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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강현창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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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 회장, 1분기 주식재산 45% 급증

한화 김승연 회장의 주식재산이 올해 1분기에만 45% 넘게 증가했다. 반면 국내 주요 그룹 총수 43명의 전체 주식재산은 총 1810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가치가 상승한 총수도 다수 있었지만, 상당수는 오히려 하락세를 기록하며 명암이 갈렸다. 한국CXO연구소는 9일 '2025년 1분기 주요 그룹 총수 주식평가액 변동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기업집단 총수 가운데, 3월 말 기준 상장사 주식평가액이 1000억원을 넘는 4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주식 보유 방식은 상장사 직접 보유뿐 아니라 비상장사를 통해 우회적으로 보유한 지분까지 포함했다. 43명 총수의 주식재산은 올해 1월 초 57조9212억원이었으나, 3월 말에는 57조7401억원으로 줄었다. 감소 규모는 1810억원으로 하락률은 0.3% 수준이다. 주식평가액이 상승한 총수는 27명이었고, 하락한 총수는 16명이었다. 1분기 중 가장 높은 주식재산 증가율을 기록한 인물은 한화 김승연 회장이었다. 김 회장은 5175억원에서 7552억원으로 2376억원 이상 증가하며 45.9% 상승률을 보였다. 한화 보통주 주가가 2만7050원에서 4만950원으로 3개월 새 51.4% 급등한 것이 주된 요인이었다. 김 회장은 오는 4월 30일 보유 중인 한화 보통주 약 848만8970주를 세 자녀에게 증여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이외에도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39.3%↑),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35.6%↑), 이순형 세아 회장(33.9%↑) 등도 주식재산이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명예회장은 ㈜코오롱 주가 상승 영향으로 주식가치가 1474억원에서 2054억원으로 580억원 이상 늘었다. 박 회장은 1815억원에서 2461억원으로, 이 회장은 1357억원에서 1816억원으로 각각 증가했다. 총액 기준으로 주식재산이 가장 많이 증가한 총수는 하이브 방시혁 의장이었다. 방 의장의 주식가치는 2조5816억원에서 3조971억원으로 5155억원 늘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같은 기간 11조9099억원에서 12조2312억원으로 3213억원 증가해, 조사 대상 총수 중 유일하게 주식재산 10조원을 넘긴 인물로 확인됐다. 반면 주식가치가 크게 하락한 총수들도 다수 있었다.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한 인물은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이었다. 서 회장은 1월 초 10조4309억원이었던 주식재산이 3월 말에는 9조7770억원으로 줄며 6537억원 감소했다. 셀트리온 보통주 주가가 18만300원에서 16만9000원으로 하락한 영향이 컸다. 이로 인해 서 회장은 '10조 클럽'에서 탈락했다. 넷마블 방준혁 의장도 같은 기간 1조489억원에서 8115억원으로 2373억원(22.6%) 감소하며 '1조 클럽' 밖으로 밀려났다. 방 의장은 넷마블 주식 2072만9472주를 보유 중이지만, 1주당 주가가 5만600원에서 3만9150원으로 하락하면서 주식가치가 크게 줄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4조2912억원에서 3조7982억원으로 4930억원 줄었고, 정몽준 HD현대 아산재단 이사장도 1조7985억원에서 1조5233억원으로 2752억원 감소했다. 이밖에도 장형진 영풍 고문(18.6%↓),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12.6%↓), 구광모 LG 회장(10.5%↓) 등도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3월 말 기준 주식재산 1조원 이상을 보유한 총수는 15명으로, 올해 초보다 1명 줄었다. 주식가치 상위권은 △1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12조2312억원) △2위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9조7770억원) △3위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4조1249억원) △4위 정의선 현대차 회장(3조7982억원) △5위 방시혁 하이브 의장(3조971억원) 순이었다. 이외에도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2조6334억원), 최태원 SK 회장(1조6851억원), 구광모 LG 회장(1조6212억원) 등도 '1조 클럽'에 포함됐다. 이번 조사에서 제외됐지만 메리츠금융지주 조정호 회장은 3월 말 기준 주식평가액이 11조9152억원으로, 이재용 회장에 이어 국내 2위 주식부자로 나타났다. 조 회장은 공정위가 지정한 대기업집단의 '공식 총수'가 아니기 때문에 이번 그룹 총수 대상 조사에서는 제외됐다. 한국CXO연구소는 이번 조사가 상장사 주식을 직접 보유한 지분뿐 아니라, 비상장사를 통해 우회 보유한 지분까지 포함한 것이며, 이러한 조사 방식에 따라 주식평가액과 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지난해 국내 시장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던 상황에서 그룹 총수들이 보유한 140여 개 주식종목 중 올해 1분기에 주가가 오른 곳이 내린 곳보다 다소 많았지만, 눈에 띌만한 증가세는 아니었다"며 “올 2분기부터는 미국의 관세 정책과 미중 갈등 등의 여파로 국내 주식시장도 침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롯데지주 CP 조달 1조 한숨 돌렸지만…단기 자금 의존 심화

롯데지주가 기업어음(CP)을 통한 자금 조달을 대폭 늘리며, 차입금의 만기구조가 급속도로 단기화되고 있다. 올해 들어 CP 순발행 규모만 8600억원에 달하며, 지난해 말 발행한 장기물까지 포함하면 전체 CP 잔액은 1조원에 육박한다. 신용등급 하향 압력으로 공모 회사채 시장 접근이 어려워지면서, 단기성 자금으로 유동성을 충당하는 구조가 뚜렷해진 셈이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롯데지주는 매달 대규모 CP 발행을 이어가고 있다. 1월 600억원, 2월 3500억원, 4월 들어 다시 4500억원 규모 CP를 신규 발행했다. 이 중 4월에 발행분은 은행매입약정한도가 체결되어 있는 CP로서 3개월 단위로 차환발행하는 은행차입금의 성격이다. 3월에는 분기 말 부채비율 관리를 위해 발행을 일시 중단했지만, 2분기 시작과 동시에 조달이 재개됐다는 분석이다. 현재까지 올 들어 CP 순발행 규모는 8600억원 수준이며, 여기에 지난해 말 발행된 장기 CP 약 1200억원까지 포함하면 전체 발행잔액은 9800억원 규모다. 이 중 이번 분기에만 5100억원의 만기가 집중되어 있으며, 이달 3000억원, 다음달 2100억원의 상환이 예정돼 있다. 반면, 롯데지주의 지난해 말 별도 기준 현금성 자산은 약 2000억원에 불과해 지속적인 상환 부담과 맞물려 단기 유동성 대응 여력이 불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신증권 등에 따르면 올해 2~4월 기준 91일물 CP 평균 금리는 3.2%대에서 2.9%대까지 하락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AA- 등급 회사채 금리도 함께 하락했지만, 롯데지주는 등급 민감도가 낮고 진입장벽이 낮은 CP 시장을 선택했다. 현재 금리를 기준으로 할 때 롯데지주의 연간 이자비용은 약 276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는 CP 조달의 단기성 구조로 인해 상환·재발행이 반복될 경우 계속해서 누적될 수 있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롯데 측은 상환이나 이자가 부담되더라도 조달의 안정성을 택한 것이다. 통상 롯데지주는 매년 초 공모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금리가 하락하는 중에도 회사채 시장을 찾지 않았다. 그 배경에는 단순한 금리 조건이 아니라, 신용등급 하향 압력이라는 보다 구조적인 리스크 요인이 자리한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지난해 6월 롯데지주의 신용등급(AA-)에 대해 일제히 '부정적' 아웃룩을 부여한 바 있다. 정기평가 결과에 따라 A+로 한 노치 강등될 경우, 시장의 평가는 급변하게 된다. AA-와 A+는 단지 1등급 차이지만 시장에서는 각각 우량등급과 비우량등급으로 간주되며, 투자 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크다. 롯데지주뿐 아니라 그룹 계열사 전반의 신용도 악화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롯데케미칼은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되었으며, 롯데건설도 '부정적' 등급을 유지 중이다. 이는 그룹 전체의 조달 여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규모 투자 부담을 안고 있는 화학·건설 계열사들의 신용 리스크가 지주사의 등급 평가에도 반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신용 리스크는 회사채 발행 실패 가능성으로 이어질 확률이 크다. 투자자들은 수익률보다 신용불확실성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실제 발행 자체가 성사되지 않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롯데지주는 등급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CP 시장을 통한 조달로 방향을 틀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CP는 구조적으로 만기가 짧은 단기자금이라는 점이다. 회사채가 보통 2~3년 이상의 장기물인데 반해, CP는 3개월~1년 내외의 만기로 발행되기 때문에 수시로 롤오버(차환)가 필요하다. 자금시장이 경색되거나 신용이슈가 부각될 경우, 리파이낸싱 리스크가 곧바로 현실화될 수 있다. 여기에 롯데지주는 지난 2월 말 34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CP로 상환했고, 최근에는 자회사 롯데글로벌로지스와 관련한 유상보전 리스크도 떠안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IPO를 추진 중이지만, 2017년 프리IPO 대비 기업가치가 크게 하락하면서 에이치프라이빗에쿼티 등 FI에 최대 2931억원 규모의 차액 보전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주주 간 계약에 따라 이 중 상당액을 롯데지주와 호텔롯데가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CP는 빠르게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대규모로 운용되면 만기 집중도가 커져 리스크로 작용한다"며 “최근처럼 금리 자체는 낮은 시기라도, 그룹 차원의 현금흐름 약화와 맞물릴 경우 유동성 압박은 현실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29억 체납에 795억 주식 압류된 류광지 금양 회장

류광지 금양 회장이 보유 중인 금양 주식 중 액수로 약 800억원에 가까운 지분이 부산진구청에 의해 압류된 사실이 확인됐다. 체납 사유는 지방세 미납이다. 확인된 체납액에 비해 상당히 큰 규모의 주식이 압류됐다. 금양의 주식이 현재 거래 정지 상황이라는 점이 압류 규모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주식 압류로 류 회장은 회사의 지배력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점쳐진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3월 25일 부산진구청은 류광지 회장이 보유한 금양 주식 803만1103주를 압류했다. 이 주식은 전체 발행주식의 약 12.5%에 해당하며, 거래정지 직전 주가(주당 9900원)를 기준으로 약 795억 원에 달하는 규모다. 금양 측에 따르면 류 회장은 현재 국세 314억원과 지방세 29억원을 체납 중이다. 이번 주식 압류는 지방세 체납에 따른 것이다. 국세징수법 제53조는 원칙적으로 체납액을 기준으로 압류하되, 국세보다 우선하는 담보권 등이 설정돼 징수가 확실하지 않을 경우에는 채권 전액을 압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지방세기본법에서도 준용하는 내용이다. 이미 류 회장이 보유한 금양 주식의 상당수는 금융기관 담보 등으로 제한 물권이 설정돼 있다. 따라서 행정기관은 회수 가능성을 고려해 압류 가능 주식 전량을 확보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양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류 회장은 총 1413만1724주(22.09%)의 금양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1067만6103주(약 75.5%)가 담보 또는 압류 상태에 있으며, 법적 제한 없이 처분 가능하거나 의결권을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는 주식은 345만5621주(전체 발행주식의 약 5.4%)다. 현재 류 회장이 체납 중인 국세에 대해서는 금양에서 받아야 할 대여금 중 209억원의 채권자가 류 회장에서 국세청으로 변경된 상태다. 국세청이 이미 금양에 대한 대여금의 채권자로 등재된 상태다보니, 부산진구청은 류 회장의 주식에 대해 별도로 압류 조치를 취한 것으로 해석된다. 체납자 보유 자산 중 국세청이 먼저 채권을 확보한 만큼, 남은 주식이 지방세 회수 수단이 된 셈이다. 류 회장이 세금을 체납하게 된 이유는 보유 주식을 매도한 뒤 세금을 납부하지 않고 회사에 대여했기 때문이다. 지난 2023년 10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류 회장은 본인 명의로 보유하던 금양 주식을 매도했고, 확보한 매도대금 전액을 금양에 단기대여금 형태로 제공했다. 당시 금양의 주가는 8만~10만원 선에서 거래되던 중이다. 총 525만5255주를 팔아 5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만들어 회사에 대여했다. 해당 자금은 금양의 공장 건설 및 운영자금으로 사용했다는 게 그동안 금양 측의 입장이다. 문제는 매도차익에 따른 세금을 위한 별도 자금은 확보하지 않은 상태였다. 대신 대여한 자금의 이자를 수취해 세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으나 금양의 재무상황이 악화일로를 겪으면서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자는 물론 대여금을 제대로 상환하지 못하면서, 류 회장은 납세 재원 부족으로 인해 지방세 및 국세를 체납하게 됐다.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금양은 류 회장 및 특수관계자에게 2024년 기준 연 4.5%의 금리로 단기차입을 유지했으며, 일부 자금은 이후 출자전환(유상증자)으로 처리되기도 했다. 류광지 회장의 주식 압류 규모는 체납액 대비 크지만, 담보 설정 등으로 실질 회수가 어려운 상황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현재 금양의 주식은 거래 정지 중이다. 한때 시가총액이 10조원을 넘길 정도로 주목받던 종목이지만, 최근 감사보고서에서 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이에 이번 압류로 인해 류 회장이 보유한 지분의 상당수가 제한되면서, 실질적인 지배력 행사에는 제약이 생긴 상태다. 이는 향후 금양의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 부산진구청은 향후 금양의 거래가 재개되거나, 상폐되면서 진행되는 정리매매가 발생할 경우 적법한 절차를 통해 압류한 지분의 처분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금양 관계자는 “류 회장이 이미 국세 체납 상황도 고려하고 조치한 일"이라며 “해결을 위해 거래 재개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HBM4 이끈 최준용 “SK하이닉스, 맞춤형으로 승부”

AI 기술의 빠른 진보와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면서, SK하이닉스의 성장도 가속화되고 있다. HBM은 고성능·고효율을 동시에 요구하는 AI 연산에 최적화된 메모리로, 반도체 산업 내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SK하이닉스는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HBM사업기획 총괄에 1982년생 최준용 부사장을 선임했다. 그는 현재 SK하이닉스 임원 중 최연소로, 기술과 시장을 함께 이해하는 전략형 인재로 주목받고 있다. 젊고 역동적인 리더십을 전면에 내세워 AI 메모리 시장 주도권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이 회사의 전략이다. SK하이닉스는 7일 공식 뉴스룸을 통해 최준용 부사장과의 인터뷰를 공개하고, 그가 이끌 새로운 HBM 사업 전략과 조직 비전을 소개했다. 최 부사장은 모바일 D램 상품기획을 시작으로 HBM사업기획 전반을 맡아온 인물로, 지난 수년간 회사의 HBM 사업 성장을 실질적으로 견인한 주요 기획자다. 최 부사장은 “HBM사업기획은 막대한 투자와 전략 결정을 책임지는 핵심 조직"이라며 “기술 개발 로드맵부터 글로벌 고객과의 협력 전략까지, 제품을 넘어 전체 비즈니스 방향을 설계하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구성원들의 강한 자부심을 조직의 성장 동력으로 꼽으며, “원 팀 문화 속에서 최고의 성과를 만들어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최근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HBM4 12단 샘플을 조기 출하한 성과를 언급하며, 이를 “AI 메모리의 기준을 앞당긴 상징적인 결과"라고 평가했다. 기존 제품 대비 성능과 집적도가 대폭 향상된 이번 제품은, 당초 계획보다 앞서 고객사에 공급돼 시장의 큰 주목을 받았다. 최 부사장은 HBM의 향후 가능성에 대해서도 확신을 드러냈다. “HBM은 앞으로도 AI 반도체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며, 우리는 신규 HBM 개발뿐만 아니라 고객 맞춤형(Custom) 제품을 통해 풀스택 AI 메모리 프로바이더로서 경쟁력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사업 목표와 관련해서는 “HBM4 12단의 양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고객 수요에 따라 HBM4E도 적기에 공급해 시장을 선제적으로 준비하겠다"며 “사업 기획 전반을 최적화해 SK하이닉스의 리더십을 한층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뷰 말미에서 그는 젊은 구성원들, 특히 MZ세대를 'Motivated & Zealous(동기부여된 열정적 인재들)'로 정의하며, 이들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리더가 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이어 “다양한 관점을 존중하고, 제 자리를 언제든 열어 두겠다"며 구성원들과의 열린 소통을 강조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데스크 칼럼] 일곱 번째 거부권…기업의 봉건제 언제까지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는 오랫동안 '왕과 신하'의 관계와 다를 바 없었다. 소유지분이 미미한 총수 일가가 절대 권력을 행사하는 동안, 다수의 일반 주주들은 그저 '납세하는 백성'에 불과했다. 이사회는 총수의 뜻을 거스르지 않는 '충성스러운 신하'들로 채워졌고,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주주 전체가 아닌 지배주주의 이익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상법 개정안은 이러한 봉건적 지배구조에 '주주 민주주의'의 씨앗을 뿌리려는 시도였다. 윤석열 정부 들어 41번째, 한덕수 권한대행 개인으로는 7번째 거부권이 상법 개정안을 향했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이 개정안은 지배주주 중심의 기업 운영에 견제를 가하고 일반 주주의 권익을 강화하고자 했다. 그러나 한 대행은 “기업 경영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국회의 결정을 뒤집었다. 한 대행의 거부 논리는 재계와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온 것과 놀랍도록 일치한다. 여기에 “일반 주주 보호에 역행할 수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상법 개정의의 본질이 바로 '일반 주주 보호'임을 고려하면, 사슴을 가리키며 말이라 우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재계는 늘 개혁에 저항해왔다.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 일감몰아주기 규제, 소비자 피해구제 확대 등 모든 개혁조치에 “경영 위축"과 “투자 감소"를 우려했다. 그러나 이러한 개혁이 이루어진 후에도 한국 경제는 성장을 지속했고, 기업들은 적응하며 발전했다. 오히려 개혁의 지연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더욱이 '권한대행'이라는 직무의 무게를 생각하면 아쉬움은 더욱 커진다. 권한대행은 차기 정부 출범까지 국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민생 현안을 챙기는 '관리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국회가 숙고 끝에 통과시킨 법안, 특히 오랜 개혁 과제와 맞닿아 있는 법안에 대해 선뜻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과연 그 역할에 부합하는 모습인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혹자는 이번 결정을 '원칙과 소신에 따른 결단'이라 평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원칙이 과연 누구를 위한 원칙이며, 그 소신이 시대정신과 얼마나 발을 맞추고 있는지 냉철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환경이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의 토대 위에서 만들어질 때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 특정 이해관계자의 목소리에 과도하게 귀 기울인 나머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개혁의 방향키를 되돌리려 한 것은 아닌가. 한 대행의 논리에서 너무나 익숙한 기득권의 그림자를 보았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한 대행의 이번 결정은 당장의 파도를 잠재우는 미풍(微風)처럼 보일지 모르나, 역사는 이를 개혁의 흐름을 거스른 역풍(逆風)으로 기록할지도 모를 일이다. 부디 이번 거부권 행사가 던진 질문 앞에서, 우리 사회가 더 건강하고 성숙한 논의를 이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한 대행의 '신중함'이 향후 국정 운영에서는 '시대의 요구에 대한 깊은 통찰'로 발현되기를 기대해 본다. 찻잔 속 미풍이 역사의 역풍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60일 내 새 대통령 뽑는다…급박한 선거 시계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에 따라 새 대통령을 선출해야 하는 급박한 정치 일정이 시작되었다. 정치권은 즉각 선거 체제로 전환하며 짧은 기간 내 국가 지도자를 선출하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궐위된 경우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출해야 한다. 이에 따라 차기 대통령 선거는 늦어도 6월 3일까지 실시되어야 한다. 6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먼저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가 60일 이내 대선 실시를 위해 늦어도 4월 14일까지 선거일을 공고해야 한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선거일은 투표일 50일 전에 공식 확정·공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법정 시한을 최대한 활용해 선거일을 60일째 되는 날인 6월 3일로 지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선거일이 6월 3일로 정해질 경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5월 10일부터 이틀간 대통령선거 후보자 등록을 받을 예정이다. 후보 등록이 마감된 다음 날(5월 12일)부터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며, 투표 전날인 6월 2일까지 약 3주간 각 후보들의 전국 선거운동이 법적으로 보장된다. 이 기간 중 재외국민 투표는 5월 20일부터 25일까지 세계 각국 투표소에서 실시되고, 국내 사전투표는 5월 29일부터 이틀간 전국 투표소에서 진행된다.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는 공직자(지방자치단체장 등)는 공직선거법 규정에 따라 후보자 등록 이전까지 직을 사퇴해야 한다. 이에 따라 광역단체장 등 출마자는 5월 4일까지 사퇴를 마쳐야 한다. 본투표일에는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14시간 동안 전국 투표가 진행된다. 이번 선거는 대통령 보궐선거에 해당되어 평소 대통령선거보다 투표시간이 2시간 연장된다. 투표가 종료되면 즉시 개표에 들어가 당일 늦은 밤 당선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보궐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의 임기는 당선이 결정된 때부터 즉시 시작된다. 공직선거법은 “궐위로 인한 대통령의 선거에서는 당선이 결정된 때부터 임기가 개시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중앙선관위가 모든 개표 완료 후 전체위원회의 의결로 당선인을 확정하는 즉시 새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어 대통령 권한과 군 통수권 등이 이양된다. 각 정당은 이 같은 법정 일정을 감안해 4월 말까지 당내 후보를 확정한 뒤 5월 초 공식 선거전에 돌입할 예정이다. 먼저 더불어민주당은 조기 대선에 대비해 약 2주간의 압축적인 경선을 진행할 예정이며, 4월 말까지 대선 후보를 확정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경선 일정은 당내 논의를 통해 주 중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6일 의원총회와 7일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경선 일정을 논의하고 확정할 예정이다. 경선은 공직선거법상 지자체장 출마자의 사퇴 시한인 5월 4일 이전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며, 약 한 달간의 경선 기간이 유력하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60일 남짓의 짧은 선거전인 만큼 향후 일정마다 여야 후보들의 연대나 단일화, 정책 대결 등이 빠르게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조기 대선 시작…여·야 ‘대권 레이스’ 본격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조기 대선이 확정되면서 주요 대권 주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여야 정치권은 곧바로 선거 체제로 전환하는 분위기다. 현재 여야 주요 정당을 중심으로 유력 대선 후보들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각 정당에서는 이미 대선 후보 경선 준비에 착수했고, 윤석열 대통령 파면 결정 직후 유력 인사들의 출마 선언과 움직임이 공식 보도를 통해 이어지고 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유력한 대선 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는 선두를 달리고 있는 중이다. 사실상 이재명 대표로 후보 단일화되는 분위기지만, 경선을 위해 몇몇 인사들이 출마 채비를 하고 있다.​ 먼저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오는 7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민주당사 당원존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이는 진보 진영에서 헌재의 윤 전 대통령 탄핵 인용 선고 이후 첫 공식화된 대선 출마 선언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파면 선고 직후 “조기 대선이 현실화되면 다양한 후보들이 나와 경쟁할 것"이라며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측근에 따르면 당내 일정이 확정되는 대로 이르면 다음 주 초·중반에 공식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영록 전남지사 등도 잠재적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나, 아직 공식적인 출마 선언은 없다.​ 한편, 민주당은 조기 대선 일정에 맞춰 경선 룰을 조속히 확정하고, 후보자 간 공정한 경쟁을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당 관계자는 “압축된 일정 속에서 당원과 국민의 뜻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경선 방식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이었던 국민의힘은 조기 대선 국면에서 다수 후보들의 경쟁이 예상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5일 “윤석열 탄핵은 이제 과거가 됐다"며 “오는 60일간의 단기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겠다"고 밝혔다. 공식 출마 선언은 다음 주 중으로 예정되어 있으며, 이를 위해 시장직 사퇴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르면 오는 8일 장관직을 사퇴하고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 측 관계자는 “화요일 국무회의에서 정부에 사의를 표하고 국민의힘 복당 신청, 출마 선언을 순차적으로 할 것"이라고 전했다. ​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 외에도 오세훈 서울시장,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이 잇따라 출마 의사를 내비쳤거나 거론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조기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안철수 의원은 아직 공식적인 출마 선언은 없으나, 정치권에서는 그의 출마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지난 “내가 후보가 돼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이길 수 있다"며 출마 의지를 보여준 바가 있다.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올해 대선이 열리고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개헌을 이끌고 3년 뒤인 2028년 물러나겠다"고 밝힌 바가 있어 사실상 출마 의사를 드러낸 바 있다.​ 이외에 원내 소수정당들도 독자 후보를 낼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제22대 국회에는 총 8개 원내정당이 존재하며, 민주당·국민의힘 양당 외에 조국혁신당(의석 12석), 개혁신당(3석), 진보당(3석) 등이 각각 당내 후보 선출 절차에 돌입했다.​ 조국혁신당은 당내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할 예정이며, 당 관계자는 “조기 대선 일정에 맞춰 신속하게 후보를 선출하겠다"고 밝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의원을 후보로 확정한 상태며, 진보당에서는 강성희 전 의원이 출마의사를 밝힌 가운데 경선 일정을 진행 중이다. 이들 군소 정당의 후보들은 추후 선거 과정에서 단일화 연대 등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지만, 각 당은 우선 자체 후보를 내세워 조기 대선에 임할 방침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급박한 대선 일정 속에서 각 당은 후보 선출과 전략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국가의 안정을 회복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윤석열 파면] 선고 직후 첫 주말, 찬반 집회 ‘대치’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첫 주말동안 서울 도심 곳곳에서 탄핵 찬반 양측의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양측 지지자들은 각자의 입장을 표명하며 도심을 가득 메웠다.​ 6일 경찰에 따르면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하 비상행동)은 5일 오후 4시부터 서울 종로구 경복궁 동십자각 일대에서 '승리의 날 범시민 대행진' 집회를 개최했다. 경찰 비공식 추산 약 7500명이 참석한 이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민주주의가 승리했다'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환호하며, 헌재의 결정을 '시민의 승리'로 평가했다. 참가자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축하의 분위기를 나누었으며, 현장에는 '이제, 사회 대개혁으로!', '윤석열 파면!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등의 현수막이 걸렸다. 축하 떡과 핫도그 등 먹거리를 나누며 기쁨을 함께하기도 했다. 이 집회에는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김재연 진보당 대표 등 정치인들도 참석하여 지지 의사를 밝혔다. ​ 같은 시각, 촛불행동도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에서도 약 500명이 모여 '내란세력 완전 청산', '민주정부 건설하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완전한 내란 종식과 철저한 개혁을 통해 대선을 압도적으로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반면,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와 자유통일당은 같은 날 오후 1시부터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국민저항권 광화문 국민대회'를 개최했다. 비가 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초기 약 500여명(경찰 추산)의 시민들이 참석하였으며, 오후 2시 30분경에는 약 1만8000여 명으로 증가했다.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사기 탄핵 원천무효', '헌법재판소를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헌재의 결정을 비판했다. 전광훈 목사는 무대에 올라 “헌재의 결정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헌재의 권위보다 국민저항권의 권위가 더 높다. 앞으로 헌재는 국민저항권으로 해체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들은 조기 대선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대선을 거부하고 사기 탄핵의 진실을 밝혀서 윤 대통령이 돌아올 때까지 죽기 살기로 싸워야 하지 않겠나'라고 주장했다. ​ 심판 이후에도 양 측의 입장은 여전히 첨예하게 나뉜다. 탄핵 찬성 측은 헌재의 결정을 민주주의의 승리로 받아들이며, 이를 계기로 사회 대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이 국민의 뜻이 반영된 결과라며, 향후 조기 대선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탄핵 반대 측은 헌재의 결정이 부당하며, 정치적 목적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탄핵 사유의 불명확성, 정치 보복성 탄핵, 국정 공백 우려 등을 이유로 헌재의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일부 단체는 국민저항권을 발동하여 헌재의 결정에 맞서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법적으로 최종적이며 구속력을 가지므로, 이를 뒤집을 수 있는 합법적인 방법은 없다. 따라서 탄핵 반대 측의 주장은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집회 상황은 향후 정치 지형과 대선 정국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변수"라며 “향후 조기 대선 과정에서도 계속해서 갈등이 표출될 가능성이 있어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이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美, 글로벌 관세 폭탄에 삼성·LG ‘직격탄’

미국의 통상정책이 급변하면서 국내 기업의 피해가 예상된다. 베트남, 인도 등 제3국 생산 제품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지각변동이 진행되는 중이다. 당장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대표 수출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예정이다. 그리고 이번 조치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 파장은 미국 기업과 글로벌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며, 미국 스스로 자초한 '공급망 역풍'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6일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해방의 날(Liberation Day)' 연설을 통해 베트남과 인도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각각 46%, 26%의 추가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 조치는 오는 9일부터 발효되며, 해당 지역에 생산기지를 둔 글로벌 기업들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상무부는 자국 내 산업 보호와 중국 견제를 이유로 제3국 생산품에 대한 원산지 기준 강화 및 고율 관세 적용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던 중이었다. 겉으로는 중국을 겨냥한 정책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국산 부품 의존도가 높은 베트남, 인도 등으로 생산기지를 다변화해 온 한국, 일본, 대만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박닌(Bac Ninh)과 타이응우옌(Thai Nguyen)에 대규모 생산 시설을 운영하며, 전 세계 스마트폰의 약 45%를 이곳에서 생산 중이다. 미국 시장에 출하되는 제품 상당수가 이들 지역에서 조립된다. 이로 인해 관세 인상은 곧바로 제품 가격 상승 또는 수익성 악화로 직결될 수 있다. LG전자 역시 베트남 하이퐁(Hai Phong)에 생산 시설을 두고 있으며, 이곳에서 냉장고, 세탁기, TV 등 주요 가전제품을 생산 중이다. 이번 조치로 베트남에서 생산된 LG전자의 가전제품이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을 우려가 있다. 이번 관세 강화 조치가 가지는 또 다른 문제는 피해가 한국 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 내에서 생산을 일부 수행하는 애플, 테슬라 등 자국 기업조차도 카메라 모듈, 배터리, 전자기판 등 핵심 부품을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조달하고 있다. 미국 기업이라 해도 글로벌 공급망에 편입돼 있는 이상, 부품 단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원산지 규제는 자국 기업에도 가격 상승, 공급 불안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리고 미국이 디지털 원산지 추적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부품의 국적까지 규제 대상으로 포함하게 되면, 단순한 조립국 변경으로는 관세 회피가 불가능해진다. 실제로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와 CHIPS법은 이미 중국산 부품이 일정 비율 이상 포함되면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더욱이 트럼프 전 대통령은 CHIPS법과 IRA 자체를 폐지하거나 미국 내 생산 의무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공급망 국적 기준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미국 내에서도 CHIPS법과 IRA로 인해 창출된 일자리가 이미 공화당 지역구에 몰려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폐지 주장은 공화당 내부에서도 논란을 낳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 미국의 관세 강화 조치는 결국 단순한 통상 마찰을 넘어, 공급망의 '정치적 국적'을 재정의하는 움직임"이라며 “미국의 동맹국들과 주요 기업들이 공동 대응전략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이번 조치는 국제산업질서의 불확실성을 더욱 증폭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격동의 메모리 패권] ‘시장과 기술 다 가진’ 中의 반도체 야망, 삼성 발목을 잡다

삼성전자가 오랫동안 장악해온 메모리 패권이 흔들리고 있다.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 밀린 데 이어, DRAM과 낸드 분야에서도 전통적인 경쟁력을 압박하는 세력들이 등장하고 있다. 중국의 자국화 전략과 미국의 대중 규제라는 이중 압박은 삼성의 기술력만으로 방어하기 어려운 구조적 도전으로 다가온다. 3알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삼성의 '텃밭'에 실질적인 균열을 내고 있다. 특히 DRAM의 CXMT와 낸드플래시의 YMTC는 생산 능력, 기술, 가격경쟁력 삼박자를 갖추며 빠르게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CXMT는 2025년 현재 월 16만 장 수준의 12인치 웨이퍼 DRAM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이는 글로벌 생산능력의 약 10%에 해당하는 규모로, 아직 시장 점유율은 5% 내외에 그치지만 물량 확대에 따라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16나노 기반의 DDR5 제품까지 양산하면서, 기존 DDR4·LPDDR4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고도화하고 있다. YMTC는 최근 294층 적층 구조의 5세대 3D NAND 플래시 출하에 돌입했다. 자사의 핵심 기술인 Xtacking 구조를 바탕으로 232단 낸드 기술을 상용화한 데 이어, 세계 최고 수준의 적층 기술로 평가되는 신제품을 선보이면서, 경쟁사 대비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특히 중국 내수시장에서 이들 기업은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탈삼성' 흐름을 강화하고 있다. CXMT와 YMTC의 제품은 삼성·SK 제품 대비 10~20%가량 저렴하게 공급되고 있으며, 정부가 지원하는 국산화 확대 정책과 결합되면서 B2B 납품 시장에서 삼성의 점유율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일각에선 중국 공공·산업용 서버 메모리 시장에서 YMTC 점유율이 30%에 근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의 추격과 함께 삼성에게 더욱 복잡한 변수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다. 삼성전자의 시안 공장은 전체 낸드 생산의 약 28%를 담당하는 글로벌 핵심 거점이지만, 미국 상무부의 규제 정책에 따라 공정 전환과 장비 반입이 제한되고 있다. 2024년 미국은 삼성과 SK하이닉스에 대해 장비 수출 유예 조치를 일시적으로 연장했지만, EUV, 식각, 증착 장비 등 첨단 공정 설비에 대한 반입은 여전히 제한되고 있다. 이로 인해 시안 공장은 신규 라인 증설은 물론, 기술 업그레이드 속도에서도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구조적으로 '미래 대응력'이 떨어지는 공장이 된 셈이다. 게다가 미국 정부는 최근 CHIPS법 관련 지원금 지급을 두고 조건 재검토에 들어갔다. 당초 삼성전자가 받을 예정이던 최대 64억 달러의 보조금은 2024년 말 기준 47억 달러 수준으로 조정됐으며, 2025년 들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법안의 전면 재협상 방침을 내세우면서 지급 자체도 유동적 상황에 놓이게 됐다. 삼성의 글로벌 생산전략이 정치 환경에 따라 직접 영향을 받고 있는 대표 사례다. 물론 삼성전자는 여전히 DRAM, 낸드, HBM 등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시장은 '무엇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보다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만들 것인가'를 더 중요하게 묻는 중이다. 중국은 반도체 자급률 70% 달성을 목표로 내걸도 정진하며 현재 자급률은 약 25% 수준까지 끌어 올린 것으로 조사된다. 정부 주도의 조달·보조·시장통제 수단을 통해 사실상의 자국 중심 공급망을 완성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미국은 CHIPS법, IRA 등을 통해 자국 내 생산 유치와 동맹 중심 공급망 구축을 가속화하고 있다. 양국 모두 '중립' 혹은 '회색지대'를 인정하지 않기 시작했다. 이러한 환경에서 삼성의 전략은 전환이 불가피하다. 시안 공장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미국·인도·동남아 중심의 글로벌 생산망 재편에 나셔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히 기술이 아니라 지정학과 외교, 산업 전략에 맞춘 생산 구조와 고객 파트너십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얘기다. 한 반도체 관계자는 “지금은 기술이 아닌 시스템을 설계하는 기업이 시장을 지배한다"며 “삼성은 '기술 중심의 제조사'에서 '공급망 중심의 전략 기업'으로의 체질 전환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끝] 강현창 기자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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