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손실 위험 확대기에 오히려 과도한 영업목표를 설정하고 성과지표를 부적정하게 설계해 전사적 판매를 독려했다.' 금융권에 터진 홍콩 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현장 검사 후 지난 11일 발표한 내용이다. 글로벌 지수 변동성이 커지는 등 불확실성이 고조되던 시기였음에도 은행이 과도하게 영업목표를 설정하는 등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지속했다는 것이다. 공격적인 영업을 지속하며 은행은 투자상품 판매시 지켜야 하는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등을 위반했고 결국 불완전판매를 했다고 금감원은 판단했다. 사실상 과도한 경쟁이 불완전판매를 부추겼고 지금의 홍콩 H지수 ELS 대규모 손실 사태로 이어졌다는 것이 금감원이 내린 결론이다. 앞서 2019년 은행에서 발생한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F) 손실 사태 때도 은행의 영업행위에 따른 불완전판매가 드러났다. 이후 금감원은 손실 금액의 최대 80%를 투자자들에게 배상해주라는 조정안을 내놓았다. 또 금융권에서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시행하고 직원의 성과평가지표(KPI)를 고치는 등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했으나 은행의 과도한 영업행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 이번 사태를 통해 다시금 확인됐다. 은행의 과도한 경쟁은 투자상품 판매에서만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최근 드러난 NH농협은행과 KB국민은행의 '과다 대출'과 관련한 배임 사고 또한 직원의 개인 일탈 이상의 과도한 경쟁에서 기인했을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자세한 내용은 조사를 해봐야 하지만, 과다 대출의 경우 직원들이 자신의 KPI를 높이기 위해 종종 발생하는 사고란 것이 은행권 관계자 설명이다. 특히 영업점에서 전결을 가진 개인사업자 대출의 경우 직원들이 실적을 높이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발생하고, 은행이 자체 검사를 통해 이를 적발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은행도 영업을 통해 돈을 벌고 직원들이 성과를 내야 하는 기업인 만큼 '경쟁' 자체를 비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성과에 매몰돼 정도가 지나치게 되고, 지켜야 하는 것이 무너지면 고객은 물론 은행의 직접적인 피해로 돌아가고 신뢰도 한순간에 무너진다. 은행은 고객들에게 단순한 기업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당장의 실적을 높이고 성과를 내는 것보다 중요한, 은행이 스스로 지켜야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잊지 말아야 은행 사고를 줄일 수 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