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열전②] AI·방산 치고 올라와, 배터리 밀어냈다…상반기 톱30 시총 재편

2025년 상반기 시가총액 상위주의 지형도가 크게 바뀌었다. AI 반도체와 방산, 원전 등 신성장 산업이 시장의 중심축으로 떠오르며 자리를 지켜온 기존 주도주들을 밀어내고 새로운 강자들이 대거 부상했다. 반면, 2차전지를 비롯한 기존 대표 업종은 수요 둔화와 실적 부담 속에 시총 상위권에서 대거 이탈하며 '주도주 교체'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 와중에도 실적 기반의 전통 가치주와 일부 플랫폼주는 급등 없이도 자리를 지켜내며 시장 내 신뢰를 입증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30개 종목 가운데 가장 큰 변화를 보인 종목은 SK하이닉스였다. SK하이닉스는 연초 124.6조 원이던 시총이 6월 말 212.6조 원으로 약 88조원 늘었다. HBM3 수요 폭증과 AI 서버 투자 확대가 주요 배경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에 대해 “HBM 시장 성장성과 고객사 수요 확대로 주가 상승 여력이 있다"있다고 진단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 수출과 SMR(소형모듈원자로) 테마에 힘입어 30위권 밖에서 단숨에 5위로 진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방산 수출 확대 기대감에 23위에서 10위로 순위가 올랐다. NAVER도 '하이퍼클로바X'를 앞세운 AI 서비스 확대 기대감에 시총이 11조 원 가까이 증가하며 순위가 10위에서 8위로 상승했다. 방산주 중에선 한화오션이 조선·방산 통합 기대감 속에 22위로 진입했고, 현대로템도 수출 확대 기대감에 30위권 밖에서 25위로 올라서며 상반기 '신흥 강자' 그룹에 포함됐다. 카카오는 22위에서 16위로 6계단 상승하며 기대 이상의 반등을 기록했다. 시총도 16.6조 원에서 26.5조 원으로 증가했다. 다만 광고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카카오톡 개편과 AI 전략이 수익성 회복의 지속 여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최승호 DS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AI 기반 톡 개편과 비용 효율화를 통해 실적 저점은 지났으며, 하반기 반등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시가총액 상위권을 장악했던 2차전지 업종은 올 상반기 뚜렷한 부진세를 나타냈다.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글로벌 정책 모멘텀이 약화된 가운데, 고평가에 대한 부담까지 겹치며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는 평가다. 대표 종목인 LG에너지솔루션은 시총이 1.15조 원 감소하며 3위에서 4위로 한 계단 밀려났다. 삼성SDI와 LG화학은 아예 3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특히 삼성SDI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안정적인 프리미엄 배터리 수요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며 시총 상위권에 머물렀지만, 실적 성장이 둔화되며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LG화학 역시 배터리 소재 경쟁 심화와 석유화학 부문 부진이 겹치며 주가에 타격을 입었다. 2차전지 업종 외에도 여러 전통 강자들이 시총 상위권에서 이탈했다. 크래프톤은 1월 기준 29위였지만,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고 마케팅 및 인건비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3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HD현대일렉트릭은 연초 30위에서 출발했으나, 실적이 정점을 찍었다는 '피크아웃' 우려와 차익실현 매물이 겹치며 상반기 말 시총 상위권에서 이탈했다. 고려아연은 17위에서 시작했지만, 경영권 이슈와 비철금속 가격 약세, 글로벌 수요 둔화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6월 말 기준 30위권 밖으로 밀려난 상태다. 상반기 급등하거나 밀려난 종목들 사이에서도, 꾸준히 자리를 지켜낸 종목들이 있다. 이들은 테마주처럼 급등하지는 않았지만, 안정적인 실적과 견고한 수익 구조를 바탕으로 시장에서 신뢰를 얻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시총 353.9조 원으로 부동의 1위를 지키며 한국 증시의 절대적인 중심축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네이버도 일본 및 동남아 시장 확장 전략과 AI 기반 콘텐츠 투자 등으로 비교적 선방하며 플랫폼 업종 내에서는 유일하게 상위권을 유지했다. 알테오젠은 유일하게 30위 내에 잔류한 코스닥 종목이다. 바이오 업종 전반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기술 이전 기대감과 안정적인 파이프라인이 뒷받침되며 시총을 방어했다. 이외에도 POSCO홀딩스, 삼성생명, 삼성화재, KB금융 등 전통적 가치주들이 상반기 방어형 자산으로 주목받으며 30위 내 자리를 유지했다. 상반기 시총 재편은 실적 기반 종목이 상승세를 견인한 반면, 실적 부진이나 기대감 소진에 따른 하락 종목도 뚜렷하게 구분되는 흐름을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에도 정책 수혜와 실적 모멘텀을 겸비한 종목이 유리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금은 단순 테마가 아닌 실적이 뒷받침되는 테마주 중심의 '압축된 상승장'"이라며 “하반기에도 AI·방산·디지털 인프라 관련주가 유리한 위치에 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시총열전①] 코스피 시총 5~9위, 하루에도 뒤바뀐다…외국인 손끝에 출렁이는 ‘핫존 전쟁’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권에서 5~9위권 종목들이 초접전 순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하루에도 수차례 순위가 바뀌는가 하면, 장중에도 자리를 맞바꾸는 일이 반복된다. 단순한 '5위 경쟁'이 아닌, 41조~44조 원대의 시총을 가진 종목들이 얽힌 '핫존 전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금융·현대차·네이버·한화에어로스페이스·두산에너빌리티 등 주요 종목들이 최근 코스피 시총 5~9위권을 형성하며 매일 같이 순위 변동을 이어가고 있다. 24일에는 네이버가 5위에 올라섰고, 두산에너빌리티가 6위, KB금융이 7위를 기록했다. 다음 날인 25일, 네이버는 여전히 5위를 유지했지만, 현대차는 6위로 올라섰다. 26일에는 현대차가 5위로 올라갔고, KB금융이 6위로 자리 잡았다. 27일에는 KB금융이 5위로 자리잡고, 두산에너빌리티는 외국인 순매수에 힘입어 6위로 반등했다. 장중 순위 경쟁도 치열하다. 지난 23일에는 네이버, 두산에너빌리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세 종목이 각각 장중 시총 5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5~9위 종목들의 순위는 하루 동안 여러 차례 변동이 있을 정도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날 오후 12시 30분 기준으로는 두산에너빌리티가 5위(시총 약 43.2조 원), KB금융이 6위(시총 약 42.5조원), 현대차가 7위(시총 약 42조원), 네이버가 8위(시총 약 40.8조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9위(시총 약 40.8조원), 삼성전자(우)가 10위(시총 약 40.79조원)로 위치하고 있다. 이들 종목의 시가총액은 불과 수천억~1조원 차이로 촘촘히 엮여 있어, 주가가 1~2%만 움직여도 시총 순위가 즉시 뒤바뀌는 구조다. 각 기업들은 AI, 원전, 방산, 밸류업 등 서로 다른 글로벌 테마를 타고 있으며, 이러한 테마에 따라 자금 순환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AI와 전기차 수요 증가에 따른 원전 테마로 264% 급등하며 시총 10위권에 진입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 수주 기대감에 따라 최근 148% 상승했다. 네이버는 AI 산업 육성 정책과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등으로 주가가 상승했으며, KB금융은 밸류업 기조와 주주환원 기대감으로 32.6% 올랐다. 반면, 현대차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 등 불확실성으로 시총이 출렁이고 있다. 이 같은 시총 5~9위 구간은 외국인 수급과 정책·뉴스 모멘텀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예를 들어 네이버는 26일 외국인이 48만8027주를 순매도하며 5위에서 9위로 밀려났고, 현대차도 27일 외국인 -23만5372주 순매도로 5위에서 8위로 하락했다. 반대로, 두산에너빌리티는 27일 외국인이 57만8000주를 순매수하면서 8위에서 6위로 반등했으며, KB금융도 외국인 순매수 기조에 따라 5위로 한계단 올라섰다. 외국인 수급은 시총 5~9위 순위에 실시간으로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5~9위 '핫존 경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총 4위인 LG에너지솔루션과의 격차는 약 25조원에 달하지만, 5~9위 종목 간 시총 차이는 1조원 이내로 촘촘하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현재 5~9위의 시총 차이가 매우 좁고, 외국인 수급과 뉴스 모멘텀에 따라 순위가 쉽게 바뀌는 상황"이라며 “외국인 포지션 조정이 시총 순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정 종목의 강세라기보다 외국인 자금 흐름과 테마의 결합이 순위를 좌우하는 구간"이라고 말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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