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대한 사퇴 압박에 가세한 것으로 알려지자 두 사람 간의 '브로맨스'가 마침내 종지부를 찍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최근 측근들에게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의 길이 급격히 줄어들었다"며 후보직 유지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TV 토론 직후엔 '토론을 잘 못할 때도 있다“고 바이든 대통령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후엔 공개적으로는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또 비공개 석상에선 후보직 문제는 다른 누구도 아닌 바이든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이며 자신이 우려하는 점은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정치적 유산을 보호하는 것이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강조해왔다. 그랬던 그가 이처럼 언급한 것은 사실상 바이든 전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를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8년간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냈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균열도 존재했다. 이를 두고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때때로 긴장된 관계'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오바마 전 대통령의 양측 진영에서는 서로를 “가족 같다"고 표현하지만, 두 사람은 실제로 수년간 긴장된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러한 배경엔 자유분방한 바이든 대통령과 엄격한 오바마 전 대통령 간 성격 차이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고 포브스는 분석했다. 이에 두사람이 함께 백악관에서 일하는 동안에도 종종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집권 당시 오바마 전 대통령의 보좌관들은 종종 바이든 대통령의 말실수를 놀림감으로 삼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조차 2009년 백악관 첫 기자회견에서 경기부양책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평가와 관련해 “조가 정확히 무엇을 말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2012년 대선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오바마 전 대통령보다 동성 결혼을 지지한다고 먼저 밝혔는데 이로 인해 오바마 보좌관들이 좌절됐다고 포브스는 전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과 그 측근들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이 너무 경직되고 때로는 거만하다고 비판해왔다. 특히 2016년 민주당 경선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을 지목하자 두 사람간 8년의 브로맨스가 무색해졌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당시 힐러리 전 장관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길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고 바이든 대통령을 주저앉혔다. 본선 경쟁력 등을 감안하면 오바마 전 대통령의 냉철한 결정이었지만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큰 상처였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기밀자료 보관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로버트 허 전 특검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를 제외한 많은 사람이 (2016년 대선) 출마를 권유했다"고 말하며 원망섞인 듯한 발언을 한 바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2020년 대선을 앞두고 경선에 뛰어들었을 당시에도 그의 출마를 만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후로도 한참 명확한 지지 의사를 표명하지 않으면서 애를 태웠다. 이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을 위한 TV토론 참패 이후 사퇴론에 시달리자 배후에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자연히 고개를 들었다. 공교롭게도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대선 거리두기에도 불구, 일각에서 바이든 사퇴시 '플랜B'로 거론되는 것도 두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껄끄러운 대목이다. CNN 방송이 여론조사기관 SSRS에 의뢰해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토론 이후인 지난달 28~30일 실시한 조사에서 오바마 여사가 나설 경우 50%의 지지율로 트럼프 전 대통령(39%)을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