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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다자외교의 장에서 재부상한 원자력과 한국의 역할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올가을 한국 외교는 '중견국 외교'라는 표현이 공허한 수사가 아님을 보여주었다. 우선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는 한국이 단순한 개최국을 넘어 지역 질서의 의제를 설정하는 국가로 부상했음을 상징했다. 이어서 이재명 대통령이 남아프리가공화국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 참석하고, 이를 계기로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튀르키예까지 중동·아프리카 지역을 순방한 것은 한국 외교가 다자외교의 주변부가 아니라 구조를 설계하려는 행위자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장기화하는 전쟁과 서방 대 러시아 간 대결, 미·중 전략 경쟁의 심화, 미국의 일방주의 등으로 인해 국제정세가 매우 혼란스러운 가운데, 양 진영 어느 쪽과도 대립하지 않고, 나아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도 역사적 부채 없이 협력할 수 있는 한국의 외교적 공간은 오히려 넓어지고 있다. 또한 잇따른 다자 외교의 중심에 에너지가 주요 의제로 거론되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와 유럽과 중동에서의 전쟁, 제재와 공급망 재편이 동시에 진행되는 시대에 에너지는 산업정책적인 측면에 더해 경제안보, 나아가 국가안보와도 직결되는 사안으로 여겨지며 국제질서 재편의 국면에서 핵심적인 의제로 다뤄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의제 설정의 변화가 아니라, 국제질서를 떠받치는 핵심 인프라가 재정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G20 요하네스버그 선언은 개발도상국의 부채 문제와 기후 재난, 에너지 전환을 더 이상 주변 의제가 아닌 글로벌 거버넌스의 중심 과제로 격상시켰다. 앞서 경주 APEC 선언 역시 '연결·혁신·번영'이라는 주제 아래 공급망 재편과 기술 주권, 디지털 전환을 지역 협력의 핵심 언어로 공식화했다. 서로 다른 무대에서 채택되었지만, 두 선언은 모두 공통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국제질서의 재편에 있어 핵심적인 기제가 되는 것은, AI로 대변되는 미래 기술과 이를 뒷받침할 에너지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원자력이 있다. 이 맥락에서 이번 대통령 순방이 이집트와 튀르키예를 포함했다는 점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두 국가는 모두 러시아와 깊이 얽힌 원자력 협력 구조를 형성해 온 대표적인 국가들이다. 튀르키예는 러시아 국영기업 로사톰이 주도한 아쿠유 원전 프로젝트를 통해 운영·연료·유지보수까지 러시아에 구조적으로 의존하는 상태에 놓여 있다. 이집트 역시 엘다바 원전 사업을 통해 러시아 중심의 원자력 공급망과 금융 구조에 편입돼 있다. 원자력은 건설, 운영, 폐로까지 전 주기를 고려하면 수십 년 단위의 장기 관계를 전제로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세대(世代)에 걸친 협력 구조를 형성한다. 수출 통제는 물론 연료 공급과 사용후핵연료의 처리 문제는 핵 비확산과 직결되는 문제이니만큼, 어느 나라와 원자력 협력을 맺느냐는 지정학적 판단에 근거하는 경우가 많다. 고무적인 것은 이번 이재명 대통령의 순방에서 튀르키예나 이집트가 모두 한국과의 원자력 협력에 관심을 표명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에너지 협력을 넘어, 장기적인 전략적 판단에 근거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튀르키예 방문에서는 구체적인 성과도 있었다. 한국과 튀르키예는 정상회담을 계기로 원자력 분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규제·부지 평가·사업모델·기술 협력 등을 포괄하는 공동 작업 구조를 구축하는 데 합의했다. 이는 단순한 경제협력을 넘어, 튀르키예가 한국을 러시아에 의존적인 구조에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파트너로 인지했음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이집트와의 정상외교에서는 원자력 협력이 주요 의제 중 하나로 거론되었으나, 사업 계약이나 협약 체결 단계까지는 이르지 않았다. 그러나 이집트 역시 원자력 분야에서의 러시아의 대안을 탐색하고 있으며, 한국을 현실적인 파트너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확인됐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이 가진 강점은 분명하다. 군사적 패권국도 아니고, 과거 식민 지배와 같은 역사적 부채도 없다. 기술 표준과 안전 문화를 국제 규범에 맞게 축적해 왔고, 원전 운영과 건설 경험을 동시에 보유한 몇 안 되는 국가다. 경주 APEC이 강조한 '연결·혁신·번영'은 원자력 분야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 원자력을 단순한 수출 산업으로만 다룰 것이 아니라, 외교·안보·기후 전략을 연결하는 전략 자산으로 스스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이 분야에서 준비가 되어 있는 거의 유일한 중견국이다. 더 늦기 전에 이 역량을 전략으로 전환하고, 실행으로 옮겨야 할 것이다. 임은정

[기후 리포트] 기후변화의 역설: 강수량은 늘어도 가뭄은 더 깊어졌다

평균 강수량이 증가하는데도 가뭄은 오히려 심화되는 '기후변화의 역설'이 한국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후 변화가 물 공급 안정성을 크게 흔들 수 있다는 경고다. 한국수자원공사 소속 박성열 연구원이 포함된 호주 멜버른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수문학 저널(Journal of Hydr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같은 상황을 짚었다. 남한 전역을 대상으로 약 100년에 걸친 기후·수문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강수량 증가에도 가뭄 위험이 장기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주장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장기간 관측 기록을 보유한 서울·부산·대구·인천·강릉·목포 등 국내 6개 기상 관측소의 강수·온도 자료와 소양강댐 등 10개 주요 댐 유역의 유량 데이터를 분석했다. ◇강수량 늘었지만… 변동성 확대가 가뭄 심화 연구에 따르면 1904~2020년 기간 동안 모든 관측소에서 연평균 기온은 꾸준히 상승해 10년당 0.10~0.25℃가량 올랐다. 강수량 또한 같은 기간 10년당 약 15~29㎜ 증가했다. 이로 인해 집중호우가 자주 발생하고 홍수 피해도 커졌다. 그러나 평균 강수량 증가와 달리 42개 분석 사례 중 35개에서 가뭄이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4개월 이상 장기 자료에서는 그 흐름이 더욱 분명했다.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기상학적 변동성(meteorological variability)의 확대였다. 연구진은 42개 사례 중 34개에서 강수량의 '변동 폭'이 과거보다 확연히 커졌음을 확인했다. 1991~2020년 최근 30년의 변동성은 1912~1941년의 변동성보다 크게 높아졌다. 비가 올 때는 너무 많이 오고, 안 올 때는 계속 오지 않는 패턴이 강화된 것이다. 연구진은 “평균 강수량이 늘어도 변동성이 커지면 가뭄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표준화 강수·증발산 지수(SPEI) 분석에서도 이런 양상이 확인됐다. 극습(90% 백분위수)은 증가해 강수가 늘었음을 보여준 반면, 극건조(10% 백분위수)는 감소해 가뭄이 심화됐다. ◇기온 상승이 불러온 '증발산 증가'도 가뭄 악화 요인 또 하나의 원인은 기온 상승으로 인한 증발산량 증가다. 대기가 더 많은 수분을 머금게 되면 강수 패턴뿐 아니라 대기 중 수분 요구량도 커지기 때문에 땅이 더 쉽게 말라가게 된다. 연구진은 SPEI를 활용해 이 효과를 분석했는데, 이는 단순히 비의 양만 보는 표준 강우 지수(SPI)와 달리 '증발산'을 함께 고려하는 지수다. SPEI가 실제 유량을 나타내는 표준화 유량지수(SSI)와 더 강한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점은, 가뭄이 강수량 부족뿐 아니라 온난화로 인한 건조화 영향까지 복합적으로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10개 주요 댐 유역 분석에서는 SPEI와 SSI의 상관계수가 모든 시간 척도에서 0.79 이상으로 나타났다. 특히 12개월 이상의 장기 척도에서는 0.85를 넘는 높은 연관성을 보였다. 수자원(댐 유입량)에 미치는 기후 변화의 영향은 강수량과 증발산을 모두 포함하는 기상학적 조건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강수량의 증가 및 감소의 불규칙한 패턴(변동성)이 평균적인 강수량 증가 효과를 압도해 가뭄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즉, '비가 오는 양'이 아니라 '언제·어떻게 오는지'가 한국의 수자원에 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기후학적 평균의 변화보다는 변동성의 변화가 더 심각한 극단적 기상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전 연구들의 주장과도 일치한다. ◇물 안보 흔드는 새로운 위험… 적응 전략 시급 기후 변화가 불러온 '역설적 가뭄'은 더 이상 미래의 가능성이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현실임을 이번 연구는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기후 변화로 강수량은 늘고 홍수 피해는 증가하는데, 동시에 댐 저수량 감소와 장기 가뭄 위험이 커지는 이중 리스크가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한국의 물 관리 체계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추세가 이어지면 물 공급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장기적인 물 부족 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역별 물 수급을 재평가하고, 변동성이 커진 기후에 대응할 수 있는 '적응형 물 관리 시스템'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댐·저수지 운영 방식을 고도화하고, 가뭄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물 배분 계획을 세밀하게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적응 전략은 현재의 물 관리 관행을 재평가하고, 기후 변화의 진화하는 현실에 맞춰 물 관리의 장기적인 복원력과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휘발유-LPG 가격차 2년만에 최대로 벌어져

휘발유 가격이 계속 오를 때 LPG 가격은 동결되면서 두 차량연료 가격차가 2년 만에 최대로 벌어졌다. LPG는 가장 저렴한 연료라는 특장점을 가졌지만, 시장에 매력적인 차량모델을 갖추지 못해 보급 대수는 점차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격은 전일보다 리터당 0.45원 오른 1746.9원, 경유 가격은 전일보다 0.57원 오른 1663.4원을 기록했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고환율 영향으로 가격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2023년 11월 초 이후 거의 2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반면 전국 LPG(부탄) 충전소 가격은 SK가스와 E1이 전달에 이어 12월 가격을 동결하면서 리터당 전일보다 0.02원 오른 998원을 기록했다. LPG 충전소 가격은 올해 5월 1089원을 정점으로 계속 하락하다가 9월부터 현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 휘발유 가격은 계속 오르고, LPG 가격은 동결되면서 두 연료 간의 가격차는 2년 만에 최대로 벌어졌다. 주간 가격 단위로 비교했을 때 가격 차(휘발유값-LPG값)는 리터당 2023년 11월 2주 749원에서 2024년 10월 2주 568원, 올해 1월 1주 612원, 5월 4주 544원까지 떨어졌으며, 이후 다시 벌어져 11월 4주 747원이 됐다. SK가스와 E1이 고환율에도 불구하고 LPG 가격을 동결한 배경에는 국제 LPG 가격의 하락이 있다. 아시아 LPG 가격의 기준이 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판매가격은 프로판 기준으로 톤당 9월 520달러에서 10월 495달러, 11월 475달러로 하락했다. 12월 495달러로 올랐으나 기존 하락 폭과 시장전략적 판단에 따라 동결이 이뤄진 것이다. 이처럼 LPG는 차량 연료 중 가장 경제성을 갖게 됐으나, 오히려 차량 선택에서는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LPG차 보급 대수는 2023년 12월 183만3000대에서 올해 4월까지 185만1000대로 증가하다가 다시 감소하기 시작해 올해 9월 기준 184만4000대로 떨어졌다. LPG트럭은 월 1만대 이상 판매량을 지속하고 있으나, 승용차와 택시에서 보급 대수가 감소하고 있는 영향으로 분석된다. 특히 LPG차 판매돌풍을 일으킨 르노자동차의 QM6 LPG모델이 2019년 출시된지 6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시장에 어필할만한 새로운 모델이 출시되지 않은 영향도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LPG업계 한 관계자는 “택시시장에서 전기차 보급이 크게 늘면서 LPG차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르노의 QM6를 이을 새로운 모델을 빨리 내놓지 못한 영향도 크다"고 말했다. 대한LPG협회와 르노자동차는 올해 9월 LPG 풀하이브리드 차량 엔진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개발이 완료되기 까지는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므로, 차량이 시장에 나올 즈음에 과연 전기차 모델에 비해 경제성과 매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들고 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클린룸 명가’ 신성이엔지 이지선 대표, 은탑산업훈장 수상

이지선 신성이엔지 대표이사가 대한민국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은탑산업훈장'을 1일 수훈했다. 시상식은 산업통상부와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주최한 '제11회 중견기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진행됐다. 이지선 대표이사는 지난 2002년 입사 이래 회사의 기술 경쟁력 확보와 사업 영역 확장에 주력해왔다. 창업주인 이완근 회장이 클린룸·공조 기술의 국산화 기반을 마련했다면, 이 대표이사는 해당 기술 자산을 재생에너지 등 새로운 산업과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며 성장의 외연을 넓히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이지선 대표이사는 “이번 은탑산업훈장은 창업주이신 이완근 회장님과 신성이엔지가 쌓아온 기술력이라는 유산, 그리고 그 가치를 확장하기 위해 헌신해 온 임직원 모두가 함께 일궈낸 성과"라며 “앞으로도 친환경 기술력과 글로벌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베트남 핵심광물 투자 협력 첫발… 광업투자협의체 본격 가동

한국해외자원산업협회(회장 직무대행 양원창)는 1일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 호텔에서 '베트남 광업투자협의체' 킥오프 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의체 출범은 산업통상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추진하는 ODA 사업인 '베트남 핵심광물 공급망 기술협력센터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베트남 광업 분야 진출을 모색하는 국내 기업 간 협력 기반을 마련하고 핵심광물 공급망의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됐다. 수행기관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해외자원산업협회, 이산컨설팅그룹이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번 회의에는 광업·소재 분야 국내 주요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으며, 베트남 측 광업 기업 관계자도 함께해 양국 간 핵심광물 개발 및 협력 가능성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협의체는 ODA 사업 추진 과정에서 확보되는 최신 광업 정보, 투자 기회, 기업 협력 프로그램 등을 참여 기업 간에 공유하고, 향후 협의체 활동을 통해 실질적인 공동 대응과 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협회 관계자는 “이번 협의체 출범은 국내 기업의 베트남 광업 진출 기회를 확대하고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정부 및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실질적 성과가 창출될 수 있도록 협회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기후에너지단상] 애매해진 국회 기후특위, 역할 다시 따져봐

국회 기후위기 특별위원회의 역할이 애매해졌다. 지난 10월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가 출범하면서 기후 관련 입법을 다루는 위원회가 둘이나 존재하게 됐기 때문이다. 기후가 중요한 의제라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비슷한 성격의 문제를 다루는 위원회를 이중으로 둘 필요까지 있는지는 따로 짚어볼 대목이다. 올해 3월 출범한 기후특위의 출범 배경과 역할은 분명했다. 기후와 에너지가 서로 떨어져 다뤄지고 있다는 구조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함이었다. 과거 국회에서는 에너지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환경과 기후는 환경노동위원회로 나뉘어 논의됐고 정책 연계성은 한계에 부딪혔다. 예컨대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은 각 당을 대표하는 기후·에너지 전문 의원으로 22대 국회에 입성했다. 그러나 박 의원과 서 의원은 산자위로, 김 의원은 환노위로 갈라졌다. 이 구조에서는 박 의원과 서 의원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김 의원이 에너지 이슈를 각각 직접 다루기 어려웠다. 이처럼 국회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의 주요 수단이 에너지인만큼 “기후와 에너지는 함께 다뤄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항상 존재했다. 당시 기후특위 법안 논의 과정에서도 21대 국회 때와는 달리 에너지 법안까지 다룰 수 있도록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기후특위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협조 속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과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등을 심사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기후 관련 예산안은 심사 권한 없이 의견만 제시할 수 있도록 했다. 기후특위는 비록 에너지 법까지 심사할 수 있는 권한은 없고 활동 기한도 내년 5월 29일로 제한돼 있지만 출범 자체에 의의를 두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올해 10월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부문이 합쳐지면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새롭게 출범했고, 국회에도 이에 대응하는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가 꾸렸졌다. 기후노동위는 기존 환노위 기능에 더해 에너지 일부 사안을 포괄할 수 있는 구조로 재편됐다. 현재 박지혜·서왕진·김소희 의원이 모두 기후노동위에 속해 있다는 점만 봐도 국회 내 구조가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기후특위가 맡기로 했던 배출권거래제 등 주요 이슈도 에너지 전문 의원들이 기후노동위에서 충분히 다룰 수 있는 영역이다. 특별위원회는 본래 특정 과제를 중심으로 한 임시 조직이라는 점에서 상임위와 일정 부분 기능이 중첩될 수밖에 없지만 현 시점에서는 그 중복 폭이 더 커진 만큼 역할 재정의 논의가 불가피하다. 실제 행정 현장에서 국회 위원회가 두 갈래로 나뉘어 동시에 움직일 경우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의 피로도는 커질 수밖에 없다. 동일한 사안을 두 개의 기구에 반복적으로 보고하고 설명해야 하는 구조는 정책 효율성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충분하다. 현장 공무원들도 피로감을 호소하는 게 현실이다. 기후위기가 중대한 시대적 과제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중요성만을 이유로 위원회를 이중화하는 것이 항상 최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기후특위의 존속 필요성과 역할 재정의에 대한 냉철한 논의가 필요하다. 기후특위를 연장하더라도 역할을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지 정치권의 선택이 요구된다. 만약 역할을 재설계한다면 기후특위에 참여하는 의원 구성을 더욱 다양화해 여러 상임위의 기후 이슈를 특위를 통해 아우르는 방향을 고려할 수 있다. 기후특위가 산업·농업·산림 등 기후노동위가 직접 다루기 어려운 영역에서 활약해 최대한 겹치지 않도록 하는 방향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난방의 질이 삶의 만족도 좌우…고대 연구팀 분석

집 안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는 주거환경이 세입자들의 삶의 만족도를 크게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난방비 지출이 많을수록 만족도가 약간 올라가는 현상이 관찰되기도 했지만, 난방의 질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좌절감만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박금령 교수팀이 최근 국제 학술지 '사회과학 및 의학(Social Science & Medcine)'에 투고한 논문을 통해 밝혀졌다. 연구팀은 주택의 난방 적절성이 개인의 심리적 안정과 생활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을 세밀하게 추적했다. 연구는 2007년부터 2022년까지 이어진 한국복지패널(KoWePS)의 15년치 자료를 활용했고, 모두 2만3791명(총 19만여 관찰치)을 바탕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동일인을 대상으로 시간이 흐르며 나타나는 변화를 비교하는 '개인 고정효과 회귀' 방식으로 분석을 수행했다. 이 방법을 쓰면, 성격이나 배경 같은 개인 고유의 특성은 통제한 채 난방 환경 변화가 삶의 만족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더 정확히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난방 적절성은 “집의 난방·단열·환기 상태가 적절한가"라는 설문 응답을 기준으로 삼았다. 난방비가 소득의 10%를 넘는 경우는 '에너지 비용 부담이 큰 가구'로 분류했다. 삶의 만족도는 1~5점 단일 문항을 활용했다. ◇“집이 따뜻하지 않으면 삶이 불안정해진다" 분석 결과, 약 11.7%는 부적절한 난방을 경험했다고 응답했고, 15.3%는 에너지 비용 부담이 큰 가구로 분류됐다. 통계 분석 결과, 난방이 부적절하다고 느끼는 가구에서는 삶의 만족도가 뚜렷하게 낮았다. 난방의 질이 떨어지는 집에 사는 사람들의 삶은 예상보다 더 크게 흔들린다 점이 확인된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실내 온도가 적정하게 유지되지 않을 때 수면과 휴식이 방해받고, 결국 심리적·생활적 안정감이 흔들리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반대로 난방비를 더 많이 지출하는 가구는 만족도가 소폭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비용을 들여 쾌적한 실내 온도를 확보하려는 적극적 선택이 일정 수준의 만족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른바 '에너지와 행복의 역설(Energy-Happiness Paradox)'도 관찰됐다. 비용을 아무리 많이 써도 난방의 질이 낮으면 그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돈을 들였지만 기대한 온기와 안정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좌절감이 커지게 된다는 것이다. '에너지·행복 역설'이라는 표현은, 에너지 소비가 늘면 편안함과 만족도도 함께 올라갈 것이라는 직관과 달리 현실에서는 에너지 사용량이 곧 행복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일부 국가 비교 연구에서는 에너지 소비량이 늘어도 국민 행복도가 거의 변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반복돼 왔다. 이번 연구는 이 아이디어를 가구 수준으로 좁혀 확인한 셈이다. 즉 난방비를 더 지불해도 주거의 기본 조건이 받쳐주지 않으면 행복은 커지지 않는다는 점이 '역설'로 드러난다. ◇세입자에게 더 큰 타격… “주거 통제권의 격차" 이번 조사에서 세입자는 '역설'에 특히 더 취약했다. 소유주에 비해 주택 개보수 권한이 제한적이고, 장기 거주가 보장되지 않아 단열·난방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난방 부적절성과 에너지 비용 부담이 동시에 나타나는 집에서는 세입자의 삶의 만족도 하락 폭이 자가 소유자보다 더 컸다. 연구팀은 이를 “열악한 주거 인프라에 대한 노출과 임대료·에너지 비용이 겹치는 이중 부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현재의 에너지 복지 정책에 중요한 함의를 던진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에너지 비용을 낮춰주는 보조금 정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주거 품질을 함께 개선해야 난방비 지출이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집주인을 대상으로 난방·단열 개선 인센티브 제공 ▶세입자용 최소 난방·단열 기준 마련 ▶주거·에너지 빈곤을 함께 고려한 복합 지표 도입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번 연구는 “따뜻한 집"이 단지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주거권·건강·행복을 동시에 좌우하는 사회적 기반임을 다시 보여준 셈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수출 외치면서 국내선 멈칫…이재명 정부도 원전 모순 되풀이하나

이재명 대통령이 UAE·튀르키예 국빈 방문에서 연이어 원전 수출 협력 의지를 밝히며 원전 외교를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 원전 정책에서 이를 뒷받침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최근 UAE와 튀르키예 국빈 방문에서 잇달아 원전 수출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양국과의 정상회담에서는 소형모듈원전(SMR)·원전건설·정비(O&M) 분야에서의 공동 진출을 언급하며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적극 내놨다. 그러나 정작 국내 원자력 정책 방향은 수출 드라이브와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산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노동석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은 1일 본지와의 취재에서 “원전을 자국에서 짓지 않는 나라가 원전을 수출한다는 건 전례가 없다는 게 해외 원전 발주국 관계자의 일관된 평가"라며 “UAE·튀르키예 두 나라 모두 한국 원전의 잠재적 수출 시장이라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은 의미 있는 메시지였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국내에서는 원전 확대 정책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 현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원전 정책은 확대·육성이 아니라 “현상 유지 또는 제한적 활용"에 가까운 수준이며, 신규 원전 건설·전력계획 반영·SMR 인허가 제도 개선 등 핵심 정책은 여전히 정지 상태다. 이 때문에 산업계에서는 “문재인 정부 시절의 정책 모순이 다시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국내에선 안 짓고, 해외에는 팔겠다'는 모순된 정책은 결국 폴란드 등 해외 원전 수주 실패로 귀결됐다. 이재명 정부도 국내 원전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출 전략이 선언에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원전을 짓고, 유지하며, 생태계를 강화하는 '실질적 정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과거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을 추진하면서도 해외 수출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신규 원전 건설 중단, 노후 원전 조기폐쇄 등으로 생태계가 약화되자 해외 원전 발주처들은 한국의 '일관성'을 의심했다. 당시 체코·폴란드·사우디 등 굵직한 원전 프로젝트에서 대한민국은 수차례 경쟁 후보로 거론됐지만, 최종 수주로 이어지지 못했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발주국이 가장 우려하는 건 기술이 아니라 '정책 안정성'이다. 한국이 자국 내에서는 원전을 위험하다고 폐기하면서, 해외에는 팔겠다고 하면 누가 믿겠나"라고 말했다. 실제 올해 5월 폴란드에서 열린 세계 원자력 공급망 회의(WORLD NUCLEAR SUPPLY CHAIN)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참여하지 않았고 프랑스 EDF 부사장은 'EU공급망'을 강조하며 “이재명 정부는 전 정부에 비해 원전에 대한 지지가 덜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원전 생태계(설계–제작–시공–연료–정비)가 국내에서 유지되지 못하면 해외 경쟁력도 약화된다는 교훈은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수출 구상과 국내 정책의 간극으로 수출 전략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공식적으로 '탈원전' 기조를 표방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현재 추진되는 정책은 △신규 원전 건설 불투명 △원전 비중 확대 계획 부재 △SMR 관련 법·제도 정체 △원전 수출컨트롤타워 부재 등으로 인해 실질적 육성 정책이 없다는 평가가 많다. 국내 전력설비를 결정하는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최근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착수했지만 국내 원전 확대 기조가 아닌 현상 유지나 축소될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여기에 원전수출은 기존 산업통상부가 담당하는 이원화 구조도 모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SMR 분야는 미국·캐나다·프랑스가 공격적으로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인허가 제도 개편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설비 제작·주기기 공급망도 다음 수주 물량이 불투명해지면서 투자가 지연되고 있다. 한 전력정책 전문가는 “대통령이 해외에서 수출 협력을 언급하는 건 의미 있지만, 국내에서 시장·수요·산업 기반을 키우지 않으면 외교적 발언만으론 수주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지난 10년간의 교훈"이라라며 “발주국은 기술보다 국가 의지를 본다. 한국이 놓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UAE 바라카 원전과 체코 원전 수출 성공도 단지 기술력만으로 가능했던 것은 아니다. 정부·한전·한수원·산업계–연구기관이 총동원되는 국가 단위 사업이었으며, 한국이 '신규 원전을 계속 건설하는 나라'라는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현재 해외 발주국들은 한국의 상황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내부에서는 신규 원전 없이 현상 유지만 하는데, 외교 무대에서는 수출을 선언한다면 정책의 일관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세계 원전 시장은 지금 미국(웨스팅하우스), 프랑스(EDF), 중국(CNNC), 러시아(로사톰)가 정부 차원의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모두 자국 내 신규 건설과 해외 수출을 동시에 추진한다. 전문가들은 △국내 신규 원전 건설 재개 또는 중장기 건설 로드맵 제시 △SMR 인허가·실증 기반(규제 체계) 정비 △원전 생태계(제작–설계–정비) 유지 가능한 물량 확보 △정부 차원의 원전 수출 컨트롤타워 복원와 같은 정책 일관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체코 원전 수주에 관여했던 한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가 UAE·튀르키예에서 보여준 외교적 메시지 자체는 긍정적"이라며 “한국 원전 산업계도 두 시장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에 대해 동의한다. 그러나 국내 정책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 또다시 '구호만 있는 수출전략'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 모순 반복되면 한국의 수출 경쟁력은 되살리기 어렵다"며 “원전 수출은 단순한 외교 선언이 아니라, 국내 산업 생태계가 살아있다는 신뢰를 증명해야만 가능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깐부에서 꼰대가 되어 버린 에너지 효율화 정책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전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부회장 깐부는 친한 친구나 동반자를 뜻하는 은어이다. 깜보, 깐보라고도 불린다. 얼마 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회장과 치맥을 함께 한 장소도 이 이름이며, '깜보'라는 영화가 2차 석유 위기가 끝나가던 1986년에 개봉하기도 하였다. 1986년의 국제 원유 가격은 OPEC의 감산과 이란-이라크 전쟁의 여파로 1979년 대비 10배나 넘게 상승해 있었다. 전 세계가 석유 위기에 대응하고자 다양한 에너지 절약 정책을 추진하였으며 일본의 혼다, 토요타 등 연비가 좋은 자동차가 엄청나게 잘 팔리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국내 유일 부존 에너지원인 석탄(연탄)의 증산에 나섰으며, 한 등 끄기는 물론 학교의 겨울방학 연장, 공장 자율 운영 등 고강도의 에너지 절약 정책을 내어놓았다. 또한 에너지관리공단이라는 공기관을 출범시켜 에너지 효율화 시책을 담당하게 하였다. 그 덕분에 우리나라 국민 모두 에너지 절약이 생활에 스며들어 일종의 깐부가 되었다. 그리고 한동안 에너지정책 1번은 언제나 효율화였다. 그러나 지난 21세기 25년간 에너지 자급, 해외자원개발, 에너지전환 등 공급 부문의 정책은 꾸준히 발표되었지만 에너지 절약이나 효율화 정책은 점점 뒤로 밀려 이제는 논의의 주제가 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5년 전 에너지기본계획이 더 이상 법적 정부 계획이 아니게 되면서 에너지 효율화를 제대로 다룰 공간과 제도가 줄어들고 말았다. 여전히 에너지의 9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지만 국내 정책에서 에너지 효율화나 이용 합리화 정책은 진부한 옛날 주제로 여겨지고 있지만 정책에 담기는 해야 하는 하나의 요식행위가 되었다. 에너지 효율화 정책이 깐부에서 꼰대로 변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경제정책 및 산업정책의 수립 과정에서 본받고 따라온 제조업 강국으로 독일과 일본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이 두 나라는 모두 에너지 절약에 진심이다. 독일은 대표적인 산업 부문 에너지 절약 정책인 LEEN (learning energy efficiency network)를 21세기 들어서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독일은 이미 2천여 개의 중견, 중소기업이 해당 정책의 혜택을 받고 에너지를 절감하고 있다. 일본은 어떤가.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에너지 효율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에너지집약도(사용량/GDP)에서 우리나라는 일본과 에너지 효율에서 크게 뒤처져 있다. 한국은 에너지집약도가 1980년 0.27, 2023년 0.16으로 크게 좋아졌으나 일본은 1980년 0.15, 2023년 0.08로 더 좋아졌다. 한국의 경제가 크게 발전하여 1인당 국민소득 수준은 일본과 어깨를 겨루게 되었으나 에너지 효율은 지난 40년간 일본의 절반 수준에서 전혀 간격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에너지 효율 정책으로 선샤인(sunshine) 정책을 들 수 있다. 정부가 매년 다양한 가전제품의 에너지 효율을 조사하여 순위를 발표하는 단순한 정책이다. 그런데 일본 국민은 이를 적극 참조하여 최고 효율을 가진 제품을 구매하여 사용한다. 그 구매 정도가 매우 높아 일본 기업들은 최고의 에너지 효율 제품을 생산하기 위하여 치열하게 경쟁하게 되고 말이다. 모두 에너지 효율화에 진심이다. 우리에게 이들 두 나라는 에너지 절약 정책에서는 넘사벽이 되어 버렸다.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구매 시 색상이나 크기에 더 고심한다. 건물 역시 에너지 효율이 매우 낮다. 최근에도 우리나라 건물의 면적당 에너지사용량은 매년 증가 중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정부의 건물 정책이 에너지 효율화보다는 스마트시티, 혁신도시 등 첨단 ICT 기술을 접목한 도시 개발에 중점을 두어왔기 때문이다. 건물 부문의 에너지 효율 이슈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에도 구조적인 문제를 초래한다. 지금 짓는 건물은 2050년 탄소중립 달성 시점까지 계속 존재할 것이기에 잘못하면 수명이 되기도 전에 부수고 다시 지어야 하는 좌초자산(stranded asset)이 되고 만다. 다행히 이번 새 정부에서는 에너지 효율화 분야에 관심이 높은 것 같다. 히트펌프를 크게 육성하고자 한다거나 건물의 에너지 효율화에 대한 논의가 높아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현장의 에너지 효율 기술혁신, 그리고 자발적 참여를 통한 가정과 건물 에너지 효율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에너지 효율화를 다시 살리기 위한 첫발을 잘 디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만 다음은 국민과 기업이 실제로 절약과 효율화에 나서게 하는 인센티브를 강화할 차례이다. 정부는 민간단체와 함께 효율화 홍보활동을 활발히 시행하여 국민의 동참을 호소하고 인센티브 강화로 변화를 유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분명한 것은 국민과 함께 할 수 있는 에너지 효율화 정책을 통하여 그 혜택이 온전히 국민의 몫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허은녕

중부발전, ‘2025 CSR 필름 페스티벌’ 고용노동부 장관상

한국중부발전(사장 이영조)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영상으로 공유하는 '2025 CSR 필름 페스티벌' 어워드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CSR 필름 페스티벌은 기업이 실천하는 사회적 책임(CSR) 활동을 영상 콘텐츠로 제작해 공유해 모범사례를 확산하고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마련된 국내 유일의 CSR 영상 공모전이다. 매년 사회적 가치 창출, 지역사회 상생, 환경, 동반성장 등 다양한 분야의 우수사례를 심사해 정부 부처 장관상 등을 수여하고 있다. 이번 페스티벌에서 중부발전은 협력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 교두보 마련을 돕는 동반성장 활동과 지역사회 취약계층 지원 등 다각적인 사회적 책임 실천 노력을 영상에 담아 출품했다. 해당 영상은 딱딱한 설명 위주의 홍보 방식에서 벗어나, 대중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과 영상미를 갖췄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중부발전의 젊은 직원들로 구성된 사내 콘텐츠 제작 그룹인 'KOMIPO 크리에이터'가 기획부터 촬영, 편집까지 전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참신한 감각으로 회사의 상생 노력을 진정성 있게 전달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얻었다. 이영조 한국중부발전 사장은 “이번 수상은 한국중부발전이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사회적 가치 창출 노력을 영상 콘텐츠를 통해 국민들께 전달하려는 진정성이 인정받은 결과"라며, “앞으로도 국민과 지역사회가 체감할 수 있는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이를 다양한 콘텐츠로 널리 알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선도하는 모범적인 공기업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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