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희 회장이 이끄는 KB금융그룹이 신한금융그룹으로부터 왕좌 탈환에 성공하면서 배경에 이목이 모인다. 주력 보험계열사인 KB손해보험과 KB라이프생명 실적이 약진하며 지주사에 1등을 안겨준 공신 역할을 톡톡히 한 것으로 평가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11.5% 증가한 4조6319억원이다. 영업이익은 역대 최대 수준인 17.8%의 연간 성장률을 보이며 약 16조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조3680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신한금융과는 약 2600억원 규모 차이로 희비가 갈렸다. 이 같은 결과엔 보험사들의 실적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특히 KB손해보험은 지난해 순이익으로 7500억원을 기록해 KB금융지주 비은행 순익 1위를 기록했다. KB금융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KB손보의 지난해 순익은 752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5.1% 증가했다. KB라이프도 256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전년 대비 88.7% 수준의 증가세를 보였다. 자연스럽게 KB손보는 KB금융 내 비은행 계열사의 수익 기여도에서도 큰 몫을 차지해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다. 지난해 비은행 계열사들은 순이익으로 △KB증권 3896억원 △KB국민카드 3511억원 △KB캐피탈 1865억원 △KB라이프생명 2562억원을 각각 기록한 가운데 KB금융은 보험 계열사에서만 1조원 가량의 순익을 거뒀다. KB손보는 계약서비스마진(CSM), 투자영업수익, 보험영업수익 등 각종 수익성 지표에서 두루 우수한 성적을 냈다. 실제로 지난해 장기보험 부문에서 공격적으로 영업해 신계약을 끌어올린 결과다. 회사는 지난해 'KB 9회 주는 암보험', 'KB 2대질환 열번보장보험' 등 다양한 장기보험 상품을 출시했다. 여기에 GA채널 집중 전략을 더해 CSM 8조원대 수성에 성공했다. 지난 2022년 7조9450억원을 기록했던 CSM은 지난해 말 8조5180억원으로 뛰어올랐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작년 4분기 기준 80.6%를 기록해 수익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투자영업손익도 2022년 마이너스 1639억원에서 지난해 2195억원을 기록하며 대폭 개선됐다. KB손보 관계자는 “지난해 장기보험과 자동차보험 손해율 안정화가 이어져 당기순이익이 크게 증가했고, 미래 이익창출 기반인 CSM 또한 큰폭으로 증가했다"며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자산가치 증가 및 글로벌 주식시장 회복 등의 영향으로 투자손익도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KB금융이 매년 사상 최대실적을 갈아치우고 있어 양 회장의 어깨가 어느 때보다 무거워진 시점이란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 갈수록 은행권의 경영환경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올해는 비은행 계열사들이 무게를 더 키워야 한다는 역할론이 부각되고 있다. 여전히 지주사 수익의 절반 이상을 은행이 담당하는 형국에서 비은행 계열사들이 조력자 역할을 충실히 해내야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 역시 이자수익에 대한 비판이나 충당금 추가 적립 등의 요소를 안고 가야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카드업권의 영업환경 악화 등으로 카드사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험계열사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KB국민카드는 조달비용 증가와 연체율 상승 등 건전성 악화로 인해 전년 동기 대비 7.3% 감소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은 비은행 강화를 위해 경쟁력을 높여왔는데 이번에 연간실적기준 34%까지 비은행이 담당하도록 끌어올렸다"며 “주된 역할을 한 게 보험계열사였고 실제로 현재 그룹 내 보험사 입지가 매우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예전에 느끼는 비은행사 입지는 은행-증권-카드 순이었는데 손보가 카드 실적을 추월하며 비은행의 한 축을 담당하는 계열사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올해도 은행쪽이 여러 이슈가 있다보니 비은행이 얼마나 역할을 해주느냐에 따라 각 지주사 실적에 상당부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구본욱 KB손보 대표는 회사가치성장률 1위 달성이라는 목표 아래 회사 자체 체력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할 전망이다. 구 대표는 올해 2024년 상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손해율·유지율과 같은 경영효율지표 △신계약 CSM으로 대표할 수 있는 미래가치지표 △보유고객·우량고객과 같은 고객가치 지표를 '회사가치'로 정하고 이를 향상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CSM 10조원 달성을 위한 보장성 보험 판매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구 대표는 올해 초부터 '5.10.10. 건강보험' 개정 상품 출시 등 신계약 증대에 팔을 걷었다. KB라이프의 경우 일찍부터 성장성의 한계에 직면한 생보업권 내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 신사업에 발을 디딘 상태다. 지난해 KB라이프는 KB손보가 2016년 출범한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를 인수해 직접 실버·요양사업을 영위 중이다. 내년 중 서울 은평구에 세 번째 요양시설인 '은평빌리지'의 개소를 앞두고 있다. 금융지주간 레이스에서 1등을 내준 신한금융이 상생금융 비용과 부동산 PF 익스포져를 대비한 충당금에 발목을 잡힌 만큼 KB금융은 올해 회사 본연의 능력을 키우는데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비슷하게 금융환경상 불안정성을 가지고 가고 있어 계열사간 체력싸움으로 승부가 판가름날 것이기 때문이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은행권은 이자이익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고 단순 실적만으론 승부를 내기 어렵다"며 “비은행부분이나 글로벌부분에서 어느 곳이 선두를 보이느냐에 따라 그룹 실적과도 직결될 것으로 보인다. 양 회장도 올초 비은행, 글로벌, 보험사 등을 강조했기에 올해도 이런 분야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