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도 글로벌 1등으로 거듭나겠다는 삼성전자의 꿈이 멀어지고 있다. 1위 TSMC와의 격차가 계속 벌어지는 가운데 3위 중국 SMIC의 성장세로 인해 삼성은 2위 자리마저 위협받고 있다. 최근 파운드리 조직을 재정비한 삼성전자는 수율(양품 비율)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고객사 확보에 힘을 쏟으며 분위기 반전을 꾀할 방침이다. 10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삼성전자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직전 분기(11.5%) 대비 2.2%p 하락한 9.3%에 그쳤다. 이는 2021년 이후 최저치다. 같은 기간 TSMC의 파운드리 주도권은 더 확고해졌다. 이 회사의 점유율은 2.6%p 상승해 64.9%까지 치솟았다. TSMC와 삼성전자의 점유율 격차는 지난 2분기 50.8%p에서 3분기 55.6%p로 확대됐다. TSMC의 선전은 플래그십 스마트폰 제품과 인공지능(AI)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 증가로 인한 웨이퍼 출하량 및 설비 가동률 상승에 기인한다. 삼성전자는 성숙 공정에서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 심화가 가격 인하로 이어져 전 분기 대비 점유율이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과 TSMC 간의 격차가 커지면서 삼성의 파운드리 1위 목표가 더욱 멀어지고 있다. 2019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은 화성캠퍼스에서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통해 2030년까지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확실한 1위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1위는커녕 삼성전자는 오히려 중국 SMIC의 거센 추격에 직면해 있다. 삼성과 SMIC의 점유율 격차는 2분기 5.5%p에서 3분기 3.3%p로 좁혀졌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제재에 맞서 자국 파운드리 기업인 SMIC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SMIC는 화웨이 등 자국 스마트폰 제조사를 주요 고객으로 확보하는 데 유리한 위치에 있어, 앞으로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경쟁 구도가 불확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위기 상황을 인지한 삼성전자도 삼성 파운드리 사상 처음으로 투톱 사장 체제를 도입하는 등 조직을 재정비했다. 최근 삼성은 연말 인사 및 조직개편으로 파운드리 사업부장으로 한진만 사장을 선임했고 파운드리 최고기술책임자(CTO)로 남석우 사장을 세웠다. CTO 직은 처음 신설됐다. 공정 전문가로 알려진 남석우 사장을 앞세워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TSMC에 파운드리 주도권을 내준 건 수율 관리에 실패했기 때문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2022년 세계 최초로 차세대 공정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도입했지만 아직 3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최첨단 공정 수율 확보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사이 TSMC는 기술력을 향상시키며 굵직한 빅테크 기업들을 3나노 공정 고객사로 대거 확보해 매출을 늘렸다. TSMC는 당장 내년부터 최첨단 2나노 공정 제품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TSMC의 수율은 최근 60%를 넘으며 대량 양산이 가능한 수준까지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TSMC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선 수율 개선이 절실하다. 첨단 공정 수율 개선과 함께 통상 28나노 이상인 성숙(레거시) 공정 사업도 강조되는 분위기다. 성숙 공정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매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TSMC가 3·5·7나노 등 선단 공정에서 주로 매출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이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는 시장이다. 최근 SMIC 등 중국 업체들은 성숙 공정에서 기술력을 올리며 삼성을 추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성숙 공정 고객사 확보에 전력을 다하며 중국에 맞설 것으로 보인다. 한진만 사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성숙 노드 사업은 선단 노드의 사업화에 필요한 시간과 자원을 지원할 수 있는 중요한 사업"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우리 사업부가 개발해놓은 성숙 노드들의 사업화 확대를 위한 엔지니어링 활동에 힘써 달라"며 “추가 고객 확보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