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 이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으로 이전 상장한 종목들이 주가 하락세를 겪고 있다. 코스피 이전이 주가 상승의 지름길로 통했던 과거와 달리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 등 주가 흐름에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양상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년 새 코스닥 시장에서 코스피로 이전한 상장사 5곳 중 4곳이 이전 상장 당일 대비 주가가 하락했다. 지난해 4월19일 코스피로 이전 상장한 SK오션플랜트는 이전 상장일 대비 주가가 40.4% 떨어졌다. 이전 상장 당일 종가가 2만1800원이었으나 지난달 29일 1만2990원까지 하락했다. 같은 해 6월에 이전 상장한 비에이치 역시 2만7900원이던 주가가 1만7070원으로 38.8%가 빠졌다. 올해 첫 코스피 이전 상장 종목에 이름을 올린 포스코DX와 엘앤에프도 주가가 각각 22.3%, 17.4% 하락했다. 포스코그룹 계열사인 포스코DX는 이전 상장 기대감에 지난해 말 주가가 6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지난해 12월20일 5만1600원이던 주가는 같은 해 12월28일 7만420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코스피로 이전한 이후 주가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5만4100원까지 내려갔다. 엘앤에프 주가도 이전 상장 직전 20만원을 돌파하는 등 급등했으나 올해 들어 이차전지 종목의 부진 속에 16만원선까지 밀렸다. 최근 1년 내 코스피로 이전 상장한 종목 중 NICE평가정보만 유일하게 이전 상장일 대비 주가가 소폭 올랐다. 이전 상장일인 지난해 8월8일 1만560원이었던 주가는 지난달 29일 1만700원에 마감하며 1.3% 상승했다. 통상 코스피 이전 상장은 자금 유입 증가 등의 이유로 호재로 작용해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코스피 이전 상장 후 코스피200에 편입될 경우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 유입 등으로 자금 조달 규모가 커지기 때문이다. 또 코스닥 대비 상대적으로 기업 인지도가 높아져 기업 가치 제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코스피 이전 상장 종목들에는 이전 상장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공식이 적용되지 않는 추세다. 오히려 이전 상장을 추진 중인 시점에만 단기적으로 주가가 반짝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코스피 이전 상장 추진 소식을 발표한 에코프로비엠도 마찬가지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달 27일 이사회를 열고 코스피 상장을 위해 코스닥 상장폐지를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오는 26일 주주총회에서 코스피 이전 상장 안건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공시 다음날인 지난달 28일과 29일 2거래일 만에 12.7% 급등했다. 김장우 에코프로비엠 부사장은 지난달 7일 열린 실적발표회에서 “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 시 코스피200 편입 등에 따른 패시브 자금(지수 추종 자금)의 유입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전 상장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전 상장 기대감에 급등할 수 있으나 주가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이전 상장 등 단기 이슈보다는 기업의 펀더멘털이라고 분석했다. 전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의 경우 코스피 이전 상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단기 주가 변동성이 클 수 있으나 수급 이벤트 종료 시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매출 성장과 장기 수익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대표주들의 코스피 이전 상장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며 “단기적인 프레임에서는 이전 상장에 따른 수급 이슈가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주가는 수급보다는 펀더멘털 요소를 따라가게 돼 있기 때문에 이전 상장 등 수급 이슈에만 매몰되지 않는 균형 잡힌 스탠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기령 기자 giryeo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