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건전성 위기가 고조된 저축은행에 대해 금융당국이 현장 점검에 나선다. 지난해 말 연체율이 1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른 데 이어 올해도 상승세가 이어져 부실채권 매각 등 연체율 관리가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부 저축은행은 신용등급 강등으로 자본 조달에 애를 먹을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은 10여개 저축은행에 비상시 자본조달 계획 등을 담은 자본확충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금감원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연체율 관리계획이 미진한 일부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연체율 관리 현장 점검을 실시한다고 21일 밝혔다. 1분기 말 연체율을 확인한 금감원은 지난주 저축은행에 연체율 관리 계획을 제출하도록 했는데, 이중 계획이 미진한 업체를 대상으로 직접 점검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 연체율은 6.55%로 전년 대비 3.14%포인트(p) 올라, 2011년 저축은행 사태(5.8%p)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으며 올해 1분기 연체율도 작년 말보다 상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이달부터 저축은행중앙회 모범규준에 반영된 부동산 PF 경·공매 활성화 방안 이행과 개인사업자 연체채권 매각 현황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이 급등하고 있지만, PF 사업장의 적정 가격에 대한 이견으로 경·공매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저축은행의 연체율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들이 나왔다. 또한 새출발기금에만 매각할 수 있었던 개인사업자 연체 채권의 경우 지난 2월부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부실채권(NPL)투자사 등으로 매각 통로가 넓어졌지만, 실적은 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NPL 투자사가 2곳으로 한정적이다 보니 매각가격이 생각보다 낮아 기대만큼 매각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 19일 대신저축은행에 대한 경영유의 통보에서 “개인신용대출 부실로 연체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가운데 부동산개발 관련 만기 연장의 비율이 높아 관련 대출의 부실화가 우려된다"며 “신용평가를 강화하고 대손충당금을 강화하는 한편 퇴직연금 등으로 비중이 과도하지 않게 하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일부 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이 강등되고, 금리인하 시기가 예상보다 늦춰지면서 저축은행들의 자금 조달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저축은행업권 자산 순위 6위인 페퍼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BBB-(부정적)'로 기존 등급(BBB, 부정적)보다 하향조정했다. 나신평은 고금리가 이어지며 자본 조달 비용 상승으로 수익성이 하락하고, 자산건전성이 악화한 점을 강등 이유로 밝혔다. 중소형 저축은행인 바로저축은행도 신용등급이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낮아졌다. 저축은행이 퇴직연금을 운용하려면 BBB 이상을 받아야 하는데, 회사채 등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운 저축은행업권의 경우 이러한 신용등급 강등은 신규 자금 조달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최근 10여개 저축은행에 재무구조 관리 방안과 비상시 자본조달 계획 등을 담은 자본확충방안을 마련하도록 주문하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은행 가운데 자기자본비율이 법정 지도 비율(10%) 밑으로 떨어진 곳은 없는 만큼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을 요구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선제적으로 유상증자를 결정한 저축은행이 보고할 경우 증자 규모를 확대하도록 지도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페퍼저축은행과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은 각각 모 기업으로부터 100억원, 43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조달한 바 있다. 김준현 기자 kjh123@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