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CGV가 국내 극장 최초로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영화 '엠호텔'을 상영관에 올렸다. 국내외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 영화 제작에 AI를 활용한 것을 두고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엠호텔'이 영화산업의 미래를 보여주리라는 기대감에 개봉 첫날인 11일 직접 관람의 기회를 얻었다. '엠호텔'의 상영시간은 단 6분 31초. CGV는 관람료를 1000원으로 책정했고, 관람객에게 선착순으로 탄산음료 무료 교환권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열었다. 상영시작 10분 전쯤 발권을 마치고 탄산음료를 교환해 상영관에 입장했다. 평일이고, AI영화의 홍보가 적은 탓에 관객은 기자 혼자였다. 7분이 채 안 되는 영화를 보기 위해 10분 넘게 상영 전 광고를 봐야하는 아이러니 상황에도 '영화의 미래'를 보겠다는 기대감으로 견딜 수 있었다. 영화 '엠호텔'은 평생 신세 한탄만 하던 노숙자가 호텔 열쇠를 우연히 줍게 되며 펼쳐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다룬다. 베니스 AI 국제 필름 어워드, 칸느 월드 필름 페스티벌, 뉴욕 AMT 필름 페스티벌 등 유수의 국제 AI 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았고, 최근에는 '부산국제인공지능영화제(BIAIF)' 상영작으로도 초청됐다. CJ ENM이 제작을 맡아, 영화의 이미지와 영상, 사운드 등 영화 속 모든 장면을 생성형 AI로 구현했다. CJ ENM에 따르면 영화의 스토리 개발부터 제작 실무까지 AI 관련 연구개발(R&D)를 전담하는 AI사업 추진팀 소속 4명의 전문가가 한 달 만에 만들었다. 영화 제작에 활용된 솔루션만 10개 이상, CJ ENM은 자체적인 솔루션 최적화 작업에도 공을 들였다. 실제 영화는 등장인물의 피부와 디테일한 표정, 섬세한 모션을 표현하는 데 주력한 듯 했지만, 실제 배우들이 연기해 감독이 연출한 작품과 비교군으로 묶기에는 아쉬움이 컸다. 오히려 대작 게임의 시네마틱 영상과 비교하는 편이 적당해 보였다. 또한, 등장인물이 주름이 너무 과도하게 표현됐다는 느낌, 기대보다 단촐하게 표현된 배경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애당초 AI로 한 달 만에 만든 영화와 수백여 명의 배우와 스태프들이 몇 달을 고생해 만든 영화를 비교하려고 했던 것 자체가 경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더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AI 기술로 영화 시장에서 기회를 찾기를 바란다"는 엔딩 크레딧은 꽤 인상적이었다. 영화 투자업계 관계자는 “AI로 영화를 만든다는 게 말로는 간단해보이지만, 리소스(resource)가 굉장히 많이 들어가서 생각보다 제작비가 많이 든다"며 “AI 영화가 산업의 '미래'일지는 몰라도 당장 다가온 '현실'이라 보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CGV 관계자는 “AI 영화 상영은 극장의 실적 상승을 위해서라기보다는 관객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며 “이번 AI 영화 상영을 CGV의 새로운 도전이라고 봐 달라"고 말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