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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th, 에너지가 미래다] 박진호 한국에너지공대 총장대행 “탈탄소화 흐름은 지속…AI와 에너지 융복합 전략 필요”

'에너지가 미래다'라는 명제는 더 이상 구호가 아닌 현실이다. 탄소중립 전환, 에너지 안보, 인공지능 산업의 급성장까지 모든 길은 에너지로 통한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켄텍)는 이런 흐름 한가운데서 출범한 세계 유일의 에너지 특화 연구중심 대학이다. 박진호 총장대행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에너지 기술 혁신을 주도할 인재 양성과, 수요기반 연구개발, 그리고 실증과 상용화를 아우르는 에너지 플랫폼으로서의 켄텍의 비전을 명확히 제시했다. 한국이 글로벌 에너지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교육과 기술, 산업이 연결된 미래 청사진을 담아본다. [편집자 주] -에너지는 우리나라 주력산업인 제조업 및 AI의 밑바탕이자, 그 자체로도 훌륭한 산업이 될 수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우리나라에 적절한 에너지 믹스 및 시장정책은 어떻게 가져가야 한다고 보는가. ▲에너지는 산업∙사회의 유지와 성장을 위한 단순한 공급원이 아니라, 국가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이며 또한 그 자체로서 매우 중요한 산업이다. 특히 제조업과 AI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효율적이며 친환경적인 에너지 공급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차세대 원전 등 무탄소 에너지의 확대와 함께 이를 안정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차세대 전력망, 에너지 원간의 섹터커플링,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수소 등 다양한 에너지원의 균형 있고 신뢰성 높은 믹스가 필요하다. 이에 있어 AI 기술이 향후 에너지산업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초격차 기술 혁신을 촉진해 에너지산업을 신성장동력화하며, 공급사슬 제조업 생태계를 육성하는 정책도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에너지 믹스는 기술∙가치 중립적 접근을 통해 재생에너지, 차세대 원전, 탄소포집저장활용(CCUS) 기반 천연가스, 수소 등의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면서, 탄소중립으로 나아가며 이를 국부 창출의 중요한 수단으로 만드는 로드맵이 요구된다. 또한, 에너지 정책관련 의사결정 구조의 시장지향형 독립성 보장도 매우 중요하다. - 글로벌적으로 탄소중립과 화석연료 귀환이 맞서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흐름이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그에 맞서 우리나라는 어떻게 준비해야 한다고 보는가.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을 향한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화석연료 사용이 증가하는 이중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장기적 탈탄소화 흐름은 변함없이 지속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단기적, 중장기적 변화와 도전에 지혜롭게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안보와 탄소중립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균형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지역∙환경 맞춤형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에너지저장 기술, 스마트 그리드, 수소 에너지, 차세대 원자력(SMR) 등 신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하며 수출지향형 미래에너지 제조업 생태계 복원에도 집중해야 한다. 'AI for Energy, Energy for AI'란 말이 있듯이 이에 있어 AI산업과 에너지산업의 융복합도 전략적으로 적극 추진해야 한다. - 글로벌 에너지 분야 기술력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그에 비해 한국의 발전 속도는 더딘 편이다. 문제 원인은 무엇이며, 어떤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개발 및 기술력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보는가. ▲ 한국의 에너지 기술 발전 속도가 더딘 이유는 전주기적 R&D 관리 체계의 미비와 부족한 전략적 R&D 투자 그리고 미흡한 글로벌∙산학연 협력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탈행정적∙탈규제적 지원과 함께 글로벌 파트너십을 망라한 대학, 연구기관, 산업계 간의 협력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정부주도 R&D와 민간주도 R&D의 조화도 더욱 필요하다. 한국은 이미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이를 확장해 그리드 규모의 장주기 저장기술, 수소저장, 열저장 등으로 기술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 차세대 에너지저장기술(ESS)에 이어 수소 에너지, 스마트 그리드 등 미래 에너지 기술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개발과 실증 및 상용화까지 이르는 전주기적 관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초원천 연구부터 실증까지 연계되는 일관된 R&D 관리체계의 구축, 기술개발 단계 단축형 상용화 플랫폼 구축, 네거티브 규제 기반 제도혁신 등을 통한 혁신기술 검증 기회 확대, 산학연 협력을 통한 기술이전과 사업화 가속화가 필요하다.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 속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갖기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이를 위해 켄텍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 속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갖기 위해서는 세 가지 핵심 준비가 필요하다. 첫째, 에너지 기술 혁신을 위한 과감하고 전략적인 R&D 투자, 둘째, 미래에너지 산업을 이끌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 마지막으로 산학연 협력과 산업생태계 구축을 통한 기술 상용화 가속화이다. 에너지 패러다임의 대전환은 기술 혁신과 인재 양성을 통해 이뤄진다. 켄텍은 세계 유일의 에너지 특화 연구중심 대학으로서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다. 켄텍은 에너지AI, 재생에너지, 스마트 그리드, 수소, 차세대 원자력 및 핵융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미 확보한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출범한 에너지정책연구소는 글로벌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한 선제적 기술변화를 예측하고, 이에 대응하는 에너지 정책 방향과 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 -켄텍만의 차별화된 에너지 혁신기술 개발 전략은 무엇이며, 현재 주력하고 있는 연구 분야는 어떤 것이 있나. ▲켄텍은 설립 초기부터 기초원천 연구와 산업적 응용을 연계하는 '목적기초연구(Use-inspired Basic Research)'에 중점을 두고,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에너지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 이른바 조화로운 양극단 연구개발을 추구하고 있는데, 그 사이의 간극을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현재는 마이크로그리드형 AC-DC 복합 차세대 전력망, 에너지AI, 페로브스카이트 탠덤 태양전지, 광전기 및 전기화학적 물 분해, 수소 저장 기술, 고전력반도체, 차세대 에너지저장시스템(ESS), 그리고 탄소 포집 및 활용(CCUS) 기술 등에 주력하고 있다. 이미 일부 연구팀은 세계적 수준의 성과를 내고 있다. -'에너지가 미래다' 관점에서, 켄텍이 지향하는 핵심 비전과 역할은 무엇인가. ▲ 켄텍은 '에너지 분야 글로벌 선도 연구중심 대학'이라는 비전 아래 설립됐다. 켄텍은 에너지 산업의 역사적 대전환기에 국가 주도로 설립된 세계 유일의 에너지 특화 대학으로, 우리의 비전은 명확하다. '에너지 기술 혁신을 선도하고, 인류와 지구를 위한 지속가능한 미래를 구현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 국가 에너지 전략의 플랫폼이자 기술주권 실현의 핵심 거점이 되겠다는 의지이다. '탈탄소·디지털·분산화∙에너지안보'로 급변하는 가운데, 켄텍은 미래 에너지 산업을 선도할 글로벌 인재 양성,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라는 시대적 과제에 대응할 수 있는 원천기술 개발과 상용화, 정책개발 등 대한민국의 에너지 주권 확립과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견인차 역할을 다할 것이다.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 시대를 이끌 인재는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보는가. 공대 차원의 인재 육성 방안도 함께 설명해달라. ▲ 에너지 산업의 미래는 학제적 단일 전공 지식의 습득이 아닌 산업·사회 문제를 통섭적으로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 복합적∙창의적 사고 능력에 달려 있다. 켄텍은 이에 맞춰 교육 철학을 '창의∙융복합·탐구형 교육'으로 재정의했다. 학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전공 간 경계를 허문 설계사고(design-thinking) 기반의 에너지 공학입문 설계 교육을 경험한다. 또한 '현장연계형 문제해결 교육(PBL)'을 주요 교과목에 도입해 이론 중심 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고, 실제 산업·사회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실무 문제해결 역량을 강화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해결 역량 중심 교육은 고학년에서 자기주도연구(independent research)와 종합설계(capstone design) 교육으로 완성된다.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을 위한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 교육도 체계적으로 제공한다. 교과에 의한 학습뿐아니라 체계화된 켄텍만의 교과외활동인 기숙형(residential college)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전인적 품격을 높이는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학생 한 명당 교원 3명 수준으로 학습, 연구, 생활에 있어 맞춤형 멘토링이 가능한 환경은 켄텍만의 장점이다. 특히 '글로벌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전체 학생의 해외 연수 경험을 의무화하고, 국제 공동연구 참여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글로벌 시각과 네트워크를 갖춘 세계시민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이에 필요한 실전형 영어 글쓰기와 말하기 교육도 의무화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 방식은 기존의 전공지식 습득 위주의 학제적 공학교육의 틀을 벗어나 에너지 분야의 창의적, 융복합적 인재를 양성하는 켄텍만의 차별화된 강점이라고 자신한다. -그동안 학교 운영 과정에 대한 개인적 소회 한말씀 부탁드린다. ▲한국에너지공대의 총장직무대행으로서 지난 1년 5개월은 도전과 보람이 공존하는 시간이었다. 여러가지 대내외적 위기 상황에서 새로운 대학의 기틀을 다지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그만큼 값진 경험이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전례 없는 길(The road, not taken)'을 열어 나가는 것이었다. 세계 유일의 에너지 특화 공과대학이라는 새로운 교육∙연구∙창업 모델을 구축하면서, 기존 대학의 틀을 뛰어넘는 혁신적 시스템을 설계하고 구현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와 어려움이 여럿 있었다. 하지만 도전 속에서 큰 보람을 느끼는 순간들이 있었기에 결코 좌절하지 않았다. 우수한 교수진과 전국 최고 수준의 학생들이 하나 둘 모여들면서 학교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고, 괄목할만한 연구 성과들과 산학협력 성과들이 나오면서 켄텍에 대한 국가적 기대와 관심도 높아지는 것을 느꼈다. 앞으로도 어려움은 지속되겠지만, '에너지 분야 글로벌 선도 대학'을 향한 켄텍의 여정은 흔들림 없이 이어질 것이다. ■ 박진호 총장직무대행 프로필 △1958년 경남 통영 출생 △한양대학교 화학공학 학사, 서울대학교 화학공학 석사, 미국 플로리다대학교(University of Florida) 화학공학 박사 △1994년∼2021년 영남대학교 화학공학부 교수 △2012년∼2023년 국제에너지기구(IEA) 태양광발전분과(Task 1) 한국대표 △2015년∼현재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세계공학한림원 에너지위원장 역임 △2016년∼2019년 산업통상자원부 전략기획단 에너지산업 MD △2017년 한국태양광발전학회 제4대 회장 △2021년 한국에너지학회 제25대 회장 △2021년∼2023년 한국에너지공대 에너지공학부 석학교수 △2021년∼현재 한국에너지공대 연구부총장 △2023년 12월∼현재 한국에너지공대 총장직무대행 겸 교학부총장 전지성 기자 jjs@ekn.kr

무더운 5월 날씨···기상청 “올 여름 평년보다 더울 듯”

올해 여름 평년보다 더울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됐다. 기상청은 지난 23일 6∼8월 3개월 전망을 발표하며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을, 비슷하거나 낮을 확률보다 더 높게 제시했다. 강수량은 6월엔 평년보다 많고 7∼8월엔 평년과 비슷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반도에 영향을 줄 태풍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초여름에 해당하는 6월의 기온은 평년(21.1∼21.7도)보다 높거나 비슷할 확률이 각각 40%, 낮을 확률이 20%로 나타났다. 7월(평년기온 24.0∼25.2도)과 8월(24.6∼25.6도)은 기온이 평년기온을 웃돌 확률이 50%로 제시됐다. 비슷할 확률은 40%이고 낮을 확률은 10%에 불과했다.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와 미국 해양대기청(NOAA) 등 11개국 기상 당국 474개 기후예측모델 전망치를 평균 냈을 때도 올여름 기온이 평년기온보다 높을 확률이 큰 것으로 나왔다. 기후예측모델들의 앙상블 평균(여러 모델이 내놓은 전망치의 평균) 확률을 보면 6월은 평년보다 더울 확률이 58%, 7월은 64%, 8월은 71%였다. 기상청은 올여름 더울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로 열대 서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상태인 점을 꼽았다. 강수량은 6월은 평년보다 대체로 많고 7∼8월은 평년과 비슷할 것으로 예측됐다. 6월은 강수량이 평년(101.6∼174.0㎜)보다 많을 확률과 비슷할 확률이 각각 40%, 적을 확률이 20%로 나타났다. 7월(평년 강수량 245.9∼308.2㎜)과 8월(225.3∼346.7㎜)은 평년과 비슷할 확률이 50%이고 평년보다 많거나 적을 확률이 각각 30%, 20%다. 올여름 비가 많이 온다면 북인도양과 열대 서태평양 수온이 높아 우리나라 남동쪽에 고기압이 발달, 고온다습한 남풍이 불어 들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됐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태풍은 평년(2.5개)과 비슷하거나 적을 확률이 각각 40%, 많을 확률이 20%로 분석됐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에너지 연구기관 소식]  에경연 “AI 활용 가속화”·에기연 “하이 니켈 양극재 난제 해결”·에기평, 네덜란드서 수소기술 선보여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를 인용해 에너지 산업에서 인공지능(AI)이 다양하게 활약할 것으로 분석했다. 에경연은 “세계에너지시장 인사이트(19일자)'에서 IEA의 에너지 전반에서 AI 활용 전망과 비용절감, 생산성 향상, 에너지 소비 및 탄소배출 감축 등의 AI 활용 효과를 게재했다. 인사이트에서는 에너지시스템 전반에 전력화, 디지털화, 변동성 재생에너지 보급 증대, 에너지 비용 증가 등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에너지 공급 및 소비 주체들은 비용절감, 효율향상, 에너지 소비 및 탄소배출 감축, 그리고 에너지시스템 안정성 제고를 위해 AI 활용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석유・가스 개발에서는 AI는 석유・가스 탐사 및 시추 성공률을 높이고, 개발기간을 단축하며 생산량의 예측오차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AI는 풍력과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 출력 변동성 문제를 획기적으로 완화하고, 전력저장장치(ESS)의 운영 및 유지보수를 최적화하여 시스템 안정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시킬 수 있다. IEA는 발전소에 AI를 현시점부터 도입할 경우에 2035년까지 운영 및 유지보수 비용은 최대 10% 절감, 발전효율은 6~8% 개선, 발전설비 수명은 4년 연장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산업부문에서 AI를 활용하면 생산공정을 최적화 및 자동화하여 특히 에너지집약 산업에서 에너지 소비를 2~6% 절감할 수 있다. AI는 운송부문에서 경로 최적화, 수요예측 및 화물적재 용량 활용 개선 등으로 연료소비와 탄소배출을 감축시킬 수 있다. 최근 신축건물을 중심으로 디지털 솔루션 도입 증가와 취사 및 난방부문의 전력화 가속으로 AI 도입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AI 활용에 따른 이와 같은 커다란 경제적 및 기후환경적 효과는 경제주체들의 AI 도입 유인을 촉진시키고, 관련 기업들의 기술 개발 및 혁신 투자를 활성화시킬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울산차세대전지연구개발센터 진우영, 차형연 연구팀이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하이 니켈 양극재의 난제를 해결했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연구팀은 그간 하이 니켈 양극재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됐던 잔류 리튬 화합물의 위치를 새로이 규명하고 잔류 리튬을 최소화하는 설계 방안을 제시했다. 하이 니켈계 양극재는 전기차 등에 활용되는 차세대 리튬 이온 배터리의 핵심 소재다. 양극재의 니켈 함량이 높을수록 전지의 에너지 밀도가 올라가고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향상되는데 하이 니켈 양극재는 니켈 함량이 80%에 달해 차세대 전기차 시장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니켈 함량이 늘어날수록 양극재 표면에 잔류 리튬 화합물이 과도하게 생성되고 전극 원료가 젤리처럼 굳어지는 '겔화' 현상이 일어난다. 이후 입자가 고르게 분포되지 않고 전극 물질 간 접착력도 20%가량 줄어들어 전극의 완성도와 성능 저하를 일으킨다. 특히 이미 상용화된 양극재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안정적인 생산과 활용을 위한 해결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연구진은 기존 통념과 달리 잔류 리튬이 양극재 내부의 입자 사이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확인했다. 이를 통해 기존에 간과된 양극재 내부 구조가 배터리 성능과 수명 저하의 주요 요인 중 하나임을 규명하고 잔류 리튬 형성을 원천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설계 방향을 제안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기존에 표면 중심으로 접근해 왔던 잔류 리튬 문제를 입자 내부 구조까지 확장해 정밀 분석한 최초의 사례"라며, “고니켈 양극재의 구조 안정성과 성능 열화를 근본적으로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한 것으로 양극재 설계와 공정에 반영되면 향후 고에너지 밀도 리튬 이온 배터리 시장 확대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지난 21~22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리는 '세계 수소 서밋 2025(WHS 2025)'에서 한국관을 운영했다. WHS 2025는 전 세계 130개국 이상, 700개 기업이 참가하고 1만5000여 명이 방문하는 수소 분야 최대 규모의 국제행사다. WHS 2025에서 선보이는 한국관은 에기평과 한국수소연합이 함께 마련했으며, 정부정책 및 사업을 소개하는 에기평 수소관과 수소 연구개발(R&D)과제를 수행하는 기업관으로 구성됐다. 이승재 에기평 원장은 “글로벌 수소 동맹과 수소 기업의 해외 진출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부 기관과 기업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앞으로 에기평은 수소산업진흥과 기업의 해외판로 개척을 위해 이번과 같은 기회를 다양하게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환경 소식] 기상청, 개도국에 선진 기상기술 전수·환경공단, 말레이시아와 ESG경영 협력·환경보전원, 벌목재 재활용으로 지역 난방 지원

기상청이 개도국에 선진 기상기술을 전수했다. 기상청은 라오스, 몽골,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5개국의 기상예보 담당자 14명을 대상으로 '외국인 기상예보관 과정'을 마쳤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연수는 지난 12일부터 23일까지 2주간 초청 연수 방식으로 기상청 서울청사에서 진행됐다. 연수는 기상청의 선진 기상예보 기술과 시스템을 중심으로 예보 생산 체계, 한국형 수치예보시스템(KIM), 인공지능(AI) 기반 기상예보 기술, 방재 기상업무 체계 등이 주요 내용으로 진행됐다. 기상청은 국제개발협력 사업의 하나로 지난 1998년부터 아시아, 아프리카지역 등 개도국의 기상청 직원을 대상으로 국제 교육과정을 운영해 오고 있다. 현재까지 교육과정을 거친 외국인은 총 98개국 1500여 명에 이른다. 장동언 기상청장은 “기상청이 운영하는 국제 교육훈련 프로그램은 기후변화로 인한 국제적 위험기상 대응 역량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데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세계기상기구(WMO) 지역훈련센터로서 국제적 기상예보 능력 향상을 위한 지원과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환경공단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말레이시아에서 공단의 ESG경영 추진체계와 주요 성과를 전달했다. 환경공단의 'K-eco 글로벌 ESG 대표단(단장 차광명 경영기획이사)'은 환경산업 수출 교두보를 마련하고자 지난 1월 임상준 이사장 취임 후 새롭게 출범했다. 대표단은 2025년 아세안 정상회의에 앞서 지난 19일 주 말레이시아 대한민국 대사관이 주최하는 '한-말 ESG 포럼'에 참석했다. ESG 포럼에는 양국의 기후변화 대응 관련 ESG 정책, 탄소배출권 거래를 비롯한 기후금융 활용방안 등 ESG의 다양한 실천해법들이 논의됐다. 대표단은 말레이시아 환경 관련 공공기관인 SWCorp(고형폐기물관리 공공기관), MGTC(기후변화 대응 공공기관) 및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한국기업 중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쏘카와 정수기 렌탈 사업을 하고 있는 SK매직과도 ESG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임상준 환경공단 이사장은 “대표단과 말레이시아 소재 동남아시아 사무소를 기반으로 베트남 등 인근 아세안 국가로 ESG 협력관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환경보전원은 지난 22일 전남 광양시 진상면에서 '벌목재 나눔 주민지원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 총 30톤 규모의 벌목재가 지역 주민 및 취약계층 30가구에 무상 지원됐다.​ 이번 나눔은 환경보전원이 영산강·섬진강 수계 상수원 수질 개선을 위해 추진 중인 '매수토지 관리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환경보전원은 이 과정에서 발생한 벌목재를 단순 폐기하지 않고, 지역 난방 연료로 활용함으로써 취약계층을 위한 에너지 자원으로 재탄생시켰다. ​신진수 환경보전원 원장은 “이번 나눔을 통해 상수원 수질 개선은 물론, 병해충 피해 예방과 에너지 복지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전국 구름낀 날씨 …전북 북동부 소나기 주의

오는 26일은 전국에 가끔 구름이 많겠고, 전북 북동부 지역에는 소나기가 내릴 전망이다. 25일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오는 26일 아침 최저기온은 9∼15℃(도), 낮 최고기온은 20∼27도로 예보됐다. 일교차가 15도 내외로 큰 날씨가 나타나 건강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수도권과 강원도는 대체로 맑은 날씨를 보이겠다. 전북 북동부 지역은 오후에 5mm 내외의 소나기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미세먼지 농도는 원활한 대기 확산으로 전 권역이 '좋음'∼'보통' 수준을 보이겠다. 연합뉴스

[36th, 에너지가 미래다] “제로에너지건축은 국가 에너지 전략 전환점”

“제로에너지건축물(ZEB)은 건축물의 경제성을 넘어 에너지 소비문화를 전환하는 국가적 전략이자, 에너지 소비 구조를 바꾸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지난 18일 에너지경제신문과 만난 한승희 한국에너지공단 건물에너지실장은 최근 정부가 강화하고 있는 탄소 중립 건축 기술의 핵심인 '제로에너지건축물' 장려 정책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ZEB 인증은 건축물의 난방, 조명 등을 위해 사용하는 전기 등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어쩔 수 없는 부분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다. 최고 등급인 ZEB Plus부터 5등급으로 나눠 등급을 매기는데, 이미 2020년부터 공공 건축물에는 의무화됐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민간 건축물도 5등급 수준의 설계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한 실장은 ZEB 인증 정책이 건물 분야 에너지 소비 구조와 문화를 합리적으로 바꾸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디자인적으로는 멋진 건물이라고 하더라도 냉난방이 과도하게 가동되어야 하거나 단열 성능을 높이기 위해 많은 비용이 투입되어야 한다면 기후 위기 대응이나 자원 절약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건물 부문의 에너지 소비가 지속적으로 늘어 추가 인프라 마련이 필요해 공급 비용을 국민이 간접적으로 부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고효율 건축물 보급이 목적인 ZEB 인증 제도는 에너지 소비 기능을 고도화한 건물을 짓고 이를 시장에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실제로 국내에 지어진 한 도서관의 경우, 최초 설계 시에는 ZEB 5등급 수준(에너지 자립률 26%)이었으나, ZEB 에너지 최적화 컨설팅을 통해 외피 열 성능 및 조명 밀도 최적화, 고효율 전열교환기 적용, 태양광 설비 용량 최적 설계 등을 반영해 ZEB 1등급(에너지 자립률 117%)을 달성했다. 특히 하반기 중 실시되는 민간 부문 설계기준 강화는 중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한 실장은 “그간 공공부문은 에너지 절약 설계 기준을 강화하고 건축물 효율등급 및 제로에너지 인증 등을 통해 에너지 자립률을 확보하며 이를 민간에 전파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민간 확산은 경제성이 주요 판단 기준이 되기 때문에, 가격 결정 구조나 건축 비용을 고려해 성능 기준을 만족하는 자재·시공법에 대한 업계의 다양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실장은 ZEB 고도화를 위한 기술적 과제로 단열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창호와 일사차단장치가 연계된 제품 개발을 꼽았다. 각 자재 및 체계적 관리가 필요한 기밀 성능의 향상 역시 기술 발전이 필요한 분야다. 또, 저온의 열원을 활용할 수 있는 설비, 고효율 태양광 모듈, 건물 형태에 따른 다양한 시공법, 수소 기반 에너지 사용을 염두에 둔 연료전지의 보급 확산도 에너지 성능 향상을 위한 주요 과제이다. 또 오래된 설계 기준도 개선해야 한다. 한 실장은 “건축물 에너지절약설계기준의 단열기준이 과거 50㎜에서 현행 190㎜까지 늘어나는 등 기술이 발전해온 것과 달리 여전히 20~30년 전의 설계 기준을 준용하는 건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며 “이로 인해 설비 용량과 공사비에 과설계 요인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한국에너지공단은 지난해부터 건축 관련 기술을 별도로 평가할 수 있도록 산학연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술위원회를 꾸렸다. 올해부터는 평가 프로그램과 신기술을 검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보다 활발한 신기술 적용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한 실장은 건설업계나 소비자들이 걱정하는 공사비 상승에 대해선 “큰 부담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업계 의견을 반영해 인증이 의무화 대신 5등급 수준으로 설계 기준을 강화했다"며 “이전보다는 공사비 상승 요인이 있겠지만,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실장은 “ZEB 인증 취득 시 용적률 인센티브가 가장 큰 유인책으로 에너지 자립률 확보가 어려운 도심 고층 건물에 대해서는 예외 기준도 검토 중"이라며 “최소한의 비용으로 ZEB가 가능하도록 신재생에너지 대체 인정 방안 등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유럽 수출 막힌 러시아 에너지, 아시아로 온다

세계에서 석유, 가스 생산량이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인 러시아가 유럽 수출이 막히자 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아시아의 에너지 허브인 싱가포르가 이 물량을 취급하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어, 한국에 극동지역 에너지 허브 기회가 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4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민지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러시아 에너지 전략 2050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의 대아시아 수출 다각화 계획이 더욱 분명해짐에 따라, 향후 러시아의 북극항로 개발 현황, 극동지역 에너지 생산지 개발 및 인프라 구축 과정, 아시아 국가들과의 수출 협상 상황 등을 면밀히 관찰하고 협력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러시아 정부는 최근 에너지분야 최상위 국가 전략인 '에너지 전략 2050'을 수립했다. 이 전략은 2050년까지 기술주권을 확보하고 산업 구조를 고도화해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 및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러시아가 미래에 에너지 수출을 하고자 하는 지역은 아시아이다. 그동안 러시아는 주로 유럽으로 에너지를 수출했으나, 2022년 러-우 전쟁 이후 유럽의 러시아 에너지 수입이 급격히 줄었고, 최근 유럽연합은 2027년까지 러시아 석유, 가스 수입을 완전 중단하는 '러시아 에너지 수입 전면 중단 로드맵'을 수립했다. 러시아 정부는 '에너지 전략 2050'과 함께 북극항로를 극동 항만, 동시베리아 철도와 통합하고, 북극항로 인접 항만을 현대화해 석탄, LNG, 석유화학제품 수출망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극동지역 항만인 캄차카, 블라디보스토크, 사할린 등을 에너지 자원의 환적·저장·가공 가능한 복합물류허브로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극동지역을 에너지 산업과 수출의 거점으로 거듭나도록 할 계획이다.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이 아시아로 쏠리게 되면 아시아에는 물량이 넘쳐날 것으로 예상된다. EI(Energy Institute)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러시아의 석유 생산량은 하루 1120만배럴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3위이다. 가스 생산량은 하루 598억cf로, 미국에 이어 2위이다. 2020년 기준 석유 확인매장량은 1078억배럴(세계 6위)로, 가채년수는 26.4년이며, 가스 확인매장량은 37.4조㎥(세계 1위)로, 가채년수는 60.5년이다. 여기에 미국의 에너지도 상당량이 아시아로 향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정부가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한국, 일본, 대만, 베트남 등 아시아국에 에너지 수입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약 100억배럴의 석유 가스가 매장된 알래스카 에너지 개발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표적 사업인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한국, 일본, 대만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알래스카 에너지 물량은 일주일이면 아시아로 공급이 가능하다. 결국 미국의 신규 생산물량과 러시아 물량이 아시아로 공급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접점에 있는 한국이 새로운 아시아 에너지 허브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은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지역인 동북아의 가운데에 위치해 있으며, 일본보다 지질적으로 안정적이다. 특히 우리나라 울산, 부산, 여수는 초대형 선박인 VLCC급의 접안도 가능할 정도로 천혜의 항만 환경도 갖추고 있다. 민지영 전문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미국 트럼프 2기 들어 미·러 관계 정상화가 기대된다"며 “추후 북극항로, 극동지역에서의 한·러 협력 가능성을 고려해 관련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대선 토론] 한계 드러낸 기후위기 대응 토론…온실가스감축목표(NDC) 논의無

지난 23일 기후위기 대응을 주제로 한 대선주자 2차 TV토론회에서 후보들은 전력 분야로 정치적 공방을 펼치는 한계를 드러냈다. 온실가스는 산업, 건물, 수송 분야 등에서도 상당히 배출됨에도 이를 어떻게 줄여나갈지 토론에서 전혀 다루지 못했다. 그렇다고 2035년 온실가스감축목표(NDC) 수립, 기후에너지부 등 정부 개편 방안, 홍수·가뭄 기후재난 대책, 탄소세 등 기후재정 확대 방안 중 하나를 논의한 것도 아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원자력 발전을 이념적으로 바라본다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공격하기에 바빴다. 이재명 후보는 두 후보의 공격을 방어하면서 재생에너지를 옹호하는데 토론에 주어진 시간을 거의 다 썼다.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총 7억2760만톤이고 이중 전환(발전)은 37.1%(2억6960만톤)를 차지한다. 나머지 온실가스 배출량은 산업(35.8%)·수송(13.5%)·건물(7.2%) 등에서 나온다. 특히, 산업에서는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산업을 주축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데 여기서 탄소배출을 어떻게 줄일지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수송에서 전기차 혹은 수소차를 더 늘릴 것인지, 건물에서 난방 등 열에너지를 어떻게 친환경적으로 공급할지는 언급되지 않았다. 산업·수송·건물 분야에서 전기화를 하는 건 한계가 있기에 발전 분야만으로는 탄소중립을 논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결국, 2030 NDC를 어떻게 달성할지 진지한 토론은 없었다. 2030 NDC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정부 목표다. 올해 안에 유엔에 제출해야 하는 2035 NDC를 얼마로 하겠다는 후보간 토론도 부재했다. 기후환경부 혹은 기후에너지부로의 정부 개편 방안이 공약으로 나오고 있음에도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김 후보는 환경부를 기후환경부로 격상해 기후재난에 대응하겠다는 공약을 걸었으나 토론에서는 말하지 않았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겠다고 토론에서 한마디를 꺼냈으나, 이재명 후보는 정부 개편 방안에 말을 아꼈다. 기후에너지부는 환경부의 기후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를 합쳐 만들겠다는 정부 조직 개편안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기후위기에 더 잘 대응하기 위해 기후에너지부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할 탄소세나 탄소배출권 운영 방안은 끼어들 틈조차 없었다. 조용성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전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는 “기후위기 대응방안 토론에서도 여전히 전력 이슈가 정치적 아젠다로 부딪혔다 "며 “전력 외에 에너지효율, 수소, 탄소가격, 거버넌스 등 논의할 것들이 많은데 아쉬운 토론이 됐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이찬우의 카워드] 소금으로 움직이는 전기차?…‘소듐이온 배터리’는 무엇이고 왜 주목받나

급변하는 전동화 시대, 자동차와 배터리 산업에서 쏟아지는 낯선 전문 용어들이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습니다. '카워드'는 자동차와 관련한 어려운 용어들을 쉽게 풀어 설명하고, 관련 업계 동향을 함께 소개해서 독자들이 빠르게 자동차 산업의 트렌드를 따라갈 수 있도록 돕는 코너입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 1위 중국 CATL이 '소금 배터리'로 불리는 소듐이온 배터리를 공개했다. 배터리와 소금이라는 다소 어색한 조합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배터리 제조사 CATL(닝더스다이)은 지난달 열린 '테크데이'에서 2세대 소듐이온 배터리 '낙스트라(Naxtra)'를 선보였다. 이 배터리는 리튬 대신 나트륨을 주원료로 사용해 '소금 배터리'라는 별칭이 붙었다. CATL은 “LFP와 달리 저온 환경에서도 성능 저하가 적고, 화재 위험도 낮다"고 강조했다. CATL은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소듐이온 배터리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소듐이온 배터리는 리튬 대신 나트륨 이온이 양극과 음극을 오가며 전기를 저장·방출하는 방식으로 기본 구조와 작동 원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유사하다. 가장 큰 강점은 원재료인 나트륨이 지각과 해수에 풍부해 리튬보다 훨씬 저렴하고 공급망 리스크가 적다는 점이다. 탄산나트륨(1톤당 약 27만원)은 탄산리튬(1톤당 약 1300만원) 대비 50분의 1 수준으로 배터리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또 열폭주 위험이 낮아 화재 등 안전성 면에서도 우수하다. 소듐이온 배터리는 저온(-40℃)과 고온(70℃) 등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더불어 중금속 사용이 적어 환경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이전까지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아 전기차 적용에 불리했으나, CATL의 2세대 소듐이온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 175Wh/kg을 달성하며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는 최근 전기차 시장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185Wh/kg)와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CATL 제품의 경우 1회 충전 시 500㎞ 주행이 가능하고 5분 급속충전으로 80% 용량을 채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점도 있다. 나트륨 이온은 리튬보다 무거워 충·방전 과정에서 음극(흑연) 구조에 더 큰 스트레스를 주고 이로 인해 수명(충방전 반복 가능 횟수)이 짧은 편이다. 또 아직은 상용화 초기 단계여서 대량 양산 및 다양한 제품 적용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다. 소듐이온 배터리가 본격 양산되면, 전기차와 ESS 등 가격 민감도가 높은 시장에서 리튬이온 배터리를 빠르게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CATL은 2025년 하반기부터 소듐이온 배터리를 전기차와 상용차에 적용할 계획이다. 리튬, 코발트 등 희소금속 의존도를 낮춰 공급망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은 이미 소듐이온 배터리 소재 공급망을 구축해 대량 양산에 유리한 입장이다. 한국 배터리 업계는 시장을 선점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미 시장의 트렌드가 LFP로 넘어가면서 기존 NCM에 주력하던 국내 업계가 설 자리를 잃어가는 가운데 또 다른 신제품이 중국에서 나와버린 것이다. 이에 국내 업계는 소듐이온 배터리를 비롯해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소듐이온 배터리는 아직 적극적으로 개발 중인 기업이 적다. 국내에선 에코프로비엠, LG에너지솔루션 등이 소듐이온 배터리 샘플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국내 기업들은 리튬망간리치(LMR) 개발 등에 힘을 쏟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공동 개발한 리튬망간리치(LMR) 배터리를 2028년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LMR은 니켈과 코발트 비율을 10%대로 낮추고, 전 세계에 풍부한 망간 비율을 60~65%로 높인 것이 특징이다. 정제가 쉽고 비용이 낮아 가격경쟁력이 높다. 특히 땅이 넓은 미국 시장에서는 LFP보다 LMR이 더 적합하다는 평가다. LG에너지솔루션은 LMR 관련 특허를 200건 이상 보유하고 있다. 삼성SDI는 LFP에 하이니켈을 섞어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셀 안전성도 LFP 수준으로 유지하는 소재 기술을 확보했다. SK온은 코발트 함량을 줄인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를 선보이며, 가격경쟁력과 열안정성에서 강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36th, 에너지가 미래다] ‘수소경제’ 다시 달린다···선진국과 기술격차 좁혀라

수소산업이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수소차, 충전소, 연료전지 보급은 전 세계 1위를 달리고 있으나 추가 성장이 더딘 상황이다. 아직 기술 수준은 선진국에 밀리고 일부 사업에서는 국산화율이 저조한 상태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청정수소 확대를 위해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수소경제가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필수조건으로 꼽히는 만큼 규제개선 및 세금, 금융지원 등을 통해 산업 진흥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6일 수소경제 종합정보포털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주요 국 가운데 수소경제에서 가장 앞서 있는 편이다. 올해 4월 기준 상업용 충전소는 408기, 수소차 보급대수는 3만7557대, 수소 전문기업은 110개이다. 모두 세계 1위 수준이다. 2023년 기준 수소연료전지 보급용량은 1036MW이며, 수소 생산량은 248만4437톤이다. 수소배관은 석유화학이 발달한 울산, 충남, 전남을 중심으로 2023년 기준 22만7255m가 구축됐다. 다만 서울, 충북, 경북은 전혀 구축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수소경제는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됐으나, 이후 윤석열 정부에서 지원규모가 축소되면서 활성화되지 못했다. 조기 대선으로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수소경제가 다시 활력을 띨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선 주요 기기의 기술확보 및 국산화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소연합의 국내 수소산업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수소의 주요 산업 분야별 기술력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기술수준은 수소제조분야는 미국의 80%, 수소저장은 미국·유럽연합(EU)의 77.5%, 연료전지는 미국·일본의 90% 수준으로 나타났다. 기술격차는 각각 3년, 5년, 2년 정도 뒤처져 있다. 수소경제의 꽃이라 불리는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와 산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기술의 기술 수준은 선진국 대비 70%며 국산화율은 70%다. 시장전망은 2030년 300억달러 이상으로 추정된다. 국내 중소기업에서 1MW급 수전해 시스템을 상용화했으나 해외 선도기업 대비 성능 및 생산능력은 취약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최근 주요 국내 대기업이 자체개발 및 해외기업과의 제휴 등을 통해 수전해 산업에 신규 진출을 추진 중이다. LG는 대면적 알칼라인 수전해 전극을 개발하고 한화는 음이온교환막 수전해 시스템을 개발했다. 핵심 소재·부품은 해외 의존 중이나, 연관산업 역량(화학 등), 수전해와 유사한 연료전지 제조역량 등을 감안시 글로벌 선도기업을 추적하는 게 가능해 보인다. 다만, 수전해 관련 규제가 연구개발(R&D) 및 사업화 단계에서 장애요인으로 꼽힌다. 수소충전소 기술수준은 액체는 50%, 기체는 90%이며 국산화율은 액체 20%, 기체 50%로 분석된다. 시장전망은 2030년 100억달러 이상이다. 기체충전소는 국내 기업이 압축기, 충전기 등 주요 설비를 국산화했으나, 액체충전소 핵심 부품은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수소운반차량 기술수준은 액체는 60%, 기체는 90% 정도이고 국산화는 액체 20%, 기체 90%이다. 시장전망은 2030년 10억달러 이상이다. 기체수소는 국내 기업이 지난 2021년 450bar 저장탱크 개발 상용화를 준비 중이며, 3톤급 액체수소 탱크 트레일러도 개발 중이다. 장거리·대용량 운송에 적합한 액체수소 탱크로리는 해외 기업이 먼저 상용화했고 국내는 아직 개발 단계로 산업기반이 취약하다. 산업기반 강화를 위해 고압기체수소 저장용기의 탄소섬유 와인딩 장비와 액체수소용 초저온 고압 밸브 및 실링 소재 국내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액체수소 운송선의 기술 수준은 30%이고 국산화율은 0%다. 시장전망은 2030년 10억달러 이상으로 예상된다. 국내 업계는 오는 2029년 수소 3000톤급 시범선 출시 목표로 설계 중이다. 국내 조선업계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제작역량 등의 기반 역량은 충분하나, 극저온 대용량 원심펌프, 밸브 등 핵심 부품 국산화율 향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액체수소 출하·하역장 등 관련 인프라 구축 병행이 추진되고 있다. 모빌리티용 연료전지의 기술수준은 90%, 국산화율은 95%로 높은 수준이다. 시장전망은 2030년 300억달러 이상이다. 현대차에서 지난 2018년 넥쏘를 출시하면서 국산화율 95%를 달성했고, 트럭·버스·건설기계 등 상용차로 활용처를 확대하고 있다. 발전용 연료전지의 기술수준은 95%, 국산화율은 90%를 달성 중이다. 시장전망은 2030년 100억달러 이상으로 전망된다. 연료전지는 국내 기업이 해외 원천기술 기업을 인수하거나 기술제휴를 통해 제품을 생산 중이며, 일부 모델은 국내 소재, 부품, 장비 공급망을 구축했다. 변기기, 시스템은 국산화율이 높으나, 셀·스택 등 핵심 부품과 셀 내부의 소재·부품은 기술격차로 여전히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품목의 해외 수입 비중 절감 및 국내 생산공정의 효율 개선으로 제품 가격경쟁력 확보 및 신규 분산전원 수요 창출이 가능해보인다. 성능 및 내구도의 핵심인 셀·스택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범용 핵심 소재 및 공정 불량률 저감 기술개발로 가격경쟁력 제고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수소터빈의 기술수준은 80%이고 국산화율은 90%이다. 시장전망은 2030년 300억달러 이상으로 추정된다. 기존 LNG 복합화력 발전기술을 기반으로 두산, 한화 등 대기업이 LNG-수소 혼소 및 수소 100% 전소 발전 기술을 개발 중이다. 수소연합은 전박적인 수소산업에 대해 신규 시장 선점을 위한 기업 간 경쟁 및 전략적 제휴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원천기술 확보 및 신속한 상용화를 위한 기업 간의 경쟁과 연관 기업 간 전략적 협력이 점차 심화되는 추세다. 정부 R&D 성과가 미진한 가운데 우리 기업의 자체 기술개발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과의 공동 R&D, 기술제휴 지원제도 보완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5년 평균으로 보면 수소·연료전지 R&D 성공률은 84.4%이며, 사업화율은 37.7% 수준이다. 해외 주요국은 탄소중립 및 미래 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수소산업 육성을 적극 추진 중이며, 이에 맞춰 민간 투자도 지속 확대하는 추세다. 또한, 에너지 안보 확보를 위해 미래 에너지원인 청정수소의 글로벌 시장 선점을 추진 중이다. 다만, 청정수소는 아직 화석연료 대비 경제성 확보가 필요한 상황으로 미국·EU·일본 등 주요국들은 대규모 지원정책을 수립하는 중이다. 우리나라도 수소차 구매 보조금, 액화수소 발전 실증, 수소도시 조성 등 개별사업 예산은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수소법'을 기반으로 한 전기요금 정산 중심의 지원은 발전분야에 국한됐으며, 시장 확대를 견인할 수 있는 통합적·전주기형 보조금 체계는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수소연합은 규제개선, 세금·금융지원, 현장애로 발굴 등을 통해 수소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규제개선 협의체 운영을 통해 총 34건의 과제를 발굴해 12건은 정부에 개선 제안하고 지난해 12월까지 총 7건을 개선 완료했다. 2건은 현재 검토 중이다. 가스안전공사는 개발 중인 수소 제품은 제조시설 검사 없이 제품검사만 실시하는 등 연구용역을 통한 신속 검사체계의 도입을 검토 중이다. 수소산업 규제혁신 민·관 협의체에는 '소부장 작업반'을 신설, 소부장 관련 규제의 상시 접수 및 즉각 개선을 추진 중이다. 액체수소, 대용량 수소배관 등 안전기준이 아직 없는 신분야에서 합리적인 안전기준을 조속히 마련해 제품 개발 및 상용화를 지원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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