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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강현창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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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SK하이닉스 ‘일반투자’ 전환…장기 가치 주목

국민연금이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지난 8월 일반투자에서 단순투자으로 보유목적을 변경한지 1개월만이다. SK하이닉스의 최근 실적 호조와 미래 성장 잠재력에 대한 국민연금의 긍정적 평가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반투자로 전환, 더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가능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은 SK하이닉스에 대한 지분 7.35%를 알리는 '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 공시를 내면서 보유목적을 기존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일반투자'와 '단순투자'는 주주활동의 적극성, 주주제안 가능 여부, 보고 의무, ESG 관여, 기업 경영에 대한 영향력, 그리고 투자자의 의도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단순투자는 의결권, 신주인수권, 이익배당청구권 등 법률에 따라 보장되는 기본적인 권리만 행사하는 소극적인 투자 형태인 반면, 일반투자는 경영권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더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하는 투자 형태다. 또 단순투자는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하지 않지만, 일반투자는 임원 보수, 배당 정책 등에 대한 주주제안도 가능하다. 기업 경영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단순투자와 달리, 일반투자는 기업 정책에 일정 수준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특히 단순투자는 주로 재무적 이익을 목적으로 하지만, 일반투자는 재무적 이익과 함께 기업의 장기적 가치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는게 큰 차이다. ◇투자 전략 변경…실적 호조·미래 성장성 봤나 국민연금공단이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목적을 변경한 것은 회사의 가치가 전보다 크게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에 매출 16조4233억원, 영업이익 5조4685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인공지능(AI)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50% 이상 증가하는 등 AI 관련 사업이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 대만의 반도체 시장 전문 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분석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점유율이 2023년 47.5%에서 2024년 52.5%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가 보는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18조1999억원, 영업이익 6조9375억원으로, 매출과 이익 모두 역대 최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실적 전망이 국민연금의 투자목적 변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SK하이닉스는 최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9조4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AI 메모리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중장기 수급을 감안한 결정이다. 대규모 투자 결정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으로 국민연금의 일반투자 전환은 이러한 SK하이닉스의 전략적 결정을 지지하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국민연금, 시장 상황에 따른 유연한 투자 전략 구사 한편 국민연금은 최근 몇 년간 주요 기업들에 대한 투자목적을 보다 능동적으로 조정하는 추세다. 기업의 상황과 시장 환경에 따라 투자목적을 단순투자와 일반투자 사이에서 빈번히 변경하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SK하이닉스를 포함한 8개 기업의 투자목적을 일반투자에서 단순투자로 변경했다가 2개월 만에 다시 일반투자로 되돌린 바 있다. 투자 기업의 주가가 크게 상승하면 차익 실현을 위해 지분을 줄이고 투자목적을 조정하는 등 시장 상황에 따른 유연한 대응도 보이기도 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모건스탠리 등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메모리 산업의 다운사이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며 “하지만 국민연금의 투자목적 변경은 SK하이닉스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퀄컴·인텔 등 ‘감원·충원’ 동시에…반도체 업계 인재 전략 다각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인재 확보를 추진하는 동시에 생존을 위한 감원정책도 동시에 진행하는 추세다. 인공지능(AI)와 고성능 컴퓨팅 등 첨단 기술의 부상으로 인재 수요가 급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퀄컴·인텔 등 글로벌 기업들의 양면 전략 2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퀄컴은 퀄컴은 샌디에고 지역에서 226명의 직원을 해고할 예정이다. 이번 해고 방침은 지난해 1250명 이상의 직원을 해고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발표했다. 퀄컴은 지난해 40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으며, CEO인 크리스티아노 아몬의 연급여는 280억원이 넘는다. 넉넉한 살림에서도 해고를 단행하는 것에 대해 퀄컴 측은 “투자, 자원, 인재를 최적화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인텔도 감원바람이 거세다. 인텔은 지난 8월 전체 인력의 약 15%에 해당하는 1만5000명 이상의 직원을 해고할 계획을 발표했다. 느린 매출 성장과 AI 트렌드 활용 부족이 이유다. 그 밖에도 독일의 차량용 반도체업체 인피니언도 1400명 규모의 해고한 뒤 인건비가 낮은 국가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리라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반도체 장비·소재 기업 온세미도 1000명 규모의 감원 계획을 지난 6월 밝표했다. 반도체 업계는 감원과 동시에 고급 인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퀄컴은 고급 글로벌 인재 확보를 위해 해외 주요 대학과 협력 관계 구축하고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한 인재 발굴 정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인텔도 오는 2025년 오하이오 공장 가동을 위해 3000명 이상의 인력 채용 계획을 감원 계획도 동시에 밝힌 상태다. 채용을 위한 예산만 약 2000억원 수준이 책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파운드리 1위 TSMC는 확장에 따른 대규모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일본, 미국, 독일 등에서 현지 인력 채용을 대규모로 진행 중이며, 특히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서 현지 직원 수를 확대할 계획이다. 독일 드레스덴에서는 1만1000명의 인력을 채용할 예정이다. 국내 기업들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인재 확보 총력전 국내 업체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를 통해 매년 1000명 이상의 소프트웨어 인재를 양성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하이닉스 아카데미'를 통해 신입 사원들에게 집중적인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새로운 반도체 기술 관련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인 채용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정확한 채용 인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각각 수백 명 규모의 채용이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실질적으로 반도체업계는 감원보다는 채용이 급하다는 분위기다. 감원조차도 고급 인력을 받으들이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얘기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30만 명의 반도체 엔지니어가 부족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 반도체 산업 협회(SIA)와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지난해 연구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미국 반도체 산업에서 6만7000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최근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2031년까지 국내 반도체 산업에서 약 5만4000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한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단순 생산직은 줄어들고 있지만,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인력에 대한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며 “기업, 정부, 학계가 협력하여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인재 육성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단독] 모건스탠리 반도체 보고서 ‘재탕’ 논란...SK하이닉스 평가 신뢰성 의문

최근 SK하이닉스의 주가 하락을 유발한 모건스탠리의 보고서 'Winter Always Laughs Last'(겨울은 항상 마지막에 웃는다)가 지난 2021년 8월 발표된 'Winter Is Coming'(겨울이 오고 있다) 보고서와 상당히 유사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당시 보고서도 SK하이닉스의 부진을 예상하는 내용이었다. 비교 결과 두 보고서의 문단 구조, 헤드라인, 주요 내용에서 반복된 패턴이 발견된다. 상대적으로 최근 이슈인 인공지능(AI)과 HBM(고대역폭메모리) 이슈는 관련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분석이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자기 복제 수준의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에 대한 반토막 수준의 목표주가를 제시한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 3년 전 보고서와 놀라운 유사성…“복사-붙여넣기" 수준 2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의 최근 보고서는 2021년 보고서의 내러티브를 그대로 차용한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021년 보고서는 반도체 공급 부족 상황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실제 반도체 시장이 공급망 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2021년에는 반도체 부족이 시장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2024년 보고서에서도 이와 유사한 서술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2024년 현재 DRAM 시장의 주요 이슈는 DDR4의 공급 과잉과 PC, 스마트폰 등 비-AI 부문의 수요 부진이다. 이러한 최신 동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과거의 분석 방식이 그대로 사용된 것이다. 실제 최근 보고서는 여전히 “특정 부품은 부족하고, 다른 부품은 넘쳐난다"는 2021년의 논리를 사용했다. 이는 현재 반도체 상황과 다르다. 특히 AI와 HBM 메모리에 대한 분석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최근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트렌드로 부상한 이 두 분야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는 보고서의 시의성과 유용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시장 변화 외면한 채 과거 논리 반복…AI·HBM 분석 부재 실제 보고서를 보면 문장이 거의 유사한 방식으로 서술된 부분이 눈에 띈다. 2021년 보고서에서 반도체 업계의 사이클을 설명하는 부분은 2024년 보고서에서도 거의 동일한 구조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모건 스탠리는 2021년 보고서에서 “While pricing is still moving higher, the rate of change is approaching peak as supply is catching up to demand. Our cycle indicator has shifted out of 'mid-cycle' to 'late-cycle' for the first time since 2019 and this phase-change has historically meant a challenging backdrop for forward returns."이라는 문단을 통해 반도체 시장 사이클에 대한 분석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 문단은 2024년 보고서에서 '중기 사이클'에서 '후기 사이클'로의 변화(2021)와 '후기 사이클'에서 '정점 사이클'로의 변화(2024) 부분만 수정하고 그대로 사용했다. 특히 DRAM 시장의 전망을 제시하는 부분은 문장은 그대로 사용한 부분이 많다. 모건스탠리는 2021년도 보고서에서 반도체 산업의 현재 상황과 특히 칩 수요와 공급에 관한 분석을 'DRAM Market Outlook Worsened Recently'라는 제목을 달아 서술했다. 그리고 2024년 보고서에도 해당 부분은 두번째 문장까지는 100% 같은 문장이며, 그 이후 문장도 약간의 순서 변화 등은 있지만 내용이 같다. ◇SK하이닉스 평가 논란…HBM 성과 무시한 채 목표가 '반토막' 특히 SK하이닉스에 대한 평가도 논란의 대상이다. 모건스탠리는 이번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대폭 하향 조정했지만, 이에 대한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AI와 HBM 시장에서의 SK하이닉스의 성과와 전망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두 보고서 모두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한 가운데 그 논리는 거의 동일한 상황이다. 두 보고서는 모두 DRAM 시장에서 공급 과잉과 재고 증가를 주요 요인으로 설명하며, 고객사들이 재고 축적을 줄이기 시작할 경우 DRAM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AI와 HBM의 수요 증가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2021년 이후 SK하이닉스는 HBM 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업체가 됐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에는 이런 상황이 중요하게 언급되지 않았다. 결국 시장 상황이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분석 틀은 거의 수정하지 않고 보고서가 적성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단순 재탕" 비판 쏟아져…투자 보고서 신뢰성 도마에 최근 SK하이닉스는 HBM 분야에서 주요 경쟁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AI와 데이터 센터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해당 기술의 중요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목표주가를 대폭 낮춘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보고서는 HBM 공급이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부분이 있지만, 정작 HBM의 가장 큰 수혜업체인 SK하이닉스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은 부족하다. 이에 대해 반도체와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모건스탠리의 보고서가 2021년 보고서를 단순히 재탕한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시장은 불과 몇 년 사이에 큰 변화를 겪었으며, 특히 AI와 HBM 기술은 메모리 수요를 새롭게 이끌고 있는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며 “하지만 모건스탠리 보고서는 기존의 분석 틀을 고수할 뿐 새로운 시장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美 칩스법의 교훈… 한국도 직접 지원 나서야

미국과 한국의 반도체 산업 지원책이 극명한 대비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 과감한 지원책으로 유래없는 반도체 굴기에 나선 가운데, 반도체 강자를 자처하던 한국은 소극적인 지원으로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날 위기라는 불만이 높다. 23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가 최근 발표한 '2024년 미국 반도체 산업 현황' 보고서에서 미국의 반도체 산업 지원법(칩스법)이 큰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국가의 직접적인 지원 정책이 반도체 산업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줬다. 칩스법 시행 이후 미국 반도체 산업의 투자와 성장 규모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8월 기준, 칩스법 시행 후 90개 이상의 새로운 반도체 제조 프로젝트가 발표됐다. 이를 통해 미국 내 28개 주에 걸쳐 총 4500억달러(약 601조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이 수립됐다. 이 프로젝트들은 5만8000개 이상의 새로운 고품질 일자리를 반도체 생태계에 직접 창출하고, 미국 경제 전반에 걸쳐 수십만 개의 추가 일자리를 지원할 전망이다. ◇ 미국 반도체 제조능력 대폭 향상 기대 칩스법의 효과는 투자 유치에 그치지 않는다. SIA 보고서는 칩스법이 미국 반도체 산업의 제조 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칩스법의 영향으로 2022년부터 2032년까지 미국의 반도체 제조 능력이 20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특히 미국의 첨단 로직 칩(10nm 이하) 생산 능력이 2032년까지 전 세계 생산 능력의 28%로 확대될 전망이다. 칩스법은 미국의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 증가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SIA 보고서는 칩스법이 없었다면 미국의 글로벌 반도체 생산 능력 점유율이 현재 10%에서 2032년 8%로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칩스법 시행으로 이 비율이 14%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칩스법은 또한 미국 반도체 산업의 연구개발(R&D) 능력 강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칩스법은 110억달러의 R&D 자금을 별도로 배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립 반도체 기술 센터(NSTC), 국립 첨단 패키징 제조 프로그램(NAPMP) 등 다양한 연구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의 반도체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도 K-칩스법을 통해 반도체 산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직접 지원을 골자로 하는 미국의 칩스법과 달리 한국의 K-칩스법은 간접적인 지원이 주요 내용이다. 지난 2023년 4월 시행된 K-칩스법은 국가전략기술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대폭 확대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세액공제율이 상향조정됐다. K-칩스법의 효과도 없지는 않다. 정부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국내 투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중소·중견 기업들의 R&D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다. 올해 초 발표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구축 계획으로 향후 20년간 4720억달러 규모의 대규모 투자 유치도 기대된다. 그러나 미국의 칩스법과 비교할 때, K-칩스법의 규모와 범위는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업계의 불만이다. 특히 직접적인 보조금 지급 부분에서 차이가 크며, 글로벌 기업 유치 측면에서도 미국에 비해 뒤처진다는 지적이 있다. SIA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2023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50.2%를 차지하며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했다. 이는 칩스법에 기반한 미국 기업들의 높은 R&D 투자가 뒷받침된 결과다. 2023년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R&D 투자액은 593억 달러로 매출의 19.5%에 달했다. 현재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각국 정부도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은 470억달러 규모의 제3차 국가 반도체 기금을 조성했고, EU는 470억달러 규모의 칩스법을 시행 중이다. 일본은 250억달러를 투자해 국내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대만은 역대 최대 규모의 반도체 산업 지원책을 마련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번 SIA 보고서는 국가의 직접적인 지원이 반도체 산업 발전에 큰 효과를 보이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며 “한국도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이슈분석] “적대적=필패”…고려아연 ‘MBK는 적대적 M&A’ 강조하는 이유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를 '적대적 M&A'로 규정하며 반발하고 있으나, MBK파트너스는 우호적 인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 사례를 볼 때 적대적 M&A로 규정될 경우 성공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점에서, 양측의 입장 차이는 단순한 의견 대립을 넘어 인수 성패를 좌우할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적대적 M&A로 규정한 고려아연의 전략 22일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 측은 이번 인수 시도를 적대적 M&A로 규정하고 있다. 고려아연 측은 “이번 시도가 회사의 장기적 발전과 주주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며 “세계 최대 아연 제련업체로서 국가 기간산업의 성격을 띠고 있는 고려아연이 외국 자본에 넘어갈 경우 국내 기술 유출의 우려가 있다"고 강조하는 중이다. 고려아연 측 주장의 배경에는 그동안 한국 시장에서 사모펀드의 적대적 M&A 시도가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는 역사적 맥락이 있다. 고려아연이 MBK파트너스의 인수 시도를 방어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라는 얘기다. 실제 한국에서 적대적 M&A를 시도한 사모펀드는 대부분 실패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2019년 KCGI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반도그룹이 연합하여 한진그룹 경영권 확보를 시도했으나 실패로 끝난 바 있다. 외환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재계를 충격으로 몰고갔던 소버린자산운용의 SK 경영권 장악 시도는 2003년 실패로 끝났다. 이어 2006년 칼 아이칸이 이끄는 해외 헤지펀드의 KT&G 인수 시도 역시 실패했다. 당시 시장은 물론 국민적인 여론도 적대적 M&A에 참여하는 사모펀드에 대해 크게 부정적인 분위기였다. 반대로 사모펀드지만 우호적 M&A를 시도한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성공 사례가 많다. 지난 최근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의 경영권을 인수한 사례가 있으며, 2013년 한앤컴퍼니가 웅진식품을 인수한 후 2018년 대만 퉁이그룹에 매각한 사례도 큰 저항 없이 이뤄졌다. 2022년 MBK파트너스의 오스템임플란트 지분 인수도 대표적이다. 이런 과거를 비춰볼 때 이번 MBK파트너스의 M&A시도를 적대적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고려아연의 전략적인 선택이다. 적대적 M&A로 규정해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여론의 지지를 얻어 인수 무산을 위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는 얘기다. ◇정치권·시민단체 반대 움직임 확산 실제 효과도 나타내고 있다. 이미 일부 정치인들과 시민단체에서는 이번 인수 시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고려아연 공장이 있는 울산시의회와 김두겸 울산시장,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소액주주 의결권 플랫폼 '액트' 등은 “MBK와 영풍의 적대적 M&A에 반대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추가로 고려아연이 세계 최대 아연 제련업체로서 국가 기간산업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도 사모펀드 입장에서 넘어야 할 벽이다. 정부와 재계의 개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 SK그룹이나 KT&G 사례에서도 정부와 재계의 지원으로 적대적 M&A를 막아낸 바 있다. 또 MBK파트너스의 투자자 구성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미국, 캐나다 연기금과 싱가포르 국부펀드, 중국 자본 등이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국내 기업의 해외 매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최근 미국에서 US스틸의 일본 제철 매각을 반대하는 여론이 형성된 것처럼, 국내에서도 비슷한 정서가 작용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MBK “적대적 아닌 우호적 인수" 반박 반면 MBK파트너스는 이번 공개매수가 적대적 M&A가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MBK파트너스 김광일 부회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리는 적대적 인수합병이나 합병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최대주주로서 지분을 늘리기 위해 공개매수를 하는 것"이라며 “이번 공개매수는 현 최대주주와 합의한 경영권 인수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적대적 M&A가 성공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 단순히 경영권 확보나 단기적 이익 추구가 아니라 기업의 장기적 발전과 산업 생태계 전체의 균형을 고려한 접근임을 시장에 납득시키지 못한다면 지분 확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HBM 시장 전망 불안… SK하이닉스·삼성전자 “기술력으로 승부”

HBM(High Bandwidth Memory) 시장 성장세를 놓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시장 주도권 확보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시장 전망의 불확실성을 대응하기 위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각자의 강점을 살린 전략으로 HBM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HBM 시장 전망…공급 과잉 vs 지속 성장 엇갈려 1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TrendForce)는 2024년 HBM 충족률(sufficiency ratio)이 -2.4%에서 0.6%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공급업체들의 공격적인 확장으로 인해 공급이 수요를 약간 초과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2024년에는 HBM3 수요가 크게 증가해 전체 HBM 수요의 6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메모리 시장에 대해 보다 신중한 전망을 내놓았다. 모건스탠리는 “메모리 수요가 여전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으면서 변화율이 정점에 근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향후 몇 분기 동안 이익 성장 기대치가 정점을 찍고 반전될 것으로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는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를 반영해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절반가량 낮은 12만원대로 제시하기도 했다. 반면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HBM 시장의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2024년, 2025년, 2026년 HBM 시장 공급 부족률을 각각 2.7%, 1.9%, 0.9%로 예측했다. 이는 수요 증가가 공급 증가를 약간 상회한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HBM 시장 규모가 2023년부터 2026년까지 연평균 100% 성장해 2026년에는 3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곁들였다. 이에 대해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공급과잉을 우려하는 것은 HBM 등 차세대 메모리의 시장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HBM은 기존 D램과 달리 고객사의 주문을 받아 생산하기 때문에 공급 과잉이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적정 재고를 확보하려는 고객사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어 적어도 2025년까지는 수요가 견조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삼성전자, 기술 우위 전략으로 시장 선점 나서 상반된 전망 속에서 국내 반도체 업계가 선택한 전략은 기술적 우위의 선점이다. 당장의 수요와 공급에 맞춰 반응하기 보다는 향후 시장 주도권을 잡는 게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먼저 SK하이닉스는 HBM 관련 기술에 투자규모를 오히려 늘려가면서 과거 삼성전자가 보여줬던 '초격차' 전략을 구사하는 중이다. SK하이닉스는 현재 HBM3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5세대 HBM3E 제품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12단 HBM3E 제품의 3분기 양산을 앞두고 있어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6세대 HBM4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하이닉스 AI인프라사업본부장 김주선 사장은 최근 열린 세미콘 타이완 2024에서 “6세대 HBM인 HBM4부터는 TSMC와 협력해 개발을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며 “고객사에 적기 공급하기 위해 6세대 제품부터는 생산을 TSMC에 위탁해 기능성을 더욱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HBM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8단 HBM3E 칩에서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좁혔으며, 12단 HBM3E 시장에서는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2분기부터 12단 HBM3E 칩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이정배 사장도 최근 “파운드리와 반도체 설계 역량을 모두 갖춘 삼성이 시장에서 강력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HBM 개발 역량 강화를 위해 조직 개편에도 나섰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반도체연구소 내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연구 개발 분야를 떼어내 사업부 각 개발실 산하로 옮기는 조직 개편을 진행 중이다. 이는 메모리 개발 역량을 한데 모아 시너지를 노리고, 연구소는 미래 기술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HBM 시장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고려할 때 두 기업의 시장 지배력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며 “글로벌 경쟁사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아 향후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고려아연에 우군 될까? LG·현대차·한화 ‘키플레이어’ 부각

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LG, 현대차, 한화 등 주요 대기업들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분쟁은 국내 비철금속 뿐만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고려아연 지분 구조와 대기업 전략적 제휴 18일 고려아연에 따르면 회사의 지분은 최윤범 회장 측(우호 지분 포함)이 33.99%를 보유 중이다. 만약 여기에 HMG글로벌(5.00%), 한화H2(4.79%), 한화임팩트(1.90%), LG화학(2.00%), ㈜한화(1.20%) 등 대기업들의 지분을 합하면 48.88%에 달한다. 지분 구조에 따라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주요 대기업들의 입장이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고려아연은 최근 몇 년간 이들 대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사업 다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지난 2022년 11월 23일 고려아연은 LG화학과 2567억원 규모의 자사주 맞교환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LG화학은 고려아연 지분 1.7%(39만1547주)를, 고려아연은 LG화학 지분 0.47%(36만7529주)를 각각 취득했다. 양사는 같은 날 IRA 대응을 위한 포괄적 사업 업무협약(MOU)도 맺었다. 이 협약에 따라 전지소재 분야에서 IRA 공동 대응에 합의했으며, 울산 전구체 공장의 생산능력을 2만t에서 5만t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그 중 하나다. 이에 양사는 고려아연 계열사인 켐코와 LG화학의 합작회사인 한국전구체주식회사를 통해 울산 온산 산업단지에 합작 전구체 공장을 세우고 최근 시제품 생산도 마쳤다. 같은 날 고려아연은 한화그룹과도 1600억원 규모의 주식 맞교환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한화는 고려아연 지분 1.2%(23만8358주)를, 고려아연은 ㈜한화 지분 7.3%(543만6380주)를 각각 취득했다. 자사주 교환의 이유도 협력이다. 고려아연의 호주 암모니아 수입, 저장 시설, 크래킹 시설 등에 한화가 참여하고, 한화의 육상 풍력발전소 전력을 고려아연이 구매하며, 해상 풍력발전소를 공동 개발하는 방안 등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화의 첨단 발파 솔루션을 활용해 고려아연의 채굴 효율성을 높이고, 미국 블루 암모니아 투자 사업에 고려아연이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됐다. 현대차그룹과의 관계도 주목할 만하다. 현대차 계열사인 HMG글로벌이 고려아연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구체적인 협력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전기차 배터리 관련 협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재 영풍의 장형진 고문 측은 약 33.13%를 보유하고 있으며, MBK파트너스는 14.61%의 지분을 공개매수하는 것이 목표다. 성공할 경우 47.74%의 지분 확보가 가능하다. 이대로 제휴사들이 최 회장의 손을 들어준다면 장 고문 측이 지분율에서 밀리지만 변수가 있다. HMG글로벌의 지분은 유증을 통해 납부와 신주발행까지 완료된 상태지만 현재 영풍 측이 신주발행무효의 소를 제기해 발목이 잡힌 상태라는 점이다. 이 소송에서 영풍 측이 승소하면 영풍의 지분 우위 상황이 된다. 결국 고려아연의 최 회장 측이 이기려면 지분투자로 엮인 우호지분의 100% 확보와 HMG글로벌의 신주 관련 소송의 승소가 조건이 된다. 반대로 영풍의 장 고문 측이 이기려면 HMG글로벌 소송의 승소나 한화와 LG화학 등의 '변심'이 필요하다. ◇LG·현대차·한화 등과 시너지 돈독…변수 될까 고려아연이 다른 회사들과 관계가 깊어진 것은 고려아연의 산업적인 위상 덕분이다.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산업에서 세계적인 위치다. 아연 생산량 기준 세계 1위, 은 생산량 기준 세계 3위의 기업으로, 국내 비철금속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2022년 기준 매출액은 10조9791억원, 영업이익은 1조1466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성과는 고려아연이 그동안 신재생에너지 및 수소, 이차전지 소재, 자원순환 사업을 중점 육성하는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을 추진한 덕분이다. 이 전략은 최윤범 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전통적인 비철금속 산업에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러한 전략적 제휴를 통해 고려아연은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전략은 신재생에너지 및 수소, 이차전지 소재, 자원순환 사업을 중점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과정에서 LG, 현대차, 한화와 미래 사업 방향을 공유하며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협력 관계는 각 기업의 핵심 사업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단순한 투자를 넘어선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볼 수 있다. 고려아연의 비철금속 산업에서의 세계적 위상과 2022년 기준 10조원이 넘는 매출 실적은 이러한 협력 관계를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향후에도 고려아연은 LG화학과는 배터리 소재 공급망 구축, 현대차와는 전기차 배터리 관련 협력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한화그룹과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의 협력이 기대된다. 이러한 협력 관계는 각 기업의 핵심 사업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단순한 투자를 넘어선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볼 수 있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발표하면서, 이들 대기업의 입장이 더욱 중요해졌다.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공식적으로 백기사 역할을 부인하고 있지만, 고려아연과의 기존 협력 관계를 고려할 때 현 경영진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MBK파트너스의 경우 사모펀드로서의 특성상 기존 협력 관계보다는 기업 가치 제고를 통한 수익 실현과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 MBK파트너스는 과거 여러 기업 인수 사례에서 보여주었듯이, 단기간 내 기업 가치를 높이고 적절한 시점에 매각하는 전략을 주로 구사해왔다. 결국 이번 경영권 분쟁의 결과에 따라 국내 비철금속 산업과 배터리 산업의 미래 방향성이 결정될 수 있어, 관련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의 기술력과 생산 능력이 국내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상황"이라며 “이번 분쟁의 결과는 한국의 미래 산업 전략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 난항으로 우울한 추석 맞이

두산그룹이 우울한 추석 연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지배구조 개편 계획의 난항으로 인해 그룹의 미래 전략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고, 주주들과의 갈등도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추석 연휴 이후 곧바로 다가올 국정감사를 앞두고 정치권의 압박도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두산그룹 경영진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두산그룹은 최근 진행 중인 지배구조 재편 작업을 잠시 멈춘 상태다. 회사 합병과 관련해 다음 달 25일로 예정됐던 주주총회 일정을 잠정 연기한 것이다. 두산그룹은 지난 7월 두산에너빌리티를 기존 사업회사와 두산밥캣 지분을 소유한 신설 투자회사로 인적분할하고, 이 분할 신설법인을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발표 직후부터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주주들은 이번 개편이 두산그룹의 두산밥캣 지배력 강화만을 위한 것이며,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알짜 기업인 두산밥캣을 적자 기업인 두산로보틱스와 교환하는 과정에서 일부 주주들의 이익이 침해된다는 점이었다. 두산밥캣은 지난해 매출 7조원, 영업이익 1조4000억원을 기록하며 그룹 내 주요 수익원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두산로보틱스는 적자 상태다. 이에 주주들은 “건설장비 회사에 투자한 주주들이 로봇 회사 주주가 되는 셈"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금융감독원도 이 문제에 개입했다. 금감원은 두산에 증권신고서를 보완하라고 요구했고, 두산 측이 정정 신고서를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금감원장은 “제한 없이 정정 요구를 할 것"이라고 밝혀, 두산의 지배구조 개편 계획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두산그룹은 지난 8월 29일 당초 계획했던 두산밥캣 상장폐지안을 철회하고 분할합병 수정안을 내놓았다. 두산그룹은 최근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을 해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는 “주주 설득 및 시장 소통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주 및 시장의 부정적 의견이 강한 상황"이라며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한 시너지가 존재하더라도 현 시점에서는 추진하지 않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수정안 역시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피하지 못했다. 주주들은 분할합병 계획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계획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 큰 난관에 부딪혔음을 보여준다. 특히 금감원이 요구한 두산에너빌리티 분할신설부문의 수익가치 재평가 작업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일정에 큰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10월 10일부터 27일까지 예정된 국정감사 일정도 두산 입장에서 부담이다.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높은 가운데 그룹 총수의 증인 출석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사태는 향후 다른 대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도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삼성전자 위기론 점검…HBM·AI 반도체 승부수 던져야

삼성전자를 둘러싼 분위기가 심상치않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급격한 변화와 AI 시대의 도래로 다양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삼성전자에 대한 우려가 위기론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반도체 부문 부진 뚜렷... 시장 점유율 하락세 14일 한국투자증권 등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10조2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는 기존 추정치 대비 25% 낮은 수준이다. 특히 반도체 부문의 부진이 두드러진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2023년 4분기 기준 DRAM 시장 점유율은 42.7%로, 전년 동기 대비 1.8%p 하락했다. NAND 플래시 시장에서도 점유율이 31.4%로 3.1%p 하락했다. HBM(High Bandwidth Memory) 시장에서의 열세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AI 반도체 붐과 함께 HBM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이 분야에서 뚜렷한 열세를 보이고 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H200'에 SK하이닉스의 HBM3E가 채택되면서, 삼성전자는 주요 고객을 놓치게 되었다. 이는 삼성전자의 기술력과 시장 대응 능력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삼성전자는 TSMC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2023년 기준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0%를 상회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15%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3나노 공정 기술에서 TSMC가 이미 대량 생산에 돌입한 반면, 삼성전자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어 수율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주요 고객사들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AI 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력 부족도 큰 우려 사항이다. 삼성전자의 NPU(Neural Processing Unit) 개발이 지연되면서, 스마트폰 등 주력 제품에 자사 AI 칩 탑재가 늦어지고 있다. 엔비디아, AMD 등이 주도하고 있는 AI 가속기 시장에 삼성전자의 진입이 늦어지고 있어, 향후 시장 점유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중국 기업들의 급격한 성장도 삼성전자에 위협이 되고 있다. 특히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CXMT는 2024년 말까지 웨이퍼 생산능력을 마이크론의 54%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글로벌 DRAM 시장의 10%를 차지하는 규모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CXMT 등 중국 기업들의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들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인해 삼성전자의 수익성이 압박받고 있다. ◇위기 극복 위한 과제와 정부 지원 필요성 이러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HBM 및 AI 반도체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와 기술 개발 가속화, 파운드리 사업의 수율 개선 및 고객 신뢰도 회복 등이 숙제다. 차세대 메모리 기술 선점을 통한 시장 주도권 확보와 중국 기업과의 차별화를 위한 고부가가치 제품 라인업 강화, 글로벌 AI 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 확대 등도 절실하다. 특히 HBM 시장에서의 경쟁력 회복이 시급하다. 삼성전자는 HBM3E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SK하이닉스에 비해 최소 6개월에서 1년의 기술 격차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R&D 투자 확대와 함께 생산 능력 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 사업에서는 3나노 공정의 수율 개선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삼성전자는 2023년 초부터 3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했지만, 아직 수율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TSMC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공정 기술 개선과 함께 고객사들의 신뢰 회복이 필수적이다. AI 반도체 분야에서는 자체 NPU 개발 가속화와 함께 AI 가속기 시장 진입을 위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특히 엔비디아, AMD 등 선두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정부와 산업계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수적이다. 반도체 산업은 국가 경제의 핵심 동력이자 안보의 한 축이다. 삼성전자와 TSMC로 이어지는 아시아의 반도체 벨트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최전선인 상황이다. 이를 유지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경쟁력 강화는 국가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보조금 지급과 세제 혜택, R&D 지원, 규제 완화 등 다각도의 정책적 뒷받침이 요구된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들이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대규모 지원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다. 특히 AI와 자율주행, 5G 등 신기술 분야에서의 수요 증가에 대비한 선제적 투자와 기술 개발이 중요하게 부각 중이다. 이를 통해 단순한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를 넘어, 종합 반도체 솔루션 기업으로의 도약하는 것이 국가적인 경쟁력 강화로 직결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혁신과 성공은 곧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와 직결되는 만큼,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의 길을 찾아갈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현장으로 다시 체코로” 추석에도 쉴 틈 없는 재계 총수들

재계 총수들이 추석 명절에도 휴식을 반납하고 경영 일선을 지킨다. 연휴 직후 있을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순방 동행도 준비해야 한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려는 수장들의 노력이 이어지는 중이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주요 그룹 총수들은 추석 연휴 기간 해외 출장과 경영 구상, 그리고 체코 방문 준비에 집중할 전망이다. 대통령 해외 순방에 4대 그룹 총수가 모두 동행하는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이재용, 10년 전통 해외 출장 이어가 이재용 회장은 지난 10년간 이어온 명절 해외 출장 전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2014년 삼성 경영을 본격적으로 맡은 이후 매년 명절마다 해외 사업장을 방문해 왔다. 올해 설에는 말레이시아 스름반의 삼성SDI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점검했으며, 지난해 추석에는 중동 3개국을 순방했다. 이번 추석에도 주요 해외 사업장을 방문해 현장 경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체코 방문과 관련해 삼성전자는 체코와의 반도체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고, 원전 시공 참여 기회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체코 정부가 최근 반도체 제조를 전략적 투자 분야로 지정한 만큼,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력이 주목받을 전망이다. 또한, 삼성물산이 UAE 바라카 원전 시공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체코 원전 사업에서도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 최태원, 'BBC' 전략으로 체코 공략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국내에 머물며 하반기 경영 구상에 집중할 예정이다. 다음 달 예정된 SK그룹 CEO 세미나 준비와 함께 체코에서의 배터리, 바이오, 반도체 분야 협력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최근 'BBC'(배터리, 바이오, 반도체)를 미래 핵심 성장동력으로 선정했으며, 체코에서 이 분야의 협력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SK온의 배터리 사업과 관련해 체코 내 투자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다. ◇정의선, 유럽 전기차 시장 공략 노린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체코 내 유일한 EU 생산기지인 노소비체 공장의 확장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공장은 2009년 준공 이후 현대차의 유럽 수출 전진기지 역할을 해왔다. 특히 유럽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을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소비체 공장은 이미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모두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 유럽 전기차 시장 성장에 대응할 준비를 마쳤다. ◇구광모, 체코 배터리 공장 설립 타진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하반기 경영 현안을 점검하고, 체코에서의 배터리 사업 협력 가능성을 모색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체코 내 배터리 공장 설립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LG그룹은 이미 30여 년간 체코에서 가전 사업을 운영해 왔으며, 최근에는 전장부품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체코 정부가 자국 내 배터리 공장 유치에 적극적인 만큼, LG에너지솔루션의 투자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 정기선, 미국서 친환경 선박 기술 논의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추석 연휴 기간 미국에서 열리는 '가스텍 2024'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 행사는 친환경 선박·에너지 전시회로, HD현대는 후원사로 참여한다. 정 부회장은 이 행사에서 글로벌 에너지 기업 경영진들과 만나 사업 협력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는 HD현대가 추진 중인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과 에너지 사업 다각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한화, 우주항공·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김동관 부회장은 국내에서 경영 구상에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김동관 부회장은 사실상 승계 구도가 굳어진 만큼, 올해 초 수립한 계획을 점검하고 미래 신성장동력과 신규 투자처를 집중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최근 우주항공, 신재생에너지 등 첨단 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이와 관련한 전략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 등 기타 그룹, 각자도생 전략 수립 이 밖에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그룹 주력 사업인 철강과 이차전지 소재 등의 현안을 점검하고,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응한 전략을 수립할 것으로 보인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연휴 기간 근무하는 직원들을 격려하고,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등 주요 현안을 챙길 예정이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최근 체코 신규 원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만큼, 이번 방문을 통해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참여하는 '팀코리아'가 약 24조 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한국 원전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체코 순방, 新시장 개척 교두보 될까 연휴 짂후 이어지는 체코 순방은 한-체코 수교 30주년을 맞아 이뤄지는 것으로, 양국 간 경제 협력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체코가 최근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원전 등 첨단 산업 육성에 적극적인 만큼, 한국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 환경 속에서 총수들이 추석 연휴마저 반납하고 현장 경영에 나서는 것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특히 체코 순방을 앞두고 있어 새로운 시장 개척과 사업 확장을 위한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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