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車 리부팅 (하)] 대기업도 온라인 없인 생존 못해…승부처는 ‘플랫폼 혁신’

대기업의 가세로 국내 중고차 시장이 치열해지면서 온라인 플랫폼이 '게임 체인저'로 떠오르고 있다. 매매단지를 방문해 딜러와 협상을 벌이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집에서 클릭만으로 중고차를 구매하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고차 업계는 각자의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고, 환불제 및 사후관리 등 다양한 서비스를 동원해 소비자 잡기에 힘쏟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직영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는 업계 최초로 100% 온라인 구매 서비스 '내차사기 홈서비스'를 선보여 2024년 온라인 거래 비중이 56.4%에 달하는 등 오프라인을 넘어선 성과를 거뒀다. 특히, 온라인 구매 고객의 95%가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 결제까지 완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 판매뿐만 아니라 책임 환불제, 사후관리 등에 신경 쓴 결과라는 평가다. 이러한 추세는 케이카뿐만 아니라 업계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엔카닷컴, 리본카 등 무수히 많은 중고차 업체들에 이어 최근엔 현대차·기아 등 기업형 중고차 회사들도 온라인 플랫폼 혁신에 집중하고 있다. 중고차 플랫폼 기업들이 제공하는 온라인 거래는 단순한 차량 '광고'를 넘어 실시간 차량 상태 점검, 주행 이력 공개, 비대면 계약과 금융 연계 서비스 등 종합적인 경험 제공으로 진화했다. 이제 소비자는 중고차 매매단지를 방문하지 않아도, 집에서 편리하게 원하는 차를 눈으로 확인하고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모바일 앱 기반 구매가 급격히 늘면서, 온라인으로 중고차를 사고파는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실제 올해 1~7월 엔카닷컴 온라인 서비스 '엔카믿고' 신청 비중의 52.7%가 2030세대였다. 이와 함께 중고차 시장에서 오랫동안 문제로 지적돼온 '허위 매물'과 '가격 불투명' 문제도 온라인 플랫폼의 정보 공개 강화와 AI 검증 시스템 덕분에 많이 해소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거래 편의성 향상을 넘어, 중고차 산업 전반의 신뢰도를 높이는 구조적 혁신으로 평가돼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2022년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면서 현대차와 기아는 인증중고차 사업을 본격화했다. 이들은 단지 오프라인 매장 운영에 그치지 않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고객 경험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매물을 쉽게 찾고, 인증 절차와 보증 기간을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하며, 편리한 구매 동선을 완성했다. 현대차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인증중고차 매물 검색과 예약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고, 기아도 온라인 상담과 금융 연계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며 디지털 전환에 주력하고 있다. 대기업조차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 확대 전략을 짜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반영한 셈이다. 중고차 플랫폼 경쟁은 단순 거래량 확대를 넘어 생태계 확장 단계에 이르렀다. 케이카, 엔카닷컴, 롯데렌탈 등 주요 플랫폼들은 구독형 서비스, 온라인 경매, AI 기반 실시간 가격 산정 등 차별화된 기술과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완성차 대기업이 브랜드 신뢰도와 인증 보증 서비스를 내세운다면, 기존 중고차 플랫폼은 압도적 트래픽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추천 알고리즘으로 맞서고 있다. 특히 케이카, 엔카 등은 환불제와 사후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차를 보지 않고 사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직접 며칠 타보고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케이카는 업계 최초로 '3일 책임 환불제'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케이카에 따르면 3일 환불제는 중고차 구매에 대한 고객 불안을 해소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엔카닷컴 역시 '7일 책임환불제'를 지원하며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고 있다. 케이카 관계자는 “중고차 이커머스는 기업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확산되기 어려운 시장"이라며 “투명한 차량 정보 제공과 환불제 등 사후 관리 체계가 자리 잡으면서 소비자 신뢰가 형성됐고, 이게 온라인 플랫폼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중고車 리부팅 (상)] 대기업 진출 기대가 너무 컸나…성적표 ‘기대이하’

걱정보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완성차 기업들의 중고자동차 사업 진출이 2년이 다 돼 가지만 성과는 기대이하다. 시장을 집어삼킬 것처럼 보였던 대기업 중고차사업의 판매 규모는 여전히 제한적이고, 오히려 기존 중고차 매매상사들의 존재감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 18일 한국 중고차매매조합 연합회 오토딜러에 따르면, 현대차·기아·KGM·롯데렌탈 등 기업형 중고차 업체들은 지난달 수백대 판매에 그치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대기업 점유율 제한이 풀렸음에도 저조한 수치라는 평가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3년 말 중고차 사업 진출을 발표했다. 이 당시엔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중소기업들이 수요를 뺏을 것이란 걱정과 동시에 중고차 시장의 수준을 올려줄 것이란 기대가 공존했었다. 그러나 실상은 큰 변화가 없는 '찻잔 속 태풍' 모습이었다. 지난달 현대차의 인증 중고차 판매는 469대에 그쳤다. 역대 최대 실적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지만 규모 자체는 시장 파괴력이 미미한 수준이다. 기아도 지난달 1071대를 판매하며 준수한 판매량을 보였지만, 시장에선 인증 중고차 외에 렌터카 반납물량이 포함된 결과라고 평가절하 하는 분위기다. 기아 중고차는 현재 용인 전시장 한 곳에서만 판매를 하고 있으며, 화성에 중고차 유통센터를 추가 개설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지만 실적 측면에서 아직은 상징적 수준에 머무른다. KG모빌리티 역시 월 30~40대에 불과해 본격적 사업 안착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최근엔 렌터카 업체들도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이들 역시 사업초기라 그런지 존재감을 부각시키진 못했다. 롯데렌탈은 가양, 부천, 용인 등 세 곳에 전용 판매점을 열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세우고 있다. 7일 이내 환불, 6개월 품질 보증 등을 앞세워 소비자 신뢰를 끌어내려는 전략이다. 두바이 현지 매장까지 운영하며 해외 시장까지 겨냥하고 있지만, 국내 판매량 자체는 지난달 776대로 아직 업계를 흔들 만큼 크지 않다. SK렌터카는 아예 소매 판매점을 모두 철수하고, 천안에 전용 경매장을 열었다. 반납 차량을 전량 경매 방식으로 소화하는 전략이다. 롯데렌탈이 소매·수출·경매를 병행하는 '다각화' 전략을 택했다면, SK는 경매 중심 '선택과 집중'을 내세운 셈이다. 다만, 이 역시 중고차 내수시장의 판도를 뒤집을 만큼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상장사 케이카 역시 2025년 2분기 월평균 1만2823대 판매로 전년 동기 대비 4% 늘었지만 경로별 판매구성비로 살펴보면 긍적적이진 않다. 경매 판매비율이 20%에서 27%로 증가한 반면 오프라인 소매는 34%에서 31%, 온라인 소매는 45%에서 41%로 감소했다. 수출 증가 뒤에 내수 부진이 숨어있는 것이다. 신현도 한국중고차유통연구소장은 “기업형 업체들의 중고차시장 진입으로 기존 영세업체들의 매출이나 수익이 감소하는 등 큰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 기업형 업체들의 영업 실적이 생각 외로 미미한 수준으로 나타나다 니 관심의 정도가 크게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대기업의 진입에도 불구하고 전통 대형 매매상사들의 존재감이 더 부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원 도이치오토월드에 입점한 코리아모터스, 카메이트, 왕카 등은 월평균 600~700대의 거래량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현대차·기아·롯데렌탈·SK렌터카의 판매 규모를 상회하는 수치다. 이들 업체는 법인 전환 없이 개인사업자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수천대의 재고와 수백명의 매매사를 관리한다. 프리랜서형 매매사원들을 통한 네트워크 운영, 빠른 자금 회전력 등이 비결로 꼽힌다. 겉으로는 영세업체처럼 보이지만, 실제 시장 파워는 대기업 못지않다. 이러한 흐름에 업계에서는 무리한 시장 확대보다는, 각 업체가 현실적 전략 수정과 차별화에 집중하며 '지켜보기' 국면이 연장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장기적으로 소비자 서비스와 품질, 온라인 플랫폼과 전국 네트워크 구축 등 다층적인 경쟁 구도가 정립될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신현도 소장은 “신차 메이커나 기타 기업형 매매업체들의 판매대수 규모가 아직 그리 크지는 않지만 최소한 일정 규모 이상으로는 증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국적 매입 네트워크나 보유 자동차 자산의 규모가 있기도 하고, 초기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향후 현실적인 대응을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거래 형태나 서비스 경쟁의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업그레이드된 오프라인 매장이나 온라인 플랫폼으로 이동하게 된다면 전통적 판매 방식에 의존하는 기존 사업자들의 위상 위축과 점유율 하락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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