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창 중국 총리는 27일 정상회담에서 '역내 평화'에 대해 이견을 보였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북한 비핵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반면, 리창 총리는 '비핵화'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관련국들의 자제를 촉구하며 미묘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 직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중일 3국 공통의 핵심 이익인 역내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목표 아래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북한이 오늘 예고한 소위 위성 발사는 명백한 안보리 위반이며 국제 사회가 단호히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기시다 총리는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안정이 한중일 3국에 공동 이익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인공위성 발사 예고와 관련해 만약 발사를 감행한다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강력히 중지를 촉구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반면 리창 총리는 이에 대해 “관련 측은 자제를 유지하고, 사태가 더 악화하고 복잡해지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3국은 예민한 문제와 갈등, 이견을 선처하고,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대 관심사를 배려해 주며,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함으로써 동북아 지역에서의 안정, 안전을 함께 수호하고 지역과 세계 평화 안녕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리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북한이 인공위성을 실은 로켓을 발사하겠다는 등 도발을 이어가는 것에 대해 한국, 일본 등 관련 국가들의 자제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3국 정상들은 경제 자유화·교역 확대 등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예측 가능한 무역·투자 환경 조성과 안전한 공급망 구축 등 경제 협력은 물론 환경 문제, 공중보건 위기, 초국경 범죄에서도 함께 대응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는 2030년까지 연간 인적교류 4000만명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특히 미래세대간 교류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며 “2025년과 2026년을 한일중 문화교류의 해로 지정해 인적, 문화적 교류를 더욱 활성화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투명하고 예측가능한 무역 투자환경을 조성하고, 안전한 공급망을 구축하기로 했다"며 “나아가 대기오염 등 환경문제, 공중보건 위기, 초국경범죄에도 협력하고 함께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도 “우리 세 정상은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막중한 책임을 공유하는 3국이 폭넓은 분야에서 협력을 추진하겠다는 결의를 재확인했다"며 이번 정상회의에서 인적교류·지속 가능한 사회 구현·아세안과의 협력 추진 방안 등이 논의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학 간 교류와 관광을 통해 인적 교류를 더욱 촉진하고, 내년부터 2년간 문화교류의 해를 지정하자는데 세 정상의 의견이 일치했다"며 “지속 가능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저출생 고령화 대책과 같은 3국 공통의 사회경제적 과제와 글로벌 과제의 해결에 힘쓰고 3국이 솔선해 선진적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역 전체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일·중·한 3국과 아세안과의 협력 추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며 “그 일환으로 신속금융프로그램 창설 등 아세안과의 협력이 꾸준히 진전되고 있음을 세 정상은 환영했다"고 설명했다. 한일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는 “높은 수준의 규범을 포함하는 미래지향적 일·중·한 FTA의 바람직한 모습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3국은 더 높은 수준의 협력 상생에 주목해 실질적인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경제·무역의 폭발적 연결을 심화하고 역내 산업망·공급망 협력을 강화해 중·한·일 FTA 협상 체계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한일중 3국은 솔직한 대화로 의심과 오해를 풀고 집단화와 진영화를 반대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어 “3국 협력의 초심은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번영의 수호"라며 “3국 협력의 새로운 출발점에서 초심을 고수하고 더 실질적인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략적인 자주의 정신으로 양자 관계를 수호하며 세계 다극화를 추진하고, 경제 글로벌화와 자유무역을 수호하여 보호무역주의와 디커플링을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리 총리는 2025∼2026년을 한일중 문화 교류의 해로 지정해 인적 왕래를 확대하고, 인공지능(AI)·디지털 경제, 녹색 경제 등 첨단 분야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시종일관 3국 협력을 중요시하고 있다"며 “이번 회의를 계기로 한국, 일본 양측과 서로 마주 보고 향하여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윤수현·전지성 기자 ys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