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뻉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의 소속사인 생각엔터테인먼트가 폐업 수순에 들어가며, 투자자인 카카오엔터 역시 유탄을 맞았다. 하지만 카카오엔터의 그간 투자 실적을 고려할 때 김호중 관련 손실은 큰 타격이 될 것 같진 않다. 예상되는 최대 손실은 75억원에 그치는데, 문제는 카카오엔터의 지난 2년간 투자 관련 손실이 1조6000억원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30일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영업권 관련 무형자산 손상차손으로 9245억원을 계상했다. 전년 6676억원을 고려할 때 2년 새 1조5921억원을 영업권 관련 손상으로 인식한 것이다. 영업권은 인수 및 합병하는 과정에서 웃돈으로 지불한 가치를 계상하는 계정이다. 카카오엔터는 그간 공격적인 투자를 했다. 문어발식 확장 과정에서 웃돈도 많이 지불했다. 2020년 초 830억원이었던 영업권은 20배 이상 증가해 2021년말 기준 1조8870억원이 늘었다. 2021년 말 카카오엔터의 총자산이 3조7176억원임을 고려할 때 자산의 절반 이상이 웃돈 지불액이었다는 의미다. 인수한 기업들의 실적이 잘 나왔다면 여전히 웃돈은 자산으로 남아있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카카오엔터는 투자 액수 만큼 회수하기 어렵다고 판단, 대거 손상을 인식했다. 손상을 가장 많이 계상한 계열사는 타파스엔터테인먼트다. 타파스는 북미 시장에서 K웹툰 전초 기지 역할을 위해 투자했으나 기대와 달리 지난해 425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 관련 영업권의 97%는 손상 처리됐다. 뿐만 아니라 가수 아이유가 속한 이담엔터테인먼트 역시 절반 이상의 영업권이 손상처리됐다. 지난해 초 기준 450억원이던 영업권은 250억원 이상 손상을 인식해 200억원까지 감소했다. 이담엔터테인먼트는 타파스와 달리 지난해 3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를 냈으나, 웃돈을 과도하게 지불한 탓에 영업권 손상은 불가피했다. 유튜버 김계란, 진용진, 공혁준, 걸밴드 QWER 등이 속한 쓰리와이코프레이션의 영업권은 전액 상각됐고, 유재석, 이효리, 유희열 등이 속한 안테나 역시 84억원의 영업권 중 절반 가까운 40억원이 손상 처리됐다. 카카오엔터가 2년간 1조6000억원의 영업권 손상을 인식했지만 향후 추가 손실 가능성도 남아있다. 바람픽쳐스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카카오엔터는 바람픽쳐스의 손상을 인식하지 않았다. 하지만 배우 윤정희 남편인 이준호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은 고가 인수 관련 배임 혐의로 수사 중이라 수사 결과 등에 따라 기업 가치의 큰 변화가 올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카카오엔터는 현금흐름할인법(DCF)을 기초로 사용가치를 추정해 손상을 인식했다. 현금흐름할인법은 미래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되는 금액을 회수가능액으로 인식해 그 이상 계상된 자산은 손상처리한다. 이는 카카오엔터가 계열사 인수 과정에서 많은 웃돈을 지불했는데 지불 금액이 과하다는 것을 경영진 및 회계사가 자인한 셈이다. 밸류에이션을 오랜 기간 담당한 관계자는 “보통은 평가회사의 사업계획을 받아서 현금흐름 추정이 합리적인지 질의응답 등을 통해 검토한다"면서 “이를 통해 결과치가 나오면 회사와 이야기를 하며 보완한다"고 설명했다. 가수 김호중이 음주 뻉소니 혐의로 구속되며 큰 타격을 입은 생각엔터테인먼트는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밟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 회사에 75억원을 투자해 지분 10%를 매입한 카카오엔터의 손실도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투자 기업의 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진행한 상각 규모가 상당하다 보니 생각엔터테인먼트 관련 손상 우려는 적어 보일 지경이다. 카카오엔터의 계열사 인수 뿐만 아니라 소수 지분 투자도 상당했는데 이 역시 고가 인수 논란이 있었다. 대표적인 곳이 드라마 '카지노'를 제작한 아크미디어다.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1월 아크미디어에 투자했는데, 당시 카카오는 아크미디어의 기업가치로 1조원을 인정해주며 아크미디어는 단숨에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했다. 하지만 아크미디어의 최대주주인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카카오의 SM시세조종 혐의에 깊게 관여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카카오엔터가 아크미디어의 기업가치를 적절하게 평가했는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생겨났다. 우선 회계적인 관점에서는 고평가가 현실화된 모습이다. 아크미디어의 지분가치는 지난해 초 349억원에서 지난해 말 기준 67억원으로 80% 이상 쪼그라들었다. 한편 카카오엔터의 투자 성적이 바닥이다 보니 국내 1위 기업인 삼성전자 주식 투자가 손에 꼽히는 성공사례가 되는 촌극도 나타났다.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초 2억6267만원의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지난해 말 기준 연초 대비 42% 증가한 3억 7287만원까지 불어났다. 박기범 기자 partner@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