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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신호등] 벼랑 끝 지구…행동과 재원의 격차를 메울 수 있을까

지난 10일부터 브라질 북부 아마존의 관문 도시 베렝에서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열리고 있다. 오는 21일까지 이어질 COP30은 단순히 국제회의가 아니다. 인류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회의다. COP30을 전후해 유엔환경계획(UNEP)와 세계기상기구(WMO) 등 주요 국제기관과 연구기관, 학술단체 등에서는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에너지, 생태계 문제를 짚은 과학 보고서를 쏟아냈다. 다양한 보고서가 내놓고 있는 메시지는 한결같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경고가 아니고, 지구는 이미 벼랑의 끝자락에 서 있다는 내용이다. 이들 최신 보고서 내용을 하나로 연결하면 ▶점점 더 많이 내뿜는 온실가스 ▶관측 사상 가장 뜨거운 지구 ▶약화하는 생태계의 복원력 ▶심화되는 기후 불평등 ▶심각한 적응·재원 격차라는 큰 그림이 그려진다. 이는 기후 위기 대응에서 말뿐인 합의나 목표 상향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COP30은 각국이 실제적으로 행동을 가속화하고, 지연된 이행을 만회할 구체적 조치와 재원 동원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회의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지속적인 증가 14일 발표된 글로벌 탄소 프로젝트(GCP)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에서 사용한 화석연료와 시멘트 생산에 발생한 이산화탄소는 지난해보다 1.1% 증가해 사상 최고인 381억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끈질긴' 증가세다. 특히, 미국은 감소세에서 증가세로 돌아서서 2024~2025년 배출량이 2% 증가해 전 세계 배출량 증가의 약 40%를 차지했다. 반면 중국은 0.4% 증가하는 데 그쳐 배출량이 정점에 도달했을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35개국은 지난해보다 화석연료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태양광 발전의 부상은 고무적이다. 2015년 전 세계 발전량의 1%에 불과했던 태양광은 2025년 상반기 8.8%로 성장했다. 전력 공급량은 10년 사이에 약 10배 이상으로 늘었다. ◇1.5℃ 목표에 근접: 지구는 이미 뜨겁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COP30 개막을 앞두고 “우리가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하로 억제하는 데 실패한 건 냉정한 현실"이라며 “이는 도덕적 실패이자 치명적인 과실"이라고 비판했다. WMO는 2024년을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로 기록했다.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55°C 상승했고, 이는 인류가 피해야 할 위험 경계선인 1.5°C를 일시적으로 넘었다. 2025년 1월부터 8월까지의 전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42°C 상승, 2025년은 역대 두 번째 또는 세 번째로 더운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해양 열파(marine heatwave)는 세계 산호초의 84% 이상에 영향을 미쳤다. 이는 생태계에 국지적 피해를 주는 수준이 아니라, 지구적 생명 순환과 어업 생산, 연안 경제를 흔드는 문제다. 산호의 소멸은 곧 수십억 인구의 식량 문제, 연안 지역 관광·어업 경제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다른 생물종의 피해도 심각하다. 3500종 이상의 야생 동물이 기후변화로 인해 위험에 처해 있는데, 기후 관련 동물 개체수 붕괴의 새로운 증거가 확인됐다. 육상 탄소 흡수원도 크게 약화되었다. 2023년 전 세계 산림 손실은 2800만 ㏊로 전년도에 비해 24% 증가했다. 이는 지구가 스스로 온실가스를 흡수할 능력을 잃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엘니뇨 및 대형 산불로 인해 육상 생태계는 오히려 탄소 배출원으로 전환되는 위험한 상황에 진입하고 있다. 과학계는 이러한 현상들이 누적될 경우, 지구가 '사우나 지구' 상태로 진입할 가능성을 경고한다. 즉, 인간의 정책 개입으로 다시 되돌리기 어려운 지점, 이른바 기후 티핑포인트(tipping point)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 실질적인 감축 전략 이행해야 할 때 파리 기후 협정은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C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2% 감축해야 한다. 실질적인 감축 전략을 마련해서 이행에 들어가야 한다. ① 화석연료 단계적 감축: 석탄·가스 발전은 여전히 전 세계 전력 생산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화석 연료의 신속한 단계적 폐지는 기후 완화에 가장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태양광 및 풍력과 같은 재생 에너지원은 2050년까지 전 세계 전력의 최대 70%를 공급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COP28에서 세계 각국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3배로 확대하고, 에너지 효율 개선 속도를 2배로 향상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를 위해서는 전력망 확충·에너지 저장장치 확보·전기화 전환 등 연쇄적 정책 변화가 요구된다. ② 산업 부문의 탈탄소화: 철강·시멘트·석유화학 등 배출집약 산업은 '감축이 어려운 부문'이다. 이 분야에서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수소환원제철 ▶탄소 포집·저장(CCUS) ▶공정 효율 최적화 ▶대체 소재 전환 같은 기술 혁신과 금융 지원이 동시에 필요하다. 탄소 직접 제거(CDR) 기술과 CCUS의 확대는 신속한 배출량 감축을 보완하기 위해 필요하다. 특히 감축하기 어려운(hard-to-abate) 부문의 배출량을 처리하고 기후 위험을 줄이는 데 중요하다. ③ 자연 기반 해법(NbS): 각국은 NDC 보고서에서 조림 및 재조림, 산림 관리 개선, 산림 파괴 감소 등을 잠재력을 가진 저비용 기후변화 완화 옵션으로 보고했다. 산림·습지 보전, 맹그로브 복원, 이탄지 보호는 연간 최대 10기가톤(Gt CO₂eq,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값. 1Gt=10억톤) 감축 가능한 저비용·고효율 전략이다. 10Gt, 즉 100억톤은 전 세계 연간 배출량의 약 25%에 해당한다. 그러나 현재 산림 파괴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보호보다 개발이 경제적으로 유리한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 적응: 더 이상 '예방'이 아닌 '생존 인프라' 기후 변화는 단지 환경 문제가 아니라 보건·식량·물·안보·경제 전반을 위협하는 복합 위기다. 폭염은 심혈관 사망률을 높이고 가뭄은 수자원·농업 생산성에 직접 타격을 주며 집중호우는 도시 기반시설과 주거 안전을 위협한다. 가속화하는 기후 영향에 비추어 볼 때, 적응 행동은 여전히 불충분한 수준이다. 하지만 적응에 투자하는 것은 기후 영향 비용을 크게 줄이고 회복력을 높일 수 있다. 해안 보호에 1달러를 투자하면 최대 14달러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의 적응 재원 수요는 연간 3100억~3650억 달러(450조~532조 원)이지만, 실제 지원은 260억 달러 수준에 그치고 있다. 즉 12배 격차가 존재한다. 적응은 '선택할 수 있는 정책 옵션'이 아니라, 지금 당장 구축해야 하는 안전망이다. 적응 노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계획 및 이행 일관성 강화 ▶취약 부문 우선순위 지정 ▶다중 위험 조기경보 시스템 확대 ▶제도적 역량과 거버넌스 구조 구축 ▶기후 위험 증가 초래할 행동 회피 등이 이뤄져야 한다. COP30에서는 전 세계 적응 목표(GGA)의 이행을 추적하기 위한 지표 채택이 논의될 예정이다. ◇기후금융: 행동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변수 기후 대응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자금 조달 구조다. 2024년 전 세계 은행의 화석연료 산업 대출 규모는 6110억 달러였고, 세계 각국은 모두 9560억 달러 규모의 화석연료 보조금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를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기존 오염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모순된 상태다. COP29에서 새로운 기후 금융 목표(NCQG)를 합의했는데, 2035년까지 최소 연간 3000억 달러의 기후 금융을 목표로 하지만, 이는 개발도상국의 필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COP30에서는 이를 확장해 2035년까지 기후 재원을 최소 1조3000억 달러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바쿠-벨렘 로드맵(Baku to Belém roadmap)'이 논의되고 있다. 이 로드맵은 ▶보조금·양허성 금융 확대 ▶개도국 부채 상환 부담 완화 ▶민간·공공 금융 동원 경로 전환 ▶기후 관련 위험 공시 및 금융 시스템 개혁 등을 포함한다. 이와 관련 개도국의 손실 및 피해 위한 자금은 새롭고 추가적이어야 하고, 민간 금융으로 대체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양허성 금융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양허성 금융은 이자율이 매우 낮거나, 상환 기간이 길고, 일부 또는 전액을 갚지 않아도 되는(무상지원 또는 일부 탕감) 형태의 국가 또는 국제기구가 제공하는 공적 금융 지원을 말한다. ◇국제 흐름 속 한국의 과제와 향후 역할 한국은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53~61% 줄이겠다는 내용의 NDC를 유엔에 제출할 예정이다. 산업계의 불만이 고조되는 것처럼 결코 쉬운 목표가 아니다. 한국은 철강·시멘트·석유화학 등 배출집약 산업의 비중이 높다는 구조적 특징이 있다. 따라서 감축을 위해서는 전환 금융(transition finance), 즉 산업이 실제로 변화할 수 있도록 비용과 시간을 지원하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재생 에너지 등 친환경 분야 뿐만 아니라, 청정 기술이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거나 비용 경쟁력이 낮은 배출 집약적 부문의 기업의 녹색 전환을 돕는 데 필수적이다. ▶철강: 수소환원제철·전기로 전환 ▶시멘트: 에너지 효율 개선·탄산화 공정 적용 ▶발전: 재생에너지·저탄소 가스·ESS 확충 ▶농업·도시: 기후 적응형 인프라 구축 등이다. 이는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발표하면서 함께 내놓았던 기술적 제도적 해법과 맥을 같이 한다. ◇COP30: 이제는 행동의 속도를 높일 때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언젠가 대응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도 산호는 하얗게 죽어가고, 도시의 여름은 해마다 더 뜨거워지며, 농업과 식량 체계는 취약해지고 있다. 지금 우리가 선택하는 행동의 속도는 미래 세대가 살아갈 지구의 상태를 결정하는 변수가 된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며, 목표가 아니라 이행, 그리고 약속이 아니라 재원이다. COP30은 그 본격적인 실행을 시작해야 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현재 각국의 정책으로는 파리 기후협정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진 만큼, 모든 국가, 특히 주요 배출국들은 감축 목표를 대폭 상향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COP30은 과학적 경고를 구체적인 협력 및 가시적인 결과로 전환해야 하는 분수령이 돼야 하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이원희의 기후兵法] 기후부 출범 한달, 진짜 실력을 보여줘야 할 때

14일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을 맞았다. 국정감사도 끝난 만큼 이제는 '에너지전환'이라는 난관을 넘어설 실력을 보여줘야 할 시점이다. 그러나 기후부가 당면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재생에너지 사업성 악화와 전환정책의 실행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이 밝힌 2030년 재생에너지 100기가와트(GW) 목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시한 2030년 78GW 달성도 결코 쉽지 않다. 이는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2018년 대비 53~61% 감축)에 앞서 2030년 NDC(2018년 대비 40% 감축)를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다. '에너지 고속도로'라는 대규모 송전망 구축은 첫 준공도 2030년 이후로 예상되는 만큼, 당장 영향력이 큰 분야는 전력시장 개편과 재생에너지 조달 정책이다. 실제로 NDC 달성에서 신규 재생에너지 확보량이 핵심인데, 현재 신규 발전 확보의 주요 수단인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고정가격계약이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점이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태양광·풍력의 고정가격계약 미달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는 입찰 상한가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고정가격계약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한국전력 및 대규모 발전사와 20년간 고정된 가격으로 계약을 맺는 제도로, 현물시장처럼 가격이 실시간 변동되지 않아 안정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이다. 그러나 사업자들이 고정가격계약 대신 현물시장에 의존하면서 재생에너지 전력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태양광 부문에서는 올해 상반기 원래 공모 물량이 약 1000MW였지만 실제 참여는 46MW 수준에 그쳐 미달률이 95%를 넘겼다. 지난 2021년 한 해 총 공모 물량이 4250MW인 것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입찰 상한가가 낮게 책정돼 현물시장 대비 수익성이 떨어지고, 전력시장 정산제도 개편 시점과 맞물린 전력단가 변동 위험이 커진 것도 참여 저조의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태양광 고정가격계약 상한가는 1킬로와트시(kWh)당 155.7원 수준으로, 지난달 현물시장 월평균 판매단가(전력도매가격+REC 가격) 184.8원과 비교하면 15.7%(29.1원) 낮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고정가격계약 상한가를 억제하는 상황에서 사업자는 현물시장이 아닌 고정가격계약을 체결한 유인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금리 상승 △공사비·자재비 급등 △계통 접속 지연 △이격거리 조례 등 복합적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상한가까지 낮게 유지되면 고정가격계약에 참여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결국 상한가는 전기요금 부담을 관리하려는 정부와 수익성을 확보해야 하는 업계 사이에서 갈등 지점으로 굳어지고 있다. 풍력도 사정은 비슷하다. 풍력은 초기 투자비가 크기 때문에 고정가격계약 체결 자금조달의 사실상 필수 요건이다. 지난해 육상풍력 고정가격계약에서는 공고 물량(300㎿)보다 적은 199㎿(6개)만 입찰에 참여해 전량 선정됐다. 미달률은 30%를 넘겼다. 일부 육상풍력 업계는 kWh당 177원 이상은 돼야 수익성이 맞는다고 주장하지만, 상한가는 2022년 169.5원 → 2023년 167.78원 → 2024년 165.14원으로 3년 연속 하락했다. 게다가 한국전기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전기공사비지수는 2020년(100)에서 올해 8월 기준 139.15까지 상승하며 원가 부담이 커졌다. 원가 반영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업 중단·지연은 불가피하다. 육상풍력 업계에서는 상한가 인상이 어렵다면 산불 방화선·소방차 진입도로 역할을 하는 점을 고려해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반면 해상풍력은 다소 다른 흐름을 보였다. 올해 상반기 공공주도형 입찰(500㎿)에는 총 4개 사업이 689㎿를 제출해 전량 낙찰됐다. 반면 일반형(민간 응찰) 750㎿ 규모 공고에는 2개 사업이 총 844㎿를 냈지만 한 개도 선정되지 않았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하반기 재공고를 예고했지만, 기후부는 국방부 등 관계부처 협의 이후 확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업계에서는 올해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사실상 올해 안 하반기 공고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한 풍력업계 전문가는 “해상풍력특별법이 아직 시행되지 않아 부처 간 인허가 문제가 정리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공고가 다소 밀리더라도 내년 초에는 충분한 물량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시장 개편을 준비 중인 만큼, 사업자에게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기후부는 현물시장 폐지를 포함한 RPS 폐지와 재생에너지 경매제도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경매제도는 지난 정부서부터 추진돼온 만큼 이번에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기후부의 핵심 과제는 경매제도 전환과 함께 적정 상한가 제시를 통해 고정가격계약 흥행 실패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 또한 한전이 직접 구매하는 방식 외에도 일반 기업들이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달성을 위해 발전사업자와 전력구매계약(PPA)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PPA도 장기간 고정가격 계약이라는 점에서 고정가격계약과 유사한 구조다. 국산화도 숙제다. 태양광·풍력 국산 기술 비중 확대를 내세웠지만, 고정가격계약 자체가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고정가격계약 하의 태양광 탄소인증제·풍력 안보 가점제 등의 효과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재생에너지 설치를 막는 지방자치단체의 이격거리 조례도 여전히 발목을 잡는다. 이격거리 조례는 주거지·도로 등으로부터 일정 거리 이상 재생에너지를 설치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기후부와 국회가 법 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지역 주민 갈등 조정 등 넘어야 할 절차가 많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급자 입장에서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정책을 펼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전기소비자들을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택중 RE100협의체 의장은 지난 13일 열린 '2025 한국RE100컨퍼런스'에서 “기후위기 대응은 우리가 늦추고 모른 척할 수 있는 이슈가 아니다. 그 중심에는 재생에너지가 있다"며 “우리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전력을 저렴하고 편하게 구매할 수 있어야 된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학령기 독감 유행…서울시 예방접종 등 당부

서울시가 최근 학령기 연령대를 중심으로 인플루엔자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예방접종과 마스크 착용 등 예방 수칙을 실천해달라고 15일 당부했다. 이날 인플루엔자 표본 감시 결과에 따르면 최근 4주간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발생이 계속 늘면서 11월 1주 기준으로 1000명당 50.7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주(22.8명) 대비 2배가 넘는 수치다. 또 작년 이맘때(4.0명)와 비교하면 무려 12배 이상에 달하는 규모다. 전 연령층에서 환자 발생이 증가한 가운데 특히 7∼12세(138.1명), 1∼6세(82.1명), 13∼18세(75.6명) 순으로 환자 발생이 많아 학령기 중심으로 확산세가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인플루엔자 감염을 줄이고 중증화 위험을 낮추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예방접종'을 강조하고, 시민들의 접종 참여를 권고했다. 무료 접종 대상은 6개월∼13세 어린이, 임신부, 65세 이상 어르신이다. 신분증 등 증빙서류를 지참해 주소지와 관계없이 가까운 위탁의료기관이나 보건소를 방문하면 접종할 수 있다. 접종 가능 기관은 예방접종 홈페이지나 관할 보건소에서 확인 가능하다. 11월 둘째주 기준 서울시의 어린이·임신부 예방접종률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4.0%p, 5.3%p 상승해 54.8%와 60.3%를 기록했다. 65세 이상 접종률은 작년과 69.5%로 유사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송은철 서울시 감염병관리과장은 “지금부터 예방수칙을 생활화하는 것이 인플루엔자의 겨울철 확산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생활 속 예방법 홍보와 고위험군 안내를 강화해 확산 차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울산 사고 작업업체 코리아카고 “사고 원인 몰라”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가 붕괴하면서 7명이 숨진 가운데 사고 당시 발파 해체 작업을 맡았던 코리아카코가 15일 “사고 원인을 추정하기 어려워 답답하다"고 밝혔다. 이날 코리아카코는 울산화력발전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지 9일 만이다. 코리아카코는 보일러 타워 4·5·6호기 해체공사 시공사인 HJ중공업이 발파 해체 작업 도급을 내준 업체다. 석철기 코리아카코 대표는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예상치 못한 비극을 겪는 유가족께 무거운 마음으로 사과와 위로를 전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석 대표는 “유가족 지원에 최선을 다하고, 수사기관 요청을 포함해 원인 규명에 필요한 절차에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코리아카코 측은 취재진 질의에 대해 '수사 중이어서 답변이 곤란하다'고 말하는가 하면, 일부 사안에 대해선 부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추정하는 사고 원인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추정할 수 없어 우리도 답답하다"고 답했다. '위험한 작업에 왜 정직원은 1명 뿐이고, 나머지는 계약직이 투입됐느냐'는 질문에 “평소 우리 직원들과 지속해서 일했던 기능공들이고, 일부 일용직은 화재 감시나 신호 등 업무를 맡았다"고 주장했다. 또 “사고 당시 타워 25m 지점에서는 일부 취약화 작업(대형 구조물 철거 때 목표한 방향으로 쉽게 무너질 수 있도록 기둥과 철골 구조물 등을 미리 잘라놓는 것)과 함께 방호재를 설치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며 “시공은 구조검토서대로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와이어를 연결한 전도 공법이 안전 측면에서 낫다는 의견이 있다'는 비판에 대해선 “와이어는 사람이 설치하기 위해 대상물에 직접 올라가고 다가가야 해서 발파 해체 공법이 훨씬 안전하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또 회사 측은 '왜 (하부 기둥이 아닌 높이) 25m 지점에서 취약화 작업이 이뤄졌는지', '현장에 감리가 있었는지', '외부에서도 취약화가 가능한데 왜 내부로 인력을 투입했는지' 등의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한편 이달 6일 오후 2시 2분경 울산화력발전소에서 가로 25m, 세로 15.5m, 높이 63m 규모 보일러 타워 5호기가 붕괴해 당시 현장에 있던 코리아카코 소속 작업자 9명 중 7명이 매몰돼 모두 숨졌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기후테크] 드넓은 사막, 지구 살리는 CCS 중심지가 될 수 있다

사막 생태계는 오랫동안 생물이 살 수 없고, 아무 쓸모도 없는 땅으로 잘못 인식돼 왔다. 하지만 최근 연구들은 지구 육지 면적의 약 33%를 차지하는 사막이 기후변화를 완화시키는 전략에 있어 필수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즉, 온실가스 포집 저장(CCS)를 수행할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신장위구르 생태지리연구소와 사우디아라비아 킹 칼리드 대학 등의 연구팀이 최근 '생물학 리뷰즈(Biological Reviews)'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문제를 상세히 다루고 있다. ◇사막 CCS의 과학적 가능성 사막이 CCS에 유용하다고 평가받는 핵심적인 과학적 이유는 저장소에 적합한 지질학적 특성과 생태계의 고유한 탄소 순환 메커니즘에 있다. CCS는 주로 고정된 배출원에서 CO2를 포집해 안전하게 지하에 저장하는 방법인데, 사막 지역은 이러한 저장소로 효율적일 수 있다. 사막 아래에는 종종 깊은 염수 대수층(deep saline aquifers)과 고갈된 석유 및 가스 저장소와 같은 적절한 지질학적 구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는 CO2를 안전하게 지하에 주입하고 장기간 보관하는 데 필요한 조건을 제공한다. 자연적 탄소 광물화(mineralization)도 일어날 수 있다. 사막은 유기물 함량이 낮지만, 그 건조한 조건 덕분에 탄소가 분해되는 속도가 느려 장기간 보존이 용이하다. 특히 사막 토양은 CO2와 화학적으로 반응해 안정적인 형태(탄산염)로 변환할 수 있는 광물을 포함하고 있다. 의도적인 개입을 통해 이 자연적인 광물화 과정을 촉진하는 것은 사막 환경에서 장기적인 탄소 저장의 실행 가능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사막의 특성을 활용한 새로운 기술들도 주목받고 있다. 강화된 풍화작용 (enhanced weathering)의 경우 현무암이나 감람석과 같은 규산염이 풍부한 암석 가루를 미세하게 분쇄해 사막 토양에 살포하면 대기 중 CO2를 안정적인 탄산염 광물이 만들어진 화학 반응이 가속화된다. 이는 수천 년 규모의 장기적인 탄소 저장을 가능하게 한다. 사막에서 해조류를 재배한 다음 수확해서 땅속에 묻는 것도 탄소 격리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염수나 해수를 이용해 얕은 연못에서 해조류 혹은 염생식물을 재배할 경우 높은 태양 복사열 아래에서 뛰어난 광합성 속도로 CO2를 포집할 수 있다. 수확된 바이오매스는 매립하거나 바이오 숯으로 변환해 장기 저장할 수 있는데, ㏊당 연간 최대 15~40톤의 CO2를 포집할 수 있는 고밀도 포집 잠재력을 가진다. 이와 함께 사막에 대규모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그 아래에 식물을 재배하는 영농형 태양광 도입도 가능하다. 패널 아래 그늘에는 가뭄에 강하거나 질소 고정 식물을 심어 토양 안정성을 개선하고, 식물을 통한 탄소 격리를 촉진할 수 있다. 사막 지역의 태양광 패널 아래 식생은 식물 종과 토양 조건에 따라 ㏊ 당 연간 2~5톤의 CO2를 포집할 수 있다. ◇경제성 확보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사막 CCS는 과학적 잠재력이 크지만, 실제 구현에는 비용 효율성과 환경적 제약을 극복해야 한다. 먼저 경제적 타당성 측면에서 볼 때, CCS 프로젝트는 상당한 초기 투자를 필요로 하는데, 경제적 생존력은 탄소 가격 책정 메커니즘, 정부 인센티브, 탄소 포집 기술 비용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 사막 지역은 풍부한 태양광을 활용해 태양광 발전과 같은 신재생 에너지원을 이용함으로써 포집 공정이나 기타 CCS 운영에 필요한 에너지를 조달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사막 CCS 프로젝트는 탄소 상쇄(carbon offsetting) 기회를 제공해 배출 기업들이 배출량을 상쇄할 수 있게 함으로써 경제적 유인을 창출한다. CCS 이니셔티브는 일자리 창출, 인프라 개발, 재생 에너지 배치를 통해 사막 지역의 경제 성장도 촉진할 수 있다. 하지만 물 부족 문제는 뛰어넘어야 할 가장 큰 제약이다. CO2 포집 기술은 물 집약적일 수 있으며, CCS 기술의 물 발자국은 CO2 포집 톤당 0.74㎥에서 최대 575㎥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CCS 운영을 위한 지속가능한 수자원 확보가 중요한 난관이다. 당장 사막이기 때문에 물을 구하는 게 쉽지 않다. 또한, CCS 인프라 구축에는 높은 에너지 소비가 수반되므로, 신재생 에너지원의 활용이 필수적이다. 강화된 풍화작용을 위해 암석을 분쇄하고 운송하는 데 높은 에너지 비용이 들어간다. ◇국토 좁은 한국에는 전략적 기회: 국제 협력 모델 한국처럼 국토가 좁아 국내에 대규모 CCS 시설을 구축할 공간이 제한적인 국가에게 사막 지역의 CCS 잠재력은 전략적인 협력 기회를 제공한다. 사막은 넓은 공간과 CCS 인프라 구축에 적합한 지질학적 특징을 제공하므로, 한국은 사막 국가와 협력해 CCS 사업을 추진하고, 그 결과로 발생하는 탄소 감축 성과나 배출권을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 사막 CCS 프로젝트를 통해 얻는 탄소 상쇄는 국제 사회가 파리 기후 협정에 따른 지구 온난화 제한 및 탄소 중립(Net-Zero)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기여한다. 한국의 기업이나 정부가 사막 국가에 CCS 기술(예: 태양광 기반 포집 시스템)을 투자하고 구축할 경우 다양한 이점을 가진다. ▶감축 성과 확보: 사막 지역의 CCS 프로젝트는 기업들에게 배출량을 상쇄할 수 있는 탄소 상쇄 기회를 제공한다. ▶기술 혁신 촉진: 혹독한 사막 환경에서 CCS를 개발하는 과정은 탄소 포집, 저장 및 활용 기술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개발 지원: 이러한 이니셔티브는 국제 협력 및 지식 교환을 촉진해 사막 국가의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 달성(예: 일자리 창출 및 인프라 개발)을 지원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탄소 저감 기술 및 자본을 제공하고, 사막 국가는 광활한 토지와 지질학적 저장 공간을 제공하는 형태의 국제 협력 모델이 가능하다. 이 모델은 양측 모두에게 기후 변화 완화와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유망한 미래 전략으로 평가할 수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미세·나노플라스틱, 면역세포와 상호작용…뇌 기능에 영향 미칠 수도

잘게 부서진 미세플라스틱이나 나노플라스틱이 인체에 들어오면 면역세포와 상호작용하고, 면역세포 내부로 침투해 면역세포의 신호전달 체계를 변화시킬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세플라스틱은 지름 5㎜ 이하의 플라스틱 조각을, 나노플라스틱은 1㎛(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보다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말한다. 연세대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현영민 교수는 지난 13일 부산 서구 원덤그랜드부산 호텔에서 열린 한국환경한림원 원탁토론회에서 첫 주제 발표를 통해 이 같은 견해를 내놓았다. 한국독성보건학회 40주년 기념 추계 학술대회의 일부로 열린 이날 토론회 주제는 '미세-나노 플라스틱 무엇이 문제인가, 어떻게 할 것인가?'였다. 현 교수는 “미세플라스틱이 식도나 기도를 통해 인체에 유입되면 혈관질환을 비롯한 다양한 질환을 악화시킨다"면서 “식도로 유입된 미세플라스틱은 뇌를 비롯한 다양한 장기에 도달히고, 특히 면역세포의 기능에 변이를 유발한다"고 말했다. 특히, 면역세포 중에서도 호중구(neutrophil)이나 대식세포(macrophage)는 미세플라스틱과 반응하고, 미세플라스틱이 이들 면역세포 표면에 달라붙거나 세포 내로 들어가는 것이 확인된다는 것이다. 현 교수는 “장기에 도달한 미세플라스틱과 면역세포가 반응하면, 미세플라스틱이 면역세포의 기능에 영향을 미쳐 면역반응을 교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현 교수는 미세·나노플라스틱이 뇌에 쌓여 뇌 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면서 “사람의 뇌 각 부위에 분포하는 미세플라스틱을 검출,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권정한 교수는 두 번째 주제발표에서 “플라스틱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플라스틱에 첨가되는 화학물질의 영향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플라스틱컵이나 종이컵의 코팅, 플라스틱 도마 등을 사용할 때도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되는데, 미세플라스틱노출을 줄일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시민에게 제공할 필요도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한국환경연구원 환경보건연구실 박정규 선임연구위원은 “국제 사회에서는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기 위한 협약을 마련하고 있지만,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플라스틱 첨가제 문제가 논의 대상에서 빠졌다“며 아쉬워했다. 건국대 환경보건과학과 안윤주 교수는 “미세·나노플라스틱은 생태계의 문제이자 인류 건강의 문제"라면서 “토양과 물, 공기 등 환경 매체별로 표준화된 시료 채취와 분석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세플라스틱 문제와 미세먼지 문제가 별개가 아닌 만큼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김수진 환경건강연구부장은 “미세·나노플라스틱 문제는 환경 뿐만 아니라 산업과 보건 등 다양한 영역에 걸친 복합적인 문제이므로, 관련 부처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기후부 환경보건정책국을 중심으로 부처 간의 협력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가스공사, 중부발전 인천화력과 개별요금제 계약

한국가스공사(사장 최연혜)는 14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센터에서 한국중부발전(사장 이영조)과 발전용 개별요금제 천연가스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과 이영조 중부발전 사장을 비롯한 양사 관계자 20여 명이 참석했다. 이 계약으로 가스공사는 2027년부터 2036년까지 10년간 인천복합화력발전소 2·3호기에 연간 20만 톤, 전체 200만 톤 규모의 천연가스를 공급한다. 가스공사는 국내 최고 수준의 가격 경쟁력과 공급 안정성을 기반으로 올 6월 서부발전과 9월 남부발전에 이어 중부발전도 새로운 개별요금제 고객으로 유치했다. 개별요금제는 천연가스 수급 안정과 시설 이용률 향상을 통한 공급비용 인하를 위해 2020년 도입됐다. 특히, 중부발전은 인천복합화력발전소가 수도권 전력 생산의 중추 역할을 맡는 핵심 발전시설이라는 점에서 공급 안정성과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개별요금제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스공사는 현재 연간 약 360만 톤의 누적 매매계약 물량을 달성했으며, 앞으로도 개별요금제 공급을 계속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은 “이번 계약은 양사 모두의 운영 효율성을 제고하고 국민께 더 큰 혜택을 드리는 매우 의미 있는 발걸음이자 새로운 에너지 협력의 미래를 여는 소중한 출발점"이라며 “앞으로도 가스공사는 글로벌 천연가스 시장 경쟁력과 국가 공급망의 안정성 강화는 물론, 신사업 분야 역량을 활용한 탄소중립 에너지 포트폴리오 구축에도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출범 5개월’ 李정부, 공공기관장 물갈이 본격화

이재명 정부 출범 5개월째를 맞으면서 주요 공공기관장 교체가 본격화되고 있다. 에너지 분야 공공기관장도 속속 교체되고 있는 가운데 신임 사장으로 가스공사는 문재인 정부 시절 산업부의 차관급 인사가, 한수원은 원전 진보단체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 14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최근 한국관광공사, 예금보험공사, 한국가스공사, 에스알(SRT), 서민금융진흥원, 주택도시보증공사, 한국에너지공단, 국민연금공단의 신임 사장을 공모하는 공고가 올라왔다. 지난 6월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고 9월 정부부처 조직개편이 발표된 뒤 10월 추석연휴와 국정감사도 끝나면서 본격적으로 기관장 물갈이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관광공사는 지난해 1월 김장실 사장이 총선 출마를 위해 조기 퇴임하면서 1년 10개월 넘게 직무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8월과 올해 2월 공개모집 공고를 올렸지만 계엄 여파가 지속되면서 사장을 선임하지 못했다.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이달 10일부로 임기가 만료된 뒤 차기 사장 임명 전까지 직을 유지하고 있다. 예보 사장은 금융위원회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금융정책 방향을 조율하는 핵심 자리인 만큼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재부, 금융위 또는 내부 출신 등이 거론된다. 한국가스공사는 최연혜 사장이 오는 12월 10일부로 3년 임기가 만료된다. 최 사장은 임기 동안 부채율을 499%에서 375%로 낮추며 준수한 경영성적을 거뒀지만, 전임 정부 인사라는 점에서 재임까진 가지 못했다. 가스공사 신임 사장으로는 문재인 정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 마지막 차관을 지낸 박기영 차관과 박진규 차관, 그리고 내부 출신 등이 거론된다. 보통 산업부 차관급은 한전 사장으로 많이 갔으나, 한전이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관됨에 따라 가스공사도 유력한 행선지가 됐다는 평가다. 1200조원이 넘는 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공단의 차기 이사장도 뜨거운 관심이다. 공단은 지난 10월 22일부터 11월 5일까지 후보를 접수받아 현재 4배수까지 좁혀진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의 국민연금 운용 규모는 지난 6월 말 기준 총 적립금 1269조1355억원이며, 주식에 투자된 금액은 635조5734억원으로, 총자산의 50.1%를 차지했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차기 이사장 공모 접수가 지난 10월 30일 끝난 가운데 십여명이 지원해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재생에너지를 2030년까지 100GW로 늘릴 예정인 가운데, 공단은 신재생에너지센터를 통해 관리 및 진흥 업무를 맡고 있어 향후 재생에너지청으로 승격 전환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유력 후보로는 전 태양광단체 임원, 지역(울산) 정치인, 내부 센터장 출신 등이 꼽히고 있다. 현재 사장이 공석인 한국수력원자력도 이달 말에 공모에 나설 예정이다.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황주호 전 사장은 올해 8월 임기 만료 후 연장 중에 있었으나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불공정계약 논란이 일자 지난 9월 17일 사퇴했다. 한수원의 차기 사장으로는 원자력분야 진보적 단체의 기관장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도 김동섭 사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곧 차기 사장 공모에 나설 예정이다. 김 사장은 임기가 지난해 7월 종료됐으나, 동해심해가스전 프로젝트 완수를 위해 지금까지 연장돼 왔다. 하지만 1차 시추에서 매장량 발견에 실패하면서 추가 시추를 계속할지 상당히 불투명해진 상태다. 다만 석유공사의 프로젝트 투자유치 우선협상대상자로 글로벌 메이저 비피(BP)가 선정되면서 발견 희망의 불씨는 꺼지지 않은 상태다. 에너지업계 한 전문가는 “에너지 공공기관장은 기본적으로 해당 업의 전문성과 이해성을 바탕으로, 국제적 흐름을 읽는 눈과 국내 중앙정부 및 정치권과도 소통할 수 있는 정무성까지 겸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과총 회장 선거 1차 투표 통과…“23년간 과총 지켜온 책임감으로 결선 간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 회장 선거에서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가 후보추천위원회를 통과하며 결선에 올랐다. 과총 내부에서 23년 동안 편집인·이사·부회장·고문 등을 지내며 '과총을 가장 잘 아는 후보'로 꼽혀온 그는, 이번 결선 진출로 조직 정상화와 회원단체 중심 개혁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이 교수는 과학계는 물론 '에너지정책합리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공동대표를 역임하며 활발한 언론 기고와 발표를 통해 과학계와 에너지업계의 정책 조언에도 힘써 온 인물이다. 이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과총을 23년이나 드나들며 바닥부터 올라왔다. 과총의 현장과 구조적 문제를 누구보다 많이 봤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동안 과총의 리더십이 부끄러운 수준으로 무너져 버렸다"며, 과총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과총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화려한 말 잔치보다 실행 가능한 내부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2002년부터 과총 편집인, 이사, 부회장, 고문 등을 지내며 과총의 제도·조직·재정 문제를 가장 가까이서 경험해왔다. 그는 선거공보에서 “과총의 주인은 회원단체이며, 과총의 성장이 회원단체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과총 창립 60주년을 맞는 2026년을 '과총 재창립의 해'로 선포할 것을 제안하며, 미국 AAAS·영국 왕립학회처럼 국가 미래 전략을 제시하는 싱크탱크형 총연합회로 도약시키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이 교수는 공보에서 현재 과총에 대해 리더십 붕괴, 정체성 약화, 회원단체의 소외 등을 구조적 문제로 지적했다. 특히 그는 “과총은 회원단체의 역량을 기반으로 국가 미래를 설계하는 기구여야 한다"며, 이사회 중심 운영, 정관·규정 기반의 '법치적 운영 원칙' 확립 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선거공보에서 투명한 운영을 위해 △판공비 전면 폐지 △업무활동비 내역 공개 △기업 회원 유치를 통한 재정 자립 △ERP 기반 투명 재정 시스템 구축 등을 제시했다. 그는 “외부 간섭 없이 과학계의 목소리를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과총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지난 40년간 연구자, 과총 실무자, 학회장, 언론·사회 기구 경험까지 모두 갖춘 인물이다. 그는 △과총 편집인·부회장·고문(2002~현재) △대한화학회 및 기초과학학회연합회 회장 △대통령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국제화학올림피아드 국제운영위원장 △에너지정책합리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공동대표(2018~2024) △교수신문 편집인, KBS 시청자위원·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을 지냈다. 이 교수는 이를 바탕으로 “사회가 신뢰하는 과총, 과학정신을 구현하는 과총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오는 결선 투표에서 이 교수가 20년 넘게 구축해온 '과총 개혁 구상'이 회원단체들의 지지를 얻을지 주목된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시민환경단체 “고리 2호기 포함 노후 핵발전소 가동 중단해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지난 13일 고리원전 2호기 수명 연장을 결정한 데 대해 기후위기 시만행동과 탈핵시민행동, 종교환경회의 등 시민환경단체 등은 1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안위를 성토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이재명 정부와 원안위는 국민의 안전보다 핵산업의 이해를 앞세우는 바람에 부실한 안전성 검증과 중대한 절차적 하자에도 불구하고 고리 2호기의 수명 연장을 강행했다"면서 “이번 원안위의 허가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13일 원안위 전체회의에서는 재적 위원 6명 중 5명이 찬성하면서 수명 연장이 결정됐다. 시민단체들은 “총원 9명인 위원 중 3명이 공석인 상태이고, 특히 기술 전문 위원이 없는 상황에서 투표로 결정하는 바람에 안전성 검토는 부실했다"고 비판했다. 시민단체들은 또 원안위가 고리2호기의 '사고관리계획서'에 대한 심사에 앞서 수명연장에 필요한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서를 심사하려 시도했던 점은 중대한 절차상 하자라고 지적했다.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서는 사고관리계획서에 맞춰 작성하게 돼 있고, 중대사고를 반영하도록 돼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안위에 제출한 사고관리계획서에는 중대사고에 대한 평가가 빠져 있고, 드론·항공기 충돌 등 새로운 위협에 대한 대응책이 빠져 부실한 계획서라는 게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시민단체들은 “이런 부실한 사고관리계획서가 원안위 심사를 통과하지도 않았는데, 이 계획서를 바탕으로 작성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명 연장을 시도한 것은 문제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이 문제는 13일 원안위가 사고관리계획서를 먼저 심사하면서 해소됐지만, 사고관리계획서 심사 자체가 형식적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고리2호기의 영구 정지와 더불어 남은 9기의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 중단을 위해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는 등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준형 기후위기비상행동 집행위원은 “13일 원안위 회의를 방청했는데, 원안위 위원들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서 문제가 없다고 하니 됐다'는 식이었다"면서 “위원들이 꼼꼼하게 검토하기보다는 거수기 역할만 했다"고 비판했다. 이상현 녹색당 공동대표는 “이번 수명연장 결정은 날치기라고 밖에 얘기할 수 없다"면서 “산업계가 값싼 전기를 사용하는 비용을 공공에 전가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부산 기장군 고리 원자력 본부에 있는 고리2호기는 1983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해 40년의 설계수명 40년을 채운 뒤 2023년 4월 가동이 정지됐다. 이번 10년 수명 연장으로 2033년까지 가동할 수 있게 됐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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