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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배 뛴 LNG 가격…유럽 재고 바닥에 올겨울 ‘가스대란’ 오나

중동 전쟁 여파로 동북아와 유럽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가격이 2배 이상 급등했다. 여기에 유럽의 가스 재고율까지 최근 5년 새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올겨울 가스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올겨울 엘니뇨 영향으로 동북아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관측돼, 기온 상승에 따른 수요 완화가 가격 안정의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24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동북아(JKM) LNG 현물가격은 MMBtu당 22.9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2월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발발하기 전(11달러)과 비교해 2배 이상 오른 수치다. 같은 기간 유럽(TTF) LNG 현물가격도 MWh당 65.87달러를 기록하며 분쟁 전(31달러) 대비 2배 넘게 뛰었다. 올해 LNG 현물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던 2022년보다 지속성 측면에서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22년에는 일시적으로 유럽 현물가격이 100달러까지 치솟기도 했으나, 분기 평균으로 보면 최고치였던 3분기가 49달러 수준이었다. 반면 올해는 1분기 평균 50달러를 기록한 뒤 2분기 43달러로 소폭 하락했다가, 3분기 현재 66달러까지 상승해 역대 최고 수준이 이어지고 있다. LNG 현물가격의 상승과 원달러 환율의 하락으로 국내 9월 가스요금은 전월보다 소폭 상승 내지는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가스공사의 발전용 가스도매요금은 GJ당 3월 1만6048원에서 8월 2만2726원으로 약 40% 오른 상태다. 이처럼 글로벌 LNG 가격이 계속 오르는 배경에는 중동 분쟁으로 인한 공급 차질과 유럽의 겨울철 가스 재고 확보 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 중동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연간 8100만톤(세계 공급량의 약 20%)의 LNG 공급 능력을 갖춘 카타르의 수출길이 막혔다. 여기에 러시아 LNG 주요 공급 시설마저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받아 전반적인 글로벌 공급 능력이 크게 떨어졌다. 유럽의 재고 확보 지연도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동북아는 수입한 LNG를 기화해 즉시 소비하는 구조인 반면, 유럽은 대형 지하 소금동굴 등에 가스를 저장해 두고 겨울철에 추출해 사용하는 방식을 취한다. 따라서 유럽의 가스 저장고 충전율은 겨울철 글로벌 LNG 가격을 결정짓는 핵심 지표가 된다. 유럽연합(EU) 가스저장기구(GIE AGSI)에 따르면 22일 기준 유럽의 가스 재고율은 61.7%에 그쳤다. 이는 전년 동기(76%)는 물론 가스 가격이 폭등했던 2022년(78.3%)보다도 낮고, 최근 5년 평균(80.5%)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보통 EU는 겨울철에 대비해 10월 말까지 저장고를 최대한 채우지만, 현재 충전 속도로는 지난해 최고 재고율(83%)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관측된다. 낮은 재고율 상황에서 북반구에 혹한이 닥칠 경우 LNG 가격이 폭등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다만 올겨울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이라는 기상 전망은 수급 불안을 완화할 수 있는 요소다. 기상청의 올겨울(12~2월) 기후 전망에 따르면 기온이 평년(0.1~0.9℃)보다 높을 확률은 50%에 달하며, 강수량도 평년(71.2~102.9㎜)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동태평양의 해수면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상태로 수개월이상 지속되는 엘니뇨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했다. 엘니뇨 현상은 난방 수요를 줄게해 가스 가격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지방은 ‘사업용’, 대도시는 ‘자가용’…도시형 태양광, 맞춤형 규제 풀어야

전국 태양광 발전의 85% 이상이 대규모 '사업용'에 쏠려 있지만, 서울·대전 등 대도시는 주택·건물 중심의 '자가용'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도시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사업용 위주로 짜인 현행 보급 정책을 개편하고, 공동주택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등 맞춤형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정책 싱크탱크 녹색전환연구소는 2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도시형 태양광 확대를 위한 정책 제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소가 공개한 지난 2024년 기준 '지역에너지통계연보'에 따르면, 전국 태양광 누적 설비 약 3만 2000메가와트(MW) 중 사업용은 2만7000MW로 전체의 85.6%를 차지했다. 반면 특·광역시는 정반대의 양상을 보였다. 서울은 전체 설비 295MW 중 자가용이 248MW로 사업용(46MW)을 5배 이상 앞질렀고, 대전 역시 자가용(96MW)이 사업용(63MW)보다 많았다. 대규모 토지 확보가 어려운 대도시에서는 자가용 중심의 분산형 전원이 에너지전환의 실질적 대안임을 보여주는 수치다. 도시 옥상 태양광의 기술적 잠재량은 104.7기가와트(GW)로, 정부의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인 100GW를 충족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사업용 중심의 정책 설계와 공동주택 관련 규제가 맞물려 도심 자가용 태양광의 확산을 가로막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도심 주거 형태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규제 장벽이 높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상 공용부에 태양광을 설치하려면 입주자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해 절차가 까다롭고, 관리사무소도 업무 부담과 안전 민원을 우려해 소극적이다. 개별 가구의 베란다 태양광 역시 관리규약 제한과 임대차 계약상의 원상회복 의무 탓에 세입자가 자발적으로 설치하기 어려운 구조다. 연구소는 도시형 태양광 정책을 사업용과 자가용으로 분리하고, 각 유형에 맞춘 행정·제도적 해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동주택 자가용 태양광의 경우 공공이 주도하는 '표준사업모델'을 구축해 사전설명회부터 금융·유지관리·보험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고, 설치 단지에는 우수 공동주택 평가 가점 등의 혜택을 연계할 것을 제시했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가 부지 발굴부터 전력 거래, 수익 환류까지 총괄하는 행정 조정자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미영 녹색전환연구소 지역전환팀 선임연구원은 “도시형 태양광 정책은 사업용과 자가용을 하나의 보급사업으로 묶기보다 각 유형의 장벽에 맞는 맞춤형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며 “지방정부가 행정적 공백을 메우고 조정자 역할을 수행할 때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수년 기다렸는데 후순위로?”…햇빛소득마을 우선접속에 기존 사업자 ‘발칵’

햇빛소득마을 등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전력망 접속 우선권을 부여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기존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력망 부족으로 수년째 계통 접속을 기다려온 사업자들이 신규 정책사업에 밀려 접속 순번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에서는 제도 시행에 앞서 기존 사업자의 접속권을 보호하고 전력망 확충과 에너지저장장치(ESS) 확대를 병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24일 태양광 발전·시공업계에 따르면 관련 협·단체들은 최근 국회를 통과한 햇빛소득마을 등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의 전력망 우선접속 제도를 두고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앞서 국회는 지난 20일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의 전력망 우선접속 근거 등을 담은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국가기간 전력망 주변지역 등에서 추진되는 1메가와트(MW) 이하 소규모 공익적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이 다른 발전사업보다 우선해 전력설비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곽영주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 회장은 “이미 수년 전부터 토지를 구입하고 발전사업 허가를 받아 계통접속을 신청한 뒤 장기간 기다리고 있는 사업자가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신규 햇빛소득마을에 우선권을 주면 먼저 신청한 기존 사업자가 오히려 후순위로 밀리는 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정된 송전망 용량 안에서 접속 순서만 조정할 경우 주민참여형 사업과 기존 발전사업자 사이의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접속 대기 발전설비 용량은 지난해 10월 기준 3939메가와트(㎿)에 이른다. 곽 회장은 1MW 이하로 정해진 우선접속 기준을 악용한 이른바 '사업 쪼개기' 가능성도 제기했다. 하나의 사업을 여러 개의 소규모 사업으로 나누거나 형식적으로 주민참여 요건을 갖춰 우선접속권을 확보하려는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는 “향후 하위법령에서 실제 주민 참여 정도와 수익 공유 구조 등을 구체화하고 명의 대여나 사업 쪼개기를 막을 관리·감독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숙 전국태양광발전협회 사무총장도 “햇빛소득마을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주민이 발전사업의 주체가 되고 이익을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모델은 충분히 확대할 가치가 있다"면서도 “새로운 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기존 사업자와 일반 국민의 기회를 뒤로 미루는 방식이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기존 계통접속 대기 사업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명확한 경과조치와 함께 우선접속 대상·기준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전사업자가 투자에 앞서 지역별 계통 여유용량과 예상 접속 시기, 향후 계통 보강계획을 파악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법 시행을 위한 시행령과 세부 운영기준 마련 과정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규 햇빛소득마을에 단순히 접속 순번을 앞당겨주는 데 그치지 않고 송·배전망 확충과 계통 보강, ESS 확대 등을 병행해 전체 접속 가능 용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곽 회장은 “계통이 부족하다면 사업자 간 순서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전력망을 확충하고 ESS를 확대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라며 “햇빛소득마을 확대와 함께 기존 발전사업자의 접속권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시행령 등에 명확히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햇빛소득마을은 주민들이 협동조합 등을 구성해 태양광 발전사업에 직접 참여하고 전력 판매 수익을 공동으로 나누는 사업이다. 정부는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동시에 농어촌에 새로운 소득원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조성 목표도 기존 500곳 이상에서 700곳 이상으로 상향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내일날씨] 최고 35도 더위·열대야…경기·강원 최대 30㎜ 소나기

오는 25일 경기 동부와 강원 내륙·산지에 소나기가 내리는 곳이 있겠고,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안팎까지 오르는 무더위와 열대야가 이어지겠다. 24일 기상청에 따르면 내일(25일) 오전부터 오후 사이 경기 동부와 강원 내륙·산지에 소나기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 예상 강수량은 강원 내륙·산지 5~30㎜, 경기 동부 5~20㎜다. 새벽까지 서해5도에 5~20㎜의 비가 내리겠다. 새벽부터 아침 사이 경기 북부와 강원 중·북부 내륙·산지에, 오전부터 오후 사이 강원 동해안에는 0.1㎜ 미만의 빗방울이 떨어지는 곳이 있겠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안팎, 일부 경기 남부와 남부지방은 35도 안팎까지 올라 매우 무덥겠다. 도심과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는 밤사이 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이 있겠다.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21~26도, 낮 최고기온은 31~36도로 예보됐다. 한편 24일 국가가뭄정보포털에 따르면 생활·공업용수 가뭄 단계 기준 경북 영천·경산, 경남 밀양·양산·창녕, 전북 정읍 등 10곳은 '경계' 단계다. 경북 안동·경주·포항, 전북 남원·임실, 전남 함평·영광·담양 등 20곳은 '주의', 충남 당진·서산·홍성 등 8곳은 '관심' 단계로 나타났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특별기고] 전력수요 급증 시대, 가스 인프라를 활용해야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미래 전력수요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됐다.최근 수요계획 소위원회가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신규 수요를 반영해 제시한 2040년 최대전력 목표수요는 158.4~165.0GW로, 불과 몇 달 전 전망보다 약 27GW 늘어났다. 이는 단순히 전력수요 전망치가 높아졌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AI와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에는 안정적인 전력공급 자체가 산업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이제 전력정책은 '얼마나 많은 전력을 생산할 것인가'뿐 아니라 '필요한 전력을 언제, 어디에서 공급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급증하는 전력수요에 대응하려면 원전과 재생에너지 등 충분한 발전설비를 확보하고 전력망도 적기에 확충해야 한다. 그러나 대규모 발전소와 송전망 건설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특히 반도체 클러스터와 데이터센터처럼 대규모 전력수요가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 발전설비의 총량 못지않게 필요한 지역에 전력을 제때 공급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진다. 따라서 기존의 '대규모 발전-장거리 송전-수요지 소비' 방식과 함께 수요지 인근에서 직접 전력을 생산하는 분산형 전력공급 체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분산전원의 역할을 신규 전력수요에 대한 추가 공급수단으로만 볼 필요도 없다. 기존에 대규모 발전소와 송전망을 통해 전력을 공급받던 산업체와 대형 수요처의 일부가 중소형 자가·분산발전으로 전환한다면 중앙계통이 담당해야 할 전력수요 자체를 줄일 수 있다. 이는 기존 발전설비와 송·변전망의 부담을 완화하고, 그렇게 확보된 계통의 여력을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 새롭게 증가하는 전력수요를 수용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분산전원은 단순히 새로운 발전설비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전력 인프라에 새로운 공급여력을 만들어내는 수단이라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다시 살펴봐야 할 것이 가스 인프라다. 우리나라는 수십 년에 걸쳐 LNG 인수기지와 주배관망, 전국의 도시와 산업단지를 연결하는 도시가스 배관망을 구축해 왔다. 그동안 이러한 인프라는 주로 가정과 산업체에 연료를 공급하는 수단으로 인식돼 왔다.그러나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시대에는 가스망을 전력망과 함께 국가 에너지시스템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에너지 수송 인프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모든 에너지를 전기의 형태로 장거리 수송할 필요는 없다. 기존 가스망을 통해 에너지를 수요지까지 운반하고, 그곳에서 열병합발전, 연료전지, 가스엔진·가스터빈 등을 활용해 필요한 전력으로 전환할 수 있다. 전력망과 가스망이라는 두 개의 국가 에너지 네트워크를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특히 앞으로는 대규모 가스발전뿐 아니라 수요지 가까이에 설치되는 중소형 가스 분산전원의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 중소형 발전설비는 산업단지, 데이터센터, 병원, 대형 상업시설 등 수요처의 특성에 맞춰 설치할 수 있고, 수요 증가에 따라 단계적으로 확충하는 것도 가능하다. 열수요가 있는 곳에서는 열병합발전을 통해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함으로써 에너지 이용효율도 높일 수 있다. 여기에 '적기 전력공급(Time to Power)'이라는 가치도 주목해야 한다. 글로벌 첨단산업 투자 경쟁에서는 전력가격 못지않게 필요한 전력을 언제 공급받을 수 있느냐가 중요한 입지 조건이 되고 있다. 반도체 공장이나 데이터센터는 준비됐는데 송전망이 수년 뒤에 완성된다면 그 시간의 차이는 투자 지연과 산업경쟁력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구축된 도시가스 배관망을 활용한 중소형 분산전원은 이러한 시간과 공간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이것이 탄소중립 시대에 천연가스 소비를 무조건 확대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천연가스 역시 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인 만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가스 자체의 저탄소·무탄소화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 그 가능성은 다양하게 열려 있다. 고효율 열병합발전과 연료전지의 활용을 확대하고, 바이오메탄과 청정수소뿐 아니라 재생에너지 기반 수소와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합성해 생산하는 e-메탄의 활용도 검토할 수 있다. 천연가스의 생산과 이용 과정에 CCUS를 결합해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도 중요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가스 인프라를 단순히 화석연료 시대의 유산으로 볼 필요는 없다. 공급되는 가스의 탄소집약도를 단계적으로 낮추고 다양한 탈탄소 기술을 결합해 나간다면 기존 가스망은 미래의 저탄소·무탄소 에너지를 수송하고 활용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다. 이미 구축된 인프라를 활용하면서 에너지의 탄소집약도를 지속적으로 낮춰가는 것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과 탄소중립을 함께 추구하는 현실적인 전환전략이다. 이제 정책과 시장제도도 이러한 변화에 맞춰야 한다. 중소형 분산전원이 생산하는 전력량만을 평가할 것이 아니라 송전망 부담을 얼마나 줄이는지, 기존 계통에 얼마나 새로운 공급여력을 만들어내는지, 필요한 지역에 얼마나 신속하게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지, 계통 유연성과 에너지효율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그 가치를 적절히 보상할 필요가 있다.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관점이 적극 반영되기를 기대한다. 급증하는 전력수요에 대응하는 방법은 대규모 발전소와 송전망을 계속 확충하는 것만이 아니다. 신규 전력수요의 일부를 수요지에서 직접 충당하고, 기존 전력수요의 일부도 중소형 자가·분산발전으로 전환해 중앙계통이 감당해야 할 수요를 줄이는 것 역시 중요한 전력수급 대책이다.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시대일수록 국가가 이미 구축한 에너지 인프라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전력망과 가스망, 중앙집중형 발전과 분산형 발전은 서로 경쟁하는 인프라가 아니라 상호 보완하는 인프라가 되어야 한다. 전기화 시대에 가스 인프라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달라지고 있다. 급증하는 전력수요에 대응하면서 탄소중립과 산업경쟁력, 에너지안보를 함께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가 에너지 인프라 전체를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새로운 발전소와 전력망을 구축하는 노력과 함께, 이미 전국에 구축된 가스 인프라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bienns@ekn.kr

호남선 태양광 잠재력 438MW…전력가격 오르면 경제성 쑥↑

국토의 약 70%가 산지인 국내 상황에서 대규모 태양광 발전 부지를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산림이나 농지를 훼손하지 않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려면 이미 개발된 공간을 활용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철도 주변의 방음터널과 방음벽, 비탈면, 중앙분리대 등이 주목받는 이유다. 이를 고려해 국내 연구진이 철도 유휴부지 태양광의 경제성을 기존 방식과 다른 방법으로 분석한 연구 결과를 내놨다. 장우식 조선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와 나승범 한영대학교 친환경건축인테리어디자인학과 교수 등은 이와 관련된 논문을 최근 국제학술지인 '에너지스(Energies)'에 발표했다. ◇호남선에 438MW 태양광을 설치한다면 연구진은 대전~목포를 잇는 호남선을 대상으로 가상의 태양광 사업을 설계했다. 철도 주변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음터널, 성토 비탈면, 방음벽, 중앙분리대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방식이다. 설치 가능 용량은 모두 438MW(메가와트)로 추산됐다. 방음터널이 207MW로 가장 많았고 성토 비탈면 146MW, 방음벽 57MW, 중앙분리대 28MW 순이었다. 이를 통해 첫해 약 517GW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계산됐다. 문제는 경제성이었다. 연구진은 2024년 기준 계통한계가격(SMP) 120.5원/kWh와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격 70.2원/kWh를 적용해 경제성을 분석했다. SMP는 전력시장에서 발전사업자가 생산한 전력을 거래할 때 적용되는 가격을, REC는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했다는 사실을 인증하는 증서를 말한다. 연구진이 일반적인 현금흐름할인법(DCF)으로 계산한 결과, 사업비 약 6억6700만 달러(약 9200억원)에 대해 순현재가치(NPV)는 약 317만 달러(44억원으로), 비용편익 비율(B/C)은 1.005로 나타났다. B/C값이 수치상으로는 1보다 커 경제성이 있지만 매우 아슬아슬한, 사실상 손익분기점에 가까운 수준이다. 투자비 회수에도 20년이 걸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대로 전력가격이 하락하거나 건설비가 상승하는 등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 경제성은 빠르게 사라진다. 기본 시나리오에서 NPV가 약 44억원에 불과해 사업의 수익성이 매우 얇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SMP가 120.5원에서 119.5원/kWh로 떨어지거나 자본비용이 1522달러/kW에서 1531달러/kW로 상승하면 손익분기점에 미달할 위험도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시장 상황 좋아지면 더 설치할 수 있다" 연구진은 여기서 기존 경제성 분석의 한계를 지적했다. DCF는 미래의 가격과 비용을 일정하게 가정한다. 하지만 실제 태양광 사업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 결정을 바꿀 수 있다. 전력가격이 오르면 설비를 추가할 수도 있고, 시장이 나빠지면 투자를 늦출 수도 있다. 연구진은 이런 '미래에 선택할 수 있는 권리' 자체를 경제적 가치로 평가하는 실물옵션(Real Options) 분석을 적용했다. 실물옵션 분석은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경영상의 유연한 선택권(옵션)들이 가지는 실질적인 가치를 재무적으로 평가하고 측정하는 분석 기법을 말한다. 연구진은 특히 시장 상황이 좋아졌을 때 발전설비를 추가할 수 있는 '확장 옵션'의 가치를 계산했다. 그 결과 확장 옵션의 가치는 1억7254만 달러(약 2380억원)로 평가됐다. 옵션이 실제로 경제성을 갖게 되는 상태가 될 확률은 약 67%로 분석됐다. 반면 사업 규모를 줄이는 축소 옵션의 가치는 장비 철거와 처분 비용 때문에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기본 사업의 DCF 순현재가치와 확장 옵션 가치를 합친 프로젝트의 총 가치는 1억7571만 달러(약 2425억원)로 평가됐다. 단순히 현재의 수익성만 보면 간신히 경제성이 있는 사업이지만, 앞으로 시장 상황이 좋아졌을 때 사업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유연성'까지 고려하면 투자 가치가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태양광 효율 높아지고 건설비 내려가면 가치 더 커져 기술 발전을 가정한 분석에서는 경제성이 더욱 높아졌다. 태양광 모듈 효율이 20% 개선되면 NPV는 1억1700만 달러, 자본비용이 30% 낮아지면 1억6200만 달러로 증가했다. 두 조건이 동시에 충족되는 시나리오에서는 NPV가 2억7600만 달러, 확장 옵션 가치는 3억7200만 달러까지 올라갔다. 연구진은 특히 전력가격과 건설비가 사업성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분석했다. 철도 운영기관이 생산한 전력을 직접 사용하는 자가소비 방식도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호남선 438MW 사업에서 생산되는 전력은 연간 약 517GWh로, 철도 운영기관 전력 사용량의 상당 부분을 충당할 수 있는 규모다. 다만 자가소비의 구체적인 경제적 가치는 이번 연구에서 별도로 계산하지 않았다. ◇“소규모 시범사업보다 대규모 개발 필요" 연구진은 철도 유휴부지 태양광을 활성화하려면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력가격 하락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최소한의 판매가격을 보장하는 가격 하한제를 검토하고, 산림이나 농지를 새로 훼손하지 않고 기존 철도시설을 활용한다는 점을 고려해 철도 유휴부지 태양광에 대한 REC 가중치를 높이는 방안도 제안했다. 연구진은 이번 분석이 호남선 한 노선을 대상으로 한 가상사업이라는 한계도 인정했다. 실제 사업에서는 계통연계 비용과 인허가, 구조물별 설치조건 등을 추가로 검토해야 한다. 연구진은 철도 태양광의 경제성을 '지금의 가격으로 얼마나 벌 수 있는가'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현재는 경제성이 아슬아슬하더라도 앞으로 전력가격이 오르거나 태양광 기술이 발전할 경우 설비를 추가할 수 있도록 처음부터 대규모·확장형으로 설계한다면 새로운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결론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안호영 의원, 발전공기업 통합 ‘한국발전공사법안’ 대표 발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새만금 산업단지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한 안호영 의원이 이번에는 발전공기업의 통합 본사를 전북에 두도록 하는 내용의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안호영(전북 완주·진안·무주) 국회의원은 전북지역 국회의원들과 함께 한국발전공사법안을 오는 24일 공동 발의한다고 23일 밝혔다. 법안은 남동발전·남부발전·동서발전·서부발전·중부발전 등 한전 자회사인 5개 발전 공기업들을 통합해 한국발전공사를 설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발전공사는 전력 자원의 개발과 발전사업, 재생에너지 발전의 확대·보급·공공성 강화, 관련 연구 및 기술개발, 해외사업, 투자·출연 등을 수행하도록 했다. 공사 자본금은 32조원으로 하며 정부가 51% 이상을 출자해 공공성과 책임성도 확보한다. 아울러 재생에너지전환본부를 설치하고 기능상 독립된 조직으로 운영한다. 특히 한국발전공사의 본사와 재생에너지전환본부를 전북특별자치도에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안 의원은 “한국발전공사 본사와 재생에너지전환본부를 전북에 설치하면 새만금 재생에너지와 전북 수소탄소산업을 연계해 새 에너지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며 “전북을 대한민국 에너지전환과 미래 전력산업의 중심지로 도약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지난 6월 18일 기후에너지부의 발전공기업 역할 재정립 연구용역 중간보고회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통합 방향에 동의한다"며 “이제 중요한 것은 에너지 전환을 어디서 실현할 것인가이다. 그 중심은 새만금이어야 한다. 통합 발전공사의 본사는 새만금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자체 간 통합 본사 유치 경쟁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이미 중부발전과 서부발전이 있는 충남도 및 태안군과 남동발전이 있는 경남 및 진주시가 유치 도전장을 냈고, 동서발전이 위치한 울산, 남부발전이 있는 부산도 유치를 원하고 있으며, 여기에 한전 본사가 위치한 나주까지 도전하고 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히트펌프 논란 ②] 독일, 바스프 히트펌프에 5000억 지원…한국은 주택용에 집중

주택 중심으로 마련된 히트펌프 보급 지원책을 산업용 열 생산 영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산업용 열 수요가 가정 난방 수요를 뛰어넘는 만큼, 열에너지 분야의 탄소 감축에 속도를 내려면 산업 현장에도 히트펌프가 조속히 안착해야 하기 때문이다. 히트펌프 도입에 적극적인 주요국들은 일찍부터 산업용 히트펌프에 보조금과 융자를 지원하는 등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집단에너지사업자편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전체 열에너지 판매량 중 51.7%(3195만Gcal)가 산업단지로 공급됐다. 산업용 열에너지 수요가 주택용을 상회하는 만큼, 산업계에서는 주택용보다 산업용 히트펌프 도입 시 탄소 감축 효과가 훨씬 크다고 강조한다. 특히 200℃ 미만의 열을 공정에 사용하는 식품·염색 등 경공업이나 제지, 타이어 산업 등에서 히트펌프의 활용 잠재력이 높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히트펌프 보급 활성화 방안'은 내년부터 주택용 히트펌프 설치 보조금 대상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등 주택용 보급 계획에 치중돼 있다. 산업용 히트펌프에 대한 구체적인 보조금 지원책은 아직 윤곽조차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정부는 현재 산업 공정에 적용할 초고온·대용량 히트펌프 보급을 위한 기술 개발 및 실증 지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23년부터 2027년 완료를 목표로 제지산업 폐열 활용 고온수 생산 대용량 히트펌프 개발·실증 사업을 진행 중인 것이 대표적이다. 히트펌프는 여러 면에서 주택용보다는 산업용 도입이 더 효과적으로 분석된다. 우선 공장의 노후 보일러 한 대를 히트펌프로 바꾸는 것이 수백, 수천 가구의 난방을 바꾸는 것보다 감축량이 더 크다. 또한 주택용은 겨울에 집중적으로 사용되지만, 산업용은 일년 내내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산업용 히트펌프는 폐열을 흡수해 고온의 열을 만들기 때문에 공기의 열을 흡수하는 주택용보다 더 큰 에너지 효율을 얻을 수 있다. 기업들은 에너지 효율 향상을 통해 탄소 배출을 줄임으로써 탄소국경세(CBAM)나 ESG 규제 등의 친환경 규제에 대응할 수 있다. 제도적 장벽이 낮다는 점도 산업용 히트펌프의 강점이다. 전체 주택의 약 80%를 차지하는 아파트·연립주택의 경우 관련 규정 개정이 선행되어야 하지만, 산업용은 규제 걸림돌이 적고 에너지 소비 규모가 크다. 보급 정책 추진 시 단기간에 높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이유다. 다만 높은 초기 도입 비용이 장벽으로 작용한다. 주택용은 표준화가 가능한 반면, 산업용은 공장별 설비 환경, 공정 온도, 필요 열용량이 제각각이라 맞춤형 제작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주택용에 재정을 집중하면 단기적인 보급 수치 성과는 낼 수 있겠지만,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산업용에도 과감한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며 “산업용 열에 쓰이는 화석연료를 히트펌프로 대체하는 정책이 훨씬 큰 감축 효과를 낼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가정용보다 높은 온도를 요구하는 산업용 히트펌프 기술의 국산화를 위한 투자도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해외 주요국들은 이미 산업용 히트펌프에 적극적인 재정 지원을 펼치고 있다. 일본은 2021년 '지구온난화 대책 계획'을 통해 보급 목표를 가정용·업무용·산업용으로 세분화했다. 가정용은 2030년까지 1590만 대(2020년 대비 2배 이상), 산업용은 1673MW(10배 이상) 용량을 확보할 계획이며, 요건을 충족한 기업에는 최대 1000만 엔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유럽 역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천연가스 위기를 겪으며 히트펌프 도입을 가속화했다. 유럽히트펌프연합(EHPA)에 따르면, 유럽 전체 산업용 열 수요 중 200℃ 미만에 해당하는 37%를 히트펌프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는 지열·폐열 이용 산업용 히트펌프 설치 및 실증 사업에 소요 비용의 최대 65%를 지원하는 '열 펀드'와 융자 프로그램(녹색 대출)을 운영 중이다. 영국도 2020년부터 5억 파운드 규모의 '산업 에너지 전환 펀드(IETF)'를 통해 히트펌프 보급을 지원해 왔다. 독일은 단일 기업의 히트펌프 설치에도 대규모 보조금을 지원한다. 세계적인 화학기업 바스프(BASF)는 스팀 크래커(열분해 설비) 폐열을 활용하는 히트펌프 설치 프로젝트로 독일 연방정부로부터 최대 3억 1000만 유로, 한화로는 약 5017억원 지원을 확보했다. 바스프는 2027년 중순까지 50MW 규모의 무탄소 열에너지 생산 설비를 완공해 포름산 생산 공정에 투입할 예정이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EE칼럼]전력투자비 조달, 원가회수율 공개가 핵심이다

지난 20일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공개된 전력수요 재전망은 충격적이다. 2040년 목표 최대전력은 지난 4월 전망한 131.8~138.2GW에서 158.4~165.0GW로 26.6~26.8GW 늘었다. 연간 전력소비량도 657.6~694.1TWh에서 847.3~885.1TWh로 약 190TWh 증가했다. 불과 몇 달 만에 최대전력 전망이 20%, 전력소비량이 28%가량 상향된 것이다.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가 전력수요 지형을 바꿨다. 전기를 어떻게 생산할지도 문제이지만, 전기를 필요한 곳까지 보낼 전력망은 누가, 무슨 돈으로 건설할 것인가. 한전은 제11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서 2038년까지 72조8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 계획에는 이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10GW 이상 전력공급 설비가 반영돼 있다. 하지만 호남권 반도체 산단과 AI 데이터센터가 추가되고 정부가 전력망 건설 시기를 앞당기라고 요구하면서 72조8천억원 보다 크게 높아질 것이 확실시된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 업무보고에서 연간 투자비가 약 10조원, 이 가운데 송전망 투자가 약 8조원이라고 밝혔다. 지중화 확대, 주민 보상 강화, 자재비 상승까지 고려하면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올해 상반기 한전의 영업이익은 4조9천억원이다. 흑자라고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연결 기준 부채는 210조원을 넘었고 차입금은 133조원에 달한다. 상반기 이자비용만 2조1천억원이다. 여기에 정부는 11차 전기본의 2030년 재생에너지 설비목표 78GW를 100GW로 높였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필요하지만 발전설비만 세운다고 전기가 저절로 공급되는 것은 아니다. 송전망과 변전소, 에너지저장장치(ESS), 계통 안정화 설비가 함께 들어가야 한다. 반도체·데이터센터처럼 대규모 수요처가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서 전력망 비용은 더 커진다. 공짜 점심이 없듯 공짜 전력망 역시 없다. 민간투자를 끌어들인다 한들 비용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처럼 한전에 차입을 떠넘기는 방식도 한계에 이르렀다. 전기요금 조정과 재정 분담을 피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한전은 과연 유의미한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할 수 있을까. 소비자는 자신이 내는 요금이 원가보다 비싼지 싼지조차 알 수 없다. 정부가 인상률만 결정해 통보하니 요금 조정 때마다 모든 소비자가 “왜 나만 올리느냐"고 반발한다. 지역별 차등요금제 역시 원가 차이를 반영하는 것인지, 지역 지원 정책인지 구분하지 않으면 또 다른 교차보조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다. 전력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왔음에도 전기요금은 여전히 경제 논리가 아니라 정치 논리의 그늘을 못벗어나고 있다. 전기요금 탈정치화의 핵심은 '용도별 원가회수율 공개'다. 정부는 2012년까지 주택용·일반용·산업용·농사용 등 종별 원가회수율을 공개했다. 그러나 이후에는 별다른 설명도 없이 자료 공개가 중단됐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3년 원가회수율은 평균 95.1%, 산업용 97.9%, 일반용 99.7%, 주택용 89.6%, 농사용은 35.1%였다. 산업용 원가회수율이 높아진 것은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총 11회에 걸처 80.6%를 인상한 결과이다. 2022년 이후에도 산업용은 kWh당 80.0원, 주택용은 40.4원 인상됐다. 지금은 '전기요금'이라는 명목으로 누가 누구를 얼마나 보조하고 있는지 추정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깜깜이 상태에서 막대한 전력망 비용 마련을 위해 전기요금을 인상한다고 하면 산업계와 일반 국민 모두 납득하기 어렵다. 정책적으로 특정 용도의 전기를 원가 이하로 공급해야 한다면 그 차액은 투명하게 계산해 정부 예산으로 지원할 때가 왔다. 복지·농업·산업정책 비용을 한전 장부 속에 숨겨 다른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구닥다리 방식은 이참에 일소해야 한다. 원가를 알아야 지원이 필요한 경제 주체와 정책 목적이 분명해지고 그 지원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할 수 있다. 전기요금 인상 발표보다 앞서 정부가 해결할 일은 용도별 공급원가와 원가회수율을 공개하고 앞으로의 용도별 전기요금 인상 원칙을 세우는 것이다. “얼마나 더 지을 것인가"를 넘어서 “누가, 어떤 원칙으로 그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에 대해 모두 고민할 때다. bienns@ekn.kr

[기후 신호등] 수심 2000m까지 뜨거워진 바다…겪어보지 못한 재앙 온다

2026년 여름 지구의 바다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9일 스위스·스웨덴·영국 등 국제연구진은 '세계기상귀속(World Weather Attribution,WWA)'을 통해 지난달 유럽 주변 바다는 기록적인 해수면온도를 보였고, 특히 지중해에서는 평년보다 최대 6℃ 높은 수온이 관측됐다고 밝혔다. WWA는 기후변화가 특정 폭염·폭우·해양열파 같은 극한기상을 얼마나 더 강하고 빈번하게 만들었는지를 분석하는 국제 연구 네트워크다. 이에 앞서 유럽연합(EU)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도 지난 6월 전 지구 해수면 온도가 관측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지난달 1일 발표했다. 카를로 부온템포 C3S 국장은 관측 결과를 발표하면서 “현재의 해양 상태가 다시 한번 '미답(未踏, 밟아보지 못함)의 영역(uncharted territory)'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국면의 시작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전 세계 바다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6월 전 세계 바다, 다시 최고 기록 올들어 바다 표층 수온 기록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C3S가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6월 북위 60도에서 남위 60도 사이의 비(非)극지 해양 평균 해수면 온도는 20.86℃로 6월 기준 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종전 최고였던 2024년 6월보다 0.01℃ 높았다. 특히 6월 21일에는 C3S의 일평균 해수면 온도가 20.86℃까지 올라 2023년과 2024년 같은 날짜의 20.83℃ 기록을 넘어섰다. 코페르니쿠스 해양서비스(CMEMS)가 집계한 2026년 6월 전 세계 평균 해수면 온도는 20.92℃로, 역시 6월 기준 최고 수준이었다. 열대 태평양의 평균 수온도 27.26℃로 기존 기록을 넘어섰다. 이 기록은 단순히 지구온난화만으로 설명되는 현상도 아니다. 올해에는 강한 엘니뇨가 동시에 발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해양대기국(NOAA)의 기후예측센터(CPC)는 지난 6월 11일 '엘니뇨 주의보'​를 발령했다. NOAA는 엘니뇨가 2026년 북반구 겨울까지 강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7월 전망에서도 NOAA는 엘니뇨가 연말까지 강해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초여름 전망보다 강도가 높아지는 양상이 뚜렷했다. ◇진짜 문제는 바닷속…수심 2000m에 쌓인 열 하지만 기후과학자들이 더욱 주목하는 지표는 해수면 온도 자체가 아니다. 바다가 전체적으로 얼마나 많은 열을 저장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해양 열함량(OHC)'​이다. 중국과학원(CAS) 산하 대기물리연구소(IAP)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지난 1월 국제학술지 '첨단 대기과학(Advances in Atmospheric Sciences)'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난해 표층부터 수심 2000m까지의 상층 해양 열함량이 관측사상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고 밝혔다. 2024년보다 약 23제타줄(ZJ)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로써 해양 열함량은 9년 연속 최고 기록을 이어갔다. 23제타줄은 2023년 전 세계 1차 에너지 소비량과 비교하면 약 37년치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다. 이는 그동안 온실가스 증가로 대기 중에 축적됐던 열에너지가 한꺼번에 바다로 들어갔고, 여기에 엘니뇨·라니냐 등에 따른 해양 내부의 열 재분배 현상까지 더해진 탓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열이 바다 표면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전 세계에 설치된 수천 개의 관측 부이(buoy, 부표)로 수심 2000m까지 측정한 결과, 바다 내부의 급격한 온도 상승이 확인됐다. 바다는 말 그대로 거대한 '열 저장고'가 돼가고 있는 셈이다. ◇바다가 품은 열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지구온난화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기온을 생각한다. 하지만 지구가 온실가스 증가로 얻은 초과 에너지 가운데 90% 이상을 바다가 흡수한다. 바다가 없었다면 대기의 온도는 지금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상승했을 것이다. 다시 말해 바다는 지금까지 인류의 기후위기를 일정 부분 '완충'해온 셈이다. 문제는 이 완충 역할에도 대가가 따른다는 것이다. 바다가 열을 계속 흡수하면 해수의 열팽창으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빙하와 빙상이 녹는 속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뜻해진 바다는 대기 중으로 더 많은 수증기를 공급하며 폭우와 강한 폭풍에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한다. 동시에 산호초와 어류 등 해양 생태계에도 직접적인 스트레스를 준다. 더 무서운 것은 '열 관성(thermal inertia)'이다. 바다는 육지보다 비열이 크기 때문에 열을 훨씬 많이 저장한다. 그리고 바닷속 깊이 들어간 열은 매우 느리게 이동한다. '거대한 열 관성' 탓에 바다에 저장된 열은 곧바로 사라지지 않는다. 바다가 저장한 거대한 열에너지는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대기와 육지의 기후를 움직이는 에너지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강한 엘니뇨가 거대한 바다의 열과 만난다 여기에 올해는 또 하나의 변수가 겹쳤다. 바로 엘니뇨다. 엘니뇨는 열대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자연적인 기후 변동 현상이다. 그러나 엘니뇨가 발생하면 태평양에 저장돼 있던 열이 대기와 상호작용하면서 전 세계 기온과 강수 패턴에 영향을 미친다. 이번 엘니뇨가 주목받는 이유는 발생 시점부터 강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슈퍼 엘니뇨'라는 표현도 등장했지만, NOAA의 공식적인 분류라기보다는 언론 등에서 매우 강한 엘니뇨를 지칭하는 표현이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국종성 교수 등 국제연구팀은 지난 3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구가 따뜻해질수록 엘니뇨가 전 지구 해수면 온도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러 기후모델을 분석한 연구팀은 온실가스 농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엘니뇨가 전 지구 해수면 온도 변동에 미치는 영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엘니뇨와 관련된 대기 현상들이 서로 강하게 연결되고, 해수면 온도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엘니뇨가 지역별 해수면 온도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온난화와 엘니뇨가 단순히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기후 영향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기후 체제 전환'이 무서운 이유 해양이 미답의 영역으로 옮겨가는 것을 두고 '기후 체제 전환(regime shift)'이라는 표현이 사용되기도 한다. 기후과학에서 '기후 체제 전환'라는 개념은 기후 시스템의 평균적인 상태, 즉 기준선 자체가 다른 상태로 이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평균기온이 30℃이고 35℃가 극단적인 폭염이었다면, 새로운 기후 체제에서는 35℃가 평균에 가까워지는 식이다. 이 개념이 중요한 이유는 사회 시스템 대부분이 과거의 기후 통계를 기준으로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도시 배수시설은 과거 강수량을 기준으로 설계되고, 댐은 과거의 유입량과 홍수 빈도를 바탕으로 운영되며, 농업은 과거의 계절과 강수 패턴을 전제로 작물 품종과 파종 시기를 결정한다. 기후 체제가 바뀌면 평균 자체가 달라진다. 과거의 '100년에 한 번' 발생하던 사건이 새로운 기후에서는 훨씬 더 자주 나타날 수 있다는 말이다. 대비 수준이 아예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다. ◇해양 온난화는 생태계와 식량 문제로 번진다 해양 온난화가 위험한 이유는 단순히 물고기가 더운 물에서 살기 힘들기 때문만은 아니다.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쪽에 있는 식물플랑크톤부터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 미국 MIT 등 연구진은 지난 3월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발표한 논문에서 “온난화가 진행되면 일부 아열대 지역 식물플랑크톤의 단백질 성분이 약 20% 증가하는 반면, 고위도 지역에서는 단백질 성분이 약 15~30%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식물플랑크톤은 해양 먹이사슬의 출발점이다. 플랑크톤의 영양학적 구성 자체가 바뀌면 이를 먹는 동물플랑크톤과 어류, 더 나아가 해양 포유류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강한 엘니뇨가 동태평양의 차가운 심층수를 끌어올리는 용승(upwelling)을 약화시키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페루 연안처럼 영양염이 풍부한 용승에 의존하는 지역에서는 멸치류 같은 어종의 생산성이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는 곧 수산물 가격과 사료 가격, 식품 물가로 이어질 수 있다. 기후변화가 농업뿐 아니라 수산업을 통해서도 물가를 끌어올리는 '기후플레이션(Climate + inflation)'​의 경로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한반도 바다도 이미 뜨거워지고 있다 한반도 주변 해역도 예외는 아니다.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 1월 발표한 자료에서 2025년 동아시아 주변 바다의 평균 표층수온이 20.84℃로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6~10월 평균 수온은 26.44℃로 관측 이래 최고 기록이었다. 지난해 하반기 표층수온 역시 매우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수산과학원의 분석을 보면 한국 해역의 장기적인 온난화 속도는 더욱 가파르게 나타난다. 1968~2025년 한국 해역의 연평균 표층수온 상승률은 연간 약 0.0276℃, 같은 기간 전 지구 평균 표층수온 상승률은 약 0.0131℃였다. 전 지구 평균보다 2배 이상 빠른 것이다. 올여름 우리나라 양식업 현장에서는 해수면 온도 상승이 곧바로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다. 고수온 주의보 속에 양식장들은 애써 기르던 물고기를 대량으로 방류했다. 양식어류는 수온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오르면 대량 폐사 위험이 급격히 커지기 때문이다. ◇'예방'만으로는 부족하다…이제는 '전환적 적응'으로 2026년의 뜨거운 바다는 이미 변해버린 기후에 맞춰 사회 시스템을 다시 설계하도록 요구한다. 수산업은 고수온에 강한 품종과 육상 순환여과식 양식시스템(RAS), 외해 양식 등 새로운 생산체계로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바다를 더 정확하게 읽는 기술도 중요해진다. 이 과정에서 해양 관측망과 인공지능(AI)의 역할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인공지능(AI) 기반 해양 예측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향후 200일의 해양 상태를 빠르게 예측하는 KIST-오션(Ocean)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역시 한반도 주변 해역을 대상으로 한 고해상도 해양·대기 결합모델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기술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내일의 바다 수온'을 맞히기 위해서가 아니다. 향후 수개월의 수온, 어종 이동, 해양열파, 양식장 위험 등을 예측해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목적이다. 2026년 여름의 바다는 단순히 '바다 수온이 올랐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바다는 이미 '미답의 영역'으로 들어섰다. 이제 인류의 생존은 기후 기준선 자체가 바뀐 새로운 바다에 맞춰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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