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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산가스 빠진 따뜻한 사이다’처럼…더워진 바다 CO₂ 흡수량 줄었다

인류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CO₂)의 4분의 1을 흡수해 지구온난화를 늦춰주는 해양이지만 온난화로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면 CO₂를 흡수하는 양도 줄어들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교 등 국제연구팀은 최근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발표한 논문에서 “해양 폭염(marine heatwave)로 기록적인 바닷물 온도가 상승했던 지난 2023년 해양의 CO₂ 흡수량이 10% 감소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2023년에 전세계 해양 표층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북대서양 등 여러 해역에서 기록적인 수준을 넘어섰다"면서 “특히 열대 태평양은 강력한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수온이 많이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전 세계 관측망의 해양 CO₂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해수온도의 급격한 상승이 해양의 CO₂ 흡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2023년 전 세계 비(非)극지 해양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예상보다 약 1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로는 약 0.28 페타그램 탄소(PgC, 1PgC=10억 톤 탄소)가 줄었다. 이는 대기 중으로 추가로 약 10억톤의 이산화탄소(CO₂)가 방출된 효과와 맞먹는다. 한국이 2024년 배출한 CO₂ 양 6억9158만톤의 1.4배 수준이다. 세계 해양은 매년 인위적으로 배출되는 CO₂의 약 4분의 1을 흡수해 지구 기후 시스템을 안정화하고 있다. 해양이 없었다면 대기 중 CO₂ 농도는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았을 것이고, 지구 온난화는 이미 파리 기후협정에서 정한 1.5℃ 마지노선을 크게 초과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현재 인류는 매년 약 9~10 PgC의 탄소를 화석연료와 산업 활동으로 배출한다. 이 중 약 25%인 2.3~2.5 PgC를 바다가 흡수하면서 지구 온난화 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해왔다. 과학자들은 2023년 해양의 CO₂ 흡수량 감소 원인을 바다 표면 수온 상승에서 찾는다. 따뜻해진 바닷물은 CO₂를 잘 녹이지 못한다. 기체는 물이 따뜻할수록 덜 녹는다. 사이다를 데우면 탄산 가스가 빠져나가는 것과 같다. 2023년의 경우 북반구 아열대와 아한대 바다에서 CO₂ 방출(outgassing)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에 비해 평소 CO₂를 많이 배출하는 열대 동태평양의 경우 2023년에 오히려 CO₂ 흡수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 엘니뇨 현상이 나타나면 열대 동태평양 해역에서 해류가 역전돼 따뜻한 표층수가 남미 연안에 쌓이고, 깊은 바다의 차갑고 CO₂가 풍부한 해수가 표면으로 올라오지 못해 CO₂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엘니뇨는 해수 온도를 높이는 작용을 함에도 불구하고 CO₂ 흡수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해양이 CO₂를 흡수하거나 방출하는 것이 단순하지만 않다고 말한다. 온도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온 상승으로 인한 CO₂ 용해도 감소만 고려한다면, 2023년 고온으로 인한 CO₂ 방출량은 10배 이상 증가했어야 하고, 그렇게 됐다면 전 세계 해양 탄소 흡수원이 거의 완전히 붕괴되었을 것이다. 실제로는 흡수원이 10%만 감소했다. 연구팀은 수층이 안정적인 상태, 즉 성층화 현상로 인해 CO₂가 풍부한 물이 심층에서 표층으로 상승하는 것이 막혔고, 한편으로는 식물플랑크톤이 DIC를 흡수해 심해로 지속적으로 운반하면서 표층의 CO₂를 줄인 덕분에 대기 중의 CO₂가 흡수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빛이 닿는 층의 광합성 생물이 CO₂를 흡수하고 성장한 후 죽어 심해로 가라앉는 과정을 '생물학적 펌프'라고 한다. 취리히 연방공과대 환경물리학 교수인 니콜라스 그루버는 “결과적으로 2023년의 극심한 기온에 대한 해양의 반응은 온도로 인한 가스 방출과 용존 CO₂의 흡수 사이의 끊임없는 줄다리기 결과로 이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아직은 해양이 여전히 많은 CO₂를 흡수하고는 있지만, 이 중요한 탄소 흡수원의 미래에 어떻게 발전할지는 불확실하다"면서 “장기적으로 지구 온난화나 더 극단적인 해수면 온도 상승이 이어질 경우, 바다의 탄소 흡수 기능이 지속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3년 기록적인 고온 이후 전 세계 해양은 거의 식지 않았고 지구는 계속해서 온난화되고 있다. 해양폭염은 점점 더 빈번해지고 강해지고 있다. 바다가 더 이상 안정적인 '지구의 완충 장치'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인류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더욱 절실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주가 4배 상승에 전략적 수주까지…韓기업, 美 SMR 투자로 대박

한국 기업들이 전략적으로 선제 투자한 미국 SMR(소형모듈원전) 기업들의 가치가 급등하면서, 원전 생태계 재편 속에 '투자 수익+사업 확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 테네시밸리당국(TVA)의 뉴스케일(NuScale) SMR 6GW 배치 계획이 발표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SMR 투자 성과에 다시금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GS에너지는 뉴스케일파워에 지분 투자한 이후 기업가치가 4배 이상 상승하며 각각 일부 지분을 매각해 원금 대비 3배 이상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기업 모두 일부만 정리하고 나머지 지분은 유지 중이다. 두산에너빌리티, 삼성물산, GS에너지 등 국내 투자사들은 뉴스케일에 2019년 4400만달러, 2021년 6000만달러 규모의 전략적 지분투자를 했다. 이를 통해 뉴스케일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해 미국 및 세계시장에서 SMR 주요 기자재를 공급하겠다는 전략이다. 뉴스케일의 주가는 2020년 12월 주당 10.1달러대에서 현재는 40.4달러대를 보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초기 투자 이후 지분 전량을 보유하고 있어 현재 뉴스케일의 2대 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뉴스케일이 TVA로부터 SMR 72모듈을 수주하면서, 두산에너빌리티는 주기기 공급 파트너로서 대형원전 24기 분량에 해당하는 수주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 외에 고온가스로형 SMR을 개발 중인 엑스에너지(X-energy)에도 일부 지분 투자를 단행해, 다양한 SMR 기술 포트폴리오 확보에 나서고 있다. 향후 미국 외 글로벌 수요 확산을 염두에 둔 선제적 포지셔닝 전략으로 풀이된다. SK주식회사, HD한국조선해양, 한국수력원자력은 미국의 또 다른 SMR 개발사인 테라파워(TerraPower)에 투자했다. 테라파워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설립한 비상장 기업으로,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SMR 실증 단지 착공식을 시작해 4세대 나트륨 SMR을 건설하고 있다. SK주식회사는 2022년 테라파워에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아시아 지역 내 사업기회 발굴을 준비 중이다. HD한국조선해양도 2022년 테라파워에 3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이를 통해 해상 원자력 발전, 원자력 추진선박 분야의 미래 기술을 선점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HD현대그룹은 지난해 12월 테라파워와 첫 나트륨 원자로에 탑재되는 원통형 원자로 용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올해 3월에는 HD현대중공업이 테라파워와 '나트륨 원자로 상업화를 위한 제조 공급망 확장 전략적 협약'을 체결했다. HD현대는 올해 6월 진행된 테라파워의 청정기금 모금을 위한 투자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은 테라파워에 약 4000만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통해 SMR 사업에서의 실질적 협업 기반을 마련했다. 이 투자는 SK그룹이 테라파워 투자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의 지분 약 16%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한수원은 이를 통해 원자력연구원과 공동 개발 중인 3세대 혁신형 SMR(i-SMR)에 이어 4세대 SMR 포트폴리오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SMR은 기존 대형원전 대비 안전성·건설기간·유연성 측면에서 장점이 부각되며,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전력 수요 폭증과 탄소중립 대응의 대안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국방·우주 산업 등 '24시간 탄소 없는 전력'을 요구하는 산업군에서 SMR이 핵심 전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은 단순 지분 투자에 그치지 않고, 제작·기자재·기술 협력 등으로 수익 구조를 확장하며 실질적인 수출형 SMR 생태계 주도권 확보에 나서는 모양새다. 국내 기업들의 미국 SMR 투자는 단기 수익뿐 아니라,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와 수출형 산업 생태계 구축이라는 중장기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향후 루마니아, 체코, 캐나다, 중동 등으로 SMR 수요가 확산될 경우, 한국형 공급망 모델이 국제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에너지 효율 향상의 10가지 경제 효과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전환의 두 축은 재생에너지와 에너지효율이다. 2023년말 제28차 유엔기후협약당사국총회(COP28)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133개국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를 3배 확대하고, 에너지효율을 2배 높이기로 합의했다. 이는 각국 정부가 에너지전환에서 재생에너지와 에너지효율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력하게 표명한 것이다. 1970년대에 일어난 두 차례의 석유파동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폭등은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효율 향상 운동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일례로 여의도 광장아파트처럼 1970년대 말에 지어진 대부분의 아파트들은 엘리베이터가 격층으로 선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주지사인 로널드 레이건은 1973년 캘리포니아에너지위원회를 설립했다. 이는 캘리포니아주가 미국의 에너지효율을 선도하도록 만들었다. 우리나라도 1977년 동력자원부가 신설되었고, 필자가 근무하는 한국에너지공단도 1980년에 설립되었다. 1990년대에는 에너지효율관리제도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1992년 에너지소비효율 등급표시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제품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는데 일조했다. 미국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폐지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에너지스타(Energy Star) 프로그램을 1992년 도입하여 고효율 가전제품과 건물을 소비자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도왔다. 이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약 5,000억 달러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는데 기여했다. 일본은 1998년에 톱러너(Top Runner)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가장 효율적인 자동차, 가전제품, 건축자재를 기반으로 효율 목표를 정해 다른 제품들도 일정 기간내에 달성하도록 요구한다. 석유파동과 같은 급격한 에너지 위기와 달리, 오늘날의 에너지 공급은 비교적 안정적이며, 비용 부담도 낮아 에너지효율에 대한 관심이 다소 줄었다. 그러나 앞으로 전 세계적으로 예상되는 전기요금 인상이 에너지효율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킬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전기화가 진행되고, AI 활용이 늘면서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수요가 많은데 공급이 적으면 가격이 오르기 마련이다. 실제로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일면서 전기요금 인상이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전기요금이 9% 이상 오른 주가 10개가 넘는다. 특히 메인주에선 37%나 급등했고, 뉴욕주, 유타주 등도 두 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했다. 주요원인으로는 데이터센터 확대로 인한 발전소와 전력망 부족 등이 거론된다. 이로 인해 전력회사들이 시설 투자에 나서면서 전기요금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석유파동에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효율 정책과 기술개발에 커다란 노력을 기울였듯이, 전기요금 상승에 대한 대책으로 에너지효율이 재조명을 받을 것이다. 에너지효율 향상을 통해 소상공인, 농부, 기업인들은 전기요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고효율 장비나 시설을 새로 도입하거나, 기존 시설의 개조에 투자를 하여 장비를 현대화하고 업그레이드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마침 국내에서 으뜸효율 가전제품 환급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에너지효율을 고려한 합리적 소비를 장려하고, 국내 소비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고효율 가전제품을 구입하면 구매 비용의 일부를 환급해 주는 사업이다. TV,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11가지 가전제품의 에너지소비효율 최고등급 제품을 구매한 국민에게 구매가의 10%를 돌려준다. 예산이 소진되기 전에 서두르자. 에너지전환의 두 축 중에서 재생에너지는 K-Pop만큼이나 세계인의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반해 에너지효율은 스포트라이트는 커녕, 아직 무대 뒤에 홀로 서 있다. 재생에너지는 눈에 잘 띈다. 대규모 시설의 준공식에서 커팅할 붉은 테이프도 있다. 그러나 에너지효율은 손을 뻗어 만질 수 있는 실체가 아니다. 사진기자들 앞에서 포즈를 취할 일도 없고, 커팅할 테이프도 없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지지층도 많지 않다. 그렇기에 정부, 기업, 시민사회의 통찰력있는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끝으로 IEA에서 발표한 에너지효율 향상이 가져다주는 무려 10가지의 효과를 소개하면서 글을 마친다. ①사용량을 줄인다 ②에너지 요금을 줄인다 ③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인다 ④전력망에 대한 투자비용을 줄인다 ⑤에너지안보를 높인다 ⑥온실가스를 줄인다 ⑦일자리를 창출한다 ⑧건물과 설비의 가치를 높인다 ⑨쾌적한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건강에 도움이 된다 ⑩경제성장을 이끈다. 박성우

올여름 기온 역대 최고…서울 열대야 118년만에 최다

올여름 전국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2도가 높은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기상청은 4일 여름 기상 특성 발표를 통해 “올여름(6~8월)은 짧은 장마철과 함께 더위가 일찍 시작됐고, 무더위와 집중 호우가 반복됐다"고 밝혔다. 올여름 전국 평균기온은 25.7 ℃로 지금까지 가장 더웠던 지난해(25.6 ℃)보다 0.1 ℃ 높아 역대 최고 1위를 경신했다. 평년(1991~2020년 30년 평균값)보다는 2℃ 높았다. 여름철 평균기온 3위는 25.3℃를 기록했던 2018년이다. 특히 올여름은 6월 말부터 이른 더위가 나타나 8월 하순까지 지속됐다. 장마철 이후인 7월 말부터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이례적으로 한 달가량 일찍 더위가 시작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일찍 확장한 데다 대기 상층에서는 북반구 중위도 지역에서 고기압이 정체하면서 6월 말에 이른 더위가 나타났다"라면서 “7월 하순부터는 티베트고기압의 영향도 더해지면서 기온이 더욱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북태평양의 높은 해수면 온도도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올여름 전국 폭염일수는 28.1일로 평년보다 17.5일 많았다. 2018년의 31일과 1994년 28.5일에 이어 역대 3위다. 전국 열대야일수는 15.5일로 평년보다 9일 많았고, 역대 4위를 기록했다. 서울은 열대야일수가 평년(12.5일)의 3.5배가 넘는 46일로 1908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118년만에 가장 많았다. 한편, 올여름은 장마 기간이 짧고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여름철 전국 강수일수는 29.3일로 평년보다 9.2일이 적었고, 강수량은 619.7㎜로 평년(727.3㎜) 대비 85.1%에 그쳤다. 다만 강수가 국지적으로 단시간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으며, 특히 7월 중순과 8월 전반에는 극값을 경신하는 등 기록적인 호우가 발생했다. 특히 7월 16∼20일에는 찬 공기를 동반한 상층 기압골의 영향으로 전국에 200∼700㎜의 매우 많은 비가 내렸고, 서산·산청 등에서는 1시간 최다강수량 100㎜가 넘는 극한호우가 내렸다. 8월 3일에는 서해상에서 강하게 발달한 구름대가 유입되면서 전남 무안과 함평에, 13일에는 수도권 북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단시간에 매우 강한 비가 내려 1시간 최다강수량이 100㎜를 넘기도 했다. 이에 비해 4월부터 기상 가뭄이 지속되고 있는 강원 영동지역은 올여름 강수량도 232.5㎜로 평년(679.3㎜)의 34.2% 수준에 그쳤고, 강수일수도 24.7일로 평년보다 18.3일 적었다. 강원 영동지역의 여름철 강수량과 강수일수 모두 역대 가장 적었다. 기상청은 “다른 지역은 정체전선과 저기압 등의 영향으로 국지적으로 단시간에 많은 비가 내렸으나, 강원영동은 태백산맥이 비구름을 막는 지형효과 탓에 강수량이 적었다"면서 “여름철 동안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남서풍이 우세해 동풍 계열의 바람이 불지 않은 것도 강원영동 지역 강수량이 적었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여름철 한반도 주변 해역의 해수면 온도는 23.8 ℃로 최근 10년 중 두 번째로 높았다. 가장 높았던 것은 지난해로 24℃를 기록했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기후도지사 김동연 “기후행동 기후소득과 기후도민총회,  애착 갖는 프로그램” 강조

경기=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경기도와 네이버가 3일 기후행동 실천을 위해 '기후행동 기회소득' 사업과 '네이버 ESG 프로그램'을 연계한다고 밝혔다. 도는 이날 성남시 소재 네이버 1784 본사에서 경기도 기후위기대응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기행기소 실천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김동연 지사는 회의에서 “이번 주가 경기도 기후 슈퍼위크다. 어제 경기도가 UN에 제안해서 만들어진 푸른하늘의 날을 기념하는 청정대기 국제포럼을 열었다. 오늘에 이어 내일은 도내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 도내 프로스포츠단과 다회용기 협약을 체결한다"며 “경기도는 기후 대응에 있어서 경기RE100이나 기후펀드, 기후위성, 기후보험 등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하는 사업이 많다"고 설명했다. 김 지사는 그러면서 특히 애착을 갖는 프로젝트 두 가지로 '기후행동 기후소득'과 '기후도민총회'를 꼽았다. 김 지사는 또 “기후행동 기회소득은 1420만 도민들이 자신의 일상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삶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라며 “아무리 기후정책 열심히 해도 결국 국민 삶 속에서 체화되지 못하면 성공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후행동기회소득 앱에 150만 이상 도민이 참여를 하셨다"면서 자부심을 표현했다. 기후도민총회에 대해서는 “두 달 전 도민들로부터 신청을 받아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도민총회를 만들었다. 도민들이 실제로 참여하는 협의체계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국회나 도의회처럼 안건에 대한 결정권이나 입법권은 없지만 거기에서 논의되고 결정되고 한 내용이 집행부에서 안건으로 다루도록 하는 정도까지는 만들어볼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서다. 특정 주제에 한정하면서 출발할 수밖에 없었지만, 기후도민총회를 통해서 그와 같은 정책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김 지사는 이어 “오늘 안건은 새로운 기후와 행정의 새 지표를 여는 안건"이라며 “위원장님 중심으로 기술적이고 행정적인 것을 뛰어넘어서 사회구조나 더 나아가서 정책 의사결정, 정치 구조까지도 검토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기후위기대응위원회는 공동위원장인 김 지사와 탄소중립 관련 실국장 등 당연직 위원 15명과 도의원, 학계와 산업계 여성·청년·노동계 등 26명의 위촉직 위원 등 총 41명으로 구성해 운영 중인 경기도 기후정책 최상위 심의 기구이다. 이날 도와 네이버는 '기행기소 실천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도가 개발해 운영 중인 '기후행동 기회소득' 사업과 '네이버 ESG 프로그램'을 연계한다는 내용이다. 종이 우편물 대신 네이버 전자문서 서비스를 연계해 전자문서로 우편물을 받으면 리워드를 지급하고 활동 실적에 따라 지급받은 기후행동 리워드를 네이버 해피빈으로 전환해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다. 지난해 7월 앱 출시 이후 누적 가입자 150만 명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기후행동 기회소득은 글로벌 RE100 기업인 네이버와 협업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혁신 사례가 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경기도민의 친환경 활동이 친환경 소비와 친환경 사회공헌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모델을 구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이날 회의에서는 기후·환경·에너지 데이터를 통합 제공하는 '경기기후플랫폼'의 재생에너지 입지 분석, 기후경영서비스 등을 설명하고 최근 극한호우, 산사태, 폭염 등의 기후재난과 관련한 정책 수립과 도민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까지 다양하게 논의했다. '경기 RE100'의 가시적 성과를 위해 △공영주차장 활용 태양광 설치 △영농형 태양광 모델 구축 △폐천부지 저탄소 수변공원화 △철도 회생에너지 활용 시스템 구축 △축산농가 태양광 설치 및 에코팜랜드 태양광 발전 확대 등 도비 749억 원을 투입해 19.8MW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는 에너지전환 활성화 과제를 발표했다. 도는 도정 전반의 기후정책 내재화로 에너지전환 실행력을 높이고 현 정부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통해 국가 에너지 대전환을 적극 뒷받침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위원회 전체 회의가 열린 네이버 1784 본사는 AI, 클라우드, 로봇, 디지털트윈, 자율주행 등 첨단기술을 실제 건물에 융합·실험하는 세계 최초의 로봇 친화형 요소로 설계된 공간이다. 한편 김 지사는 이날 정부의 근로감독권 위임에 대비해 특별조직을 구성하는 등 적극적인 대처를 강하게 지시했다. 김 지사는 도청에서 '근로감독권 실행 전략 점검회의'를 열고 “새 정부 국민주권정부에서 근로감독권 위임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면서 “산업 현장의 안전과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 마치고 귀가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이어 “경기도는 법적 근거도 없던 2020년부터 노동안전지킴이를 선제적으로 운영했다. 이 대통령의 지사 시절인 민선7기, 제가 취임한 민선8기까지 지속적으로 정부에 근로감독권 위임을 요청했다"며 “TF를 만들어서 운영할 예정인데, 노동부와 협의 과정에서 노동안전지킴이 등 우리의 노하우와 경험을 충분히 전달해 전국적인 정책의 틀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도록 적극 참여하자"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근로감독) 인원을 어떻게 충당할 것이며, 예산 문제는 중앙정부가 어떻게 조달이 될 것이며, 이 사람들이 어떤 전문성을 가지고 현장에서 착근할 수 있을 것에 대해서도 경기도의 경험을 살려 고용부와 충분히 협의해 실행 단계에서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자"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8월 내년부터 지자체에 근로감독권을 부여하기 위해 근로감독 인원 배정안 등을 경기도에 제시한 바 있다. 위임 범위는 3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산업안전보건법과 주요 노동법 위반 여부를 감독한다. 다만 임금체불 등 신고 사건, 파견법, 집단적 노사관계법, 중대재해처벌법 등은 제외된다. 구체적인 내용은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협의를 거쳐 확정된다. 도는 이에따라 노동안전지킴이 제도를 통해 산업안전을 모니터링한 경험을 바탕으로 법적 근거가 마련되는 즉시 근로감독권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준비할 방침이다. 특히 △기준인건비 반영 △정부 차원의 예산지원(인건비·운영비) △근로감독관 전문성 확보(전문 교육, 합동 점검) 등을 정부에 요구하며, 실질적인 권한 위임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갈 계획이다. 이날 회의에는 행정1·2부지사, 기획조정실장, 자치행정국장, 노동국장 등이 참석했으며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권한 위임 추진안 및 동향 △경기도 차원의 대응계획(조직, 예산, 인사) 등을 점검했다. 앞서 김 지사는 지난달 14일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의왕시의 한 건설공사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산재공화국'의 오명을 벗기 위한 세 가지 방안으로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작업중지권' 실질 보장 △'근로감독권' 지방정부 위임 논의 △경기도의 '노동안전지킴이' 사후조치 이행 권한 강제성 부여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이와함께 김 지사는 이날 문을 연 가천대학교 천원매점 일일 점원에 나서 학생들과 매점 음식을 나누며 기후위기 등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소통했다. 도는 고물가로 늘어난 대학생 생활비 부담을 실질적으로 낮추기 위해 전국 최초로 '대학생 천원매점'을 성남 가천대와 평택대학교에 개소했다. 가천대 개소식에는 김 지사를 비롯해 이길여 가천대 총장, 김성록 NH농협은행 경기본부장, 김민성 가천대학교 학생대표 등이 참석했다. 김 지사는 이날 점원용 조끼를 입고 일일 천원매점 점원으로 참여하며 학생들과 소통했다. 매점 오픈 시간은 오전 11시 30분이었지만 학생들은 오전 10시부터 일찌감치 줄을 서며 뜨거운 호응을 보냈다. 천원매점 1호 손님은 자취생으로 “최근 물가 상승으로 생활비 부담이 컸는데, 필요한 물건을 저렴하게 살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며 “청년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좋은 정책"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 지사는 일일 점원 참여에 이어 컵라면과 만두 등 매점 제품을 활용해 대학생들이 즐겨 먹는 레시피로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학생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 학생이 “환경, 기후위기 관련해서 경기도의 RE100 실천에 대해서 기사로 접하게 돼서 감명 깊었다"고 하자 김 지사는 “아침에 안 그래도 네이버에 가서 기후회의를 하고 오는 길"이라며 도의 기후위기 대응에 대해 소개했다. 김 지사는 “경기도가 기후위기 대응, 또 ESG에 가장 적극적이다. 그래서 도민들에게 '기후행동 기회소득'이라는 앱을 깔아서 걷거나 대중교통을 타면 포인트를 준다"며 “또 기후도민 총회라고 해서 기후위기에 대응을 같이할 도민들로 하여금 회의체를 만들어서 거기서 좋은 의견들도 직접 듣고 있으니 많이 관심 갖고 참여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지사는 현장에서 도 관계자들에게 경기도에 주소를 둔 도민뿐만 아니라 경기도 소재 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거주지 관계없이 기후행동 기회소득 대상자에 포함하는 방법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천원 매점은 사업은 도가 올해 3월부터 운영 중인 '사회혁신플랫폼'의 첫 결실로 기후·돌봄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도민 참여와 협업을 기반으로 해결하는 정책 추진 모델이다. 도는 천원매점을 시작으로 플랫폼형 정책 성과를 축적하고 기업·지역사회와의 파트너십을 확대해 사회적 가치 창출을 지속할 계획이다. 송인호 기자 sih31@ekn.kr

부산시, 11년째 멈춘 해수담수화시설 재가동 추진

부산=에너지경제신문 조탁만 기자 부산시가 10년 넘게 멈춰 있던 기장 해수담수화시설의 재가동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시는 3일 오전 기장군 대변리 소재 해수담수화시설에서 '해수담수화시설 활용방안 마련 주민보고회'를 열었다. 시는 해수담수화시설에 대한 주민들의 오랜 우려를 해소하고, 앞으로 운영 계획을 공유하기 위해 이같은 자리를 마련했다. 해수담수화시설은 두 개의 계열로 구성된다. 제1 계열은 해수를 담수화하는 실증시설로 △그린수소 생산 △염도차 발전 △농축수 자원 회수 등 차세대 물 산업 기술을 시험하는 테스트베드로 활용된다. 제2 계열은 하수처리수를 정화해 공업용수로 공급하는 시설로 인근 산업단지 기업들이 고비용 생활용수 대신 저렴한 공업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도록 한다. 시는 두 계열 활용 사업을 2030년까지 완료를 목표로 한다. 1계열 사업은 환경부와 협력해 절차 이행·사업비 확보·실시설계를 추진하고, 2계열 사업은 민간투자(BTO) 방식으로 제안서를 받아 적격성 검토 절차를 진행한다. 기장 해수담수화 시설은 국비와 시비를 포함해 사업비만 1954억 원을 투입, 2009년 착공해 2015년 준공했다. 당초 바닷물을 역삼투압 여과 방식으로 하루 4만 5000톤의 수돗물을 생산해 기장군 5만 가구에 공급하기로 했다. 그런데 인근 고리원자력발전소의 방사성 물질 유출을 우려한 주민 반대에 부딪혀 제대로 가동하지 못했다. 조탁만 기자 hpeting@ekn.kr

중부지방 비, 더위 식을 듯…영동 비소식은 없어

오는 4일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비가 내리면서 수도권 지역의 더위를 한층 수그러들 것으로 전망된다. 3일 기상청 단기예보에 따르면 4일 새벽부터 오전 사이 수도권, 강원내륙.산지, 충남권에 비가 내리고, 오후에는 충청권, 남부지방, 제주도에 소나기가 내린다. 예상 강수량은 인천·경기 서해안·서해5도·세종·충남 북부 내륙·충남 남부 서해안 5∼20㎜, 서울·경기 내륙·강원 내륙·산지·충청권 5∼40㎜다.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는 강원 영동 지방에는 비 소식이 없다. 비로 인해 서울, 인천, 강원 지역 최고기온은 30도 밑인 28~29도 사이에 머무르고, 그 외 전국 대부분 지역 30도를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아직은 더운 날씨지만, 9월로 들어서면서 비교적 폭염이 약해지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조국당·진보당 “2035 NDC, 기한 내 못 내더라도 더 논의해야”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제출을 헌법재판소가 정한 내년 2월 이후로 미루고,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론장인 국회에서 만들어가야 한다." “정부가 국회와 협의 없이 단독으로 NDC를 발표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론장인 국회에서 함께 만들어야 한다." 서왕진 조국혁신당·정혜경 진보당 국회의원과 기후위기비상행동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같이 환경부의 2035 NDC 졸속 추진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서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2035 NDC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기 전에 농민, 시민사회 등 각계 계층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야 한다"며 “기후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취약계층 의견을 반영해 2035 NDC가 기후정의를 실현하는 정책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기후 위기는 수많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며 “기후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현실 앞에서 헌법, 과학,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2035 NDC를 국민과 함께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이르면 이달 안에 2035 NDC를 공개하고 공청회를 개최한 후 다음달 유엔에 2035 NDC를 제출할 계획이다. 오는 11월 브라질에서 열리는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30)을 앞두고 2035 NDC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2020년 우리나라는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이를 위해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기로 했다. 또한 국제협약에 따라 5년마다 더욱 강화된 감축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8월 기후소송 판결에서 탄소중립기본법에 2031년부터 2049년까지 온실가스 감축경로를 마련하도록 했다. 이에 내년 2월까지 2031년부터 2049년까지 온실가스 감축계획도 정해야 한다. 헌재는 감축목표는 과학적 사실과 국제적 기준에 근거한 우리나라 탄소예산에 근거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기후위기비상행동은 기자회견에서 “2035 NDC의 의견 수렴 기간은 한 달에 불과해 2035 NDC가 국민의 기본권과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턱없이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회견문에서 “2035 NDC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국회에 공개하고 헌재의 결정 취지에 부합하는 감축 목표가 어느 수준인지 밝혀주길 바란다"며 “2035 NDC 제출을 헌재가 정한 내년 2월 이후로 미루고,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론장인 국회에서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지난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2035 NDC를 2018년 대비 최소 67%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목표를 설정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67%라는 수치가 헌재 판결 취지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말만 ‘데이터센터 지역 분산’…오늘도 지역 발전소는 멈춰 있다

정부가 'AI 3대 강국' 실현을 위한 전력 인프라 확충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선 수도권 집중·송전망 병목·지역발전소 가동률 저하 현상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를 명분 삼아 원전·LNG·재생에너지 업계 모두 발전설비 확충을 주장하고 있으나, 정작 당장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지역 발전소는 놀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CF연합, 민간LNG산업협회, 녹색전환연구소 등은 각각 포럼과 보고서를 통해 AI·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를 이유로 자신들의 발전원이 필수적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원전업계는 무탄소 전원임과 저렴하고 24시간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가능한 발전원임을 강조하며 대형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중심 확충을 내세우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업계는 송전망 부담이 적고 수요지 인근에 신속하게 건설할 수 있는 유연성 전원임을 강조한다. 재생에너지 업계는 RE100과 친환경 발전원임을 강조하며 전력망 투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이 모든 발전원 확대 주장의 배경에는 AI와 데이터센터가 있다. 즉, AI 산업이 한국 에너지 업계 확장의 최대 '정당한 명분'이 된 형국이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데이터센터 업계는 수도권 외 지역엔 여전히 소극적이다. 전력 계통영향평가에서 줄줄이 탈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외 이전 계획은 거의 없으며, 신규 송전망 확충은 민원과 인허가 문제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데이터센터의 전체 전력 사용량 495만8111㎿h(메가와트시) 중 수도권 비중은 77.9%(386만1613㎿h)로 집계됐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세빌스코리아는 '2025년 한국 데이터센터 시장 리포트'를 통해 2028년까지 수도권에 데이터센터 40개가 추가로 구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데이터센터의 지역 이전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지역에는 가동되지 못하고 노는 발전소가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강원도의 석탄발전소인 삼척블루파워와 강릉에코파워의 가동률은 최근 2년간 20~3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동해안 지역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유치하자는 주장이 발전업계와 일부 지자체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정부의 투자 지원과 고객사 확보, 인력 수급 등 기반이 부족해 실행은 제자리 걸음이다. 반면 수도권은 전력수요는 급증하고 있으나 공급은 지체되고 있으며, 민간 데이터센터는 속도 경쟁에 밀려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도 불리한 처지에 놓여 있다. 애초에 정부가 재생에너지 등 분산에너지 확대를 추진한 취지는 지역 안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지역 내에서 소비하는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었으나 현실은 정 반대인 셈이다. 발전소 인근에 공장·산업단지·데이터센터 등을 유치해 불필요한 송전망 건설을 줄이고, 지역에 일자리와 부가가치도 남기자는 구상이었다. 이는 송전망 확충에 드는 사회적 갈등과 천문학적 비용을 줄이고, 지역 균형발전을 이끄는 실질적 대안이었으나 현재 논의는 또 다시 수도권 집중화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2023년부터 '데이터센터 지역 분산 정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지만, 지역 입지 유도는 실효성이 떨어지고, 수도권 송전망 확충은 제자리다. △재생에너지 확대 △지역균형 발전 △전력망 확충 등 모든 전략이 선언에 그치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는 현실적인 대책 없이 각자의 명분만을 내세우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석탄이든 원전이든 LNG든 전기를 당장 줄 수 있는 설비가 있는데도, 수도권 수요만 바라보며 정책이 늦어지고 있다"며 “AI 전력망 구축이 진짜 국가 전략이라면 부처 간 책임 미루기를 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시장원리 중시한 제주 전력시장 시범사업 전국으로 확산해야

전력거래소는 지난해 6월부터 시장원리에 기반을 둔 '전력시장 제도개선 제주 시범사업'을 운영해 왔다. 이 시범사업은 크게 실시간시장, 예비력시장 그리고 재생에너지 입찰제가 그 핵심이다. 실시간시장은 지금까지의 하루전시장을 하루전시장과 15분 단위 실시간시장의 이중시장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예비력시장은 계통유연성을 공급하는 피크자원에 대해 정당한 보조서비스 제공대가를 지급하는 형태로써 15분 단위의 예비력시장을 도입하여 예비력을 시장 상품화하여 실시간으로 거래한다. 재생에너지 입찰제는 재생에너지도 전력시장 입찰에 참여하여 발전량과 시장가격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중앙급전발전기와 동일한 급전지시 이행의무를 부여하고 이에 따른 보상을 지급하도록 한 것이다. 한 마디로 실시간 시장에 가까운 가격입찰제를 시행하고 재생에너지와 예비력에 가격을 붙여 발전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이 그 목적이다. 금년 5월 말까지의 시범사업 운영에 대한 중간평가는 꽤 긍정적이다. 재생에너지 입찰제에 참여하는 참여사업자 수가 17개 → 21개 → 23개로 늘어났고, 참여 설비용량도 403.8MW → 426.7MW → 548.0MW로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무엇보다도 시장가격은 미도입을 가정했을 때보다 하루전 SMP는 6.86%, 실시간 SMP는 8.09% 하락하였다. 그 이유로는 시범사업 도입 후 전력수요가 감소하고 태양광 이용률이 높아지는 봄·가을철의 경부하기 낮 시간대 및 주말에 음(-)의 SMP가 발생하였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무엇보다도 재생에너지의 중앙급전자원화를 실현할 수 있었고 강제적 출력제어가 97.7% 줄어들었다는 점이 돋보였다. 이에 더하여 시범사업 개시 후 중개사업자(VPP)가 증가하였고, 배전망 직접연계형 ESS 등 새로운 전력자원의 시장참여가 확대되었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전력시장은 비용평가 방식을 25년간 고집하고 있다. 사실 원가규제에 가까운 비용평가 시장은 매우 경직적이다. 모든 발전기의 연료를 일일이 비용을 검증하기 위하여 샘플을 취해 실험한 열량 수치를 확인해서 전력거래소에 보고해야 한다. 이에 따른 인력과 자원의 낭비와 복잡한 관료적 절차는 그나마 눈에 보이는 명시적인 비용이다. 눈에 안 보이는 암묵적 기회비용은 가격입찰을 시행했었다면 얻어질 수 있었던 편익이다. 연료비와는 무관하게 발전기 가동을 높이고 싶어도 무조건 비용평가 순으로 발전기를 가동해야 해서 발전사업자간 경쟁을 유도할 수도 없다. 일례로 껐다 켰다를 반복할 때 생기는 기동비용을 줄이고 발전기 수명을 늘리기 위해 돈을 적게 받고서라도 발전기를 연속으로 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값싼 연료를 대량으로 빨리 도입하기 위해 기존 연료를 급속히 소모하는 유연한 발전방식도 현 체제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비용평가의 한계 때문에 시장원리에 가까운 가격입찰 방식으로 전력거래를 바꿔야 한다는 논의가 나온 지도 비용평가 시장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다. 규제 당국은 요지부동이었다. 해외의 전력시장은 대부분 가격입찰 방식이라는 국제비교도 통하지 않았다. 한편, 제주도와 전남 등에서 인위적 출력제어가 빈번해지자 이 역시 강제로 하지 말고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를 통해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이 시범사업의 목표였다. 가격입찰을 잘못 시행하면 발전사업자의 담합 등으로 오히려 전력 도매가격이 상승하여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제주 시범사업의 운영결과는 실시간시장의 도입으로 실제 수급에 따른 실시간가격을 실현하고, 전력 도매가격을 낮추고, 강제적인 출력제어도 자발적 조정으로 대체하고, 예비력에 대한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고, 다양한 전력자원을 발굴하게 된 점이다. 자원을 제값에 팔고 사는 것이 어떤 총명한 독재자의 눈부신 지휘보다도 우월하다는 평범한 시장원리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가격원리를 중시하는 전력시장 제도를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 조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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