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보릿고개’ 언제까지] 인프라 구축·시장 개편 시급…"공공·민간역할, 시장경제 원칙 명확히

아슬아슬한 여름철 전력수급 상황이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일상을 멈추게 할 수 있는 대정전(블랙아웃)의 걱정을 낳고 있는 것이다. 이제 전력수급 비상시기가 앞당겨지고 그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또 전력 수급난 경보음이 그간 한 여름철에만 국한됐으나 겨울철에도 울린다.이에 에너지경제신문은 전력수급의 현 문제점 진단과 함께 다양한 전력수급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전력 보릿고개 언제까지’ 기획을 마련해 상·중·하 세 차례 연재한다. [편집자 주]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전력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선 발전사업에 대한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안보와 직결되고 공공재 성격을 가진 전력시장을 민간 자율에 맡겨놓을 수 없지만 민간의 발전사업 참여를 허용했다면 민간의 창의적인 사업 수행이 가능하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민간석탄발전업계는 최근 정부가 한국전력공사의 적자를 발전사업자에 전가하고 있다며 전력도매가격(계통한계가격·SMP) 상한제 도입과 신규석탄발전 표준투자비 축소 등의 정책을 규탄하고 있다. 정부가 한전의 적자 원인을 제대로 진단해 다소 고통스럽고 어렵더라도 적절한 대응책을 내놓아 정면 돌파하기보다는 탈석탄에 편승, 엉뚱한 대기업 쥐어짜기로 상황을 모면하겠다는 꼼수로 밖에 비치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인식이다. 업계 관계자와 전문들은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시장원칙이 작동하는 전력시장 조성’ 정책 원칙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비판한다. ◇ "환경은 기업 혼자 해결할 부분 아냐…소비자도 비용부담 신호 줘야"26일 민간발전업계 관계자는 "결국 이 모든 게 전기요금 현실화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경제성이냐 환경성이냐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 환경에 방점을 둔다면 이건 기업체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소비자들에게도 비용부담에 대한 신호를 주고 이에 동의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산업통상자원부의 시행을 앞둔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는 전력거래가격이 높은 수준으로 급격히 상승하는 경우 한시적으로 평시 수준의 정산가격을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발전업계는 산업부가 행정 예고를 하는 과정에서 이해당사자들과 협의나 소통이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며, 산업부를 방문해 관련 고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철회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불만은 이 뿐만이 아니다. 산업부가 SMP 상한제 외에도 전기요금 인상을 막겠다며 무리한 정책을 강행한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제약비발전정산금(COFF) 미보상 실시, 액화천연가스(LNG)발전 용량요금 축소, 민간석탄발전 표준투자비 축소가 대표적이다.COFF 미보상은 발전소를 건설하고 전력을 생산해 송전하는 과정에서 송전망 부족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대기하면서 발생하는 비용을 발전사업자가 모두 책임지라는 취지다. 그동안 산업부는 국가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시 한전의 송전망 건설을 전제로 발전소 건설 계획을 만들고 인·허가를 진행했으나 현재 송전망 적기 준공이 지연되면서 많은 발전소들이 송전 제약을 받고 있다.◇ "표준투자비 적정 수준 보상·적기 송전선 착공 시급"송전망 확충은 신규석탄발전업계의 당면과제로 꼽힌다. 특정 지역에서 전력 생산이 크게 늘어나면 생산 전력을 다른 소비지역으로 보낼 수 있는 송전선이 필요하다. GS동해·강릉에코·삼척블루 등 신규 발전소는 모두 강원권에 위치해 있다. 이 세 곳의 발전설비 용량 규모는 500만가구 이상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5280MW다. 서울(398만가구)보다 많고 경기(509만가구)와 맞먹는 전력 공급량이다. 한전은 이 세 곳의 생산 전력을 수도권으로 원활하게 보내기 위해 올해까지 초고압직류송전(HVDC) 송전선 건설을 완공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착공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GS동해와 1호기가 건설된 강릉에코는 올해 말부터 수도권으로의 송전이 어려워 발전을 제대로 못할 처지에 놓였다. 각각 내년 3월과 2024년 4월 준공 예정인 강릉에코 2호기와 삼척블루는 설비를 갖추고도 놀리거나 생산 전기를 버릴 수밖에 없게 생겼다. 송전망이 제대로 확충될 때까지 강원권 신규석탄발전소의 가동 차질은 불가피한 셈이다.이 관계자는 "애초에 신규석탄화력발전사업 승인을 받을 때 기대했던 수익이 100이라고 한다면 지금 환경에서는 절반도 아니고 도산할 판"이라며 "발전소 문을 열자마자 말라죽어 무덤으로 들어가야 한다. 내연기관 자동차 공장을 만들었는데 내연기관 허가를 없애버린 격"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업통상자원부도 알고는 있지만 전기요금 현실화 외엔 마땅한 대안이 없다 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산업부에서 대안으로 석탄화력발전소끼리만 별도로 입찰해 3개월 전에 어떤 발전기를 운영할지 정하는 ‘선도시장’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며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맞추기 위해 매년 석탄발전 총량을 정해 가격경쟁을 거쳐 낙찰된 발전소만 돌리기로 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 과정에서 입찰에 탈락하는 발전소가 생기고 그렇게 순차적으로 퇴출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문제는 20년 이상 된 발전기는 감가상각이 끝나서 고정비 부담이 없는 대신 효율이 안 좋고 신규발전기는 효율은 좋은데 감가상각비가 커서 가격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난해 여름 만 해도 신서천화력과 고성하이화력이 준공되자 마자 전력수급을 위해 풀 가동됐고, 겨울에도 수급이 우려되니 발전공기업의 자율적 상한제도 해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같은 현실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처음 시장에 진입할 때 산업부는 약속한 적이 없다고 하지만, 통상적으로 발전소를 건설하고 운영하는데 들어가는 총괄원가에 기반한 적정 투자보수를 보장해줬다"며 "그런데 들어올 때와 나올 때 다르다고 상황이 급변하니까 정부가 언제 다 보장해준다고 했냐고 잡아떼고 있다"고 토로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건설되고 있는 민간 석탄발전소는 어려운 입지를 찾아내 주민들을 설득, 간신히 부지를 찾아내어 건설 중이다. 그만큼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건설비를 추가로 들여 간신히 착공을 하게 된 것이어서 발전소 건설비가 과거 한전의 표준건설비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커지게 됐다고 업계는 하소연한다. 업계는 민간 석탄발전의 건설비용을 한전의 발전자회사와 직접 비교하는 것은 큰 무리가 따른다고 주장한다. 충남 당진·보령·태안 등에 건설된 대단위 석탄발전소는 기존 부지에 추가로 건설됐고 이미 마련된 인근 부두와 하역시설을 공동 사용하는 반면 민간은 이를 처음부터 다시 건설해야만 하기 때문이라고 업계는 설명한다.전반적으로 업계에서는 연말 수립되는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이에 대한 해결방안이 반드시 포함되도록 산업부에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석탄화력발전소 대체용으로 추진된 LNG발전소 건설도 한전의 발전 자회사들조차 부지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남아돌던 발전설비 만으로는 올 여름을 기점으로 공급부족 시대를 맞게 될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발전량이 일정치 않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무작정 늘리고, 기저 전원인 석탄발전을 전면 폐쇄하면 전력 수급 불안과 전기요금 인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아직 전통적인 화석에너지 문제에서도 우리가 그렇게 한가하고 자유롭지는 못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도 전기화는 필수이지만 이는 더 많은 발전설비가 있어야 가능한 말이다. 발전소 하나하나가 귀중한 때"라며 "정부는 어렵게 입지를 찾아내고 갖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건설한 민간 발전소를 구박할 때가 아니다. 고생한 민간 발전소에게 격려는 커녕 손해를 감당하라고 한다면 앞으로 누가 정부를 믿고 전력을 공급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jjs@ekn.kr삼척화력발전소 건설 현장. 삼척블루파워국내 지역별 송전제약 현황.

[전력 ‘보릿고개’ 언제까지] "에너지대란 속 신규 석탄발전소 적극 활용 고민해야"

아슬아슬한 여름철 전력수급 상황이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일상을 멈추게 할 수 있는 대정전(블랙아웃)의 걱정을 낳고 있는 것이다. 이제 전력수급 비상시기가 앞당겨지고 그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또 전력 수급난 경보음이 그간 한 여름철에만 국한됐으나 겨울철에도 울린다.이에 에너지경제신문은 전력수급의 현 문제점 진단과 함께 다양한 전력수급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전력 보릿고개 언제까지’ 기획을 마련해 상·중·하 세 차례 연재한다. [편집자 주][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2011년 9·15 수도권 순환정전 사건은 지난 정부와 마찬가지로 발전원이 부족한 가운데 전기요금은 동결하면서 수요가 급증하면서 발생했다. 그 이후 정부는 공기업과 민간의 발전소 건설을 독려했다. 민간이 석탄발전 건설에 나서게 된 계기다. 9·15 순환정전 전에도 정부의 위기의식은 이미 나타나고 있었다. 2010년 12월 발표한 정부의 제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공급설비의 불확실성이 있으므로 준공지연 발생시에도 기준계획 설비용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충분한 건설의향을 반영하도록 했다. 2013년 발표된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도 이와 같은 정부의 절박한 위기의식이 잘 나타나 있다. 불확실성 대응설비를 건설하고, 발전소 폐지도 연기했으며, 긴급설비를 투입하고 민간 발전기의 공급능력도 확보하기로 했다. 이와 같은 전력공급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건설된 민간 석탄발전소가 GS동해전력, 고성그린파워다. 내년과 내후년에는 강릉에코파워와 삼척블루파워가 속속 완공될 예정이다. 이들 민간 석탄발전기는 7GW가 넘는 발전용량을 갖고 있다. 100만kW급 한국형 원전 7개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이다. 모두 전력이 모자랄 때 정부의 긴급한 요청에 부응해 시작한 사업이다. 원자력발전소처럼 석탄화력발전소도 건설기간이 오래 걸려 이제야 그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국내서 마지막으로 남을 석탄발전소로 평가받는다. 이들 신규석탄화력발전소는 지난 2014년 무렵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에서 발전사업허가를 받아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부터 반영이 됐다. 신규 석탄발전 기 중 고성하이화력 1호기는 지난해 여름 시험운전부터 전력수급 불안해소에 한 몫을 담당하기도 했다.□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건설 현황 발전소명발전규모(MW)위치사업비(원)준공(예정)사업참여자삼척화력 1,2호기2100(1050*2)강원도 삼척시 적노동총 4조9000억2024년 4월포스코에너지(삼척블루파워),포스코건설, 두산중공업강릉안인화력 1,2호기2080(1040*2)강원도 강릉시 안인리총 5조6000억2023년 3월강릉에코파워, 삼성물산고성하이화력 1,2호기2080(1040*2)경남 고성군 하이면 덕호리총 5조1960억2021년 10월고성그린파워, SK건설, SK가스, 남동발전GS동해전력 1,2호기1100(595*2)강원도 동해시 북평총 1조6000억2017년 3월 GS이앤알, 동서발전, 삼탄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정부로부터 발전업 인가를 받은 이후 제9차 전력수급계획에 이르기까지 신규 석탄발전소는 정상적인 발전원으로 포함돼 있다"며 "(신규 석탄발전소는) 전력의 안정적 공급과 전력요금 인상을 억제하는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조홍종 교수는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조기폐쇄하고 신규로 건설돼 기술적으로 효율이 높은 석탄발전소를 가동함으로써 오염물질 저감과 전력의 안정적 공급을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 선택"이라고 강조했다.신규 석탄발전소는 탄소중립으로 가고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과 함께 ‘가교 전원’으로서의 역할도 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LNG 발전은 최근 차질을 빚는 여러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현재 신설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발전단가를 보더라도 석탄발전과 비교할 때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신규 석탄발전소의 경우 온실가스 및 미세먼지 배출량에서 노후 석탄발전에 비해 훨씬 낮고 LNG 발전에 비해서도 결코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다만 민간 석탄발전은 착공 당시와는 달리 미세먼지와 탄소중립 이슈가 커져 석탄발전에 대한 규제가 이중 삼중으로 늘어나며 완공 후에도 본전도 찾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업계에서는 불안한 기색이 가득하다. 2050년 석탄화력발전 전면 퇴출, 탄소중립, 에너지전환, 상한제약 등 당초 사업을 시작할 때와 시장 환경이 180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2024년 완공 예정인 삼척블루파워의 경우 설계수명 30년도 채우지 못할 처지다. 다른 발전소들도 정부의 탈(脫)석탄 정책으로 적정 운영 수익조차 거두기 어려운 현실이다. jjs@ekn.kr신규로 추진 중인 강원 강릉안인화력 발전소의 최근 건설현장 모습. 강릉에코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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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한 여름철 전력수급 상황이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일상을 멈추게 할 수 있는 대정전(블랙아웃)의 걱정을 낳고 있는 것이다. 이제 전력수급 비상시기가 앞당겨지고 그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또 전력 수급난 경보음이 그간 한 여름철에만 국한됐으나 겨울철에도 울린다.이에 에너지경제신문은 전력수급의 현 문제점 진단과 함께 다양한 전력수급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전력 보릿고개 언제까지’ 기획을 마련해 상·중·하 세 차례 연재한다. [편집자 주]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해마다 여름철만 되면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충당할 공급능력 확보에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다음달 둘째주로 전망한 전력수요 최대 예상시기가 다가고 오고 있다. 정부의 공식적인 ‘전력 보릿고개’를 2주 정도 앞두고 있는 셈이다.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휴일인 이날 전남 나주 소재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를 방문해 여름철 전력 수급 상황과 대응 태세를 점검했다.박 차관은 "7월 넷째 주부터 8월 셋째 주의 약 4주간 무더위가 본격화되면서 전력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는 더욱 긴장감을 가지고 전력 수급 관리에 나설 것"이라 말했다.올해 장마가 오는 27일 전후 끝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주 본격적인 폭염 또는 무더위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날씨가 더워지면 전력 사용량이 늘어난다.다만 산업현장의 근로자들이 이번 주부터 대부분 휴가에 돌입, 다음달 둘째주 복귀할 때까지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전력 사용량 증가를 막을 수 있다.그러나 전력난 예고편은 정부의 예상시기보다 한 달 먼저 이미 나타났다. 지난 7일 최대전력수요는 9만2990MW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 여름철 기준전망치 9만1700MW를 1290MW를 초과했다. 다음달 둘째주로 예상한 올 여름철 최대전력수요 기준 전망도 한달 빠르게 초과했다. 기존 기록인 2018년 9만 2470MW도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이미 갱신했을 가능성이 크다. 해마다 전력수요는 늘고 있으며 이같은 현상은 겨울철도 마찬가지다. 2021년 1월에는 혹한으로 예비율이 이례적으로 한 자릿수로 떨어진 바 있다. 올 겨울엔 가스가격 폭등까지 겹쳐 공급 여건은 더 어려울 전망이다.정부는 올해 전력수급 비상사태 가능성이 작긴 하지만, 아예 없다고 단정 짓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올 여름철 전력예비율이 최저 5.4%에 그치는 등 상황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수요 관리를 철저히 하고 추가 예비자원을 충분히 확보해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총력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정동희 전력거래소 이사장은 "정부 및 전력유관기관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하는 한편, 기업체의 자발적 수요감축 등을 통해 국민 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안정적인 전력공급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탈원전·탈석탄 정책을 추진한 지난 문재인 정부는 물론 현 윤석열 정부에서도 국내 현실에 맞춘 전력 공급이 녹록치 않다. 윤석열 정부는 원자력 발전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당장 원전 활용을 늘릴 수 있는 마땅한 대책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또 원전과 함께 ‘기저발전’으로 분류되는 석탄화력발전은 물론 액화천연가스(LNG)복합 발전도 현실적으로 더 늘리기 쉽지 않은 상황으로 분석됐다. ◇ 석탄발전, 여전히 발전비중 30% 넘지만 줄줄이 폐쇄 계획만 남아정부가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석탄발전을 중단하거나 최소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석탄발전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우리나라는 통상 연료가 저렴한 기저 발전인 원전과 석탄발전을 먼저 가동한 뒤 LNG 발전, 유류 발전 등의 순으로 가동하는데, 전력수요가 몰리는 여름철에는 원전과 석탄 의존도가 높아진다.실제 지난해 7월 연일 폭염 지속에 따른 전력 수급 우려가 잇따르자 정부는 석탄화력 발전 상한제를 풀면서까지 사실상 ‘풀 가동’했다.전력거래소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석탄화력발전소는 전체 설비용량 35.3GW 가운데 90%가 넘는 30GW가 매일 가동했다. 특히 7월 27일 오후 5시에는 전국에 설치된 58기 가운데 환경개선설비 공사가 진행 중인 삼천포 6호기를 제외한 57기가 ‘풀 가동’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최대 전력 수요는 91.4GW까지 치솟아 111년 만에 가장 더운 2018년 7월 24일 92.5GW 이후 가장 높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력 피크 시기에는 석탄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발전소가 돌아가야 한다"면서 "특히 석탄은 한번 가동하면 껐다 켰다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낮 시간대 발전을 하려면 밤에도 돌려야 해 사실상 24시간 가동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지난해 폭염 속에 정비 중인 원전도 가동하고, 폐지됐던 석탄발전도 돌리겠다고 검토했다"며 "석탄발전이 풀 가동됐을 때도 대기질은 매일 ‘좋음’을 나타냈다"면서 "앞으로 탄소포집저장(CCUS) 기술이 발전하면 기저 전원들의 가동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급 긴급 상황에서 주변국으로부터 당장 도움받기 쉽지 않은 ‘에너지 고립 섬’으로 지적된다.이런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한다면 원전, 석탄, LNG 등 각 발전원의 장점을 공정하게 평가하고, 각자가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에너지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석탄화력발전소는 현재 전국에서 35기가 가동 중인데, 석탄화력발전소의 발전 비중은 전체 발전량의 30%가 넘는다. 다만 앞으로는 신규설비 계획이 없다. 더 나아가 지난 정부에서 노후석탄발전 10기를 조기폐쇄한데 이어 탄소중립 추진 계획에 따라 2050년까지 전면폐지될 예정이다. 석탄화력발전소를 대신할 재생에너지는 문재인 정부 5년간 태양광 발전설비를 집중적으로 확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전 비중은 여전히 10%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20년 수립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24년 이후 신규석탄화력이나 원자력발전소 같은 기저발전은 신한울 3·4호기가 유일하다. 이후로는 노후석탄화력발전 폐지와 LNG전환 등인데 LNG전환은 현재 지역 주민들의 반대 민원에 막혀 계획대로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9차 전기본에 따르면 연간 최대전력수요는 2034년 10만 2500MW로 올해보다 10%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현재 진행 중인 민간석탄발전소 외에는 추가로 반영할 석탄화력발전은 없고 LNG복합화력발전으로의 전환은 현재 민원 등으로 진행이 잘 안되고 있다. 정상적으로 사업이 진행되지 않겠다고 판단되면 계획에서 배제할 수도 있다"며 "원전 수명 연장이나 기존 석탄화력발전의 예비 전원, 백업 전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10차 전력 수급 기본계획에서 반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울 3·4도 2030년까지 완공 어려워…2025년 이후 기저발전 추가 없어산업부에 따르면 신한울 3·4호기도 2030년까지는 완공이 불가능하다. 즉 오는 25년까지는 신한울 1·2호기, 신고리 5·6호기의 원전 4기 외엔 추가적인 공급능력 확보가 어렵다. 또한 설계 수명 연장을 통한 노후 원전 계속 운전도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허가가 필요해 즉각적인 가동여부는 불투명하다. 신재생에너지는 여전히 10% 미만이며 에너지가격 급등세와 전력시장도매가격(SMP·계통한계가격) 상한제 등으로 확산에 제동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해법으로 에너지믹스 다원화를 통한 에너지안보를 제시한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원전과 화석연료 활용을 확대 수급계획 현실 맞게 세우고 해당 발전기도 늘려야 한다"며 "재생에너지 지속 확대는 여전한 간헐성과 경제성 등 문제점 보완 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 정부 내내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면서 백업 발전량을 지나치게 과소 평가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실제 신재생 비중이 높은 유럽이나 호주 등은 올해 에너지수급 위기가 닥치자 신재생에너지의 변동성 문제로 천연가스 수요가 폭증해 요금이 치솟는 골치를 앓았다"고 설명했다.유승훈 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전 세계적인 에너지 공급망이 흔들리는 상황이라 유럽도 전력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명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코로나를 포함해 예상하기 어려운 변수들이 많이 때문에 전력설비에 대한 계획인 전기본은 다른 계획과 달리 2년에 한 번씩 수립된다"고 말했다. jjs@ekn.kr자료: 전력거래소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가운데)이 여름철 전력 수급 점검을 위해 지난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중부발전 서울발전본부 중앙제어실을 찾아 발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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