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이 대표 사업인 브로커리지(brokerage, 중개 업무) 서비스를 해외로 확장하고 있다. 대형 증권사들의 수익다각화를 위한 핵심 과제로 '해외사업 확장'이 꼽히는 만큼 중개업무를 바탕으로 한 현지 경쟁력 확보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증권사 중 해외 진출에 적극적인 곳은 미래에셋증권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12월 인도 10위 증권사 '쉐어칸' 지분 100%를 487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고,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다. 인도 공정경쟁위원회(CCI)는 지난 4월 미래에셋증권의 쉐어칸 인수안을 승인했다. 현재는 인도 정부의 최종 발표만 남은 상태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중 인수를 끝내고, 쉐어칸을 인도 사업 강화에 집중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은 인도의 쉐어칸 인수가 실적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예상한 2030년의 해외법인 세전이익은 6422억원이다. 이 중 절반 수준인 3184억원을 쉐어칸 인수 이후 인도 지역에서 벌어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중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글로벌 1위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아폴로(미국 사모펀드 운용사), 코튼우드(미국 부동산전문투자회사), 코랄캐피탈(벤처캐피탈사), 무바달라(아랍에미리트 국부펀드) 등과 각각 양해각서(MOU) 체결을 추진 중이다. 올해 이미 미국 앵커리지캐피탈과 CLO(대출채권담보부증권) 사업 확대를 위한 협업 관계를 구축한 상태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2022년 미국 스티펠과 인수금융·사모대출 사업을 영위하는 합작회사 설립을 위한 MOU를 맺었다. 2023년엔 세계 최대 규모 PEF(사모투자펀드) 운용사 중 하나인 칼라일그룹과 해외 크레딧 상품 판매를 위한 MOU도 체결한 바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이미 신흥국 시장 중 가장 먼저 떠올랐던 베트남에 진출해 현지 법인의 주식 거래량이 10위권에 들어와 있는 상태다. 현재 베트남 시장에 현지 법인 형태로 진출해 있는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한화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총 8개다. 국내 개인투자자 점유율 1위인 키움증권도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키움증권은 이미 2010년 인도네시아에 진출, 올해 초엔 신규 트레이딩 플랫폼을 개시하기도 했다. 키움증권은 총 1만8000명 고객 순유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말 싱가포르 통화감독청(MAS)에 자산운용업 라이선스 인허가를 신청했다. 올해 안에 라이선스 취득이 목표로, 글로벌전략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키움증권은 지난달 27일 중국 CITIC CLSA 증권과 '해외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리테일 고객을 위한 우량 금융상품 상호 간 공급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글로벌 협력관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증권사들은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해외 진출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국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에게 해외 진출을 주문했지만, 큰 움직임이 없기도 했다. 이미 진출한 해외법인의 실적 성장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외형 확장보다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기 위해서다. 다만 올해를 기점으로 증권사들의 해외 브로커리지 영역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형 투자은행(IB)의 미래 성장을 위해선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의 강점을 기반으로 해외 진출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증권사들이 향후 신남방 국가의 위탁매매와 자기매매 분야에 진출해 현지 소매고객 니즈에 맞는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매매 솔루션 제공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며 “선진국과 아시아 신흥국 시장의 세세한 전략은 차이가 있지만, 투자 중개·지원을 바탕으로 현지 자본시장 발전 속도에 맞춘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하늘 기자 yhn770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