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 빗썸이 올 1분기 뛰어난 실적을 기록하며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다른 거래소들은 미미한 점유율로 여전히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거래소 간 양극화가 심화될 경우 코인마켓처럼 원화마켓에서도 폐업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점쳐진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335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2119억원) 대비 58.39% 증가한 수준이다. 매출도 5311억원으로 74.19% 늘었다. 순이익(2674억원)은 18%가량 감소했는데 보유 가상자산의 회계 기준에 따라 인식 가능한 평가 이익의 폭이 줄어든 영향이다. 점유율 2위 빗썸도 축포를 터트렸다. 빗썸 운영사 빗썸코리아는 올 1분기 영업이익 62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 동기 대비 무려 283% 증가한 수치다. 매출(507억원)과 순이익(919억원) 역시 각각 172%, 126% 늘었다. 가상자산 시장이 지난해까지 '크립토 윈터'를 겪으며 업비트·빗썸도 실적 악화를 겪었지만, 4분기부터 시작된 비트코인 랠리가 투심을 되살리며 거래소 실적도 개선되는 모양새다. 비트코인은 올해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등장, 반감기 등 호재를 맞으며 시세가 55% 이상 급등했다. 특히 빗썸의 경우 작년 4분기부터 올해 2월초까지 수수료 무료 정책을 진행했고, 이후로도 업계 최저 수준 수수료 정책을 고수했음에도 상당한 실적 성장을 이뤘다. 기존 10% 수준에 불과하던 점유율을 20%대까지 키워낸 데 따른 성과로 해석된다. 그러나 업비트·빗썸을 제외한 거래소들의 실적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또 다른 원화마켓 거래소 코인원·코빗·고팍스의 경우 분기 실적 공시를 내지 않아 정확한 1분기 실적 확인이 어렵다. 하지만 3사의 시장 점유율이 미미해 유의미한 실적을 내지 못했으리라는 의견이 나온다. 가상자산 정보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17일 오후 기준 업비트의 거래량 점유율은 75.58%, 빗썸은 22.49%를 기록했다. 그 뒤는 코인원(1.57%), 코빗(0.27%), 고팍스(0.09%) 순이었다. 세 거래소의 점유율이 합쳐서 2%가 채 되지 않는다. 특히 코빗과 고팍스는 빗썸처럼 수 개월간 무료 수수료 정책을 실시하기도 했지만 점유율 성장을 끌어내지는 못했다. 이용자 수가 절대적으로 적은 탓에 고객 유출 현상을 막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 3사는 작년에도 모두 영업손실을 기록할 만큼 실적이 부진했는데, 올해도 손실이 이어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코인원으로 예를 들면 이날 24시간 거래금액(3126만8289달러)에 고정 수수료 0.2%를 적용, 1년 치 매출을 단순 계산할 경우 약 308억원이 예상된다. 이는 작년 매출액(225억원)보다 큰 수치지만 영업비용(469억원)에는 미치지 못해 여전히 영업손실 위험이 존재한다. 실제로 원화마켓 거래소보다 규모가 작은 코인마켓 거래소들은 현재 줄폐업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후오비코리아, 코인빗, 텐앤텐, 프로비트 등이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연이어 문을 닫았고, 한빗코도 지난 16일 서비스를 종료했다. 현재 지닥, 비블록 등에서는 꾸준히 거래량이 발생하고 있으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다면 원화마켓 거래소 중에서도 폐업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오랜 영업 적자를 겪은 코빗의 경우 올해 초 주요 주주인 SK스퀘어·NXC의 지분 매각설이 돌기도 했다.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각 거래소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지만 실제로 점유율을 올릴 만한 마땅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성우창 기자 su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