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잡기에 혈안이 된 가운데 당국 주도로 추진되는 시중은행 독과점 해소 방안을 두고도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 독과점 비판'에서 촉발된 독과점 해소 방안은 은행권에 신규 플레이어를 등장시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새 플레이어들은 초창기 성장을 위해 대출자산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한데, 현재는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에 따라 적극적으로 자산을 늘리기 어려워졌다. 더구나 제4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열기는 한풀 꺾였고,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 특화전문은행 확산 등의 방안은 진전이 없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가계대출이 계속 불어나며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조이기 강도가 점점 더 세지고 있다. 2분기 국내 가계 빚은 1896조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당국 압박에 시장금리 하락 속에서도 시중은행들은 지난달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높여왔는데, 이제는 한도 축소 등 금리 외 방법으로도 대출 관리에 들어간다. 사실상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확대하기에 부담이 되는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다. 당국의 모든 관심이 가계대출에 쏠리면서 지난해부터 추진되던 시중은행의 독과점 해소 방안의 효과에 의문이 생긴다. 당국은 새 플레이어들이 은행 산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밀어준다고 공언했지만, 지금은 되레 은행이 대출영업을 할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당국은 지난해 7월 은행업에 공정하고 실효성 있는 경쟁을 도입하겠다며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논의 결과를 발표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 저축은행 인수·합병(M&A), 시중·지방·인터넷은행 신규 인가 활성화, 특화전문은행 확산과 인터넷은행·지방은행의 공동대출 활성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후 탄생한 것이 지금의 iM뱅크(옛 DGB대구은행)다. 지방은행이었던 당시 대구은행은 곧바로 시중은행 전환 인가를 신청했고 지난 5월 시중은행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iM뱅크가 당장 시중은행 사이에서 메기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다. 현재 시중은행 대비 iM뱅크의 체급은 7분의 1 수준으로 작아 시중은행을 자극시킬 만한 영업 포트폴리오를 가질 수 없고, 여기에 가계대출 조이기가 지속되면 대출 자산을 확대하는 데도 제약이 있다. 지방은행은 아직 주담대 금리를 높이는 등 대출 관리를 강화하지는 않고 있지만, 시중은행의 대출 수요가 지방은행으로 확산되면 지방은행들도 결국 대출 문턱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당국은 새로운 제4인터넷은행 등장을 준비하면서도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등 기존 인터넷은행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을 드러내며 신규 플레이어들의 부담도 키우고 있다. 앞서 카카오·케이뱅크는 다른 은행들보다 낮은 금리로 주담대를 공급했고, 대환대출 인프라가 시작되자 수요자들의 대출 금리를 낮춰줬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다 인터넷은행으로 대출 쏠림이 심해지자 당국은 인터넷은행들이 주담대를 중심으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영업 행태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설립 취지인 중저신용 대출을 확대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주담대와 같은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비율을 높여야 한다"며 “앞서 대환대출 인프라 도입 때는 우수 사례로 평가를 받다가 한순간에 비판의 대상이 되니 인터넷은행들도 억울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인터넷은행에 대한 당국 인식이 좋지 않고 영업하기 쉽지 않다는 걸 시장에서도 알기 때문에, 시장 주목을 받는 대형 빅테크·핀테크 기업들은 은행업에 뛰어들지 못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iM뱅크나 제4인터넷은행 컨소시엄 등 은행권 신규 플레이어들은 가계대출 대신 중소기업·자영업자 대출 등 기업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기업대출은 대출 과정이 더 까다롭고 건전성 관리도 어려워 성공 가능성은 미지수란 반응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에서는 중소기업·자영업자 대출 중심의 영업으로 성공한 금융사가 없다"며 “결국에는 가계대출도 확대하면서 포트폴리오를 잡아가야 하는데 지금 분위기에서는 어떻게 될 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더구나 당국이 가계대출 잡기에 열을 올리면서 독과점 해소 방안은 후순위로 밀렸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3일 인사청문회에서 '하반기에는 인터넷은행 설립 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 만큼 제4인터넷은행은 김 위원장의 의지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 이밖에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과 M&A, 특화전문은행 확산 등 신규 플레이어 확대를 위한 방안은 특별한 논의가 없다. 송두리 기자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