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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못짓는 염해부지에 태양광 설치해 주민에 연간 100만원 ‘햇빛연금’ 지급”

염분 피해로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땅인 전남 고흥군 염해부지에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 건설이 추진된다. 사업이 실제로 시작된다면 인근 마을 주민들은 발전수익을 공유 받아 가구당 연간 약 100만원 수준의 '햇빛연금'을 받게 될 전망이다. 태양광 사업 개발기업인 율해는 지난 2일 전남 고흥군 포두면사무소에서 열린 업무협약식에서 그린트리, 포두면 이장단과 '고흥햇살연금태양광'을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행사에는 46개 마을 이장과 부녀회장 90여명이 참석해 주민 참여형 사업 추진 과정을 논의했다. 고흥햇살연금태양광 사업은 농업적 활용도가 떨어지는 전남 고흥군 포두면 간척지를 태양광 발전소 설치 구역으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다. 1차 사업 규모는 200메가와트(MW)로, 총 투자비는 약 3000억원에 달한다. 전체 사업 면적은 900헥타르에 이르며, 연평균 2억6000만킬로와트(kWh)의 전력을 생산해 약 8만2000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을 공급할 수 있다. 상업운전은 오는 2029~2031년을 목표로 잡고 있다. 해당 간척지는 총 900MW의 태양광 발전소 설치가 가능한 면적이나, 현재는 200MW 규모를 목표로 1차 사업이 진행된다. 율해 관계자는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소비지로 전달하기 위해 인근 민간 변전소와의 공동선로 이용계약을 통해 계통 연계가 이뤄질 예정"이라며 “곧 발전사업허가도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당 사업은 주민 약 4000명에게 매년 총 40억원, 1인당 연간 100만원 수준의 연금을 지급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일부 태양광 사업처럼 특정 인원에게만 이익이 돌아가는 방식이 아니라, 이장단과 협약해 모든 주민에게 공평하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했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은 주민참여형으로 진행될 경우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 0.2 추가라는 혜택을 받는다. 고흥햇살연금태양광 사업도 REC 가중치 추가 혜택으로 연간 약 40억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율해는 주요 태양광 사업을 외국계 혹은 국내 에너지기업과 협력해 추진한다. 지난 2018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총 39개 총 설비용량 약 100MW의 사업을 개발해왔다. 이번 사업도 워낙 대규모로 추진되는 만큼 협력사를 모집하는 게 중요해 보인다. 율해는 고흥햇살연금태양광 사업이 현재 이재명 정부에서 정책 기조로 삼고 있는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뿐 아니라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을 통한 지역균형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신정민 율해 대표는“이번 사업은 단순히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과 한국 기업의 수출 확대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모델이 되기를 바란다"며 “무엇보다 주민의 참여와 혜택을 최우선으로 하여, 고흥군 포두면 주민들의 삶의 질을높이고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양날의 칼’ 미국산 LNG, 국내 CO2 감축 기여했지만 화석연료 고착 우려도

미국에서 수입한 액화천연가스(LNG)가 한국의 석탄 대체 과정에서 상당한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2015~2022년을 대상으로 한 비교분석에서 한국은 석탄을 미국에서 수입한 LNG로 전환하면서 에너지 연소 부문의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을 약 7800만톤(이산화탄소 환산톤)을 줄였다는 것이다. 미국 메릴랜드대학 지질과학과와 영국 런던대학 금융경영대학원 등의 연구팀은 최근 이같은 분석 결과를 담은 논문을 사전 공개 사이트(SSRN preprint)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LNG의 채굴과 운반 등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고려하는 전(全)과정을 기준으로 한다면 실제 감축량은 약 5000만~5500만톤이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연구팀은 미국산 LNG가 2021년에만 2000만톤 이상 감축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했다. 2021년 국가 전체 배출량 7억4100만톤의 2.7%에 해당한다. 한국의 경우 이 기간 중 에너지 구조에서 변화가 나타났다. 1차 에너지에서 석탄 비중은 2015년 28.2%에서 2022년 24.1%로 줄었다. 대신 2017년 이후 미국산 LNG 비중이 빠르게 늘어났는데, 2021년에는 미국산 LNG가 국가 1차 에너지 공급의 최대 3.9%까지 차지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한국과 인도·영국 상황과 비교했다. 인도의 경우 LNG가 전체 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를 넘지 않았고, 미국산 LNG의 누적 감축효과는 에너지 연소 기준으로 약 860만톤에 그쳤다. 전과정 기준으로는 약 19만4000톤 수준으로 줄었다. 인도는 가격 민감도가 높아 2021~2022 가격충격 시 LNG 수입이 급감했고, 석탄 복귀 현상이 관찰됐다. 영국은 2017년 이후 미국산 LNG 수입이 크게 늘어났는데, 이 가운데 상당량을 재수출(re-export)했기 때문에 직접적인 실제 영국내 감축효과 산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더 많이 수입하면 감축효과 사라질 수도 그러면서도 연구팀은 “미국산 LNG에 대한 장기적 확대는 '화석연료 고착(lock-in)'과 다른 감축 기회의 손실, 가격·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팀은 “장기 인프라·계약이 늘어나면 '가스 고착'으로 재생에너지 투자와 무탄소 전환을 지연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가격·지정학적 리스크(가격 급등·공급 충격)가 수입국의 소비·무역·전력비용에 직접적 부담을 준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요구로 한국이 더 많은 LNG를 수입하게 될 경우 한계효과의 감소가 우려된다. 이미 석탄에서 대체 가능한 부분이 상당히 이행된 상태라면, 추가 LNG는 새로이 석탄을 폐지해 추가 감축을 만들기보다는 전력 수요의 피크 보강이나 열병합·산업용 연료 전환 같은 한정된 용도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단위 LNG당 감축 기여(탄소 저감 효율)는 점점 떨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미국산 공급량이 늘면 공급망 전과정(채굴→액화→운송)의 누출·에너지 집약도가 전체 배출 프로파일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게 된다. 공급망 관리가 약하면 연소 부분에서 얻은 '감축 효과'가 전과정 기준에서는 상당 부분 상쇄될 수 있다. 추가 수입은 무역수지와 산업 전력비에 부담을 주며, 특히 장기계약·고정비가 확대되면 높은 국제가에 취약해진다. 2021~2022년 사례에서 보듯 가격 급등은 수입량·공급·산업가동에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은 정책적 이유로 일부 흡수했지만 재정·사회적 비용이 발생했다. LNG 터미널·가스발전·송배전 등 인프라 투자는 수십 년 지속되는 자본집약적 자산이다. 이러한 설비가 빠르게 늘어나면 무탄소 대안으로의 전환 신호(phase-out schedule)가 약해져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 논문은 “LNG는 '조건부로 유효한 전환 연료'라면서도 장기 확대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더 많은 LNG를 수입해야 한다면 최근 한국은 미국과의 관세협상의 일환으로 가스공사가 미국산 LNG를 2028년부터 10년간 연 330만톤씩 추가 수입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미국산 LNG 수입물량은 약 564만톤인데, 여기에 연간 330만톤이 추가되면 총 수입량은 연간 약 900만톤 수준이 된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요구로 미국산 LNG 추가 수입이 불가피하다면, 기후 정책 측면에서도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연구팀은 이런 상황에서 다음과 같은 대책이 가능할 것으로 제안했다. ▶조달·계약 조건에 전과정 탄소기준 도입: 수입 LNG에 대해 '전과정 배출계수(life-cycle emissions)' 기준을 적용해, 메탄 누출 감시·저감 이력이 확인된 공급에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LNG 인프라 '수소(또는 저탄소 연료) 전환 준비' 규정화: 신설 터미널·재기화 설비는 수소·암모니아 혼소·저탄소 연료 처리가능성을 갖추도록 설계 기준을 의무화하면 장기 고착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명확한 'LNG 단계적 축소(Glide-path)' 공표: LNG를 일시적 브리지로 남기려면 정부가 구체적 시한과 조건(재생 확대 목표 달성 시 감축 비율 등) 을 제시해야 투자자·사업자가 미래 리스크를 감안해 의사결정할 수 있다. ▶가격·공급 충격 완충을 위한 금융·헤지 메커니즘 마련: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고 산업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국가 단위의 가격 정책, 비축가스 운영 계획, 장기계약 조달 전략이 필요하다. ▶메탄 누출 감시·규제 강화를 통한 공급사별 '저메탄' 인증 도입: 공급국·수출사별 메탄 배출 관리를 구매조건으로 계약화하면 전과정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재생에너지·수요관리(수요반응) 가속으로 LNG 의존도 장기적으로 축소: LNG 확대가 재생투자를 잠식하지 않도록 정부 지원·입찰·민간투자 유인을 설계해야 한다. 연구팀 논문에서 미국에서 수입한 LNG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 기여했음을 제시하면서도 전과정 회계, 공급망 메탄, 가격·지정학적 불안정, 그리고 인프라 고착이라는 리스크가 함께 존재함을 경고했다. 즉, 미국산 LNG 확대가 '무조건 선(善)'이 아니며, 정책 설계와 계약·입지·기술에서의 세심한 안전 장치 없이 수입을 늘리면 오히려 장기적 탈탄소 목표 달성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EE칼럼] 산업통상자원부의 자업자득

'뭐에 꽂힌다'는 말이 있다. 이는 어느 하나에 몰두한다는 뜻으로 균형감을 잃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가 추구해야 될 가치는 다양하다. 특히 공공부문에서는 그렇다. 민간부문에서는 돈 하나만을 위하여 일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공부문에서는 양립되지 않는 여러 가지 가치를 양립시키는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비정부기구(NGO)도 균형감을 가지지 않는다. 이들은 다양한 가치 가운데 어느 한 가지에 주목하고 이를 위해 활동한다. 환경단체는 환경 하나만이 가장 중요하다. 노동, 인권, 장애인 등의 단체도 그들이 추구하는 어느 하나만을 강조한다. 산업발전, 국부창출, 국가의 미래... 이런 것들을 동시에 고려하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철학도 논리의 전개도 간단명료하다. 그러나 세상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 따라서 다른 주장을 하는 여러 단체와 균형을 맞추는 조정의 과정을 누군가 해야 한다. 이것이 정부이다. 그래서 정부가 뭐 하나에 꽂힌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물론 정치인은 다르다 정치인은 뭐 하나에 꽂힐 수 있다. 특히 시급한 현안, 당무, 인기영합을 위해 뭐 하나에 꽂힐 수 있다. 이 경우에도 균형을 잡아줘야 될 것은 행정부이다. 그런데 행정부마저도 정치와 마찬가지로 균형감을 잃어버리게 되면 나라가 혼란스러워진다. 이번 정부에 개혁안 가운데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이라는 주제가 있다. 이는 에너지와 관련된 부서와 환경과 관련된 부서를 하나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물론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하나의 사안에 대하여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지는 부서가 함께 있어야 균형을 취할 수 있다. 통일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국무회의 안건을 만들면 상정될 때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지루한 조정의 과정이 있다. 그게 민주적인 정부이다. 만약 이게 바람직하지 않다면 정책부서는 대통령실 하나만 있으면 된다. 그리고 나머지 정부는 모두 집행부서로 만들면 된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의 행정이력을 살펴보면 에너지 정책에 있어서 제자리를 지키지 못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축구로 치면 선수들이 포지션을 지키면서 시합을 해야 하는데 모든 선수가 공을 따라 다녔다. 환경부의 입장에서 에너지 정책은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공해의 배출을 줄이는 것이다. 이 차원에서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이 강조되었어야 하는데 여기도 색안경을 끼는 바람에 원자력을 지지하지 못했다. 산업부는 전기요금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고 미래 먹을 거리를 창출할 에너지 산업이 무엇인지를 판단했어야 했다. 또 산업 안보를 위한 전략성 차원에서 어느 에너지원이 적절한지를 검토하여 이에 따른 정책을 수립했어야 했다. 그런데 산업부는 마치 자기가 환경부인 양 재생에너지 확대만 끼고 돌았다. 전기요금이 얼마가 되든지 수출산업에 어떤 장애가 발생하던지 상관없다는 식이었다. 전기품질이나 안정성도 별 관심이 없었다. 한전의 부채도 내팽개쳤다. 그 때문에 산업체가 도산하거나 다른 나라로 이전하는 것에 대해서도 관심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산업부는 균형을 잡아야 할 행정부가 아니라 꽂힌 정치의 이중대처럼 행동하였다. 그러니 환경부와 산업부를 둘로 나누어서 각각의 입장을 존중해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조정이 필요없으니 합쳐도 무방한 것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은 산업부가 색깔을 잃은 행정의 결과일 뿐이다. 20년 전과 비교할 때 지금은 입법부의 힘이 말도 안되게 강해졌다. 삼권분립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국회가 행정과 사법에 영향을 미친다. 국회의원 출신은 서로 봐주는 분위기이다. 국회의원 출신을 장관으로 모시신다면 행정부도 업무하기 편하다. 그 편안함이 독(毒)이다. 삼권분립에 따른 균형 이런 말의 이면은 마찰이다. 마찰이 없으면 균형은 없다. 에너지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안정성, 가격 그리고 환경의 가치는 마찰 없이 균형이 잡히지 않는다. 재생 에너지 위주의 정책을 하고 에너지 고속도로를 깔면 전기요금은 10배로 오를 것이다. 이것은 멋대로 이행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할 사항이 아니고 수용 자체에 대해서 물어야 할 사안이다.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행정부가 제 자리를 찾기를 원한다. 산업부와 환경부를 합친다는 것은 정권의 입맛에 딱 맞는 목소리를 내기는 좋지만 국민에게 좋은 선택을 하기는 어려운 구조이다. 그래서 나는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반대한다. 정범진

[기획-지방이 사라진다] 울진군, 원전 의존 경제의 그늘(2)

“원전이 만든 풍요, 지역 산업 다변화 가로막다" “지속성 없는 경제 구조, 청년 유출 가속화" “에너지 의존에서 자립 경제로… 울진의 과제" 울진군은 급격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 청년층의 수도권 이탈이라는 삼중고 속에 지방소멸의 심각한 기로에 서 있다. 원자력 산업과 해양자원 등 풍부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이를 지역 성장 동력으로 연결하지 못하면서 지속 가능한 발전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본지는 울진군이 처한 현실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지역사회가 어떤 해법을 마련해야 할지 모색하기 위해 3회에 걸쳐 싣는다. ◇ 원전이 지탱해온 지방 재정 울진=에너지경제신문 손중모기자 울진군은 국내 주요 원자력 발전소 소재지로, 수십 년 동안 지방세와 지원금 상당 부분을 원전에 의존해왔다. 발전소 관련 세수는 지역 재정에 기여했고, 관내 일자리와 상권에도 일정한 효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단일 산업 의존 구조가 정책 변화와 경기 변동에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정부 에너지 정책, 원전 안전성 논란,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는 울진 경제 기반에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원전 도시'라는 양날의 검 원전은 울진군 경제의 원동력이면서 동시에 한계 요인으로도 지적된다. 재정 수입의 다수가 원전에 집중되면서 농업·관광·중소산업 등은 상대적으로 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신규 투자 유치 역시 '원전 지역'이라는 이미지로 제약을 받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역 연구자는 “원전이 일정 기간 지역경제를 지탱했지만, 결과적으로 산업 다변화 시점을 늦추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 늦어진 산업 다변화 과제 울진군은 금강송 숲, 청정 해양, 농수산물 등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가공·브랜드화·유통망 강화가 부족해 부가가치 창출에 한계가 있었다. 관광 역시 단기 체류 중심으로 머물러 지역 내 소비 확산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한 지방 관계자는 “만약 원전 관련 세수가 줄어들면 군 재정 압박이 클 수 있다"며 “산업 구조 다변화가 늦어질수록 회복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 새로운 성장 동력 모색해야 울진군이 지방소멸 위기를 넘어설 해법으로는 신재생에너지, 관광, 농수산업 고부가가치화가 꼽힌다. 해상풍력·태양광·해양바이오 산업은 울진의 지리적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분야다. 또한 특산물 브랜드화, 6차 산업화, 체류형 관광 자원 개발은 원전 의존도를 낮추고 경제 자립 기반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제시된다. 울진군의 원전 의존 경제 구조는 안정적 재원을 제공했지만, 동시에 산업 다변화를 지연시키고 지역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지역 전문가들은 “울진이 '원전 중심 도시'에서 '지속가능한 다각화 도시'로 전환해야만 인구 감소와 경제 위기를 함께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 손중모 기자 jmson220@ekn.kr

[이원희 기자의 기후兵法] 기후에너지환경부로 간다…원전수출·자원산업 ‘이원 컨트롤’ 시험대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 전담 부처를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지난 7일 최종 확정했다. 환경부 전체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부문을 묶어 이재명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와 온실가스 감축 의지를 전면에 내세운 조직개편이다. 다만, 원전 수출과 석유·가스·광물 등 자원산업 관련 정책 기능은 산업부에 남긴다는 방침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을 둘러싼 전기요금 인상, 관리부처 이원화 등의 우려가 적지 않은 만큼, 이를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가 성패를 가를 관건으로 보인다. 이번 개편으로 산업부 산하였던 한국전력공사, 한전 산하 발전공기업, 지역난방공사, 한국에너지공단, 전력거래소 등은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로 이동할 전망이다. 이들은 향후 기상청, 한국수자원공사, 한국환경공단 등 기존 환경부 외청 및 산하기관들과 나란히 배치돼 탄소감축 임무를 수행한다. 기존 산업부 체계에서 에너지 안보·산업 성장이 우선됐다면,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 감축 로드맵 이행, 국제 기후규범 대응이 핵심 과제가 된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고위당정협의회에서 확정한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대해 “그간 탄소중립은 국가적 차원의 과제로서 강력한 컨트롤 타워로의 중요성이 강조됐지만 현행 분산된 체계로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실질적 총괄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아왔다"며 “일관성 있고 강력한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환경부와 산업부의 에너지 기능을 통합해 기후에너지환경부로 개편하겠다. 다만, 산업과 통상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자원산업과 원전 수출 기능은 산업부에 존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후에너지환경부를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부처 신설 이후 산업계와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전기요금 인상, 에너지 안보 약화, 산업 육성 위축 우려를 최소화하는 것이 과제다. 한국석유공사·한국가스공사·한국광해광업공단은 산업부에 남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갈 가능성이 높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에너지 부문은 자원 산업과 원전 수출에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석유공사, 가스공사, 한수원 등을 산업통상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이원 통치하는 데 따른 부처 간 '불협화음' 문제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정치권에서도 산업계를 대변해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5일 “규제 중심의 환경부가 에너지 진흥을 총괄하면 두 업무가 충돌해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새 부처 아래서 한전의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가 불가피한 만큼, 요금·원가·수급 안정성에 대한 산업계 우려를 정책 설계 단계에서 일정 부분 반영하지 않으면 현장 수용 한도를 넘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석탄·가스발전을 운영하는 발전공기업들은 기후에너지환경부 체제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을 확대할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동시에 전력을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고유 책무와 기후위기 대응 목표 사이의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지난해 기준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는 우리나라 전체 발전량의 약 56%를 차지했다. 아직 발전 부문에서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화석연료 비중을 줄여나가면서도 전기요금 인상 부담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산업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의 한수원 이원 통치도 변수다. 한수원은 원전 및 수력 발전사업자로서 기후에너지환경부 소속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대형 원전 수출 쪽은 산업부가 통상과 함께 총괄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원전정책과 산업부의 수출정책이 분업화되는 만큼, 원전 수주 속도전에 차질이 없도록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도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에너지 정책에 영향을 받는다. 특히, LNG 공급과 발전사업 간 연계성 약화가 우려된다. 지난해 기준 LNG 발전 비중은 전체의 약 28%로, 우리나라 전력시장 구조상 가장 비싼 발전원인 LNG 발전 비용이 전력도매가격(SMP)을 좌우한다. 가스공사의 장기적인 LNG 수급 계획도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추진할 발전계획에 따라 정해진다. 가스공사가 산업부에 남고 발전공기업이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동하면 연료 조달·발전운영 체계 사이의 조정 비용이 생길 수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재생에너지 확대에 집중하다보면, 안정적인 가스수급에는 소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반면, 환경부 산하에 있던 기관들은 조직개편이 업무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라며 대체로 담담한 분위기다. 환경부 외청인 기상청의 날씨 예보·기상정보 제공, 한국수자원공사의 물관리·수량·수질 통합 운영과 친환경 물에너지(수력·소수력·수열 등) 보급, 한국환경공단의 환경개선 사업과 자원순환 촉진 등은 기후환경에너지부 산하에서도 크게 달라질 일은 없다는 평가를 받기 떄문이다. 조직 소속은 바뀌지만, 현장에서 수행해온 핵심 기능은 연속성을 유지하는 방향이 유력하다. 기상청이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 서비스를 제공하듯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기여하라는 요구는 더 받을 수 있어 보인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은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안보·산업성장이라는 두 축의 균형을 잡으면서도 이원 통치에 따른 부작용을 줄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최승신 C2S컨설팅 대표는 “정부의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안은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것에만 신경 쓰겠다는 취지로 보인다"며 “원전 수출이나 자원 산업은 산업부가 알아서 잘하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나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 국내 원전을 제약하는 정책들을 내놓을 수 있는데 이는 원전 수출 정책과 충돌할 수 있다"며 “석유나 가스도 당장은 쓸 수밖에 없는데 이런 문제에 대한 고민이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강찬수의 기후 신호등] 폭염과 가뭄의 악순환…그 치명적인 사슬

올여름 한반도는 폭염으로 달아올랐다. 6~8월 전국 평균기온이 25.7℃로 역대 1위를 기록했고, 전국의 폭염일수(낮최고기온 33℃ 이상)는 28.1일로 역대 3위를 기록했다. 강원도 강릉에는 극심한 가뭄이 이어졌다. 강원 영동 지역은 올여름 강수량이 232.5㎜로 평년(679.3㎜)의 34.2% 수준에 그쳤다. 여름철 강수량으로는 역대 최저다. 가뭄은 점차 다른 지역까지 번져나갈 기세다. 지난 4일 환경부는 안동·임하댐의 가뭄 단계를 '주의'로 격상했다. 다목적댐 가뭄단계는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4단계로 나뉘는데 강원도 삼척·정선·태백에 물을 공급하는 광동댐도 곧 가뭄단계가 '주의'가 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수도권에 물을 공급하는 소양강댐과 충주댐도 가뭄단계가 '관심'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지구 온난화가 가뭄과 폭염이라는 두 가지 극단적인 기상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이들이 서로를 부추기는 치명적인 연쇄 작용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특히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돌발 가뭄(flash droughts)'은 극심한 폭염과 결합할 때 그 피해가 훨씬 커지고, 폭염 역시 가뭄으로 인해 더욱 강하고 오래 지속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전 세계적인 식량 안보와 생태계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강원대 전자⋅AI시스템공학과 김병식 교수는 강릉 지역의 가뭄 상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6월 27일과 7월 25일을 전후해 '표준화 강수-증발산 지수(standardized precipitation evapotranspiration index, SPEI)'가 급감, 돌발 가뭄이 나타난 것이 확인됐다고 7일 본지에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심각한 돌발가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가뭄과 폭염이 어떻게 서로를 증폭시키며, 이로 인해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가뭄이 폭염을 악화시킨다 가뭄은 폭염의 강도를 크게 증폭시킬 수 있는 직접적인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토양 수분 부족이 지표면의 에너지 분배 방식을 변화시킨다. 일반적으로 토양에 수분이 충분할 때는 증발산(evapotranspiration)을 통해 많은 양의 '잠열(latent heat)'이 대기로 방출된다. 잠열은 물을 수증기로 바꾸는 데 들어가는 열(에너지)을 말하는데, 수증기를 만드는 데 에너지가 투입되면서 주변은 온도는 오히려 내려간다. 그러나 가뭄으로 인해 토양 수분이 고갈되면, 식물은 잎의 기공을 닫아 증산 작용을 줄이고, 토양 자체의 증발도 감소한다. 이로 인해 잠열의 방출이 줄어들고, 대신 현열(sensible heat)의 형태로 에너지가 지표면과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수분이 부족할 때 방출된 에너지(현열)는 그대로 주변 공기를 끌어올리게 된다. 결과적으로 지표면 온도가 상승하고 대기 온도가 더욱 가열되어 폭염이 심화된다. 이를 '토양 수분-온도 결합(soil moisture-temperature coupling)' 또는 '육지-대기 피드백(land-atmosphere feedback)'이라고 부른다. ◇온난화가 가뭄 피해를 키운다 1901년부터 2022년까지의 고해상도 전 지구 가뭄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 결과(영국 옥스퍼드 대학 연구팀이 지난 6월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가뭄 심각성의 증가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가뭄 심화의 핵심 동력은 바로 '대기 증발 수요(atmospheric evaporative demand, AED)'의 증가다. AED는 대기 조건(온도·습도· 바람·일사량 등)에 의해 잠재적으로 증발산될 수 있는 물의 양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기온이 1℃ 상승하면, 대기는 수증기를 7% 더 지닐 수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상승하고 AED가 증가하면, 토양과 식생으로부터의 증발이 촉진돼 가뭄 현상이 더욱 심화된다. 기후변화에 따른 AED의 증가는 전 지구적 가뭄의 심각성을 평균 40% 증가시켰다. 이로 인해 가뭄 피해 면적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5년간(2018-2022년) 전 세계 가뭄 피해 면적은 1981-2017년 대비 평균 74% 확장됐고, 이 중 58%가 AED 증가 탓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2022년은 기록적인 해로, 전 세계 육지 면적의 30%가 중간 정도 또는 극심한 가뭄의 영향을 받았다. 이 중 42%가 AED 증가 때문으로 지목됐다. 유럽의 경우 2022년에는 육지 면적의 82%가 가뭄을 겪었는데, 50%는 중간 정도 혹은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다. 이는 강수량이 35% 줄어든 것과 AED가 40% 증가한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됐다. 지역적으로 보면 아프리카, 호주, 북아메리카 서부 및 남아메리카의 건조 지대에서는 AED가 가뭄 추세에 최대 65% 기여하는 등 그 영향이 특히 두드러졌다. 아프리카는 가뭄 추세의 44%, 호주는 51%에 AED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폭염-가뭄의 상호 증폭 작용: 악순환의 고리 최근의 상황은 기후변화가 극심한 더위를 낳고 극심한 더위는 가뭄을, 가뭄이 다시 폭염을 부추기는 상호 증폭 작용, 악순환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돌발 가뭄이 발생하는 것은 강수량 부족과 더불어 극심한 더위로 인한 AED 증가가 토양 수분을 빠르게 고갈시키기 때문이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교 대기기후과학연구소는 지난 6월 '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에 발표한 논문에서 돌발 가뭄을 폭염 관련성에 따라 구분했다. '복합 폭염 돌발 가뭄(compound heat flash droughts, CHFDs)'은 극심한 더위를 동반하는 돌발 가뭄으로, 그렇지 않은 경우는 '비(非) 폭염 돌발 가뭄(non-heat flash droughts, NHFDs)'으로 분류했다. NHFDs와 비교했을 때 CHFDs는 피해 정도가 최대 90.8% 더 심각하며, 회복 시간도 8.3%에서 최대 114.3% 더 길다고 보고됐다. CHFDs는 증발산이 심하고 토양 수분을 극심하게 고갈시키는 특징을 지닌다는 것이다. 반대로 가뭄으로 인해 건조해진 토양은 지표면 냉각 효과를 감소시켜 폭염을 더욱 심화시키도 한다. 토양에 수분이 부족하면 잠열이 줄어들고 대신 현열 형태로 열이 대기 중으로 방출되면서 지표면 근처 공기 온도를 상승시킨다. 이는 온도가 더 상승하고 AED가 더 높아지는 '양(+)의 되먹임 루프(positive feedback loop)'를 형성해 가뭄을 더욱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2023년 여름 중국 북부 폭염-가뭄 사례 2012년 미국, 2010년 러시아, 2015년 남아프리카, 2018년 호주 동부, 2022년 중국 남부 등 전 세계적으로 극심한 폭염을 동반한 돌발 가뭄이 농업 및 사회경제적 피해를 야기했다. 중국과학원 대기물리학연구소 연구팀은 최근 '지구의 미래 (Earth's Future)'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가뭄-폭염 상호작용의 대표적인 사례를 소개했다. 바로 2023년 여름 중국 북부를 강타한 기록적인 폭염 사례다. 2023년 6월 22~24일 이 지역의 일(日)최고기온은 35°C를 넘어섰고, 64년 만에 가장 더운 날로 기록됐다. 이 폭염은 대기 순환(이상 고기압)과 토양 수분-온도 결합의 복합적인 영향으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2023년 폭염이 발생하기 전, 5월부터 6월 초까지 중국 북부의 누적 강수량은 1979년 이래 가장 적었다. 이러한 이른 건조한 토양 조건은 육지-대기 되먹임이 강력하게 작용할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을 제공했다. 이상 고기압으로 인한 하강 기류가 공기를 가열하면서 폭염이 촉발됐고, 이에 건조한 토양은 증발 냉각을 감소시키고 현열 방출을 증가시켜 폭염의 강도를 더욱 증폭시켰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표층 열 방출 증가 → 총 구름량 감소 → 토양 수분 증발 강화 → 잠열 방출 감소 → 현열 방출 증가 → 지표면 온도 상승으로 이어지는 물리적 과정으로 설명된다. ◇돌발 가뭄 피해 국내 사례도 국내에서도 2022~2023년 호남지역에서 발생한 극심한 가뭄은 돌발 가뭄으로 사례로 간주되고 있다. 강원대 김병식 교수팀은 최근 한국방재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강원도 지역의 11개 기상관측소의 2015~2024년 데이터를 바탕으로 돌발가뭄과 일반가뭄의 발생특성을 분석한 결과, 10년 동안 39회의 돌발가뭄과 96회의 일반가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분석 결과, 강원도 지역의 돌발가뭄은 태백산맥을 기준으로 해안지역보다는 내륙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되는 것이 분석됐다. 김 교수는 4주 이내에 SPEI가 -2 이상 급감하고 최종 지수가 -1.5 이하에 도달하는 경우를 돌발 가뭄으로 정의했다. 김 교수는 논문에서 “돌발 가뭄의 발생이 기상학적, 증발산 조건 그리고 지형특성 등의 복합적인 요인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 생태계 및 식량 안보에 대한 심각한 위협 폭염과 가뭄의 연쇄 작용은 전 세계 생태계와 식량 안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폭염을 동반한 돌발 가뭄은 생태계 생산성의 급격한 감소로 이어진다. 특히 경작지에서 그 영향이 두드러져 전 세계 식량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복합 폭염 돌발 가뭄은 식생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탄소 흡수를 감소시키고, 장기적인 토양 수분 고갈과 산림 화재 증가, 나무 고사 등의 현상으로 이어진다. 농작물의 주요 성장 시기와 가뭄이 발생하는 시기가 겹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농작물은 폭염을 동반한 돌발 가뭄에는 매우 취약하다. 이러한 농업 위험은 지난 수십 년간 특히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지역에서 크게 증가했는데, 중국·인도·인도네시아와 같은 취약 국가들이 복합 폭염 돌발 가뭄 발생 가능성 증가로 인한 인구 및 농업 위험에 직면해 있다. ◇돌발 가뭄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기온 상승에 따른 대기 증발 수요(AED)의 증가는 미래의 온난화 시나리오에서도 심각한 가뭄을 유발하는 데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변화가 지금 추세로 계속된다면 미래에는 2023년 중국 북부 폭염과 같은 극단적인 온도가 '일상적인' 수준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반대로 중국 북부의 경우 세기 말에는 육지-대기 결합의 영향이 약화될 수도 있다는 예측도 없지는 않다. 이는 동아시아 여름 몬순 시기에 강수량이 증가하면서 토양 수분도 증가해 육지-대기 결합의 강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최근에 발표된 다양한 연구 결과들은 지구 온난화가 지속될 미래에 폭염을 동반한 돌발 가뭄의 영향을 줄이기 위한 대비가 시급함을 강조한다. 수자원 인프라를 확충하고, 생태계 회복력을 높이면서, 더 나은 사회경제적 및 환경적 적응 조치 등을 강구해야 해야 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전 세계 식량 안보에 직결되는 만큼 가뭄에 취약한 경작지의 철저한 관리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사고] 제10회 대한민국 기후경영대상 수상자 발표

제10회 기후경영대상으로 외교부장관상 한국산업은행, 환경부장관상 (주)이브자리와 (재)인천테크노파크, 산업통상자원부장관상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주)파인네스트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은 대한민국 기후경영대상은 에너지경제신문이 주최하고 외교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가 후원하며 신기후체제를 비즈니스의 기회로 삼고, ESG 실천 및 기후경영 실천 전략을 통해 탁월한 경영 성과를 거둔 기업 및 기관을 선정하고자 마련된 상이다. 시상식은 오는 11일(목) 14:00에 갖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후에너지환경부 탄생하면… ‘계’에서 출발해 거대부처로 팽창

“공업생산의 검은 연기가 대기 속에 뻗어 가는 그날엔 국가 민족의 희망과 발전이 눈앞에 도래하였음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1962년 2월 당시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울산공업센터 기공식에서 한 발언이다. 울산 공업탑에도 새겨져 있는 이 말은 당시 한국인들이 그린 미래 모습이었다. 인구증가와 도시화, 산업 발전으로 '공해'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박정희 정부는 1967년 2월 1일 보건사회부 위생국에 '환경위생과'를 설치해 공해 문제를 담당하게 했다. 환경위생과의 '공해계'가 지금 환경부의 모태다. 이 작은 '계'가 지난 58년 동안 '검은 연기'를 잡으며 거대 조직으로 끊임없이 성장했다. 7일 고위 당정회의에서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에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포함됐다. 산업자원통상부의 에너지 업무까지 환경부가 맡게 되는 것이다. 정부 내 환경 조직은 어떻게 성장해왔을까. 다시 50년 전 보사부 시절로 돌아가면, 1975년 8월 보사부 내 위생국이 환경위생국으로 이름을 바꿨고, 대기보전과와 수질보전과도 생겼다. 1977년 3월에는 환경관리실로 확대됐다. 전두환 신군부가 권력을 잡았던 1980년 1월 정부는 보사부 내에 환경관리관실을 보사부 외청인 환경청으로 승격, 독립시켰다. 10년이 지난 1990년 1월 환경처로 확대됐고, 조경식 초대 장관이 부임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1년여 뒤인 1991년 3월 낙동강 페놀오염사고가 발생했고, 한 달 뒤 또다시 페놀이 유출되는 사고로 당시 허남훈 장관과 한수생 차관이 한꺼번에 물러나는 시련도 겪었다. 1994년 초 다시 낙동강에서 오염사고가 발생하면서 물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다. 이에 1994년 5월 당시 건설부와 보사부가 갖고 있던 수돗물 수질 관리와 지방상수도 업무를 환경처가 넘겨 받았다. 이처럼 환경 문제가 중요해지면서 1994년 12월에는 환경처에서 환경부로 개편됐다. 부로 승격되면서 장관은 국무위원으로서 정치적 더 큰 위상을 갖게 됐고, 훈령·규칙보다 더 강한 부령(部令)도 제정할 수 있게 됐다. 1998년에는 국립공원 관리 업무를 내무부로부터, 야생동물 관리 업무를 산림청에서 넘겨받았다. 대신 해양 환경 업무은 1996년 해양수산부로 넘겨줬다. 2008년에는 잦은 오보로 기상청이 당시 이명박 대통령 눈 밖에 났는데, 이 바람에 기상청이 과학기술부에서 환경부로 넘어오게 됐다. 지난 2018년 환경부는 오랜 숙원이던 수자원 보전·이용 및 개발 기능을 국토교통부로부터 이관받았다. 홍수 등 하천관리와 광역상수도 업무까지 환경부가 담당하게 되면서 물관리 업무 일원화가 마무리됐다. 여기에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의 총괄·운영 기능도 환경부로 일원화됐다. 이제 이재명 정부에서 에너지 분야까지 넘겨받게 되면 환경부는 '기후에너지환경부'라는 거대 부처가 될 전망이다. 기후위기 문제가 심각해지고, 기후문제와 에너지 문제를 따로 떼내어 생각할 수 없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려도 없지 않다.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된다면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산지에, 바다에, 농지에 풍력 터빈과 태양광 페널을 설치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부처 내 갈등이 벌어질 수 있다. 송전망 건설도 과제다. 지금까지 산업부의 에너지 안보 정책과 환경부의 탄소 배출 감축 정책이 서로 맞서면서 균형을 맞춰 왔는데, 한 부처로 합쳐지게 되면 자칫 한쪽으로 기울어질 경우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에서 브레이크 기능이나 엑셀러레이터 기능이 상호 다른 역할을 하면서, 조화와 균형을 맞춰야 사고 없이 달려가는데, 장관이 누구냐에 따라, 정권에서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느냐에 땨라 다른 한쪽은 제 기능을 못할 수 있다는 걱정이다. 실제로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국토교통부의 하천관리 수자원 업무를 환경부로 가져와 수질·수자원 업무가 통합됐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환경부가 전국 곳곳에 댐을 짓겠다고 나서는 등 수자원 문제에 너무 치우치면서 개발부처로 변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부처 정체성 위기를 겪기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 때도 마찬가지였다. 환경영향평가 등 심판을 맡아야 할 부처가 개발에 앞장섰다는 비판을 받았야 했다. 한편, 환경부 예산은 1997년에는 1조802억원으로 정부 예산 대비 1.1% 수준이었는데, 20년 전인 2005년에는 2조8557억원, 정부 예산의 1.71%로 늘었다. 10년 전인 2015년에는 환경부 예산이 6조 7183억 원으로, 정부 예산의 1.79%를 차지했다. 올해는 환경부의 2025년 예산 규모(예산안 기준)는 약 14조 8000억 원인데, 정부예산 673조원의 2.2%에 해당한다. 정부는 지난달 내년도 16조원 규모의 환경부 예산안을 편성(전체 정부 예산의 2.2%)했는데, 에너지 업무까지 환경부로 이관된다면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예산 규모는 지금 환경부보다는 훨씬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환경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원전수출·자원산업 산업부 존치

환경부가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정책을 맡아,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 개편된다. 원전 수출과 자원산업 기능은 산업통상자원부에 존치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는 자원이 빠져 산업통상부로 변경된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이 고위당정협의회에서 확정한 이재명 정부의 정부 조직개편안을 이같이 발표했다. 윤 장관은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대해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을 적극 추진하기 위해 환경부를 기후에너지환경부로 개편하겠다"며 “그간 탄소중립은 국가적 차원의 과제로서 강력한 컨트롤 타워로의 중요성이 강조됐지만 현행 분산된 체계로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실질적 총괄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아왔다"고 밝혔다. 이어 “일관성 있고 강력한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환경부와 산업부의 에너지 기능을 통합해 기후에너지환경부로 개편하겠다"며 “다만, 산업과 통상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자원산업과 원전 수출 기능은 산업부에 존치하겠다"고 설명했다. 한 정책위의장은 “추석 연휴 이전에 정부조직법을 시행하기 위해 이달 말 안에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국경을 넘어 한미 원자력 사업협력의 시대로

강현국 미국 렌슬러공대 기계항공원자력공학과 교수 최근 체코 원전 수주를 앞두고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한전 한수원이 맺은 계약이 불공정계약인지를 두고 말들이 많다. 어떤 계약이 불공정하다면 그것은 한쪽이 일방적으로 손해를 본다는 뜻인데 만일 그렇다면 왜 그 계약에 서명을 했겠는가? 따라서 어떤 계약을 평가할 때에는 그 계약에 연계된 다른 사업 관계도 함께 고려하여야만 과연 그 계약이 잘된 계약인지 아닌지를 가려볼 수 있다. 이 건에서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미국 정부가 핵자료의 원천적 소유권자라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미국으로부터 원자력 기술을 도입할 때에 만약 미국산 원자력 기술 또는 그에 기반한 기술을 제삼국에 수출할 경우에는 미국의 수출 통제를 받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APR-1400 이나 APR-1000 원자로가 국산 기술로 만든 순수한 국산품인지, 아니면 미국의 원천 기술에 기반한 것인지를 두고 여러 해석이 가능한데, 이를 명백히 가려 법적인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오랜 기간 많은 비용을 들여서 법정에서 다투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그 기간 동안 우리나라는 원자력발전소를 수출할 기회를 잃게 되니 웨스팅하우스가 이점을 활용하여 자사에 유리한 협상조건을 받아낸 것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한수원은 웨스팅하우스와의 이 계약을 통해 체코 수출에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여 26조원에 이르는 플랜트 계약을 따냈으니 나름대로 괜찮은 계약일 수도 있다. 체코 원전 수출에 따른 경제적 득실은 비교적 단순하게 계산이 되고 서로 윈윈하는 것처럼 보인다. 웨스팅하우스 기술에 기반한 원자력 발전소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한전이나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와의 협력없이 독자 수출을 추진할 수 있는 지역이 한정되게 된 것도 이번 계약 내용의 한 부분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에 대해서 세가지 대안이 있다. 의심의 여지없이 원천기술을 모두 확보하거나, 아예 다른 원자력 플랜트를 설계하거나, 웨스팅하우스와 적극 협력하여 함께 수출하는 것이다. 이 중 하나를 선택하여 집중 추진하면 가장 효율적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이 세 가지를 모두 추진하는 것이 서로 시너지를 내면서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원천기술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8월 우리 대통령의 방미에 맞추어 한수원과 두산에너빌리티가 미국에서 맺은 계약과 협력약정들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를 통해 촉망받은 원자력 기업인 X-Energy와 가스원자로 사업에 협력하기로 하였고, 소듐원자로 기업들과도 이미 협력약정을 맺은 바 있어, 두 번째 대안인 전혀 다른 원자로 시장에 나아가게 된다. 또한 지난 5월에 한수원이 대형원전 원천기술 개발에 나서기로 천명한 것은 첫 번째 대안을 실행하기 위한 중요한 움직임이다. 서방세계의 최고 원전 강국 중 하나인 우리나라에서 첫 번째와 두 번째 대안을 실행해 가고 있는데, 웨스팅하우스가 협력을 거부하고 홀로 남을 수 있을 것인가? 결국은 세 번째 대안도 조만간 실행이 될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기술 업계에서는 서로 경쟁할 법한 회사들이 협력하여 큰 시너지를 낸 사례가 많이 있다. 가장 유명한 사례 중 하나가 1997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애플에 투자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도스와 윈도우 기반 시스템이 확장일로이던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었고 주가도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었는데 비해, 애플은 자사의 맥컴퓨터가 시장 점유율이 떨어져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시기이다. 이때 마이크로소프트의 시장 점유율이 너무 커지자 반독점 소송을 당하게 되어 회사가 쪼개질 지경에 이르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1억5천만 달러라는 당시로서는 깜짝 놀랄 거금을 애플에 투자하는 결정을 했다. 이 배경에는 애플이 망해서 사라질 경우 진짜 꼼짝없이 반독점소송에서 패하게 되고, 그러면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기업가치 손상이 예상되므로, 차라리 애플에 투자하여 회사를 살려두는 것이 더 자사에 이익이 된다는 투자자로서의 셈이 있었다. 그런데 이것이 계기가 되어 애플은 기력을 회복하고 다시 성장하게 되어서 이후에도 두 회사는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를 애플 기기에 제공하는 등 유익한 방향으로 협력 관계를 이어갔다. 애플에 투자함으로써 지분의 7%를 가지게 된 마이크로소프트가 애플이 회복하고 본격 성장함으로써 큰 이익을 보게 되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최근 미국 트럼프 정부가 자국을 상대로 흑자를 보던 나라들에게 미국에 직접 투자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 관세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지키기 위해서 우리나라와 일본 등 세계 여러나라가 미국에 큰 금액을 투자를 하기로 약속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조선업이나 원자력산업처럼 현재로서는 미국이 산업 우위를 가지지 못하여 자력으로 산업을 일으키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미 협력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협상에서 중요한 지렛대 역할을 하였다. 이렇게 투자를 강제로 해야 하는 상황이, 위에서 예로 든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의 사례를 닮았다.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면 자국에 유리한 산업구조를 만드는 방향으로 투자액을 사용할 것인지를 고민하겠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어떻게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여 관세폭탄을 피하면서도 동시에 국내 산업계에 큰 기회를 열어 줄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조선 분야에서는 엄청난 규모의 미국 군용선박 시장에 국내 조선사들이 진입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원자력 분야에서는 어떤 기회를 만들어야 할 것인가? 세계 최대 규모의 전력시장이자, AI 데이터센터 운용을 위해 전력수요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고, 원자력에 매우 우호적인 시장인 미국에 진출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면, 우리 원자력 기업들에게 그야말로 새로운 장을 열어 줄 수 있을 것이다. 강현국 렌슬러공대 기계항공원자력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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