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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0 D-1] 가장 싼 美 LNG 수입확대로 한미 협력 강화…요금 인하효과는 덤

에너지 담당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 기업들이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2기 출범을 앞두고 정책수립과 대응 전략 마련이 한창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화석연료 및 원전을 확대할 계획인 가운데, 국내 에너지업계는 저렴한 미국산 천연가스 도입으로 인한 요금 안정화를 기대하고 있으며 원전 업계는 미국과 원전 수출에 적극 협력한다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현지시간으로 20일 취임식을 갖고 이날 낮 12시(한국시간 21일 오전 2시)부터 공식적인 업무에 돌입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의 석유·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생산을 대폭 늘리겠다고 선언한 만큼 우리나라도 이 물량을 대량으로 구매해야 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트럼프 2기의 에너지 정책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확대를 주요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의 에너지 수입 구조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LNG 총 수입량은 4633만톤이며, 순위별로 보면 1위 호주 1141만톤, 2위 카타르 888만톤, 3위 말레이시아 614만톤, 4위 미국 564만톤, 5위 오만 473만톤을 기록했다. 미국 물량을 더 늘릴 여지가 충분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LNG는 가격도 저렴하다. 국내 수입액을 수입량으로 나눈 단순 도입단가를 보면 톤당 카타르 745달러, 오만 733달러, 호주 628달러, 말레이시아 551달러, 미국 548달러로 미국이 가장 저렴하다. 에너지업계에선 국내 전력도매가격이 LNG 발전기에서 결정되는 만큼 저렴한 미국산 LNG 물량 도입을 통해 전기요금 안정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재무위기에 허덕이는 한전, 한국가스공사 등의 에너지 공기업 재무상황이 개선되고 제조업 경쟁력도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한전 적자해결을 위해 지난해와 지지난해 모두 산업용 전기요금만 인상했다. 여기에 지난해 말부터 국내 정세 불안으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연료도입 비용이 증가해 기업들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는 수출주도형 제조업의 원가경쟁력을 약화시켜, 중소 철강사 등은 공장의 해외 이전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또한 일부 석유화학 기업들은 자가발전, 전력도매시장 전력직접구매도 적극 검토중인 상황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산 천연가스 생산과 수출을 늘리겠다고 천명한 만큼 우리나라로선 이 물량을 도입해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줄이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며 “한국은 에너지 자원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저렴한 에너지 공급은 국내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화석연료에 대한 미국의 의존 증가는 장기적으로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한국은 국제 사회의 환경 규제 강화와 탄소 중립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와 탈탄소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데, 미국의 정책 변화로 한국도 화석연료 활용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을 선회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이렇게 되면 에너지 전환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원전업계에서는 원전 활용 확대에 긍정적인 트럼프 정부와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첫 대통령 취임 당시에도 원전 부활을 선언하고, 침체된 원전 산업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도 대선에서 승리하면 미니 원전으로 불리는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중심으로 원전 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최근 한미 양측은 체코원전 수주를 둘러싼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과 웨스팅하우스 간 지적재산권 분쟁에 대해 수출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웨스팅하우스는 지적재산권 문제 제기와는 별도로 최근 수년간 한국을 찾아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한전과 한수원 등 전력·원자력 기업들을 방문한 바 있다. 업계에선 웨스팅하우스가 한국 쪽에 원전 공정 관리나 건설·기계 분야의 협력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웨스팅하우스 내부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한국과 미국 정부가 웨스팅하우스의 시공 능력 부족으로 미국에서 추진 중인 원전 공사를 한국 기업에 넘기는 방안도 협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웨스팅하우스는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 보글(Vogtle)원전 3,4호기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썸머(Summer)원전 2,3호기를 건설 중이다. 보글 원전은 올해 준공 예정이지만, 썸머 원전은 수차례 지연된 끝에 중단된 상태다. 이 관계자는 “웨스팅하우스가 해당 원전용으로 만들고 있던 원자로와 터빈 등 주기기를 남겨놨다가 수출할 때 쓰려고 하는데, 이 기기들은 한국 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에서 제작해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기기 외에 나머지 건설 부문도 한국 업체들에게 넘겨 미국 내에서 완공을 하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폴란드나 다른 동유럽 국가로 수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유승훈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한국의 에너지 정책과 업계에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을 동시에 미칠 수 있는 복합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한국은 미국의 정책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이에 맞춰 탄력적인 전략을 수립해 에너지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LNG’ 꽂힌 포스코인터, 수입·수출 대폭 늘어

국내 액화천연가스(LNG)시장은 가스공사가 80%를 점유하고 있지만, 민간 기업들도 활동범위를 점차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SK, GS, 포스코 그룹의 LNG 취급량이 훨씬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포스코는 수입물량을 다시 수출하는 트레이딩도 가장 활발하게 전개했다. 18일 한국무역협회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LNG 총 수입량은 4633만4383톤으로 전년(4411만7064톤)보다 5% 증가했다. 반면 수입금액은 292억8000만달러로 전년(360억4900만달러)보다 18.8% 감소했다. 이에 따른 수입단가는 지난해 톤당 632달러로 전년(817달러)보다 29.3% 감소했다. 민간 기업들의 LNG 수입이 많이 늘었다. 지난해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운영하고 있는 광양LNG터미널의 LNG 수입량은 329만1395톤으로 전년보다 42.2% 증가했다. 특히 광양터미널은 수출량도 1만5435톤을 기록해 66.3% 증가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LNG 자가수요를 제외한 연계수요물량을 2024년 56만톤에서 2030년까지 200만톤으로 늘려나가는 에너지사업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E&S와 GS에너지가 공동 운영하는 보령LNG터미널의 수입량은 654만4719톤으로 전년보다 20.9% 증가했다. 한국석유공사와 SK가스가 지난해부터 공동으로 운영하기 시작한 울산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의 수입량은 41만5166톤을 기록했다. 민간 기업의 수입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가스공사의 수입이 줄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스공사가 운영하는 평택LNG터미널 수입량은 1224만2702톤으로 전년보다 1.9% 감소했고, 인천LNG터미널 수입량은 1191만4585톤으로 전년보다 1.4% 감소했다. 앞으로 민간 기업의 LNG 취급량은 더욱 늘어날 예정이다. 한양과 GS에너지가 전남 여수에 건설 중인 동북아LNG허브터미널이 2027년 완공될 예정이다. 포스코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합작법인인 엔이에이치는 2026년까지 광양터미널에 탱크 2기를 추가할 예정이고, 포스코인터내셔널과 LX인터내셔널은 합작으로 2028년까지 당진에 LNG 탱크 2기를 건설할 예정이다. 코리아에너지터미널도 2026년까지 탱크 1기를 증설할 예정이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기후위기 대응 위해 육해 협력 강화…환경부-해수부 업무협약 체결

환경부와 해양수산부는 17일 전북 군산시에 위치한 한국농어촌공사 금강사업단 회의실에서 육상과 해양의 지속가능한 환경 보호를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협약으로 두 부처는 △기후위기로 인한 해양·수산 분야의 영향을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적응 협력 △해양폐기물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 대책 수립 △해양폐기물 재활용을 통한 자원순환 촉진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날 두 장관은 해양폐기물 관련 현장을 직접 점검하며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먼저 충남 서천군 홍원항을 방문해 해양 폐기물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폐어구 문제를 점검하고, 재활용 확대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해양수산부는 어구보증금제 확대를 통해 폐어구 회수량을 늘리고, 환경부는 회수된 폐어구의 재활용을 지원하기 위해 지자체의 전처리시설 설치에 국고를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두 부처는 폐어구 재활용을 위한 연구개발(R&D)도 공동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어 금강하굿둑 현장(전북 군산시)을 방문한 두 장관은 하천과 댐에서 해양으로 흘러가는 부유쓰레기 관리 현황을 한국수자원공사와 해양환경공단 등 관계기관으로부터 보고받고, 향후 대응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환경부와 해양수산부는 올해부터 하천과 바다를 연결하는 구간에 쓰레기 차단시설을 시범 운영하며, 금강 상류의 용담댐에도 현대화된 차단시설을 설치해 하류로 유입되는 부유쓰레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계획이다. 두 부처는 이러한 시범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부유쓰레기 저감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환경부와 해양수산부의 협력은 기후변화와 폐기물 문제 해결의 핵심적 기반이 될 것"이라며 “장관급 협의체를 통해 지속적으로 점검하며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가겠다"라고 말했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번 협약은 두 부처의 협력을 다짐하는 의미 있는 날"이라며 “해양폐기물 문제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국민 체감형 정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환경부와 협력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워터, 고속도로 휴게소에 급속충전 최저요금 도입

전기차 급속 충전 네트워크 '워터(Water)'는 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첫 전기차 충전소를 개소하며 급속 충전 요금을 kWh당 294원(회원가)으로 책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는 국내 전기차 충전 사업자 중 최저 수준의 요금으로, 일부 완속 충전 요금보다도 저렴한 가격이다. 워터는 충청북도 충주시 천등산휴게소(제천 방향 및 평택 방향)에 신규 전기차 충전소를 오픈했다. 각 휴게소에는 350kW 초급속 충전기 2기와 200kW 급속 충전기 1기가 설치됐으며, 특히 200kW 급속 충전기는 국내 최초로 NACS(북미충전규격)와 DC 콤보 방식을 모두 지원하는 호환 충전기로, 다양한 차량 충전 방식을 수용하는 혁신적인 설비로 주목받고 있다. NACS와 DC 콤보를 지원하는 충전기가 고속도로 휴게소에 도입되면서 전기차 운전자들은 별도의 어댑터 없이 빠르고 간편하게 충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는 특히 테슬라 전기차 이용자들에게 큰 편의를 제공할 전망이다. 기존에는 테슬라 차량이 국내 표준인 DC 콤보 충전기를 사용하기 위해 어댑터를 반드시 준비해야 했으나, 이번 호환 충전기 설치로 이러한 불편이 해소됐다. 워터는 지난해 9월 한국도로공사와 체결한 협약에 따라 천등산휴게소를 시작으로 전국 46개 고속도로 휴게소에 NACS와 DC 콤보를 지원하는 200kW 충전기 69기를 설치할 예정이다. 또한, 350kW 초급속 충전기 38기와 600kW 분리형 충전기 99기를 포함해 총 206기의 충전기를 올해 3월 말까지 설치해 전기차 급속 충전 인프라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전국 주요 교통 요지로 충전소를 확장하는 워터는 강원, 충북, 대구·경북, 부산·경남 등에서도 충전소 설치를 이어갈 예정이다. 고속도로 외의 충전소에서는 급속 충전 요금을 kWh당 320원, 완속 충전 요금을 kWh당 250원(회원가 기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산업장관 “한전·한수원·웨스팅하우스 분쟁 종결 환영”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한국전력공사-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그간의 원전 지재권 관련 분쟁을 종결하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안 장관은 미국에서 해당 내용이 합의를 본 데 따라 이 같이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안 장관은 이어 “이번 합의는 지난 1월 8일 한·미 정부가 체결한 '한·미 원자력 수출 및 협력 원칙에 관한 기관 간 약정(MOU)'과 함께 양국 정부 및 민간이 최고 수준의 비확산 기준을 준수하면서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호혜적으로 협력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 장관은 “향후 세계 원전 시장을 무대로 양국 기업 간 활발한 협력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지식 재산권 분쟁을 종결하고 향후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한수원과 한전은 보도자료에서 “이번 합의로 웨스팅하우스와 지재권 분쟁을 공식적으로 종료하고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며 “협력 관계 복원을 통해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 권대경 기자 kwondk213@ekn.kr

[이슈분석] 한수원-웨스팅하우스 분쟁 마감…UAE때 처럼 협력 유력

우리나라가 추진하고 있는 체코 신규 원전 프로젝트의 최대 장애물로 꼽히던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분쟁이 마무리 됐다. 17일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 웨스팅하우스는 지재권 분쟁 절차를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미 양국은 향후 해외 원전 수주 시에도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구체적 합의 내용은 공개하지는 않기로 했다. 원전업계에서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바라카 원전 진출 당시 맺었던 컨소시엄 형태로 협력하는 방안을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관측하고 있다. 지적재산권 분쟁은 사모펀드가 보유한 웨스팅하우스의 비즈니스적 협상 전술이며 결국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번 합의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주 미국에 방문했을 당시 이같은 절차를 마무리하고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안 장관은 지난해 7월 체코원전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직후인 8월에도 미국을 방문해 지적재산권 분쟁 해결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다만 당시 뚜렷한 해결책이 도출되지 않았고 이에 지난해 11월에도 미국을 방문한 뒤 이번에 재차 방문해 결국 문제를 해결했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웨스팅하우스는 설계 등의 분야에서 원천기술을 갖고 있지만 건설 능력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되는 수준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시공이나 기자재 분야에서 강점이 있다. 양국의 강점을 토대로 협력하는 모델이 가능할 것"이라며 “UAE 바라카 원전에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참여한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진행되는 게 '윈-윈'“이라고 말했다. 웨스팅하우스는 미국의 세계적인 종합 원자력 기업이다. 웨스팅하우스는 한국이 체코 등 해외에 수출하려는 원전 기술이 자사 것이라며 미국 수출통제 규정을 적용받는다고 주장하며 2022년 미국에서 한수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왔. 한편 한국은 UAE에 수출한 바라카 원전 상업운전에 성공해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캐나다에 이어 세계 6번째로 수출 원전이 실제 운영되는 국가가 됐다. 현재 체코, 폴란드,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신규 원전 도입을 추진 중이다. 체코는 두코바니 지역에 8조원 규모로 1000∼1200메가와트(MW)급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프랑스, 미국 등과의 수주 경쟁을 거쳐 지난해 7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폴란드는 총 6000∼9000MW 규모의 신규원전 6기 건설을 위해 잠정부지를 선정했으며 한국과 미국, 프랑스 등과 신규 원전 도입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차세대 원전 2기를 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선 국내 정국이 불안정해지면서 다소 불리한 합의를 맺은 건 아닐지 우려스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국회 측에서 조만간 체코를 방문해 원전 수주 본계약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이철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열린 원전업계 신년인사회에서 “2월경 국회 여야 의원들이 체코와 관계국을 방문해 한국의 원전 정책이 여야 정파에 관계없이 추진된다는 것을 대외에 천명하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국가예산 1500억 투입 ‘우분 연료화사업’ 시작부터 삐그덕

국비와 지자체비 1500억원가량이 투입된 우분(소똥) 고체연료화 사업이 시작부터 삐그덕 대고 있다.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우분을 가공해 제철소, 발전소 등의 연료로 쓰는 사업으로 시작했지만 염분때문에 설비 녹슴현상이 발생하고 열량과 가격도 필요수준에 미달돼 재고로 쌓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바이오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전북도는 지난해 6월부터 김제자원순환센터를 통해 우분 고체연료화 실증설비를 준공하고 가동에 들어갔다. 하루에도 엄청난 양이 발생하는 우분은 환경오염 원인이 된다. 수질오염을 일으키고 발효 시 온실가스인 메탄까지 발생시킨다. 이에 전북도는 우분의 연료화에 나선 것이다. 우분 자체에는 열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우분에 톱밥 등 보조연료를 51:49 비율로 섞어 고체연료로 만든다. 전주김제완주축협 김제자원순환센터에 구축된 실증설비는 하루 약 8톤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전북도는 실증사업을 기반으로 정읍, 김제, 완주, 부안에서 발생하는 하루 680톤의 우분을 수거해 하루 163톤의 고체연료를 생산하고 이를 통해 260톤의 이산화탄소를 저감하는 사업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총 사업비는 1623억원으로 국비 1226억원, 도비 76억원, 시‧군비 176억원, 자부담 145억원이 투입된다. 그러나 현재 김제자원순환센터에는 생산된 우분 고체연료가 재고로 쌓여 있다. 이 고체연료를 사용하기로 한 제철소, 발전소 등이 가져가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바이오매스업계 한 관계자는 “현 생산 방식의 우분 고체연료는 염분이 들어 있어 제철소나 발전소가 이를 사용하면 노(爐)가 녹슬게 돼 있다. 열량도 기존 연료대비 부족하고, 가격도 비싸 사용처가 이를 가져가지 않아 재고가 쌓이는 상태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도 측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염분 발생 및 열량 부족 등의) 그런 부분 때문에 오롯이 우분 연료만으로 전소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고체연료는 하루 4톤 미만으로 생산되고 있어 재고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실증단계라서 여러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우분 고체연료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곳으로 석탄발전소가 유력하다. 석탄발전소는 이전까지만 해도 목재펠릿을 혼합 연소하는 방식으로 신재생에너지사용의무화제도(RPS)를 충족하고 그에 따른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까지 발급받았다. 하지만 목재펠릿이 일반목재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논란이 일자, 정부는 공공설비는 올해부터, 민간설비는 내년부터 목재펠릿의 REC를 감축하고 장기적으로는 제로화하기로 했다. 이에 우분 고체연료는 목재펠릿을 대체할 수 있는 연료로 각광을 받았지만 현재로선 염분 발생, 열량 부족, 경제성 부족으로 대체연료 기준에 미달되는 상태다. 바이오매스 업계에서는 우분을 바이오차(Biochar) 방식으로 만들면 친환경적으로 처리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바이오차는 생물 유기체를 뜻하는 바이오매스(Biomass)와 숯(charcoal)의 합성어로, 바이오매스를 산소가 제한된 조건에서 550도(℃) 이상 온도에서 열분해(탄화)해 제조한 다공성 탄화물질을 말한다. 바이오차는 탄소를 영구적으로 머금고 있어 탄소 감축효과가 있으며, 농작물을 재배하는 토양에 뿌려 비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의 우분 고체연료화 방식은 염분 발생 등 여러 문제가 있으므로, 해외에서 보편화된 바이오차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며 “다만 국내에 알려진 350도 가열 방식의 바이오차 방식으로는 탄소 저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여러 연구에서 확인됐으므로, 550도 가열방식으로 제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에문타파-고준위] 정치 문제 아닌 고준위특별법…올해는 반드시 국회 통과돼야

윤석열 대통령의 '원전 최강국' 선언으로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한 듯 보이던 국내 원전 산업의 미래가 불확실성에 휘말리고 있다. 지난해까지 신규 원전 확대와 가동원전 수명연장, 크고 작은 해외 원전 수주로 고사위기를 맞았던 국내 원전 산업에 다시 숨통이 트였다는 반응이었으나, 탄핵정국과 거대 야당의 원전 비중 축소 시도로 정부의 원전 정책이 제대로 시작도 못하고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국내 핵폐기물 처리 시설 마련이 여전히 요원한 점이다. 고준위 방폐장을 설립할 법적 근거가 될 고준위 특별법은 지난 20대와 21대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여전히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위도 통과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16일 정계에 따르면 22대 국회에서 국민의힘 김석기, 이인선, 김성원, 정동만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이 대표발의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은 세부 내용은 다르지만 △중간저장시설은 2050년 이전 △처분시설은 2060년 이전 운영개시 노력에 합의한 상태다. 여야가 이견을 보이는 부분은 현재 원전 부지 내 방폐물 저장시설 규모다. 야당에서는 '원자로 설계수명 기간 동안 발생예측량'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여당은 '수명연장 등을 고려해 이를 늘릴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에너지업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미 사용후 핵연료를 안전하게 보관할 '골든타임'이 지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법을 제정한다 해도 고준위 방폐장이 지어지기까지 37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한국은 원전을 가동한 지 50년이 돼가지만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시설 부지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첫 원전인 고리 1호기가 상업 운전을 시작한 시점은 1978년이다. 1980년대부터 부지를 선정하려고 추진했지만 법적 근거가 부족하고 지역 주민 반발이 심한 탓에 무산됐다. 지금까지 방사성 폐기물 영구 처분장과 중간 저장시설이 없어 원전 부지에 임시로 저장하고 있다. 하지만 원전 부지에서 임시로 사용하는 저장시설 마저도 당장 7년 뒤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차고 넘치기 시작한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란 사용후 핵연료 등 열과 방사능 농도가 높은 폐기물로, 사용후 핵연료가 대부분이다. 원자력발전은 핵연료를 원자로 속에서 핵분열을 일으켜 나오는 열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한다. 사용후 핵연료는 이 때 연료로 사용하고 남은 물질이다. 현재까지 과학적으로 입증된 가장 안전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방식은 심층처분이다. 고준위 방폐물을 처분용기에 담아 지하 500~1000m 천연암반 내 시설에 영구 보관하는 방식이다. 산업부는 고준위 방폐장에 중간저장시설과 인·허가용 지하연구시설을 함께 설치할 계획이다. 부지선정 기간만 13년 정도 걸린다. 고준위 방폐장이 들어설 수 있는 지역을 사전에 조사하고 선정 지역을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한다. 주민 동의 등 절차를 거쳐 첫 삽을 뜨면 7년 안에 중간저장시설을 완공하고, 이후 17년 안에 영구격리시설을 건설한다는 구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오는 2030년쯤이면 대부분의 고준위 방폐물 저장시설이 포화상태가 된다. 산업부가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저장시설 포화 시점을 재산정한 결과, 사용후 핵연료 예상 발생량은 지난 2021년 12월 63만5329다발에서 2023년 2월 79만3955다발로 1년여사이 15만8626다발 늘어났다. 주요 원전별 사용후 핵연료 포화율은 고리 87.5%, 한빛 77.9%, 월성 75.5%, 한울 74.7% 등이다. 전남 영광군 한빛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포화 시점은 오는 2031년에서 2030년으로 1년 빨라졌다. 경북 울진군 한울원전은 기존 2032년에서 2031년으로, 경북 경주시 신월성원전은 애초 2044년에서 2042년으로 당겨졌다. 반면 부산시 기장군에 있는 고리원전의 경우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포화 시점이 기존 2031년에서 2032년으로 늦춰졌다. 9차 전기본에서는 고리 2호기의 조밀저장대(핵연료 간격을 줄여 전체 저장용량을 늘리는 장치) 설치를 검토하지 않았지만 10차 전기본에서는 해당 원전의 계속운전이 반영됨에 따라 조밀저장대를 설치하는 것으로 가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리원전의 습식저장조에는 2032년쯤 사용후 핵연료가 포화될 예정이다.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건식저장시설)을 확충하지 못할 경우 고리원전(고리 2~4호기, 신고리 1·2호기)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이재학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고준위사업본부장은 “고준위특별법은 원전 확대, 탈원전 등 정책영역과는 무관하게 국가가 해결해야 할 필수 과제"라며 “특히 사용후핵연료 1만8900톤이 쌓인 상황에서 고준위방폐장 확보는 원자력의 혜택을 누린 현세대의 당연한 책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약 10년의 공론화에서 법제화를 통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확보가 권고됐다"며 “앞선 부지실패 사례를 감안할 때 △부지선정절차 △유치지역 지원방안을 담은 특별법은 고준위 처분시설확보의 선결조건"이라며 법안 통과 없이는 폐기물 관리를 시작조차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에너지·원전 전문가들은 신규 원전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기 때문에 사용후 핵연료 처분 계획도 반드시 그에 맞춰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가 원전 산업을 복구하고 확대와 수출까지 하려면 폐기물 저장소가 무조건 필요하다"며 “폐기물 시설에 대한 계획을 만들고 차근차근 수립해 나가야 우리 원전도 경제성이 있고 친환경적이면서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이어 “원전을 청정에너지화 하려면 폐기물 처분장이 필요하다.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에서 폐기장 확보에 대한 계획을 전제로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라고 인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며 “정치권에서 발전원별 이념 싸움으로 접근할 게 아니다. 에너지 믹스가 필요한 상황인 만큼 발전원 시설들을 어디에 어떻게 설치해야 하고 이를 지역에 어떻게 설득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결법을 정치권이 풀어줘야 한다"고 비판했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총괄했던 정동욱 전 한국원자력학회장은 “일부 원전 반대론자들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고준위 방폐장을 배척하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위험할수록 빨리 처리 시설을 마련해서 핵폐기물을 보관해야 한다. 위험하다는 이유로 처리시설이 세워지는 걸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전 학회장은 이어 “오히려 우리가 한 발자국 앞서 나갈 생각을 해야 한다"며 “전세계적으로 원전 능력을 인정받은 만큼 고준위 방폐장 시설에 대해서도 인정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가 고준위 방폐장 설립을 빨리 시작하고 안전하다는 게 확인이 된다면 새로운 수출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노동석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원전소통지원센터장도 “한국이 원자력발전 강국의 지위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국내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대한 방안을 조속히 확정해야 한다"며 “여야는 22대 국회에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를 위한 특별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세계경제포럼이 경고하는 환경위험…기후위기 넘어 기후붕괴 시대

세계경제포럼이 연례 글로벌 리스크(세계 위험) 보고서 통해 '환경적 리스크'를 장기적으로 인류의 가장 큰 우려 사항으로 지적했다. 이는 향후 10년 동안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극심한 날씨부터 오염까지 다양한 환경문제가 나타나고 있는 현재, 시급히 해결책을 찾지 못할 경우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붕괴 시대를 맞을 것이란 경고가 나오고 있다. 16일 세계경제포럼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연례총회에 앞서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세계 위험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20년 동안 '환경 위험'이 장기적으로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자리를 차지해 왔다고 지적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6개의 국제 데이터 세트를 기반으로 2024년이 기록상 가장 더운 해라고 확인했다. 지난 10년은 모두 상위 10위 안에 들었고, 기록적인 기온이 계속됐다. WMO의 6개 데이터 세트에 대한 통합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지구 평균 표면온도는 1850~1900년 평균보다 1.55°C(± 0.13°C) 높았다. 이는 그동안 우리가 주목해 온 지구 평균 온도 1.5°C 상승보다 높은 수치다. 문제는 향후 10년 동안 환경적 위험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극심한 기상 조건, 생물 다양성 손실, 지구 시스템의 혼란이 가장 심각한 과제가 될 것이며, 이러한 위험은 생태계 보호 및 자원 확보, 기후 관련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장기 전략'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려면 지속 가능성과 혁신적인 접근 방식에 대한 글로벌한 헌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가 불러오는 지구환경 변화 대응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기후위험에 대한 조기경보 시스템의 적절하고 공정한 작동'이 꼽힌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조기경보 시스템에 대한 보편적 접근이 연간 총 350억달러의 손실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적응위원회는 다가올 폭풍이나 폭염에 대한 24시간 경고만으로도 잠재적 피해를 30% 줄일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조기경보는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가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조기경보 시스템에는 1대 9의 투자 수익률이 따르는데, 조기 경고에 1달러를 투자하면 9달러의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수치 비율은 글로벌 국가 전체를 대상으로 한 일반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를 아프리카 등 대륙적 규모로 산정하면, 이 투자 수익률은 1대 19로 크게 확대된다. 기업에서도 날씨 정보를 제공받아 리스크 관리 가능성을 높이고 이는 기업에 대한 혜택으로 작용하게 된다. 중요한 날씨 및 기후 관련 위험 정보 관리를 통해 민간기업은 사업 운영의 회복력과 적응력을 구축게 되고, 이는 곧 사회 전체의 위험 수준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다. 기업의 기후 및 재해 회복력이 생명을 구하고 손실을 피하며, 경제적 잠재력을 끌어내는 동시에 공동의 이익을 창출해 낸다는 의미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신년 메시지를 통해 “기록상 가장 더웠던 10년은 바로 지난 10년 동안 발생했으며, 여기엔 2024년도 포함된다"면서 “현재의 기록적인 폭염 등은 기후붕괴에 해당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2024년의 폭염은 2025년에 선구적인 기후 행동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며, 아직 최악의 기후 재앙을 피할 시간은 남았다"며 “각 국가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극적으로 줄이고 재생 가능한 미래로의 전환을 통해 안전한 길로 나가도록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연숙 기자 youns@ekn.kr

“방울토마토 키우는데 한달 전기료 540만원”…이상기후에 농가도 울고, 소비자도 울고

“감귤은 여름과 가을 날씨에 민감한데, 지난해 여름 폭염과 폭우가 반복되면서 나무가 큰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가을에는 일교차가 줄어들면서 당도도 제대로 오르지 않아 상품성이 떨어졌습니다. 수확량도 줄어 경제적 타격이 컸어요." -제주 서귀포에서 감귤농사를 지으며 감귤 따기 체험을 진행하고 있는 김 모씨- “지난 여름 폭염으로 방울토마토는 물론 대표적 여름작물인 메론까지 모두 말라 죽었어요. 이젠 시설하우스에 에어컨까지 설치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전기료 부담이 너무 커서 더이상 농가가 버티기 어렵습니다. 이달 전기료만 540만원이 나왔어요. 이런 상황에서는 농사를 지속하기 힘듭니다. 농작물 재배 전기료 대책이 필요합니다." -충남 청양에서 방울토마토를 재배하는 전 모씨- 기후위기가 농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며 제철 과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부터 가을까지 이어진 폭염으로 작황이 부진해 감귤, 방울토마토, 사과 등 주요 농산물의 생산량이 감소했고, 이는 농민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소비자들에게는 장바구니 물가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 1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겨울철 과일의 대표주자인 감귤(온주) 5kg의 도매가격은 전년 동기(2만2318원) 대비 16.9% 상승, 평년(1만0805원) 대비 141.5% 상승한 2만6089원을 기록했다. 방울토마토(대추) 3kg의 가격은 전년 동기(2만1618원) 대비 7.4% 하락했으나, 평년(1만8612원) 대비 7.5% 상승한 2만0013원으로 나타났다. 사과(상) 10kg의 경우 전년 동기(6만1256원) 대비 11.4% 상승, 평년(3만6694원) 대비 85.9% 상승한 6만8226원이었다. 올겨울 과일값 급등의 주요 원인은 이상기후다. 감귤은 긴 여름 폭염의 여파로 껍질이 터지는 열과 피해가 늘고, 착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품질 저하와 출하량 감소를 겪었다. 가을철 강우가 잦아지며 병충해도 심화돼 농가의 어려움이 가중됐다. 방울토마토도 마찬가지다. 이번 여름 긴 폭염으로 비닐하우스 내부 온도가 40도(℃)를 넘으며 과도한 생육 스트레스가 발생해 초기 생산량이 줄어들었다. 겨울철 난방비와 같은 재배 비용이 증가하며 농가의 부담이 커진 점도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사과는 봄철 냉해와 여름철 고온이 겹쳐 생산 환경이 악화됐다. 사과는 기온 변화에 민감한 작물로, 여름철 높은 기온은 과일의 당도와 착색을 저하시켰다. 생산량 감소로 인해 강원도와 같은 북부 지역에서의 재배가 확대되고 있으나, 여전히 부족한 공급이 가격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해 사과처럼 계절성을 띠는 작물의 재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특히 경남 밀양의 얼음골 사과 재배지조차 지난해 여름 폭염으로 출하량이 크게 줄었고, 품질도 저하됐다. 기후 변화가 지속되면 농작물 생산과 품질 저하 문제가 더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우균 고려대 기후환경학과 교수는 “최근 작황이 좋지 않거나 여러 사정으로 (재배자가) 생산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이 일어났다"며 “기후변화도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인건비, 전기료 상승 등 생산 여건이 좋지 않은 것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농업이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홍 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 피해는 단순히 농민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농산물 공급 부족으로 소비자들이 겪는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 재배 작물만 고집하기보다는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품종 개발과 재배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남부 지역에서는 과거에는 재배가 어려웠던 열대 과일을 재배하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는데, 정부는 이런 변화를 주목하고 농민들에게 기후 적응형 품종 개발과 재배 기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기후변화 등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과 생산 여건, 작업 환경 등을 정부 차원에서 농업 지원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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