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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효의 에·바·다]동해심해가스전 중단?…이란 굴복시킨 이스라엘을 봐라

에너지는 현대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될 필수재이다. 하지만 에너지 시설은 배출물질을 과도하게 내뿜는다는 부정적 선입견으로 지역주민들로부터, 심지어는 국가로부터도 기피되고 있다. 이러한 선입견은 에너지의 실제에 대한 여러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에·바·다는 '에너지를 바로 보니 다르네'라는 의미로, 이 코너를 통해 독자들에게 에너지의 실제에 대해 설명드리도록 하겠다. 지난 6월 13일 중동의 강호인 이란과 이스라엘이 전쟁으로 맞붙었다. 의외로 전쟁은 오래가지 않았다. 12일만에 종료됐다. 이스라엘의 완승으로 끝났다. 양측 국경이 900㎞나 떨어져 있어 처음엔 미사일 공방을 벌이다, 이란의 방공망이 완전히 무너진 후반부엔 이스라엘의 전투기가 직접 이란 영토를 폭격했다. 이스라엘의 폭격에도 꿋꿋이 버티던 이란은 결정적 한방에 나가 떨어졌다. 바로 이란의 중요 에너지 공급원이자 중동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사우스파스 가스전이 폭격을 받은 것이다. 거의 같은 시각, 이란도 똑같이 이스라엘의 최대 에너지 공급원인 타마르 가스전을 공격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막아냈다. 그리고 전쟁은 끝났다. 이스라엘이 이슬람 시아파의 종주국인 이란을 상대로 완승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강력한 군사력이 가장 크겠지만, 근본적으로는 가스전을 통한 에너지 자급의 힘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 가스전이 없다면 에너지를 다른 곳으로부터 수입해서 써야 하는데,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여 있어 쉽지 않다. 에너지 수급이 안된다면 제아무리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다해도 경제는 물론 나라 운영 자체가 어려워 전쟁을 지속할 수가 없다. 이스라엘의 강력한 힘은 바로 가스전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스라엘은 가스가 남아 돌아 이를 이집트 등 주변국에 판매까지 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타마르 가스전은 에너지 수급을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포항 앞바다에서 석유, 가스 매장량을 찾는 동해심해가스전 사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석유공사의 투자유치 우선협상대상자 명단이 공식발표 전에 유출되면서 산업부 장관은 24일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고 격노하며 진위파악 및 조치를 지시했다. 이후 산업부는 26일 “입찰 참여자와의 협의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사업 추진 여부를 포함한 향후 사업 방향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장관의 격노에 이어 사업 추진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산업부의 입장이 나오면서 한국석유공사의 동해심해가스전 사업 계획을 원점 재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되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 명단 유출 사건의 범인으로 석유공사가 지목되고 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국회 책임이 더 크다. 지난 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의 석유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 국감에서 이종배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회의 시작에 앞선 자료요구 시간에 “동해심해 울릉분지 가스전 사업은 반드시 성공해서 대한민국 미래 밝혀야 한다. 1차 이어 2차 탐사시추 국제공모에 복수의 메이저 업체가 입찰했다고 알려졌다"며 “(석유공사가) 지난 주에 심사를 완료해서 우선협상대상업체가 선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 (관련)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말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과가 기밀인 것은 물론이고, 선정이 완료됐다는 사실도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기밀에 속한다. 그런데 국회의원이 선정 완료 사실을 생방송 중인 국감장에서 밝혀 버렸다. 앞서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은 업무보고에서 “동해심해 울릉분지 석유가스 개발은 유망구조 발굴 후에 다수의 글로벌 메이저가 관심을 보였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 있다"며 선정작업이 아직 진행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눈치 빠른 국내 언론이 이 의원의 발언을 놓칠리가 없다. 곧바로 모 경제지는 석유공사에 선정이 완료됐는지와 선정된 업체가 비피(BP)가 맞는지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석유공사 측은 사실이 아닌 것을 답할 수는 없었다. 공사 측은 “선정이 완료된 것은 맞지만, 업체가 어디인지는 말씀드릴 수 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체는 '선정업체가 비피가 맞느냐'는 질문에 석유공사가 부정을 하지 않으면서 이를 긍정으로 받아들여 '우선협상대상자에 BP 잠정 선정' 제목으로 첫 보도를 내보냈고, 곧이어 많은 매체에서 비슷한 기사가 쏟아졌다. 석유공사는 이날 오후 16시50분에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공사는 동해 해상광구 투자유치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을 대상으로 입찰제안서에 대한 기술적 평가를 완료했으며, 앞으로 관계기관 등과의 협의를 거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며 “향후 원활한 절차 진행을 위해 업체 관련 세부 사항을 공개하기 어려움을 말씀드리며, 추측성 보도는 자제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우선협상대상자 명단 유출 사태는 일파만파 커졌고, 급기야 석유공사의 언론플레이라는 의심까지 도달하게 됐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지난 25일 산업부 종합국감에서 김정관 장관에게 “(우선협상대상자 명단 유출 건에 대해) 산업부는 석유공사에 무시당하거나 무능한 거 아니냐. 장관이 한미 관세협상 하느라 바빠서 이런 거 안 챙기니까 석유공사가 산업부 무시해서 언론플레이 하는거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상기된 표정으로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 저도 엄중하게 생각하며 경위조사를 지시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다음날 산업부의 “사업 추진 여부를 포함한 향후 사업 방향을 검토해 나가겠다"는 입장이 나온 것이다. 자원업계와 전문가들은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또 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 한해 자원개발산업이 국감에서 두들겨 맞지 않은 적이 없지만, 올해도 같은 역사가 반복되고 있는 것을 목격하자니 한숨이 절로 나온 것이다. 한 자원개발학과의 대학 교수는 “우선협상대상자 명단 유출 사건을 보면 석유공사의 미숙한 대응도 있었지만, 근본적으로는 여야 모두 동해심해가스전 사업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면서 결국 명단 유출까지 벌어지게 된 것"이라며 “이럴 바엔 한국은 아예 자원개발을 하지 않는 게 낫다고 본다. 지난 20여년간 정치권이 자원개발 정책을 두고 공방을 벌였지만, 무슨 진전이 있었나. 오히려 후퇴밖에 더 하지 않았나"라고 일갈했다. 일명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불리는 동해심해가스전 사업에는 '윤석열' 꼬리표가 붙어 있다. 지난해 6월 윤 전 대통령은 첫 국정브리핑을 통해 이 사업의 개시를 알렸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동해에 최대 140억배럴의 가스·석유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있다. 1990년대 후반 발견된 동해 가스전의 300배가 넘는 규모이고 우리나라 전체가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을 넘게 쓸 수 있는 양으로 판단된다. 심해 광구로는 금세기 최대 석유 개발 사업인 남미 가이아나 광구의 110억 배럴보다도 더 많다고 볼 수 있다"고 다소 흥분된 투로 말했다. 당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매장량을 돈으로 환산하면 삼성전자 시가 총액(약 450조원)의 5배에 이른다"고 말해 분위기를 더 고조시켰다. 그러나 올해 2월 가장 유망한 것으로 평가된 대왕고래 구조에 대한 첫 시추결과는 '경제성 없음'으로 판명났다. 1240억원의 시추비가 들었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강력히 비판했고, 대선 후보이던 이재명 대통령도 “그 돈(시추비)이면 AI용 GPU 수천장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자원업계는 호들갑과 저주의 '환장의 콜라보'로 평가한다. 윤 전 대통령이 140억배럴이라고 말한 단위는 탐사자원량이다. 탐사자원량은 지하 지질구조상 얼만큼의 자원이 있을만하다는 추정치다. 이를 근거로 탐사시추를 실시해 비로소 '매장량'을 평가한다. 매장량에도 잠재매장량과 상업매장량이 있는데, 흔히 말하는 매장량은 실제 경제적 가치를 표시하는 상업매장량 개념을 사용한다. 탐사자원량과 상업매장량 간에는 많은 차이가 있음에도 윤 전 대통령은 140억배럴을 마치 상업매장량인듯 발표하는 호들갑을 떤 것이다. 동해심해가스전 사업이 진행되는 울릉분지에는 총 7개 구조가 있다. 이 가운데 시추가 진행된 대왕고래 구조는 '드라이' 판명이 났다. 구조는 연결돼 있기 때문에 대왕고래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 가스는 다른 구조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추가 시추를 통해 이를 확인해야 한다. 동해심해가스전의 시추 깊이는 3000m가 넘는다.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전한 현대라고 해도 지하 수천미터 아래에서 단 한번의 시추를 통해 스팟지역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리비아 엘리펀트 유전은 6번, 이스라엘 타마르 가스전은 10번, 동해 1·2가스전은 11번, 금세기 최고 유전으로 평가되는 가이아나 리자 유전은 14번, 유럽을 먹여 살리고 있는 노르웨이 에코피스크 유전은 33번, 캐나다 레덕 유전은 134번의 시추 끝에 매장량을 찾아냈다. 석유공사는 이제 첫 시추를 했고 확률대로 스팟지역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단 한번의 시추결과로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동해심해가스전 사업에 저주성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전문가들은 동해심해가스전 사업이 서둘러 진행된 감이 없지 않다고 지적한다. 국가적 사업이고 정치적으로 논란이 예상되는 만큼 절차적, 객관적 명분을 충분히 확보하면서 차분히 진행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평가한다. 한 자원개발 전문가는 “석유공사의 탐사 자문을 맡은 액트지오의 아브레우 박사는 전문가가 맞다. 그의 경력으로 보나, 실제 실력으로 보나 훌륭한 전문가라는 것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면서도 “그렇다 하더라도 국가적 사업을 1인기업에만 맡기고 진행한 것은 너무 성급했다고 본다. 더 큰 기업의 자문을 맡아 진행했다면 동해심해가스전 사업이 이렇게까지 정치적 공격을 받진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액트지오 창립자인 빅토르 아브레우 박사는 글로벌 석유메이저인 페트로브라스에서 9년, 엑슨모빌에서 15년을 근무했다. 특히 엑스모빌 재직 당시에는 가이아나 유전 탐사에도 참여했다. 전문가는 이어 “현 정권과 여당은 동해심해가스전 사업을 계속해 나갈 생각이 없어 보인다"며 “사실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스는 어디 가지 않는다. 땅 속에 그대로 묻혀 있다. 지금부터라도 우선협상대상업체와 함께 차분히 탐사자료를 분석하고 다음 전략을 짜서 찬찬히 진행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EE칼럼] 사이버 안보의 심각성, APEC에서 다뤄져야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유럽 국가들은 전쟁의 확산과 함께 또 다른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전력망이나 수도시설 같은 주요기반시설이 사이버 공격에 노출되는 것이다. 폴란드에서는 올해 들어 하루 평균 3천 건이 넘는 해킹 시도가 보고됐고 그중 상당수가 러시아 연계 조직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드러났는데, 병원이나 도시 수도 시설 같은 핵심 기반시설을 노린 공격도 늘어나고 있다. 노르웨이의 수력댐에서도 외부 해커가 방류 밸브를 제멋대로 열어버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사이버 공격이 데이터나 민감 정보를 유출시키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물리적 재난을 초래하는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공격은 최근에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다. 이미 10년 전인 2015년, 우크라이나에서는 러시아 해커들이 배전망을 공격해 약 23만 가구의 전력 공급이 끊긴 적이 있었다. 2016년에는 수도 키이우의 변전소가 악성코드 '인더스트로이어(Industroyer)'에 감염돼 또다시 정전 사태가 벌어졌다. 미국에서도 2021년 '콜로니얼 파이프라인' 해킹으로 동부 지역의 연료 공급이 일시 중단되었고, 지난해에는 캘리포니아의 수처리 시설이 해킹돼 화학약품 투입량이 조작되는 일이 있었다. 전력·수도·가스 등 기반시설이 사이버 공격의 새로운 전장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2014년 한국수력원자력(KHNP) 해킹 사건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당시 원전 도면과 직원 정보가 유출되며 사회 전체가 긴장했다. 이후에도 통신사, 병원, 공공기관을 겨냥한 대규모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에너지 산업 전반의 제어망을 노린 침투 시도도 증가하고 있다. 스마트그리드, 재생에너지, 전기차 충전소, ESS(에너지저장장치)가 연결되면서 공격 표면은 기하급수적으로 넓어졌다. 사이버 공격의 양상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위협적이 된 지금, 새삼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사고로부터 14년 이상 지난 지금까지도 막대한 손실을 발생시키고 있는 이 사고는 거대한 쓰나미라는 자연재해로 인해 촉발되긴 했지만, 전원이 끊겼다는 사실이 본질적인 문제였다. 전원이 끊기자 냉각수 공급이 중단되었고 원자로 내부의 온도가 치솟으면서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며 수소 폭발로 이어졌던 것이다. 당시에는 자연재해가 전기 공급을 멈추게 했다면, 사이버 공격은 인위적으로 같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만약 원자로 제어시스템이 악성코드에 감염된다면 그것은 쓰나미만큼, 아니 그 이상의 참사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우리도 전력시설을 비롯한 주요기반시설의 사이버 보안 체계를 전면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전력공기업, 정부 부처, 민간업체가 각자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지만, 공격은 이미 통합적으로 진화했다. 특히 에너지 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은 에너지 안보, 나아가 국가 안보 차원에서 심각한 사안이다. 전류가 멈추면 공장과 병원이 멈추고, 교통이 마비되며, 국민의 일상이 무너진다. 따라서 에너지 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은 경제 활동을 마비시키는 수준을 넘어서 사회적 신뢰체계까지 흔들 수 있는 복합적인 위협이라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게다가 AI의 발달로 사이버 공격의 복합성은 더욱 커졌다. AI 기술이 전력 수요를 예측하며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해커 역시 AI로 공격을 고도화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전력망의 디지털화는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치명적 취약점을 낳기도 한다. 따라서 원자력·수력·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시설 전반을 아우르는 국가 단위의 통합 사이버 안보 컨트롤타워가 시급하다. 실시간 위협 대응과 복구 체계 강화도 절실한 과제다. 결국 “누가 공격했는가"를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 사회가 사이버 공격에 “얼마나 복원력(resilience)을 갖추고 있는가"를 점검하는 일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사이버 안보는 방어만으로는 부족하며, 공격을 받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하고 빠르게 복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아시아-태평양 차원에서 공유할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전력·통신·에너지망의 사이버 안보는 이제 한 국가만의 과제가 아니다. 회원국들이 이 문제를 공동의 의제로 다루고, 상호 대응과 복원력 강화를 위한 협력의 틀을 마련하는 것을 진지하게 논의할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한국이 이번 회의를 통해 그러한 논의을 주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글로벌 책임강국'으로 가는 초석이 될 것이다. 임은정

[이슈] 고리2호기 재가동 여부, 李정부의 실용주의 리트머스 시험대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에너지 실용주의' 노선이 중대한 분수령을 맞았다. 최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고리2호기 재가동 승인 결정을 보류하면서, 정부가 향후 어느 방향으로 에너지정책의 균형점을 잡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원안위가 보류를 결정한 이유는 서류 형식상의 사유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는 1980년대 허가 당시와 비교해 추가된 자료 요구와 사고 관리 계획서의 절차적 하자 논란, 주기적 안전성 평가 보고서 제출 기한 초과,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보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를 두고 원자력계는 “과도한 심사 지연으로 국민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며 재가동 승인을 촉구하고 있는 반면 일부 시민단체들은 보류 결정 자체가 재가동을 고민하고 있는 것이라며 폐쇄를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가동 기한이 지난 원전도 안전성이 담보되면 연장해서 쓰고, 짓던 것도 잘 지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친원전 드라이브'보다는 신중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노선과는 확실히 결이 다르다. 대통령은 이어 “신규 원전 건설 대신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대대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안전이 확보된 기존 원전은 활용하되, 에너지 전환의 중심축은 재생으로 옮긴다"는 실용적 접근이다. 이 같은 기조는 현재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추진 중인 '전원믹스 합리화'와 '노후 원전 안전투자 강화' 방침과도 맞물린다. 원전은 전력계통의 안정성과 기저전원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신재생은 중장기적으로 비중을 확대하는 이중 구조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균형 노선'에 여권 지지기반의 한 축인 탈핵·환경 시민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27일 탈핵부산시민연대는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안위의 고리2호기 사고관리계획서 심의를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기확산인자, 항공기 충돌 대응 기준 등 핵심 기술 검토가 미비한 상태에서 승인 표결을 강행했다"며, “이재명 정부는 침묵하지 말고 고리2호기 폐쇄와 탈핵을 결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결정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가치'와 결별하는 신호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정부의 실용주의가 결국 '정책 후퇴'로 귀결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반면 산업계와 전문가들은 “원전 실용주의는 불가피한 현실 대응"이라고 평가한다. 급격한 전력수요 증가, 특히 AI데이터센터와 수소·LNG발전의 불안정한 공급 구조, 그리고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저탄소 기저전원 확보 필요성이 겹치면서, 원전을 완전히 배제하는 정책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고리2호기 같은 기존 원전은 이미 감가상각이 끝나 경제성이 높고, 안전성만 확보된다면 탄소중립 달성 과정에서 유용한 완충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말하는 '안전기반 실용주의'와 일맥상통한다. 원전업계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원전 실용주의' 기조가 지속 가능하려면 세 가지 전제조건이 반드시 충족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첫째, 투명한 안전성 검증 체계가 필요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기술적 검증 절차를 명확히 공개해야 국민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정치적 프레임에서의 탈피가 요구된다. '탈원전 대 친원전'이라는 이념적 대립 구도를 벗어나, 에너지 안보·탄소중립·산업경쟁력이라는 실질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셋째, 국민 설득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실용주의 노선이 단순한 정치적 타협이 아니라, 현실적 최적화를 위한 정책 선택임을 명확히 설명해야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고리2호기의 재가동 여부는 단순히 한 원전의 운명을 넘어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실용주의 에너지전환'의 첫 번째 리트머스 시험지다.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향후 전원믹스 구도와 탄소중립 로드맵, 나아가 정치적 정체성까지 규정할 수 있는 사건이 될 수 있다. 기술·정책적 논의를 넘어 정치적 파장도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탈원전이 아니다'라는 공언을 지킬 것인지, 아니면 핵심 지지세력의 요구를 수용해 다시 탈원전 노선으로 선회할 것인지에 업계는 물론 시민단체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고리2호기 결정은 이재명 정부가 말하는 '실용주의 정부'가 진짜인지 보여주는 시험대"라며 “정치적 계산을 배제하고 현실적 선택을 할 수 있을지, 향후 5년 에너지정책의 향방이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 에너지·경제 분야 세계 상위 2% 연구자 선정 ‘국내 유일·3년 연속’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총장 김동환, 이하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가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엘스 비어 출판사가 선정한 세계 상위 2% 연구자에 이름을 올렸다. 스탠포드 대학교-엘스비어 출판사는 공정하고 표준화된 방식으로 특별하게 개발한 복합지표를 활용하여 전 세계 연구자의 연구 영향력을 평가하고 있다. 전 세계 6600만명 연구자들의 출판물을 분석한 후 상위 2% 연구자 23만 333명을 선정해 그들의 성명, 소속기관, 점수, 순위를 공개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2025년도 자료에 따르면, 유 교수는 3년 연속 세계 상위 2% 연구자로 선정됐다. 특히 에너지&경제 분야에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포함됐다. 공학과 자연과학까지 포함한 에너지 전 분야로 범위를 넓히면 세계 백분율 순위 0.2%로 국내 2위였다. 현재 한국에너지학회 및 한국혁신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유 교수는 총 256편의 SCI급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출판한 바 있으며 한국연구재단 등재학술지에도 280편의 논문을 출판하는 등 왕성한 연구활동을 수행 중이다. 서울과기대에서 에너지환경대학원장, 창의융합대학장을 역임하는 등 후학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아울러 유 교수는 현재 전기위원회 위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과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사외이사직을 역임하고 있다. 과거 제9차와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분과 위원장, 녹색성장위원회, 에너지위원회 위원을 역임하는 등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국내 대표 에너지경제 분야 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기후테크] 콘크리트에 검댕 뿌리니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대변신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건축 자재인 콘크리트가 이제는 전기를 저장하는 '슈퍼 배터리' 역할을 할 날도 머지않았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연구진이 개발한 '전자 전도성 탄소 콘크리트(ecˆ3, electron-conducting carbon concrete)' 기술은 건축물의 기둥, 벽, 슬래브 등 구조 요소 자체가 에너지 저장 장치 역할을 하도록 한 것으로, 건축과 에너지 시스템의 융합이라는 획기적인 발전을 이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최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논문으로 발표된 이 기술은 단순한 실험 단계를 넘어, 실제 건축 환경에 적용가능한 확장성과 안정성을 입증, 청정에너지 시대의 핵심 인프라가 될 잠재력을 보여줬다. ◇획기적인 기술: 구조적 강도와 에너지 저장을 동시에 ecˆ3는 기계적 강건함과 전기화학적 에너지 저장 능력을 결합한 다기능성 시멘트 기반 복합 재료다. 이 기술은 수퍼커패시터(supercapacitor) 원리를 이용하는데, 기존 콘크리트 혼합물에 나노-탄소검댕(nano-carbon black, nCB) 입자를 뿌려 전기가 통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기존에도 ecˆ3가 있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수퍼커패시터의 에너지 밀도를 10배나 증가시키는 데 성공했다. 특히, 상업용 슈퍼커패시터에 사용되는 유기 전해질을 적용, 단일 셀에서 최대 2.7V의 고전압을 달성했다. 이는 기존의 수계 전해질 시스템보다 거의 7배 높은 에너지 밀도(최대 2207Wh/㎥)를 기록했다. 에너지 저장 능력의 핵심은 콘크리트 내부의 나노 탄소 네트워크 구조다. 핵심은 전도성 재료를 시멘트에 섞는 과정이다. 기본 바탕은 일반 포틀랜드 시멘트지만, 여기에 nCB를 약 13% 비율로 넣어 콘크리트 내부에 전도성 네트워크를 만든다. 이 미세한 탄소 입자들이 시멘트 매트릭스 전체에 분산되면서, 전기가 통하는 길이 생긴다. 또한 연구진은 전해질 침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 주입(cast-in) 방식'을 도입했다. 기존처럼 콘크리트를 굳힌 뒤 전해질에 담그는 대신, 염화칼륨(KCl) 용액을 혼합수에 미리 섞어 타설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전해질이 콘크리트 속 기공에 자연스럽게 퍼지며, 제조 시간도 단축된다. 마지막으로 모르타르(시멘트+모래)를 추가해 기계적 강도를 높였다. 모래는 전기화학적으로는 중립이지만 구조적 강성을 강화해, 실제 건축에 사용할 수 있는 '구조용 슈퍼커패시터' 재료로 발전시킬 수 있게 했다. 연구팀이 이 네트워크를 3차원 나노 규모로 시각화한 결과, nCB 입자는 섬유 모양의 프랙탈 구조(fractal-like structure)를 형성했다. 시멘트 매트릭스를 관통하고, 전해질이 침투할 수 있는 기공 공간 근처에 우선적으로 위치하는 것이 확인됐다. 이러한 '기공 네트워크 인접성'은 이온-전자 결합 효율을 높여 강력한 에너지 저장 능력을 보장한다.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건물 벽, 다리, 도로 등 모든 구조물이 전기를 저장하고 활용하는 새로운 에너지 인프라로 변모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구조물에 내장된 '스마트' 기능과 안전성 문제 해결 이 기술은 단순히 에너지를 저장하는 것을 넘어, 미래 인프라의 중요한 요구 사항인 안전성과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현재 널리 쓰이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단점을 보완했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높은 에너지 밀도를 자랑하지만, 높은 비용, 안전 문제(화재 위험 등), 상대적으로 짧은 수명, 그리고 리튬·코발트·니켈과 같은 희소 자원에 대한 의존성이라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비해 ecˆ3는 풍부하고 저렴한 원자재(시멘트 및 탄소 검정)를 사용한다. 수퍼커패시터로서 급속 충방전 주기와 긴 사이클 수명이라는 장점도 제공한다. 연구팀은 중성 염 용액(염화칼륨, KCl) 외에도, 해안 지역 적용을 위한 해수와 유사한 염화나트륨(NaCl) 전해질을 성공적으로 사용했다. 또한, 높은 pH를 유지해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의 부식 위험을 완화할 수 있는 수산화칼륨(KOH) 전해질도 호환 가능함을 입증했다. 이는 특정 부식 위험이 있는 환경에서 콘크리트의 내구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연구팀은 실제 하중을 지탱하는 아치형 프로토타입을 제작했다. 이 아치 구조물은 하중을 지탱함과 동시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에 전력을 공급하도록 했다. 특이하게 이 아치에 기계적 하중(압축 하중)을 가했을 때 LED의 밝기가 변동하는 현상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은 응력으로 인한 장치 내 접촉 저항 또는 전하 분포의 변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이는 구조적 수퍼커패시터가 잠재적으로 실시간 구조물의 건전성 모니터링하는 데 사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고대 로마의 건축 혁신을 미래 기술로 ecˆ3 기술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확장성이다. 연구팀은 전극 두께와 셀 개수에 따라 에너지 저장 용량이 선형적으로 비례하고, 예측 가능하게 확장된다는 것을 광범위한 실험 데이터로 검증했다. 연구팀은 전극 제작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전해질을 미리 혼합수에 넣어 주조하는 '주입형 전해질(cast-in electrolyte)' 방법을 개발했다. 이는 두꺼운 모놀리식(monolithic) 전극을 제조하는 데 매우 중요하며, 대규모 적용의 실현 가능성을 높였다. 여기서 모노리식 전극이란 콘크리트 자체가 전극 역할을 하게 만든 구조를 말한다. 금속 집전체나 별도 코팅층이 필요 없는, 콘크리트가 구조체이자 전극인 '일체형 전극 구조'인 셈이다. ecˆ3 기술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건축 혁신 중 하나였던 고대 로마의 건축 원리를 현대에 되살려냈다. 로마인들은 철근이나 강선을 사용하지 않고도, 돌과 콘크리트의 압축력만으로 거대한 건축물을 세웠다. 돔과 아치, 기둥 구조를 통해 재료가 가장 잘 버틸 수 있는 방향으로 하중을 분산시켰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들은 최소한의 재료로도 튼튼하고 아름다운 건물을 지을 수 있었다. ecˆ3 기술 역시 이러한 원리를 현대 기술과 결합해, 재료의 효율성과 건축적 비전을 함께 구현하고 있다. 즉, 콘크리트의 물리적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구조적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한다. ecˆ3는 전 세계적으로 풍부한 원자재를 활용하여, 하중을 지탱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저장하는 다기능성 건축 자재 시스템을 구현함으로써 새로운 건축 패러다임을 예고하고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가스공사, 온실가스도 감축하고 취약계층도 돕고

한국가스공사(사장 최연혜)는 한국에너지공단(이사장 이상훈)과 '건물부문 온실가스 감축 상생협력(CEMP, CSR & Emission Matching Program)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에너지공단이 운영하는 CEMP는 기업 사회공헌 사업과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동시에 실현하는 제도로, 여기에 참여한 기업은 사업 추진을 통한 탄소 감축량 평가와 외부감축사업* 등록을 거쳐 탄소 배출권을 획득하게 된다. 외부감축사업이란 배출권거래제 할당 대상 업체가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흡수·제거하는 사업을 말한다. 가스공사는 지난 2018년부터 에너지 효율 향상 의무화 제도(EERS) 시범 사업 일환으로 취약계층 대상 고효율 가스보일러 교체를 지원해 왔다. 이 사업은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취약계층 난방비 부담 완화에 초점을 둔 대국민 에너지 복지 프로젝트로, 가스공사는 올해부터 2027년까지 3년간 기부금 150억 원을 투입해 전국 저소득 가구 및 사회복지시설 1만여 곳에 고효율 가스보일러 설치를 지원한다. 가스공사와 에너지공단은 이 사업이 사회공헌과 온실가스 감축을 연계하는 CEMP 취지에 부합하고, 외부감축사업 등록으로 탄소 배출권도 확보할 수 있다는 점 등에 주목해 이번 협약을 추진했다. 양 기관은 이 협약을 통해 △취약계층 에너지 복지 향상 등 사업 지속 추진, △건물 부문 외부감축사업 등록 및 감축 실적 활용 등에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가스공사는 취약계층 보일러 교체 사업에 대한 연간 실적 데이터를 취합 및 검토하고, 에너지공단은 이를 토대로 외부감축사업 등록 컨설팅 지원 업무를 맡는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이번 협약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완수는 물론 국가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탄소 배출권 확보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가스공사는 국가 에너지 혁신을 선도하는 공기업으로서 정부 국정과제인 '지속가능 미래를 위한 탄소중립 실현'을 충실히 이행하며 국민 에너지 복지 향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GS파워, 군포·안양 지역주민들과 함께 호흡

GS파워가 군포시민과 함께 생명존중과 친환경의 가치를 나누며,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걷기 캠페인을 개최했다. GS파워(사장 유재영)는 26일 군포 수리산 산림욕장 일대에서 'GS파워와 함께하는 소생(소중한 생명을 향한 군포시민의 발걸음) 걷기 캠페인'을 열었다고 밝혔다. 소생걷기캠페인은 2024년부터 GS파워, 월드휴먼브리지, 군포YMCA, 군포시가야종합사회복지관이 함께 추진해온 지역 상생 프로젝트로, 생명존중과 친환경, 자원순환, 복지사각지대 해소 등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변화를 위해 매년 이어지고 있다. 올해 행사에도 군포시민 1500여 명이 참여해 일상 속에서 생명존중의 가치를 되새겼다. 행사장에는 생명존중, 자살예방, 친환경, 자원순환 관련 체험부스가 운영됐으며, 산본로데오거리에서 수리산 산림욕장까지 약 2km 구간에서는 ECO 걷기 캠페인이 함께 진행됐다. 하은호 군포시장은 “생명존중의 가치는 시대와 세대를 초월해 모두가 지켜야 할 기본적인 약속"이라며, “시민·기업·기관이 함께 힘을 모아 생명존중과 친환경 실천문화를 확산시켜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GS파워 관계자는 “소생걷기캠페인은 시민들이 생명존중의 의미를 되새기고 친환경 실천에 동참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다"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함께 생명존중, 환경보호, 복지 확산 등 ESG 가치 실현을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GS파워가 지역사회와 함께 노래로 환경보호의 의미를 나누며 지속가능한 삶의 가치를 확산시켰다. GS파워(사장 유재영)는 25일 평촌교회 교육관 시온채플홀에서 열린 '2025 3rd Green Song 환경합창대회'를 후원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창대회는 2021년 코로나19로 중단됐던 'Grow with Singing 가족합창대회'의 정신을 잇는 시즌2 프로젝트로, '노래로 성장한다'는 취지 아래 새롭게 기획됐다. 특히 초등학생부터 80대 어르신까지 다양한 세대가 참여해, 세대를 아우르는 합창으로 환경의 소중함과 세대 간 공감의 메시지를 함께 전했다. 참가팀들은 환경 관련 노래나 개사곡을 연습하고, 친환경 미션을 수행하며 그 결과를 무대에서 선보였다. 이를 통해 합창단원 간 유대감은 물론 지역 주민 간 관계망을 넓히고, 시민들이 일상 속 환경 실천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체감하는 시간이 됐다. 참가자들도 뜻 깊은 소감을 전했다. 한 참가자는 “노래를 준비하면서 팀원들과 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일상 속에서 작은 실천부터 시작해야겠다고 느꼈다"며 “함께 연습하고 무대에 선 경험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GS파워 관계자는 “환경합창대회는 음악을 통해 시민이 스스로 환경의 가치를 되새기고 실천하는 뜻깊은 자리였다"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함께 환경보호·탄소중립 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며,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를 함께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원전·가스터빈 잘 나가는 ‘두산에너빌’, 국내 12차 전기본에 긴장

국내 원전 산업과 두산에너빌리티의 '대반전 스토리'가 다가오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의 방향에 따라 다시 중대 기로를 맞고 있다. 정부가 신한울 3·4호기 이후 추가 신규 원전 건설을 명시하지 않을 경우, 원전 생태계 전반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해외 사업에도 부정적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 안팎에서 제기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위기 기업'의 대명사였다. 2019년 당시 시가총액이 3000억 원대까지 추락했고, 채권단으로부터 3조 원의 긴급 자금 지원을 받으며 순환휴직과 구조조정이 이어졌다. 그러나 2025년 현재, 두산은 시가총액 50조 원을 넘어서며 명실상부한 에너지 대장주로 부활했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 미국 가스터빈 공급, SMR(소형모듈원자로) 글로벌 공급망 진입 등 연이은 성과가 기업 가치를 끌어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은 '탈원전 쇼크'의 상징에서 '에너지전환 핵심축'으로 돌아왔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국내 탈원전 기조가 강화되면서 체코·폴란드 등 해외 원전 수주전에서 '한국의 정책 일관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 바 있다. 이번 12차 전기본에서도 신규 원전 계획이 빠질 경우, 업계는 같은 우려가 재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국정감사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원전은 99.99% 안전하더라도 0.01%의 위험 때문에 국민 불안이 크다"며 “원전 안전성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또한 청정수소발전 입찰(CHPS)이 돌연 취소되는 등 정책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업계는 “탈원전 재현 조짐이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이재명 정부 에너지위원회 구성도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위원 명단을 보면, 기존 원전·전력시장 전문가들이 대거 제외되고 기후·환경 중심의 시민단체 인사 및 환경경제학계 전문가들이 다수 포함됐다. 업계는 “12차 전기본 수립을 맡을 실무위원회도 같은 기조로 구성될 가능성이 크다"며 정책 방향이 급격히 '비원전화'로 이동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위원회 구성이 '정책 기조'를 예고하는 신호탄"이라며 “이번엔 원전뿐 아니라 가스터빈 교체사업, 송전망 확충 등 모든 에너지 투자 방향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 외에도 국내 노후 석탄 및 LNG 발전소의 터빈 교체시장을 새 성장축으로 주목하고 있다. 2030년까지 30년 이상 가동된 노후 화력·복합발전소가 대거 폐지될 예정이지만,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 이후 이 부문 투자 계획 또한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의 포트폴리오가 원전, 가스터빈, CCS(탄소포집) 등 모두 정부 정책에 의존적"이라며 “12차 전기본의 방향성이 향후 5년간 두산의 실적과 주가에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핵심은 국내 정책의 일관성이다. 정부가 원전 비중을 축소하거나 신규 건설을 미루면, 해외 발주처들은 “한국은 자국 내에서도 원전을 짓지 않는다"는 이유로 발주 리스크를 높게 평가할 수 있다. 반대로 국내 프로젝트가 지속될 경우, 한국의 기술력과 공급망 신뢰도가 유지돼 해외 수주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12차 전기본은 단순한 전력수급계획이 아니라 원전 생태계의 생존선"이라며 “국내 원전정책의 불확실성이 곧 수출 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환경포커스] 당신 발톱에 오염물질 노출 이력이 담겨 있다

사람의 발톱이나 동물의 비늘, 거북의 등딱지 속에는 우리가 살아온 환경의 흔적이 남아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런 케라틴(keratin) 조직이 수년, 수십 년에 걸친 환경오염 노출 이력을 기록하는 '생체 타임캡슐(bio-archive)'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 조직을 초정밀 분석하면, 개인의 건강 위험을 평가하거나 지역별 오염을 장기적으로 감시하는 새로운 방법이 될 수 있다. 주사로 혈액을 채취하거나 피부를 절개하는 등 사람의 피부나 신체 내부를 손상시키지 않고 생체 시료를 얻을 수 있는 '비침습적' 방법이다. ◇뱀 비늘: 도시 속 중금속 오염 지도 남아프리카 더반(Durban)에서 서식하는 뱀인 블랙맘바(Black mamba)는 도시 환경의 '살아 있는 오염계측기'로 주목받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위트워터스랜드 대학 연구진이 이 뱀의 배쪽 비늘(ventral scale)을 분석한 결과, 비소(As)·카드뮴(Cd)·납(Pb)·수은(Hg) 등 중금속이 높은 농도로 검출됐다. '환경오염(Environmental Pollution)' 저널에 논문으로 발표한 내용이다. 비늘의 주성분인 케라틴은 중금속과 결합하는 힘이 매우 강하다. 실제로 간이나 근육보다 비늘에서 중금속 농도가 더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뱀이 몸속 독성 물질을 비늘에 격리해 해독하는 일종의 생리적 메커니즘으로 추정된다. 도시 외곽의 녹지 지역에서 잡힌 뱀은 공업지대나 상업지대에서 잡힌 뱀보다 비소·납·카드뮴 농도가 확실히 낮았다. 즉, 뱀의 비늘만 분석해도 도시의 오염 패턴과 토지 이용 변화를 정밀하게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발톱: 라돈에 노출된 세월을 기록하다 실내 공기를 오염시키는 라돈(²²²Rn)은 흡연 다음으로 폐암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다. 문제는 오랜 기간 머물렀던 집이나 직장에서 얼마나 라돈에 노출되었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캐다다 캘거리대학 연구팀은 이 한계를 발톱 속 방사성 납(²¹⁰Pb) 으로 해결했다. 이달 초 '국제 환경(Environment International)' 저널에 발표한 논문 내용이다. 라돈이 공기 중에서 붕괴하면 ²¹⁰Pb가 생성되고, 이 물질은 몸에 흡수되어 머리카락·손톱·발톱 등 케라틴 조직에 천천히 쌓인다. 연구팀은 동위원소 질량분석법(IDMS)을 이용해 발톱 속 ²¹⁰Pb와 안정 납(Pb)의 비율을 정밀 측정했다. 그 결과, 라돈 농도가 높은 환경(평균 ㎥당 354.9 Bq(베크렐, 방사능 측정 단위))에서 26년 이상 거주한 사람의 발톱에서는 낮은 노출 그룹(평균 28.4Bq/m³, 22년 노출)에 비해 ²¹⁰Pb/Pb 비율이 약 4배(397%)로 높게 나타났다. 심지어 6년 전에 라돈 저감 조치를 취한 사람의 발톱에서도 여전히 높은 수치가 검출됐다. 즉, 발톱은 수년간의 라돈 노출 이력을 그대로 기록하고 있었다. ◇거북 등딱지: 핵실험의 흔적을 품다 거북의 등딱지 역시 오염의 역사를 기록한다. 등딱지는 케라틴으로 이루어진 층이 해마다 덧붙으며 '나이테' 같은 성장 고리를 만든다. 각 고리를 분석하면 그 시기의 오염 상태를 연대별로 복원할 수 있다. 미국 태평양-북서부 국립 연구소와 뉴멕시코 대학 등 연구팀은 지난 2023년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 넥서스(Nexus)' 저널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미국 연구팀은 핵무기 제조와 원자로 연료 생산이 이뤄졌던 지역의 거북 표본에서우라늄-235, 우라늄-236 등 인공 방사성 물질을 검출했다. 1940~50년대 핵실험이 집중됐던 마셜제도 에네웨탁 환초의 푸른바다거북 등딱지에는1978년(실험 종료 후 20년 뒤)에 채집된 표본에서도 여전히 인공 우라늄이 남아 있었다. 미국 오크리지 보호구역의 거북 등딱지에서는 1955~1962년 사이 핵물질 유출량에 따라우라늄 동위원소 비율이 연도별로 달라지는 패턴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처럼 거북 등딱지의 성장 고리는 수십 년 전의 오염사건까지 추적할 수 있는 '환경 연대기' 역할을 한다. ◇개인 건강과 환경정책의 새 도구 발톱의 ²¹⁰Pb 분석 기술은 향후 비흡연자 폐암의 새로운 위험 평가 지표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캐나다에서는 폐암 환자 5명 중 2명이 기존 검진 기준(흡연 이력 중심)에 해당하지 않는데, 이 기술이 라돈 노출 비흡연자까지 조기 검진 대상에 포함시키는 길을 열 수 있다. 또한 개인의 나이·유전적 감수성에 맞춘 '맞춤형 라돈 저감 기준치'를 제시하는 데도 응용될 전망이다. 뱀 비늘 분석은 도시별·지역별 중금속 오염도를 정밀하게 파악해 환경정책 수립에 도움을 준다. 거북 등딱지 분석은 과거 핵실험은 물론 체르노빌(1986), 후쿠시마(2011) 같은 원전사고 이후 방사성 물질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는 데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거북 등딱지 외에도 조개껍질, 산호, 선인장 가시, 상어의 눈 수정체, 물고기 이석(耳石), 새 깃털, 포유류 치아 등도 오염의 흔적을 남기는 잠재적 생체 지표로 연구가 확장되고 있다. 최근 자연사 박물관 등에 보관된 옛 표본을 분석해 과거의 오염 상태를 추적하는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머리카락과 발톱, 비늘과 등딱지는 단순한 '찌꺼기'가 아니고, 그 속에는 우리가 숨쉬고 살아온 환경의 역사, 그리고 보이지 않는 오염의 기억이 켜켜이 쌓여 있다"고 말한다. 과학은 이제 버려지던 흔적으로부터 개인의 건강을 체크하고, 지구 환경의 변화까지 읽어내고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E칼럼] 기후리더십은 희생이 아니라 성장 전략이다

파리협정에 따라 국제 사회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올 해 말까지 결정해야 한다. 현재까지 영국 미국 일본 호주 등 59개국 외에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많은 국가들은 결정을 미루고 있다. 이렇게 주춤하는 이유는 2035 NDC가 단순한 환경 공약이 아니라 한 나라의 경제・산업구조, 에너지 시스템, 사회적 비용 분담을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국가 차원의 중대한 결정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금까지의 감축경로와 유사한 형태의 48% 감축안을 비롯하여 우리나라의 배출책임과 경제적 역량 등을 고려하여 65% 감축이라는 야심찬 감축안까지 4가지 대안을 제시하였다. 이에 대해 산업계는 “과도한 감축 목표는 국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시민단체는 “지금의 속도로는 기후위기 대응 기회를 놓친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논쟁과 사회적 갈등은 우리만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각 국이 처한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2035년을 새로운 기후전환의 분기점으로 삼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영국은 2035년까지 1990년 대비 81% 감축을 공식 선언했고, 미국은 2005년 대비 61~66% 감축을, 일본은 2013년 대비 60% 감축을 설정했다. 2035 NDC를 제시한 국가들 중 유일하게 파리협정 목표인 1.5도 억제시나리오에 부합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영국의 경우, 자국의 기후변화위원회를 비롯한 과학계와 고문들의 권고를 받아들여 야심찬 목표를 설정하였고, 이를 통해 새로운 산업・일자리 창출, 법적 일관성 유지, 에너지안보 강화 그리고 글로벌 기후 리더라는 위상을 구축하려고 하고 있다 중요한 결정을 앞둔 정부의 입장은 실현가능한 야심찬 감축목표를 설정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짚어봐야 할 사안들이 있다. 우리나라의 전력 구조는 2024년 기준 원자력 32%, 석탄 28%, 가스 28%, 재생 10% 수준이다. 원자력 비중이 높다는 강점이 있지만, 재생에너지의 확대 속도와 송전망 확충이 뒤따르지 않으면 탄소중립 경로는 불안정하게 된다. 또한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는 여전히 에너지다소비 업종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 제조업 부가가치의 절반 이상이 철강·석유화학·시멘트·정유 등 고탄소 산업에서 발생한다. 이 부문이 변하지 않으면 전력 믹스를 청정하게 바꿔도 전체 온실가스 배출은 크게 줄지 않는다. 따라서 야심찬 NDC는 단순한 에너지 정책이 아니라 산업구조 전환 전략이 뒤따라야만 한다. 독일의 씽크탱크, 아고라 에너지전환연구소(Agora Energiewende)는 한국이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약 1,330조원의 투자비용이 필요하며, 2035년까지는 약 280조원이 필요하다고 발표하였다. 최근 한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53% 감축하는 경우 2035년 GDP는 최대 2.3% 감소하며, 온실가스 1톤을 감축하는데 필요한 비용은 최대 9만원으로 전망하였다. 이처럼 야심찬 NDC를 추진할수록 단기적으로는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전기요금 및 세제 부담이 상승할 수 있다. 하지만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이러한 단기적 비용 상승은 재생에너지 확대, 저탄소 산업구조로의 전환 과정을 거치면서 화석연료 의존도 하락, 에너지 수입 비용의 감소, 에너지 안보 증가 그리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는 국가 차원에서 순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는 에너지 전환과 함께 에너지다소비 산업의 구조 전환을 이뤄낸다면 국민의 부담은 일시적 비용이 아닌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로 바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외에 중요한 이슈는 비용의 투명한 공개와 공정한 분담이다. 누가 어떤 비율로 전환비용을 부담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탄소감축은 국민의 세금과 기업의 투자로 이뤄지며, 이를 감추거나 미루면 미래 세대가 더 큰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 때 전기요금 인상 없는 탈원전・탈석탄 중심의 에너지전환정책 추진이 사회적 갈등을 불러왔던 아픈 경험을 되살려, 정부는 요금 인상폭·세제 조정·산업 지원 규모 및 계획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관련된 비용에 대한 정의로운 분담구조를 설계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2035 NDC 설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는 단순한 감축 목표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한국 사회의 이정표이기 때문이다. “기후리더십은 희생이 아니라 성장 전략이다." 영국 총리 Keir Starmer가 작년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한 말이다. 이 말에서, 왜 영국이 1990년 대비 2035년 81% 감축이라는 강력한 목표를 설정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2035년 NDC는 성장의 제약이 아니라 도약의 기회이다. 현실적 야심이 행동으로 이어질 때, 한국은 기후 리더십의 주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조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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