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나서 금융사들의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하고 있는 상황에서 4년 넘게 110억원 규모의 배임 사고가 발생한 NH농협은행은 난처한 상황이 됐다. 이번 사고가 농협은행의 자체 감사에서 밝혀지긴 했으나, 만일 해당 직원의 비위를 초기에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결론이 나면 농협은행의 감사부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에서 약 110억원 규모의 배임 사고를 낸 직원은 지역의 한 영업점에서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여신 업무를 담당했다. 농협은행은 금융사고가 발생한 기간을 2019년 3월 25일부터 지난해 11월 10일까지라고 공시했는데 이는 해당 직원이 대출을 내준 기간이라는 것이 농협은행의 설명이다. 현재 농협은행에서 의심하고 있는 과다 상정 대출 금액은 약 12억원이다. 해당 직원이 부동산 대출의 담보가치를 설정할 때 실제 거래금액보다 매매계약서의 거래금액을 약 12억원 더 많이 설정한 것으로 농협은행은 파악하고 있다. 해당 직원은 '실수'라고 항변을 하고 있지만 농협은행은 이 직원을 형사 고발했다. 공시된 금융사고 금액은 109억4734만원이다. 이 금액은 이 직원이 대출 업무를 하는 동안 취급한 대출 규모로, 정상 채권도 포함돼 있으며 모두 배임과 관련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 농협은행 측 설명이다. 정확한 내용은 금융감독원과 경찰 조사를 통해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고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금융권의 내부통제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해 더욱 주목을 받는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에서 횡령 등의 금융사고가 잇따르자 지난해 6월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책무구조도 도입, 내부통제 관리의무 부여 등의 내용을 담은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됐다. 금융사 임원들이 소관 업무에 대해 내부통제 관리를 부여받도록 해 책임의식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농협은행의 배임 사고가 개인의 일탈로 발생한 것이긴 하지만 이 사실을 즉시 알아차리지 못한 만큼 은행권의 내부통제에 대한 지적이 또 다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 영업점은 전산 등 내부통제시스템을 통해 매일 감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 은행권 관계자들 설명이다. 단 전산화 되지 않거나 영업점이 전결권을 갖는 업무 등 전산으로 모두 들여다볼 수 없는 업무가 존재하는 만큼 금융사고가 발생할 빈틈은 존재한다. 아울러 농협은행에서 감사를 통해 배임 사고를 빨리 파악하지 못한 것이 확인되면 은행 감사에 대한 비판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는 농협은행이 실시한 자체적인 정기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아직 세부적인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은행권에서는 금융사고가 발생하기 시작한 시점이 공시된 2019년부터일 것이라고 본다. 이 경우 4년의 시간 동안 은행 감사를 통해서 배임 행위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동안 제대로 된 감사가 이뤄졌는지부터 조사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 영업점에 대한 정기 감사는 보통 1년에 한번씩 이뤄지며 수시 감사도 진행된다. 농협은행의 경우 영업점에 대한 감사는 감사부에서 진행하고 있다. 조직도를 보면 농협은행은 감사위원회와 상근감사위원 아래 실무 조직인 감사부를 두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농협은행이 앞서 정기 감사를 제대로 실시했는지, 정기 감사를 나갔다면 왜 배임 행위를 발견하지 못했는지 봐야 한다"며 “그동안 정기 감사를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사고를 인지하지 못했다면 감사 직원도 징계 대상이다"라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