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윤수현 기자] 4·10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를 바꿔 출마선언하거나 탈당, 신당행에 몸을 싣는 정치인들이 늘고 있다. 당 안팎에서 동일 지역구 다선 또는 중진이나 비주류 의원들에 대한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압박이 강해진데 따른 것이다. 당사자들은 기존 거대 양당의 기득권에 맞서 정치개혁 또는 정당 민주화 등을 명분으로 삼은 행보라고 강조한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 각각 당을 이끌었던 이낙연·이준석 전 대표가 탈당, 신당까지 만들어 총선에 나서기로 한 이상 자연스러운 정치현상일 뿐이라고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대부분 오로지 총선에서 금배지를 달기 위해 정당이나 지역구를 기웃거리는 ‘뜨내기’ 또는 ‘철세’, ‘떴다방’ 정치의 단면일 뿐이란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또 전문성을 인정받아 원내 진입한 현역 비례대표들도 의원직 유지 위해 소속 정당의 현역 의원들이 버젓이 있는 지역에 보란 듯이 출마선언을 하는 경우도 러시를 이루는 모습이다. 첨예한 당내 계파 갈등 속에서 나만 살고 보자는 식의 자객출마 논란까지 벌어진다. 이를 놓고 정치권에선 "동료 의원 간 의리는 휴지조각"이란 비판도 쏟아졌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에선 하태경·권은희·이용호·태영호 의원, 의원 출신 원희룡 전 국교통부 장관·박민식 전 보훈부 장관, 강승규·이혜훈·김영우·신지호 전 의원 등이 자신의 현 지역구거나 당초 자신의 지역구를 떠나 다른 곳에 출마하기로 했다. 민주당에서도 서울 중구·성동갑 3선 의원인 홍익표 원내대표를 비롯해 박지원·정봉주 전 의원 등이 자신의 현·전 지역구가 아닌 곳에서 출마할 예정이다. 홍익표 의원은 민주당의 험지로 꼽히는 서울 서초을 지역에 출사표를 냈다. 홍익표 의원의 서초을 출마로 공석이 된 서울 중구·성동갑엔 임종석 전 의원이 본인의 종전 재선(16·17대 국회) 연고를 내세워 이곳 출마선언했으나 앞서 서울 종로 출마를 위해 공을 들이기도 했다. 국민의힘에선 이 지역에 윤희숙 전 의원이 출마선언을 했다. 윤 전 의원은 21대 국회 때 서울 서초갑 지역구 의원을 지내다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중도 의원직 사퇴를 하기도 했다. 민주당에서 당선된 이상민·양향자 의원 등은 이미 당을 떠나 각각 국민의힘과 한국의희망(이준석 개혁신당과 합당 선언)으로 당적을 바꿨다. 국민의힘과 정의당 비례대표로 각각 21대 국회에 입성한 허은아·류호정 전 의원은 친정에서 탈당, 의원직을 상실한 채 개혁신당과 금태섭 전 의원이 주도하는 신당 ‘새로운선택’으로당적을 옮겼다. 현역 비례대표 의원들의 지역구 출마선언도 활발하다. 국민의힘에선 이용(경기 하남)·조수진(서울 양천갑)·이태규(경기 여주양평)·전주혜(서울 강동갑)·한무경(경기 평택갑)·최승재(서울마포갑)·정운천(전북 전주을)·조정훈(서울마포갑) 의원이 지역구에 도전한다. 민주당에선 양이원영(경기 광명을)·김의겸(전북 군산) 등이 지역구 출사표를 던졌다. 국민의힘 김용남 전 의원,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도 등도 소속 정당에서 탈당해 각각 개혁신당과 민주당 비주류 탈당파 인사들이 주도한 신당 ‘미래대연합’으로 당을 갈아탔다. 태영호 의원은 이날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 윤건영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서울 구로을 지역구 출마를 선언했다. 탈북자 출신인 태 의원은 앞서 현재 자신의 지역구인 서을 강남갑 불출마를 선언했다. 하태경 의원은 서울 중구·성동을 지역구 출마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 해운대갑을 지역구로 두고 이곳에서 3선한 하 의원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현역 중진 의원으로는 처음으로 서울이 험지라며 이곳 출마를 선언했다. 이후 같은 당 최재형 의원 지역구인 종로구 출마 결심을 밝혔지만 중구·성동을 출마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결심은 경쟁력 있는 인사들의 수도권 지역구 조정이 필요하다는 당내 요청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박성준 의원이 현역인 서울 중구·성동을 지역은 지상욱 전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곳이다. 이번 총선에서는 우선추천(전략공천) 지역이 됐다. 이혜훈 전 의원이 지난 21일, 이영 전 중소벤기업부 장관이 이날 각각 이 지역 출마선언을 했다. 이곳 공천을 놓고 국민의힘에서만 현·전 의원만 3파전을 벌이게 됐다. 이혜훈 전 의원은 서울 서초갑 지역구 3선(17·18·20대 국회) 출신으로 지난 21대 총선 땐 서울 동대문을 출마를 추진했다. 원희룡 전 장관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항해 인천 계양을에 사실상 출마를 선언했다. 서울 양천갑에서 국회의원 3선하고 제주지사 재선한 원 전 장관이 도전장을 내밀 인천 계양을 역시 전략공천 지역이다. 국민의힘은 4·10 총선 공천 시 과거 국회의원 선거에서 세 번 연속 패배한 지역구나 공천관리위원회가 공천 신청자들의 경쟁력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한 지역 등을 ‘전략 공천’이 가능한 곳으로 결정했다. 박민식 전 장관은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김민석 민주당 의원 지역구 서울 영등포을에 출마를 선언했다. 부산 북·강서갑에서 재선한 박 전 장관은 21대 국회 경기 분당갑 보궐선거 후보 출마를 추진한 뒤 앞서 이번 총선의 이 지역 출마를 타진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출신인 강승규 전 시민사회수석은 충남 홍성·예산에 출마를 노리고 있다. 강승규 전 수석의 고향(예산)이 포함된 이 지역구는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이 4선한 곳이다. 강 전 수석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18대 총선 때 당선된 뒤 그간 출마를 시도했던 서울 마포갑 지역구를 버리고 자신의 고향이자 소속 정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지역구로 옮겨 도전했다. 이용호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전북 남원임실순창을 떠나 서울 마포갑 지역 출마를 선언했다. 이용호 의원은 남원임실순창지역 재선 의원으로 20대 때 국민의당, 21대에선 무소속으로 각각 당선돼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중인 노웅래 민주당 의원이 현역인 마포갑에선 이용호 의원과 함께 최승재·조정훈 의원, 신지호 전 의원 등 현·전 의원 4명이 국민의힘 공천권을 놓고 치열한 4파전을 펼치고 있다. 신지호 전 의원은 18대 총선 때 서울 도봉갑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단 적이 있으나 이번 총선에선 출마 지역구를 서울 마포갑으로 옮긴 것이다. 권은희 의원은 이날 탈당을 선언, 비례대표 의원직을 상실했다. 권 의원은 "개혁신당, 개혁미래당과 편하게 소통 중"이며 광주 광산을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3선인 권 의원은 지난 20대와 21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후보로 국회의원이 됐다. 지난해 합당으로 인해 국민의힘 비례대표 의원으로 활동했다. 허은아 전 의원 역시 이준석 신당인 개혁신당에 합류했다. 아직 출마 지역구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세종시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우 전 의원은 18·19·20대 국회에서 경기포천·연천 또는 포천·가평 지역구로 3선했으나 이번 총선 때는 서울 동대문갑에서 출마선언했다. 비례대표로만 재선인 이태규 의원은 여주시·양평군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 의원은 한나라당과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의당을 거쳐 국민의힘 소속이 됐다. 야권에서도 탈당 후 신당 창당에 참여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으로 양향자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한 후 ‘한국의희망’ 신당을 창당했다. 양 의원은 21대 총선 때 민주당 당적으로 광주 서구을에서 당선돼 원내에 들어왔으나 보좌진 성폭력 사건 관련 2차 가해 의혹을 받다가 2021년 7월 탈당한 뒤 지난해 신당 창당 이전까지 무소속으로 있으면서 국민의힘 반도체산업 경쟁력강화 특별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양 의원은 한국의희망이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과 통합되면서 개혁신당의 원내대표를 맡게 됐다. 류호정 전 의원은 정의당을 탈당한 뒤 금태섭 전 의원의 ‘새로운 선택’에 입당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정의당 출신인 박원석 전 의원도 탈당 후 이낙연 전 대표와 함께 ‘미래대연합’을 창당해 공동대표로 있다. 탈당 후 기존 정당으로 입당한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이상민 의원은 민주당 당적 5선을 했지만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당을 옮겼다. 2012년 인재 영입으로 민주통합당(민주당 전신)에 입당했던 이언주 전 의원은 국민의당, 바른미래당을 거쳐 국민의힘에 입당한 후 최근 탈당했다. 이 전 의원은 민주당 당적으로 경기 광명을 지역구에서 재선(19·20대 국회)한 뒤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부산 남구을에 출마해 낙선했다. 이 전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권유로 민주당으로의 복당을 고민 중에 있다. ‘올드보이’가 여의도 복귀를 선언하며 지역구 탈환에 나선 경우도 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전남 해남·완도·진도 출마를 선언하며 5선 도전에 나섰다. 이 지역 현역 의원은 윤재갑 민주당 의원이다. 윤 의원도 같은 지역구에 재선에 나서면서 접전이 예상된다. 4선 의원 출신인 박 전 원장은 당초 14대 국회 때 비례대표로 첫 금배지를 단 뒤 전남 목포 지역구에서 3선(18·19·20대 국회)했다. 친이재명(친명)계 인사들이 잇따라 비이재명(비명)계 지역구에 출마 선언도 하고 있다. 친명계 양이원영 의원(비례대표)은 비명계 양기대 의원 지역구인 경기 광명을에 출사를 선언했다. 양이 의원은 양 의원에게 "당대표 체포 동의안에 왜 가결표를 던지셨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비례대표)도 "이재명과 함께 이수진은 한다"며 비명계 윤영찬 의원 지역구인 경기 성남중원 출사표를 던졌다. 친명계 김의겸 의원은 비명계 신영대 의원 지역구인 전북 군산에 도전장을 냈다. 친명계 이동주 의원도 비명계 홍영표 의원 지역구인 인천 부평을에 출마를 선언했다. 친명계 김병주 의원은 비명계 김한정 의원 지역구인 경기 남양주을에서 출마를 준비 중이다. 친명계 원외 인사들도 비명계 현역 지역구를 겨냥해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을 맡고 있는 정봉주 전 의원은 비명계 박용진 의원 지역구인 서울 강북을에 출마를 밝혔다. 정봉주 전 의원은 17대 국회 때 서울 노원갑에서 금배지를 단 뒤 21대 총선 때 금태섭 전 의원이 당시 같은 당 소속 현역으로 있었던 서울 강서갑에 ‘금태섭 저격수’로 출마를 추진하다가 ‘미투’ 의혹 논란에 휘말려 출마를 포기하도 했다. 김우영 강원도당위원장은 비명계 강병원 의원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 출마를 선언했다. 양문석 전 통영·고성 지역위원장은 비명계 전해철 의원 지역구인 경기 안산 상록갑 지역구에 도전장을 냈다.하태경-side-down (윗줄 왼쪽부터)국민의힘 하태경, 태영호 의원, 이영 전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아랫줄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비례대표 의원, 정봉주 전 의원, 한국의희망 양향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