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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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환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김종환 기자 입니다.
  • 정치경제부
  • axkj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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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물가 부담 더 커졌다…7분기 연속 소득 증가율 ‘웃돌아’

올해 1분기에도 먹거리 물가 상승률이 처분가능소득(가처분소득) 증가율을 웃돌아 7개 분기 연속 외식과 장바구니 부담이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2분기에도 김밥, 치킨, 햄버거, 피자, 과자 등 주요 외식과 가공식품 가격이 줄줄이 올라 먹거리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2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월평균 404만6000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4%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가처분소득은 이자와 세금 등을 내고 소비나 저축에 쓸 수 있는 돈이다. 이와 비교해 외식과 가공식품 등의 먹거리 물가 상승률은 가처분소득 증가율을 웃돌았다. 1분기 외식 물가 상승률은 3.8%로 가처분소득 증가율의 2.8배이고, 가공식품은 2.2%로 1.6배다. 먹거리 물가 상승 폭이 소득 증가 폭보다 컸다는 얘기다. 이런 현상은 지난 2022년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7개 분기째 이어졌다. 외식과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이 점차 둔화하며 간격이 좁혀지고 있긴 하지만 먹거리 부담은 여전한 상황이다. 1분기 외식 세부 품목 39개 중에서 37개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가처분소득 증가율을 웃돌았다. 품목별 물가 상승률은 햄버거가 6.4%로 가장 높고 비빔밥(6.2%), 김밥(6.0%), 냉면(5.9%), 오리고기(외식)(5.8%), 떡볶이(5.7%), 도시락(5.7%), 치킨(5.2%) 등 순이었다. 가공식품 세부 품목 73개 중에서는 절반이 넘는 44개 물가 상승률이 가처본소득 증가율보다 높았다. 설탕(20.1%)과 소금(20.0%)은 20%에 이르고 스프(11.7%), 초콜릿(11.7%), 아이스크림(10.9%), 당면(10.1%) 등 품목 가격 상승률도 10%를 웃돈다. 유산균(-7.9%), 김치(-5.2%), 라면(-4.3%) 등 가격은 내렸다. 1분기에는 외식이나 가공식품보다 사과와 배 등 농산물 부담이 더 컸다. 1분기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률은 10.4%로 가처분소득 증가율의 7.5배였다. 이 중 과실 물가 상승률은 36.4%로 26.3배였다. 특히 사과 물가 상승률이 71.9%로 가처분소득 증가율의 52.0배, 배는 63.1%로 45.7배였다. 1분기 사과 물가 상승률은 197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분기 기준 가장 높고 배는 지난 1991년 3분기(74.5%) 이후 약 33년 만의 최고였다. 먹거리 물가 부담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2분기 들어 외식과 가공식품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밥 프랜차이즈 바르다김선생은 지난달 메뉴 가격을 100∼500원 정도 인상했고 파파이스코리아는 치킨과 샌드위치, 사이드 메뉴, 디저트, 음료 등의 가격을 평균 4% 올렸다. 또 조미김 전문업체 광천김과 성경식품, 대천김이 지난달부터 김 가격을 올렸고 CJ제일제당은 이달 초 김 가격을 11∼30% 인상했다. 동원F&B도 내달부터 김 가격을 평균 15% 인상하며 롯데웰푸드는 내달 1일부터 가나 초콜릿과 빼빼로 등 17종 제품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다. 대표 외식 메뉴인 햄버거, 피자, 치킨 등 가격도 일제히 오르거나 인상될 예정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굽네가 지난달 치킨 9개 제품 가격을 1900원씩 인상한 데 이어 맥도날드는 이달 2일부터 16개 메뉴 가격을 평균 2.8% 올렸다. 피자헛도 갈릭버터쉬림프, 치즈킹 등 프리미엄 메뉴 가격을 인상했다. BBQ는 오는 31일 치킨 메뉴 23개 가격을 평균 6.3% 올린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등 소비자 단체들은 식품기업들에 가격 인상을 자제하고 제품 가격을 인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7월부터 ‘병원쇼핑’ 땐 본인이 초과 진료비 90% 부담

연간 외래 진료 회수가 365회를 초과하는 등 의료 이용이 과도한 환자는 오는 7월부터 초과 외래진료에 대한 요양 급여비용 총액의 90%를 부담해야 한다. 2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불필요한 의료를 과도하게 이용한 환자의 본인부담률을 큰 폭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이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본인부담률은 전체 의료비 중 건강보험에서 지원하는 비용을 제외하고 환자가 직접 부담하는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개정안은 연간 외래진료 횟수가 365회를 초과하는 사람은 그 초과 외래진료에 대한 요양 급여비용 총액의 90%를 부담해야 한다. 다만 18세 미만 아동과 임산부, 장애인, 희귀난치성질환자, 중증질환자 등과 같이 연간 365회를 초과하는 외래진료가 불가피하게 필요한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하기로 했다. 건강보험 적용 후 외래진료 본인부담률은 보통 20% 수준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입한 실손보험이 있다면 실질적인 본인부담률이 0∼4%로 낮아진다. 이 때문에 일부 환자는 필요 이상으로 지나치게 의료를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건보 당국은 보고 있다. 그만큼 국민(가입자)의 보험료가 재원인 건강보험 재정이 타격을 입는 셈이다. 실제로 건강보험 당국의 외래 이용 현황 통계를 보면 지난 2021년 외래 의료 이용 횟수가 365회를 넘는 사람은 2550명이나 됐고 건강보험공단 재정에서 급여비로 들어간 금액은 251억4500만원에 달했다. 이들의 1인당 연간 급여비는 평균 986만1000원 수준이었다. 지난 2021년 전체 가입자 1인당 연간 급여비(149만3000원)에 견줘 6.6배나 높았다. 이용 횟수가 500회를 넘는 경우만 봐도 529명(공단 부담금 62억4400만원)이나 됐다. 17명은 무려 1천회 이상 외래의료를 이용했는데 이들에게 지급된 급여비는 3억3700만원이었다. 2021년 기준 한국인의 연간 외래 이용 횟수는 평균 15.7회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5.9회의 3배에 달할 만큼 외래진료를 많이 이용한다. 지금까지는 건강보험 가입자가 하루에 몇 번씩 병원을 드나들고, 한해 수백 번 외래진료를 받아도 차별 없이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는 등 과도한 의료 이용을 막을 장치가 거의 없었다. 지난 2005년 한때 약 처방일수 포함 365일로 이용 일수를 제한하는 제도가 있었지만, 곧 폐지됐다. 복지부는 건보 가입자에게 분기에 1회씩 누적 외래 이용 횟수, 입원 일수, 건보 급여비용 및 본인부담금 정보를 카카오톡, 네이버, 'The 건강보험' 앱을 통해 알려주는 서비스도 도입할 계획이다. 필요 이상으로 의료 이용량이 많은 사람이 스스로 경계하며 합리적인 의료 이용을 하도록 돕자는 취지이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尹대통령, 교육부에 “의대증원 대학과 적극 협력해 대입 준비에 만전” 지시

윤석열 대통령은 의대 증원을 반영한 내년도 대입 전형 시행 계획이 확정된 데 대해 26일 “교육부는 증원이 이뤄진 대학과 적극 협력해 대입 시행 준비에 만전을 기하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원활한 교육을 위해 필요한 조치 취해 달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대통령실 성태윤 정책실장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윤 대통령은 또 보건복지부에 “비상 진료체계를 굳건히 유지하라"며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으로 돌아와 환자 곁에서 수련을 마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도 당부했다. 이어 재정 당국에는 “의료 개혁을 탄탄하게 뒷받침하기 위해 국가 재정을 집중적으로 투입할 수 있도록 내년 예산 편성에 힘써달라"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필수 의료 전공의 지원체계, 필수 의료 기능 유지, 필수 의료 연구개발(R&D) 확충,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지역 의료 혁신 투자 등 의료 개혁 5대 과제 재정 투자가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실은 의료 현장 복귀를 거부하고 있는 전공의들에 대해서는 향후 복귀 상황에 따라 행정 처분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전공의 면허 정지 처분 등과 관련해선 전공의들의 복귀 여부에 달려있다고 생각된다"며 “구체적 처분의 시기, 범위, 방법 등은 관계 부처에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공의들에게 대화의 문은 계속 열려 있다"며 “하루빨리 환자 곁으로 돌아와 수련을 계속해주시길 다시 한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대통령실이 29일 종료되는 21대 국회의 임기 내 연금 개혁안을 처리하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전날 제안을 공식 거부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6일 기자들과 만나 “연금 개혁은 모수 개혁과 구조 개혁 모두 필요한 지난한 과제로 청년과 미래세대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며 “22대 국회에서 충실히 논의해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날 “21대 국회에서 모수 개혁을 하고 22대 국회에서 구조개혁을 추진하자"는 제안도 일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의 이 고위 관계자는 “국민 모두의 의사를 반영해 결정해나가는 타협과정과 절차도 중요하다"며 “여야가 시간에 쫓겨 결정하기보다 국민 전체, 특히 청년세대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21대 국회가 불과 3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런 상황에서 대타협으로 이뤄지기에는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며 “여야 간 수치에 대한 의견이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22대 국회에서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여야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재의 9%에서 13%로 인상하는 데는 합의했으나, 생애 평균 소득 대비 연금액 비율을 뜻하는 소득대체율 수치와 구조 개혁 등을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21대 국회, 민생 뒷전 ‘오명’ 쓰고 사흘 남은 임기 마치나

오는 29일로 4년 임기를 마치는 21대 국회가 막판 여야 극한 대치를 보이면서 각종 민생 법안들이 줄줄이 폐기 위기에 몰렸다. 26일 국회 등에 따르면 여야가 21대 국회 폐막을 하루 앞둔 28일 국회 본회의의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채상병특검법) 재표결을 놓고 정치권에 전운이 고조됐다. 거대야댱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이번에 똘똘 뭉쳐 채상병특검법안 재의결을 강행하겠다며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채상병특검안 재의결을 결사 저지하되 야권이 힘으로 밀어붙일 경우에 대비해 내부 표단속 강화에 나섰다. 이에 21대 국회의 사실상 마지막이 될 수 있는 28일 본회의에선 민생법안들의 처리가 뒷전으로 줄줄이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일부 민생법안의 경우 처리가 시급해 여야간 처리 공감대까지 이뤄졌으나 채상병특검법안 재의결 대치의 여파로 결국 21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정쟁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1대 국회에 계류된 모든 법안은 임기를 마칠 때까지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폐기되고 30일부터 시작하는 다음 22대 국회에서 법안 발의, 소관 상임위 및 법사위 심의, 본회의 처리 등 입법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입법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새 국회의 구성원들이 바뀌고 의석분포도 달라지는 만큼 입법 자체의 성사여부도 불투명하게 된다. 그런데도 여야가 28일 본회의에서 채상병특검법안 재의결 등을 놓고 격돌, 이날 본회의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당초 통과가 기대됐던 민생법안 처리가 무산될 수 있다는 게 정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당장 국민연금 개혁안도 처리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여당이 제시한 소득대체율 44%를 전적으로 수용하겠다"고 전격 밝혔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구조개혁만 쏙 빼고 사실을 왜곡했다"며 일축했다. 대통령실도 국민연금 개혁안과 관련 22대 국회에서 대타협을 이루자며 21대 국회의 관련 법안 처리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여야는 앞서 연금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는 데는 합의하고, 소득대체율에 대해선 국민의힘은 43%, 민주당은 45%를 주장했다. 다만,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유경준 의원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통합 등의 구조개혁을 합의하면 44%도 수용할 수 있다는 절충안을 밝힌 바 있다. 민생에 직결돼 처리가 시급한 법안은 원자력발전소 가동으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의 영구 처분시설을 마련하기 위한 고준위방폐물법, AI(인공지능) 산업 진흥과 규제 내용이 담긴 'AI 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 등이 꼽힌다. 이들 법안은 현재 폐기 갈림길에 서 있다. 고준위방폐물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2031년 한빛·고리 원전 등의 가동까지 중단될 수 있고, AI기본법 폐기 시에는 국가 미래 경쟁력 확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지적됐다. 반도체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늘리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K칩스법), 대형마트 휴무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바꾸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도 폐기 위기에 놓였다. 정부가 추진했던 상반기 신용카드 사용 금액 증가분에 대한 소득공제 확대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세제 관련 법안들도 21대 국회 처리의 무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 온라인 법률 플랫폼이 대한변호사협회의 과도한 규제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내용의 일명 '로톡법'(변호사법 개정안), 예금보험료율 한도(0.5%)의 적용 기한 연장을 골자로 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도 끝내 21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수 있다. 가뜩이나 여야간 강 대 강 대치를 이어온 21대 국회는 최악의 '무능 국회'라는 오명을 쓸 수밖에 없다. 국회 본연의 기능인 법안 처리율은, 공전과 충돌을 거듭하며 '동물국회'라는 비판을 받았던 20대 국회보다도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21대 국회에서는 역대 가장 많은 2만5847건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이 가운데 9455건만 처리(부결·폐기 등 포함)됐다. 법안 처리율은 36.6%로, 20대 국회(37.9%)와 19대 국회(45.0%)보다 낮은 수치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1분기 중산층 5집 중 1집 ‘적자 살림’…고물가·고금리에 ‘타격’

중산층 가구 5집 중 1집 가량이 지난 1분기 돈을 번 것보다 더 많이 써서 '적자 살림'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고금리와 근로소득 감소가 맞물리면서 고소득 가구의 적자 가구 비율도 증가했다.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올해 1분기 전체 가구 중 적자 가구의 비율은 26.8%였다. 1년 전(26.7%)과 비교하면 0.1%포인트(p) 소폭 증가했다. 적자 가구 비율은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소득에서 세금·사회보험료 등 비소비지출을 뺀 값) 보다 소비지출이 많은 가구의 비중이다. 소득 분위별로 보면 상위 20∼40%인 4분위 가구의 적자 가구 비율은 1년 전보다 2.2%p 증가해 18.2%가 됐다. 직전 분기인 4분기(14.8%)와 비교하면 3.4%p 늘었다. 소득 상위 40∼60%인 3분위 가구의 적자 가구 비율도 17.1%로 나타났다. 중산층 가구 5집 중 1집 가까이가 소비 여력보다 더 많은 돈을 쓰는 '적자 살림'을 했다는 의미다. 소득 상위 20% 이상인 5분위 가구 역시 적자 가구 비율이 1년 전보다 0.5%p 증가한 9.4%를 기록했다. 2분위의 적자 가구 비율도 1년 전보다 0.9%p 증가한 28.9%였다. 반면 1분위의 적자 가구 비율은 2.0%p 감소해 60.3%로 개선됐다. 중산층·고소득층 가구 '적자 살림 증가'의 배경에는 고금리·고물가의 장기화와 부진한 소득 증가가 있다. 높은 물가와 금리가 계속되면서 가계의 소비와 이자 비용 등 지출은 증가했지만, 소득이 이를 상쇄할 만큼 늘지 못하면서 적자가 확대된 것이다. 1분기 월평균 가계 소득은 1년 전보다 6만8000원(1.4%) 늘었지만, 가계지출은 9만9000원(2.5%) 증가했다. 이자 비용도 1만4000원(11.2%) 늘었다. 특히 근로소득은 1년 전보다 3만5000원(1.1%) 줄며 '역성장'했다. 이에 따라 근로자 가구 비중이 높은 중산층·고소득층 가구의 살림살이가 더 큰 타격을 입었다는 게 통계청의 분석이다. 1분기 3분위·4분위 가구의 지출은 각각 5.9%, 4.5% 늘었지만, 소득은 각각 5.4%, 2.7%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근로소득의 증가율은 3분위가 3.8%, 4분위가 0.7%로 부진했다. 삼성과 LG 등 대기업의 상여금이 감소하면서 고소득 가구인 5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4.0% 감소했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27년만에 ‘의대증원’ 반영 대입전형 확정…지역국립대, ‘메가 의대’로 재탄생

올해 고3 학생들에게 적용할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변경·승인되면서 27년 만의 의과대학 증원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지역 국립대는 지역 필수의료 거점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서울대보다 큰 규모의 '메가 의대'로 재탄생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24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달개비에서 대학입학전형위원회를 열고, 32개 의대의 증원 인원을 반영한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 사항을 심의· 승인했다. 이에 따라 올해 치러질 2025학년도 의대(의전원 포함) 모집인원은 전년(3058명) 대비 1509명 늘어난 40개 대학 총 4567명이 된다. 이날 회의에서 위원들은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사항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의대 정원이 늘어난 것은 지난 1998년 이후 27년 만이다. 앞서 정부는 3058명인 의과대학 정원을 5058명으로 2000명 늘리기로 하고 전국 40개 의대 가운데 서울지역을 제외한 경인권과 비수도권 32개 의대에 이를 배분했다. 그러나 각 대학의 여건을 고려해 2025학년도에 한해 증원분의 50∼100%만 뽑을 수 있게 변경하면서 32개 의대의 총증원 규모는 1509명으로 줄었다. 작년 이미 발표한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에 의대 증원분을 반영해 '변경사항'을 대교협에 제출했다. 9개 비수도권 거점 국립대학은 모두 2025학년도에 증원분의 50%만 반영해 뽑는다. 9개교의 증원 규모는 총 405명이다. 이 가운데 △경북대 155명 △경상국립대 138명 △부산대 163명 △전북대 171명 △전남대 163명 △충남대 155명 등 6개 대학이 서울대(정원 135명)보다 큰 규모로 증원됐다. 충북대는 125명, 강원대는 91명, 제주대는 70명을 각각 선발하기로 했다. 비수도권 거점 국립대를 정부가 집중적으로 증원한 것은 '지역의료·필수의료 거점'으로서 역할을 강화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의료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23개 사립대 가운데 정원이 50명 이하였던 14개 소규모 의대도 대폭 증원됐다. 정원이 각각 40명이었던 성균관대와 아주대, 울산대는 110명을 선발한다. 이들 대학은 애초 이번 증원으로 정원이 120명으로 늘어날 예정이었으나, 내년에는 10명을 줄여 뽑는다. 단국대(천안) 역시 기존 정원 40명에서 증원분의 50%를 적용해 모두 80명을 선발하기로 했다. 나머지 소규모 의대들은 정부에서 배정받은 증원분을 모두 선발한다. △차의과대(기존 정원 40명) 80명 △인하대(49명) 120명 △가천대(40명) 130명 △가톨릭관동대(49명) 100명 △동국대 분교(49명) 120명 △대구가톨릭대(40명) 80명 △동아대(49명) 100명 △건국대 분교(40명) 100명 △건양대(49명) 100명 △을지대(40명) 100명 규모로 커졌다. 정부가 소규모 의대에 증원분을 집중적으로 배정한 것은 의학교육의 효율성을 위해 규모를 키워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다. 그간 소규모 의대들은 의대 운영에 투입되는 인적·물적 자원에 비해 정원이 지나치게 적어 운영상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거점 국립대나 소규모 의대가 아닌 나머지 9개 의대 중에서 2025학년도 모집인원을 당초 증원분보다 줄여 뽑는 곳은 영남대뿐이다. 영남대는 기존 증원분 44명을 24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기존 정원 76명을 포함해 100명을 선발하게 된다. 이외에 △연세대 분교(기존 정원 93명) 100명 △한림대(76명) 100명 △계명대(76명) 120명 △인제대(93명) 100명 △고신대(76명) 100명 △원광대(93명) 150명 △조선대(125명) 150명 △순천향대(93명) 150명 등은 정부가 배정한대로 선발 규모가 늘어난다. 교육부와 대교협은 아직 각 대학이 누리집에 수시 모집요강을 공고하지 않은 만큼, 각 대학의 정시·수시모집 비율 등 세부적인 내용은 이달 30일 발표하기로 했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창간 35년] 나경원 추진 1호 공약 ‘헝가리식 저출산 해법’은?

나경원 국민의힘 국회의원 당선인이 '헝가리식 저출산 해법'을 오는 30일 개원하는 22대 국회의 1호 법안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혀 주목받고 있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나 당선인은 '헝가리식 저출산 해법'을 담은 법안을 새 국회 개원과 함께 발의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관련 준비를 구체화하고 있다. 나 당선인이 지난달 25일 한 기조강연에서 발표한 '나경원표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은 작년 1월 대통령 직속 기구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일 당시에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한 아이디어다. '나경원표 헝가리식 저출산 해법'은 결혼하면 초저금리로 2억원 정도를 주택자금으로 빌려주고, 첫째 아이를 낳으면 이자를 깎아주고, 둘째를 낳으면 원금의 일부를 탕감해주는 게 주요 골자다. 현재 청년 세대가 출산, 결혼을 하지 않는 큰 이유 중 하나가 주거 안정이라는 이유에서다. '헝가리 저출산 정책'은 대표적 저출산 국가였던 헝가리에서 지난 2019년 2월에 실시한 정책이다. 결혼하면 4000만원을 대출해주고 첫 자녀 출산 시 무이자 전환, 둘째·셋째 출산 시 각각 원금 일부 또는 전액을 탕감해주는 방식이다. 나 당선인이 저고위 부위원장 당시 대통령실로부터 “국가 정책의 혼선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은 뒤 부위원장직에서 해임됐다. 당선 이후 저고위 부위원장 당시 꺼네 들었던 헝가리식 저출산 해법에 대한 국가 어젠다를 발표하고 저고위와 소통에 나섰다. □ 나경원 당선인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과 헝가리 저출산 정책 비교표 나 당선인은 '헝가리식 저출산 해법'에 대책도 법제화 과정에서 국내 현실에 맞게 일부 보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 당선인은 “우리 현실에서는 헝가리처럼 4000만원으로는 안 된다"면서 “GDP(국내총생산) 규모로 볼 때 2억원 정도를 금리 연 1%에 20년을 대출해주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재원 문제에 대해서는 “20년 만기 상품을 금융기관이 만들고 정부는 시중 금리인 5%의 차액인 4%를 부담해주는 것"이라며 “예산 추계를 해보면 12조∼16조원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20년 후 우리 정부 예산 규모를 생각했을 때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며 “지금 정부가 쏟아내는 정책을 보면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과격한 것 같다"고 부연했다. 나 당선인은 저출산 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으로 인구가족부를 신설하거나 현재의 여성가족부를 저출산고령사회위와 합쳐 인구여성가족부로 확대 개편하는 방안도 검토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밖에 일 가정 양립을 위해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 제도를 활성화하고 경력 단절을 최소화하는 형태로 육아휴직 제도의 획기적 전환을 마련하고 프랑스식 '등록 동거혼' 제도 도입에 대해서도 논의를 시작하자고 언급했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창간 35년] 저출생 담당 부처·수석 신설, 정책 구조조정 예고

저출생 문제 대응을 위한 부총리급 정부 부처와 대통령실 수석 신설이 추진되면서 관련 정책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올랐다. 특히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추진돼온 저출산 관련 예산 편성 및 집행과 실효성 없는 백화점식 정책들이 전면 재조정의 수술대에 오르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는 지난 2월 상근 부총리급 부위원장 임명 및 조직 확대 등 격상에도 정책 집행권과 예산권을 갖고 있지 않은 위원회 조직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라고 규정한 저출생 문제에 적극 대응하기엔 한계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23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와 대통령실은 저출생 문제 대응을 위한 정부 부처 및 대통령실 수석 신설 작업을 본격화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저출생수석실 설치 준비를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저출생대응기획부'(가칭)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직속 저고위 위원장은 대통령이며 실무를 책임지는 부위원장은 장관급이 맡아왔다. 지난 3월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부위원장을 상근직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또 법령과 규칙 전반을 인구 정책 관점에서 검토하기 위해 법령 해석과 입안의 최종 검토기관인 법체저장을 저고위 정부위원에 새롭게 포함했다.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교육부, 국토교통부, 여성가족부, 법체저장 등 8개 부처장이 저고위 정부위원이 됐다. 아울러 법제처 차장을 저고위 운영위원회 위원에 포함해 안건을 사전에 검토·조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저고위는 인구정책 컨트롤타워에도 불구하고 정책을 조정하는 제한된 기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평가였다. 서용석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위원회의 특성상 조직 및 기능을 확대한다 하더라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새롭게 신설되는 저출생부 장관은 부총리급의 상근직으로 사회부총리를 겸임할 방침이다. 복지부, 법무부, 기재부, 저고위, 여가부 등 각 부처 유관 부서의 기능·조직이 이관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 노동, 복지를 아우르는 정책을 수립하고 단순한 복지정책 차원을 넘어 국가 아젠다가 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부처를 신설하기 위해선 정부조직법을 개정이 필요하다. 저출생 문제를 관할할 부처 신설은 지난 4·10 총선에서 여야가 공통으로 내놓은 공약으로 공감대는 형성돼 있는 상태다. 국민의힘은 총선 공약으로 부총리급 인구부 신설을 약속했고 민주당 역시 저출생 관련 정책 수립·집행을 위한 인기위기대응부(가칭)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정이 적극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민주당이 원칙적으로 전향적 반응을 보이면서 일각에서는 여야가 조만간 협의체 구성 등을 통해 여야가 합의하는 실행 대책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여야 간 이견이 없다면 이르면 6월 임시국회를 열어 관련 입법 처리를 추진할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는 이번 저출생부 신설이 여성가족부 폐지 등에 연동되는 방안에는 부정적이어서 향후 논의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 교수는 “현재 당면하고 있는 인구구조 변화는 범정부적 차원에서 대응해야 할 중요한 환경변화이자 도전과제"라면서 “중장기 차원에서 종합적인 미래전략을 세우고 정책을 조정하고 지원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부·처·청에 분산된 인구정책을 통합하고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독립적이고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장관급 조직이 바람직하다"며 “부총리급 조직으로 신설해 인구위기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창간 35년 인터뷰] 서용석 교수 “개발·확장·성장 패러다임 벗어나야…법·제도·시스템 재설계 필요”

“인구구조 변화는 미래 대한민국을 새롭게 설계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기존의 개발, 확장, 성장이라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성숙한 사회로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된다는 전제로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등에 있어서 법과 제도, 시스템을 다시 설계해야 합니다." 서용석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26일로 창간 35년을 맞는 에너지경제신문과 지난 3일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서용석 교수는 우리나라의 대표 미래학자로 꼽히고 있다. 앨빈 토플러와 미래학 분야의 양대 산맥으로 평가받는 짐 데이터 교수의 한국인 제1호 제자이기도 하다.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에서 미래학개론과 미래사회 변화구조 등을 가르치고 있다. 정부의 각종 미래정책 수립 등에 참여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정책 자문을 활발히 펼쳐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밝힌 저출생 대응 관련 부총리급 정부 부처 신설 등 구상도 서 교수의 정책 제안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서 교수는 '인구전쟁 2045' 등 미래 관련 저서를 펴낸 바 있다. 현재 카이스트 국가미래전략기술 정책연구소장과 미래전략연구센터장 등을 맡아 과학기술에 기반한 다양한 미래를 조망하고 국가 차원의 미래 전략과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문술미래전략대학원은 지난 2013년 인류가 당면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미래전략 전문가 양성을 위해 설립됐다.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럽의 재정위기 심화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아세안(ASEAN) 국가 등 아시아의 주도적 역할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인류는 고령화, 빈부격차, 만성적 실업, 에너지 고갈, 환경오염, 기후변화, 물 부족 등의 문제에 직면해 범지구적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 변화하는 국제정세와 지구 환경 속에서 과학적 이론과 방법론에 근거한 미래전략 고급인력 양성이 절실한 상황이다. 다음은 서용석 교수와의 일문일답. ◇ “기술·기후·인구 등 구조적 변화 3대 動因과 플러스알파 '불확실성' 주목해야" - 미래학자가 보는 앞으로 우리나라 변화상이 남다를 것 같다. ▲ 기본적으로 미래연구는 변화에 대한 연구입니다. 대학원에서는 기본적으로 구조적 변화의 3대 동인(動因)에 더한 '플러스 알파'(+ α)에 주목하고 있다. 구조적 변화의 3개 동인은 기술, 기후, 인구다. 플러스 알파는 불확실성이다. 구조적 변화의 동인과 불확실성은 모든 나라에 해당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특히 이러한 변화들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불확실성에도 크게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적 변화들이 가져올 미래가 낙관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경제는 쪼그라들고 사회는 역동성을 잃어갈 것이다. 기후위기가 더욱 심화해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기술은 우리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 한정된 일자리를 놓고 경쟁과 격차는 더욱 심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는 원인으로는 기후위기로 인한 자연재해의 빈번한 발생, 초연결성의 확장, 파괴적 기술혁신으로 인한 의외성의 증가 등을 들 수가 있다. - 우리에게 닥칠 미래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 먼저 미래의 불확실성을 증가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 기상이변으로 인한 자연재해의 빈번한 발생이다. 자연재해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범위와 정도 또한 기존 재해의 규모를 뛰어넘고 있다. 불확실성 증가를 견인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은 전 지구적인 동기화 현상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의 통신·교통 기술의 발전은 전 지구를 1일 생활권으로 연결시키는 초(超)연결 시대를 열었다. 이 시대는 전 지구적인 동기화 현상을 가져왔다. 위기의 전파력도 높아졌다. 단일 지역이나 국가에서 변수를 통제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진 것이다. 우리가 현재 목도하고 있는 와해적 기술의 발전도 많은 의외성을 나타냈다. 어느 순간에 특이점에 도달했을 때 우리는 예상치 못한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그 어느 사회보다 급변하는 환경으로 인해 다양한 극단적 사건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자연재해나 인위적 재난은 대한민국이 직면할 수 있는,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극단적 사건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엄청난 폭우와 폭설, 강력한 태풍 등의 풍수해, 블랙아웃, 원전사고, 대지진, 백두산 폭발 등이 가져올 영향이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수 있는 재해나 재난이다. 자연재해 외에도 남북관계의 급변, 통일, 전쟁, 주한미군의 전면 철수 등은 비단 우리나라와 한반도 뿐만 아니라 동북아 지역 질서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일대 사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인구정책은 다른 정책과 달라…단기간 성과 집착 말고 중장기적으로 봐야" - 정부와 사회가 그간 오랫동안 많은 노력했는데도 왜 인구감소, 저출산 문제가 풀리지 않는가. ▲ 인구정책은 경제나 산업정책 등 다른 정책과 결이 많이 다르다. 저출산은 그 원인이 복잡하고 광범위할 뿐만 아니라 정책의 효과도 미미하고 성과도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는다. 중장기적으로 바라보면서 이뤄져야 될 부분이다. 특단의 대책이나 강력한 추진력으로 해결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저출산 대책 대부분이 고용, 주택, 교육 등의 구조적 원인에만 처방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구조적인 문제 외에도 개개인들이 갖고 있는 가치관의 변화와 심리적 요인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저출산과 관련해 우리 사회의 내러티브(어떤 사건 등의 인과관계를 설명하고 예측하는 서사)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돈이다. 결혼, 출산, 양육에는 많은 돈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기회비용도 포기해야 한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연금은 고갈되고 생산인구가 줄면서 경제도 축소된다는 등의 내러티브가 근간을 이루고 있다. 정부도 출산을 경제적 지원이나 경제적 가치로만 연결하는 인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 저출산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용이나 경제적 손실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는 내러티브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미디어가 바뀌어야 된다. 일부 프로그램을 보면 아이를 낳고 싶은 생각이 안 든다. 너무 극단적이고 과장된 면만 부각시키고 있다. 그런 프로그램들은 더 이상 콘텐츠를 만들거나 편성해서도 안 된다. 조금 다른 소통 채널을 통해 특화된 콘텐츠들을 만들어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런 쪽에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가족의 소중한 가치, 가족이 주는 행복 등으로 콘텐츠를 구성해서 사회의 내러티브가 바뀌어야 한다. ◇ “노동력 부족문제 우려 안돼…경제의 질 높일 수 있는 방안 고민해야" - 인구가 줄어들면 무엇보다 경제규모가 작아지고 결국 구성원들이 먹고 살기 어려워지는 것 아닌가. ▲ 노동력 부족 문제가 크게 우려되지는 않는다. 생산가능인구의 축소는 1인당 생산성 향상, 여성 인력이나 고령자들의 경제사회활동 참여 증진, 적극적인 기술 활용 등으로 일정 부분 만회할 수 있다. 기술의 경우 일자리를 대체한다기보다는 오히려 사람과 협업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해서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가자는 것이다. 다만 문제는 소비할 수 있는 인구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소비력이 감소하면 기업의 매출과 이익은 줄어들 것이다. 정부의 세수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전반적으로 경제 자체가 쪼그라들 것이다. 결국 내수보다는 해외 수출에 더욱 의존적인 경제가 될 수도 있다. 비록 경제 규모는 작아지더라도 경제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우리 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이동해야 한다. 스위스 같은 경우 인구는 적지만 엄청난 산업을 갖고 있다. 고부가가치 산업을 집중적으로 발전시킨다면 사람은 줄어들더라도 오히려 경제 규모는 커질 수 있고 1인당 생산성도 높아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구성원들이 보다 윤택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의견이다. ◇ “수도권 과도한 집중은 결국 경쟁 격화시켜…출산율에도 나쁜 영향을 미쳐" - 인구감소는 수도권·지방 간 격차를 더 벌어지게 하는 문제도 불러올텐데. ▲ 수도권으로의 과도한 인구 집중은 결국 경쟁을 격화시켜 출산율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게 된다. 서울의 합계출산율(0.53)이 전국 평균(0.72)보다 낮은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지방의 경우는 이미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고령화율이 40%가 넘어간 지역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결국 일부 지역은 인구 소멸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콤팩트 시티, 광역행정구역 개편 등에 논의가 하루빨리 진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지역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재고해야 한다. 지금도 지역에는 사람과 차가 다니지 않는 도로가 많다. 기존에 있던 버스 노선, 철도역 등이 사라지고 있다. 앞으로는 새로운 인프라에 대한 투자보다는 기존 인프라의 유지·관리·보수에 들어가는 비용이 훨씬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연금개혁 관련 국민토론·공론화 보며 본격적인 세대 간 갈등은 지금부터 시작이라 생각" - 인구 감소 대책·정책을 놓고 세대 간 갈등이나 대립 조짐도 보이는데. ▲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속도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동시에 고령화의 사회적 영향은 이제 부분적으로 감지되는 단계이다. 고령화로 인한 사회 갈등은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제도 효과에서 주로 연유한다. 제도 효과란 인구구조의 변화로 기존 제도나 정책이 변화되었거나 새로운 제도 및 정책 도입으로 나타나는 영향이다. 연금개혁, 대학구조조정, 교원공급 조정, 정년연장, 임금피크제 등이 그 사례다.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직장, 국가의 각 사회 영역의 제도 변화 과정, 예컨대 가치나 규범, 분배구조, 권력구조의 변화를 겪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의 상충과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고령화의 현 단계에서 고령화의 미래에 대한 우려는 많으나 제도적 파급성은 아직 크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향후 진행되는 압축적 고령화는 여러 사회 영역에서 높은 수준의 제도적 재배열을 가져올 것으로 예측된다. 이 과정에서 집단 간 이해관계의 상충이 빈발하는 상황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 세대 간 갈등이나 대립은 앞으로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 것 같나. ▲ 최근에 연금개혁과 관련해 진행되고 있는 국민토론이나 공론화를 지켜보면서 본격적인 세대 간 갈등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특정 세대가 다른 세대로 인해서 자신들 세대가 손해를 보거나 희생한다고 생각하면 사회의 분배체계에 대한 사회적 불만과 이의가 확산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세대 간 자원분배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와 사회체계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하며 세대 간 형평성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다른 연령 세대에 공격적 태도를 보이게 될 것이다. 특정 집단의 불만이나 항의가 정치적으로나 조직적으로 형성되면 세대를 중심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려 한다. 새로운 정치적 조직체를 만들거나 집합행동을 도모하며 정치적 동원을 시도하게 될 것이다. ◇ “인구감소·고령화 전제로 정치·경제·사회·교육 등 법·제도·시스템 다시 설계해야" - 인구구조가 바뀌면 시회 전반의 패러다임도 달라지지 않겠나. ▲ 기본적인 전제부터 바뀌어야 한다. 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된다는 전제로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등에 있어서 법과 제도, 시스템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현행 연금제도가 대표적이다. 지금의 연금제도는 인구가 증가하고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한다는 전제하에 만들어진 제도다. 저출산 뿐만 아니라 고령화도 우리가 무시 못할 엄청난 쓰나미로 다가올 것이다. 일단 65세 이상을 고령자로 볼 때 그 인구가 조만간 30~40%를 넘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85세 이상 초고령자들이 이제껏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엄청난 숫자로 급증할 것이다. 결국은 돌봄에 대한 수요가 엄청나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정부 혼자서 저출산이나 고령화로 인해 발생하는 돌봄 수요을 모두 감당할 수 없다. 이는 지속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결국 커뮤니티로 구성된 지역사회가 일부 담당을 해야 된다. ◇ “돌봄공동체 일원으로 기업 역할 매우 중요…인력 아닌 인재 양성에 집중" - 인구감소를 막기 위해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민간의 적극적인 역할도 필요할 것 같다. ▲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있다. 돌봄 공동체 일원으로서의 기업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출산과 양육, 돌봄 휴가와 휴직을 장려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휴가나 휴직으로 인한 인력 공백에 대한 동료들의 업무 부담에 대해 인센티브 제공이나 인사고과 혜택 등이 필요하다. 아울러 기업은 인력이 아닌 인재 양성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작년에 23만명의 아이들이 태어났다. 이 아이들이 가진 각자의 재능을 발굴해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유능한 인재로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들이 고령자나 여성 등의 재교육과 재취업 틀을 탄탄하게 만들어 유휴 인력을 활용하고 인간과 기계와의 협업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도모한다면 인구위기 극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 구체적인 방안 중 하나로 기업 내외부에 학습 플랫폼을 구현해 평생학습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근로자들이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인구구조 변화 새롭게 설계할 중요한 기회…기존 패러다임 벗어나 성숙사회로 도약해야" - 연구하신 우리나라 미래전략 청사진을 듣고 싶다. ▲ 인구구조 변화는 미래 대한민국을 새롭게 설계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기존의 개발, 확장, 성장이라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성숙한 사회로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성숙한 사회란 신뢰와 상호 호혜를 바탕으로 공평한 자원 배분이 이루어지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특히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 간의 공평한 자원 배분을 의미하는 세대 간 정의가 실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미래세대란 현재 세대의 결정과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만 아직 태어나지 않았거나 미성년인 관계로 그들의 권익을 현실 정치나 정책에 반영할 수 없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현재 세대의 누군가가 이들의 권익을 대변해주고 또 세대 간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정치구조가 새롭게 제시되어야 한다. 이번 22대 국회에서는 이러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대담 = 구동본 정치경제부장/부국장 정리 = 김종환 기자, 사진=유병욱 기자 ■ 서용석 교수 프로필(약력) △1969년 대전 출생 △서울 현대고 졸업 △미국 오클라호마 주립대 사학 학사 △일본 히토츠바시대학 대학원 법학 석사 △미국 하와이대학 대학원 정치학 박사 △KT경제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현) △시니어비즈니스학회 회장(현) 김종환 기자 axkj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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