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대란 재깍재깍] 전력대란 경고음(下)…"수요 몰리는 곳 샛길 대신 큰 길부터 뚫어라"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동해안에 있는 원전과 석탄발전 등 대규모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는 송전망 구축에 차질이 생기면서,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투자재원이 한정됐다면 투자 우선 순위를 정하되 대규모 전력 생산지와 최대 수요지를 연결하는 송전 고속도로 건설에 먼저 투자를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 오는 2034년까지 전체 송전선로 신규확충 재원 29조 3000억원 중 42.0%인 12조 3000억원을 신재생에너지 계통강화에 투자키로 최근 확정한 정부의 제9차 장기 송변전설비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것이다. 샛길을 내는 것보다 당장 고속도로를 만드는 것이 시급한 만큼 동해안 송전망 구축 등 송전고속도 건설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아울러 발전소 및 송전선 입지 지역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전기요금을 전력 생산지와 수요지에 다르게 적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원전과 석탄, 신재생에너지든지 에너지 전원을 가리지 않고 발전소가 설치되는 곳에 따라 송전망을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발전소에서 전력을 생산하더라도 송전망이 없다면 도시에 전력을 공급할 수 없어서다. 특히 동해안에는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대규모 발전소들이 더 들어서게 된다. 생산한 전력을 어디로 보내지도 못하는 송전대란을 막기 위해 동해안과 수도권으로의 송전망 확충이 더욱 시급해지는 이유다. 송전망 확충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입지 주변 주민과의 갈등 해소나 전기요금 개편,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대비가 함께 따라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12일 전력업계 전문가들은 동해안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에 전송할 송전망 확충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이를 위해 정부는 HVDC(초고압직류송전·High Voltage Direct Current transmission system)를 설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동해안에 설치되는 발전소 규모에 비해 관련 대책 마련이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다.발전소는 전력 수요가 많은 대도시로부터 멀리 지어지는 경우가 많다. 대규모 화력과 원자력 발전시설은 설치하는 데 인근 지역 주민 반대에 부딪힌다. 연료 수급과 냉각수 확보 등을 위해 바다 근처에 입지해야 하는 조건도 있다. 대도시로부터 발전소를 멀리 떨어져서 짓는다면 도시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 송전망이 있어야 한다.하지만 이미 동해안에 설치된 발전설비 용량이 송전망으로 보낼 수 있는 용량을 초과한 가운데, 앞으로 신한울 2호기와 삼척화력1·2호기, 강릉 안인 1·2호기가 더 건설됨에 따라 더 많은 송전망이 필요하게 됐다. 한국전력거래소와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당 탈원전대책특위)실에 따르면 약 0.5GW 정도의 송전망의 수용 가능 용량을 초과하는 전력이 공급되고 있다. 9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올해부터 앞으로 4년간 이 지역에 약 설비용량 7GW 규모 신규 발전소가 들어올 계획이다. 하지만 새롭게 확충하는 동해안과 수도권을 연결하는 송전망의 용량은 4GW에 불과하다.이처럼 발전소의 설비용량과 송전망에서 보낼 수 있는 용량의 차이가 생겨, 전력을 제대로 공급할 수 없게 되면 전력대란이 발생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중국과 인도, 유럽에서는 송전망에 따른 문제는 아니지만 원료 수급 부족과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 등으로 전력 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중국과 인도에서는 석탄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정전이 발생해 주요 산업이 위기를 겪고 있다. 영국에서는 풍력발전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자 전기요금이 160% 이상 치솟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전력대란이 발생하면 전기요금이 상승하는 등 경제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전력대란까지 발생하지 않더라도 동해안에 건설한 대규모 발전소의 전력 생산을 중단하게 되면 국가 전체의 큰 낭비가 초래된다.박종배 건국대 교수는 "동해안에 대규모 발전소가 들어서면서 송전망 확충이 시급하게 됐다"면서 송전망 설치에는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부담을 최소화할 여러 정책들을 제안했다. 박 교수는 전기요금제도를 개편해 전기 공급이 과잉인 지역에 수요를 유치할 필요성을 제시했다. 그는 "유통비용이 비싸면 요금이 올라가는 건 당연하다. 발전소 근처에서는 전기료를 저렴하게 공급하고 발전소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으면 비싸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발전소 근처에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도록 하는 등 전기 수요지와 공급지를 일치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도시가 아닌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 근처에 전기를 많이 소비하는 시설이 들어서면 그만큼 송전망을 더 설치할 부담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또한, 그는 전기를 수소와 같이 다른 형태로 변환해 저장하는 기술 개발과 송전망을 건설하는 데 주민과의 갈등을 최소화할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도 제시했다.실제로 송전망 설치에는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계통인프라 투자 비용은 지난 10년간 무려 약 2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하지만 정부는 동해안에 송전망 부족을 해결할 뚜렷한 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이다. 한전이 지난달 확정·발표한 9차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에는 2034년까지 재생에너지 계통 강화에 12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한 것과 대조적이다.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송배전망 샛길의 확충의 필요성도 있다. 태양광과 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는 화력과 원자력과 같은 대규모 에너지원에 비해 소규모로 지역 여러 곳에 분산돼 설치된다. 신재생에너지는 분산에너지로서 대규모 송전망이 아닌 비교적 소규모 배전망에 연결돼 전기소비자에게 전력을 전달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wonhee4544@ekn.kr송전망의 모습.

[전력대란 재깍재깍] 전력대란 경고음(中)...중국 전력난·미 텍사스 대정전 "남 일 같지 않다"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우리나라에도 전력대란이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전력대란은 산업활동 마비로 경제에 충격을 주는 것은 물론 국민 생활을 멈추게 하는 끔찍한 결과를 낳는다. 당장 다가오는 겨울철 난방부터 걱정해야 한다. 중국과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 국의 끔찍한 전력대란이 남의 나라 일 만으로 치부하고 강 건너 불 구경하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이어진다.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원료 수급 부족과 재생에너지 발전 한계 등으로 에너지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전력난에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과 인도 등에서는 석탄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전력대란이 일어나 반도체 등 주요 산업들이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유럽에서는 에너지 생산이 어려워지자 전기요금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11일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송전망 설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산업생산 차질과 전기요금 인상, 식량위기, 경제문제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중국·인도 등 화석발전 전력난으로 경제 비상 중국과 인도는 최근 화력발전용 석탄 부족 등에 따른 전력난이 발생했다. 호주산 석탄 수입 중단에 이어 석탄 광산 60곳이 운영을 중단하면서 생산도 차질을 빚었다. 중국 주요 항만의 석탄 재고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한 5234만t으로 추정됐다.석탄 부족으로 전력난에 시달리자 중국 당국은 지난달 중순부터 20개 성(省)급 행정구역의 산업용 전기를 제한해 송전하고 있다. 이 지역 중국 공장 대부분 전기가 없어 가동을 멈추거나 생산이 제한됐다. 아이폰13 재고 부족 현상에 이어 일부 반도체 공급망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치면서 애플과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HP 등 기업에까지 미칠 수 있다고 우려되는 상태다.중국 전력난은 산업 생산 차질에 이어 일반 가정 전기 수급과 전기요금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달 랴오닝성 일부 지역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하는 등 일반 전기 공급에도 문제가 생겼다. 중국 정부에서는 석탄발전 전기요금이 기준선에서 최대 20% 오를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결정하기도 했다.인도 상황도 마찬가지다. 인도 석탄 화력발전소 가운데 53%의 석탄재고가 사흘 치도 안 된다고 알려졌다. 현지 석탄 화력 발전소 135곳 가운데 72곳의 석탄재고가 사흘 치도 남아있지 않다. 다른 50곳의 재고도 4∼10일 치만 남았다. 재고가 10일 이상 남아있는 곳은 13곳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럽·미국 등 재생E 국가도 전력난 불가피 전력난은 기존 화석연료 뿐 아니라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에 앞장서고 있는 유럽 국가들과 미국은 최근 재생에너지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전력난이 발생했다.풍력발전을 늘렸던 유럽은 바람이 불지 않아 전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유럽 국가들은 풍력발전에 의존하는데 바람이 충분하지 않아 차질이 생긴 것이다. EU와 영국은 각각 전체 발전량의 16%와 25%를 풍력이 차지한다. 풍력을 대체할 에너지원으로 천연가스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스 가격이 급등했고 이 여파로 전기 요금이 오르고 있다.영국과 유럽연합(EU)은 난방 사용이 급증하는 겨울철을 앞두고 각종 에너지 요금이 급등했다.프랑스는 이달 천연가스 가격을 12.6% 올렸다. 지난 1∼9월 이미 44%를 인상했는데 또 오른 것이다. 이탈리아도 4분기 전기 요금과 가스 요금을 3분기보다 29.8%, 14.4% 올린다고 발표했다. 영국의 전기 요금은 1년 만에 7배로 뛰었다.이번 겨울 미국에서는 이례적인 폭설 때문에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2월 폭설을 동반한 겨울 폭풍이 열흘 사이 3차례나 연이어 발생했다. 북극의 찬바람이 미국의 70%에 이르는 지역을 덮치면서 1억7000만명의 주민이 한파에 시달렸고 1000만명이 정전(停電)으로 불편을 겪었다.특히 미국에서도 전력공급이 고립돼 있는 ‘전력섬’ 텍사스에서는 450만가구에 전기·수도·가스 공급이 중단돼 40여명이 사망하고 190억달러에 달하는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 대규모 정전으로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도요타, 현대차 등 대형 완성차 업체들의 현지 공장이 운행을 중단했다.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도 새벽부터 전력 공급이 중단돼 공장 가동을 멈췄다. 전력난, 산업·식량위기·전기요금·경제문제 등 발생 전 세계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전력난은 산업 생산 차질과 전기요금 인상 등을 불러 일으킨다. 전력수급은 모든 산업분야가 직면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식량 위기와 경제문제까지도 영향을 끼친다.앞서 언급한 중국과 인도의 전력난은 팬데믹 이후 회복세를 보이는 세계 경제에도 타격이 클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경제 성장에서 중국은 28%, 인도는 15% 비중을 차지했다. 중국과 인도가 세계 경제 성장에 4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두 나라의 전력난은 전 세계 경제 회복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손양훈 전력산업연구회장(인천대 경제학과 교수)은 "전력난이라는 현상은 원인과 얼마나 이어지는지가 중요하다"며 "전 세계가 근본적으로 에너지 설비에 투자를 하지 않았던 게 이제서야 드러나는 것이다. 펜데믹이 찾아왔다가 끝날 때가 되면서 에너지 수요가 늘어났는데 공급이 수요를 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손 회장은 "공급에 대한 어려움이 상당기간 이어질 것 같다"며 "전력난이 지속되면 전기요금은 당연히 오를 것이고 산업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다. 또 농산물 농작이나 운반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에너지 없이 돌아가는 산업은 없다"며 "그린에너지도 중요하지만 에너지 안보에 대해서도 전 세계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정연제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정책팀장은 "다른 나라에서는 송전망 설비에 따른 전력난이 잘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발전소 설립 계획과 송전망 구축 계획이 따로 진행된다는 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정연제 박사는 "다른 나라의 경우 석탄이 부족하거나 텍사스처럼 전력망이 고립된 것일 뿐"이라며 "송전망 설비도 발전소 용량에 맞춰 구축을 해야 하는데 발전소부터 지은 뒤 송전망 설비를 확보하려고 하니 발전소를 지어놓고도 전력 전달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claudia@ekn.kr중국 송전망. 연합뉴스텍사스 한파. 연합뉴스

[전력대란 재깍재깍] 전력대란 경고음(上)…"4차 산업혁명 발 전력 수요 급증하는 데 전력망 구축 뒷짐"

전력의 생산지와 수요지를 연결하는 송전망이 발전 설비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이대로 가다간 전력대란이 남의 나라 일이 아닐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에너지경제신문은 ‘송전망 고속도로가 없다…전력대란 재깍재깍’을 주제로 세차례(상·중·하)에 걸쳐 국내 발전설비 및 송전망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개선대안을 제시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우리나라는 해안가에 위치한 대규모 원전과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해 수도권과 대도시로 송전하는 중앙집중형 전력계통을 운영하고 있다. 대규모 중앙집중형 위주의 전원구성은 대형발전소의 입지선정과 고압송전의 주민수용성 문제 등 사회적 갈등을 넘어서지 못하는 한계가 꾸준히 지적돼 왔다. 전문가들은 2050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수요지 인근에서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분산에너지 체계로의 대전환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현행법상 분산에너지 체계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법적 근거가 없고 당장 동해안에 신규발전설비가 가동을 앞두고 있어 송전망 확충이 시급하다.7일 한국전력거래소와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탈원전대책 특위)실에 따르면 동해안에 위치한 0.5GW 규모 이상의 가동 가능한 발전소의 총 설비용량은 11.5GW로 집계됐다. 반면 생산한 전력을 수요지인 서울로 보내는 주요 선로의 정격 송전 용량(부하율 50% 가정)은 11GW로 조사됐다. 송전선의 수용 가능 용량을 초과하는 전력이 공급되고 있어 상시적으로 발전 제약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발전사업자 입장에서는 전력을 생산하고 판매하기 위해 빨리 망을 만들어야 하는 입장인 반면 지역에서는 실질적인 이득이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미 수도권의 낮은 전력자급률로 인해 발생하는 막대한 비용이 수도권은 물론 지방의 전력소비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신규 발전사업자들 역시 앞으로 동해안 송전망 구축이 지연될 경우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다. 지역주민과 발전사업자는 물론 송배전 사업자인 한전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가 송전망 지역에 합리적 보상방안 마련해야 한전은 당초 2021년과 2022년 순차 완공하기로 했던 신한울~신가평(4GW)·신한울~수도권(4GW) HVDC(일명 ‘EP프로젝트’)의 준공 목표연도를 2025년으로 잠정 연기했다. 2022년부터 동해안 신규발전설비들이 가동을 앞두고 있는 만큼 정부가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자칫 전력대란으로까지 어질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신한울 2호기를 시작으로 삼척화력1·2호기, 강릉 안인 1·2호기 등이 내년부터 차례로 들어서면 5.8GW 규모의 전력이 추가로 공급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발전소가 새로 들어서더라도 송전망이 조기에 들어서지 않으면 출력을 일부 제한할 수밖에 없다"며 "전력 수급 계획을 세우면서 송전 여건을 함께 고려하지 않는다면 출력 제한 문제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동해권 전체 기저발전량이 17GW 이상으로 늘어나는 만큼 수도권 송전량도 지금보다 2배 가량(14GW) 늘려야 한다.한전 관계자는 "최초에는 영동지역의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 765kV 지중화 송전선로를 만들려고 했는데 밀양사건이 터지면서 지연됐다"며 "이후 500kV급 HVDC로 지중화 없이 유사한 수준의 송전이 가능해 사업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사이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신한울 3·4호기 원자력발전소가 전원계획에서 빠져나가는 변수가 생겼다. 그래서 이 HVDC사업이 필요한가 용역을 진행했고, 앞으로도 동해안에 전력설비가 많이 늘어날 것 같아 8GW급 HVDC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계속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래에 재생에너지가 얼마나 늘어날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 전망으로는 동해안 HVDC 1,2단계 사업이 예정대로 건설된다면 영동지역의 원자력과 석탄화력, 경북, 강원도의 재생에너지까지 수용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전 측은 "위와 같이 계획을 세웠지만 건설은 주민들과의 의견수렴을 통한 입지 선정과 예비타당성 조사도 필요하다"며 "현재로써는 1단계가 25년, 2단계까 26년으로 되어있다"고 말했다.한편 한전은 동해안~신가평 500㎸ 직류 장거리 송전망(HVDC) 건설사업을 위한 특별대책본부를 꾸리고 본격적인 사업 추진과 주민 갈등 해소에 나서고 있다. 한전은 지난해 정부의 8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진행 중인 송전선로 건설 사업 추진을 위해 동해안신가평특별대책본부를 발족했다. 한전은 신한울 원전 1·2호기,강릉 안인화력,삼척화력 등 동해안에 신규 발전소 건설 시 총 생산전력은 17GW에 이르러 현재 운영 중인 송전선로의 수송 가능 용량(11.6GW)을 초과,신규 송전선로 건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이번 사업은 2025년 6월 준공을 목표로 선로 길이는 동부 140㎞,서부 90㎞ 등 총 230㎞에 달한다. 발전업계 "계획 지연될 경우 수도권 전력대란 현실화" 발전업계에서는 계획보다 지연이 될 경우 동해안에서 생산되는 전력이 수도권으로 넘어오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발전기가 들어오는 속도보다 송전 설비 확충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할 수 있다"며 "송전설비 확충 지연이 점점 심해질 경우 전력대란을 넘어 탄소중립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전력설비는 필수불가결하지만 지역주민 입장에서 좋아하는 설비는 아니다. 그런 부분에 대한 법제도적으로 충분한 보상이 필요하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발전사와 한전에만 떠넘기고 지역 민원해결 등 민감한 문제는 안 나서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시대가 달라지고 있는 만큼 보상도 현실화 해서 사업이 빨리 진행되게 해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가 재생에너지 확대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송전설비 등 인프라 구축, 현실적인 보상, 제도확충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한전이 계속 고객 이해관계자들과 민원해가면서 하는거에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한전 측에서도 "모든 발전사업자들이 스트레스다. 수혜자가 적극적으로 보상과정과 주민설득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동해안의 이 송전선로가 생기면 가장 득을 보는 쪽은 영세한 재생에너지를 제외하고 동해안 대형 발전사업자들이다. 이들이 나서고 싶어도 같이 참여를 해서 보상을 해준다거나 이런 제도가 안되어 있다"고 말했다. 12일 한전 국감서 논의될 전망 한편 오는 12일 열리는 한국전력공사 대상 국정감사에서 이같은 문제가 논의될 전망이다. 현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의원들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신정훈 의원(더불어민주당·나주화순)이 한국전력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서울, 경기지역의 전력자급률은 올해 상반기 기준 각각 12.7%, 64.3%에 불과하고 이에 따라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계통인프라 투자 비용(집행기준)은 지난 10년간 무려 2.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전기를 끌어다 쓰는데 한해에 2300억원 꼴이 소요된 것이다. 특히 2013년 245억원이던 투자지출액은 2014년에는 무려 7배 가까이 급등하고 2018년에는 4440억원까지 폭증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2014년부터 본격화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관련 전력소비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지출이다. 결과적으로는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첨단산업이 전력자급률이 낮은 수도권에 집중됨으로 인해, 전력계통 비용은 상승하고 총괄원가에 반영되어 수도권은 물론 비수도권 지방의 전기소비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들이 내는 전기요금은 이러한 총괄원가를 기준으로 책정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역별 전력소비와 생산의 불균형은 특정지역에만 발전시설을 집중시켜 희생을 강요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경제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때문에 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발전시설 입지 및 소비시설 입지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지역별, 송전거리별 차등요금제 등 강력한 가격신호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수요가 집중되는 부분에 발전설비가 있으면 문제될 게 없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전력 다소비 업종이 발전소 근처로 갈 제도적 인센티브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사업자가 용기를 내서 동해안으로 가겠다고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 때문에 막대한 비용에도 송전망 건설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확대, 탄소중립 정책이 계획대로 되려면 송변전 여건을 고려해야 정부가 이같은 측면에 대한 고려가 충분하지 않다"며 "독립적인 기구를 신설해 송전선로 입지 선정을 위한 원칙을 마련하고 주민 수용성을 높이고, 가동을 앞둔 발전사업들도 이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jjs@ekn.kr전국 주요 송전망 현황 및 장기신설 계통도. 에너지경제신문[자료=전력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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