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선제적으로 홍콩 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자율배상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다른 은행들도 ELS 자율배상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단 타행들은 우리은행의 자율배상 수순을 곧바로 따르기는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내놓는다. 우리은행의 홍콩 ELS 판매 규모가 400억원대밖에 되지 않아 수조원대를 판매한 타행과 상황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우리은행이 평균 50% 안팎의 배상비율을 적용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타행들이 일괄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데다, 법률 검토도 더 까다로울 것으로 예상한다. 또 우리은행의 배상안을 수용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은 소송에도 나설 수 있어 자율배상을 서두르기 보다는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위원회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오는 22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홍콩 ELS 자율배상안건을 결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이 홍콩 ELS 판매 은행 중 가장 먼저 자율배상안을 내놓는 것이다. 타행들도 이번 주부터 이사회가 열리지만 홍콩 ELS 자율배상 안건이 오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 홍콩 ELS 판매 규모가 400억원대인 우리은행과 달리 다른 은행들은 판매 규모가 수조원에 이르기 때문에 내부 검토를 끝마치기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20일 하나은행을 시작으로, 21일에는 신한·KB국민은행이, 28일에는 NH농협은행이 이사회를 개최한다. 29일에는 SC제일은행이 주주총회를 여는데, 이에 앞서 이사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이사회에는 완벽한 분석 과정과 결론을 마련해 안건으로 제출해야 하는데, 개별 사례들을 다 검토하기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우리은행은 판매 규모가 적어 빠르게 결론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권에 따르면 홍콩 ELS 판매 규모는 국민은행이 8조원을 넘고, 신한은행·농협은행·하나은행이 2조원대, SC제일은행이 1조2000억원 수준이다. 우리은행이 자율배상안을 먼저 내놓으면 다른 은행들도 자율배상안 마련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한 은행이 먼저 자율배상안을 발표하면, 금융감독원의 압박도 있기 때문에 분위기에 따라 타행들도 배상안을 서둘러 마련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 우리은행이 내놓은 배상안이 타행들에도 적용될 지는 알 수 없다는 반응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내부 시뮬레이션 결과 최대 100억원의 배상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평균 배상비율을 50% 정도로 가정한 것이다. 타행들은 20~40% 정도로 배상비율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우리은행의 배상비율은 예상보다 높은 수준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맞게 내부 검토를 하고 있기 때문에 피해 고객들에게 평균 50%의 배상비율을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우리은행과 판매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배상비율을 러프하게 책정할 수는 없다. 좀 더 세밀하고 정밀하게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율배상이 배임 소지가 없다는 법률 검토도 우리은행이 진행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타행들은 상황이 다르다고 보고 있다. 법률적인 내용은 은행권 공통으로 적용되지만 규모에 따라 배임으로 보는 판단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50%로 배상을 하면 최대 100억원이지만, 가장 많이 판매한 은행은 50%로 배상하면 최대 2조원을 내놔야 한다. 규모가 다르다"며 “타행들은 배임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기 때문에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고 했다. 우리은행의 50% 자율배상 이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100% 배상을 요구하고 있어 우리은행의 자율배상안을 수용할 지 의문"이라며 “4월부터 시작하는 금감원의 분쟁조정 내용을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