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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포커스] 플라스틱 일주일 멀리했더니 화학물질 수치 절반으로 뚝

플라스틱은 현대인의 일상에서 뗄 수 없는 존재다. 생수병과 음식 용기, 전자레인지용 식품 포장재, 샴푸와 화장품 용기까지 하루 24시간 대부분 플라스틱과 맞대고 산다. 플라스틱 과다 사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만 문제가 되는것은 아니다. 플라스틱 속에 들어 있는 프탈레이트, 비스페놀 같은 화학물질이 음식과 음료, 피부 접촉, 공기 흡입 등을 통해 우리 몸 안으로 들어온다는 점이다. 이들 물질은 대표적인 내분비계 교란물질, 즉 환경호르몬으로 분류된다. 심혈관 질환, 대사증후군, 염증 증가, 인슐린 저항성, 호르몬 교란 등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가 꾸준히 보고돼 왔다. 그렇다면 정말 일상 속 플라스틱 노출을 줄이면 이러한 화학물질의 체내 농도도 빠르게 낮아질 수 있을까. 최근 호주 서호주대학교 연구팀이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국제 의학 저널인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연구진은 현대인이 일상적으로 노출되는 플라스틱 관련 화학물질을 생활 습관 변화만으로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를 검증했다. 그 결과, 단 7일 동안 '저(低)플라스틱 생활'을 실천한 결과, 소변 속 비스페놀A(BPA) 농도가 최대 60% 가까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참가자 전원에게서 플라스틱 화학물질 검출 연구진은 논문에서 “플라스틱 관련 화학물질은 거의 모든 사람의 체내에서 검출되고 있고, 음식은 가장 중요한 조절 가능한 노출 경로"라고 설명했다 . 연구팀은 먼저 호주 성인 211명을 대상으로 관찰 코호트(동일 집단) 연구를 진행했다. 참가자의 평균 연령은 43.1세였고 여성 비율은 58.3%였다. 모두 특별한 질환이 없는 건강한 성인이었다. 연구진은 참가자의 소변과 콧구멍 안 세척 시료를 분석해 플라스틱 관련 화학물질 농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모든 참가자가 최소 6종 이상의 플라스틱 관련 화학물질을 매일 배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요 노출원으로는 고도로 가공된 식품, 플라스틱 포장 식품, 통조림과 캔 음료, 샴푸와 화장품, 스킨케어 제품, 플라스틱 조리기구 사용 등이 확인됐다. 플라스틱(에폭시)으로 내부가 코팅된 통조림 식품을 하나 더 섭취할 때마다 소변 내 BPA 농도는 평균 14.3%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 이후 연구진은 이들 중 60명을 선발해 본격적인 무작위 대조시험을 진행했다. 평균 연령은 47.6세, 여성 비율은 60%였고, 실험 기간 동안 탈락자는 한 명도 없었다 . 참가자를 총 5개 그룹으로 나누었고, 실험은 7일간 진행됐다. 첫번째 그룹은 저플라스틱 식단만 제공받았다. 두 번째 그룹은 저플라스틱 식단과 함께 유리·스테인리스·금속·나무 소재의 주방 도구만 사용했다. 세 번째 그룹은 평소 식단을 유지하되 샴푸·화장품·치약 등 개인 위생용품만 저플라스틱 제품으로 교체했다. 네 번째 그룹은 식단·주방도구·위생용품을 모두 저플라스틱 제품으로 바꿨다. 다섯 번째 그룹은 대조군으로 평소 생활을 그대로 유지했다 . 연구진은 실험 전과 실험 중, 종료 시점까지 총 4차례에 걸쳐 소변 샘플을 채취해 프탈레이트와 비스페놀 농도를 정밀 측정했다. ◇'저플라스틱 식단'은 무엇이 달랐나 이번 연구의 핵심은 '저플라스틱 식단'이었다. 이는 단순히 플라스틱 용기를 쓰지 않는 수준이 아니었다. 연구진은 이를 '농장에서 식탁까지' 전 과정에서 플라스틱 접촉을 최소화한 식단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100명 이상의 농부와 식품 생산자가 참여했다. 우선 비닐 포장이 없는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산지에서 직접 공급받았다. 플라스틱 포장이 된 식품은 최대한 배제했다. 통조림과 캔 음료는 완전히 제외했다. 연구진은 캔 내부 에폭시 코팅이 BPA 노출의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초가공식품도 제한했다. 패스트푸드·즉석식품·개별포장식품처럼 여러 단계의 가공과 포장을 거친 식품은 프탈레이트 노출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조리 환경도 바꿨다. 플라스틱 조리도구 대신 유리·스테인리스·금속 도구와 코팅되지 않은 나무 도구만 사용했다. 전자레인지 가열 역시 플라스틱 용기 대신 유리 용기로만 허용했다. 샴푸·바디워시·자외선차단제·립밤·면도기·치약 등 개인 위생용품도 저플라스틱 제품으로 교체했고, 메이크업 사용도 최소화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하루 총 칼로리 섭취량은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했다. 즉 '건강식 효과'가 아니라 플라스틱 노출 감소 자체의 영향을 보기 위한 설계였다. ◇단 7일 만에 BPA 59.7% 감소 결과는 뚜렷했다. 특히 저플라스틱 식단과 주방도구 교체를 함께 시행한 두 번째 그룹에서 가장 큰 변화가 나타났다. 소변 내 프탈레이트 대사체인 모노-n-부틸프탈레이트(MnBP)는 37.5% 감소했고, 모노벤질프탈레이트(MBzP)는 53.5%가 줄었다. BPA는 59.7%나 줄었다. 식단과 위생용품까지 모두 바꾼 네 번째 그룹에서는 MnBP가 44.1% 감소했고, 총 비스페놀 농도는 50.5% 줄어 종합적으로는 가장 큰 효과를 보였다. 반면 위생용품만 교체한 세 번째 그룹에서는 일부 프탈레이트만 감소했고, 비스페놀 변화는 크지 않았다. 연구진은 “식단 변화가 가장 강력한 개입 효과를 보였으며, 음식이 플라스틱 노출의 핵심 경로임을 확인했다"고 결론 내렸다 . 흥미로운 점은 체중·체성분·혈압·혈당·혈중지질·염증지표 등 주요 임상 바이오마커는 7일 동안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이다. 이는 이번 실험이 다이어트나 체중 감량이 아니라, 체내 화학물질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단기간의 변화만으로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장기적으로 노출을 줄이면 염증 반응과 대사질환 위험 감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저플라스틱 습관 연구진은 완벽한 '플라스틱 프리' 생활보다 현실적인 노출 감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통조림과 캔 음료를 줄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신선 식품이나 유리병 제품을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BPA 노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초가공식품 섭취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즉석식품, 패스트푸드, 개별 포장 식품은 프탈레이트 노출을 높인다. 전자레인지에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는 습관도 바꿔야 한다. 가열은 화학물질 이행을 촉진하기 때문에 반드시 유리 용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주방에서는 플라스틱 조리도구와 보관용기를 유리, 스테인리스, 나무 제품으로 교체할 필요가 있다. 샴푸, 메이크업, 스킨케어 제품 역시 프탈레이트 노출과 밀접하다. 성분을 확인하고 사용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연구진은 “완벽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줄이는 것만으로도 몸은 반응한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인터뷰] “제조업 강한 한국, 亞 해상풍력 허브기지 능력 충분”

한국 해상풍력 산업이 '목표만 크고 성과는 더딘 산업'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정부와 산업계, 학계, 공공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민관 협의 구조를 통해 공급망을 육성하고 인프라를 구축하고, 비용을 낮추는 방식이다. 영국이 세계 2위의 해상풍력 강국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활용한 거버넌스 모델을 한국 실정에 맞게 도입해보겠다는 구상이다. 전 세계 해상풍력 성장을 지원하는 글로벌 비영리 단체인 오션에너지패스웨이(Ocean Energy Pathway)의 장다울 한국대표는 최근 본지와 만나 “한국은 조선·철강·전선 등 해상풍력의 핵심 제조 기반뿐 아니라, 세계적 수준의 해양 엔지니어링과 전력 인프라 역량까지 갖추고도 지난 20년 동안 해상풍력을 사실상 키우지 못했다"며 “이제는 정부가 목표를 제시하는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산업계와 함께 실행 가능한 이행계획을 짜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션에너지패스웨이는 전 세계 해상풍력 성장 가속화를 통해 기후위기 대응과 해양보호를 동시에 추진하자는 취지로 설립된 글로벌 비영리 단체다. 한국·일본·인도·브라질 등을 포함한 약 9개국에서 활동하며, 정부와 산업계, 싱크탱크를 연결하는 중립적 정책 지원 역할을 맡고 있다. 장 대표는 “해상풍력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 수단이면서도, 해양 생태계와 공존하는 방식으로 설계돼야 하는 산업"이라며 “특정 기업이나 국가의 이익이 아니라,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도록 돕는 것이 우리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한국 해상풍력 산업의 가장 큰 문제로 장기간의 정책과 실행 간의 괴리를 꼽았다. 그는 “한국은 2000년대 중반부터 해상풍력 논의를 시작했고, 2011년 이명박 정부가 '세계 3대 해상풍력 강국'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도 2030년까지 12GW 보급 목표를 제시했지만 이 역시 달성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 목표인 2030년 3.2GW 수준으로 하향 조정된 상태"라고 말했다. 지난 20년간 실제 국내 해상풍력 누적 설치량은 0.3GW에 그치는 등 아직 초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장 대표는 “한국은 현재 상업적으로 의미 있는 해상풍력 단지가 많지 않다"며 “실증용·소규모 단지를 제외하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사업은 극히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제조업 강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의 성적표는 처참한 수준"이라며 “조선, 철강, 기계 등 해상풍력과 연계 가능한 산업 역량이 충분하고, 타워·하부구조물·케이블 분야에서는 이미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까지 보유하고 있음에도, 시장을 키우지 못해 결국 기회를 놓쳤다"고 평가했다. 특히 과거 삼성중공업, 효성, 현대중공업 등 국내 대기업들이 풍력 분야에 진출했지만 시장 부진과 정책 불확실성 속에 잇따라 사업을 접은 점을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장 대표는 “당시 내수시장을 일정 규모로 키웠다면 한국이 지금 훨씬 강한 경쟁력을 가졌을 것"이라며 “해상풍력은 한국이 충분히 세계 최상위권을 노릴 수 있었던 산업"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해상풍력 확산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높은 발전단가만을 지목하는 시각은 단편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해상풍력은 단순히 터빈 몇 기를 바다에 세우는 사업이 아니라 항만, 설치선박, 계통, 금융, 수용성, 인허가가 한꺼번에 맞물려야 돌아가는 중후장대 산업"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해상풍력 산업의 병목으로는 △전용 설치항만 부족 △설치선박 부족 △계통 연계 불확실성 △군(軍) 협의 및 어업 수용성 문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지연 등이 꼽힌다. 그는 “지금 한국에서 해상풍력 설치 역량을 사실상 결정하는 것은 항만"이라며 “현재 연간 설치 가능 물량이 제한적인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설치선도 충분치 않고, 현재 국내에서 운용 가능한 선박은 대형 차세대 터빈 설치에 한계가 있다"며 “앞으로 15MW급 이상 터빈이 본격화되면 선박 문제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PF 문제도 핵심 변수다. 장 대표는 “입찰에 선정됐다고 바로 착공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은행이 조 단위 자금을 빌려주려면 계통, 군 협의, 주민수용성, 기술 검증 등 여러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하는데, 이 단계에서 상당수 사업이 막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산업이 커지려면 '지속적인 수요'가 가장 중요하다"며 “연간 시장 규모가 예측 가능하고 실제로 이행될 것이라는 신뢰가 있어야 항만을 짓고, 선박을 만들고, 공급망 기업이 공장을 확충해 규모의 경제를 통해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장 대표가 주목하는 모델은 영국이다. 영국은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해상풍력 비용이 높았지만, 정부와 산업계가 공동으로 비용 절감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면서 비용도 낮추고 세계 2위 수준의 해상풍력 강국으로 성장했다. 그는 “영국은 2011년 무렵 해상풍력 보급량이 2GW 수준이었지만, 그 시점에 이미 정부 주도로 '비용절감 TF'를 만들어 해상풍력 가격을 어떻게 낮출지 구체적으로 논의했다"며 “이후 정부와 산업계가 함께 참여하는 거버넌스 기구를 만들고, 공급망·기술혁신·시장제도·금융·인허가 등 분야별 과제를 체계적으로 추진했다"고 소개했다. 영국의 핵심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지속적인 협의와 점검 체계였다는 게 장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영국은 해상풍력 비용을 낮추기 위한 과제를 세운 뒤, 해마다 목표 대비 성과를 점검했다"며 “정부가 혼자 계획을 짠 것이 아니라 산업계와 함께 실행전략을 만들고 서로 역할을 분담한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말했다. 또 “영국은 공급망을 세부 품목별로 구분하고 자국 생산, 보호, 산업 육성, 수입 등 전략적 선택지에 대해 기술 역량, 비용 효율성, 시장 가치, 파급 효과를 정량적으로 분석해 최고의 방식을 선택했다"며 “대부분을 처음부터 자국 기업이 생산하도록 하겠다는 접근이 아니라, 산업 발전 단계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한 것이 현실적이었다. 또한 영국 내에 투자해 공장을 짓고 생산하는 경우, 자국 기업이든 외국 기업이든 구분하지 않고 장려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한국도 최근 해상풍력 민관 거버넌스 구축에 나섰다. 장 대표는 “지난해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 후 가진 첫번째 장관과 풍력업계 간담회 이후 영국 사례를 참고한 민관 협력 구조의 필요성을 검토했고, 그 결과 해상풍력 분야에서 새로운 거버넌스의 틀이 만들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3월부터 시행된 해상풍력법 상으로는 해상풍력 발전위원회와 실무위원회, 해상풍력발전추진단, 전담기관 등이 법적 구조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더해 비용절감, 공급망 육성, 인프라 구축의 전략을 짜서 해상풍력발전추진단의 자문 역할을 하는 체계가 가동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과거에도 유사한 협의체가 있었지만 지속적인 운영으로 이어지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에는 차관이 직접 정부 측 공동 위원장을 맡고, 정부 측에는 해상풍력발전추진단과 전담기관인 한국에너지공단을 비롯해 발전공기업, 전력계통·시장기관, 정책금융기관, 연구기관이 함께 참여한다. 민간에서는 제주대 김범석 교수가 민간 측 공동위원장을 맡고, 한국풍력산업협회를 중심으로 산업계, 학계, 싱크탱크 등이 직접 참여해 실질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기존과 차별화된다"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단순히 모였다는 사실이 아니라, 여기서 실제로 무엇을 만들고 어떤 성과를 내느냐"라며 “올해 안에 목표하고 있는 '한국 해상풍력 경쟁력 강화 전략'이 제대로 수립되어야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향후 가장 중요한 정책 과제로 2035년까지의 장기 입찰 로드맵을 꼽았다. 그는 “해상풍력은 공급망과 금융, 인프라 투자가 선행돼야 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2~3년짜리 단기 계획으로는 기업들이 움직이기 어렵다"며 “2035년까지 어느 해에 어느 정도 물량을 시장에 낼 것인지 예측 가능한 로드맵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인력 문제도 심각하다"며 “입지 조사와 개발, 설계·제조·설치·운영 등 전 주기에 걸쳐 필요한 다양한 전문 인력을 대학과 훈련기관과 연계해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것이 핵심이며, 석탄발전 등 기존 에너지 분야 인력의 전환도 병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산업전략도 중요하다. 장 대표는 “지금 한국 해상풍력의 국내 공급망 비중을 지나치게 높은 수준으로 한 번에 끌어올리려 하기보다, 우선 시장 자체를 키우면서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부터 확실히 먹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타워, 하부구조물, 케이블, 항만, 시공, 유지보수, 금융, 보험, 법률, 인허가 등은 한국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영역"이라며 “블레이드와 나셀처럼 시간이 더 필요한 분야는 장기적으로 기술이전을 포함한 단계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해상풍력이 장기적으로는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민간 시장에서도 자립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국내 해상풍력 고정가격계약 낙찰가는 높은 편이지만, 해상풍력은 초기 시장 형성 단계에서 비용이 높다가도 보급 확대와 학습효과, 금융비용 하락, 공급망 확충을 통해 빠르게 낮아질 수 있다"며 “유럽 여러 국가들도 일정 보급량을 넘기면서 비용이 절반 수준까지 떨어진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도 2035년에 가까워지면서 비용이 충분히 낮아지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대규모 전력 수요 기업과의 기업 전력직접거래(PPA)가 가능한 시점이 올 수 있다"며 “그 단계까지 가면 해상풍력은 단지 재생에너지 보급수단을 넘어 산업경쟁력과 전력시장 안정에도 기여하는 자산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태양광만으로는 대규모 산업용 전력 수요와 24시간 탄소중립 전력 조달 요구를 모두 감당하기 어렵다"며 “한국에서 해상풍력은 장기적으로 기업들의 RE100, CBAM, 기후공시와 같은 탄소 무역 장벽 대응을 위한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한국 해상풍력은 잠재력 대비 지금까지의 성과는 매우 제한적이었던 산업"이라면서도 “2050년 150GW 이상의 방향을 가지고 앞으로 5년, 10년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해상풍력은 한국의 산업 기반을 바탕으로 수출산업으로 키울 수 있는 분야"라며 “호주, 베트남, 필리핀 등 아시아·태평양 시장이 열릴 때 한국이 공급망 허브로 선점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또다시 장밋빛 목표만 내놓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비용을 어떻게 낮출지, 어떤 인프라를 언제 깔지, 어떤 공급망을 우선 육성할지, 어느 정도 시장을 지속적으로 열 것인지까지 책임 있게 설계하는 것"이라며 “이번 민관 거버넌스가 그런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이슈] 6월 선거 끝나면 지역별 차등요금제 도입 본격화

정부가 6월 지방선거 이후에 지역별로 전기요금을 차등화하는 방안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어서 산업계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발전소가 밀집한 지역은 요금 인하 효과를 보는 반면, 수도권 등 전력 수요 집중 지역은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지역별 요금 차등의 기준으로 △전력자급률 △송·배전 비용 △지역 낙후도 등을 종합 반영할 방침이다. 적용 단위는 수도권·비수도권이 아닌 광역지자체 기준이며, 대상은 우선 산업용 전기로 한정된다. 제도 도입 시점 역시 유동적이다. 지역별 요금 차등이 민감한 정치 이슈로 번질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는 6월 지방선거 등 정치 일정과 여론을 고려해 발표 시점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에너지환경부 내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지역 간 전기요금 격차는 kWh당 10~20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원이 가정에서는 큰 비용이 아니지만, 전력 사용량이 많은 기업한테는 수천억원의 추가 부담이 될 수 있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2024년 2만5111GWh의 전력을 사용했다. 여기에서 kWh당 20원이 오른다면 추가 부담액은 5022억원이 된다. 발전소가 밀집해 전력 자급률이 높은 전남 광양, 경북 포항 등은 요금 인하 효과가 예상되는 반면, 수도권과 일부 산업단지는 전기요금 상승 압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지역별 차등요금제는 시간대별 요금 차이를 두는 '계시별 요금제'와 병행 추진된다. 문제는 두 제도가 동시에 적용될 경우 철강·시멘트 등 전력 다소비 업종의 비용 부담이 크게 늘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를 고려해 유예기간을 두고 기업 신청을 받는 방식으로 충격을 완화할 계획이다. 특히 정책 설계의 핵심은 지역별 인하 효과와 계시별 인상 효과를 상쇄시키는 구조다. 전력당국 관계자는 “광양·포항처럼 발전 자급률이 높은 지역은 전기요금이 내려가는 효과가 생긴다"며 “이 하락분이 계시별 요금제 인상분과 일부 상쇄되도록 설계하는 것이 정책 의도"라고 설명했다. 특히 산업계에서는 이번 제도가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 간 비용 구조를 재편하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합리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수도권 산업단지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기업 입장에서는 △지역별 요금 △계시별 요금 △탄소 규제가 동시에 작용하는 '삼중 부담'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정합성 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개편은 우선 한국전력과 소비자 간 '소매요금'에만 적용되고, 발전사와 한전 간 '도매요금(SMP 등)' 차등화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전력당국은 3~4분기 중 관련 규칙 개정을 검토할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지만, 현행 전력시장 구조상 이를 소매요금에 직접 반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이번 개편은 '소매요금 중심의 부분적 지역 차등화'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대명에너지, 1360억원 규모 곡성그린풍력 EPC 계약 체결

신재생에너지 전문기업인 대명에너지가 곡성그린풍력발전과 1360억원 규모의 곡성그린풍력발전소 건설공사 일괄도급(EPC)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사업은 대명에너지가 사업 발굴 단계부터 직접 개발해 온 설비용량 42메가와트(MW) 규모의 대형 육상풍력발전단지다. 전라남도 곡성군에 조성되며, 6MW급 최신 풍력발전기 7기가 설치된다. 계약기간은 올해 4월 24일부터 2029년 3월 1일까지 약 34개월이다. 곡성그린풍력은 발전 수익을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주민참여형 사업구조로 추진된다는 점이다. 대명에너지는 지역 마을기업 '곡성행복바람'과 손잡고 주민 직접 출자 방식의 사업구조를 설계했다. 대명에너지는 지난 2022년 코스닥에 상장한 국내 대표 신재생에너지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현재 8개 육상풍력 단지(누적 약 278MW)를 운영하고 있다. 대명에너지 관계자는 “자체 개발 풍력·태양광 파이프라인을 안정적으로 확장하고 해상풍력 등 신규 영역으로의 진출을 가속화해 주주가치 제고와 국가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배출권 가격 급등하자…정부, 시장 개입 공식화

정부가 탄소배출권의 적정 가격 기준을 정하고 시장 개입을 공식화했다. 배출권 가격이 기준선보다 오르면 예비물량을 풀어 가격 하락을 유도하고, 반대로 가격이 기준보다 내리면 경매 물량을 줄여 가격 상승을 유도한다. 27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배출권 예비분을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오는 29일부터 시행된다. 배출권은 기업의 탄소 배출에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로, 가격이 높을수록 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감축 투자 유인이 확대되는 구조다. 개정안에 따라 배출권 할당위원회는 배출권 가격 범위를 정하고 상한을 초과할 경우 정부가 예비물량을 투입해 가격 하락을 유도한다. 반대로 가격이 하락하면 정부는 경매 물량을 줄여 가격 상승을 유도한다. 정부가 배출권 가격의 기준점을 설정하고, 이보다 높아질 경우 개입하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준 셈이다. 심의위원회는 오는 8월 기준 가격을 확정할 계획이다. 정부의 배출권 시장 개입은 가격 급등세를 막는데 더 비중을 두고 있다. 4차 배출권 기본계획(2026~2030년) 기간에는 3차 계획보다 기업 할당량이 약 18% 줄면서 배출권 가격에 대한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배출권 가격은 이날 기준 톤당 1만6800원으로, 지난 1월 2일 1만300원 대비 63%나 상승했다. 이번 개정안은 가격 급등에 대비한 일종의 시장 안정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4차 계획 기간 동안 기업에 사전 할당되는 배출권 총량은 23억6299만톤이다. 사전 할당량 외에 시장 안정화용 예비분 8527만톤과 시장조성 및 유동성 관리용 2000만톤을 포함해 총 1억527만톤이 예비물량으로 확보됐다. 4차 계획 기간은 총 5년으로, 연평균 4억7259만톤이 기업에 할당된다. 연평균 물량 대비 약 22%가 예비분으로 확보된 만큼, 가격 상승 시 상당한 규모의 추가 공급이 가능하다 기업들은 정부가 제시한 가격 기준을 통해 시장 과열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격이 상한선에 근접하면 정부의 추가 공급으로 상승 여력이 제한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매수를 늦추는 전략을 펼칠 수 있다. 또한, 상단 가격은 기업들이 감내해야 할 배출권 비용의 최대치로 인식되면서 감축에 얼마나 투자할지 판단하는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다. 박현신 에코아이 팀장은 “시장안정화 예비분 제도 도입은 제4차 계획기간의 핵심 변화 중 하나이며, 이는 향후 배출권 가격 형성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기존 시장안정화조치나 유상할당 경매는 정책 결정에 있어서 불확실성이 존재했다. 그러나 이번에 도입되는 시장안정화 예비분 제도는 정해진 가격 기준에 따라 공급량이 자동 조절되는 구조로 시장 참여자들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할당대상업체를 포함한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시장안정화 예비분의 적정 가격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또 그 범위는 실제 어느 수준에서 형성될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환경포커스] 동유럽에서 핵전쟁 벌어지면…전 지구 식량시스템 붕괴

지난 26일은 40년 전인 1986년 4월 26일 구소련(현 우크라이나)에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 곳은 사람의 출입이 금지된 상태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범하면서 벌어진 러-우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러-우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한때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도 했다. 국제사회는 지금까지 핵무기의 사용을 억제해 왔지만,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동유럽이 핵 충돌의 위험지대가 된 것도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은 전술핵이나 소규모 핵 사용을 '제한적 핵전쟁'으로 표현하며, 그 피해가 특정 지역에 국한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신 과학 연구는 이러한 인식이 얼마나 위험한 착각인지를 보여준다. 핵전쟁은 결코 국지전에 머물지 않으며, 단 몇 개의 핵탄두만으로도 전 지구적 기후 붕괴와 식량 위기, 장기적인 방사능 오염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엑서터대학 수학·통계학과와 물리·천문학과 연구진은 지난 22일 동유럽 핵분쟁이 전 지구 기후와 방사능 확산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 분석한 논문을 네이처 계열의 국제저널인 'njp 클린 에너지'에 발표했다. ◇태양빛 잃은 지구, 핵겨울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연구진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에서 15킬로톤(kt)급 핵폭탄 100개가 폭발하는 시나리오를 설정했다. 15kt이면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과 비슷한 규모다. 이 경우 약 5테라그램(Tg), 즉 약 500만 톤의 검은 탄소(Black Carbon)가 성층권으로 유입된다. 이 검은 탄소는 단순한 연기가 아니다. 태양빛을 흡수하고 지구의 복사 균형을 무너뜨리는 거대한 기후 교란 물질이다. 성층권에 도달한 검은 탄소는 태양광을 흡수해 주변 공기를 가열하고, 그 열로 인해 연기 구름은 더욱 높은 고도로 상승한다. 이렇게 올라간 입자는 비에 씻겨 내려오지 않고 수년 동안 대기 중에 머물며 지구 전체를 뒤덮는다. 그 결과 북반구 평균 기온은 사고 발생 1년 안에 약 1℃ 하락한다. 특히 대륙 내부 지역의 충격은 훨씬 크다. 러시아는 평균 5℃, 미국은 약 4℃의 급격한 기온 하락을 겪게 된다. 이는 단순히 겨울이 길어지는 수준이 아니다. 농업 생산, 수자원 공급, 생태계 안정성이 동시에 흔들리는 구조적 기후 위기다. ◇식량 시스템의 붕괴, 핵전쟁은 기근으로 이어진다 기온 하락보다 더 치명적인 것은 햇빛과 비가 줄어드는 것이다. 지표면에 도달하는 태양 복사 에너지는 미국 전역에서 ㎡당 약 30W가 감소한다. 햇빛이 줄어들면 작물의 광합성이 급격히 저하되고, 곡물 생산량은 빠르게 감소한다. 강수량 감소는 더욱 심각하다. 북반구 중위도 농경지의 강수량은 평균 40% 감소하며, 일부 지역은 최대 80%까지 줄어든다. 특히 아시아와 서아프리카 지역은 농업 기반 자체가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단순한 흉작이 아니라 전 세계 식량 시스템의 붕괴를 의미한다. 식량 부족은 곧 가격 폭등으로 이어지고, 이는 빈곤 국가의 기근, 대규모 난민 발생, 국제 분쟁 확산으로 연결된다. 핵전쟁의 첫 번째 희생자는 전장이 아니라 식탁이 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기후 교란이 열대수렴대(ITCZ)를 남쪽으로 밀어내며 전 지구적 물 순환을 왜곡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후 시스템이 정상으로 회복되는 데는 최소 6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핵전쟁은 순간의 폭발이 아니라, 수년간 이어지는 느린 붕괴다. ◇방사능은 국경을 넘는다…즉각적 피폭과 장기 오염 핵폭발 직후의 방사능 피해는 더욱 직접적이고 치명적이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폭발 후 48시간 이내에 약 100만 명이 급성 방사선 증후군을 유발하는 1시버트(Sv, 방사능 단위) 이상의 고선량 방사선에 노출된다. 이 가운데 약 17만 명은 중증 방사선 질환을 겪게 되며, 특히 10시버트 이상의 치명적인 선량을 직접 받는 약 8만 명은 적절한 의료 조치가 없을 경우 사실상 생존이 어렵다. 치명적 수준인 5시버트 이상의 방사능 오염 구역은 약 3500㎢에 달한다. 이 지역은 장기간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죽음의 땅'으로 변하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방사성 물질은 성층권의 대기 순환을 타고 적도를 넘어 남반구까지 확산된다. 연구진은 사고 발생 10년 후 방출된 낙진의 약 40%가 남반구에 퇴적될 것으로 분석했다. 핵전쟁은 특정 국가를 공격하는 무기가 아니라 지구 전체를 오염시키는 장치다. 일반적으로 흉부 X-레이 1회 촬영할 때 노출되는 방사능은 약 0.1 mSv(밀리시버트(1 mSv = 1000분의 1 Sv)이고, CT 촬영도 1회 당 수 mSv~수십 mSv 정도에 노출된다. 일반인(방사선 작업자가 아닌 사람)의 경우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제시한 권고 기준은 연간 1다. X선·CT 검사처럼 의료 목적으로 노출되는것 외에 추가로 노출되는 방사능 수준을 말하고, 보통 이 기준 이하일 경우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 보통 한 번에 약 1시버트(Sv), 즉 1000mSv 이상에 노출되면 급성 방사선 증후군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한적 핵전쟁'이라는 착각…핵무기는 결코 국지적이지 않다 이번 엑스터대학 연구가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사실은 '제한적 핵전쟁'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실상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동유럽에서 핵탄두 100개가 사용되는 순간, 그것은 특정 국가의 군사적 충돌이 아니라 전 세계가 함께 감당해야 할 기후 재난이 된다는 것이다. 식량 안보는 무너지고, 기후 시스템은 흔들리며, 방사능 오염은 세대를 넘어 지속된다. 경제적 충격과 정치적 불안정까지 고려하면 피해는 사실상 문명 전체의 위기로 확장된다. 핵무기는 군사적 수단이 아니라 문명 파괴 장치다. 오늘날 국제사회가 핵 억제와 군비 통제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핵무기의 사용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반인류적 행위다. 40년 전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재앙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는 이 비극을 단순히 과거의 역사로 소비해서는 안 된다. 여기서 얻은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제9회 서울에너지포럼’ 28일 개최…산업 생존과 성장 위한 에너지정책 논의

에너지경제신문과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미래포럼, 한국자원경제학회가 공동 주최하는 '제9회 서울에너지포럼 2026'이 28일 오전 9시 30분부터 서울 서초구 엘타워 5층 오르체홀에서 개최된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에너지 안보 이슈, 인공지능(AI)·반도체 산업 성장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 등 복합적인 환경 변화 속에서, 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한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번 포럼은 '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에너지 정책 방안'을 주제로, 급변하는 에너지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방향과 제도 개선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포럼에서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시장 구조 개편, 산업계 에너지 비용 부담 완화, 공급 안정성 확보 등 주요 현안을 중심으로 산·학·연 전문가들이 다양한 해법을 제시한다. 특히 산업 경쟁력과 에너지 전환 간 균형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질 예정이다. 행사는 개회식과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총 3개 세션으로 진행된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에너지정책 및 구조개선 방안'을 주제로 김진수 한양대 교수가 발표를 하고 손양훈 인천대 명예교수(좌장), 조성봉 숭실대 명예교수, 김희집 서울대 겸임교수가 참여하는 패널토론이 진행된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산업 생존을 위한 지원 및 제도적 기반'을 주제로 전우영 국립서울과학기술대 교수가 발표를 하고, 박종배 건국대 교수(좌장), 박진표 태평양 변호사, 박우영 에너지경제연구원 본부장이 패널토론에 참여한다. 이어지는 세 번째 세션에서는 '산업부문 에너지 절감 및 효율화 방안'을 주제로 이유수 숭실대 교수가 발표를 하고, 조홍종 단국대 교수(좌장), 이상준 국립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조상민 한국공학대 교수가 패널토론에 참여한다. 이번 포럼은 에너지 전환과 산업 경쟁력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시점에서 정책과 시장의 접점을 찾는 자리가 될 것이며, 에너지 정책의 방향성과 산업 현장의 요구를 연결하는 의미 있는 논의의 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한국 에너지 정책의 만기 불일치

이란 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를 무력화하기 위해 '호르무즈 이중 봉쇄' 카드를 꺼내들었다. 한편 한국은 이란 전쟁 이후 차단된 중동 석유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국회는 걸프협력회의(GCC)국가 대사들을 만나 원유 최우선 공급 협조를 당부했고 청와대는 대통령 특사가 UAE를 방문해 원유 최우선 공급 약속을 받아냈으며, 4월 사우디, 카자흐스탄, 오만을 방문해 원유와 나프타 확보 방안을 타진하고 있다. 중동 국가는 왜 한국에 최우선 공급 노력과 약속을 천명했을까. 물론 청와대와 의회의 노력이 있었겠지만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한국이 중동 석유와 천연가스의 큰손, 장기계약자이기 때문이다. 업스트림 개발엔 대규모 자본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선 최소 20년 이상의 장기계약자 확약이 필요하다. 중동 걸프국 입장에서 한국은 단순히 자국 연료의 장기 수요자를 넘어 에너지 안보 자산 장기 투자자이며 경제성장 동반자이자 국가 안보 파트너다. 문제는 한국이 이번 전쟁을 계기로 중동 화석연료 의존도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 건 에너지 정책의 '만기 불일치'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다. 우리는 이미 과거 탈원전과 탈석탄을 진행했었고 이제 중동 석유와 가스 의존을 줄이려 하고 있다. 한국의 에너지전환은 '속도전'이다. 이는 화석연료와 탄소배출의 빠른 단절을 의미한다. 탈석탄과 탈가스가 이어질 것이고 내연기관차와 가스보일러 대신 전기차와 히트펌프로 대체될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은 중동 석유와 천연가스 '장기계약' 비중을 빠르게 줄여야 한다. 장기계약 대신 현물 계약으로 바뀌어도 중동이 우리에게 최우선 공급을 약속할까. 아마 만나주지도 않을 것이다. 에네르기벤데로 온실가스를 줄이고자 한 독일은 지난 에너지 위기 국면에서 전 세계가 가스 수급에 혈안이 되어 있을 때에도 천연가스 장기계약을 꺼렸다. 이들은 여전히 재생에너지와 전기화가 미래라며 장기 에너지 균형 대신 단기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몰두했고 저렴한 파이프라인 가스 장기계약을 값비싼 현물 LNG와 저장고로 대체한 결과 급등하는 에너지비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의 에너지 전환정책은 에너지 믹스 간 균형과 함께 장기 균형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석유와 천연가스, 석탄이 단시일 내 없어지지 않는다면 연료 계약부터 전문인력, 관련 산업 생태계를 어떻게 유지해야 할지가 단기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보다 중요해진다. 중국의 에너지 정책의 대전제인 '선립후파' 역시 화석에너지 의존 감소의 큰 방향성에 동의하는 것이지 그 과정이 속도전이어야 한다는데는 반대하고 있다. 중국은 유럽의 에너지 전환을 '급진적 주장'이라 말하며 신뢰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되기도 전에 기존 에너지원을 퇴출시켜선 안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독일의 에너지전환 실패와 스페인 대정전은 단기적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매몰되어 장기 에너지 균형을 무시한 결과가 어떻게 에너지 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탈원전과 탈화석연료는 쉽지만, 에너지 부족으로 추후 이들을 다시 찾을 때 제대로 운영되리란 보장이 없다. 당장 현물시장에서 연료 수급부터 쉽지 않을 것이다.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간헐성과 변동성을 지원할 가스 발전소 역시 같이 늘어나야 한다. 하지만 단기 재생 에너지 비중 확대 정책은 이 가스 발전 확대를 허락하지 않는다. 석유와 천연가스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석유와 천연가스에 의존해야 하는 역설을 이란 전쟁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정 에너지원의 급격한 비중 확대와 축소는 장기 에너지 균형을 무너뜨려 에너지 위기에 가장 취약해진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독일은 이제 탈원전을 후회하고 있지만 없어진 발전소는 다시 돌아올 수 없다. 라이헤 에너지부 장관은 원전의 '엄청난 실수'를 가스로 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카타르의 라스라판 복구엔 최대 5년이 걸리고 가스 발전 건설비용은 3배가 넘게 올랐다. 장기 에너지 정책 균형이 무너진 그들은 곧 2번째 실수를 고백하게 될 것이다.

ESG에 진심인 가스기술공사

가스기술공사가 실적 상승에 이어 기업의 사회적 선한 영향을 평가하는 ESG에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한국가스기술공사(사장 임종석)는 기관이 종합청렴도가 2024년 4등급에서 2025년 2등급으로 올랐다고 26일 밝혔다. 또한 중앙행정기관을 포함한 전국 450개 기관 중 '청렴도 평가 유공' 대상 7개 후보 기관에 선정되기도 했다. 가스기술공사는 최고경영진이 직접 부패취약분야 TF 팀장을 맡고 윤리경영을 직접 관리 함으로써 청렴문화가 제도적으로, 문화적으로 정착됨에 따라 이 같은 높은 청렴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가스기술공사는 남성 중심 조직문화의 한계와 편견을 부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사는 성평등가족부로부터 12년 연속 '가족친화인증'을 획득했다. 가족친화인증은 자녀출산과 양육지원, 유연근무 제도 등 일과 가정생활을 조화롭게 병행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조성한 운영 기관에 부여하는 제도다. 일례로 아빠 육아 참여 캠페인과 가이드라인 제작을 통해 남성 육아휴직 사용을 대폭 높였다. 또한 배우자 출산휴가 이용이 활발해지고 임신부터 육아까지 이어지는 전 주기적 지원 체계도 강화했다.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일하는 방식 개선을 통해 연장근로를 줄이고 쉼이 있는 일터 조성에 앞장선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와 함께 자녀수당 신설, 출산축하금 증액 등 경제적 지원을 확대하고 육아휴직 복귀자를 돕는 특화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가스기술공사는 실적도 크게 오르고 있다. 매출액은 2023년 3851억원에서 2024년 4123억원으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62억원에서 214억원으로 증가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김성우 시평] 에너지 안보를 위한 전환의 조건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최근 미국∙이란간 전쟁의 방향이 점점 불확실해지면서 에너지 안보를 위한 에너지 전환 필요성이 한층 더 강조되고 있다. 세계 원유 해상 수송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위기가 실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동맥 경화를 일으키는 것을 목격하며, 지정학적 충격이 수급안정이라는 기본 전제를 허물고 에너지 시장의 전후방 공급망과 가격을 단숨에 교란시킨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포성 중에 추가로 더해진 금번 에너지안보 리스크는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며, 자국내에서 생산∙통제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나 원자력 등으로의 전환이 공급망 수급 및 가격 충격을 완화하는 근본적 해법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영국 기후·에너지 싱크탱크 E3G는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특정 해협이 물리적으로 막히지 않더라도 전쟁 위험 고조로 해상 보험이 거부되어 수급 경색을 초래하는 '페이퍼 초크포인트(paper chokepoints)'를 새로운 위협으로 꼽았다. 마두라 조시 E3G 글로벌 청정전력 외교 프로그램 책임자는 “한국처럼 LNG 의존도가 높은 경제권은 장기간 시장 경색을 흡수할 여지가 제한적이어서 에너지 전환을 가속하는 것이 가장 지속가능한 회복탄력성의 길"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상술한 에너지 전환 필요성이 에너지 전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에너지 전환이 지속가능하게 실행되기 위해서는 경제성이라는 조건이 따라붙는다. 아무리 국내산에너지가 안보 위기를 완화하더라도, 너무 비싸면 전환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경제성은 주로 기술가격과 금리에 영향을 받는다. 예컨대, 태양광 발전단지를 에너지저장장치와 함께 건설할 경우를 가정하면, 태양광 패널과 에너지저장장치가 얼마나 비싼지와 이를 구매하기 위해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이자가 얼마인지에 따라 해당 투자의 경제성이 결정된다. 다행히 그 동안 기술가격의 하락은 괄목할 만하다. 태양광 패널의 가격은 2007년 이후 95% 하락했고, 배터리 전력저장장치는 2010년 이후 93% 하락했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인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가 지난 1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에너지 전환 투자는 2.3조 달러로 전년 대비 8% 성장해 역대 최고규모를 기록했다고 밝혔는데, 이러한 대규모 투자 확대의 배경에는 기술가격의 하락이 큰 역할을 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전기차의 경우도 내연기관차 대비 전기차가격이 얼마인지가 중요한데, 배터리 가격하락 등이 전기차 가격에 하방압력을 가해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국내 전기차 가격은 이미 내연기관차 대비 약 15% 정도 저렴한 상황이다. 하지만 문제는 금리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유가가 오르고 이는 인플레이션 우려를 증폭시켜 정부가 금리를 내리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러∙우 전쟁 이후에도 지금처럼 에너지안보 이슈가 부상했고 이는 대규모 에너지 전환을 예고했었지만, 금리가 오르면서 에너지 전환이 기대에 못 미쳐 관련 주가가 힘을 받지 못했던 사실을 시장은 기억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사인 우드 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금리가 2% 상승할 경우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는 약 20% 상승하는 반면, 가스발전의 단가는 11% 상승에 그친다. 이는 재생에너지의 초기투자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서 조달 금리 상승시 경제성에 더 불리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이란에서 촉발된 지정학적 위기는 과거 에너지 수급 차질과는 차원이 다른 복합위기로, 에너지 공급망 수급차질이나 장기가격 상승 위기에 산업경쟁력 위기로까지 번지다 보니 근본적 해법에 여느 때 보다 많은 관심이 쏠려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 그 동안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떨어진다고 여겨 온 국내산 저탄소 에너지로의 전환 필요성이 재조명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에너지 전환이 실제로 실행되고 지속가능하려면 기술가격과 금리라는 경제성 조건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는 과거 교훈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ekn@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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