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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석 의원, 광물안보 강화 3법 개정안 발의…“핵심광물 확보는 국가 생존전략”

윤영석 국회의원(국회 기획재정위원회·경남 양산갑)은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자원전쟁 장기화에 대응해 우리 기업의 자주적 자원 확보를 지원하고 첨단산업의 핵심 기반인 '광물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법인세법', '관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3법 개정안은 △해외자원개발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 상향(최대 10%) △해외자원개발 외국법인 출자요건 완화(5%→1%) △자주개발자원 국내 반입 시 관세 전액 면제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윤 의원은 “글로벌 자원 무기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핵심광물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자주개발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곧 국가 산업안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은 해외자원개발 투자금액에 일괄 3%의 세액공제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계에서는 “투자위험 대비 세제혜택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개정안은 이를 대기업 5%, 중견기업 8%, 중소기업 10%로 상향하고, 핵심광물 개발기업에는 3%포인트 추가 공제를 적용하도록 했다. 또한 탐사 실패 등 불가피한 사유로 상업생산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세액공제 환수 및 가산세 부과를 면제해 자원개발의 '고위험 산업 특성'을 반영했다. 현행 법인세법은 내국법인이 해외자원개발 외국법인에 5% 이상 출자해야 배당금의 95%를 익금불산입(과세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형 프로젝트 위주의 해외자원개발 구조상, 중소·중견기업이 5% 이상 지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윤 의원의 개정안은 출자요건을 5%에서 1%로 완화해, 중소기업의 해외자원개발 참여를 촉진하고 자원확보 경쟁력 강화를 뒷받침할 예정이다. 현행 관세법은 어획물·보석 원석 등 일부 품목에만 관세 면제를 적용하고 있으며, 희토류·리튬·니켈 등 핵심광물은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이에 윤 의원은 해외에서 직접 개발·확보한 '자주개발자원'의 국내 반입 시 관세를 전액 면제하도록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는 기업의 부담을 줄이고 해외 확보 자원의 국내 공급 촉진 및 전략광물 비축 확대를 유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윤 의원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인도네시아의 니켈 수출 통제, 칠레의 리튬 국유화 등으로 자원 무기화와 공급망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며 “반도체·이차전지·첨단소재 산업은 안정적 핵심광물 없이는 성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번 세제 개정안은 단순한 감세가 아니라 국가산업의 생존전략이자 기업의 미래 투자 기반을 지키는 제도적 안전판"이라며 “국가 자원안보 강화와 첨단산업 경쟁력 제고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2025 국감] 가스공사, ‘좌초자산’ 우려에도 1조원 당진 LNG 터미널 투자 강행 논란

한국가스공사가 예상 평균 이용률이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1조원 규모의 '당진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2단계' 건설을 강행하면서 국정감사에서 과잉투자 논란이 불거졌다. 윤석열 정부 초기에 의결된 사업을 최연혜 사장 임기 만료 직전(2025년 12월)까지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왕진 의원(조국혁신당·산자중기위)이 한국가스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가스공사가 운영 중인 5개 LNG 터미널의 기화·송출시설 이용률은 겨울철 성수기에도 최대 42%, 연평균 2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가스연맹(WGC) 2025 보고서에서도 한국 전체 LNG 터미널 이용률은 약 33%로, 국제 평균 대비 낮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가스공사는 충남 당진에 6번째 LNG 터미널을 신설하는 2단계 사업을 추진 중이다. 총 사업비 약 1조원 규모로, 2022년 7월 이사회 의결 후 올해 5월 건설공사를 긴급입찰 방식으로 공고하고, 8월 두산에너빌리티와 본계약을 체결했다. 서 의원은 “평균 이용률이 30%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추가 투자는 명백한 과잉"이라며 “윤석열 정부 임기 초반에 결정된 사업을 실적쌓기용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의 '제15차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에 따르면 국내 LNG 수요는 2021년 4573만톤을 정점으로 2036년에는 3770만톤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또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발전용 LNG 수요가 2030년 161TWh → 2038년 74TWh로 절반 이하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서 의원은 “줄어드는 수요를 외면한 채 화석연료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은 미래 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결정"이라며 “당진 2단계 LNG 건설사업은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스공사는 “본 사업은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에 반영된 사항으로, 민간 임차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서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가스공사의 민간 임차용량은 현재 전체의 3% 수준, 향후 확대되더라도 12%를 넘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대해 “과잉설비 상태에서 민간 수요를 근거로 신규 터미널을 짓는 것은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 의원은 “가스공사의 부채는 약 40조원, 미수금은 14조원에 달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1조원 규모의 신규 화석연료 인프라 투자를 강행하는 것은 윤석열 내각이 임명한 최연혜 사장의 치적쌓기용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당진 LNG 2단계 사업은 이미 지역사회와 시민단체로부터 경제성·환경성 논란이 제기돼 법원 가처분 신청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새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에 맞춰 사업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진행된 한국가스 공사 국정감사에서 서 의원의 질의에 최연혜 사장은 “공사를 강행하지 않고 16차 장기수급계획 결과 등을 확인해 좌초자산에 대한 우려를 점검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2025 국감] 가스공사, 운송 통제권 없는 DES 계약 편중…에너지 안보 ‘흔들’

한국가스공사가 액화천연가스(LNG) 도입계약을 착선인도(DES·Delivered Ex Ship) 방식에 과도하게 의존하면서 국가 에너지 안보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오세희 의원(더불어민주당·전국소상공인위원장)은 20일 국정감사에서 “가스공사의 DES 계약 편중으로 인해 2037년에는 국적선사의 LNG 수송 비율이 0%로 추락할 전망"이라며 “한국의 에너지 안보 주권이 외국 선박에 전적으로 종속될 위험에 처했다"고 밝혔다. DES(착선인도)는 판매자가 LNG를 직접 운반해 구매지 항구까지 인도하는 계약 방식으로, 운송 과정 전반에 대한 통제권이 수출국·외국 선박에 있다. 반면 FOB(본선인도)는 수입자가 선박을 확보해 직접 수송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위기 시 공급 안정성과 해상 운송 주권을 확보하기 유리하다. 오 의원이 가스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수입자가 운송 통제권을 갖는 본선인도(FOB) 계약 비중은 2020년 1800만 톤(52.8%)에서 2037년 0만 톤으로 급감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적선사의 LNG 수송 적취율도 2020년 52.8%에서 2024년 38.2%로 하락, 2037년에는 외국 선박 100% 의존이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LNG 운반선 건조 세계 2위 국가로서의 위상과도 배치되며, 자국 해운산업 기반을 약화시켜 '에너지 안보-해운산업' 동반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반면 해외 주요국들은 FOB 계약 확대 및 자국 해운사 운송 의무화 정책을 강화하는 추세다. 일본은 2022년 기준 FOB 비중을 82%까지 확대했으며, 중국도 자국 화물의 50% 이상을 국적선으로 운송하도록 제도화했다. OECD 다수 국가 역시 전략자원 운송에 '국적선 우선 원칙'을 확산 중이나, 한국만 DES 의존도를 높이는 역행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스공사는 “수급 위기 시 수요 절감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오 의원실 확인 결과 '외국 선박 입항 거부 등 비상상황 시 공급망 유지 방안'은 비상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오 의원은 “DES 계약은 위기 시 공급선이 단절될 수 있는 구조적 위험을 안고 있다"며 “비상 대응체계조차 미비한 것은 명백한 안보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오세희 의원은 “가스공사의 DES 편중은 국민 생명과 직결된 에너지 안보를 외국에 의존하겠다는 행태"라며 “수입자의 통제권이 강한 FOB 계약 비중 확대가 에너지 안보 확보를 위한 필수 생존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는 '국적선 우선 원칙'을 제도화해 조선·해운산업을 동시 활성화하고, 비상상황에 국내 운송망만으로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 수송 비상체계를 즉시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2025 국감] 이언주 “중국 희토류 통제, 국가광물안보·기술주권 위협…자원 공급망 전략 전면 재정비해야”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장·AI강국위원회 AX분과장)은 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중국의 희토류 및 핵심광물 수출통제는 단순한 산업경쟁을 넘어 국가안보와 첨단기술 주권을 직접 위협하는 사안"이라며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광해광업공단은 단기 비축 중심에서 벗어나 정제기술 개발·지분투자·동맹국 협력 강화 등 중장기 공급망 전략을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60%, 정제·가공의 85%, 자석 생산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며 “특히 지난 8월 '희토류 채굴·정제 총량조절 통제조치'를 시행해 생산기업이 매월 출하·유통 정보를 정부에 보고하도록 하는 등 국가 차원의 통제 체계를 구축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중국은 반도체·AI·군수산업에 필수적인 갈륨(98%)과 저마늄(게르마늄/93%) 생산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으며, 리튬·코발트·니켈 등 이중용도 광물에서도 제련·지분투자를 통해 공급망을 지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희토류 부존량이 있음에도 채산성 부족과 지역 반발로 국내 개발이 중단된 상태이며, 전량 수입 구조에 의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정제·제련 인프라 확충과 R&D 투자를 통한 자립형 공급망 구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중국의 광물 통제는 산업문제를 넘어 첨단기술 주권과 국가안보를 직접 위협하는 전략적 도전"이라며 “이제는 '핵심광물 독립'으로의 전환점을 맞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부와 광해공단에 대해 “희토류 정제기술 고도화(R&D), 폐자원 재활용 상용화, 해외 광산 지분투자 확대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 내 한국의 전략적 위치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미국은 CHIPS법 예산 중 최소 20억달러를 핵심광물 산업에 투입하고, 국방부가 MP 머티리얼스 지분 15%를 직접 인수하는 등 국가 차원의 전략 개입을 강화하고 있다"며 “일본·호주 등도 다자 광물안보협정(MSP·CMWP)을 통해 기술·투자·ESG 연계 네트워크를 확대 중"이라고 소개했다. 이 의원은 “한국도 MSP에 참여하고 있으나 주요국 대비 성과가 제한적"이라며 “동맹국과의 기술·투자 협력체계를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내일 서울 최저기온 4도…쌀쌀한 날씨 이어져

오는 21일 서울이 최저기온이 4℃(도)로 나타나는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 쌀쌀한 날씨가 이어진다. 20일 기상청 단기예보에 따르면 서울·인천·수원 등 수도권 지역의 최저기온은 4도, 대전·세종·청주 등 충청권은 6~7도로 예보됐다. 전국 예상 아침 최저기온은 1∼14도, 낮 최고기온은 14∼20도다. 북쪽의 찬공기 유입으로 중부지방 기온이 뚝 떨어지고 있다. 광주와 전주는 최저기온이 8~9도, 대구 9도, 부산·울산 13~14도로 예상됐다. 당분간 기온 평년보다 2~7도가량 낮을 전망이다. 강원영동은 10~40mm, 경북북부동해안·경북북동산지: 5~30mm, 부산·울산·경남동부내륙·경북남부동해안·울릉도는 5mm 안팎의 비가 내릴 전망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2025 국감] 6년째 자본잠식 석유공사, ‘대왕고래’ 1200억 시추 실패에도 성과급 잔치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장·AI강국위원회 AX분과장)은 20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석유공사는 6년째 자본잠식 상태인 부실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가능성 전혀 없는 '대왕고래' 시추 사업에 1200억원 빚을 내 투입하고도 실패했다"며 “그럼에도 책임지는 임직원은 없고 담당 직원들은 오히려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는 지속적인 영업적자와 투자 실패로 자본잠식액이 1조3216억원, 부채는 21조8132억원, 최근 4년간 이자 지급액만 1조8035억원에 달한다. 그는 “이 정도면 사실상 회생 불가능한 상태인데도 불확실한 사업에 차입까지 일으켜 투입한 것은 공기업의 기본 책무를 망각한 무책임한 경영 행태"라고 지적했다. 문제가 된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석유공사가 해외 자문사인 액트지오(Act-Geo)의 유망성 평가에 근거해 추진한 동해 심해 탐사사업이다. 석유공사는 2024년 초 “최소 1500Tcf에서 최대 7400Tcf까지 가스가 생성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동해 가스전의 20배 규모 매출이 가능하다"고 보고했으나, 시추 결과 '경제성 없음'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 이 의원은 “액트지오의 평가는 절차적 투명성이 부족했고, 검증 전문가의 검토도 부실했다"며 “재무상태가 이미 부실한 공사가 1인 소규모 해외기업에 유망성 평가를 맡기고 과장된 보고서를 토대로 대통령·산업부 장관·공사 사장이 국민을 기망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석유공사 국내사업개발처장과 에너지사업본부장이 2024년 1월 26일 이사회에 보고한 내용 중 시추 결과와 일치하는 부분은 단 하나도 없다"며 “장밋빛 전망으로 사업을 밀어붙인 것은 공공기관의 신뢰를 훼손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액트지오는 2차 평가에서 탐사성공률이 12~39%에 불과한 14개 유망구조를 제시하고도 결과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은 채 40억원의 용역비를 챙겼다"며 “실패가 확실시되는 사업을 '말장난'으로 포장해 국민을 속인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가스 발견도 하지 못했는데도 담당 직원들은 성과급을 챙겼다"며 “예산 낭비 책임자를 문책하고, 담당 직원들의 성과급을 전액 환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액트지오의 유망성 평가가 석유공사 맞춤식으로 과도하게 부풀려졌음이 이번 시추 결과로 입증됐다"며 “정부와 공사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철저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언주 의원은 “석유공사는 지속적인 투자 실패에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고, 내부 성과급 중심의 안일한 구조가 고착화됐다"며 “대왕고래 실패를 계기로 경영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기관이 현실성 없는 사업으로 국민에게 허황된 꿈을 심어주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며 “석유공사에 대한 전면적인 구조조정과 책임경영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2025 국감] 수공, 우크라 재건사업 MOU 논란…“주가조작 이용” vs “해외수출 잘한 일”

한국수자원공사가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참여를 위해 체결한 업무협약(MOU)을 두고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시절 수자원공사의 MOU가 삼부토건 주가조작에 이용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통령실의 지시가 아닌 자율적인 해외사업 진출이었다며 맞섰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산하기관 국정감사에서 윤석대 수자원공사 사장에게 11건의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MOU를 두고 삼부토건 주가조작에 이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윤석열 정부 당시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MOU 홍보하며 주가를 조작했다고 특검 조사로 드러나 기소된 상태"라며 “공공기관 중 수자원공사가 가장 적극적으로 재건사업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수자원공사는 지난해 7월까지 카호우카댐, 이르핀강 댐 재건 등 총 11건의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을 위한 MOU를 체결한 바 있다. 이 의원은 윤 사장에게 “대통령실과 별도 협의한 적이 있느냐, 그리고 사업이 실제 성과를 낼 가능성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윤 사장은 “공식적으로 별도 협의한 적은 없다"며 “성과는 전쟁 종료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라고 답했다. 이 의원은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예산 낭비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도 재건사업 MOU 관련 용역의 투명성이 부족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전쟁 중 사업 참여의 배경과 경비 집행 과정 등을 포함해 총체적으로 감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수자원공사의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참여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당시 군사적 지원은 불가능했기에 비군사적 지원 형태로 재건사업에 참여한 것"이라며 “대한민국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해외 진출을 확대하는 건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도 “수자원공사는 세계적으로 물 관리 역량이 뛰어난 기관"이라며 “재건사업에서 선진국들이 지분을 얼마나 확보하느냐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 중인 만큼, 수자원공사의 참여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방산 수출을 위해 유럽을 방문한 상황을 언급하며 “수자원공사의 재건사업 진출을 문제 삼는 것은 여당과 정부의 엇박자"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태선 민주당 의원은 “삼부토건의 주가조작에 수자원공사가 이용 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환경포커스] 식탁 오르는 뱀장어, 99%는 멸종위기종

최근 전 세계 뱀장어 소비 실태를 조사해서 발표한 연구가 충격을 주고 있다. 전 세계 식탁에 오르는 뱀장의 99%가 멸종위기종에 해당하는 것이다. 최근 일본 주오대학교의 카이후 겐조 교수와 시라이시 히로미 연구원, 국립대만대학교 한위샨 교수 등 연구팀은 뱀장어 생산 소비에 관한 세계 최초의 정량적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인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뱀장어의 99% 이상이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의 적색 목록(Red List)에 등재된 멸종 위기에 처한 종에 속한다는 것이다. 뱀장어는 서식지 파괴와 과도한 어획, 기후 변화, 질병 등의 복합적인 위협에 직면해 있다. 민물 뱀장어(Anguilla 속(屬))는 전 세계적으로 16종이 있으며, 이 중 IUCN이 평가한 12종 가운데 10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거나 멸종 위기에 근접한 종으로 분류된다. 연구팀은 전 세계 11개국, 26개 도시의 소매점과 식당에서 채집한 282개의 뱀장어 제품 샘플에 DNA를 분석했고, 이를 전 세계 생산(양식)·무역 통계자료와 결합했다. 유통되고 있는 뱀장어 종 구성을 파악한 것이다. 이번 조사 대상에 한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한중일 3국이 전 세계 소비의 86% 차지 분석 결과, 결과,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종은 북미뱀장어(Anguilla rostrata)가 75.3%를 차지했다. 동아시아뱀장어(Anguilla japonica)가 18%, 유럽뱀장어(Anguilla anguilla)가 6.7%로 그 뒤를 이었다. 이 세 종은 모두 멸종 위기에 처한 종으로 분류된다. 이번 조사와 달리 기존 '비공식 협의체'의 통계에서는 아메리카 뱀장어가 52.7%, 일본 뱀장어가 43.5%, 유럽 뱀장어가 3.6%를 차지한다. 이 경우도 전 세계 뱀장어 소비량의 99% 이상이 멸종 위기 상태인 세 종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은 일치했다. 비공식 협의체는 동북아뱀장어 보호를 위해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 등 4개국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연구에서 동북아지역은 세계 장어 소비의 중심지임이 확인됐다. 논문의 연구 대상에서는 빠졌지만, 한국 역시 세계적인 뱀장어 소비 중심지로 알려져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국가별 국내 공급량(소비량 추정치) 통계(2020~2022년 평균)를 살펴보면, 중국이 1위(17만1995.1톤, 일본이 2위(5만4993.9톤), 한국이 3위(1만8813톤)를 차지했다. 국내 공급량은 생산량과 수입량에서 수출량을 제외한 것이다. 한중일 3국의 국내 공급량은 전 세계 공급량 28만5863.3톤의 86%를 차지했다. 한국의 1인당 연간 뱀장어 공급량은 366.7g으로, 전 세계 평균(FAO 데이터 기준 36.2g)보다 훨씬 높으며, 일본(436.2g), 홍콩(427.7g)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동북아 지역이 전 세계 뱀장어 자원의 고갈을 가속화하는 주요 원인임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동북아 국가의 지속 가능한 수산자원 관리 전략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유럽뱀장어는 2009년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국제 거래에 관한 국제협약(Convention on International Trade in Endangered Species of Wild Fauna and Flora, CITES)의 부속서 II 생물 종으로 등재됐다. 부속서 I 생물 종은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 종으로, 특별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거래를 허용한다. 부속서 II 생물 종은 멸종위기종은 아니지만, 종의 생존을 저해하는 남획을 방지하기 위해 국제거래를 통제해야 하는 종이다. 한국의 경우 CITES 부속서 II 생물종인 유럽뱀장어를 수입하는데, 수입시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정부는 이와 관련된 통계를 유엔에 보고해야 한다. ◇한국 뱀장어의 복잡하고 취약한 생활사 한국에서 주로 소비되는 동아시아뱀장어는 독특하고 복잡한 생활사를 가지고 있어 자원 관리가 특히 어렵다. ▶산란 및 탄생: 뱀장어는 강에서 살다가 먼 바다로 이동하여 산란하는 강하성 어류다. 동아시아뱀장어는 한반도에서 약 3000㎞ 떨어진 필리핀 인근의 마리아나 해구 부근(서마리아나 해령 남단)의 깊은 바닷속에서 산란한다. 알은 부화하여 투명한 렙토세팔루스(leptocephalus, 버들잎/대나무잎 모양의 유생)가 된다. ▶이동 및 변태: 렙토세팔루스는 해류를 따라 6개월에 걸쳐 육지의 하천으로 이동하며 실뱀장어(유리뱀장어, glass eel)로 변태한다. 실뱀장어는 투명하여 포식자의 눈을 피하기 쉬우며, 크기가 7~8㎝에서 5~6㎝로 줄어든다. ▶성장: 실뱀장어가 강에서 5~7년 동안 성장하면 노란색을 띠는 황뱀장어(yellow eel)가 된다. ▶산란 회귀: 가을이 되면 황뱀장어는 산란을 위해 바다로 떠나기 위해 은뱀장어(silver eel)로 변하며, 짠 바닷물에 적응하는 기간(2~3개월)을 강어귀에서 보낸다. 바다로 들어간 뱀장어는 산란장에 도달할 때까지 먹지도 쉬지도 않고 이동하며, 산란 후에는 최후를 맞이한다. ◇멸종위기종 보호를 위한 시급한 과제 뱀장어 개체군 감소의 주요 원인이 소비로 지목되는 만큼, 전 세계적으로 뱀장어 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현재 뱀장어 자원의 지속 가능한 이용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모든 양식 뱀장어는 자연 서식지에서 포획된 어린 실뱀장어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에, 야생 개체군이 지속적인 어획 압박을 받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뱀장어 보호를 위해서 논문에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을 주문했다. ▶ 생산 및 무역 통계의 투명성 확보: 보다 정확하고 투명한 통계 보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입논문은 전 세계 뱀장어 생산 및 무역 통계의 심각한 불일치를 지적한다. 특히 중국의 양식 생산량 보고 수치를 보면, FAO와 비공식 협의체 간에 약 16만톤이나 차이가 난다. 니다. ▶불법 활동 단속 및 규제 강화: 유럽뱀장어가 CITES 부속서 II에 등재되고 유럽연합(EU)이 수출을 규제하고 있으나 불법채취와 밀수 등의 불법 활동이 발생하고 있다. 이제 수요는 아메리카뱀장어 등으로 옮겨가 북미 대서양 연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 뱀장어 역시 불법 포획 및 거래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소비 패턴의 변화 유도: 현재 소비되는 뱀장어의 99%가 멸종 위기종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지속 가능한' 뱀장어 제품을 선택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뱀장어 개체군 보호뿐만 아니라 장거리 운송으로 인한 탄소 발자국 등 환경 영향까지 고려하는 지속가능한 소비 패턴 연구가 필요하다. ▶인공 양식 기술의 경제성 확보: 한국에서는 2016년에 뱀장어의 알과 정자로 수정란을 만들어 완전 양식에 성공한 바 있다(세계에서 일본에 이어 두 번째). 다만, 이는 아직 실험실 수준이며, 경제성 있는 대량 양식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경제성 확보를 위한 적절한 먹이 개발 및 최적의 사육 조건 연구 등 완전 양식 기술의 상용화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 ◇바다에 사는 다양한 장어 종류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어 종류에는 뱀장어(민물장어) 외에 붕장어·갯장어·먹장어 등이 있는데, 이들은 바다에서만 산다. 붕장어(아나고)는 얕은 바다의 모래바닥에 주로 서식하며, 갯바위 낚시로도 잘 잡힌다. 주로 회로 먹는데, 전남 여수나 경남 통영 등지에서는 장어탕으로도 먹는다. 붕장어의 치어인 돌장어는 구이로 먹는다. 갯장어는 이빨이 개 이빨처럼 생겼고 한번 물면 잘 놓지 않는다고 해서 부르는 이름이다. 전남 갯마을에서는 '참장어'라고 하지만, '하모'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모는 일본어 '하무(はむ)'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나 샤부샤부로 먹는다. 먹장어(곰장어)는 턱이 없고 커다란 빨판처럼 생긴 주둥이를 갖고 있다. 보통 구워 먹는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원전 확대 찬성 40%, 축소 11%…7년 전과 여론 뒤바껴

국민 10명 중 4명은 원자력발전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축소'는 11%에 그쳐, 7년 전과 비교할 때 원전에 대한 여론이 뒤바뀐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전국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원자력발전 정책 방향에 관해 물은 결과, '확대'가 40%, '현재 수준 유지'가 37%, '축소'가 11%로 집계됐다. 응답자의 12%는 의견을 유보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2022년 6월 조사와 비교하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과 진보 성향에서도 '축소' 대신 '유지' 의견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 지지층의 경우 원전 확대와 축소 의견이 각각 22%로 동일했다. 과거 흐름과 비교하면 변화가 뚜렷하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기조를 밝힌 직후인 지난 2018년 6월에는 '확대' 14%, '축소' 32%로 축소론이 우세했다. 이후 2019~2021년까지는 양론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2022년부터 확대론이 우세로 돌아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 수급난,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 차세대 원전 기술 개발 등으로 인식이 달라진 것으로 진단된다. 국내 원전의 안전성 인식도 달라졌다. '매우 안전' 28%, '약간 안전' 36%로 전체 64%가 '안전하다'고 답했다. 반면 '약간 위험' 18%, '매우 위험' 4% 등 22%는 위험하다고 봤으며, 13%는 의견을 유보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5년 뒤인 1991년 조사에서는 '안전하다'는 응답이 23%에 불과했으며, 후쿠시마 사고 6년 후인 2017년에도 30%대에 머물렀다. 성별·연령별로는 남성(75%)이 여성(53%)보다 안전 인식이 높았고, 20·30대는 70%대, 70대 이상은 53%로 세대 차도 뚜렷했다. 원전 정책 입장에 따라서는 확대론자(82%), 유지론자(66%)가 대체로 '안전하다'고 본 반면, 축소론자(57%)는 '위험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이번 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접촉률은 43.8%, 응답률은 12.1%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우리에게 원자력 기술이 의미하는 것

강현국 미국 렌슬러공대 기계항공원자력공학과 교수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의 향방이 다시 국민적 관심사로 대두된 것 같다. 국민의 투표에 의해 선출된 새 정부가 이러한 국가적 기간산업에 대해 새로운 틀을 짜고 추진하는 것은 민주 국가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수립하고자 하는 계획이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경우에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과학에 입각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한 수순이라는 것은 자타가 동의하는 바이니 여기서 다시 반복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여기서 특히 이 결정의 궁극적 책임이 누구에게 돌아오는 것인지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거대 국가 담론에 있어서 실제로 결정을 내리고 실행한 정부 관계자나 정치인들은 그에 대한 책임을 질 방법이 없다. 결국 국민의 책임이 된다. 따라서 국민들이 당면한 현안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려면 현재 우리가 가진 것은 무엇이고 외부 환경은 어떤 상황에 와 있는 지를 파악해야 하는데, 내부자의 시각에서는 전체를 조망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으니 뒤로 물러서서 그림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 큰 그림을 보지 못하면 일부 의도된 주장에 현혹되어 정확한 판단을 할 수가 없게 된다. 다수 국민들이 복잡한 사안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을 회피하게 되면, 여론을 자기편으로 끌고 오고 싶은 입장에서는 자기 쪽으로 편향된 프레임을 설정하는 것이 유혹적인 선택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원자력이라는 중요한 산업분야가 이렇게 비합리적으로 소비되는 일이 되풀이 되어서는 국가와 국민에게 미래가 없다. 원자력 기술과 산업이 우리나라에 과연 필요한지 어떻게 기여하는지부터 차분히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나라가 점차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고 경제 규모가 커지는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지만, 이런 경제 성장은 필연적으로 외부 경제와의 협력과 경쟁을 불러오게 된다. 국내 산업만으로는 기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의 게임의 룰과 국제 무대의 게임의 룰은 당연히 다르다. 상대를 도태시켜야 할 상황이라면 무서운 경쟁을 하지만 그게 아니라 상호 유익이 있다면 협력을 하는 것인데, 여기서도 받는 만큼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돌려주어야 하는 규칙이 적용된다. 원자력 산업에 대해 짚어 볼 때에도 이런 시각에서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 원자력이 국제 무대에 나갈 필요가 있는 것인가? 본원 경쟁력은 무엇인가? 어떻게 협력하고 어떻게 경쟁할 것인가? 먼저, 우리나라가 강력한 원자력 기술 능력을 보유할 이유가 있는지 살펴보자. 그것은 단순히 저렴한 전기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북한이 핵실험을 거듭하고 핵보유를 공인받고 싶어하는 현 상황에서, 고도의 원자력 산업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국가 안보 차원의 문제이다.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미래에 만약 필요한 경우가 생기고 국민이 결정을 내리게 되면, 즉시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의 수조원 수십조원의 대형 사업을 추진할 때, 원자력은 패키지 바구니의 제일 위에 놓이는 얼굴 상품이 된다. 대표 상품이 경쟁력이 있어야 거래가 성립될 테고, 일단 성사되면 수많은 교류가 함께 일어나게 되고, 그 나라에서 우리나라의 입지는 그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다. UAE에 원자력이 수출된 이후, 한국 외교관이 한국 기업들의 건설 수주를 늘여주도록 부탁했더니 '이미 팔구십 퍼센트는 한국기업에게 주고 있는데 여기서 어떻게 더 늘일 수가 있습니까'는 대답을 들었다고 한다. 체코 원자력 프로젝트를 통해 EU에서 우리나라의 입지를 크게 확장하고 다른 산업들도 함께 진출할 호기를 맞았다. 원자력 에너지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해 주면서 국산 에너지 수급을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없애는 최상이자 유일한 옵션이다. 지구 반대편에서 수입한 가스와 석유로는 해결할 수가 없는 문제이다. 언제부터인지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마치 대결구도인 것처럼 언급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과학의 눈으로 보기에는 이것 또한 프레임 씌우기에 불과하다. 이 두 가지가 모두 반드시 필요한 국산 에너지원이다. 지금 한국의 원자력 설계 능력과 제조 능력이 서방세계에서 최상의 위치에 와 있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것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기술을 한국기업이 소유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미국에서 이미 다 개발한 기술을 우리가 처음부터 개발할 필요는 없는 것이고, 그렇게 한다고 해도 경쟁력이 있을 수가 없다. 산업계에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주고 받는 협력이 얼마나 경쟁력을 높여주는지 잘 알 것이다. 이것은 효율의 문제일 뿐이고 계약의 문제일 뿐이다. 만약 우리 기업이 새로운 원자로를 개발한다면 이건 당연히 기존 도입 계약의 대상이 아니게 된다. ARP1400이나 APR1000을 언제까지나 계속할 것처럼 프레임을 고정할 필요가 없고, 다음 수준의 협력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뜻이다. 한편 미국에서는 신형 원자로를 개발하여 원자력 산업의 주도권을 되찾고자 하는 움직임이 AI로 촉발된 전력난과 에너지 분야 투자 열기와 결합하면서 엄청난 동력을 얻고 있다. 유럽에서도 대부분의 국가가 친 원자력으로 돌아서고 있다. 이런 대외적인 환경 변화도 우리 국민이 판단을 내릴 때 제대로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이다. 이러 기회의 문이 언제까지나 열려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외 여건상 지금이 중요한 타이밍이다. 국제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우리 원자력산업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밤낮으로 온갖 방면으로 노력할 때이다. 이런 일에 앞장서는 사람이 애국자이다. 강현국 렌슬러공대 기계항공원자력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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