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윤주의 부동산생태계] 141만 가구 공급…정보 접근부터 ‘답답’

이재명 정부가 연초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9·7 공급대책(135만 가구)과 1·29 공급대책(6만 가구)를 잇달아 내놓으며 오는 2030년까지 총 141만 가구 이상의 주택공급(착공) 방안이 마련됐다. 다만 수요자들은 정부의 주택 공급을 체감하기 어렵다. 주택을 짓고 공급하는 데 시차가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수요자에게 '착공' 소식이 구체적인 공고의 형태로 확인되려면 얼마나 시간이 더 소요되는지, 어디서 공고를 확인하면 되는지가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9·7 공급대책과 1·29 공급대책을 통해 주택을 공급하는 주체도, 그 방식도 다양하다. 정책이 촘촘하게 짜여질수록 더 구체적인 정책수요자들을 보호할 수 있지만 동시에 정보의 장벽도 높아진다. 17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경기토지주택공사(GH)·인천도시공사(iH)와 함께 연내 6.2만 가구 규모의 주택 착공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수요자 입장에선 '착공'소식 이후 구체적으로 임대·분양 공고가 뜨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소요되는지 알기 어렵다. 인천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A씨는 “공급 소식은 들었지만 지으려면 시간이 한참 걸릴 것 같아서 큰 기대는 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주택 공급 발표가 수요자들에게 유의미하게 체감되기까지는 간극이 존재한다. 주택 공급 정책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우선 주택 공급을 위한 후보지 발표가 있고 나면 지구를 지정해 사업지 경계를 확정한다. 토지이용계획을 세워 부지를 조성할 설계도를 그리고, 환경영향평가를 거친다. 토지이용계획을 세울 때 임대단지·분양단지의 비중을 정한다. 도로 정비도 이때 밑그림이 그려진다. 토지이용계획이 승인되고 나면 부지를 조성한다. 토지보상도 이 단계에서 이뤄진다. 이러한 계획에 따라 블록 별로 공사가 시작된 것을 '착공'으로 발표하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에 따르면 착공 이후 분양 단지는 6개월 이내에 분양 공고가, 임대 단지는 1년 후부터 입주자 모집 공고가 나온다. 올해 상반기 착공에 들어간 단지를 기준으로 하면 분양 물량은 이르면 연내, 임대 물량은 내년 하반기부터 공고가 순차적으로 올라오기 시작한다는 의미다. 공공주택지구의 공공주택 건설 비율은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령에 따라 정해진다. 공공임대주택은 전체 주택 호수의 35% 이상, 공공분양주택은 전체 주택 호수의 30% 이상이다. 그럼에도 그 중 어떤 단지를 언제 착공할지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므로 임대·분양 물량을 예측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번 정부의 공급대책이 대대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LH·SH·GH·iH가 모두 공급주체로 참여한다. 공급 주체는 지역별로 나뉜다. LH는 국토교통부의 지휘를 받아 전국 단위 공공주택을 담당하고, SH·GH·iH는 지방자치단체의 지휘를 받아 각각 서울·경기·인천 물량을 맡는다. 같은 수도권 도심 공급이라도 어느 지역이냐에 따라 담당 기관이 달라진다. 공급 방식도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신규 택지를 개발해 대규모 공공물량을 공급하는 방식·유휴부지를 전환해 도심 내 소규모로 공급하는 방식·민간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방식이다. 신규 택지 개발을 통한 대규모 공공 공급은 3기 신도시와 수도권 공영개발 택지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번 착공 물량에 인천계양(2811가구)·남양주왕숙1·2(9136가구)·고양창릉(3706가구) 등 3기 신도시에서 총 1.82만 가구가 포함됐다. 유휴부지를 전환해 도심 내 소규모로 공급하는 방식은 도심 내 방치된 국·공유지나 노후화된 공공청사를 복합 개발하는 것이다. 민간 정비사업의 경우 재개발·재건축을 말하고, 민간이 지은 신축주택을 공공이 매입해 공급하는 '신축매입임대' 방식도 포함된다. 전방위적인 공급 드라이브가 걸리는 상황에서 여러 공급주체와 제도들이 중첩된다. 이는 다양한 정책수요자들을 촘촘하게 보장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동시에 복잡한 제도 자체가 장벽이 될 수도 있다. 임대제도만 해도 △영구임대 △국민임대 △50년임대 △매입임대 △10년임대 △6년임대 △5년임대 △장기전세 △전세임대 △행복주택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통합공공임대 등이 있다. 특히 공공임대 제도들은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것이다. 통합공공임대주택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이나 주택도시기금의 지원을 받아 사회취약계층의 주거안정을 지원한다. 매입임대주택은 저소득층 주거 안정을 위해 정부의 재정보조를 받아 기존주택을 매입하여 저렴하게 공급한다. 전세임대주택은 도심내 최저소득계층이 현 생활권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기존주택에 대해 전세계약을 체결한 후 저렴하게 재임대하는 임대주택이다. 장기전세주택은 20년 범위에서 전세계약의 방식으로 공급하는 임대주택이다. 국가, 지방자치단체, 한국토지주택공사, 지방공사가 임대할 목적으로 건설하는 것이 특징이다. 무주택세대구성원으로서 일정 소득 및 자산 기준을 충족해야 입주자격을 갖는다. 5·10·50년 공공임대주택은 임대의무기간 동안 임대 후 분양전환하는 주택을 말한다. 행복주택과 공공임대(10년), 국민임대, 영구임대는 유사해보이나 공급 목적에 따라 공급 대상에서 각각 차이가 있다. 전문가들은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제도들이 촘촘하게 구비돼있지만 정책 대상자들이 복잡한 제도들을 공부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임대제도 중 매입임대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제도"라며 “현실적으로 그 사람들이 복잡한 제도를 공부할 시간이 어디있겠냐"고 지적했다. 다양한 상황에 놓인 주택 수요자들에게 핀셋으로 지원을 해주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부도 산발적으로 흩어져있는 정보들을 통합하고 정책 정보들을 쉽게 제공하려는 시도들을 해왔다. 대표적인 예가 국토교통부의 '마이홈'이다. 마이홈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LH, SH 등 다양한 공급주체들에서 올라온 공공임대·공공분양 공고들을 한눈에 보여준다. 자가진단을 통해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주택 유형이 무엇인지도 파악할 수 있게 했다. 문제는 이처럼 주택공급 정보를 통합해서 보여주는 마이홈 사이트가 LH의 주택공급 홈페이지인 '청약홈' 사이트에 비해 방문자 수가 저조하다는 것이다. 트래픽 분석 사이트인 'Similarweb'을 통해 최근 3개월 간 방문자 수 누적 그래프를 살펴보면 LH(주황색)가 817만8000건으로 가장 높고, SH(하늘색)가 424만9000건으로 뒤를 이었다. 마이홈(보라색)은 204만3000건으로 3위를 기록했다. GH와 iH는 각각 57만6754건, 16만2203건으로 뒤를 이었다. LH의 월간 방문건수는 272만6000건이고, 이어 SH의 월간 방문건수는 141만6000건이다. 마이홈의 월간 방문건수는 68만1046건이다. 월별 고유 방문자 수 역시 LH, SH, 마이홈 순으로 112만5000건, 50만8573건, 43만5099건이다.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 사령탑인 국토부의 정보창구가 국민들에게 가장 인지도가 낮은 셈이다. 물론 LH가 워낙 오래전부터 공공주택 공급의 주체를 맡아왔던 상황에서 LH 청약홈의 대국민 인지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배경은 존재한다. 그럼에도 이재명 정부가 대대적인 주택공급 정책의 드라이브를 건 상황에서 주택공급 서비스 내용을 주무부처인 국토부로 일원화하고, 국민들에게 좀 더 통일된 주택공급 정보를 국토부가 제공할 필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원철 연세대 미래부동산개발 최고위과정 책임교수는 “자신에게 맞는 제도는 알아서 찾는 수밖엔 없다"면서 “임대나 분양을 언제 얼만큼 모집한다는 공고가 홈페이지에 통합돼 올라오지만 홍보가 미흡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송윤주의 부동산생태계] 선거철 단골 ‘철도 지하화’ 공약…용적률보다 중요한 건 ‘단절 해소’

철도 지하화 공약은 매번 반복되지만 많은 경우 국토교통부 정책과 속도를 맞춰 실행까지 이어지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용적률·개발수익 환원 등이 강조되지만 사업성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지역 내 연계성을 고려한 계획이다. 현재 국토부 선도사업으로 경기도 안산을 비롯한 3개 사업이 기본계획 수립단계에 있다. 대표적인 철도지하화 성공사례인 경의선 숲길에서 기본계획 수립과정에서 고려해야할 사항을 짚어본다. 6·3 지방선거가 가까워 오자 철도 지하화 공약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작년 대선에서도 당시 이재명·김문수 후보가 철도 지하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이번 지방선거 역시 김동연 지사는 지상철도 지하화 통합개발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철도 상부 부지의 평균 용적률 최대 900%까지 상향 △인프라펀드 조성을 통한 개발수익 도민 환원 △인프라펀드 관리를 위한 경기투자공사 설립 등을 약속했다. 철도 지하화는 과밀화된 도시에 새 활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다. 철도 지하화는 주로 유동 인구가 많고 여러 노선이 겹치는 환승역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일례로 일본 시부야는 철도 지하화 사업을 계기로 주변 도시개발까지 진행해 이른바 스테이션 시티(Station-City) 개념을 도입했다. 지상철도 주변 지역이 철로를 기준으로 단절된 상태라는 점도 철도 지하화가 필요한 이유로 꼽힌다. 기존 지상철도 구간은 주요 도심부를 통과하는 경우가 많다. 역사 시설을 통해 양방향 통행이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철로 주변은 별도 시설이 없다면 완전히 단절된다. 대표적인 예가 구로1동이다. 구로1동은 '구일섬'으로도 불린다. 1호선 경인선·경부선·구로차량기지·1번 국도 등으로 사면이 막혀있어 고립된 섬과 같다는 이유에서다. 철로를 중심으로 세워지는 건물 근방 주민들은 소음·분진 등의 피해를 입는다. 구로주공아파트1·2단지, 현대연예인아파트, 우방아파트는 지상철·차량기지와 접하고 있어 주민들은 피해에 직접 노출됐다. 이처럼 단절 해소의 필요성은 분명하지만 공약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기 쉽지 않은 이유는 만만치 않은 비용 부담 때문이다. 또 그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과 상인, 토지주 등을 비롯한 많은 이해관계자의 요구사항을 조율하는 일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철도 지하화 사업에서 비용부담의 근거를 정하고 있는 법은 '철도지하화 및 철도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철도지하화통합개발법)'이다. 작년 1월 31일부터 시행된 이 법에 따르면 사업 시행자는 철도지하화통합개발채권 발행을 통해 사업에 필요한 비용을 조달한다. 정부의 별도 재정은 투입되지 않는다. 결국 철도 지하화가 지자체의 숙원사업이라 해도 재무성 검토 과정에서 좌초될 수도 있는 것이다. 국가 예산 사업이라면 정부가 우선순위를 정해 배분하면 되지만, 비예산 사업은 시장성이 성패를 가른다. 지방 노선은 상부 개발수익으로도 공사비를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 홍지선 국토부 2차관은 지난달 5일 철도 지하화 사업에 대해 선도사업 3개를 선정해 우선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선도 사업지는 경기도 안산과 대전, 부산이다. 전국 동시다발적으로 하기보다는 지역 선도 사업 추진해 장단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연차별 계획으로 진행하겠다는 설명이다. 경의선 숲길과 같은 성공 사례에 자극받아 지하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각지에서 이어진다. 국토부는 현재 지자체로부터 희망 노선과 지역을 취합해 리스트를 작성 중이라고 설명했다. 선도사업 3곳의 기본계획 용역이 추진 중인 지금, 경의선 숲길이 단절된 도시를 어떻게 통합할 수 있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경의선 숲길은 경의중앙선 가좌역에서 용산문화체육센터 사이 6.3km 구간에 조성된 도심공원이다. 원래는 용산역을 오가는 화물열차가 다니던 철길이었다. 철길을 중심으로 건물들은 등을 돌리고 서 있었다. 개발에도 제약이 많아 주변은 대부분 낙후된 동네였다. 2004년 문산~용산 복선전철화사업이 추진되면서 철도 지하화가 이뤄졌다. 지상 구간을 무상으로 받은 서울시가 2011년부터 457억원을 투입해 철길을 따라 선형 공원을 만들었다. 변화는 단순한 녹지 조성을 넘어섰다. 철길을 따라 긴 선형 공원이 만들어지면서 공원을 바라보는 상권이 생겼다. 자연스레 유동 인구가 늘고 다른 지역들이 연결됐다. 연남동에 사는 사람들이 공덕동까지 산책을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원형이 아닌 선형으로 공원이 조성되자 공원에 접하는 면이 여러 지역에 닿았다. 공원은 공동의 공간이 되면서 사회적 유대감 형성에도 도움을 줬다. 김동준 국토연구원 도시정책 환경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은 “철도부지개발을 위해 토지이용계획·밀도계획·동선계획을 수립할 때는 현재 단절된 지역의 물리적 환경뿐만아니라 비물리적 환경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기존에 단절됐던 도시 조직이 다시 잘 연결되기 위해서는 접근성이나 통행량, 경제·사회적 특성 같은 비물리적 환경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경의선 숲길을 설계할 때 지리적 복잡성과 다양성을 고려했다. 경의선 숲길 지역의 역사성·지역성·사회성·생태성을 공원 계획에 녹이고자 했다. 용산의 지명이 유래된 용을 닮은 능선이 지나던 새창고개 구간엔 능선을 복원했고, 하이킹에 적합하도록 가벼운 언덕과 산책로를 구성했다. 연남동 구간엔 원래 이 구간을 지나던 물길을 재건해 역사성과 생태성을 복원했다. 또 철로를 따른 산책길이 각 골목의 상권들로 유연하게 연결될 수 있게 했다. 상권 변화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마포구 대흥동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경의선 숲길에서 작은 카페를 하려면 보증금 3000만원에 월 200만원은 줘야 한다"며 경의선 숲길이 조성되기 전과 비교하면 3배 이상 올랐다고 설명했다. 안산선 철도 지하화 사업은 공사비가 4357억원이었던 경의선 숲길과 달리 총사업비 1조7311억원에 사업구역이 71만㎡가 넘는 대규모 사업이다. 2025년 12월부터 기본계획 용역 추진 중에 있다. 안산시 역시 철로를 기준으로 구도심과 신도심이 단절된 것을 해소하고 도시공간의 연계성을 회복하는 것을 주요 과제로 설정했다. 선부동·성포동·본오동 등 구도심과 고잔 신도심·국가산업단지가 각각 분리돼 발전해온 것이 한계였다는 것이다. 시는 '단절을 해소하고 통합된 도시구조'를 만드는 것을 핵심으로 봤다. 경의선 숲길 사례에 비추어 기본계획에 반영돼야 할 것을 두 가지로 추릴 수 있다. 하나는 신·구도심을 자유롭게 연결하는 보행축과 녹지축 조성이다. 시의 토지이용계획에 따르면 고급주거를 포함한 공동주택이 들어서는 구간이 존재한다. 이 구간이 거대 주거 단지가 돼 또 다른 단절을 낳지 않으려면 복합개발을 통해 열린 공간으로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문가는 현금흐름의 안정성과 분양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복합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상부에 오피스만 지으면 임대가 다 나갈 때까지는 수익이 안나지만, 집을 짓고 팔면 확정 수익이 나기 때문에 초기 사업비 회수에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하나는 주변 지역과의 연계성을 고려한 계획이다. 안산선 철도 지하화 사업은 국제업무지구·공공복합업무지구·R&D시설 업무지구 등으로 구역을 나누어 기본계획 수립을 진행하고 있다. 안산와스타디움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안산시청사 등 주변 건물들과 시너지가 날 수 있도록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해 개발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위원은 “원활한 용도별로 적절한 개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업대상지의 기존 소유주들 같은 여러 이해관계자들과의 원만한 협의가 중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 관계자는 “기본계획 수립 단계에서 공청회 등을 통해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있다"며 주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서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안산을 비롯한 선도사업 3곳의 기본계획은 앞으로 전국 단위 철도 지하화 사업의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역 간 단절이 해소될 때 도시재생의 공공성 면에서도, 상부 개발의 수익성 면에서도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송윤주의 부동산생태계] 용적률 400% 건물들에 밀려난 성수 벽돌건물 정체성

용적률 400% 건물들에 성수 벽돌 건물이 밀려나고 있다. 성수는 이제 감각적인 카페와 디자이너브랜드들과 예술가들의 거리를 넘어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 거대 자본이 들어오면서 관광지로서 소비·문화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무신사·젠틀몬스터·올리브영 이런 규모 있는 기업들이 성수에 자리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과거·현재·미래가 성수에서 어우러진다고 봤다. 문화적 가치를 보고 온 것이다. 그러나 거대 자본이 들어오는 순간 공간의 결은 바뀔 수밖에 없다. 성수의 향방은 정체성을 공유하는 신구의 조화에 있다. 성수는 1960년대부터 준공업지구였다. 1970~1980년대는 수제화와 인쇄업같은 전통 제조업이 강세였지만 1990년대에 들어 IMF위기를 맞았다. 중국산 제품과의 경쟁으로 산업구조에 급격한 변화가 찾아온 것도 침체의 원인이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서울시는 도시의 폐공장을 문화공간으로 전환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다. 저렴한 임대료로 젊은 예술가와 창업가들을 모았다. 201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성수는 개성있는 젊은 예술가들의 공간으로 발돋움했다. 벽돌의 골조를 살리면서 카페와 전시공간으로 리모델링한 '대림창고'가 주목받으면서 성수 특유의 레트로 분위기가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각인됐다. 대림창고는 1970년대 쓰이던 정미소이자 물류창고였다. 2016년 리모델링을 하면서 건물의 투박한 외관과 산업시설의 흔적은 보존하되 내부는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그대로 드러난 콘크리트 벽면, 높은 천장, 대형 유리창이 핵심이었다. 이는 성수 도시재생에 있어 여러 기회를 만들어낸 공간이었다. 2020년대 이후에는 IT·R&D 기업들과 패션브랜드가 한데 모인 융합의 공간이 됐다. 미래 전략분야의 혁신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기 위한 창업허브와 국내외 패션·뷰티 브랜드들이 공격적으로 들어왔다. 2023년부터 무신사·젠틀몬스터·올리브영이 높은 빌딩을 올려 성수를 거점으로 삼았다. 높은 빌딩이 들어서기 전 부지에는 공통적으로 성수 수제화 거리 시절 업체들이 있었다. 무신사 스탠다드 성수점은 건축물대장에 따르면 용적률이 478.79%다. 2023년 6월에 사용 승인된 지하 4층, 지상 10층 건물이다. 1,2층만 무신사 스탠다드로 개방하고 나머지는 사무실이다. 2021년 8월에 무신사 빌딩이 착공되기 전 2021년 2월에는 2층짜리 건물인 남일상사가 있었다. 대스키(피할)·하리(가죽이나 천을 접착제로 붙임)·갑보(신발 윗부분 안쪽에 덧대는 보강재)는 모두 가죽 가공 및 신발 부자재와 관련된 용어들이다. 젠틀몬스터와 템버린즈, 누데이크가 함께 있는 아이아이컴바인드 사옥은 건축물대장에 따르면 용적률이 421.47%다. 2025년 6월에 사용 승인됐고 지하는 5층까지, 지상으론 14층까지 있다. 2019년 5월에 아이아이컴바인드 빌딩이 착공되기 전 2019년 2월에는 2층짜리 건물인 컴퓨터 그레딩·제화 철형 전문 업체가 있었다. 컴퓨터 그레딩(Computer Grading)은 신발을 만들 때 기본 사이즈 패턴을 만들고, 사이즈별로 비율에 맞게 확대 축소하는 작업이다. 제화철형은 가죽이나 원단을 신발 도안 모양대로 한 번에 찍어내는 강철 칼날 틀을 말한다. 올리브영 N 성수는 건축물 대장에 따르면 용적률이 472.98%다. 2024년 2월 29일에 사용 승인돼 지하 5층, 지상 10층까지 있다. 원래 올리브영 자리에는 2021년 4월까지 소규모 제조공장이 있었다. 성수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답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낮은 벽돌 빌라'였다. 성수를 방문한 사람들에게서 답을 구할 수 있었다. 무신사를 방문한 A씨는 성수의 매력에 대해 “성수의 낮은 건물들이 좋다"며 “특히 벽돌건물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B씨는 "원래 반지하는 꺼려지기 마련인데, 성수에서 통유리로 터놓은 반지하는 매력적“이라며 인근 빌라 건물을 리모델링한 한 카페를 추천했다. 새로 지어지는 매끈한 빌딩이 기존의 성수 건물들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 경계해야 할 것은 '획일성'이다. 올리브영에서 만난 외국인 관광객 C씨는 “볼거리가 많아서 좋다"면서도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한 장 올려야 한다면 카페 골목에서 찍은 사진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명동에 있는 올리브영도 이미 다녀왔다는 이유에서다. 저녁 성수 일대는 절반 이상이 관광 온 외국인이었다. 일본 여행가서 꼭 들려야 할 곳으로 유니클로와 돈키호테가 꼽히는 것처럼 한국에서는 무신사와 올리브영이 언급된다. 사랑받는 지금은 괜찮지만 앞으로 이것이 더 이상 새롭게 느껴지지 않을 때를 대비해야 한다. 지역의 개성은 결국 개인들에게서 나온다. 성수 인근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카페 창업을 위한 임대료가 평당 100만원이 넘어간다. 권리금도 2억원에서 7억원까지 뛰어 이제는 개인이 들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자연스럽게 상권은 기업 중심으로 재편된다. 성수를 '한국의 브루클린'이라고 한다. 붉은 벽돌 공장을 리모델링한 건물들만이 이유는 아니다. 예술가들이 자리 잡았다는 사실과 스타트업·IT 기반 기업이 유입됐다는 사실도 공통적이다. 브루클린 항은 뉴욕항과 더불어 잘 나가는 항구였다. 미국 최고의 소비시장 중 하나인 맨하탄에 가장 빨리 물자를 공급할 수 있었던 곳이 브루클린 공장이었다. 옛날 항구 시절 뉴욕은 창고가 많았다. 항구가 빠지면서 그 빈 창고 공간이 럭셔리 로프트나 사무공간이 됐다. 점차 브루클린 항에 화물선이 들어오지 않으면서 지역이 쇠락하자 브루클린도 뉴욕과 비슷한 길을 걸었다. 공장이 꼭 브루클린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어지자 공장부지가 빈 채로 남게 됐다. 브루클린의 빈 공장 부지와 창고에 예술가들이 모여들었다. 맨해튼 소호지역의 렌트비가 비싸지면서 브루클린의 윌리엄스버그, 그린포인트, 덤보 등지로 이동한 것이다. 예술가들이 먼저 자리잡자 부자들도 그 예술을 즐기러 브루클린에 모이기 시작했다. 1970년대에 투트리(Two Trees) 부동산개발업체가 이런 빈 공장 부지들을 사들여 고급 레지던스로 바꾼다. 이곳에 주로 이사오는 사람들은 테크업계 종사자들이다. 맨하탄과 가깝기 때문에 벤처투자를 받기 용이하고, 큰 옛날 공장이 많아 벤처 사무실을 얻기도 용이한 것이다. 브루클린은 우리보다 앞서 젠트리피케이션과 도시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온 곳이다. 뉴욕의 건축·도시 연구단체 아키텍처럴 리그 오브 뉴욕(The Architectural League of New York)이 운영하는 도시 전문지는 브루클린을 두고 한때 도시의 랜드마크였던 빨간색·흰색 체크무늬의 가스 탱크는 사라지고, 그 자리를 유리 타워가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젠트리피케이션의 전형으로 자리 잡은 윌리엄스버그는 살인적인 주택 가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문가들은 치솟는 주택 가격의 원인으로 우후죽순 발생하는 고가 럭셔리 개발을 짚는다. 결국 핵심은 '건축적 맥락'이라는 진단이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건축평론가인 저스틴 데이비슨(Justin Davidson)은 고층 유리건물이 들어선 브루클린 시내에 대해 “밀레니얼 시대의 건축적 평범함의 상징이 됐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는 “19세기 붉은 벽돌창고를 재활성화하려는 시도는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성동구청은 성수동 전역에 대해 붉은 벽돌 집수리에 대해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2023년 1월부터 2026년 12월까지 신청을 받고있으며 건축물을 건축하거나 대수선할 때 최대 2000만원까지 지원한다. 현재 11.9억원에 대해 보조금 지원 결정이 이뤄졌고 실제 지급된 것은 10.5억원이다. 구청 관계자는 “붉은 벽돌 건축물을 지역 건축 자산으로 보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관계자는 “고층건물에 대해서는 따로 정책이 없고 상권 활성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측면도 있다" 부연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송윤주의 부동산생태계] 로또 선심성 혜택 굴레 갇힌 ‘천원주택’

하루 임대료 1000원만 내고 살 수 있는 인천광역시 '천원주택'이 인기를 끌자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잇달아 유사 정책을 내놓았다. '천원주택' 정책을 둘러싸고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과 인구 감소를 마주한 지자체가 '뭐라도 해야하지 않냐'는 위기감이 공존하는 상황. 전문가들은 반짝하고 그칠 정책이 되지 않으려면 취약계층 우선지원과 정책의 지속가능성, 지역경제 전반의 체질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29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 결과, 인천 천원주택에서 하루 임대료 1000원만 내고 살 수 있는 이유는 인천시가 해당 주택을 직접 재임대하는 구조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인천시 천원주택은 전세임대와 매입임대 두 방식으로 운영된다. 전세임대는 입주 대상자가 자신이 살 집을 고르면 인천도시공사(iH)가 해당 주택 소유자와 전세계약을 맺은 뒤 대상자에게 재임대한다. 매입임대는 iH에서 보유한 매입임대주택을 월 3만원의 임대료만 내고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게 지원한다. 인천도시공사가 신축 건물을 직접 사들여 임대하는 방식이다.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전세임대형 천원주택 예비 입주자 모집 결과 총 700가구 모집에 3419가구가 신청해 4.8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천원주택 입주 대상자는 결혼 7년 이내 신혼부부와 입주일 전까지 혼인신고를 한 예비 신혼부부, 한부모 가정 등이다. 지원 한도는 혼인 7년 이내 또는 신생아 가구 대상인 '신혼·신생아Ⅱ' 유형은 2.4억원, 무주택 세대 구성원 대상인 '전세임대형 든든주택' 유형은 2억원이다. 지난해에는 전세임대 500가구, 매입임대 500가구로 절반씩 나눴지만 올해는 전세임대 700가구, 매입임대 300가구로 전세임대 비중을 높였다. 소요 예산은 2025년 1000호 공급 기준으로 연간 36억원이다. 인천시가 2023년 저출생 대응 주거정책으로 천원주택을 선보인 이후 포항시, 전남 보성군·고흥군·진도군·신안군·강진군·곡성군·영암군·장흥군, 제주 등 전국 지자체가 잇달아 유사 모델을 도입했다. 인천이 2023년부터 매년 1000가구씩 공급하는 것과 비교하면 다른 지역들의 공급량은 적은 편이다. 포항은 2026년 100가구 공급 예정으로 연간 7억원 예산이 소요된다. 천원주택을 최초로 도입한 전라남도 화순군 역시 2026년 100가구 공급 예정이다. 올해 100가구 공급 기준으로 연간 4억8000만원 예산이 소요될 예정이다. 2024년부터 청년임대주택 지원사업을 진행해 온 여수시는 임대보증금 0원 주택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 22가구 공급 예정으로 2024년 17가구 공급 기준으로 연간 10.5억원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전남형 만원주택'사업은 보증금 없이 월 1만원 임대료로 최장 10년 동안 거주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이다. 다른 사업들과 달리 건설형 만원주택을 기획해 신축 아파트를 공급한다. 보성군(50가구)·고흥군(50가구)·진도군(60가구)·신안군(50가구)·강진군(50가구)·곡성군(53가구)·영암군(50가구)·장흥군(54가구) 총 8개 군이 장기적으로 417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총사업비는 2157억원이다. 국토부 2025년 지역 제안형 특화 공공임대주택 공모 선정돼 향후 3년간 1178억 원 규모의 정부 재정지원을 확보한 상태다. 제주 3만 원 주택 사업은 2026년 35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소요 예산은 연간 9억7300만원이다. 전남형 만원주택 사업에서 직접 건설 방식을 택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지방 지자체들이 공통적으로 매입임대 위주의 정책을 펴고 있다. 앞서 인천시가 전세임대 비중을 높인 이유에 대해 관계자는 입주자에게 자신이 살 집을 고를 수 있게하는 선택지를 넓히기 위함이라고 했지만 시의 재정 부담 완화도 이유다. 인천연구원 '천원주택 공급 및 입주자 특성에 따른 개선방향' 분석에 따르면, 매입임대의 경우 인천시가 직접 건물을 사들여야 하기 때문에 국토부 지원 금액을 초과하는 비용을 자체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전세임대는 보증금 한도를 초과하는 금액만 입주자가 내기 때문에 매입임대가 시의 재정에 더 부담이 되는 구조다. 연구원은 iH·인천시 입장에서 매입임대주택이 전세임대주택보다 4100만 원에 추가 임대료 지원까지 더한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매입임대주택 500호 공급 시 약 553억원의 사업비 부담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방은 수요 자체가 적어 대부분 매입임대 위주로 연간 50~100가구 수준의 소규모 물량만 공급하고 있다. 인천이 매년 1000가구씩 공급하는 것과 대비되는 규모다. 매입임대 방식으로 소규모 물량만 공급하다 보니 정책의 지속가능성 문제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구조에서는 '로또'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한다. 최원철 연세대 미래부동산개발 책임교수는 “모든 청년이 똑같이 공평한 기회를 가져야지 세금으로 극소수에게 로또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LH가 공급하는 것도 9000가구"라면서 “많이 공급한다고 하는 인천시도 매년 1000가구 공급하는 것은 굉장히 작은 물량"이라고 말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세 대비 50% 수준으로 저렴하게 공급하는 일반 공공임대처럼 더 많은 가구를 지원하는 편이 낫다"며 “새로 지어서 공급하는 경우 10평만 줘도 평당 1000만원 씩 들면 땅값은 없다 치더라도 한 가구당 건축비만 1억 원 소요되는데 유지·관리비, 수선비는 하나도 못 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전남형 만원주택처럼 신축 아파트를 직접 짓는 방식은 국토부 공모 선정으로 일부 재원을 확보했다 하더라도 나머지 사업비는 지자체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이런 비판을 완화하려면 취약계층 위주로 우선순위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천원주택 정책 목적 자체가 인구 감소를 막고 청년층이 가정을 꾸려 해당 지역에서 자리잡게 하는 데 있는 만큼 현재는 저소득 취약계층은 주요 입주 대상자가 아니다. 2025년 기준 매입임대형의 경우 계약이 완료된 입주자는 신생아 가구가 67.2%(246가구), 한부모 가족이 32.8%(120가구)를 차지했다. 전세임대형은 한부모가족을 모집대상에 포함했지만 실제 계약까지 이어진 한부모 가족은 없었다. 전세임대형은 신생아가구가 100%(54가구)를 차지했다. 근본적인 처방으로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는 건 지역 경제의 체질 개선이다. 집만 있다고 사람이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자리가 생기면 인구가 유입되고, 인구가 모이면 교육·의료 같은 생활 인프라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된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요코하마시의 경우 빈집을 공짜로 얻을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가지 않는 이유는 일자리 때문"이라면서 “우리나라는 인구 감소 속도가 일본보다 가파르므로 지방소멸문제를 해결하려면 지방경제를 살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주거와 일자리 연계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 인천시의 경우 iH가 매입한 신축건물들은 직주근접을 위해 가까운 거리에 지하철역이 있고 인근 어린이집과 초등학교 등 교육환경도 고려한 곳들이다. 특히 전남형 만원주택 사업의 경우 일자리와 연계를 위해 강진군은 중국기업 유치를 확정짓고 옛 성화대 청년 글로컬 사업을 진행한다. 곡성군은 금호타이어 공장 일자리 창출과 연계했다. 영암군의 경우 지역특화 임대형 스마트팜과 영암읍 콤팩트 시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인구 감소라는 실존적 위기 앞에서 '뭐라도 해야 한다'는 지자체의 절박함을 전문가들도 외면하지는 않는다. 그럴수록 한정된 재원을 가장 필요한 곳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권 교수는 “기초생활 수급자 같은 취약계층 우선 지원을 원칙으로 삼고, 지역 일자리 육성과 병행하는 장기 로드맵이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송윤주의 부동산생태계] 세운4구역 재개발 20년…협의체 진행에도 ‘시계 제로’

국가유산청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국가유산청장의 허가 없이 세운4구역에서 시추를 했다는 이유로 SH를 16일 고발했다. 그러면서도 국가유산청은 세운4구역 인허가 중단을 전제로 전제로 3자 협의체를 제안했다. 17일 서울시는 SH를 고발한 국가유산청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협의체 구성을 받아들였다는 점을 의미 있는 진전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시는 서울시·국가유산청·주민·전문가로 구성된 4자 협의체를, 국가유산청은 국가유산청·서울시·종로구로 구성된 3자 협의체를 원한다. 서울시와 국가유산청이 협의체 구성을 달리 가져가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협의체가 좌초된다면 대안은 있을까? 24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세운4구역 재개발 논의는 벌써 20년째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와 국가유산청(과거 문화재청)간 충돌이 장기화 되면서 재개발 사업에서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한 논의는 뒷전이 됐다. 기관 간 힘겨루기에 어떤 주제가 협의체에서 논의돼야 할지 목표조차 선명하지 않은 상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설명하는 세운4구역 재개발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강북전성시대' 정책의 일환으로서 재개발을 통해 도심을 리모델링해서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것. 다른 하나는 녹지 축을 만들어 도심에 녹지 비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국가유산청이 막고 있는 고도 제한을 풀어 건물을 높이 짓고, 사업성을 개선해 유동인구를 높여 도시에 활력을 찾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그의 구상은 처음 서울시장으로 취임하던 2006년부터 시작됐다. 앞서 2004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도 세운상가에 적용되던 종로변 55m 기준을 2배 이상 높이려고 시도했지만 문화재청 심의위원회에서 부결된 바 있었다. 오 시장 1기 시정에서도 역시 같은 심의위원회에서 종묘 경관 훼손 우려로 반려됐다. 2011년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이 취임하고서도 사업은 이어졌다. 시장이 바뀌면서 개발이냐 보존이냐를 둘러싸고 부침이 있었다. 문화재청 심의는 5년 간 이어져 2014년이 되어서야 종로변 55m, 청계천변 71.9m로 고도 기준이 정비됐다. SH는 이 심의결과를 기반으로 2021년까지 사업을 진행했다. 수익성 저하로 설계 공모 선정이 3년 늦어지긴 했지만 재개발 사업계획 막바지 단계를 거쳐 지상 20층 사업을 진행 중이었다. 2022년 재보궐선거로 오 시장 2기 시정이 시작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오 시장은 세운 재정비 촉진지구를 '녹지생태도심재창조전략' 핵심 사업지로 선정하고 사업 방향을 수정했다. 다시금 고도를 높이기로 한 것이다. 과거에 이미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를 모두 받았으나 고도를 2배 가량 상향하면서 사업시행계획을 새롭게 짜야 했다. 이때부터 문화체육관광부·국가유산청의 법적 대응도 시작됐다. 서울시는 제도 정비에 들어갔다. 2023년 서울시의회는 문화재 주변 100m 밖 규제를 풀기 위해 서울시 문화재 보호 조례를 개정했다. 이에 문화체육부 장관은 대법원에 무효확인 소송을 냈다. 지난 16일에는 국가유산청이 SH를 고발했다. 매장유산 유존지역에 대한 발굴 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세운4구역에서 국가유산청장의 허가 없이 시추를 했다는 이유였다. 현행 법령상 종묘 앞 세운4구역 내 개발 공사는 행정적 완료 조치 없이는 추진이 불가능한 상태다. 국가유산청은 법적 대응뿐만 아니라 국제기구의 권고, 정치권을 통한 압박 등 다방면으로 대응하는 모양새다. 국가유산청은 14일 유네스코세계유산센터로부터 강력한 입장표명이 담긴 서한을 받았다고 16일 밝혔다. 지난해 4월 서울시는 유네스코로부터 세운지구 재개발 추진에 앞서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우선 실시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고시 변경을 통해 세운4구역의 고도를 종로변 98.7m, 청계천변 141.9m로 상향했다. 이에 유네스코가 사업승인을 중단하라고 한 차례 더 권고한 바 있다. 국가유산청은 “두 차례 권고에도 서울시가 개발을 강행할 경우 종묘의 세계유산 지위에 매우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유네스코의 입장을 전달했다. 이어 유네스코는 “서울시가 세운4구역의 개발 인허가 절차에 앞서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겠다는 입장 확인 서한을 3월 안에 회신하지 않을 경우, 세계유산위원회 '보존 의제'로 상정하거나, 공식 현장 실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보존의제로 상정한다는 것은 이 유산이 심각한 훼손 위기에 처해있다고 판단해 국제사회의 공식적인 감시체계에 올리겠다는 의미다. 정치권을 통한 압박도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10일 김민석 총리가 종묘를 방문해 서울시의 개발이 “세계문화유산 지정이 해지될 정도로 위협적"이라며 “이번 문제를 적절히 다룰 법과 제도 보완 착수를 지시하겠다"고 밝혔다. 12월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국토부·문체부 업무보고에서 “종묘 경관 훼손 논란이 어떻게 돼가느냐"고 물으며 사실상 부정적인 기류를 내비친 바 있다. 이에 오 시장은 “수박 겉핥기식 질의응답"이라며 대통령을 직격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국가유산청은 국무총리 산하의 행정협의조정위원회에 인허가 조정 신청을 하기도 했다. 법에 의해 강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세운4지구 재개발 사업에 부정적 의중을 비친 국무총리 산하의 위원회라는 점에서 서울시는 입장을 내 강하게 반발했다. 오 시장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갈등이 정치화되면 합리적 해결을 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국가유산청의 법적 대응에 대해선 “고도 변경과 관련한 제안은 기관끼리 충분히 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국가유산청이 '어느 날 갑자기 매우 급발진'을 해서 공격적인 성명을 발표한 것은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자세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는 중앙정부가 법적 대응을 비롯해 유네스코를 앞세워 다방면으로 압박을 가해 정쟁화하지 말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세운4구역 재개발 문제는 본질적으로 정치적인 문제라고 봤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SH 사장을 맡았던 김세용 고려대학교 도시연구원 교수는 서울시가 사업계획을 바꿔 고도를 상향하는 것은 이제와 논쟁하면 안되는 부분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김 교수는 “시민과 약속을 하고 진행을 했는데 그걸 왜 뒤집느냐"고 지적했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법대로만 하면 당연히 정당하게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것"이라며 “세운4구역 재개발이 문제 되는 건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법원은 국가유산 보존에 관한 개발 규제를 완화한 서울시 조례 개정이 유효하다고 봤다. 다만 대법원은 문화유산법에 따라 문화유산 보호가 가능하다는 점을 명시했다. 문화유산 보호라는 공적가치를 위해 사유재산 개발을 제약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20년간 지역을 지킨 주민들의 이익과 세계유산 경관 보호라는 이익이 충돌하는 상황. 서울시는 4자 협의체를 제안하며 서울시·국가유산청·주민·전문가가 협의체에 포함되기를 원했다. 국가유산청은 협의체 논의에 응하며 주민과 전문가 대신 종로구를 구성에 포함시키고자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의 의견을 폭넓게 다루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3자 협의체 구성과 관련해 주요 행정기관인 종로구청장을 포함시켜 실효성 있는 논의를 이끌어내고자 함이라 설명했다. 관계자들 모두 아직 협의체가 개최되지 않은 만큼 협의체에서 어떤 논의가 구체적으로 이어질지는 알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상생을 위해 열린 상태로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협의체 구성을 두고 기관마다 각자의 셈법이 다르다. 서울시가 주민을 협의 주체로 포함시키려는 것은 재개발을 원하는 주민 여론을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가유산청은 20년 째 개발을 기다린 주민들을 협의체 주체로 포함시키는 것은 불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울시의 입장과 주민의 입장이 완전히 동일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주민들 중에는 고도 상승으로 조합원 분담금이 감소 등을 원하는 사람도 있지만 더 이상 개발 논의가 장기화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도 존재한다. 오 시장 2기 시정에 들어 사업을 원점으로 돌리고 고도를 두 배 가까이 올리지 않았다면 인허가 충돌도, 유네스코의 잇따른 권고도 없었을 수 있다. 협의체가 결렬될 경우 양측 모두 비용을 치러야 한다. 서울시가 법적으로 문제없는 재개발 사업을 강행한다고 하더라도 유네스코 제재가 현실화 되면 그 정치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국가유산청도 마찬가지다. 주민들에 대한 사유재산권 침해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협의체가 풀어야 할 근본적인 질문은 종묘 경관이라는 이익과 주민 재산권이라는 이익이 충돌 할 때 어느 쪽에 얼만큼 가중치를 둘 것인지다. 협의체는 현재 서울시 안(종로변 98.7m, 청계천변 141.9m)과 기존 합의안(종로변 55m, 청계천변 71.9m) 사이 어느 지점에서 두 이익을 합리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지 답을 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국가유산청이 기존 합의안의 고도를 정하는 데에 5년이 소요됐다. 이번 협의체 결성을 통해 세운지구 개발 프로젝트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지 시험대에 선 상황이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송윤주의 부동산생태계] 전세 들썩이자…뒷북 대책 꺼낸 정부

정부가 전세사기 방지 대책을 지난 10일 내놨다. 전세계약 전 위험진단정보를 제공하고, 임차인이 전입 신고하는 즉시 대항력이 발생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공인중개사가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과태료나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게 하기도 했다. 이는 사전 예방적 대책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이냐는 의문이 생긴다. 전세사기 피해가 알려지고 특별법이 제정된 것이 3년 전이다. 그동안은 전세사기특별법을 통해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위한 사후조치만 이루어졌을 뿐이다. 이번 대책의 배경엔 전세의 월세화 흐름이 있다. 과연 전세제도는 사라져야 하는가, 전문가 진단은 엇갈린다.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9차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전세사기 방지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2022년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언급하며 “민생 안정과 공동체의 신뢰를 훼손하는 전세사기 범죄의 근절을 위해서는 주거 안정에 대한 사회적 책임성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재 전세시장은 매물은 감소하고 가격은 오르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의 발언과 정부의 제도 개선 방안은 이러한 시장 상황을 의식해 전세사기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조기에 진화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감소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이달 13일 기준 1만7638건으로 한 달 전 2만422건에 비해 13.7% 감소했다. 매물이 사라지면서 전세 거래량도 크게 줄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의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3751건으로 직전 달 대비 33% 감소했다. 1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5607건이다. 전국 전세가격은 상승했고 그중 서울의 상승률은 더 컸다. 한국부동산원에서 발표한 3월 2주 주간 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전세가격은 전국 0.09% 상승했고, 서울은 0.12% 상승을 기록했다. 서울은 선호도가 높은 역세권과 대단지를 중심으로 임차 수요가 꾸준하다. 전세가격지수는 지난해 9월부터 꾸준한 오름세를 보인다. 다주택자 주택 매도 압박 이후 시장에 나오는 전세 매물들은 양적 증가가 아니므로 매물은 부족하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에 22만명 이상이 혼인을 했다. 그 중 약 4만2000명이 서울에서 결혼을 해 집을 가진다. 독립 목적의 가구 분화도 존재함을 감안하면 지금 나오는 전세 물량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자연히 전세가격은 상승한다. 전세가격이 상승할 때 깡통전세 우려가 커진다. 깡통전세는 전세보증금과 선순위 근저당권(대출)의 합이 매매가를 웃도는 경우다. 이때 집주인이 집을 팔아도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위험이 크다. 전세사기특별법이 제정된지 3년이지만 비슷한 문제는 계속 반복되고 있다. 특별법이 사후적 구제라는 것을 고려하면 전세사기 예방 측면에서는 상당 기간 공백이 있던 셈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여러 기관에 흩어져있는 정보를 조합해 선순위 권리정보를 분석하고 위험도를 진단해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운영 중인 '안심전세 앱'을 고도화 해 시행한다. 그동안에는 근저당과 임차인 대항력 사이에 시차가 있었다. 그 시차를 악용해 임대인이 대출을 받아 발생한 피해 사례가 많았지만 임차인 대항력을 전입신고 즉시 발생하게 하는 조치도 포함한다. 공인중개사가 권리관계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게 통합정보시스템에 열람 권한을 준다. 설명의무를 강화하고 위반시 과태료 및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지자체와 중복되거나 분산되는 시스템이 혼란을 가중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시는 자체적으로 전세사기 위험분석 보고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전세사기로 인정받지 못한 피해자들도 여전히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3년 6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신청된 6만8972건의 전세사기 피해 사례 중에서 불인정 사례는 1만1878건이다. 불인정 사례의 98.3%는 사기 고의성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계약 당시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 가능성에 대해 한 말을 녹음해두는 것이 고의성 입증에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을 전세의 월세화 과정에서 생기는 부작용을 관리하려는 연착륙 조치로 봤다. 다만 소멸을 향해가는 전세제도가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엇갈리는 해석이 나온다. 전세와 월세의 비중은 전세사기 사태를 기점으로 역전됐다. 대한민국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서울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주택 임대차 계약은 총 20만3596건이다. 이 중 월세 계약은 13만2307건으로 65%다. 2021년까지만 해도 월세 비중은 40%대 수준이었다. 전세사기 사태가 불거진 2022년부터 월세 비중이 오르기 시작해 2023년에 비중이 역전돼 지금에 이른 것이다. 전세제도 자체가 구조적 불안정을 만든다고 보는 입장은 이 흐름을 제도 선진화로 본다. 전세사기의 원인도 집주인이 세입자 보증금을 레버리지로 쓰는 구조 자체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만 남으면 임대인-임차인 관계가 단순해져 임대차보호법이나 토지거래허가구역 등이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최원철 연세대 책임교수는 “전세사기를 없애는 유일한 방법은 전세제도가 사라지는 것"이라며 정부의 전세사기 방지 대책도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전세제도 소멸에 우려는 표하는 시각도 있다. 전세는 목돈을 맡기는 대신 대출 비중이 크지 않을 경우 저축 여력이 생기고, 이것이 자가 마련으로 이어지는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왔다. 월세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사다리는 좁아진다. 국가통계연구원 '임차가구의 주거 상황과 지원 정책의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월세 비중 증가는 임차가구가 매달 더 큰 주거비 부담과 불안정성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재춘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해당 보고서에서 “사회적 주거 격차가 심화되고, 저소득층과 청년층의 주거 안정과 자산 형성의 기회가 더욱 제한되는 구조적 변화가 뚜렷해졌다"고 썼다. 전세 공급 감소가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권대중 한성대 석좌교수는 “다주택자는 전세 주택을 공급하는 공급자 역할도 한다"면서 “그들이 사라지면 가수요가 사라지게 되고 결국 전세는 소멸하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전세 소멸은 정책의 결과이기도 하다는 설명이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송윤주의 건설생태계] ‘전세의 월세화’ 예언한 10년 전 보고서…청년 주거 정책 방향성은?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는 보수·진보가 번갈아 집권했고, 두 번의 탄핵을 겪었으며 코로나19를 지나왔다. 그럼에도 주택 가격 상승과 월세화는 청년 주거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된다. 문제는 예견됐지만 상황은 더 악화됐다. 정책 대응은 바람직했는가? 구조적 한계로 '백약이 무효'했나? 지난 2016년 국토연구원 보고서의 분석 대상이었던 25~34세 청년층이 35~44세가 됐다. 이들의 뒤를 잇는 청년층의 앞으로의 10년을 위한 주택정책 방향성을 점검한다. 2016년 국토연구원은 국토정책 브리프(brief) 이슈 보고서를 통해 청년 주거문제 완화를 위한 주택정책 방안을 분석했다. 당시 연구원은 청년세대가 다른 세대보다 상대적으로 더 심각한 주거 불안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둔화됐고, 고용의 질은 저하됐기 때문이다. 주택 가격 상승과 월세화도 원인이었다. 연구원은 인구·사회적 변화와 청년이 직면한 어려움이 주택 시장의 구조적 장기침체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다. 수요가 받쳐주는 새로운 계층이 안정적이지 못해 만성적인 수요 부진을 겪은 상황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청년층에서 전세 거주와 주거 소비 면적이 크게 감소하고 있는 반면, 월세 상승으로 실제 주거비 지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청년 주거비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봤다. 낮은 연령의 청년일수록 상대적으로 실제 주거비 지출이 더 많다고 분석했다. 고용의 질 저하와 소득 증가율 둔화는 서울·경기·울산·부산 거주 25~34세 중·저소득층 가구의 임대료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주택가격 상승으로 청년 소득 대비 부담 가능한 주택이 부족한 현상이 지속됐다. 연구원은 청년층이 주택을 선택할 때 자신이 원하는 가격대가 아닌 주택을 선택하는 '미스매치'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는 주거비 부담을 가중하고 주거 선택을 둘러싼 청년세대 내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청년 주거 불안 문제의 구조적 배경으로 지목되는 성장 잠재력 둔화와 주택가격 상승, 월세화는 10년 전에 비해 심화됐다. 2016년 연간 실질 GDP 성장률은 2.7%였다. 지난달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는 2.0%로 기존 예상치였던 1.8%에서 상향됐다. 건설투자가 성장률을 견인하고 반도체·디스플레이 수출 증가세가 성장률에 주요 영향을 주는 구조다. 주택가격 상승은 꾸준한 흐름을 유지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2023년과 2024년을 제외한 모든 연도에서 증가했다. 이는 2022년 말부터 시작된 미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여파로 풀이된다. 최근 매매가 흐름도 상승세다. 한국부동산원은 1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서 매매가격지수가 12월 대비 0.28% 상승했다고 밝혔다. 서울은 정주여건이 양호한 선호 단지 중심으로 매수문의가 꾸준히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물건은 3년간 꾸준한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은 1만8715건으로 2025년(2만8846건) 대비 35.1%, 2024년(3만2666건) 대비 42.8% 감소했다. 전세 수급 불균형도 심화하는 모양새다. 한국부동산원은 1월 수도권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02.2로 전년동월(97.3) 대비 4.9포인트 상승했다고 밝혔다. 전세 수급 지수가 100을 넘어가면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의미다. 전세 공급 부족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다. 아실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 모두 전월대비 전세 물량이 줄었다. 특히 서초(636건), 강남(624건), 송파(415건) 순으로 전세 물량이 큰 폭으로 줄었다. 감소 비율이 큰 곳은 노원구(-42.7%), 도봉구(-37.7%), 마포구(-34.8%) 순이다. 지난해 12월 서울 전월세전환율은 5.5로, 2024년 12월 기준 5.2보다 상승했다. 전월세전환율은 집주인에게는 수익률이고, 세입자에게는 월세 부담 수준을 나타낸다. 전문가들은 전세가 줄어든 최근의 흐름을 자본수익률로 설명했다. 2016년 국토연구원 보고서를 작성한 이수욱 선임연구위원은 “임대인은 전세와 월세의 수익을 비교한다"며 “전세금을 은행에 예금할 때 적용되는 금리와 월세액을 비교하는데, 요즘은 월세가 선호되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임대인들이 보유세 같은 세금 대비를 위해 현금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예전에는 전세금을 받아 은행에 예치하면 돈이 됐지만 저성장·금리동결 장기화 등으로 전세금에 대한 기회비용이 높지 않아 월세를 선호하는 측면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년 전과는 달리 임대차법이 시행됐기 때문에 2년이 아닌 4년 주기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며 “지금 시장 환경에서는 현금을 받을 수 있는 월세가 선호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것을 시장의 큰 흐름으로 봤다. 그러면서도 전세가 상당 부분 월세로 전환되더라도 '월세→전세→자가'라는 공식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송 대표는 “내 집 마련의 징검다리 역할을 했던 전세가 과거보다 서서히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전세와 월세를 비교했을 때 전세가 40% 수준"이라며 “전세의 월세화가 진행되더라도 전세가 사라지지는 않고 완만히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년층이 종잣돈을 모으는 데는 전세제도가 월세보다 유리할 수 있다. 전세와 월세의 구분이 의미 없는 경우는 아파트같이 전세금이 높은 경우다. 아파트로 단숨에 이사가 어려운 청년층은 원룸이나 빌라 전세로 우선 들어간다. 이 경우 전세자금 대출 금액이 크지 않으므로 소액을 갚아나가며 돈을 모으기 용이해진다. 2016년 당시에도 청년층 대상 주택구입·전세자금 지원, 공공임대주택 공급, 주택특별분양 지원 등이 시행 중이었다. 연구원은 당시 주거안정 지원정책이 청년을 정책적 배려 대상으로 인식하여 중장기적인 해결을 지원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정부는 청년 주거안정을 지원하는 주택수요정책, 사회진입 초기부터 자산을 형성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하는 주거안정 지원정책을 중장기적으로 개선했다. 또 뚜렷한 정책효과를 얻기 위해 소득계층과 인구·사회적 특성을 분리해서 정책대상을 구분하도록 했다. 정책의 기본 골격은 그대로 두되, 형평성이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제도개선을 해 온 것이다. 이런 제도적 노력의 연장선에서, 전문가들은 청년들을 위한 전세 공공물량을 확보하는 한편 대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이수욱 위원은 “공공에서 안정적인 공급 물량을 확보한 뒤 재정 지원을 해야 주택 가격 상승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들은 임대주택에서 계속 살기보다 자가를 소유하기를 원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공공이 이런 정책 수요에 맞춰 지분형 주택이나 분양전환을 해주는 주택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정부의 대출 규제 정책은 다주택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청년이나 신혼부부도 DSR 규제의 대상이 돼 연 소득 대비 대출금액이 작아진다. 송 대표는 “집을 사기 위해서 집값이라는 담벼락을 낮춰주든지 대출을 통해 발판을 높여주든 해야하는데 여전히 벽은 높고 발판은 낮아진 상황"이라며 “청년 주거 안정은 내 집 마련으로부터 오는 심리적 안정도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청년세대들은 앞으로 연봉 상승 여지가 있기 때문에 신용이 확보돼 있다면 대출을 열어주는 것이 청년 주거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 위원은 “정책 방향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점은 청년 주거 문제가 여전하다는 의미"라면서 “청년들이 미래세대로서, 또 그 다음 미래세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도 주거에 자산의 상당 부분을 담보 잡혀 산다는 것은 국가적 차원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서예온의 건설생태계] “정밀타격·신호효과 vs 매물잠김·거래위축”…李 대통령 ‘세제 개편’ 효과 논란

“세금은 마지막 수단으로 쓰겠다"던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올해 부동산 세제 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 대통령이 양도세 중과뿐 아니라 1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 손질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정부의 공급 대책 발표를 앞뒀지만 여전히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내놓은 '세제 카드'가 어떤 효과를 발휘할 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일단 이같은 조치는 고가·다주택자들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단기간 매물이 늘어날 수 있다. 장기적으로도 “집을 갖고 있어 봤자 재테크에 도움이 안 된다"는 믿음이 확산되면 이른마 부동산에서 금융·산업 투자로의 '머니 무브'가 이뤄져 이 대통령의 공약인 '잠재성장률 확대'의 펀더멘털 개선도 가능하다. 다만 문재인 정부도 세제 강화로 집값 안정에 나섰으나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던 전례를 거론하며 거래 위축과 매물 잠김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부동산 세제를 둘러싼 이재명 대통령의 메시지 온도가 달라졌다. 이 대통령은 2022년 대선 후보 시절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점을 강조하며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고, 지난해 대선 국면에서도 “집값은 세금이 아니라 공급과 구조 개편으로 잡아야 한다"며 세금 카드는 최후의 수단이라는 기조를 유지해 왔다. 다주택자 규제 필요성은 인정하되 보유세·양도세를 앞세워 시장을 조이는 방식은 부작용이 크다며 “세제는 신중하게, 충분한 논의와 시간을 두고 손보겠다"는 메시지에 무게를 실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세제 개편 필요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5일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오는 5월 9일 만료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를 연장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재연장을 하도록 법을 또 개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5월 9일에 종료되는 것은 지난해 이미 정해진 일"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비정상으로 인한 불공정한 혜택은 힘들더라도 반드시 없애야 한다"며 “비정상적인 버티기가 이익이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는 문재인 정부가 도입한 다주택 중과 제도(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에게 기본세율에 20~30%포인트를 가산)를 윤석열 정부가 거래 활성화·시장 안정 명분으로 한시 완화한 조치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5월 출범 직후 시행령을 고쳐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2년 이상 보유한 1세대 다주택자가 2023년 5월 9일까지 매도할 경우 중과세율 적용과 장기보유특별공제 배제를 유예'하는 규정을 만들었고, 이후 1년 단위로 올해 5월 9일까지 연장해 왔다. 이 대통령은 양도세 유예 종료뿐 아니라 장기보유특별공제 손질 가능성도 연이어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3일 엑스에 “1주택이라 할지라도 주거용이 아닌 투자·투기용이라면 장기보유를 이유로 세금 감면을 해 주는 것은 이상해 보인다"며 “이 제도로 매물을 막고 투기를 권장하는 꼴"이라고 썼다. 이어 “1주택도 1주택 나름"이라며 “부득이 세제를 손보게 된다면 비거주용과 거주용은 달리 취급해야 공정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이 발언을 두고 장특공 조정과 거주·비거주 차등 과세 등 세제 개편 카드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이 세제 카드를 다시 만지기 시작한 배경으로는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계속되는 등 여전히 부동산 시장이 불안정하다는 점이 꼽힌다. 외교, 정치 분야 등에서 지난 7개월여 동안 어느 정도 성과를 냈고, 코스피 지수도 5000을 돌파하면서 국정 추진 동력을 축적한 만큼 이제 본격적인 민생 현안인 경제 분야,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부동산에서부터 개혁의 칼날을 뽑았다는 것이다. 특히 향후 공급 대책을 발표하더라도 여러가지 한계가 불가피다. 우선 실수요자가 즉시 체감할 수 있는 물량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또 주택 공급은 인허가·착공·분양 과정을 거쳐 시장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대통령실도 “본격적인 공급 확대가 체감되기까지는 3~4년이 걸린다"는 취지로 언급한 바 있다. 결국은 세제를 활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며, 단기적으로도 기존 주택의 매물 순환을 촉진하고, 과도한 부동산 쏠림을 완화해 자금이 생산적 분야로 흐르도록 유도하겠다는 구상으로 분석된다. 실제 양도세 중과 재개시 3주택 이상 보유자의 경우 최고 82.5%의 실효세율이 적용될 수 있다. 이미 시장에선 유예 종료 전인 5월 이전에 매물을 처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주말 사이 수천만 원 하락 거래 사례가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버티기' 전략의 차단 효과도 예상된다. 정권 교체 또는 “기다리면 규제가 풀린다"는 시장의 기대 심리를 꺾어 비정상적인 보유 상태를 정상화하려는 심리적 압박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코스피 5000 돌파와 맞물려 주식 시장으로의 머니무브도 활발해질 수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다주택자뿐만 아니라 투기성 고가 1주택자까지 모두 시장에 매물을 내놓도록 압박하는 효과가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다주택자'라는 대상을 넓게 설정해 '똘똘한 한 채' 현상과 매물 잠김 효과를 낳아 부작용이 심했다면 이재명 정부는 '불로소득'이라는 개념에 초점을 맞춰 세제 타깃을 더 정밀하게 조정한 것으로 단기적으로 매물 증가를 유도하여 집값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처럼 세 부담을 높이면 매물이 나올 것이란 기대와 달리, '버티기'나 '증여'로 우회해 거래만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집값이 오르는 국면에서 양도세 강화 카드를 먼저 꺼낸 점이 문재인 정부 초기 대책과 닮았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8·2 대책' 등을 통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부활시킨 뒤 중과 폭을 더 키웠다. 하지만 당시 다주택자들은 매도보다 증여, 세대 분리, 임대사업자 등록 등 우회 전략을 택했고, 그 결과 매물은 줄고 거래는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국토연구원이 2023년 말 낸 연구보고서(2018년 1월~2022년 12월 수도권 71개 시·군·구 아파트 분석)에서도 다주택자 양도세율이 1%포인트 오를 때 매매거래량은 6.9% 감소하고, 매매가격 변동률은 0.206%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거래가 줄면 가격이 조정될 기회도 줄어들고, 선호 지역일수록 가격이 더 버티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시장 전문가들도 “양도세 중과만으로는 매물이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을 내놓는다. 김지연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다주택자 보유 물량이 120만~130만 가구 수준으로 추산되지만, 이 물량이 그대로 시중에 나오긴 어렵다"며 “세 부담을 피하려는 수요는 오히려 '버티기'나 증여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증여 증가세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집합건물 증여 등기 신청은 1054건으로, 2022년 12월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송파구(68건→138건), 서초구(40건→89건) 등 핵심지에서 증가 폭이 컸고, 강남구도 12월 91건으로 전월 대비 늘었다. 업계에서는 “유예 종료가 가까워질수록 매도보다 증여가 늘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공급 공백기와 맞물린 역효과도 변수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소비자가 체감하는 실질 공급은 결국 당장 분양받을 수 있는 물량인데, 이 구간의 공백이 크다"며 “그 사이 세제를 강화한다고 공급 부족이 해소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보유세를 건드리지 않으면 '버티겠다'는 선택도 가능해, 결국 버틸 수 있는 사람은 버티고 못 버티는 사람만 파는 구조가 되기 쉽다"고 덧붙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규제 강화를 통한 시장 정상화 목적"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규제가 강화되면 거래 침체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보유세까지 조정되면 부동산이 '지위재'로 변모할 수 있고, 다주택 규제 강화가 오히려 '똘똘한 한 채' 선호와 상급지 쏠림을 키울 수 있다"고 봤다. 또한 “양도세 중과 유예는 매물 출회뿐 아니라 임대시장(가족형 전세 매물 감소)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공공임대나 기업형 임대로 대체하기 어렵다"며 에브리띵 랠리 국면(거의 모든 자산이 동시에 오르는 장세) 같은 거시 여건도 함께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의 잇딴 부동산 세제 개편 시사 발언은 결국 시장을 진정시켜 공급 대책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모멘텀을 주기 위한 시도로 해석되고 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지금은 양도소득세 중과가 유예된 상황이어서 5월 9일 이전에는 매물이 나올 것"이라며 정부가 양도세만으로 효과가 부족하면 보유세까지 손질하는 방식으로 양도세·보유세가 함께 강화되는 로드맵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최 소장은 그러면서 “수천 세대 아파트에서도 한두 채가 팔리면서 가격이 올라간다. 거꾸로 한두 채가 팔리면 하향 안정화로 갈 수도 있다"면서 “정부가 확실한 믿음을 줄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안정시키겠구나' 하는 믿음이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책의 일관성과 로드맵을 제시하고 전월세 시장 불안이 실수요자 부담으로 번지지 않도록 보완책을 함께 내놓는 '정교한 정책 조합'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내놨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서예온의 건설생태계] 10조 가덕도신공항 공사…‘국책 대어’인가 ‘애물단지’인가

10조원대 초대형 국책사업인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 공사가 기간·비용 조정을 거치며 '새판짜기' 국면에 들어갔다.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잇따라 이탈한 뒤 대우건설 중심 컨소시엄이 꾸려졌지만, 당초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롯데건설이 1차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 명단에서 빠지면서 상위권 시공사 참여 폭이 눈에 띄게 얇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선 공기(106개월) 부담과 해상 매립·연약지반 리스크, 장기 수익성 불확실성 등을 종합 고려해 대형사들이 '신중 모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회의론도 짖어졌다. 중국 특수와 물동량 증가를 전제로 한 과거 논리는 이미 옛말로, 인천국제공항 확장으로 처리능력이 크게 늘어난 만큼 건설 계획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정부는 지난해 말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의 공사기간(공기)과 공사비를 동시에 조정했다. 공사기간은 84개월에서 106개월로 늘리고, 공사비는 10조5000억원대에서 10조7000억원으로 상향했다. 이 같은 조정은 우선협상자였던 현대건설이 지난해 5월 돌연 사업에서 철수한 뒤 정부가 사실상 초기 계획의 무리함을 인정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애초 정부는 가덕도신공항을 2035년 6월 개항 목표로 추진해왔다. 그러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이유로 일정이 급격히 앞당겨지면서 2029년 12월 조기 개항, 2031년 준공을 전제로 공기 84개월 안에 공사를 끝내겠다는 계획을 밀어붙였다. 문제는 해상 매립·연약지반 안정화라는 공정 특성상 까다로운 작업이 수반되고 공사 기간이 너무 짧아다는 것이다. 공기내 완공이 어렵고 자칫 부실공사까지 우려됐다. 현대건설은 연약지반 안정화와 해상 공정 순서를 감안할 때 최소 108개월이 필요하다며 “주어진 공기 안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기 조정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해 5월 결국 사업에서 발을 뺐다. 이후 정부가 공기와 공사비를 조정하면서 대우건설 중심 컨소시엄이 다시 사업 전면에 섰다. 대우건설은 한화 건설부문, HJ중공업, 코오롱글로벌, 동부건설, 금호건설, BS한양, 중흥토건 등과 함께 부산·경남 지역사 15곳을 포함한 총 23개사 컨소시엄을 꾸려 지난 16일 1차 PQ에 응찰했다. 그러나 대우건설 컨소시엄만 신청서를 제출해 유찰됐다. 사업주체인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은 최대한 빨리 재입찰을 할 예정인데, 다시 유찰될 경우 수의계약으로 전환된다. 국토교통부와 공단이 사업자 선정 절차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을 밝힌 상황이다. 당초 참여가 유력했던 롯데건설은 사업성 등을 이유로 1차 PQ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2차 입찰에는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이번(PQ1)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확정했다"면서도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참여 가능성이 완전히 닫혀 있는 건 아니고, 열려 있다"고 말했다. 공단 규정상 상위 10대 건설사는 한 컨소시엄에 최대 3개사까지 공동도급 형태로 참여할 수 있어, 제도적으로만 보면 롯데건설의 합류 가능성 남아 있다. 다만 현재 컨소시엄은 대우건설이 약 40%, 한화 건설부문이 10% 안팎의 지분을 맡고 나머지 지분이 중견·지역사에 분산된 구조다. 새로 대형사를 끌어들이려면 지분 구도와 리스크 분담을 다시 손봐야 한다는 부담도 크다. 롯데는 애초 가덕도 사업에 꾸준히 관심을 보여온 곳이다. 이미 가덕신공항 접근철도 1공구를 수주했고, 부산·경남권에 그룹 차원의 유통·레저·물류 네트워크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1차 PQ에서 한발 물러선 것을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해상 매립·연약지반 공사의 기술·안전 리스크, 10년에 가까운 공사기간 동안 자본이 묶이는 재무 부담, 공기·공사비 조정 이후에도 남는 수익성 한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롯데건설이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여전히 건설업계에선 “현대건설이 괜히 철수했겠냐"라는 말이 나온다. 그만큼 사업 리스크가 컸고, 여전히 보완되지 않아 불안하다는 것이다. 최상위 시공사가 리스크를 이유로 빠져나간 자리를 대우건설과 한화 건설부문이 대신 채운 만큼 이번 수주를 두고 어부지리로 '국책 대어'를 낚은 것인지, 아니면 애물단지를 껴안게 된 것인지를 두고 엇갈린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학계에서는 가덕도신공항 건설 자체에 대한 의문이 여전하다. 우선 연약지반의 두께·분포와 장기 부등침하 가능성이 충분히 검증·반영됐는지 등 기술적인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매립지 공항 특성상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친 침하에 대비해 활주로·계류장·터미널 기초 설계에 여유를 두지 않으면 유지·보강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상 매립 규모와 위치에 비해 공사기간 여유가 여전히 짧다는 점도 거론된다. 연약지반 압밀·안정화에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공기를 맞추기 위해 설계·시공 단계에서 '무리수'를 둘 유인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후위기·해수면 상승·극한기상, 새만금·무안 등 다른 해상·매립 공항에서 드러난 침하·조류충돌·환경소송 사례까지 감안해야 한다. 즉 “기술적으로 만들 수 있느냐"보다 “경제성·안전성·법적 리스크를 포함해 지속 가능한 사업이냐"를 먼저 따져야 한다는 것이 학계의 공통된 문제의식이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공정 자체도 문제지만 근본적으로 건설 환경 위치가 적당하지 않다"며 “가덕도와 영도 사이 낙동강 하구는 깊은 바다에 급심 지형과 강한 회류가 겹치는 곳이라, 이 구간에 활주로를 매립하면 구조물에 지속적으로 큰 힘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웬만큼 해서는 문제가 안 생길 수가 없는 입지"라며 “문제가 생기면 계속 건설회사가 책임을 져야 되는데, 책임이라는 게 곧 돈이고,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해결하는 데 드는 비용을 민간이 부담해야 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가덕도신공항사업 자체가 '때를 놓쳤다'는 지적도 있다. 처음 추진됐던 20년 전만 해도 중국과 교역이 '중국 특수'라 불릴 만큼 가파르게 늘던 시기라 영남권 복합물류 허브로서 가덕도신공항은 설득력 있는 카드였다. 한국의 대중 수출은 1990년 5억8000만달러(약8500억원)에서 2010년 1168억달러(172조3267억원)로 20년 새 200배 가까이 늘었고, 2000~2004년 대중 교역이 창출한 부가가치가 연평균 50% 안팎으로 급증해 당시 성장률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할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 20년새 중국 특수는 꺼지고 자국 중심 무역주의가 강화되는 한편, 인천공항은 3·4·5단계 확장을 추진하며 처리 능력을 크게 키웠다. 이런 환경 변화 속에서 “10년 뒤 가덕도가 개항해도 인천과 역할을 나눌 만큼 물동량이 늘어날지 의문"이라는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여객 수요는 어느 정도 있을 수 있지만 공항의 성패는 결국 화물 물동량에 달려 있다"며 “KTX에 이어 시속 400㎞급 고속열차가 현실화되면 부산에서 인천공항까지 1시간대 접근이 가능해져 가덕도의 물류 거점 경쟁력은 과거 구상 당시보다 더 약해진다"고 지적했다. 애초 물동량·여건을 전제로 짰던 사업 논리 자체가 지금은 상당 부분 훼손됐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가덕도특별법에 묶인 탓에 정부는 추진을 멈추기 어렵고, 이미 “한국에서 가장 잘한다"는 시공사가 “못하겠다"고 내려놓은 사업을 다시 다른 시공사에게 맡기려는 구조가 됐다. 강 교수는 “필요성은 인정됐지만 너무 늦었고, 인천공항 확장과 국제 물류 환경 변화 속에서 실효성은 점점 떨어지는 한국에서 가장 불행한 공항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이 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꼬집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서예온의 건설생태계]국내 첫 ‘역세권 협동조합 공공임대’ 가보니…청년·신혼 주거사다리 이을까?

정부가 공공주택을 전면에 내세우며 '공공임대 강화' 기조를 밝힌 가운데, 최근 국토교통부가 협동조합형 공공임대주택인 '위스테이' 활성화를 추진하겠다고 나서면서 새로운 주거 대안으로서의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에 장기 거주, 입주민이 운영에 참여하는 구조를 결합한 위스테이는 청년·신혼 세대의 끊어진 주거 사다리를 일부 복원할 수 있는 모델로 거론된다. 영국과 유럽 등에서는 협동조합·사회주택이 이미 보편적인 주거 형태로 자리 잡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소수 사례에 그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재원 조달 방식과 공급 규모, 확장 가능성 등을 둘러싼 구조적 한계를 함께 짚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협동조합 방식 특성상 대규모 공급이 쉽지 않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운영을 담보할 제도적·재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위스테이는 2016년 중산층 주거 대안으로 도입한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 모델이다. 2020년 첫 입주가 시작된 '위스테이 별내'가 국내 1호 단지다. 건설사가 시행과 임대를 맡는 뉴스테이와 달리 위스테이는 입주민이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이 시행자이자 운영 주체가 되는 점이 핵심적인 차이다. 시세 대비 20~30% 낮은 임대료와 최대 8년의 장기 거주가 가능하다. 현재 국내에는 남양주 위스테이 별내와 고양 덕양구 위스테이 지축 두 곳만 운영 중이다. 지난 9일 위스테이 별내를 직접 찾아가봤다. 조용하고 한적한 신도시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아파트였다. 4호선 끝자락이라는 인식이 강한 노원역을 지나 별내가람역에 내려, 횡단보도를 한 번 건너 단지까지 걸어가 보니 체감 도보 시간은 10분이 채 되지 않았다. 단지 인근 초등학교는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어 통학 여건이 나쁘지 않았고, 주변에는 편의점과 카페, 소규모 상가 등이 밀집해 있어 생활 편의시설 접근성도 준수한 편이었다. 인근에는 자이, 아이파크 등 대형 브랜드 아파트 단지들도 들어서 있어 전체적인 생활 인프라만 놓고 보면 '외진 변방'이라기보다는 기본기를 갖춘 신도시 주거지에 가깝게 느껴졌다. 위스테이 별내는 협동조합형 사회임대 아파트, 즉 '아파트형 마을공동체'로 불린다. 이러한 이름에 걸맞게 단지 안으로 들어가면 '동네책방' '동네체육관' '동네카페' 등 각종 커뮤니티 시설 이름에 '동네'라는 단어가 반복돼 마치 단지 전체가 하나의 마을과 같은 느낌을 줬다.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하는 젊은 부부들, 놀이터와 마당에서 손주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노년 부부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세대가 섞인 가족 단위 입주민이 이 '마을'의 주된 얼굴임을 자연스럽게 실감하게 했다.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부들에게는 조용한 신도시 환경과 촘촘한 커뮤니티 시설이 어우러진 '살기 괜찮은 곳'으로 느껴질 만한 풍경이었다. 국토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지난 7일 경기 남양주에 위치한 위스테이 별내를 찾아 협동조합형 사회주택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최근 정부가 건설사 대신 입주민이 주체가 되는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 모델을 중산층까지 넓혀 '값싸고 질 좋은 임대주택'을 늘리려는 구상을 밝힌 것과 연결돼 있다. 위스테이와 같은 사회주택은 해외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적인 주거 유형에 가깝다. 영국의 경우 지방정부와 '하우징 어소시에이션(housing association)' 등 등록 사회임대인이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주택을 공급하고, 부족분은 주거보조금(housing benefit)을 통해 국가가 뒷받침하는 구조가 정착돼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민간 주택협회가 사회주택 공급의 주력으로, 저소득층을 넘어 중산층까지 포괄하는 임대주택을 지역 수요에 맞춰 공급하면서 장기 임대와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를 동시에 추구해왔다. 전문가들은 협동조합형 사회임대주택이 임대료 부담을 완화하면서도 거주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대안적 주거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한문도 연세대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협동조합형 사회임대주택의 강점으로 임대료와 거주 기간의 예측 가능성을 꼽았다. 그는 “일반 민간 임대시장은 금리나 집값 변동에 따라 임대료가 빠르게 반응하지만, 협동조합형 임대는 수익 극대화가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임대료 조정 폭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며 “임차인 입장에서는 주거비 부담을 장기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정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세 물량 감소와 월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사회임대주택이 주거 불안을 완화하는 완충 장치로 작동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 교수는 “중산층까지 포괄하는 장기 임대주택이 일정 규모로 공급되면 주택을 반드시 매입해야 한다는 압박을 줄이고 시장의 불안 심리를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협동조합형 사회임대주택이 주택난의 단기적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 교수는 “협동조합 방식은 입주민의 참여와 합의가 전제되는 만큼 대규모·속도감 있는 공급에는 한계가 있다"며 “토지 확보와 금융 지원, 조합 운영 역량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뒷받침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적 의미는 분명하다는 평가다. 한 교수는 “지금 한국 주택시장은 분양과 매매 중심 구조가 지나치게 고착화돼 있다"며 “사회임대주택은 주택을 '투자 자산'이 아니라 '거주 공간'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공과 민간 사이의 중간 영역에서 새로운 임대주택 공급 주체를 키우는 실험이라는 점에서 위스테이와 같은 모델은 향후 주택 정책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실제 공급을 본격적으로 늘리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특히 젊은 세대 입장에서는 '질 좋은 집'을 향한 눈높이는 계속 높아지는 데 비해 사회주택이 전반적으로 비좁고 마감재 등의 수준이 떨어지는 데다 평형 구성에서 기존 아파트들보다 일반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청년·신혼부부 등은 임대료 수준뿐 아니라 커뮤니티 시설, 교육·교통 환경, 브랜드 이미지까지 한꺼번에 따지는 만큼 사회주택이 여전히 '차선책' 혹은 '임시 거처' 정도로 인식되는 상황에서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원 조달 구조도 숙제로 남는다. 협동조합형 사회주택은 공공택지 공급, 정책금융, 보증 지원 등이 한꺼번에 맞물려야 사업성이 나오는 구조다. 어느 하나만 어긋나도 사업이 중단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협동조합형 사회주택이 취지대로 작동하려면 장기간 안정적인 재원 조달 구조가 전제돼야 하는데, 지금처럼 개별 단지 위주의 소규모 실험에 머무르면 민간이 적극적으로 뛰어들 유인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낮은 임대료를 유지하면서도 건설비와 금융비용을 감당하려면 정책금융, 보증, 공공택지 공급이 패키지로 설계돼야 하는데, 어느 하나라도 끊기면 사업이 '그림의 떡'으로 끝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협동조합형 사회주택이 예산 사정에 따라 규모가 쉽게 줄고 늘어나는 '이벤트성 사업'이 아니라 주거복지 체계 안에서 중장기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제도와 재정 지원을 보다 촘촘히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교수는 “요즘 젊은 층은 임대주택이라도 입지·커뮤니티·디자인이 모두 갖춰진 미래형 주택을 선호하는 만큼 사회주택도 단순히 싸게 공급하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주거 서비스를 실험하는 플랫폼이 돼야 한다"지적했다. 최 교수는 또 “세대와 계층이 섞여 사는 복합 단지 구성을 통해 청년·신혼·고령층이 한 공간에서 공존하는 모델로 발전해야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며 “협동조합형 사회주택이 저소득층만을 위한 '복지주택'이 아니라 중산층까지 포괄하는 보편적 임대 옵션으로 자리매김해야 지속 가능성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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