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소주 소비 감소와 대기업 주류사 공세 강화로 지역기반 시장마저 위협받고 있는 지방소주사들이 '각자도생'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20일 소주업계에 따르면, 최근 충청권 주류기업 맥키스컴퍼니는 '선양소주'로 사명 변경을 단행했다. 상호를 옛 이름 '선양'으로 11년만에 복원해 소주회사의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한 조치다. 1973년 충청 일대 33개 소주회사가 모여 설립된 금관소주가 모태인 이 회사는 이듬해 선양주조, 2013년 맥키스컴퍼니로 상호를 변경했다. 사명 교체를 계기로 올해 주력 브랜드인 '선양' 띄우기도 본격화한다. 이를 위해 동남아시아 시장 개척을 위한 교두보로 미얀마에서 주류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구체적인 공장 규모 등은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연내 가동한다는 목표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호주에 이어 올 2월 필리핀까지 빠르게 선양소주 수출국을 넓혀온 상황에서 추후 공장 운영 시 생산능력 확보로 수출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업계 분석이다. 지난해 3월 출시된 선양소주는 국내 최저도수(14.9도)를 표방한 제로 슈거(Zero Sugar) 소주다. 1973년 설립된 부산·경남권 소주업체 '무학'은 사업 다각화를 서두르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무학은 오는 27일 열릴 정기주주총회에서 목적 사업 추가를 골자로 한 '정관변경에 관한 건'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신규사업 목적에는 △맥주·과실주·기타발효제품 및 부산물의 제조 판매업 △안주류의 개발·제조·가공·판매 및 로열티 사업 등 주류 관련 사업 등이 포함됐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주류 사업과 무관한 내용이 신규사업 목적에 추가된 점이다. 수출입 및 수출입품 판매업을 포함해 △판매대행 및 마케팅 서비스업 △연쇄점의 개발교육, 홍보, 기술 지도 및 경영자금의 알선업 △창고업 △무형재산권 임대업 등이다. 변경 목적과 관련해 “사업 영역 확대 목적"이라는 것이 회사의 입장이다. 1950년 탄생한 광주·전남권 주류업체 보해양조도 제품 포트폴리오 개편에 주력하고 있다. '매취순 10년' 등 원가율 대비 생산성이 떨어지는 상품을 단종시키되 틈새시장 공략을 위한 신제품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최근 특허청에 '보해반주'라는 상표를 등록하고 매실주·과실주 등 과실주를 지정 상표로 정하는 등 신제품 공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지방소주사들이 신성장동력 마련에 분주한 배경은 주류 트렌드 변화로 소주 수요가 줄면서 시장 규모가 위축된 탓이다. 2022년 일상회복 뒤 유흥시장 부활과 함께 시장 반등에 성공했으나 1년 만에 하락세로 꺾인 것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브랜드별 소매점 매출 기준 전국 희석식 소주 시장 규모는 2조3516억원으로 전년보다 5.39% 줄었다. 그나마도 전체 시장의 약 77%를 주류 대기업인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가 양분하는 실정이다. 이들 업체 뒤로 상위 10권에 이름을 올린 선양소주(오투린)·무학(좋은데이)·보해양조(잎새주)·금복주(맛있는참)·대선주조(대선, 시원) 등 지역 주업체들은 각각 한 자릿수 점유율에 그쳤다. 지방소주사들이 생존 방안을 찾기 시작한 지는 오래다. 1976년 도입된 '자도주 구입 의무제도'가 1996년 폐지되면서 각자도생의 길을 걷게 됐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지역 주류도매상이 해당 지역 주류의 50%를 구매토록 하는 것으로, 폭발적인 인구 성장을 겪은 하이트진로(당시 진로) 등 서울권 업체에게도 호재였다 다만, 제도 폐지 뒤 무한경쟁체제로 전환된 이래 막대한 자본과 입지를 구축한 대기업소주사에 밀려 사면초가에 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각에선 오랜 업력의 지방소주사가 지역경제의 한 축을 담당해온 만큼 이들 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커다란 인력 규모와 프로모션 공세를 퍼붓는 주류 대기업과 경쟁하기에 지역 주류업체가 승기를 잡기는 힘든 실정"이라며 “경기 침체 때 소주 수요가 더 늘어난다는데 위스키 등 프리미엄 술 열풍으로 이마저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