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그룹 주요 계열사가 고려아연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10%를 넘어서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2년여 기간 동안 영풍그룹의 최대주주인 장씨 일가와 고려아연을 경영하는 최씨 일가의 지분 다툼이 발생하면서 매출 의존도가 크게 줄었음에도 더 이상 낮추기가 어려운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고려아연 측에서 영풍그룹 주요 계열사에 대한 매출 의존도는 1%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산업권에서는 고려아연에는 영풍그룹이 필요 없어 독립을 꿈꾸지만, 영풍그룹에는 고려아연이 필요해 놓아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19일 영풍그룹의 지주사인 ㈜영풍과 주요 계열사인 영풍정밀의 지난해 고려아연향(向) 매출액 규모는 각각 2175억원과 151억원으로 합계 2326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영풍과 영풍정밀의 전체 매출액(별도 기준)이 1조5467억원과 1387억원임을 감안하면 매출에서 고려아연이 차지하는 비중(의존도)은 14.06%와 10.89%에 달한다. 이는 영풍그룹 내부에서 고려아연이 차지하는 역할이 매우 큰 탓이다. 영풍그룹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1949년 설립한 영풍기업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후 장씨 가문은 ㈜영풍을, 최씨 가문은 1974년 자매회사로 설립된 고려아연을 각각 경영하면서 재계에서 흔치 않은 '한 지붕 두 가족' 경영 체제를 유지해왔다. 이후 고려아연은 ㈜영풍과 함께 연·아연 제련과 정련 사업을 영위하면서 서로 시너지를 발생한 결과 영풍그룹 매출의 70% 가량을 혼자서 담당하는 주력 계열사로 발돋움했다. 이렇다보니 유사한 사업을 영위하는 ㈜영풍과 제·정련에 필요한 유압 밸브 등 정밀기계 부품을 제조하는 영풍정밀의 주요 고객으로도 자리매김했다. ㈜영풍과 영풍정밀은 최근 몇 년 동안 고려아연에 대한 매출액 의존도를 최대한 줄이려 한 것으로 보인다. 최윤범 회장이 고라아연 대표로 취임한 2022년 전후부터 영풍그룹을 지배하는 장씨 일가와 고려아연을 경영하는 최씨 일가의 지분 다툼이 발생하면서 공고했던 영풍그룹 주요 계열사와 고려아연의 협력 관계에 금이 간 탓이다. 실제 지난 2020년 ㈜영풍과 영풍정밀의 고려아연 매출 의존도는 각각 25.98%와 17.07%로 지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었다. 특히 ㈜영풍의 경우 2020년 3204억원 수준이었던 고려아연향 매출액 규모를 지난해 2175억원으로 32.12%나 줄이기도 했다. 다만 이 같은 의존도 줄이기도 한계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큰 폭으로 매출 의존도를 줄였던 2021년에 비해서 2022년과 지난해로 시간이 지날수록 비중 줄이기 성과가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고려아연과 협력해 왔기에 당장 의존도를 줄이기가 어려운 상황으로 풀이된다. 반면 고려아연은 스스로가 지분을 더 많이 보유한 알란텀, 한국전구체 등을 제외하고 영풍그룹 계열사를 통해 발생하는 매출액은 최근 4년 동안 150억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기간 고려아연의 연간 매출액이 5조~8조원 규모였음을 감안하면 영풍그룹 의존도는 0.2%에 불과한 수준이다. 산업권에서는 계열사 의존도만 살펴보더라도 영풍그룹은 고려아연이 필요하지만 고려아연은 영풍그룹이 필요치 않다는 진단이 나온다. 최씨 일가가 고려아연의 독자경영을 시도하고 영풍그룹의 장씨 일가가 이를 필사적으로 저지하려는 이유가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내부 의존도만 살펴보더라도 최씨 일가가 독자경영을, 장씨 일가가 그에 반대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오랫동안 유지했던 '한지붕 두가족' 체제에 최근 본격적인 균열이 발생한 만큼 앞으로 양측의 공방이 치열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