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코스피가 전장 대비 234.64p(8.77%) 내린 2,441.55에 마쳐 역대 최대 하락한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직전 최대는 종가 기준 2020년 3월 19일(133.56p 하락), 장중 기준 2011년 8월 9일(184.77p 하락)이었다. 하락률로는 2008년 10월 24일(-10.57%) 이후 16년 만에 최대다. 지수는 전장보다 64.89p(2.42%) 내린 2611.30으로 출발해 가파르게 낙폭을 키웠다. 급기야 이날 오후 2시 14분께 8% 넘게 내리며 유가증권시장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했다. 이로 인해 거래가 20분간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거래 재개 직후에는 코스피 지수가 10% 넘게 내리면서 잠시 2400선이 붕괴됐다. 이날 코스피 최저치는 282.23p(10.81%) 내린 2386.96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924개 종목이 내렸고, 11개 종목이 올랐다. 코스피 종목 중 98% 주가가 흘러내린 것이다. 이는 하루 기준 역대 최대 하락 종목 수다. 코스닥지수도 이날 전장 대비 88.05p(11.3%) 하락한 691.28에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장 초반 전장 대비 1.77% 내린 765.57로 출발해 폭락을 거듭했다. 코스닥 시장에도 이날 오후 1시 56분께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국내 증시에서 서킷브레이커 발동은 2020년 3월 19일 이후 4년 5개월 만이다. 당시에도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서킷브레이커가 동시 발동됐다. 제도가 도입 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사상 여섯 번째, 코스닥시장에서는 열 번째다. 이날은 코스피와 코스닥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시(사이드카)도 2020년 3월 23일 이후 4년 4개월여 만에 동시 발동했다. 이날 코스피 시가총액은 1997조 7450억원으로 하루 만에 약 192조원이 증발했다. 시총 2000조원이 깨진 것은 2024년 1월 22일 이후 196일 만이다. 코스닥시장 시가총액은 338조 4265억원으로 하루 동안 약 43조원이 날아갔다. 양 시장 시총을 합치면 이날 주가 폭락으로 235조원이 증발한 셈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 5282억원, 기관은 2696억원 순매도했지만, 개인은 1조 6961억원 매수 우위였다. 이는 외국인 최대 순매도액으로, 2022년 1월 27일 1조 7141억원 순매도 이후 약 2년 6개월 만에 기록을 갈아치웠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외국인과 5472억원, 기관이 1178억원 매수 우위였고, 개인은 6785억원 순매도를 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 '엑소더스'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내 증시가 연중 고점을 찍은 뒤 하락하기 시작한 지난달 12일부터 이날까지 외국인은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에서 총 3조 555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는 같은 기간 기관 순매도액인 1조 400억원 3배가 넘는 규모다. 개인이 4조 8380억원을 순매수했음에도 지수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상승장도, 하락장도 외국인이 결정짓는 모양새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상반기 외국인 국내 상장주식 순매수액은 22조 9000억원이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88년 이후 최고치로, 이전 최대치인 2004년 상반기 12조 2400억원에 비해서도 2배 가까운 규모다. 매도세가 확대된 것은 유동성 환경이 악화되기 시작한 7월 중순 이후부터다. 구체적 요인으로는 미국 빅테크 주가 조정과 경기침체 우려 확산, 엔화 절상에 따른 엔 캐리 트레이드(엔화를 저리로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 청산 본격화 등이 꼽힌다. 아울러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된 이후 악화일로인 중동 사태, 버크셔 해서웨이의 애플 지분 축소, 엔비디아 신제품 설계 결함설 등 다수 악재가 한 번에 겹쳤다. 그러나 이런 외국인 투매가 악재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단기적 현상으로 장기화하진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여전히 우세하다. 이날 국내 증시는 지난주 이틀 연속 급락한 뉴욕증시 흐름을 따라갔지만, 미국 상황과 비교하면 낙폭이 과대했다. 지난주 말(2일)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5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84%, 나스닥지수는 2.43% 내렸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3.6원 오른 1374.8원에 거래됐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200위권 대형주는 모두 내렸다. 삼성전자는 전장 대비 10.3% 급락한 7만 1400원에 마감했다. 2008년 10월 24일(13.76%) 이후 16년 만에 최대 하락률이다. SK하이닉스(-9.87%), LG에너지솔루션(-4.17%), 현대차(-8.2%), 기아(10.08%), KB금융(-7.69%), 신한지주(-7.53%), PSOCO홀딩스(-11.78%), HD현대중공업(-11.0%) 등이 맥없이 하락했다. 업종별로는 의료정밀(-11.85%), 기계(-11.1%), 화학(-10.67%), 철강및금속(-10.13%), 섬유의복(-10.07%), 제조업(-9.18%) 등 모든 업종이 하락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에코프로비엠(-11.30%), 알테오젠(-11.36%), 에코프로(-11.07%), HLB(-4.69%), 삼천당제약(-14.99%), 엔켐(-11.03%), 셀트리온제약(-13.72%), 휴젤(-10.4%), 실리콘투(-13.79%) 등 시총 상위 종목이 10% 넘게 내렸다. 안효건 기자 hg3to8@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