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국감] 쟁점으로 보는 3주간의 국정감사…메가 프로젝트·인사검증 놓고 격돌

이재명 정부 2년 차 국정을 평가하는 22대 국회 후반기 첫 정기 국정감사가 6일 막을 올렸다. 17개 상임위원회는 오는 27일까지 3주간 정부와 공공기관을 상대로 국정운영 전반을 점검한다. 겸임 상임위 일정까지 포함하면 국감은 30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국감은 경제·안보·사법·인사 현안이 동시에 전선을 형성한 것이 특징이다. 국민의힘은 부동산과 재정, 안보, 인사검증 실패를 고리로 “거대 야당의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더불어민주당은 3대 메가 프로젝트와 미래대응기금 등 국정과제의 성과를 부각하며 “근거 없는 정치공세를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첫 번째 격전지는 경제 분야다. 국토교통위원회 등에서는 집값과 전월세, 공급 대책, 부동산 세제가 도마에 오른다. 국민의힘은 최근 주택시장 상황과 정부 대책을 집중적으로 따질 계획이다. 민주당은 전임 정부와 서울시정의 공급 정책을 거론하며 맞설 것으로 보인다. 3대 메가 프로젝트는 여야 충돌의 핵심이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포함한 800조원 규모 투자계획의 추진 과정과 전력·용수 공급 문제를 살핀다. 국민의힘은 “사실상 기업들의 팔을 비튼 관제 투자"라며 외압 여부와 재원 조달의 실효성을 추궁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국가 균형발전과 미래산업 육성이라는 취지를 앞세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의 증인 채택 여부를 둘러싼 진통도 계속되고 있다. 대미 투자 문제는 재정경제기획위원회와 산중위,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다뤄진다.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을 포함한 한미 투자 협상 과정과 사업의 상업적 타당성이 쟁점이다. 최근 한미 공동발표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투자 규모와 정부 입장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미래대응기금 신설에 대해서도 “정권 지지율 방어용 선심성 예산"이라며 공세에 나설 전망이다. 민주당은 “자산시장 안정과 미래 투자"라고 반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DMZ 지뢰 폭발 사고 '격돌' 금융 분야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정무위원회의 주요 쟁점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국내 우량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근거를 마련했고, 5월부터 관련 상품이 출시됐다. 금융당국은 일반 ETF보다 손실 가능성이 높다며 투자자 보호장치를 적용했다. 국민의힘은 개인투자자 손실 우려와 정책 결정 라인의 개입 의혹을 따지겠다며, 제도 도입에 관여한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의 증인 채택을 요구해 왔다. 민주당이 반대하면서 증인 채택을 둘러싼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안보 분야에서는 국방위원회가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를 다룬다. 지난달 21일 장병 3명이 다친 사고로, 현장에서 북한의 수지반보병지뢰가 발견됐다. 지뢰 매설 경위와 군의 탐지·경계태세, 초동 대응과 현장 조사 지연 의혹이 질의 대상이다. 국민의힘은 “대북 안보 실패"라며 강도 높게 추궁할 방침이다. 여당은 절제된 위기관리 절차였다고 맞서고 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는 전국 농지 전수조사가 검증 대상이다. 정부·여당은 기획부동산과 고위공직자의 농지 편법 소유·투기 의혹을 뿌리뽑겠다는 입장이다. 야당은 실효성 있는 농업 진흥책 없이 규제만 늘린다고 비판한다. 청와대 관련 인사들의 증인 채택 문제까지 맞물리면서 농지 조사가 인사와 국정관리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 “소모적 정치공세 지양해 달라" 사법 분야에서는 법제사법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가 검찰청 폐지 이후 출범한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점검한다. 지난 2일 새 체계가 출범한 만큼 사건 이관과 인력 배치, 수사 공백 여부, 형사사법 체계의 안착 과정이 주요 질의 대상이다. 오는 14일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예정돼 있어 중수청에 대한 행안부의 지휘·감독권과 수사 독립성 문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대치가 가장 거세질 곳은 국감 마지막 날인 27일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감이다. 국민의힘은 8·30 개각 과정에서 장관 후보자들이 잇따라 낙마한 것을 계기로 김현지 제1부속실장 등 이른바 '경기·성남 라인'의 인사검증 실패와 비선개입 의혹을 정조준하고 있다. 김 실장의 운영위 출석 여부를 놓고도 여야가 맞서고 있다. 민주당은 “정치공세를 위한 증인 채택"이라며 반대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감 첫날 국무회의에서 “국회의 합리적인 문제제기를 겸허히 수용하고 행정 변화로 연결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근거 없는 가짜뉴스나 소모적인 정치공세를 지양해 달라"고 당부했다. 여야가 민생 성과와 정권 견제라는 명분을 각자 내건 가운데, 3주간의 국감이 향후 정국 주도권의 향배를 가를 전망이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2026 국감] 삼성·SK 베테랑 27명 中 CXMT로…“반도체 팹 통째로 옮긴 수준”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CXMT)로 이직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 출신 핵심 기술인력이 최소 27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인재 확보 대상이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에 이어 국내 반도체 대기업의 양산 인력으로까지 넓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 평균 15.4년 베테랑 27명, 팹 통째로 넘어갔다…26명은 이미 퇴사 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글로벌 비즈니스 플랫폼 링크드인 등을 통해 CXMT 내 국내 인력 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 출신 고연차 기술인력 최소 27명이 CXMT로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출신별로는 삼성전자 23명, SK하이닉스 8명이다. 두 회사를 모두 거친 인력이 4명이다. 의원실은 앞서 국정감사에서 중국 '천인계획'의 KAIST 교수 149명 포섭 시도 정황과 출연연 연구원 포섭 시도를 공개한 바 있다. 이번 조사는 그 후속이다. 이들의 국내 대기업 근속 연수를 합하면 415.9년으로, 1인당 평균 15.4년에 이른다. 20년 넘게 양산 현장을 이끈 수석·임원급(PL)도 6명 포함됐다. 경력만큼 눈에 띄는 것은 직무 구성이다. 가장 많은 8명은 회로설계·레이아웃 인력으로, D램 셀·코어와 I/O 회로, HBM 설계를 맡았다. 1x D램 소자 개발과 라인 표준화를 담당한 공정통합 인력은 7명이었다. 식각·CVD·확산·메탈 공정 장비를 다루는 단위공정 인력과 인라인 계측, TCAD·TEM 기반 불량분석을 맡은 수율·결함분석 인력은 각각 4명이었다. HBM용 웨이퍼레벨패키징(WLP)과 실리콘관통전극(TSV) 공정을 설계하는 어드밴스드 패키징 인력 2명도 있었다. 클린룸 레이아웃과 제조자동화(CIM) 인프라 구축을 맡은 팹 기획 인력도 1명 포함됐다. 설계부터 공정, 수율, 패키징, 공장 인프라까지 반도체 공장 하나를 돌리는 데 필요한 직무가 고루 갖춰진 셈이다. 의원실이 이를 단순한 개별 이직이 아니라 공장을 통째로 옮긴 것과 같은 '턴키(Turn-key)'형 이동으로 보는 이유다. 최근에는 범용(레거시) D램을 넘어 HBM 설계와 TSV 패키징 인력까지 투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들이 CXMT에 머문 기간은 평균 2.9년에 그쳤다. 27명 중 26명이 이미 회사를 떠났고 현재 재직자는 1명뿐이다. 공장 구축과 공정 안정화 단계에서 현장 노하우만 흡수한 뒤 계약을 끝내는 단기 활용 구조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 의원은 “반도체 기술은 설계도뿐 아니라 20년, 30년 동안 축적한 사람의 경험과 노하우 그 자체"라고 말했다. ◇ 전직금지 피해 '징검다리 이직'…퇴출 뒤엔 화웨이·SMIC로 이직 경로도 정교해졌다. 27명 중 15명(56%)은 곧바로 CXMT로 가지 않고 중간 기착지를 거쳤다. 장비·소재 협력사, 국내 팹리스, 중국·외국계 반도체 회사, 대학 연구교수, 중개성 업체 등이다. 통상 1~2년인 국내 기업의 전직 금지 약정을 피하려는 우회로로 풀이된다. 퇴사 후 6개월 이내 직행한 인력은 9명이었다. 1년 반 이상 공백기를 둔 뒤 합류한 인력은 3명이었다. CXMT를 떠난 뒤의 행선지도 문제다. 퇴사자 26명 중 7명이 화웨이 홍콩연구소, SMIC, 하이실리콘, 청두가오전 등 중국 내 다른 반도체 기업으로 다시 옮겼다. 한국 기술이 CXMT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중국 업계 전반으로 퍼지는 '연쇄 유출'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한국으로 돌아온 인력은 6명, 미국행은 2명이다. 나머지 11명은 이후 경력이 확인되지 않았다. ◇ '연봉 2배·주택·자녀 교육비'…링크드인 DM으로 파고든 헤드헌터 포섭은 주로 링크드인 메시지로 이뤄졌다. 의원실이 확보한 메시지에 따르면 2024년 5월 한 외국계 서치펌 소속 헤드헌터는 국내 엔지니어에게 “고객사는 CXMT"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HBM 본딩 경력을 갖춘 전문가~디렉터급 시니어 후보를 찾는다고 접근했다. 글로벌 인력업체 중국법인 소속 다른 헤드헌터는 '정부 지원이 탄탄한 중국 첨단 패키징 기업'의 해외 인재 채용을 제안했다. 이사와 생활 정착, 업무용 통역 지원도 내걸었다. 조건은 구체적이었다. 지난해 8월 한국어로 오간 대화에서 헤드헌터는 “연봉은 현재보다 60%에서 2배까지 늘어난다"고 했다. 이어 3년 또는 5년 고용 보장과 3년 뒤 6년 재계약을 제시했다. 매달 임대주택 비용과 자녀 교육비 지원도 약속했다. 근무지로는 CXMT 본사가 있는 허페이(合肥)를 언급했다. 이런 보상의 배경에는 중국 정부 자금이 있다. 천인계획의 후속 격인 '치밍(啓明) 프로그램'은 계약 완료 시 100만 위안(약 2억원)을 준다. 개인 연구비는 3년간 500만~800만 위안(약 10~16억원), 프로젝트 지원금은 최대 1억 위안(약 202억원)이다. 주택보조금, 자녀 무상교육, 영주권 신청 자격도 따라온다. 중국과학원 반도체연구소의 올해 해외 우수 청년과학자 모집 공고에도 같은 흐름이 보인다. 900만 위안 이상의 연구비와 100만 위안의 생활보조금, 배우자·자녀의 베이징 정착 지원이 명시돼 있다. ◇ CXMT 연구인력 3년 반 새 2.9배…美는 제재, 韓은 “단속 근거 없다" 인력 흡수는 CXMT의 덩치로 이어졌다. CXMT 투자설명서 등에 따르면 이 회사 연구개발(R&D) 인력은 2022년 말 2606명에서 올해 6월 말 7491명으로 2.9배(187.5%) 늘었다. 연도별로는 2023년 말 2891명, 2024년 말 4143명, 2025년 말 6259명이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국내 R&D 인력은 8977명에서 1만118명으로 12.7% 증가했다. CXMT가 공개한 핵심기술인력 5명 중 3명도 삼성전자·마이크론 출신이다. 미국은 이미 대응에 나섰다. 미 국방부는 2025년부터 CXMT를 '중국 군사기업(1260H)' 목록에 올렸다. 군민융합 전략에 활용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의원실에 낸 서면 답변에서 “해외 기업의 합법적 채용·헤드헌팅은 단속하거나 제한할 법적 근거가 없어 별도 조사·단속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산업부의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 예산은 해마다 수백억원 규모다. 반면 인력 유출 방지 사업 예산은 '0원'이었다. 최 의원은 “반도체는 우리 경제와 산업 경쟁력의 핵심인 전략산업인데, 중국의 인재 확보가 대학과 연구기관을 넘어 이제 반도체 핵심 인력까지 정조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미국은 국방부가 직접 중국 기업을 제재하는데 우리 정부는 우회 이직과 연쇄 유출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핵심 인력이 어느 경쟁기업으로 옮기는지 정부가 파악·관리하는 체계를 갖추는 동시에, 인재가 국내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파격적 보상과 재취업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2026 국감] 배경훈 “AI 3대 강국 입지 다진다”…연말 ‘모두의 AI’ 출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피지컬 AI, 반도체를 '3대 메가프로젝트'로 정해 집중 육성한다. 연말에는 모든 국민이 비용 부담과 이용량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서비스를 출시한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인사말에서 “AI 3대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튼튼히 다지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AI 데이터센터와 피지컬 AI, 반도체를 AI 시대 경제 성장을 이끌 핵심 분야로 보고 민간과의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AI 데이터센터는 관련 특별법을 바탕으로 민간의 규제 애로를 신속하게 해소하기로 했다. 피지컬 AI 분야에서는 동작과 물리 법칙이 결합된 데이터를 확보하고 범용 피지컬 AI 모델 개발부터 산업 현장 적용까지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국민 누구나 AI 혜택을 누릴 수 있는 'AI 기본사회' 구축도 추진한다. 연말 출시되는 '모두의 AI'에서는 챗GPT와 같은 대화형 서비스뿐 아니라 이용자에게 필요한 공공 서비스를 먼저 찾아 알려주고 신청까지 대신하는 '공공 AI 에이전트'를 제공한다. 건강과 교육, 금융, 세무 등 분야별 맞춤형 서비스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AI 활용 역량의 차이가 경제·사회적 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전 국민 대상 AI 교육도 확대한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향후 10~20년 뒤 우리 경제를 이끌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나선다. 소형모듈원자로(SMR), 핵융합, 양자, 우주·항공, 첨단바이오 등 7개 분야를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과학기술 연구에 AI를 접목해 국가·사회적 난제를 해결하는 'K-문샷 프로젝트'도 본격 추진한다. AI를 활용해 연구에 투입되는 비용과 시간을 줄이고 세계 최고·최초 기술을 선점한다는 목표다. 연구자가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한다. 실패와 시행착오가 다음 도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연구 현장의 불필요한 행정 절차와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인재 육성도 확대한다. 과학기술원 부설 영재학교를 늘리고 석·박사 국가장학금과 신진 연구자 대상 기초연구 지원을 확대한다. 청년의 아이디어가 산업과 일자리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연내 500개 이상의 딥테크 창업팀을 발굴하고 창업을 장려하는 제도도 마련한다. 지역에서는 주력 산업에 과학기술과 AI를 접목할 수 있도록 지역 AX 거점을 전국으로 확대한다. 지역이 필요한 연구개발(R&D)을 주도할 수 있도록 지역 자율형 R&D 투자도 늘릴 방침이다. 배 부총리는 “기술패권 경쟁의 승패는 결국 사람이 가를 것"이라며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입지를 더욱 튼튼하게 다지고 세계 최고에 도전하는 과학기술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단독] [2026 국감] ‘상습 위반’ 대기업 지원하는 정부…산업부 산하기관 210억 지급

최근 5년간 공정거래위원회 소관 법률을 5회 이상 위반한 대기업 21곳 가운데 8곳이 산업통상부 산하기관에서 210억원이 넘는 직접 지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원금의 절반 이상은 KCC글라스 한 곳에 몰렸고, 담합으로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해에 오히려 지원액이 늘어난 기업도 있었다. 반복 위반 기업이 정부 지원 과정에서 사실상 걸러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권향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산업부 산하기관에서 받은 '2021~2026년 대기업 대상 직접 지원사업 현황'을 보면, 2021~2025년 공정위 소관 법률 위반 횟수가 5회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21곳 가운데 8곳이 이 기간 모두 67건, 210억4500만원을 지원받았다. 올해 배정분 38억8000만원을 빼도 2021~2025년 5년 동안 171억6500만원이 들어갔다. 기업별로는 KCC글라스가 119억1600만원(18건)으로 전체의 56.6%를 차지했다. 이어 CJ대한통운 40억6100만원(4건), 효성중공업 29억8900만원(8건), KT 8억7500만원(8건), LG유플러스 6억4300만원(19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4억원(4건), SK텔레콤 1억원(1건), 대우건설 6100만원(5건) 순이었다. 지원 형태는 연구개발(R&D)이 171억6400만원으로 81.6%를 차지했다. 보조금은 38억5000만원, 출연금은 3100만원이었다. 기관별로는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이 153억3400만원(57건)으로 대부분을 집행했고, 한국석유관리원 38억5000만원,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18억3000만원, 한국로봇산업진흥원 3100만원 순이었다. 지원 규모는 오히려 커지는 추세다. 2021년 18억9300만원, 2022년 18억700만원이던 지원액은 2023년 23억8600만원으로 늘었고, 2024년에는 67억7900만원으로 크게 뛰었다. 지난해 43억원에 이어 올해도 38억8000만원이 배정됐다. 가장 두드러진 곳은 KCC글라스다. KCC글라스는 6년 내내 빠짐없이 지원을 받았다. 지원 사업은 KEIT 소재부품기술개발(110억8300만원)이 대부분이고, 산업소재핵심기술개발·자동차산업기술개발·전자부품산업기술개발 사업도 받았다. 연간 지원액은 2021년 15억6000만원에서 2024년 22억4000만원으로 늘었고, 올해 배정액은 30억7800만원으로 6년 중 가장 많다. 2024년부터는 본사와 별도로 여주공장과 전의공장 명의로도 지원이 이뤄졌다. KCC글라스는 2021년 8월 원심력콘크리트(PHC)파일 제조·판매사업자 24곳의 부당한 공동행위(담합)에 가담해 과징금 88억9300만원을 부과받았다. 담합이 적발된 그해에도 15억원이 넘는 R&D 자금이 지원됐고, 6년간 받은 지원금은 과징금보다 30억원 넘게 많다. 효성중공업은 2022년부터 KEIT 소재부품기술개발(15억400만원)과 KIAT 산업기술국제협력(14억8500만원)으로 모두 29억8900만원을 받았다. 연간 지원액은 2022년 3억600만원, 2023년 5억5800만원, 2024년 7억1600만원으로 해마다 늘었고, 지난해 10억27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올해도 3억8200만원이 배정됐다. 같은 기간 효성중공업이 부과받은 과징금은 3건, 116억4100만원이다. 세 건 모두 공공 발주 입찰 담합이었다. 통신 3사도 지원을 꾸준히 받았다. LG유플러스는 KEIT·KIAT의 자율주행·로봇·자동차·전자시스템·지식서비스·국제협력 등 6개 사업에서 19건, 6억4300만원을 받아 8개 기업 가운데 지원 건수가 가장 많았다. 연간 지원액은 2021년 2800만원에서 지난해 2억6400만원으로 늘었다. KT는 로봇산업기술개발(7억6900만원)을 중심으로 8억7500만원을 받았고, 올해 배정액 2억7500만원이 6년 중 가장 많다. SK텔레콤은 2021년 소재부품기술개발 1억원을 받았다. 3사의 5년간 과징금은 1490억3800만원이다. SK텔레콤 602억6100만원(4건), KT 524억5600만원(3건), LG유플러스 363억2100만원(3건)이다. 반면 위반 횟수 1위인 현대리바트(62회)와 과징금이 가장 많은 쿠팡(1661억7000만원)을 비롯해 현대엘앤씨·네이버·카카오·한진·장금상선·중흥토건·미래에셋증권·GS리테일·호반산업·카카오엔터테인먼트·DL이앤씨 등 나머지 13곳은 같은 기간 산업부 산하기관의 직접 지원 실적이 없었다. 21곳 전체가 5년간 부과받은 과징금은 4607억원이다. 국가 R&D 사업 참여 제한은 연구부정이나 연구비 부정사용 등에 맞춰져 있어, 담합이나 부당지원으로 제재를 받았더라도 과제 선정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향엽 의원은 “공정거래 질서를 거듭 훼손한 상습 '공정거래 빌런'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산업부 산하기관의 지원을 받아온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과징금을 내고 돌아서면 다시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 구조라면 제재의 억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정일영 의원, 장인화 회장 국감증인 요구…“포스코 안전사고 책임 물어야”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포스코이앤씨의 반복되는 산업재해와 공동주택 하자 문제 등을 따져 묻기 위해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과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요구했다. 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 의원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2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5년간 산업재해 재해자는 589명, 중대재해는 10건으로 집계됐다. 정 의원은 올해 국감에서 반복되는 안전사고와 이에 대한 정부 제재의 실효성을 집중적으로 질의할 방침이다. 포스코이앤씨의 산업재해 문제가 불거진 이후 포스코그룹은 회장 직속 안전특별진단TF를 구성하는 등 대책을 내놨다. 정 의원은 대책 발표 이후 실제 건설현장의 안전관리가 얼마나 개선됐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안산선 붕괴사고에 대한 후속 조치도 쟁점으로 제시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4월 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엄정한 조치를 예고했지만 약 반년이 지난 현재까지 최종 행정처분이 나오지 않았다는 게 정 의원 측 설명이다. 정 의원은 포스코이앤씨의 이의제기나 소명 절차 등이 처분 과정에 미친 영향과 제재의 실효성을 질의할 예정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안전관리 소홀 등을 이유로 부과받은 일부 벌점에 대해 행정소송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포스코의 송도 개발사업과 공동주택 하자 문제도 국감에서 다룰 계획이다. 포스코이앤씨 제출자료에 따르면 회사는 2005년 이후 송도에서 주택건설 26개, 복합건설 4개, 비주택건설 9개 등 총 39개 사업에 참여했다. 주택·복합건설사업을 합하면 약 3만2000가구 규모다. 포스코이앤씨는 송도 국제업무단지 개발 시행사인 NSIC 지분 29.9%를 보유하고 있으며 개발기획과 설계·인허가, 공사·사업비·일정관리 등을 담당하는 송도개발PMC도 포스코 계열 100% 법인이다. 정 의원은 이 같은 사업 구조를 근거로 포스코이앤씨뿐 아니라 그룹 차원의 관리 책임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장 회장에 대한 증인 출석을 요구했다. 공동주택 하자 문제도 제기했다. 의원실이 포스코이앤씨 제출자료를 분석한 결과 송도 15개 단지·사업장 모두에서 1년 이상 미처리된 하자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대통령까지 강하게 질책했는데 사고는 반복되고 정부가 사고 원인을 발표한 지 반년이 지나도록 최종 처분도 나오지 않았다"며 “처분에는 적극적으로 다투면서 반복되는 사고를 막기 위해 회사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포스코이앤씨 대표와 장인화 회장을 증인으로 불러 회사와 그룹 차원의 책임 있는 답변을 직접 듣겠다"고 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이재명 정부 2년차 국감 6일 개막…증인 채택부터 ‘정면충돌’

이재명 정부 2년차 국정감사가 6일부터 27일까지 3주간 상임위원회별로 진행된다. 지난해 첫 국감이 전임 정부 책임론에 무게가 실렸다면, 이번에는 현 정부의 1년 국정 운영 전반이 평가 대상이다. 여야는 개막을 하루 앞둔 5일까지 핵심 증인 채택을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해 초반 파행 가능성도 거론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국감을 '정책·민생 국감'으로 규정했다. 3대 메가프로젝트와 미래대응기금을 지방 균형발전과 미래산업 육성을 위한 전략적 투자로 내세운다는 계획이다. 수도권 전·월세난에 대해서는 윤석열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정의 공급 부족이 원인이라는 논리로 맞설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추정 사고, 검찰청 폐지, 전월세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등을 '10대 핵심 정책 실패'로 묶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비롯한 대미 투자 협상, 고물가·고금리, 노란봉투법도 공세 대상에 올렸다. 가장 먼저 충돌이 예상되는 곳은 법제사법위원회다. 민주당은 지난달 28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증인으로 채택하고, 6일 대법원 국감에서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청을 거부한 경위를 직접 밝힐 것을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사법부 독립과 삼권분립을 침해하는 조치라며 퇴장해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변수는 출석 방식이다. 조 대법원장은 국감에서 입장을 설명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증인 선서 후 직접 답변할지 법원행정처장을 통해 설명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민주당이 선서와 증언을 요구하고 있어 첫날부터 진통이 불가피하다. 운영위원회에서는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출석 여부가 핵심이다. 국민의힘은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잇따라 낙마한 배경에 김 실장의 인사 개입이 있다고 보고 증인 채택을 요구하고 있다.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까지 출석 대상으로 거론하며 검증 범위를 넓히려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공식 인사 조직이 따로 있고 절차도 적법했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레버리지 ETF 논란은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 증인 공방으로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상품 도입 결정과 투자자 손실 책임을 따지려면 김 전 실장이 나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재정경제기획위원회가 지난달 28일, 정무위원회가 지난 1일 각각 김 전 실장을 뺀 증인 명단을 의결했다. 국민의힘이 함께 요구한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도 명단에서 빠졌다. 정무위에서는 김승원 전 후보자의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과 제약사 제넨셀 주가조작 의혹도 다뤄질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도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정부가 호남 반도체 투자를 압박했는지 확인하겠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민주당은 근거 없는 정쟁용 증인 요구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야가 합의한 사례도 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출석 의사를 밝히자 지난달 29일 증인으로 채택했다. K컬처 축제 '패노메논'의 해외 상표권을 소속사 JYP가 단독 출원한 경위가 질의 대상이다. 6일 행정안전부 국감에서는 지난 2일 출범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에 질의가 몰릴 전망이다. 중수청은 청장 없이 문을 열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김지용 후보자를 지명했지만, 검찰개혁에 반대해 온 이력을 문제 삼은 여당 강경파가 지명 철회를 요구하면서 인사청문 요청안 재가가 출범 전날인 1일까지 늦어졌다. 청문회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정원 2874명 가운데 1900명(66.1%)만 충원됐고,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은 자체 구축 전까지 경찰 시스템을 함께 써야 한다. 구속 피의자도 당분간 인근 경찰서 유치장과 교정시설에 수용한다. 162조3000억원 규모 미래대응기금도 쟁점이다. 기금 적립액을 내국세에서 제외한 뒤 교부세를 산정하면 내년 지방교부세 정률분은 기존 산식보다 약 30조5000억원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전국 63개 지자체가 반대 입장을 낸 만큼 지방 재정 악화를 둘러싼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행안위는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혁 문제도 다룬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국감 출석 선 그은 조희대…민주당 “일반 증인은 출석 의무”

조희대 대법원장이 오는 6일 예정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일반 증인으로 채택된 만큼 출석 의무가 있다며 조 대법원장을 압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4일 조 대법원장이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 증인 출석 요구에 불응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법사위원장인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 대법원장이 의견서를 제출해 증인으로 나와 답변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조 대법원장은 의견서에서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고 수사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어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장의 제청권 행사에 대해 국회에서 증언하도록 하는 것은 삼권분립 원칙과 사법권 독립에 어긋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헌법 제104조 제2항에 대법관 제청권이 규정돼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국회의 출석 요구 자체가 국정감사에 적용되는 권력분립 한계를 벗어난다는 주장도 폈다. 대법원장에게 국회 출석과 답변 의무를 부과하지 않은 국회법 제121조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반발했다. 서 의원은 “국회가 사법부 현안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때마다 사법부 독립을 앞세워 출석을 거부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국회 출석 요구를 계속 거부하는 것은 국회의 견제와 검증을 거부하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번에는 조 대법원장을 기관 증인이 아닌 일반 증인으로 채택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행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일반 증인으로 출석 요구를 받은 조 대법원장은 출석 의무가 있다는 것이 서 의원 주장이다. 서 의원은 조 대법원장 불출석은 국회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조 대법원장은 성역이 아니고 사법부 독립은 위헌행위에 대해 침묵을 허용하는 방패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용우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조 대법원장이 국정감사에 나오지 않으려면 사퇴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국회증언감정법 제2조는 증인으로 출석 요구를 받으면 다른 법률에도 불구하고 누구든지 따라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며 조 대법원장에 예외를 적용할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증인 불출석은 감추고 싶은 것이 있다는 자기 고백"이라며 국정감사에 출석해 국민 앞에서 직접 소명할 것을 거듭 요구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국감 코앞서 터졌다”...은행권 정보유출, CEO들 불려가나

올해 금융권 국정감사의 증인 구성을 둘러싼 변수가 커지고 있다. 금융사고가 잇따른 상황에서 최근 주요 시중은행의 고객 정보 유출 사고까지 연이어 발생하면서다. 금융회사 내부통제와 정보보호 체계를 둘러싼 국회의 검증 필요성이 커지면서 주요 금융사 CEO들의 증인 채택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달 금융권 국정감사를 앞두고 주요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들에 대한 증인 신청을 진행하고 있다. 민간 금융회사 CEO의 실제 출석 여부는 여야 협의와 정무위의 증인 채택 절차를 거쳐 결정된다. 특히 신한은행에서 약 2만5000명의 고객 정보가 유출된 데 이어 KB국민은행 119명, 하나은행 89명의 정보 유출 사고까지 확인되면서 정보보호 문제가 새로운 국감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신한은행에서는 약 2만5000명의 고객 정보가 외부 침해로 유출됐다. 유출 정보에는 고객의 이름과 전화번호, CI, 연소득, 산출 대출한도 등이 포함됐으며 주민등록번호 66건과 CI 97건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신한은행은 외부 IP를 차단하고 관련 서비스를 중단하는 한편 새로운 보안정책을 적용했다. 고객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전액 보상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침해 방식은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후 KB국민은행에서도 외부 침해로 119명의 고객 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확인됐다. 유출 정보에는 고객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 암호화된 주민등록번호 등이 포함됐다. 사고 대상은 직원용 모바일 업무지원 시스템으로 인터넷·모바일뱅킹 등 고객 금융거래 시스템과는 별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의 경우 외부 해킹 세력이 영업지원시스템(ODS)에 비정상적인 접근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89명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 유출 정보에는 주민등록번호와 성명, 주소,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 휴대전화번호, 직장명 등이 포함됐다. 하나은행은 해당 시스템이 인터넷·모바일뱅킹 거래 시스템과 별개의 채널인 만큼 고객의 금융거래 정보가 유출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각 사고의 유출 경위와 정보 범위 등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 점검에 나서는 등 후속 대응에 들어갔다. 사고별로 침해 경로와 접근 방식이 다른 만큼 실제 유출 과정과 보안 관리상 허점이 있었는지를 들여다보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정보 유출뿐 아니라 올해 금융권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도 국감의 주요 쟁점으로 거론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7월 금융권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47건, 사고 규모는 1708억2000만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금융사고가 33건, 696억900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사고 규모가 크게 늘었다. IBK기업은행에서도 올해 외부인 사기 혐의 금융사고가 잇따랐다. 기업은행은 올해 833억7604만원, 182억2100만원, 94억3971만원 규모의 금융사고를 각각 공시했다. 세 건의 공시 금액을 합치면 1110억3675만원이다. 다만 이는 각 사고의 공시 금액을 단순 합산한 것으로 실제 확정 손실액과는 다르며 일부 사고는 수사와 채권 회수 등이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요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들의 국감 증인 신청도 이뤄지고 있다. 박홍배 의원은 양종희 KB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이찬우 NH농협금융 회장과 함께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 등을 증인으로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에 대해서는 금융사고 대응과 내부통제를 비롯해 가계대출 관리, 포용금융, 금융지주 지배구조 등에 대한 질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감 직전 주요 시중은행에서 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른 데다 올해 금융사고까지 반복되고 있어 국회 입장에서도 금융회사의 내부통제와 정보보호 체계를 들여다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사고별 원인과 피해 규모뿐 아니라 왜 사고를 사전에 막지 못했는지, 이후 대응은 적절했는지까지 CEO들에게 질문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증인 신청이 곧바로 국감 출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국회 정무위는 여야 간 협의를 거쳐 증인 채택 여부를 확정할 예정인 만큼 실제 출석 대상과 범위는 향후 논의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자료부터 남다른 국감 스타 탄생의 ‘필요조건’

매년 10월이면 국회 의원회관의 밤이 길어진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보좌진들은 피감기관 답변서를 다시 뜯어보고 통계표의 숫자를 대조하며 의원이 던질 질문의 순서를 바꾼다. 의원실마다 목표는 비슷하다. 피감기관을 긴장시키면서도 국민이 알아들을 수 있는 질문 한두 개를 만드는 것이다. 국감은 행정부를 감시하는 국회의 핵심 기능이다. 동시에 의원 개인에게는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을 수 있는 큰 무대다. 최근 5년간 주목받은 의원들의 사례를 보면 국감 스타들은 '자료·질문·후속조치' 과정에서 차별화를 이룬다. 파급력 센 자료를 확보하고, 이를 짧은 질문으로 바꾸고, 답변을 법과 예산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출발점은 자료다. 2023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서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양평고속도로 논란과 관련한 자료를 토대로 남한강휴게소 운영권 특혜 의혹 등을 잇따라 제기했다. 같은 상임위 한준호 민주당 의원도 양평고속도로 노선 검증으로 이름을 알렸다. 탄탄한 논리와 선명한 전달력이 돋보인 질의라는 평가다. 물증의 힘은 2024년 국감에서도 확인됐다. 민형배 의원은 안세영 선수가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보낸 13장 분량의 건의문 전문을 공개했다. 구두질의에 그치지 않고 당사자의 목소리가 담긴 문건을 제시하면서 협회 운영 관행을 따져 물을 근거가 마련됐다. 국감 자료에는 수백 페이지의 표와 기관별 답변이 쌓인다. 의원이 찾아야 할 것은 기존 설명과 맞지 않는 숫자 한두 개다. 보좌진은 몇 달 전부터 전년도 지적 사항, 감사원 자료, 부처 통계, 공공기관 경영공시, 예산서와 결산서를 겹쳐 본다. 한 의원실 보좌진은 “기관이 제출한 자료만 보면 놓치는 부분이 생긴다"며 “현장 제보와 기관 자료를 대조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좋은 자료는 피감기관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기도, 문제없다고 답하기도 어려운 숫자를 담고 있다. ◇질문은 짧고 숫자는 정확해야 자료 확보 다음은 질문 설계로 빌드업이 이어진다. 의원에게 주어진 시간은 제한돼 있다. 질문이 길어지면 답변 시간이 늘고, 질문이 많아지면 한 가지 쟁점도 끝까지 파고들기 어렵다. 그래서 준비된 의원들은 질문을 쪼갠다. “이 자료가 맞습니까." “그렇다면 이 수치는 왜 다릅니까." “지난해 국감에서는 이렇게 답변했는데 올해 자료는 왜 바뀌었습니까." 상대의 답변을 다음 질문의 근거로 삼는 방식이다. 2025년 국감에서는 기획재정위원회 김태년 민주당 의원이 입법과 예산을 함께 짚으며 주목받았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한미 관세 협상과 부동산 대책을 사전에 준비한 자료로 파고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장을 지켜본 매체들은 두 의원의 공통점으로 철저한 준비와 구체적인 정책 질의를 꼽았다. 언변도 평가 요소다. 국감에서 말 잘하는 의원은 질문이 짧고 숫자가 정확하다. 답변자가 장황하게 설명하기 시작하면 질문으로 끊고, 필요한 답을 받은 뒤 다음 자료를 제시한다. 상대가 인정해야 할 대목에서는 충분히 기다린다. 시청자가 30초 안에 이해할 수 있는 구조가 큰 동작이나 목소리보다 오래 남는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복잡한 정책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소품과 시각자료도 활용된다. 2021년 경기도 대상 국토위 국감에서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비판하며 양의 탈을 쓴 강아지 인형 '대동이'를 들고 나왔다. 노회찬 전 의원이 국감장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누워 수용 면적의 실태를 보여준 장면도 지금까지 회자된다. 2020년에는 기술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자율주행 로봇을 시연한 질의가 나왔다. 세 번째 요소는 후속 조치다. 국감 당일 보도되는 자료는 수없이 많지만 몇 달 뒤에도 기억되는 국감에는 대개 후속 조치가 따라붙는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2023년 국감에서 연구·개발 이권 카르텔, 소규모 신재생에너지 접속 문제,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 코로나19 재난지원금 환수 문제 등을 다뤘다. 이 의원은 재난지원금 환수 면제를 위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개정안은 그해 12월 본회의를 통과했다. ◇잘못 인정하는 답변 유도가 중요 국감에서 가장 강한 질문은 잘못을 인정하는 답변을 받아내는 질문이다. 2024년 국감에서 국정감사NGO모니터단 우수의원으로 선정된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사고 463건을 분석해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부동산 대출과 전월세 대출, 소비자 보호 문제도 함께 제기했다. 사례를 나열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금융사고를 유형별로 분류해 정책 문제로 연결한 점이 눈에 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러면 어떻게 고치겠느냐"는 답변까지 끌어내는 질문이 성과로 남는다. 화제성만 좇은 질의는 역풍을 낳는다. 2024년 국감에서는 일부 의원의 막말과 비속어가 논란이 됐다.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은 질의의 적시성·실효성·충실성·공익성·공정성을 평가 기준으로 제시하고, 중복 질의와 막말·고성·시간 미준수를 감점 요소로 삼았다. 같은 자료에서는 일부 상임위원장의 발언 시간이 의원 평균 질의 시간의 5배를 넘긴 사례도 지적됐다. 2025년에는 '쇼츠 국감'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현장을 영상화한 매체들은 고성과 정쟁, 보여주기식 질의를 비판하면서 준비된 자료와 정책 대안을 제시한 의원들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내렸다. 국감장에서 피감기관장을 윽박지르는 장면은 짧은 영상으로 만들기 쉽다. 그러나 소리를 빼고 질문 내용만 보면 무엇을 지적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생긴다. 뚜렷한 근거 없이 인신공격성 발언을 쏟아내거나 국감과 무관한 소품을 들고 나오는 행태도 여론의 역풍을 맞기 쉽다. 국감은 생중계되고, 발언은 영상과 기사로 남는다. 상대를 몰아세우는 데 성공해도 자료와 정책 대안이 보이지 않으면 '송곳 질의'보다 '고성 국감'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증인의 허점을 논리적으로 짚고 차분하게 답을 끌어낸 질의는 오래 남는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국감장에 서는 조희대가 두려운 사람들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정치권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자 재(再)제청 요구를 거부하며 정부와 정면으로 충돌한 조 대법원장이 국정감사 일반증인으로 채택되면서다. 2023년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여야의 폭넓은 동의를 받았던 인물이 3년 만에 정치권 공방의 한가운데 서게 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조 대법원장을 오는 6일 열리는 대법원 국정감사 일반증인으로 채택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구를 조 대법원장이 거부한 경위 등을 따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며 반발했다. 조 대법원장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선은 3년 전과 크게 달라졌다. 당시 조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특위 심사경과보고서는 여야 합의로 채택됐다. 본회의에서도 임명동의안은 출석 의원 292명 가운데 찬성 264명, 반대 18명, 기권 10명으로 가결됐다. 특히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에서도 조 후보자의 개인 신상과 관련한 특별한 문제 제기는 많지 않았다. 진성준 당시 민주당 청문특위 야당 간사는 본회의 심사경과보고에서 “고위공직 후보자에게 흔히 보이는 개인 신상 관련 도덕성 등의 문제 제기가 거의 없었다"며 대법원장으로서 직무를 무난히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당시만 해도 조 대법원장은 정치권의 첨예한 공방보다는 사법부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는 법관 출신 인사로 인식됐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정반대다. 갈등의 중심에는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문제가 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8월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제청했지만, 청와대가 재제청을 요청하면서 충돌이 시작됐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22일 청와대의 재제청 요청 문서에 구체적인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적시되지 않았다며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는 조 대법원장의 인식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의 판단 과정과 재제청 거부 경위를 국정감사에서 집중적으로 따지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조 대법원장의 재제청 거부와 과거 행적 등을 문제 삼으며 탄핵론까지 띄웠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서영교 의원은 최근 채널A 유튜브에 나와 “불법 비상계엄 당시 대법원장 지시로 긴급비상대책회의를 했다는 것, 이재명 대선 후보 파기환송 과정에서 선거 중립 의무를 위반하고 대선에 끼어든 모습, 대법관을 200일 넘게 공석으로 만들어 놓은 것 등이 엄청난 헌법 위반이고 법률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조 대법원장의 탄핵 사유가 충분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그렇다"고 답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법원장을 일반증인으로 불러 세우는 것 자체가 사법부 독립을 훼손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28일 출근길에 재제청 문제와 관련해 “앞으로 국정감사 등을 통해서 이야기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증인으로 채택됐다고 해서 실제 출석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조 대법원장이 직접 출석 여부를 밝히지 않은 만큼 오는 6일 증인석에 앉을지는 아직 변수로 남아 있다. 여권 내부에서는 조 대법원장을 둘러싼 공세가 반드시 여권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우려도 나온다. 입법부가 사법부를 압박하는 모습으로 비칠 경우 정권에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조 대법원장의 존재감만 키워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본지에 “조 대법원장의 출석 자체가 보수·중도층에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국감에서 조 대법원장이 재제청 거부 근거 등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한다면, 이재명 정부에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반대로 조 대법원장이 답변 과정에서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정부·여당에 오히려 힘이 실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재제청 거부의 법적 근거와 그에 따른 대법원의 판단 과정이 핵심 쟁점인 만큼, 조 대법원장의 설명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2023년 여야의 폭넓은 동의를 받으며 대법원장에 오른 조 대법원장이 3년 만에 정부와 사법부의 권한 충돌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조 대법원장의 일거수일투족에 국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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