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에너지경제 신문 이상욱 기자 “시장님께서 말씀하신 땅값이 문제여서. (중략) GS건설 컨소시엄의 용지 매입비 2400억원으로는 창원시 사업에 차질이 있다." 2021년 4월 마산해양신도시 4차 공모 선정심의위원회 때 당시 간사인 공무원 A 씨가 심의위원들에게 건넨 말이다. 2013년 개발계획이 확정된 마산해양신도시 사업은 이 말을 끝으로 지금까지 심정지 상태다. 지금까지 꽃을 채 피우지 못한 채 창원시와 사업자들 사이 법적인 공방으로 앞날을 가늠하기 힘든 처지가 돼버렸다. 최근 대법원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판결이 확정된 사업자에 대한 대법원과 고등법원 판결문을 바탕으로 사건을 재구성해봤다. 마산해양신도시 사업의 운명은 민선 7기 창원시정이 출범하면서 꼬여버렸다. 허성무 전 창원시장은 2020년 10월 13일 마산해양신도시 개발 방향 비전을 발표하면서 “마산해양신도시 6만1000평 (개발)에 (들어간) 3403억원 투자비는 우리 시민의 세금으로 반드시 회수해야 하며, 민간 업체에게 최소 3400억원으로 매각하겠다"고 공언했다. 또한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월영동 댓거리가 평당 600~800만원 정도 받으니까, 마산해양신도시는 6만평이니 땅값으로 최소 3600~4800억원을 받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설상가상으로 창원시는 '용지매입 가격 우수성'이라는 평가 요소를 앞선 1~3차와 달리 4차 공모 때부터 신설했다. 사업계획서에 2400억원의 용지 매입비를 적어 낸 4차 공모 사업자는 이 사업에서 설 곳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2021년 4월 14일 결국 사달이 났다. A 공무원은 그달 초순쯤 허 전 시장으로부터 사업자의 토지 매입비가 적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 A 공무원은 그 말을 직접적인 지시는 아니지만, 4차 공모에 응한 GS건설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되면 안된다는 의미로 이해했다. A 공무원은 마산해양신도시 4차 공모 선정심의위원회 심의를 시작하기 전과 심의 도중 휴식 시간에 심의위원들에게 시장의 간접적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GS건설 컨소시엄이 계획한 토지 매입비가 실제 부지 조성에 들어간 돈보다 적어 창원시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취지의 말한 것이다. A 공무원의 발언은 심의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위촉직 심의위원 B와 C 씨는 A 공무원의 말을 창원시가 GS건설 컨소시엄을 선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결국 두 심의위원은 “평가 점수를 낮게 줬다"고 털어놨다. 공무원 심의위원이었던 D 씨도 “당시 A 공무원이 토지 매입비가 적다는 이야기를 제일 강조했고, 토지 매입비가 적은 것으로 인해 창원시 예산이 많이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위원 대다수가 A 공무원 설명을 듣는 순간 점수를 적게 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나도 사업계획서에 '양''가'만 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심의에 참여했던 공무원 3명은 GS건설 컨소시엄의 사업계획서 모든 평가항목에 '미''양''가'로 평가했다. 이들의 배점은 평가항목을 불문하고 모든 심의위원 중 가장 낮았다. 위촉직 심의위원들의 각 평가항목에 대한 평균 배점과 공무원 심의위원들의 평균 배점은 '개발 및 건설계획'에서 81.3점, '사업 및 운영계획'에서 103.3점이나 차이가 났다. 엄청난 규모다. GS건설 컨소시엄은 이런 배점 결과를 이겨내지 못했다. 결국 5.42점(단독 응모 시 선정기준인 800점에서 원고 컨소시엄 득점인 794.58점을 뺀 점수)이 모자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했다. 창원시가 토지 매입비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GS건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전제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공모 지침서 제36조에서 “토지가격은 우선협상자가 사업계획서에 제시한 용지 매입비와 2인 이상 감정평가액의 산술 평균한 금액 중 높은 금액으로 실시협약 시 결정한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자가 제시한 토지 매입비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면, 창원시가 선정심의위원회 심의 이후 사업자와 추가로 이를 협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결과에 수긍하지 못한 사업자는 급기야 법원에 “우선협상대상자 미선정 처분 무효와 취소"를 호소했다. 소송 1심에서 창원시가 승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창원시의 심의 과정이 공정성과 객관성을 저해했다고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GS건설 컨소시엄에 대한 사업계획서 평가 결과는 객관적인 합리성과 공정성이 현저히 결여된 게 인정된다"며 “따라서 이 평가 결과에 기초한 창원시의 4차 우선협상대상자 미선정 처분은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했다. 창원시는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사건 기록과 원심 판결과 상고 이유를 모두 살펴봤지만 상고인들의 상고 이유에 대한 주장은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사유를 포함하지 않거나 이유가 없다고 인정된다"며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lee665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