 화학적으로 기존 요소와 완전히 동일한 CO(NH₂)₂이다. 따라서 경유차 선택적 촉매 환원(SCR) 시스템에 사용되는 요소수를 그대로 대체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공장 배출가스로 만든 요소가 다시 자동차 배출가스를 줄이는 데 사용되는 '순환 구조'도 가능하다. ◇촉매의 핵심: 구리와 코발트의 '탄뎀 중계 메커니즘' 이 기술의 성패는 촉매에 달려 있다. 연구진은 공동-스퍼터링(co-sputtering) 공법으로 구리와 코발트를 1:1 비율로 혼합한 Cu-Co 촉매를 개발했다. 이 촉매의 작동 원리는 명확하다. 우선 구리(Cu)는 CO₂를 흡착해 CO, COOH와 같은 탄소 중간체 생성한다. 코발트(Co)는 NO₂⁻를 환원해 NH₂와 같은 질소 중간체를 생성한다. 이 두 중간체가 접경면(perimeter)에서 만나 C–N 결합 형성하고 이것이 요소 생성으로 이어진다. 이른바 '탄뎀 중계(tandem relay)' 메커니즘이다. 두 금속이 각각 역할을 나눠 수행하고, 계면(접경면)에서 결합 반응이 일어나는 구조다. 분석 결과, NH₂와 COOH가 결합해 NH₂CO를 형성하는 단계가 전체 반응의 속도를 결정하는 핵심 단계로 밝혀졌다. ◇아직은 '가능성' 단계…값싼 전력 확보가 과제 하지만 공장 수준에서 대량 생산까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생산 속도 자체는 기존 연구 대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전력 효율은 아직 상업화 기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는 투입된 전력의 상당 부분이 수소 발생 등 부반응에 소모된다는 의미다. 다만 이 기술은 고온·고압 설비가 필요 없다는 점에서 설비 투자와 운영 비용을 낮출 잠재력이 있다. 특히 분산형 생산이 가능해 물류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그러나 핵심 변수는 전력 비용이다. 효율이 11%로 전력 소비에 비해 생산량이 많지 않다. 다만 재생에너지를 활용할 경우 탄소 중립 달성이 가능하다. 결국 이 기술의 경제성은 “얼마나 싸고 안정적인 전력을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태양광 발전이나 원전 등에서 남아도는 전력을 활용할 경우 가능성은 충분하다. ◇“에너지 안보 + 탄소 감축" 동시에 노릴 수 있는 기술 한국은 요소 생산 원료를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이 기술의 전략적 가치는 매우 크다. 한국은 무엇보다 산업 구조 측면에서 유리하다. 제철소, 석유화학 단지 등 CO₂와 NOx 배출이 많은 산업 기반이 이미 존재한다. 둘째, 환경 정책과 정합성이 높다. 탄소 배출권 거래제(K-ETS) 하에서 CO₂를 원료로 사용하는 공정은 경제적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미세먼지 오염 원인인 NOx 역시도 총량규제 대상이자 배출권 거래 대상이다. 셋째, 에너지 전환과 결합 가능하다.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과 연계하면 '그린 요소'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 다만 현실적 제약도 있다. 실제 배기가스를 사용할 경우 불순물에 의해 촉매 수명이 단축될 우려도 있다. 재생에너지나 원전 전력을 사용하더라도 결국은 효율 개선 없이는 경제성 확보가 어렵다. 이번 기술은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아직 “실험실에서 입증된" 수준이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반복되는 현실에서, 식량 위기를 피하려면 이 기술을 검토해 볼 가치는 충분한 셈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환경포커스] 이란의 진짜 위기는 ‘물 부족’…소양강댐의 73배 지하수 사라져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쟁의 충격과는 별개로 이란 사회를 오랫동안 압박해 온 구조적 위기가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바로 만성적인 물 부족 문제다. 최근 학계에서는 이란의 물 부족 위기를 단순한 기후 변화나 자연재해가 아니라 국가 정책과 거버넌스 실패가 누적된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경제 제재와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해 수자원 관리가 정책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났고, 전쟁 상황에서 이란 국민의 생활 기반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자연재해가 아닌 '거버넌스 주도 위기' 이란의 물 위기를 가장 강하게 지적한 연구 중 하나는 독일 함부르크 공과대학교 지리-수문정보학 연구소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이다. 국제 연구진은 이달 초 '네이처 지속가능성 (Nature Sustainability)'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란의 상황을 “거버넌스 주도의 물 붕괴(governance-driven water collapse)"로 규정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란은 최근 수십 년 동안 가장 심각한 환경 위기 중 하나로 물 부족을 겪고 있고, 전국적으로 호수와 강, 습지가 빠른 속도로 말라가고 있다. 저수지는 기록적으로 낮은 수위를 보이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수십 년 동안 유지되던 수자원 체계가 사실상 붕괴 단계에 들어섰다. 연구진은 기후 변화가 이러한 위기를 악화시키는 요인임은 분명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정책의 실패라고 강조한다. 국가 발전 전략에서 환경 보호보다 정치적·지정학적 목표가 우선되면서 수자원 관리 정책이 장기간 방치됐다는 것이다. ◇농업 중심 정책이 만든 물 소비 구조 이란 물 위기의 핵심에는 국가가 추진해 온 식량 자급자족 정책이 있다. 국제 제재와 경제적 고립 속에서 정부는 식량 안보를 위해 농업 확대 정책을 강하게 추진했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은 수자원 구조를 극단적으로 왜곡시켰다. 연구에 따르면 이란 농업 부문은 국가 전체 수자원의 약 90~92%를 사용하고 있다. 반면 농업이 국내총생산(GDP)에 기여하는 비중은 약 10% 수준에 불과하다. 경제적 효율성이 낮은 산업이 대부분의 수자원을 소비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물 집약적인 작물이 건조 지역에서도 대규모로 재배되었고, 관개 농업이 급속히 확대됐다. 이러한 정책은 결국 지하수 고갈로 이어졌다. 연구진에 따르면 지난 약 20년 동안 이란에서는 약 211㎦ (2110억㎥, 소양호 저수량의 약 73배)규모의 지하수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자연적으로 회복되기 어려운 수준의 고갈로 평가된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반 침하까지 발생하고 있다. 수도 테헤란과 이스파한, 야즈드 등 주요 도시에서는 지반 침하로 건물과 도로, 문화유산 시설에 피해가 보고되고 있다. ◇분절된 행정 체계와 정책 실패 이란의 물 위기를 더욱 악화시킨 요인은 행정 구조의 비효율성이다. 연구진은 이란의 수자원 관리 시스템을 '분절된 거버넌스(fragmented governance)' 구조라고 설명한다. 수자원 배분, 농업 정책, 환경 보호, 인프라 투자 등이 서로 다른 부처와 지방 정부에 나뉘어 있어 정책 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유역 단위의 물 관리나 지하수 취수 제한과 같은 장기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 또한 물과 전기에 대한 대규모 보조금 정책도 문제로 지적된다. 농업 생산을 유지하기 위해 제공된 보조금은 단기적으로는 농가에 도움이 됐지만, 물 절약과 효율적 관개 기술 도입을 오히려 지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국제 제재가 만든 기술 격차 이란의 물 관리 위기를 분석한 또 다른 연구는 스웨덴 룬드대학교 중동연구센터의 연구팀이 수행했다. 이 연구는 최근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 (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됐는데, 연구팀은 '통합 수자원 전략 회복력 지수(IWSRI)'를 활용해 이란의 정책 회복력을 평가했다. 주변 다른 중동이나 북아프리카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이란은 중간 수준의 정책 회복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정치적 불안정성과 부패, 장기 계획 부족으로 인해 실제 정책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을 연구팀이 제시했다. 특히 국제 제재가 수자원 관리 기술 도입을 가로막은 핵심 요인으로 지적됐다. 제재로 인해 외국인 투자와 금융 자본 유입이 제한되었고, 장비 공급망도 크게 교란되었다. 그 결과 △폐수 재활용 시스템 △도시 수자원 디지털 모니터링 기술 △누수 제어 장비 △정밀 관개 시스템 등과 같은 핵심 기술 도입이 늦어졌다. 이러한 기술 격차는 도시의 수자원 손실을 키우고, 농업 용수의 이용 효율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왔다. ◇물 부족, 갈등의 '잠재적 배경 요인' 물 부족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사회·정치적 갈등의 배경 요인이 될 수 있다. 물은 특히 중동 지역에서 전략적 자원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농업 생산이 감소하면 농촌 지역의 생계 기반이 붕괴되고 대규모 인구 이동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압력은 도시 지역의 경제 불안과 정치적 긴장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일부 연구자들은 물 위기가 현재의 군사적 충돌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 국가 내부의 불안정성을 확대하는 구조적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미국과의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이란에서 전국적인 시위가 발생했는데, 당시 시위는 정치적·경제적 불만이 핵심 원인이었지만, 물 부족과 환경 위기가 농업 붕괴, 생활비 상승, 지역 경제 침체를 통해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한편, 전쟁이 발생하면서 이러한 취약성은 앞으로 더욱 극단적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군사 충돌은 상수도 시설, 댐, 관개 시설과 같은 핵심 인프라를 파괴할 수 있고, 물 공급 자체가 군사 전략의 일부로 이용될 위험도 있다. 이미 지하수 고갈과 저수지 감소로 취약해진 이란의 수자원 체계는 이러한 충격에 대응하기 어렵다. 결국 물 부족은 식량 생산 감소, 공중보건 문제, 대규모 이주 등 복합적 사회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함부르크 공과대학 연구팀은 기술적 해결책만으로는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연구진은 해결책으로 △유역 단위 수자원 관리 체계 구축 △지하수 취수 제한 제도 도입 △수자원 데이터의 투명한 공유 시스템 구축 △물 집약적 산업 의존도 감소 △경제 구조의 다각화 등이다. 궁극적으로 이란의 물 위기는 자연적 한계가 아니라 정책 선택의 결과라는 점에서, 행정적 의사결정 구조와 국가 전략의 재설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문제는 계속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물 문제는 이란 사회의 가장 심각한 장기적 위기 중 하나로 남을 전망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환경포커스] 사라진 새들의 노래…1962년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 현실로

“새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새들이 모이를 쪼아 먹던 뒷마당은 버림받은 듯 쓸쓸했다. 죽은 듯 고요한 봄이 온 것이다." (레이철 카슨 ≪침묵의 봄≫, 에코리브르) 1962년 미국의 해양생물학자 카슨은 20세기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책이라는 ≪침묵의 봄≫을 통해 살충제 남용이 생태계를 어떻게 파괴하고, 결국 새들의 노랫소리를 사라지게 만드는지를 경고했다. 그로부터 60여 년이 흐른 지금 인류는 다시 한 번 새들이 침묵하는 봄을 마주하고 있다. 다만 이번 '침묵의 봄'은 단일 원인이 아닌, 기후 변화와 농업 구조의 변화, 대형 산불, 그리고 생태계 내부의 사회적 학습 붕괴가 겹쳐 만들어진 복합 위기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아마존 원시림에서 확인된 기후 변화의 조용한 충격 인간의 영향이 거의 없다고 여겨졌던 열대 우림조차 예외는 아니다. 지난달 25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 보도에서 과학전문기자 워런 콘월은 아마존 깊숙한 지역에서조차 새들의 노랫소리가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미시간 공대 야생동물 생태학자 자레드 울프와 브라질 아마조나스 연방대(UFAM)의 조류학자 스테파노 아빌라가 아마존 중부에서 현장 조사를 벌였는대, 흔히 들리던 특정 숲새의 노래 빈도가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에콰도르 야수니 생물권 보전지역에서 2001년에서 2014년 사이 그물에 포획된 조류 수가 40% 급감했고, 시각 및 청각 조사 결과에서는 조류 수가 절반으로 감소했다. 특히 곤충을 먹는 조류는 2001년부터 2024년 사이 포획량이 83%나 줄었다. 연구팀은 살충제가 아닌 기후 변화가 원시림 깊숙한 곳까지 영향을 미쳐 곤충 개체수를 감소시키고, 그 결과 곤충을 주 먹이로 삼는 새들이 먼저 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미 대륙을 가로지르는 구조적 '조류 감소' 북미 대륙에서는 이 같은 침묵이 장기적 추세로 확인되고 있다. 체코 생명과학대학교의 생태학자 프랑수아 르루아와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공간생태학자 마르타 A. 자르지나가 참여한 국제 연구진은 지난달 사이언스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1987년부터 2021년까지 북미 지역 조류 261종의 개체수 변화를 분석한 결과 122종(47%)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감소가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이 가운데 63종은 감소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가속화' 현상을 보였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살충제와 비료 사용 증가, 대규모 단작 재배, 경작지 확대 등 이른바 '농업의 집약화'가 조류 감소를 구조적으로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기후 변화로 인한 고온 스트레스가 더해지면서 새들의 생존과 번식 여건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형 산불과 미세먼지가 빼앗은 새소리 기후 변화가 초래한 대형 산불 역시 새들을 즉각적으로 침묵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떠올랐다. 미국 코넬대학교 소속 생태학자 트리포사 I. 시마모라와 행동생태학자 티모시 J. 보이콧 연구팀은 지난달 '생물학적 보전(Biological Conservation)'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2023년 캐나다 대형 산불로 연기가 미국 동북부까지 확산됐을 당시 초원에 서식하는 조류의 노래 활동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8개 핵심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높아질수록 새들의 발성 빈도는 급격히 줄었다. PM2.5 평균 농도가 76μg/m³에 이르렀을 때 5개 종에서 유의미한 발성 활동 감소가 확인됐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반응이 아니라 짝짓기와 영역 방어라는 핵심 행동을 방해하는 '행동적 침묵'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멸종 위기 조류에서 나타나는 문화적 붕괴 더 심각한 문제는 개체수 감소가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새들의 '노래 문화' 자체를 붕괴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호주 국립대의 진화생물학자 다니엘 애플비 연구팀은 지난달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멸종위기 조류를 사례로 삼아 이러한 현상을 '문화적 멸종'으로 규정했다. 리전트 꿀빨기새(regent honeyeater)의 어린 수컷들은 다양한 연령대가 섞인 큰 무리에 합류해 노래를 습득하게 된다. 하지만 야생 개체수가 극도로 줄어들면서 어린 수컷 새들이 성체로부터 고유한 노래를 학습할 기회를 잃고, 다른 종의 노래를 흉내 내거나 단순화된 소리를 내는 현상이 관찰됐다. 이는 짝짓기 성공률을 떨어뜨려 다시 개체수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형성하며, 보전 정책의 패러다임을 '개체 보호'에서 '행동과 문화의 복원'으로 확장해야 함을 시사한다는 것이 연구진의 결론이다. 연구팀은 개체수 감소로 고유의 노랫소리를 잃어버린 리전트 꿀빨기새를 대상으로 3년간의 적응형 노래 교육을 진행한 결과, 야생 노래를 익힌 유조(어린 새)의 비율이 42%까지 증가했다. ◇국내에선 참새·제비는 회복, 다른 조류는 감소 국내에서도 조류 감소는 일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의 '2024년 야생동물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당 29.3마리였던 박새는 2024년 21.5마리로 줄었다. 직박구리도 같은 기간 서식밀도가 21.3마리/㎢에서 17.5마리/㎢로 줄었다. 까마귀는 2016년 4.8마리에서 2024년 4.5마리로, 까치는 2016년 17.5마리에서 2024년 15.8마리로, 어치는 같은 기간 9.7마리에서 6.4마리로 줄었다. 꿩과 멧비둘기, 꾀꼬리도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제비는 2011년 19.8마리에서 2024년 26.2마리로 증가했고, 참새는 2011년 110.1마리에서 2024년 157.4마리로 늘어났다. 농약 사용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포획이 금지된 덕분에 제비와 참새의 서식 환경이 개선된 덕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서 고시한 멸종위기 조류의 경우 2016년에는 전국에서 27종이 국내에서 관찰됐으나, 2020년에는 26종, 2024년에는 23종만이 관찰됐다. ◇두 번째 '침묵의 봄'이 던지는 경고 오늘날 다시 거론되는 '침묵의 봄'은 60여 년 전 레이철 카슨이 경고했던 살충제 문제를 넘어선다. 기후 변화, 토지 이용의 급격한 전환, 대기오염, 그리고 생태계 내부의 사회적 학습 붕괴가 중첩되면서 새들은 전 세계 곳곳에서 점점 노래하지 못하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새들의 침묵은 단순한 자연의 변화가 아니라, 인간 사회가 지구 시스템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 1960년대 '침묵의 봄'이 환경운동의 출발점이 되었듯 오늘날의 두 번째 '침묵의 봄'은 기후와 생태 위기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하는 경고음으로 다시 울리고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환경포커스] 미세플라스틱, 하늘에서 내리는 보이지 않는 위협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미세플라스틱은 더 이상 바다와 토양에만 머무는 오염원이 아니다. 최근 발표되는 연구는 우리가 매일 숨 쉬는 공기, 즉 대기 중에도 미세 혹은 나노 플라스틱(micro- and nano-plastics, MNP)이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동시에 이 MNP가 인체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잇따라 경고하고 있다. 특히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은 눈에 보이지 않는 상태로 호흡을 통해 체내로 유입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해양 오염 문제와는 차원이 다른 공중보건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미세플라스틱은 지름 5㎜ 이하, 나노플라스틱은 지름 1㎛(마이그로미터 1㎛=1000분의 1㎜)보다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말한다. ◇도심과 실내를 뒤덮은 미세 플라스틱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의 발생원은 매우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인간의 일상적 활동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독일 라이프니츠 대류권 연구소(TROPOS) 연구팀이 지난해 12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지구와 환경(Nature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 저널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독일 라이프치히 도심 대기에서 측정된 지름 10㎛ 미만의 미세플라스틱 입자의 평균 농도는 ㎥당 0.6㎍(마이크로그램, 100만분의 1g)에 달했다. 이 연구팀의 분석 결과, 전체 플라스틱 입자의 약 65%는 타이어 마모 입자로 나타났다. 도심 대기 미세플라스틱의 지배적인 오염원이 바로 타이어 가루임이 확인됐다. 그 뒤를 폴리염화비닐(PVC), 폴리에틸렌(PE),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등이었다. 실내 환경 역시 안전지대는 아니다. 이란 마슈하드 의과대학 환경보건공학과 연구팀은 지난달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병원 세탁실 공기 중에서 고농도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음을 보고했다. 이 연구에서 검출된 입자의 97%는 검은색 폴리아미드(나일론) 섬유였는데, 병원 유니폼과 침구류 등 합성섬유 제품이 주요 발생원으로 지목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증한 일회용 마스크도 새로운 대기 오염원으로 떠올랐다. 인도 비스바-바라티 대학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리뷰 논문에 따르면, 일회용 마스크 한 장이 수천 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를 방출할 수 있다. 마스크를 함부로 버리면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 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하철 공기 속 미세 플라스틱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 문제는 야외 환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연구들은 지하철과 버스 같은 밀폐된 대중교통 내부 공기가 일반 주거 공간보다 더 높은 수준의 미세 플라스틱에 노출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달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박준홍 교수팀이 '유해물질 저널(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역사와 차량 내부 공기에도 미세플라스틱이 들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철 공기 ㎥당 최대 5.94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스페인 IDAEA-CSIC(환경진단 및 수연구소) 연구팀도 2022년 '환경오염(Environmental Pollution)'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바르셀로나 지하철 내부 공기 중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당 4.8개에 달했다고 보고했다. 버스에서는 17.3개/m³가 검출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오염의 주요 원인으로 승객 활동과 합성섬유 의류에서 발생하는 미세 섬유의 방출, 그리고 밀폐된 공간에서 바닥 먼지와 플라스틱 입자가 다시 떠오르는 재비산 현상을 지목했다. ◇미세 플라스틱은 얼마나 멀리, 얼마나 오래 떠다닐까 대기 중으로 방출된 미세플라스틱은 바람을 타고 수천 ㎞ 이상 이동할 수 있다. 북극과 남극 같은 외딴 지역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는 이유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역학 연구소(IBED) 연구팀은 지난해 11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지구와 환경'에 발표한 모델링 연구에서 미세플라스틱의 대기 중 체류 시간(반감기)이 수 초에서 수 주(週)까지 매우 넓은 범위를 가진다고 밝혔다. 특히 직경 약 1㎛ 수준의 입자와 섬유 형태의 플라스틱이 가장 오래 공기 중에 머물고 장거리 이동 가능성도 큰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더해 미세플라스틱은 단독으로 존재하기보다 그을음(soot)이나 광물 먼지와 결합해 '불균질 응집체'를 형성하는 경향이 있다. 중국 과학원 지구환경연구소 연구팀은 지난달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한 연구에서 광물 먼지와의 응집은 대기 전반에서 흔히 발생하며, 그을음과의 응집은 강수 과정에서 특히 빈번하다고 보고했다. 이러한 응집은 입자의 크기와 밀도를 바꿔 대기 중 체류 시간과 제거 경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비와 바람을 타고 다시 지표로, 그리고 바다로 대기 중 미세 플라스틱은 결국 지표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과 서울시립대 환경공학과 연구팀이 수행한 서울 지역 사례 연구(게재 전 사전 공개한 논문)에 따르면, 빗물 속 미세플라스틱의 평균 농도는 L당 197개에 달했다. 특히 비가 오기 전 건조한 기간이 길수록, 강우 초기에 대기 중에 축적된 미세플라스틱이 한꺼번에 씻겨 내려오는 '초기 세척 효과(first-flush effect)'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렇게 침적된 미세플라스틱의 상당량은 해양으로 유입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연구팀이 올해 초 '해양 오염 회보(Marine Pollution Bulletin)'에 발표한 논문에서, 남해안 마산만으로 유입되는 대기 기원의 미세플라스틱이 연간 약 1.94조(兆) 개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봄과 겨울철 내륙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시기에 침적률이 특히 높아, 도시와 산업 활동의 영향이 직접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호흡을 통해 들어오는 치명적 위험 대기 중 미세 및 나노 플라스틱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인체 흡입을 통해 폐 깊숙이 침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독일 TROPOS 연구팀의 위해성 평가에 따르면, 하루 약 2.1㎍의 미세플라스틱을 흡입할 경우 심폐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은 최대 9%, 폐암 사망 위험은 최대 13%까지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자가 작을수록 위험성은 더욱 커진다. 폴리에틸렌(PE)은 혈액-뇌 장벽을 통과해 신경 독성을 유발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타이어 마모 입자는 중금속과 유기독성 물질이 혼합된 '독성 칵테일' 형태로 산화 스트레스와 만성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PVC는 발암성과 돌연변이 유발 가능성이 높은 유해 폴리머로 분류돼, 장기적 노출 시 공중보건 차원의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보이지 않지만 사라지지 않는다" 오스트리아 빈 대학 연구팀은 지난달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글로벌 배출량 연구에서, 기존 모델이 실제 농도를 과대평가했을 가능성을 제시하면서도, 여전히 연간 약 61경(京) 개에 이르는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육지에서 대기로 방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 세계 80억 인구 1인당 7600만개에 해당한다. 이는 대기 중 미세 플라스틱 문제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오염임을 의미한다. 연구자들은 국제적으로 통일된 모니터링 표준과 강력한 배출 규제 정책 없이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연구들은 개인 차원에서 실천할 수 있는 대응책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실내에서는 헤파(HEPA) 필터를 갖춘 공기청정기와 적극적인 환기가 도움이 된다. 세탁 공간에는 국소 배기 장치를 설치하는 것이 좋다. 실외에서는 교통량이 많은 도로변 활동을 피하고, 봄·겨울철 바람 방향과 대기 질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강우 초기에는 빗물 노출을 최소화하고, 일회용 마스크와 플라스틱 제품은 사용 시간을 지키고 올바르게 폐기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안전한 것은 아니다. 대기 중 미세·나노 플라스틱은 이미 우리 일상 깊숙이 스며들어 있으며, 이제는 '공기의 질'을 다시 정의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환경포커스] 황사와 함께 세균도 날아온다…평소 5~6배로 늘어나

지난 22일 한반도의 하늘이 누렇게 변했다. 서울 등 수도권은 물론 전국 대부분 지방에서 짙은 황사가 관찰됐다. 황사는 미세먼지 농도를 급격히 높여 시야를 가리고 호흡기·심혈관 질환을 악화시킨다. 농작물 피해, 토양·수질 오염까지 초래하는 복합 환경·보건 재난이다. 전문가들은 더 나아가 황사가 눈에 보이지 않는 생물학적 위험을 함께 실어 나르고 있다고 경고한다. 바로 황사 먼지 속에 다량의 세균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22일 수도권·충청권 '황사 위기경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2일 오후 2시 서울·경기 지역을 시작으로 이날 밤까지 전국 각 시·도에 황사 위기경보 '주의' 단계를 순차적으로 발령했다. 이번 황사는 전날 고비사막과 내몽골고원에서 발원해 강한 북서풍을 타고 빠르게 한반도로 유입됐다. 황사 경보 '주의 단계'는 황사로 인해 미세먼지(PM-10) 농도가 ㎥당 300㎍(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 이상인 상태가 2시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이날 서울 서초구에서는 오후 1시경 미세먼지 농도가 1시간 평균 460 ㎍/㎥까지 이르러 '매우 나쁨' 기준(150㎍/㎥)의 3배를 넘어섰다. 경기 이천시 장호원읍에서는 오후 2시 592㎍/㎥까지 치솟았다. 전북 익산시 춘포면 측정소에서는 이날 오후 3시 기준으로 781㎍/㎥을 기록하기도 했다. ◇황사는 '모래'가 아니라 '운반체'다 황사가 진정한 위협으로 평가되는 이유는 모래 입자 자체보다, 그 표면에 붙어 이동하는 중금속 등 유해물질과 미생물 때문이다. 황사 입자는 발원지에서 떠오른 토양 입자에서 시작되지만, 산업지대를 통과하면서 중금속과 각종 유해 화학물질을 흡착한 채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황사 발생 시 대기 중 먼지에는 납(Pb), 카드뮴(Cd), 비소(As), 수은(Hg) 등 인체에 축적될 경우 건강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중금속 성분이 평소보다 높은 농도로 포함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황사가 중국 북부와 동북부의 공업지대를 거쳐 유입될 경우, 석탄 연소 과정에서 발생한 금속성 입자나 산업 배출 잔류물이 황사 입자 표면에 부착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 과정에서 황사는 단순한 자연 먼지가 아니라 '자연 기원 먼지 + 인위적 오염물질'이 결합된 복합 오염체로 성격이 바뀐다. 문제는 이러한 화학물질이 호흡기를 통해 인체로 유입될 수 있을 뿐 아니라, 강수와 함께 토양·하천·농경지로 침적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 중금속은 체내에서 쉽게 배출되지 않아 장기적으로 신경계·신장·심혈관계에 부담을 줄 수 있으며, 농작물에 흡수될 경우 먹이사슬을 따라 축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PM10·PM2.5) 관리가 주로 '농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황사와 같은 장거리 이동 먼지에 대해서는 '성분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같은 농도의 먼지라도, 어떤 금속과 화학물질을 포함하고 있는지에 따라 건강 위험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몽골 현지 토양 미생물의 수송체 역할도 황사가 실어 나르는 것은 오염물질만이 아니다. 황사는 일종의 '미생물 수송체'로 작동한다. 대륙의 토양에 서식하던 세균과 곰팡이를 수천 ㎞ 떨어진 지역까지 실어 나른다. 부산대 미생물학과 김태관 교수 연구팀은 2019~2022년 사이 3년 이상 황사 발생 전·중·후의 대기 시료를 체계적으로 수집·분석한 연구 결과를 지난달 '응용 환경 미생물학(Applied and Environmental Microbiology)' 국제 저널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연구팀은 단순한 먼지 농도 비교가 아니라, 공기 중에 부유하는 세균의 절대량과 구성 변화를 정밀 측정함으로써 황사가 대기 미생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했다. 그 결과 황사가 관측된 기간에는 공기 1㎥당 세균 농도가 평상시 대비 평균 5.5배, 조건에 따라서는 최대 6.2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황사 발생 시 채집한 대기 부유먼지 시료에서 세균의 DNA를 직접 추출한 뒤, 세균 분류와 계통 분석에 표준적으로 사용되는 유전자(16S rRNA 유전자) 영역을 중합효소연쇄반응(PCR)로 증폭해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이렇게 확보한 염기서열을 몽골 및 중국 사막 지역 토양에서 채취한 세균 데이터와 비교했다. 황사 시 공기 중에서 검출된 주요 세균으로는 토양에 서식하는 바실러스(Bacillus)와 블라스토코쿠스(Blastococcus) 등이 포함됐다. 유전자 분석 결과, 이들 세균은 몽골과 중국 사막 지역 토양에서 채취한 세균과 높은 수준의 유전적 일치성을 보였다. 이는 황사가 실제로 발원지 토양의 미생물 군집을 거의 그대로 동아시아 대기권으로 이동시키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황사 입자가 단순한 '운반 수단'을 넘어, 미생물이 장거리 이동 과정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실험적으로 확인했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황사 입자에 부착된 세균이 강한 자외선과 극심한 건조 환경에 직접 노출될 때보다 훨씬 높은 생존율을 보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황사 입자가 미생물을 감싸는 일종의 '미세 방패막'으로 작용해, 사막에서 발생한 세균이 수천 ㎞ 떨어진 한반도까지 살아 있는 상태로 도달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이들 세균 대부분이 즉각적인 감염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는 아니지만, 일부는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거나 호흡기 점막에 염증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나 호흡기 질환자에게는 장기적·누적적 노출이 건강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황사를 단순한 대기 오염 현상이 아니라 미생물 노출이 동반되는 생물학적 환경 사건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황사는 줄지 않았다"… 계절도, 빈도도 바뀌고 있다 최근 수년간 한반도의 황사 양상은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 민간 기상업체 케이웨더 분석에 따르면, 2021~2023년 봄철 평균 황사 일수는 7.9일로, 평년(1991~2020년 평균 5.4일)을 크게 웃돌았다. 더 이상 황사는 '봄철 손님'에 그치지 않고, 가을과 겨울에도 반복적으로 관측되고 있다. 근본 원인은 발원지의 급격한 환경 변화다. 몽골은 현재 국토의 약 77%가 사막화 영향을 받고 있으며, 지난 80여 년간 평균 기온이 2.49도 상승해 전 지구 평균보다 두 배 빠른 온난화를 겪고 있다. 식생이 사라지고 토양이 메마르면서, 모래폭풍 발생 빈도는 약 55년 동안 세 배 이상 증가했다. 기후변화가 황사에 미치는 영향은 단선적이지 않다. 발원지의 고온·건조화는 황사 발생 가능성을 높이지만, 실제로 한반도에 피해를 주는지는 대기 순환과 기류 구조에 달려 있다. 국립기상과학원 관계자는 “기후변화로 황사 발생 '잠재력'은 커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 얼마나 강하게 영향을 미칠지는 바람의 경로와 속도가 결정한다"고 설명한다. 최근 연구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몽골 지역에서 형성되는 온대저기압, 이른바 '몽골 회오리바람'이 과거보다 느리게 이동하면서 강한 북풍을 장시간 유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 바람이 대규모 황사와 미생물을 한반도와 중국 동부로 실어 나르는 주된 통로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황사는 관리 대상 재난" 황사 위기 경보 '주의' 단계가 발령되면 각 가정에서는 모든 창문과 출입문을 닫아 황사 유입을 차단하고, 경계·심각 단계 발령되면 실외활동을 피하고, 불가피하게 외출해야 할 경우에는 보호안경과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실내에서는 공기청정기를 최대한 가동할 필요가 있다. 건설 현장 등 야외 작업자는 작업 시간을 조정하고 작업 시 반드시 보호 장비를 착용해야 한다. 황사 심한 날은 야외 작업을 중단하고, 야적물과 장비 등에 먼지가 앉지 않도록 덮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황사가 더 불규칙하고, 더 생물학적으로 복합적인 재난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에 따라 단기적인 마스크 착용이나 행동 요령을 넘어 발원지 관리와 국제 협력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막화 진행을 늦추고 토양을 안정화하는 조림 사업 등에서 국제 협력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환경포커스] 멸종위기 삵과 수달…도로 위에서 숨을 거둔다

설 연휴를 맞아 전국 고속도로와 국도에 차량 행렬이 이어질 전망이다. 고향을 찾고 가족을 만나는 설렘 속에서 많은 이들이 도로 위에 오르지만, 하나 더 생각할 게 있다. 바로 로드킬(road-kill, 야생동물 교통사고)이다. 로드킬은 차량에 탑승한 사람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인 동시에 멸종위기종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일이기도 하다. 특히 멸종위기 야생포유류인 삵과 수달은 로드킬로 인한 피해가 누적되면서, 개체군을 유지하는 것도 힘들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장이권 교수와 충북대 수의과대학 김기윤 교수 등은 최근 국제 학술지 '동물 세포와 시스템(Animal Cells and Systems)'에 국내 멸종위기종 삵과 수달의 로드킬 발생 특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9~2021년 국토교통부 로드킬 정보시스템(KROS)에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두 종의 사고 발생 시기와 공간적 특성을 정밀 분석했다. ◇가을철에 집중된 삵 로드킬 분석 결과, 삵(Prionailurus bengalensis)은 조사 기간 동안 총 589건의 로드킬 피해를 입어, 국내 멸종위기 포유류 가운데 가장 많은 희생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200건 가까운 수치다. 삵은 산림과 농경지의 경계 지역을 오가며 생활하는 대표적인 '가장자리(edge) 종'이다. 이 같은 서식 특성상 도로와 접촉할 가능성이 높고, 결과적으로 로드킬 위험에도 상시 노출돼 있다. 특히 삵의 로드킬은 가을철에 집중되는데, 이는 여름철보다 약 6.9배 높은 수준이다. 가을은 어린 개체들이 어미로부터 독립해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이동하는 분산기로, 도로 위험에 익숙하지 않은 개체들이 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겨울철에도 번식을 앞둔 수컷들이 활동 반경을 넓히면서 로드킬 발생 빈도가 두 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수달(Lutra lutra) 역시 로드킬로 인한 피해가 적지 않았다. 같은 기간 동안 총 228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수달은 하천과 해안 등 수역을 중심으로 생활하며, 물고기를 주 먹이로 삼는 반(半)수생 포유류다. 수달의 로드킬은 여름철에 가장 집중되고, 가을철이 그 뒤를 이었다. 이는 번식과 새끼 분산 시기와 맞물려 이동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철 집중호우로 하천 수위가 높아질 경우, 수달이 다리 아래 수로를 이용하지 못하고 도로 위로 올라와 이동하다 사고를 당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수달의 로드킬은 해안 도로와 하천을 가로지르는 교량 인근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경향을 보였다. ◇도로 폭와 차량 속도가 중요한 변수 연구팀 분석 결과, 삵과 수달 모두 3~4차선 도로에서 로드킬 발생 확률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삵 로드킬은 주로 산림과 농경지의 경계에 위치한 4차선 국도에서 빈번하게 발생했다. 4차선 도로가 한국 국도와 고속도로에서 가장 흔한 형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수달 역시 4차선 도로처럼 규모가 큰 도로에서 로드킬을 당할 확률이 높았다. 삵의 경우 차량 속도와의 상관관계에서 특이한 점이 나타났다. 제한속도가 시속 40~50㎞ 구간과 시속 80~100㎞ 구간에서 사고 위험이 높았다. 시속 40~50㎞ 구간은 주로 농어촌 지역의 소규모 도로에서 발생하는 사고와 관련이 있다. 이에 비해 시속 80~100㎞ 구간은 고속도로나 주요 국도처럼 빠른 속도로 주행하는 구간이고, 이런 도로에서 사고 확률이 급격히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달은 차량 속도 자체보다는 수역과의 거리나 고도 등 서식지 환경 변수에 더 큰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수달 역시 하천을 가로지르는 교량 근처나 해안 도로처럼 차량 속도가 빠른 구간을 지날 때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 구조적 위험에 노출돼 있다. 결국, 교통량이 매우 많은 도로는 동물이 접근을 기피하게 만들지만, 적당한 교통량과 높은 주행 속도가 결합된 구간은 동물이 도로에 진입했다가 피하지 못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다. ◇도로는 '이동 경로'가 아니라 '장벽'이 됐다 삵과 수달은 단순한 야생동물이 아니라, 생태계의 균형을 지탱하는 상위 포식자다. 이들의 감소는 생태계 전반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로드킬의 근본 원인으로 도로 건설에 따른 서식지 파편화를 지목했다. 야생동물들이 먹이를 찾고 짝을 만나기 위해 이동해야 하는 경로를 도로가 가로막으면서, 도로 횡단이 불가피한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차선이 넓고 차량 속도가 빠른 국도와 고속도로는 동물들에게 사실상 넘을 수 없는 장벽이자 고위험 지대로 작용한다. 이 문제를 개인 운전자의 부주의로만 돌릴 수 없는 이유다. 연구팀은 로드킬 저감을 위해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표적 관리 전략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삵의 경우, 산림과 농경지 경계부에 위치한 도로 구간을 중심으로 야생동물 유도 울타리와 생태 통로를 집중 설치할 필요가 있다. 수달은 하천과 도로가 만나는 지점에 수중 이동이 가능한 통로나 육상 언더패스를 설치해, 도로 위로 올라오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아울러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대책도 병행돼야 한다. 로드킬 다발 구간에 경고 표지판을 설치하고, 특히 사고 빈도가 높은 4차선 국도 및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속도 제한을 강화해 운전자가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번 설 연휴에도 수많은 차량이 도로 위를 오갈 것이다. 도로 위에서 아까운 생명이 희생되지 않도록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환경포커스] 중국 꽃매미, 한국을 교두보 삼아 미국 침공에 성공하다

20여 년 전 한국 사회는 갑작스럽게 등장한 낯선 곤충에 두려운 시선을 던졌다. 붉은색 날개의 꽃매미(주홍날개꽃매미)였다. 당시 언론에서는 중국에서 건너왔다고 해서 이 곤충을 '중국매미'로 불렀다. 도심 나무 그늘에서도 쉽게 발견됐던 이 곤충은 포도밭과 과수원을 덮친 해충이기도 했다. 유충과 성충은 나무의 즙을 빨아 먹기 때문에 나뭇가지가 말라죽는 원인이 된다. 배설물은 그을음병을 유발한다. 이 꽃매미(학명 Lycorma delicatula)가 10여 년 전부터 멀리 뉴욕과 필라델피아 등 미국 동부 지역에서 널리 퍼져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소식이 외신을 타고 간간이 들려왔다. 미국에 피해를 입히는 꽃매미도 중국에서 직접 건너온 것으로 다들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한반도가 꽃매미의 글로벌 침입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이 여러 피해 지역 중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이 틀렸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대학교 생물학과 연구팀은 최근 '영국 왕립학회보 B'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꽃매미는 중국에서 곧바로 미국으로 이동한 것이 아니라 중국 상하이에서 한국을 거쳐 미국으로 진출하는 단계적 확산 경로를 거쳤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단순한 통과 지점이 아니라 침입 능력을 한 단계 끌어올린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이다. ◇도시 환경에 적응한 꽃매미가 한국 진출 꽃매미는 문헌상으로는 1932년 국내에서 처음 보고됐으나, 이후 발견된 적이 없다가 2004년 천안에서 처음 나타났고 학계에 공식 보고됐다. 이후 수도권과 충청·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고, 포도·사과·복숭아 등 주요 과수에 피해를 입히며 농가의 경계 대상이 됐다. 방제는 쉽지 않았다. 살충제 효과는 제한적이었고, 도심 공원과 가로수, 철도·고속도로 주변 녹지까지 꽃매미 서식지가 확대됐다. 뉴욕대 연구팀의 연구는 바로 이 시기의 한국 개체군에 주목했다. 유전체 분석 결과, 한국의 꽃매미 집단은 중국 상하이 도시 개체군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한국에 진출했을 때 이미 도시 환경에 적응한 유전적 특성을 갖고 있었다. 연구팀은 꽃매미가 한국 침입에 성공한 이유로 도시 환경의 구조적 유사성을 지목했다.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한 한국의 대도시는 고온의 열섬 현상, 반복적인 살충제 사용, 단순화된 녹지와 가로수 체계라는 점에서 중국 상하이와 매우 닮았다. 한국 도시 환경에서 살아남은 개체들은 스트레스 대응 능력, 대사 조절 능력, 화학물질 해독 능력이 더욱 강화됐다. 특히 살충제와 식물 독성 물질을 세포 밖으로 배출하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들이 선택적으로 유지된 것으로 분석됐다. ◇'경유지'가 아니라 '교두보'였던 한국 이 연구가 기존 인식과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은 한국의 위치를 단순한 중간 경유지가 아닌 '교두보(bridgehead)'로 규정했다는 점이다. 교두보란 침입종이 한 번 자리를 잡은 뒤 다시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는 발판이 되는 곳을 의미한다. 꽃매미는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며 개체 수를 늘렸고, 이 가운데 일부가 2014년 쯤 미국으로 유입됐다. 한국의 도시 환경은 침입 대상이 된 미국 동부 도시들과도 닮았다. 비록 미국으로 건너간 개체군은 유전적 다양성이 줄어든 상태였지만, 이미 도시 생존에 필요한 핵심 유전 형질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한국은 의도치 않게 미국 침입을 가능하게 한 '중간 증폭기' 역할을 한 셈이다. 다시 말해 연구팀은 한국에서의 적응과 확산 과정이 미국 침입을 위한 '사전 적응 과정'으로 기능했다고 평가한다. 미국 도시에서 살아가는 데 최적화된 개체를 골라내는 역할을 한국 도시가 수행했다는 것이다. ◇통합적 대응전략 없이는 피해 반복돼 연구팀은 꽃매미 이동과 확산 과정을 '인위적으로 유도된 침입 적응'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외래종이 새로운 나라에 도착해서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자생지와 경유지에서 이미 인간이 만든 환경에 적응한 결과, 어디로 가든 침입에 성공할 수 있는 형질을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꽃매미 문제는 특정 국가의 관리 실패라기보다,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도시화가 낳는 문제인 셈이다. 글로벌 대도시들이 독립적이지 않고, 상호 연결된 생태계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기후 변화와 도시 확장이 계속되는 한 꽃매미와 같은 사례는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이 문제는 국경 통제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도시 녹지 정책, 생물다양성 관리, 외래종 대응 전략을 통합적으로 재설계하지 않는다면, 어느 국가든, 어느 도시든 또 다른 '글로벌 침입자의 교두보' 혹은 '증폭기'가 될 수도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환경포커스] 車 대기오염 획기적으로 줄인 뉴욕과 캘리포니아, 비결은 ‘혼잡세, 무공해차’

미국 뉴욕시와 캘리포니아에서 시행되고 있는 자동차 대기오염 저감 정책이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도시의 공기 질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고 시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뚜렷한 성과를 거둔 정책은 뉴욕시의 혼잡통행료 제도와 캘리포니아주의 무공해 차량(ZEV) 보급 정책이다. 이는 교통 정책이 곧 공중보건 정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된다. ◇뉴욕시 혼잡통행료, 도입 6개월 만에 초미세먼지 22% 감소 뉴욕시는 지난해 1월 미국 대도시 가운데 최초로 맨해튼 중심부에 '혼잡 완화 구역(congestion relief zone, CRZ)'을 설정하고 혼잡통행료 제도를 도입했다. 도심부에 진입하는 차량을 대상으로 최고 9달러(약 1만3000원)를 징수한다. 이 정책의 효과를 분석한 연구 결과는 코넬대학교 시스템공학 프로그램의 티모시 프레이저 연구원과 시민환경공학부의 H. 올리버 가오 교수 연구팀에 의해 진행됐고, 지난해 12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관련 논문이 게재됐다. 논문에 따르면 제도 시행 이후 첫 6개월 동안 혼잡 완화 구역 내 일일 최대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정책이 없었을 경우와 비교해 ㎥당 평균 3.05㎍(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 약 2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 시행 20주 차에는 감소 폭이 4.9㎍/㎥까지 확대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책 효과가 강화된 셈이다. 대기 질 개선 효과는 맨해튼에 국한되지 않았다. 뉴욕시 5개 자치구 전체에서도 평균 1.07㎍/㎥의 초미세먼지 감소가 관측됐다. 연구팀은 “혼잡통행료 부과가 운전자들의 이동 행태를 변화시켜 차량 통행량을 실질적으로 줄였고, 이로 인해 배출 오염물질이 지속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캘리포니아 무공해차 확대 NO₂ 감소에 기여 캘리포니아주에서 추진 중인 무공해 차량(ZEV) 보급 정책 역시 대기 질 개선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케크 의과대학의 산드라 P. 에켈 박사와 에리카 가르시아 교수 연구팀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무공해차 확산과 대기오염 변화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최근 '랜싯 지구 보건(The Lancet Planetary Health)'에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했다. 연구팀은 유럽우주국(ESA)의 위성 관측 장비(TROPOMI)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각 우편번호 구역(ZIP code)에서 무공해 차량이 200대 증가할 때마다 연평균 이산화질소(NO₂) 농도가 약 1.1% 감소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무공해차 비중이 2019년 2.0%에서 2023년 5.1%로 증가하면서, 대기 질 개선 효과가 실제 관측 자료로 명확히 드러났다. 대기오염 감소 효과는 캘리포니아 전역에서 동일하게 나타난 것이 아니라, 무공해 차량으로의 전환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난 개별 우편번호 구역들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분석이 전기차 전환의 효과를 이론이나 시뮬레이션이 아닌, 위성 기반 실측 자료로 입증한 첫 대규모 실증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공중보건 개선 효과, 1.2조 달러의 사회적 가치 이 같은 대기오염 저감 정책은 환경 개선을 넘어 막대한 공중보건 혜택으로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발생하는 이산화질소와 초미세먼지는 심혈관 질환과 호흡기 질환, 조기 사망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폐 협회(American Lung Association)는 승용차 판매를 2035년까지 100% 무공해차로 전환하고, 2040년까지 중·대형 트럭으로 확대할 경우 2020년부터 2050년까지 누적 건강 편익이 1조2000억 달러(약 1600조 원)를 초과할 것으로 추산했다. 의료비 절감과 조기 사망 감소, 노동 생산성 향상 등이 포함된 수치다. 뉴욕의 경우 혼잡통행료로 확보한 재원이 대중교통 시스템의 현대화에 재투자되면서 교통 효율성 개선과 대기오염 저감을 동시에 달성하고 있다. 교통 정책, 환경 정책, 건강 정책이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 사례로 평가된다. ◇트럼프 정부의 엇박자로 갈등 커져 이런 효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월 재집권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정책을 되돌리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어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재집권 직후부터 뉴욕시의 혼잡통행료 프로그램을 중단시키려는 조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제도 시행 직후부터 연방 정부 차원에서 승인 철회 및 3월 말까지 시행 중단 명령을 내렸다. 일하는 미국인에게 추가 비용을 강제한다 논리였다. 이에 뉴욕주 정부는 연방 정부의 승인 철회가 무효라며 연방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소송을 심리하면서 프로그램 유지 명령을 내린 상태다. 전기차 보급 확대에 대해서도 트럼프 행정부는 정책의 상당 부분을 되돌리거나 축소하는 방향의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소비자 부담이 크다는 점을 지적하고, 연방 재정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이유다. 지난해 7월 발표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에서 연방 세액공제 방식의 신차 전기차 보조금(7500달러) 제공을 지난해 9월 30일부로 조기 종료했다. 또한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대한 세액공제도 2028년으로 앞당겨 종료하기로 했고, 강화된 배출가스 규제도 철회했다. 전기차가 2030년 신차 판매의 50%를 차지해야 한다는 행정 명령을 철회했다. 이와 함께 전기차 보급에서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충전 인프라 확대 정책도 상당 부분 중단 또는 축소됐다. 미국 연방도로국(FHWA)은 약 50억 달러 규모의 국가 전기차 인프라(NEVI) 공식 배분 프로그램(충전망 프로그램)의 신규 자금 집행을 중단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캘리포니아 등 주 정부는 연방정부의 NEVI그램 중단 조치 등에 반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자체적으로 전기차 보급·충전 인프라 확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글로벌 확산 가능성과 정책적 시사점 연구팀은 미국에서 성과가 입증된 이러한 정책은 다른 국가와 도시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사실 뉴욕의 혼잡통행료 제도는 런던·스톡홀름·밀라노 등 유럽 도시들의 선행 사례를 참고해 설계됐다. 뉴욕의 성공은 높은 인구 밀도와 발달한 대중교통 인프라를 갖춘 전 세계 대도시에 강력한 정책적 근거를 제공한다. 또한 태양광 발전과 같은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공급한다면, 전기차로 인한 오염 저감은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저소득 및 중등도 소득 국가(개도국)의 경우 승용차뿐만 아니라 전기 오토바이로의 전환이 대기오염을 줄이는 효과적인 기후 변화 완화 전략이 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교통·대기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혼잡통행료 수익의 대중교통 재투자, 무공해 화물차에 대한 실질적 인센티브 제공, 그리고 지속적인 대기 질 모니터링을 통한 유연한 정책 조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캘리포니아 연구에서 활용된 위성 기반 이산화질소 측정 방식은 지상 측정망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도 정책 효과를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교통량을 줄이고, 전기차로 배출을 없애는 정책이 세계적으로도 도시의 건강을 되살리는 핵심 수단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환경 포커스] 플라스틱 남용, 인류 사회에 엄청난 건강비용 청구한다

플라스틱 오염이 더 이상 환경 문제에 그치지 않고, 인류의 생명과 건강을 직접적으로 잠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수치로 분석한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지금 같은 상황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오는 2040년까지 인류 전체로부터 건강 수명(건강한 시간)을 8300만 시간 빼앗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런던 위생열대의학대학원을 비롯한 국제 연구팀은 전(全) 수명 주기 평가(life-cycle assessment, LCA) 기법을 통해 플라스틱이 인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 연구는 국제 의학·환경 분야 저널인 '랜싯 지구보건(The Lancet Planetary Health)'에 최근 게재됐다. ◇플라스틱을 '처음부터 끝까지' 분석하다 연구팀이 사용한 핵심 분석 틀인 LCA는 특정 제품이나 물질이 환경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원료 채굴부터 생산과 운송, 사용, 폐기 또는 재활용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평가하는 방법론이다. 플라스틱 문제를 쓰레기 처리나 재활용에만 국한하지 않고, 석유·가스 추출 단계까지 거슬러 올라가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인간 건강 피해를 계량화하기 위해 사용된 지표가 장애보정 생존년수(disability-adjusted life years, DALY)다. DALY는 질병이나 장애로 인해 건강하게 살지 못한 기간과, 조기 사망으로 인해 잃어버린 수명을 합산한 지표다. 1 DALY는 '건강한 삶 1년의 상실'을 의미한다. 즉 DALY가 클수록 사회 전체가 감당해야 할 건강 피해가 크다는 뜻이다. 연구는 또한 BAU(business as usual) 시나리오를 설정했다. 이는 현재와 같은 정책, 생산 방식, 소비 패턴이 유지되고 추가적인 구조적 변화가 없을 경우의 미래를 가정한 시나리오다. “아무것도 바꾸지 않았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보여주는 기준선인 셈이다. 분석 결과는 충격적이다. 현재와 같은 플라스틱 생산·소비 추세가 유지될 경우, 2016년부터 2040년까지 플라스틱으로 인해 발생하는 누적 건강 피해는 약 8300만 DALY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전 세계 인류가 플라스틱으로 인해 8300만 년에 해당하는 건강한 삶을 잃는다는 의미다. 특히 피해는 시간이 갈수록 가속된다. 2040년 한 해에만 약 450만 DALY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2016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플라스틱 문제가 미래 세대에 더 큰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가장 해로운 단계는 '버린 뒤'가 아니라 '만들 때' 이번 연구의 가장 중요한 결론은 플라스틱 수명 주기 중 인류 건강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 단계가 폐기나 재활용이 아니라 '1차 플라스틱 생산' 단계라는 점이다. 2016년 기준으로 석유와 가스를 채굴하고 이를 폴리머로 전환하는 이 단계가 전체 건강 부담의 약 8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기후 변화를 심화시켜 폭염과 홍수, 식량 불안, 감염병 확산을 키운다. 동시에 초미세먼지(PM2.5)는 심혈관 질환과 폐암 사망 위험을 높이며, 각종 독성 화학물질은 암과 호르몬 교란, 비전염성 질환의 원인이 된다. 생산 다음으로 건강 피해가 큰 단계는 폐기물의 노천 소각(open burning)으로 15%를 차지했다. 특히 저소득 국가에서 심각한 공기 오염과 독성 노출을 유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나머지 약 3%는 폐기물 수거 및 운송, 산업용 소각, 위생 매립, 덤프사이트(비위생 매립지) 등에서 발생한다. 또한, 오는 2040년에는 1차 플라스틱 생산이 전체 피해의 63%를 차지해 여전히 가장 높은 비중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고, 생분해성 플라스틱 대체재 도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영향으로 인한 피해가 약 12%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 노천소각은 관리가 개선되면서 비중이 5%로 낮아진다. 이와 함께 재활용 공정이 확대됨에 따라 약 5%로 비중이 늘고, 산업용 소각도 약 4%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재활용보다 '생산 감축'이 중요한 이유 이 연구는 플라스틱 문제 해결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제시한다. 재활용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며, 플라스틱 생산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단일 정책 수단이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건강 피해의 대부분이 이미 생산 단계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재활용을 아무리 늘려도 핵심 피해 원인을 건드리지 못한다. 둘째, 재활용 공정 자체도 에너지 사용과 배출을 동반하며, 특히 화학적 재활용은 오히려 건강 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다. 셋째, 현재 추세대로라면 플라스틱 수요는 2050년까지 두 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재활용만으로 증가분을 상쇄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연구팀은 대체 물질조차 없는 단순한 1차 플라스틱 생산 감축만으로도 건강 피해와 배출량을 즉각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는 기후 변화, 공기 오염, 화학물질 노출이라는 세 가지 위협을 동시에 낮출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해법이다. 연구팀은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폐기물 관리 중심의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핵심 대책으로는 ▶전 지구적 플라스틱 생산 상한 설정 ▶일회용 플라스틱의 구조적 감축 ▶재사용 시스템 확대 ▶폐기물 수거·처리 인프라 개선 ▶플라스틱 화학물질 정보 공개 의무화 등이 제시됐다. 특히 국제적 구속력을 갖는 '글로벌 플라스틱 협약(Global Plastics Treaty)'을 통해 생산량 자체를 규제하지 않는 한, 건강 피해 증가는 막기 어렵다는 것이 연구의 결론이다. ◇실제 피해는 더 클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이번 연구에 미세플라스틱과 나노플라스틱의 직접적인 건강 피해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해당 피해가 작아서가 아니라, 정량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가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LCA 방법론은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노출 경로와 건강 영향을 충분히 반영할 만큼 발전하지 않았고, 플라스틱 제품에 포함된 화학물질 정보 역시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 때문에 8300만 DALY라는 수치가 실제 피해를 10분의 1 이하로 과소평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즉, 우리가 인식하는 것보다 플라스틱의 건강 비용은 훨씬 클 수 있다. 이 경우 플라스틱 생산보다 사용이나 폐기 단계에서 발생하는 피해가 생산 단계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글로벌 플라스틱 협약'과 관련한 논쟁의 구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 협약 협상에서 선진국들은 사우디아라비아나 중국 등 플라스틱 생산국에 대해 플라스틱 생산 자체를 줄이도록 요구한다. 하지만, 생산국들은 생산을 줄이기보다는 재활용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플라스틱 문제는 쓰레기의 문제가 아니라 추출과 생산의 문제이며, 인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재활용보다 먼저 덜 만들고, 덜 쓰는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면, 플라스틱의 숨겨진 비용은 앞으로도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우리의 수명을 깎아먹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주방 일회용 고무장갑과 수세미가 가족 건강을 위협할 수도

주방에서 매일 사용하는 일회용 고무장갑과 수세미가 생각지도 못한 건강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돼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상적인 가사 노동의 필수품인 이들 도구에서 발암물질과 항생제 내성균(슈퍼박테리아)이 검출되었기 때문이다. 먼저, 일회용 고무장갑에서 국제암연구소(IARC)가 인체 발암 추정 물질(그룹 2A)로 분류한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주목을 끌고 있다. 일본 가고시마 대학 연구팀이 최근 국제 학술지 '환경 과학 기술 회보(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Letter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시중의 1회용 고무장갑을 분석한 결과 일부 제품에서 2ppm(mg/kg)이 넘는 높은 농도의 NDMA가 검출됐다. 논문에 따르면, 고무장갑 속의 NDMA는 보관 과정에서 공기 중으로 휘발돼 실내 공기를 오염시키거나, 사용 시 물에 쉽게 녹아 나오는 특성이 있다. 특히 온도가 높을수록 NDMA가 더 빠르게 용출되는 것으로 나타나, 뜨거운 물을 사용하는 주방 환경에서 노출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니트릴 장갑이 라텍스나 폴리염화비닐(PVC) 장갑보다 상대적으로 더 높은 NDMA 농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었고, 제품 제조 직후나 밀봉된 상태에서 그 수치가 가장 높았다. 주방 수세미 역시 세균의 온상이 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순천대 식품영양학과 윤재현 교수팀이 최근 'LWT - 식품과학기술(LWT-Food Science and Technology)'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전남 지역 가정에서 수집한 수세미 110개의 22.7%에서 바실러스 세레우스(Bacillus cereus)균이, 3.6%에서 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이 검출됐다. 더욱 심각한 점은 이 균들이 단순히 존재하는 것을 넘어, 식중독을 일으키는 독소 유전자를 가지고 있고, 여러 종류의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다제내성균이었다는 사실이다. 수세미는 항상 젖어 있고 음식물 찌꺼기가 끼기 쉬워 미생물이 증식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는데, 오염된 수세미로 설거지를 할 경우 교차 오염을 통해 세균이 식기나 조리대로 확산될 위험도 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주방 도구로부터 건강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실천 요령을 제시한다. 첫째, 일회용 고무장갑을 사용하기 전에는 반드시 물로 한 번 씻어내는 것이 좋다. 연구 결과, 장갑을 물로 씻거나 열을 가해 건조하면 NDMA 함량이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용자에게 전달되는 발암물질 노출을 줄이고 취급하는 식재료의 오염을 막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둘째, 수세미의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고 정기적으로 교체해야 한다. 수세미는 미생물 저장고 역할을 할 수 있으므로 사용 후에는 음식물 찌꺼기를 깨끗이 제거하고 잘 말려야 한다. 또한, 겉보기에 깨끗하더라도 세균 증식과 내성균 확산을 막기 위해 주기적으로 새 제품으로 교체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주방은 가족의 건강을 책임지는 소중한 공간인 만큼, 흔히 사용하는 일회용품과 소모품의 안전성에 대해 다시 한번 점검하고 올바른 사용법을 익히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 조언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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