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의 울진·삼척 산불은 9일 만에 잡혔고, 서울 면적의 3분의1 가량을 태웠다. 산림청의 통계 집계 시작(1986년) 이후 가장 오래 지속된 산불이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분석한 산불 발생 일수가 1990년대 104일에서 2022년에는 무려 200일로 늘었다. 1년 365일 중 절반 이상의 날에 산불이 났다. 기후변화로 기온이 올라 토양에서 수분이 더 증발하게 되고, 상대습도가 내려감으로써 나무가 바짝 말라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 건조한 기후가 산불 발생의 위험을 높인다. 기상청의 우리나라 109년(1912~2020년) 기후변화 추세분석 결과에 따르면 최근 30년(1991~2020년)의 연평균 기온은 과거 30년(1912~1940년)에 비해 1.6도 상승했다. 특히 봄과 겨울에 기온이 올라가는 특성이 두드러졌다. 최근 30년은 과거 30년에 비해 연 강수량이 135.4mm 증가했지만, 봄과 가을의 강수량은 고작 1~5mm 증가했다. 연간 강수량은 늘었지만, 비가 내리는 날은 줄어 폭우와 가뭄이 동시에 왔을 확률이 높았음을 뜻한다. 특히 봄과 가을에는 가뭄이 심해질 확률이 높아 산불에 취약한 기후로 변해왔다. APEC기후센터의 '우리나라 가뭄에 대한 미래 전망 분석' 결과에 따르면 현재처럼 탄소배출을 줄이지 않고 지속한다면 현재 기후(1985~2014년) 대비 가까운 미래(2021~2040년)보다 먼 미래(2081~2100년)에 가뭄이 더욱 극심해진다고 전망했다. 먼 미래에는 가파른 기온 상승에 의한 대기 증발 요구량의 증가 추세가 토양수분의 증발량과 식물에서 수증기가 대기로 빠져나가는 증산량의 상승 추세보다 훨씬 커진다. 대기 증발 요구량은 토양수분이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제한적 증발 및 증산량으로 기온의 추가 상승효과로 인해 최대 증발할 수 있는 가능량을 뜻한다. 봄에는 현재보다 강수량이 증가할지라도 기온 상승에 의한 대기 증발 요구량이 더 늘어 증발 및 증산이 왕성해짐으로써 가뭄이 현재보다 극심해질 수 있다. 미래에는 산불이 더 나기 쉬운 기후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와 토지에 대한 이용 변화로 인해 2030년에는 산불의 건수가 지금보다 최대 14%, 2100년에는 50%까지 증가할 수 있다. 산불은 인간의 건강에 치명적이다. 치앙마이를 비롯한 태국 북부지역에서는 산불 및 화전농업으로 악화한 대기질이 암과 각종 병 발생의 직·간접적인 원인이 됨으로써 주민의 수명을 단축하고 있다. 태국 언론에 따르면 치앙마이 병원 한곳에서만 2023년 1분기에 호흡기 질환으로 치료받은 환자가 1만 3000명에 달했다. 대기질 분석업체 아이큐에어(IQAir)에 따르면 2024년 3월 15일에 태국 치앙미아의 초미세먼지(PM2.5) 입자 농도가 175μg/㎥까지 상승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권고 수치인 5μg/㎥의 35배에 달한다. 초미세먼지는 직경 2.5μm 이하인 먼지로 기도에서 걸러지지 못하고 대부분 폐포까지 침투해 폐암·심장질환과 각종 호흡기 질병 등을 유발해 인간의 건강에 위협적이다. 향후 산불로 인한 인명·재산상의 피해가 늘 수 있다. 산불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인간의 복구 노력으로 언젠간 회복된다. 그러나 산불·연무에 의한 대기질 악화로 발생한 건강 피해는 그렇지 못해 산불 예방이 훨씬 중요하다. 산림청과 고려대학교는 우리나라에 적합한 인공지능 기반의 산불 발생 진단 모형을 개발해 전국 단위의 산불 위험지도를 제공하고 있다. 이 산불 발생 진단모형은 기후·기상자료에 기반해 넓은 지역에 대해 예측되는 산불 발생 위험지도에 현재의 식생 건조 상태, 사람의 활동 가능성 등을 분석한 결과를 통합해 산불 발생 위험을 구체적인 장소를 기반으로 정확히 진단해 내는 방식이다. 단기산불 예측에는 기상청의 기상예보자료를, 장기산불 예측에는 APEC기후센터의 3개월 기후예측정보를 이용한다. 한번 잃은 건강은 되돌릴 수 없다. 기후변화로 극심해질 산불에 대해서는 사후약방문식의 대처보다는 기상·기후정보의 활용을 통해 산불의 발생과 대형화를 선제적으로 막아야 한다. 효과적인 산불 예방을 위해서 우리 국가와 사회가 기상·기후정보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과 함께 지방자치단체와 국민은 기상·기후정보의 활용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