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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M 무쏘 EV, 초반 열풍 식지 않았다…6개월만에 6천대 돌파

KG 모빌리티(KGM)의 전기 픽업 '무쏘 EV'가 출시 반년 만에 누적 판매 6000대를 넘어섰다. 올해 내수 판매 목표를 조기 달성하며 국내 전기 픽업 시장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KGM은 무쏘 EV가 지난 3월 본격 고객 인도를 시작한 이후 꾸준한 판매세를 이어오며 6000대를 돌파했다고 17일 밝혔다. 월별 판매량은 3월 526대, 4월 719대, 5월 1167대, 6월 563대, 7월 1339대, 8월 1040대에 이어 9월에도 16일 기준 700여대를 기록했다. 출시 초기부터 시장 반응은 뜨거웠다. 론칭 2주 만에 계약 건수가 3200대를 넘었고, 온라인 전용 모델은 1시간 30분 만에 완판됐다. '무쏘 EV'는 KGM이 2002년 '무쏘 스포츠'로 픽업 시장을 연 이래 다섯 번째로 선보인 픽업 모델이자 국내 유일 전기 픽업이다. 전동화 기술을 접목해 중형 SUV급 주행 편의성과 전기차 특유의 정숙성을 갖췄으며, 최대 500kg을 적재할 수 있는 픽업 본연의 활용성도 강화했다. 경제성도 경쟁력이다. 국고·지자체 보조금(서울 기준) 적용 시 실구매가는 3962만원 수준이며, 소상공인은 추가 지원과 부가세 환급으로 3천만 원 중반대까지 낮출 수 있다. KGM은 5년간 약 600만원 수준의 운영비로 경제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픽업 시장은 최근 캠핑·레저 수요 확산과 함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KGM의 기존 내연기관 모델 '무쏘 스포츠&칸'이 꾸준한 판매를 기록하는 가운데, '무쏘 EV'는 전기 픽업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하며 라인업 경쟁력을 넓혔다. KGM은 내수 성공을 바탕으로 글로벌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독일·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 시장에서 사전 마케팅을 마쳤고, 지난 8월부터 현지 론칭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KGM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 둔화와 픽업 시장 정체라는 흐름 속에서도 무쏘 EV가 조기 목표를 달성한 것은 의미 있는 성과"라며 “다양한 고객 니즈에 대응하며 No.1 픽업 브랜드로 입지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워터, 파워뱅크형 충전기 보조금 기준 변경에 이의 제기

전기차 충전 사업자 워터가 파워뱅크형 초급속 충전기 보조금 산정기준이 올해 갑작스럽게 변경됐다며 환경부에 이의신청을 제기했다고 17일 밝혔다. 워터에 따르면 지난 2023~2024년에는 한국환경공단이 파워뱅크형 충전기에 대한 보조금 산정기준을 공문으로 안내해왔다. 그러나 올해 환경부 지침에는 '350킬로와트(kW) 1기당 8200만원'만 명시되고 파워뱅크형 관련 규정은 빠졌다. 이어 지난 10일 한국자동차환경협회는 파워뱅크형을 '350kW 충전기 1기'로만 인정하고 1기에 해당하는 8200만원만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해석을 통보했다. 워터는 9월 12일 협회와 환경부에 이의신청 공문을 보냈다. 워터 관계자는 “전년도 지침과 상이한 해석으로 동일한 설비임에도 지원액이 절반수준으로 줄어든다"며 행정연속성과 신뢰보호 원칙 위배를 주장하며 기준을 되돌려 줄 것을 요청했다. 파워뱅크형 충전기란 하나의 파워뱅크(600kW)가 두세 개의 디스펜서(전기분배장치)를 구동해 차량 상황에 맞춰 전력을 탄력적으로 분배하는 방식을 말한다. 동시 충전 시에도 차량별 200~300kW 수준의 출력을 공급할 수 있어, 실제 충전 패턴과 부합한다는 게 워터의 설명이다. 반면 일체형 350kW로만 충전기를 나열할 경우 차량이 수용하지 못해 발생하는 잉여 전력이 그대로 낭비될 소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파워뱅크형은 남는 전력을 다른 차량에 즉시 재분배할 수 있어 설비투자 대비 효율이 높다고 강조했다. 워터 관계자는 “국제 시장에서는 이미 전력 분배형 구조가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800V 고전압 차량도 동시 충전 환경에서 200~300kW급 안정적 충전을 제공받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지금처럼 산정이 축소되면 파워뱅크형 신규 설치는 내년부터 사실상 중단될 것"이라며, 이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산이라는 정부 목표와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전기차 충전기 수천대 방치, 보조금 횡령도…부실운영 적발

전기차 충전기 수천대가 방치되고 수십억원대 보조금 횡령이 발생하는 등 설치지원 사업 곳곳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17일 환경부와 합동으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 지원사업 운영 실태'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공용 충전시설 설치 비용 일부를 설치 신청자(아파트·상가) 또는 사업수행기관(설치 업체)에 보조금 형태로 지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충전시설 관리 미비나 부실 사업자 선정 등을 놓고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정부는 지난 4∼6월 합동 점검을 실시했다. 점검 결과 충전시설 관리 부적정(2만4000여기), 사업비 집행 등 부적정(97억여원), 부가가치세 과소 신고(121억원) 등 문제가 확인됐다. 전국적으로 4000기의 충전기를 설치·운영하는 사업수행기관 A사는 총 2796기의 충전기를 미운영 방치했다. A사가 전기요금을 미납해 한전에서 계량기를 철거해간 경우도 있었다. 이에 따라 다수 사용자가 불편을 호소했음에도 A사는 전기요금 납부, 충전기 매각, 사업 양도 등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별개로 충전기 설치 장소와 수량을 승인 없이 임의로 변경하거나 보조금 잔액을 미반납한 회사들의 사례도 적발돼 정부는 보조금 97억7000만원을 환수했다. 사업수행기관 B사는 선급금 명목으로 177억원을 지급받아 업무상 보관하던 중 73억6000만원 상당을 정해진 용도가 아닌 목적으로 사용해 업무상 횡령 및 보조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되기도 했다. 아울러 사업수행기관 선정 관련 신생 중소기업에 무분별한 우대 기준을 적용하고, 정성평가 항목의 구체적 평가 기준도 부실한 상태인 것으로 평가됐다. 또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다수 충전시설(2만1283기)의 상태 정보가 정확하게 표시되지 않아 사용자들에 불편을 주고 있었다. 정부는 이번 점검 결과를 토대로 집행잔액 반납, 미작동 충전기 일제 점검 등 후속 개선 조치를 신속하게 실시할 방침이다. 또 충전기 관리 시스템 고도화, 사업수행기관 선정 절차 개선 등 다양한 제도 개선 과제도 이행할 계획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일본차보다 비싸지는 한국차...현대차의 ‘전화위복 전략’은?

미국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에 수입되는 일본산 자동차에는 15% 품목관세가 적용된 것과 달리 한국산 자동차는 여전히 25% 품목관세를 적용돼 한·일 완성차의 미국시장 수출가격 격차가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미국수출 완성차 대표주자 현대차·기아는 당장 가격 인상 없이 버티고 있지만, 한·미 양국 정부간 관세협상 지연에 따른 '25% 관세' 조건이 장기화되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대차·기아는 미국시장에서 현지생산 확대, 가격·판매 전략 조정, 한·미 통상 협상 참여 등과 함께 관세적용 기간 장기화를 대응해 북미를 제외한 유럽 등 시장 다변화전략을 통해 극복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16일 자동차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품목관세를 16일부터 15%로 적용하는 조치를 발효했다. 반면, 한국은 한·미 관세 협상 후속 협의가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자동차·부품 관세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더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부터 외국산 수입 제품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경우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대한 품목관세를 25%로 인상했다. 이에 일본은 기존 2.5%의 관세에 25%의 새로운 관세를 더해 27.5%의 관세를 부담하고 있었는데, 이번 조치로 다시 가격 경쟁력을 되찾을 전망이다. 하지만, 한국산 자동차의 경우 7월 말 양국이 관세 협상을 타결했지만, 세부 조율 과정에서 이견이 남아 15% 인하 적용 시점이 확정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현대차의 완성차가 토요타 등 일본 브랜드보다 미국시장에서 비싸게 팔리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그동안 현대차는 토요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미국 시장에서 승부했기 때문에 이번 관세 격차는 현대차에 매우 큰 타격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일단 현대차는 현지 생산을 조속히 늘리고, 유연한 판매 전략을 통해 상황을 타개해 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내년 완공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주에 하이브리드 생산 라인을 추가하고 있다. 이미 약 7조600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전용 메타플랜트를 짓고 있는 상황에서, 하이브리드 현지 생산까지 확대해 관세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일본 경쟁자인 도요타는 이미 켄터키 공장에서 라브4 하이브리드와 렉서스 ES를 생산해 관세 부담을 피하고 있다. 최근에는 렉서스 ES 생산을 줄이고 하이브리드 물량을 늘리기로 해 관세 효과 극대화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 업체들이 현지화 전략으로 관세 충격을 상쇄하는 사이 한·미 관세협상이 완료될 때까지 현대차는 고스란히 25% 관세를 견뎌내야 할 처지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4월부터 부과된 관세 25%를 지금까지 차량 가격에 반영하지 않았다. 그 결과, 2분기 동안 현대차는 8280억원, 기아는 7860억원의 관세 비용을 떠안았다. 가격경쟁도 이미 불리하다.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미국에서 3만290달러에 판매되고 있는데, 도요타 라브4 하이브리드는 3만2850달러다. 관세를 반영하면 스포티지는 3만7863달러로 라브4(3만7778달러)보다 비싸질 전망이다. 그동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혜택의 '가성비'로 버텨온 한국차가 오히려 일본차보다 비싸게 팔리는 역전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현대차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가격을 올리지 않고 상품성으로 승부하는 전략이다. 디자인, 연비, 커넥티비티 같은 요소에서 일본차 대비 차별화를 강조해야 한다. 둘째, 판매 둔화를 막기 위해 인센티브나 리베이트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GM과 포드가 과거 불황기에 대규모 할인 공세로 점유율을 지킨 사례가 현대차에도 참고가 될 수 있다. 통상 협상은 현대차가 가장 기댈 수 있는 부분이다. 미국은 일본과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펀드 합의를 전제로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췄다. 하지만, 한국은 동일한 조건을 맞추지 못하면서 관세 부담을 떠안을 위기에 처했다. 한·미 FTA에 따라 과거에는 한국차가 일본차보다 2.5%포인트 낮은 관세 혜택을 누렸지만, 지금은 오히려 10%포인트 더 내는 역차별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 측과 후속 협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단기간 내 해법이 나오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오는 18일 뉴욕에서 열리는 '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투자자뿐 아니라 미국 정부에도 관세 협상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메시지화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현대차는 유럽 생산도 확대한다.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을 유럽 판매로 메운다는 전략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튀르키예 이즈미트 공장에 유연 생산체제 도입한다. 유연 생산체제란 다양한 차종을 소량 생산하는 체제로, 한 생산라인에서 여러 종류의 차량을 신속하게 전환하며 생산할 수 있는 미래형 전략이다. 현대차는 튀르키예서 전기차 신규 생산 라인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 상반기 내연기관 생산량을 24만5000대 수준에서 19만대 수준으로 감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즈미트 공장은 라인 전환을 마무리한 이후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전기차 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적인 위기 속에도 기회는 있다. 미국의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로 하이브리드 수요가 크게 증가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하이브리드 시장은 일본 브랜드가 절대적이다. 올해 1~8월 점유율은 도요타 51.1%, 혼다 17.0%, 현대차·기아 12.3%였다. 하지만 이달 말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종료되면, 합리적인 친환경차 대안으로 하이브리드 수요가 더 커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역풍은 뼈아프지만, 현지 생산 확대와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 성공한다면 중장기적으로 현대차의 입지는 오히려 더 단단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배터리 대세 ‘친환경 나트륨’…중국은 ‘상용화’, 한국은 ‘검토 단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새로운 변곡점을 맞고 있다. 중국 CATL이 내놓은 나트륨 이온 배터리(Na-ion)가 유럽의 저가 전기차 수요와 맞물리며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 배터리 업계는 여전히 삼원계(NCM) 중심의 고성능 전략에 치중해 있어 “차세대 성장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한국자동차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CATL은 지난 4월 상하이에서 열린 자체 테크데이 행사에서 차세대 나트륨 이온 배터리 '낙스트라(Naxtra)'를 공개하며 전기차용 배터리 포트폴리오에 새로운 제품군을 추가했다. CATL은 1세대 나트륨 이온 배터리 공개 후 상용화 개발을 지속해 지난 4월 상하이 'CATL Tech Day' 행사에서 개선된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시연함과 동시에 오는 12월 양산 계획 발표했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원소재가 풍부하고 열·화학적 안정성이 높으며, 리튬 이온 배터리와 유사한 구조로 기존 생산라인 및 기술과의 연계가 유리해 배터리 제조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선 단가가 저렴한 나트륨 배터리가 유럽 시장에서 인기가 많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럽 전기차 시장은 북미와 달리 저가·도심형 모델에 대한 선호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탄소 규제 강화로 보급형 전기차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저렴하고 원재료 의존도가 낮은 나트륨 배터리는 좋은 대안디 될 것으로 보인다. 나트륨은 지각 내 매장량이 리튬 대비 약 1200배 많고, 해수에서도 추출이 가능하다. 이는 특정 국가, 특히 중국에 집중된 리튬 정제 공급망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나트륨 배터리는 코발트·니켈 같은 고가·독성 원소 사용을 최소화해 환경 규제가 까다로운 유럽 시장의 조건에도 부합한다. 물론 낮은 에너지 밀도라는 기술적 한계가 여전하다. 하지만 유럽은 도심 주행 비중이 높은 만큼 긴 주행거리보다는 가격과 친환경성이 구매 결정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도 에너지 밀도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지만, 가격 경쟁력 하나로 중국 내수시장을 넘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나트륨 배터리도 같은 궤적을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이미 유럽 현지에서 나트륨 배터리 상용화 기반을 다지고 있다. CATL은 독일과 헝가리에 대규모 공장을 건설 중이며, 유럽 내 저가 전기차 모델에 나트륨 배터리를 공급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뿐만 아니라 CATL은 지난 8일 독일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5'서 나트륨 배터리를 전시하며 고객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BYD 또한 유럽 판매 네트워크를 강화하며 '저가 전기차+대체 배터리' 공세에 나설 채비를 갖췄다. 중국 정부의 지원도 뒤따른다. 나트륨 배터리 기술을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시키며 전략적 산업으로 관리하고, 홍콩 증시 이중 상장을 통해 CATL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세계 공급망이 재편되는 시점에, 중국은 나트륨 배터리를 무기로 유럽 저가차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것이다. 반면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전략은 여전히 삼원계(NCM, NCA) 중심이다. 고성능·고에너지 밀도 배터리에 강점을 지니고 있지만, 시장의 무게 중심이 '고성능'에서 '경제성'으로 이동하면서 대응이 늦다는 지적이 나온다. LFP 확산에도 뒤늦게 대응했던 전례가 있는 만큼, 나트륨 배터리 역시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있다는 경고가 업계 안팎에서 제기된다. 특히 유럽 시장에서의 공백이 뚜렷하다. 유럽은 내연기관 퇴출 시계를 앞당기면서도 전기차 가격이 소비자 부담으로 작용하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다. 이 때문에 보급형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나트륨 배터리 채택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국내 배터리 업계는 이 시장을 겨냥한 포트폴리오가 부족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나트륨 배터리가 단기간에 리튬을 대체하긴 어렵지만, LFP처럼 틈새시장에서 시작해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다고 본다. 만약 중국이 유럽 저가 전기차 시장을 나트륨 배터리로 장악한다면, 한국 배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도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일각에선 한국은 기술 성능 지표만 강조하는 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능뿐 아니라 경제성·공급망 안정성·환경 규제 대응력을 포괄하는 종합적인 관점에서 중장기 기술 로드맵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나트륨배터리 관련해서 내부적으로 연구과제등을 검토를 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배터리 소재 ‘차이나 쇼크’, 한국의 해법은?

배터리 산업의 핵심인 소재 시장에서 중국의 독주가 가속화되고 있다. 양극재와 음극재 전 분야를 중국 기업들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한국 업체들 사이에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리튬망간리치(LMR) 등 고부가 소재와 탈중국 공급망 전략을 돌파구로 삼았다. 14일 에너지 시장 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7월 세계 전기차용 양극재 사용량은 194만톤으로 전년보다 40% 늘었다. 이 중 리튬인산철(LFP) 양극재는 75만t으로 66.9% 급증, 전체의 58%를 차지했다. 양극재 시장의 상위권은 후난위넝·완룬 등 중국 기업들이었다. 반면 한국 기업들은 삼원계 양극재에서 입지를 지켰지만 성장세에서는 중국에 밀리고 있다. 같은 기간 음극재 사용량은 69만t으로 38% 늘었고, 이 중 95%가 중국 기업 점유율이다. 샨샨, BTR 등이 글로벌 공급을 주도하며 한국 점유율은 2.7%에 그쳤다. 미국은 중국산 인조흑연에 반덤핑·상계관세를 예비 판정하며 '탈중국' 공급망 압박을 강화, 북미·유럽에서는 실리콘 복합 음극재 같은 대체 소재 개발이 빨라지고 있다. 소재 시장서 한국과 중국의 성장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국내 소재사들은 영업이익률이 양극재 –6.6%, 전해액 –28.2%, 동박 –23.1%로 급락한 반면 중국 기업들은 플러스 성과를 유지했다. 초저가·대규모 공급 체제를 갖춘 중국과의 가격 경쟁은 이미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이에 국내 주요 기업들은 저가 공세를 피해 고부가·탈중국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니켈·코발트를 줄이고 망간을 늘린 LMR 양극재 개발에 집중한다. LFP보다 약 30% 높은 에너지 밀도를 무기로 중국산 LFP 중심 시장을 정면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실리콘계·합성흑연 음극재 개발과 북미·유럽 공급망 대응도 병행 중이다. 에코프로비엠은 파일럿 라인을 3000t에서 5000t으로 늘리며 기술 고도화에 나섰다. 니켈 저감형 삼원계 양극재 같은 차별화 제품을 개발해 중저가 LFP와 구분되는 경쟁력을 확보하려 한다. 동시에 탈중국 공급망 전략과 기술 내재화를 추진하며 수익성 회복을 모색한다. 엘앤에프는 과감히 LFP 시장에 진입했다. 약 3365억원을 투자해 연간 6만t 규모 LFP 설비를 구축하며, 중국산 저가 제품과 정면 승부를 벌인다. 원가 절감과 생산 효율화를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와 동시에 차세대 양극재 개발로 중장기 경쟁력도 키우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한국 소재업계가 살아남으려면 △니켈 고함량 삼원계·실리콘 음극재 같은 고부가 제품 △미국·EU의 탈중국 정책에 편승한 공급망 전략 △ESS·로보틱스·UAM 등 신시장 개척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중국의 물량·가격 공세는 단기간에 막기 어렵지만, 기술 차별화와 글로벌 공급망 내 전략적 위치 확보에 성공한다면 기회는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술 규제, 재활용 의무화, 공급 다변화 흐름 등 다층적인 변수들이 교차하는 복합 환경 아래에 있다"며 “향후 시장 주도권은 기술 내재화, 재활용 기반 공급 안정성 확보, 지역 분산 생산 전략을 조기에 구축한 기업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LG에너지솔루션, 미국 구금 사태 “구성원 안전 귀국까지 전폭 지원”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현장에서 발생한 구금 사태와 관련해 구성원과 협력사, 가족들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외 사업장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글로벌 사업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도 함께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11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구금된 분들의 안전한 석방을 위해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시고, 한국과 미국 현장에서 한마음으로 힘써 주신 정부와 관계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특히 신속한 석방 조치뿐 아니라 재입국 시 불이익이 없도록 여러 우려까지 세심하게 해소해 주신 점에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또 “이번 일로 어려움을 겪으신 분들의 고통을 깊이 공감하며, 안전하게 한국에 도착할 때까지 후속 절차에 만전을 기하고, 조속히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회사는 구금 인원의 안전 귀국을 위해 대한항공 전세기를 운영하고 있다. 일등석 2석과 비즈니스석 48석은 건강이 악화됐거나 의료적 처치·관찰이 필요한 인원에게 배정되며, 일부 일등석 4석은 '집중치료석'으로 마련돼 의료진 판단에 따라 사용 여부가 결정된다. 일반 구금자와 관계자는 이코노미석을 이용하지만, 전 좌석에 비즈니스 클래스용 어메니티 키트가 제공되며 충전 케이블과 마스크 등 별도 물품도 지급된다. 귀국 이후에도 이동 지원이 제공된다. LG에너지솔루션과 설비 협력사 희망자 전원에게 운전기사가 포함된 차량이 개별 제공되며, 가족 픽업 후 공항 이동 및 자택 복귀까지 전 과정을 지원한다. 또 전원에게 담당자를 배정해 맞춤형 케어를 제공하고, 해외 국적 보유자의 경우 숙소와 자국 복귀 항공권도 전액 지원된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외 사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사전 예방하고 대응할 수 있는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사업적 영향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EE칼럼] 액화수소, 기체수소와 같은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을까

최근 창원시 액화수소 플랜트를 둘러싸고 여야 시의원단이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국민의힘은 특정감사 결과 공개를 요구했고, 민주당은 사업 정상화를 위한 협의와 해법 마련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치적 공방보다 더 중요한 것은, 1,050억 원을 들여 2023년 준공된 이 플랜트가 수요 부족으로 가동이 지연되다 운영사가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지고, 결국 금융권 인수까지 이어졌다는 냉혹한 현실이다. 지난 6월 어렵게 상업운전을 시작했지만, 창원산업진흥원이 하루 5톤 규모, 연간 약 300억 원대의 구매 의무를 떠안으면서 재정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창원의 사례는 결코 예외가 아니다. 인천에서는 SK E&S가 세계 최대 규모인 연간 3만 톤급 액화수소 플랜트를 준공했지만, 가동률 확보가 쉽지 않다. 울산과 삼척 역시 유사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일부는 여전히 시험 운전에 머물러 있고, 일부는 특수목적법인 구성 단계에서 멈춰 있다. 문제의 핵심은 '수요'다. 액화수소는 기체 수소를 영하 –253℃까지 냉각해 부피를 1/800로 줄인 형태다. 덕분에 액화수소 충전소는 기체형보다 더 많은 양을 빠르게 공급할 수 있어 수소버스·트럭 등 대형 모빌리티에 적합하다. SK E&S가 2026년까지 전국에 40곳의 액화수소 충전소를 구축하겠다고 밝혔지만, 높은 비용과 까다로운 안전 규제로 보급 속도는 여전히 더디다. 충전소 확충이 늦어지면 생산된 액화수소가 소비되지 못하고, 이는 플랜트 가동률 저하와 재정 부담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더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수소차는 최종적으로 모두 기체 상태의 수소를 충전한다. 그러나 충전소는 고압 기체수소를 직접 공급받을 수도 있고, 액화수소를 기화해 공급받을 수도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모두 같은 '수소'지만, 충전소 운영자에게는 전혀 다른 수소다. 그렇다면 기체수소와 액화수소를 정말 같은 시장의 동일한 상품으로 볼 수 있을까. 이 지점을 이해하려면 '차등된 상품(grades)' 개념을 참고해야 한다. 화학적 성분은 같아도 물리적 상태, 순도, 가공 정도, 용도에 따라 다른 가격과 조건으로 거래되는 경우다. 금은 순도에 따라, 철강은 가공 형태에 따라, 곡물은 품질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 원유는 대표적이다. 국제시장에서 원유는 API 중력과 황 함유량에 따라 저유황 경질유와 고유황 중질유로 나뉜다. 미국은 셰일혁명으로 경질유 생산이 급증했지만, 멕시코만 정유공장은 고도화 설비 덕분에 중질유를 선호했다. 이 때문에 미국 내수에서 소화되지 못한 경질유는 2016년 수출 규제 해제 이후 해외로 흘러나갔고, 결국 정유 인프라의 특성 때문에 두 유종은 사실상 대체가 어려운 '차등된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즉, 똑같이 '원유'라 불려도 경질유와 중질유는 서로 다른 시장 논리를 가진다. 수소 역시 인프라에 따라 기체와 액화가 분리된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 문제는 지금 두 상품이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때 발생하는 것이 네트워크 외부성 문제다. 네트워크 외부성이란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치가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커지는 현상이다. 특정 상품이 임계 규모를 확보하면 다른 상품이 배제되는 '잠금효과(lock-in)'가 나타난다. VHS와 베타맥스의 비디오테이프 경쟁, 휴대전화 초창기 GSM과 CDMA 경쟁에서 승패를 가른 것은 기술력이 아니라 초기 네트워크의 규모였다. 만약 기체수소 충전소가 먼저 임계 규모를 확보한다면, 후발주자인 액화수소는 잠금효과에 막혀 성장 기회를 잃을 수 있다. 따라서 액화수소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두 유형 충전소 인프라 간 호환성을 높여 상호 보완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미 전국적으로 보급된 기체수소 충전소에 액화수소 저장탱크와 기화기를 추가해 액화수소를 취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 경우 개조 비용, 부지 확보, 안전 규제 등 만만치 않은 제약이 따른다. 따라서 정부의 재정 지원(, 인허가 절차 개선 같은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동시에 신규 액화수소 충전소 건설도 병행되어야 한다. 액화수소가 기체수소와의 경쟁에서 네트워크 외부성의 벽을 넘어 독자적인 시장 기반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다. 그렇지 못한다면 액화수소는 결국 '잠재력만 남긴 채' 사라질지도 모른다. 김재경

[이찬우의 카워드] RE+ 2025 개막…K-배터리 승부수는 ‘폼팩터 ’

북미 최대 재생에너지 전시회 'RE+ 2025'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 8일(현지시간) 개막했다. 오는 11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에 참가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1300개가 넘는 참가 글로벌기업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내세운 무기는 의외였다. 성능 수치도, 가격 경쟁도 아닌 바로 '모양(폼팩터:form factor)'이었다. 대표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파우치형과 각형 투 트랙으로 북미 시장을 다각화하고 있으며, 삼성SDI는 컨테이너형 SBB로 대규모 전력망 수요를 집중 공략한다는 게 올해 RE+ 2025 참가 전략이다. '폼팩터 전쟁'은 단순 디자인 차이를 넘어, 고객 특성에 정면 대응하는 전략적 전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폼팩터란 배터리를 구성하는 셀, 즉 전지의 형태와 완제품으로 패키지화된 구조를 의미한다. 크게 파우치형, 각형, 컨테이너 일체형, 원통형으로 나뉜다. 파우치형은 얇고 가벼우면서도 유연한 설계가 가능해 자동차 배터리뿐 아니라 소형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에 적합하다. 반면에 각형 배터리는 견고하고 표준화가 쉬워 대용량 ESS나 산업용 배터리에 주로 활용되며, 뛰어난 냉각 성능과 안전성을 갖추고 있다. 또, 컨테이너 일체형 폼팩터는 배터리 셀과 모듈, 공조 및 안전장치를 하나로 통합해 20피트 컨테이너 박스 형태로 제작되어 대규모 전력망에 바로 연결해 운용할 수 있는 완제품 형태다. 이는 설치 편의성과 안전성 면에서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원통형 배터리의 경우, 원통 모양의 셀로 이루어져 전기차용 배터리에서 주로 활용되고 있다. 열 관리와 안전성에서 뛰어나며, 표준화와 생산 효율성 측면에서도 강점을 지니고 있다. 다만, ESS 분야에서는 파우치형이나 각형, 컨테이너 일체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활용 빈도가 낮은 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전시에서 업계 최초로 파우치형과 각형 LFP 배터리를 동시에 공개하며 '투 트랙' 전략을 공식화했다. 기존 ESS 시장에서 강점이던 파우치형 배터리에 더해, 내구성과 생산 효율이 뛰어난 각형 배터리까지 라인업을 확장한 것이다. 파우치형은 유연한 설계와 높은 에너지 밀도에 강점이 있으며, 각형은 안전성과 표준화 장점이 두드러진다. LG엔솔은 이를 토대로 전력망, 데이터센터, 가정용 등 다양한 고객 수요에 맞는 맞춤 솔루션을 제시한다. 특히 북미 최초로 공개된 500Wh 이상 초고에너지 파우치형과 각형 LFP 셀은 시장 다변화를 겨냥한 핵심 무기다. 김형식 LG에너지솔루션 ESS전지사업부장 상무는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RE+ 2025를 통해 업계 최초로 북미 현지 LFP 생산 체계를 선보였다"라며 “앞으로도 파우치형과 각형 등 다양한 폼팩터를 갖춘 경쟁력을 기반으로 북미 시장에서 최초, 최고의 기록을 써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는 '컨테이너 일체형 ESS' 제품군인 SBB(Samsung Battery Box) 시리즈를 전면에 내세웠다. 20피트 컨테이너 박스 안에 배터리 셀과 모듈, 랙, 냉각·안전장치를 통합해 전력망에 즉시 연결해 쓸 수 있는 올인원 패키지다. 최근 공개된 SBB 1.7은 기존 대비 에너지 밀도를 17% 향상시켰고, SBB 2.0은 LFP 배터리 탑재로 장수명과 안전성을 강화했다. 두 제품에는 화재 확산 방지 기술인 EDI(Enhanced Direct Injection)가 적용돼 ESS 안전성의 새 표준을 제시한다. 삼성SDI가 강조하는 강점은 대규모 전력망 고객 대상 설치 편의성과 안전성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이번 전시에서 미국 시장에 최적화된 삼성SDI의 차별화된 ESS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축적된 각형 배터리 노하우와 현지 생산 역량을 통해 글로벌 최대 ESS 시장인 미국에서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글로벌 전기차 ‘신차 공세’로 캐즘 정면돌파

8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5'에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신차를 대거 공개하며 유럽 시장 중심의 전동화 전략을 강화했다. 세계적인 전기차 수요 둔화와 각국 관세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주요 완성차사들은 유럽 시장을 전략적 요충지로 삼아 경쟁을 본격화했다. BMW는 '노이어 클라쎄(Neue Klasse)' 기반 첫 양산형 순수전기 SAV 모델인 뉴 iX3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108.7㎾h 고전압 배터리를 탑재해 유럽 WLTP 기준 최대 805㎞ 주행이 가능하며, 400㎾ 급속 충전으로 10분 만에 최대 372㎞ 충전이 가능하다. 운전석부터 동반석까지 앞 유리 하단 전체를 활용한 'BMW 파노라믹 비전' 디스플레이 시스템도 혁신적이다. 최신 BMW eDrive 6세대 기술과 'Heart of Joy' 고성능 제어 기술이 탑재돼 역동적인 주행 경험을 제공한다. 폭스바겐은 전륜구동 전기차 전용 플랫폼 'MEB+'를 기반으로 한 컴팩트 전기 SUV 'ID.크로스 콘셉트'를 첫 공개했다. 도심형 모델로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약 420㎞이며, 내년부터 차례로 출시할 예정이다. 또한 'ID.폴로', 'ID.폴로 GTI' 등 4종의 컴팩트 전기차 라인업으로 유럽 입문형 전기차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인공지능(AI) 기반 운영체제 'MB.OS'와 99.3㎝(39.1인치) MBUX 하이퍼스크린이 장착된 차세대 전기 SUV '올 뉴 GLC 위드 EQ 테크놀로지'를 공개했다. 최상위 트림은 유럽 기준 713㎞ 주행이 가능해 강력한 전동화 의지를 보여준다. 아우디는 세계 최초로 더 뉴 Q3 스포트백 e-하이브리드를 공개하고, 순수 전기 스포츠카 콘셉트인 아우디 콘셉트 C를 통해 새로운 디자인 철학 '명확성(Clarity)'을 선보였다. 아우디는 올해 말까지 20종 이상의 신차를 출시해 프리미엄 전기차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브랜드 최초 소형 전기 크로스오버 콘셉트카 '콘셉트 쓰리'를 세계 최초 공개했다. B세그먼트에 속하는 이 모델은 엔트리급 '인스터'와 '아이오닉 5' 사이의 포지션으로, 유럽에서 아이오닉 판매 확대의 견인차 역할을 할 전망이다. 현대모비스는 전동화·전장·램프·샤시/안전 분야 핵심기술 약 20여 종을 출품하며, '통합형 SDV(소프트웨어 기반 자동차) 솔루션'과 배터리 시스템, 'EDU 3-in-1' 구동모터 통합 모듈, 인휠 모터 시스템 등 차세대 전동화 부품 기술을 선보였다. 주요 유럽 완성차사와의 협력 확대를 통한 수주 전략도 강화 중이다. 기아는 유럽에서 성공 중인 콤팩트 전기차 'EV3'를 포함해 다양한 전기차 라인업을 집중 전시하며 전동화 전략을 가속화했다. 중국 BYD 역시 '유럽을 위한 유럽 생산' 전략을 전면에 내세워 유럽 헝가리 세게드 공장에서 생산하는 첫 모델 '돌핀 서프'와 슈퍼 하이브리드 웨건 'SEAL 6 DM-i 투어링'을 공개했다. 'SEAL 6 DM-i 투어링'은 1300㎞ 이상의 복합 주행거리로 주목받았다. 내년 2분기까지 200~300개 규모의 '플래시 차징' 초고속 충전소 설치 계획도 발표하며 현지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토마스 셰퍼 폭스바겐 브랜드 CEO는 “향후 5년 간 우리의 목표는 분명하며, 오는 2030년까지 혁신기술로 시장을 선도하는 대량생산 제조사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IAA 모빌리티 2025는 우리가 이미 목표를 실현할 준비가 되었음을 증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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