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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부산 지선 ‘공정한’ 공천…승부처로 떠오르나

부산=에너지경제신문 조탁만 기자 7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내년 지방선거에서 '공정한' 공천이 여야 간 승부처로 부상하는 조짐이 보인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30~3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한 10월 5주 차 정당 지지도 조사의 결과를 보면 부울경에서 민주당은 32.6%, 국민의힘은 52.1%로 각각 기록했다. 이는 19.5%P 격차로, 보수 텃밭 중 텃밭으로 구분되는 대구·경북(민주당·38.3%, 국민의힘·46.7%, 8.4%P 격차)보다 더 큰 차이를 보인 수치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개최라는 집권 여당의 정치적 호재를 감안하면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다소 의외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이에 지역 정가는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관심을 주의깊게 살핀다.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지역정가는 여론조사 기간 중 발생한 '공천 불협화음'과 같은 정치적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 선거 과정인 지난달 27일 유동철 수영지역위원장의 경선배제(컷오프)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친명 인사로 구분되는 유 위원장은 “컷오프 없는 완전 경선은 거짓이냐"며 기자회견을 열고 강하게 반발했다. 지역에선 '친명계 배제'로 비치면서 '청명(정청래-이재명) 갈등'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여기에다 유 위원장은 '공천 진상 요구'도 함께 진행하고 있어 여전히 당과의 갈등이 남아있다. 정청래 당대표는 지난 1일 부산시당 대회에 참석해서 “유 위원장이 아니라 당 대표가 부족해서 그렇다"며 “대표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국민의힘에선 관내 재개발 구역의 주택을 매입한 조병길 사상구청장을 대상으로 한 징계를 예고했었다. 여론조사 기간 이후인 지난 4일 조 청장은 당의 최고 징계 수위인 제명을 당했다. 이를 두고 내년 6.3 지방선거 앞두고 역대 선거에서 바로미터 격인 '부산 사수'를 위한 당 차원의 전략적 징계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장은 “일부 수용할 부분이 있지만, 우리가 손이 깨끗해야 상대방을 공격할 수 있다. 당이 제대로 살기 위해선 돈 문제 등에 대해서 의심 가는 행동을 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일각에선 이번 현역 청장의 징계를 전례로 삼고 내년 지선에서 부산의 기초단체장들이 대거 물갈이될 가능성도 나온다. 국회의원 18명 중 9명이 초선으로 포진된 부산 정치 지형도 이를 뒷받침한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으로 이뤄졌고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에서 확인하면 된다. 조탁만 기자 hpeting@ekn.kr

윤준병, 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 선출…“지방선거 승리 이끌 것”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전북 정읍·고창)이 지난 2일 전주대학교 JJ아트홀에서 열린 도당 임시당원대회에서 전북특별자치도당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전북도당은 지난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이틀간 진행된 권리당원 온라인투표(90%)와 2일 대의원 투표(10%) 결과를 합산해 윤 위원장을 신임 도당위원장으로 공식 확정했다. 윤준병 위원장은 수락 연설에서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내년 지방선거 승리, 그리고 전북자치도의 대도약을 반드시 이끌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특히 “이재명 국민주권정부의 성공을 돕고, 전북의 목소리를 국정에 적극 반영하겠다"며 “내년 지방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통해 전북 전역에 파란 물결을 일으키고, 지역의 해묵은 숙원 사업을 해결하겠다. 당원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당원 주권 도당'을 반드시 만들겠다"고 비전을 제시했다. 윤 위원장은 “정읍·고창을 넘어 전북특별자치도의 머슴으로서, 일꾼으로서, 해결사로서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당원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당원 주권 도당'을 만드는 데 모든 역량을 쏟겠다"고 덧붙였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李 대통령 “728조 예산안 협조” 요청에…野 “재판 받아라”

이재명 정부의 첫 예산안이 4일 국회에 제출됐다. 지난해보다 8% 늘어나 사상 첫 700조원을 돌파, 총 728조원 규모의 슈퍼 예산안'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두 번째 국회 시정 연설을 통해 “인공지능(AI) 시대를 열 마중물"이라며 야당의 협력을 당부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연설에 불참하는 한편 “빚잔치 예산"이라며 반발했다. 이번 예산안은 AI 산업 육성과 국가혁신 인프라 구축이 핵심이다. 정부는 10조1000억원을 투입해 산업·생활·공공 분야 AI 도입(2조6000억 원)과 인재 양성 및 인프라 구축(7조5000억 원)에 집중하기로 했다. 또한 전 정부 시절 대폭 삭감했던 기초연구개발(R&D) 예산을 19.3% 늘려 역대 최대 규모(35조3000억원)로 편성했다.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 심사에서 이재명 정부의 핵심 기조인 'AI 대전환'과 '초혁신경제'를 뒷받침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국가 경쟁력의 축을 AI 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연구개발(R&D)·인재 양성·첨단 인프라 구축 등 혁신성장 기반 예산의 필요성을 강조헸다. 반면 국민의힘은 '빚잔치 예산'으로 규정하며 전면적인 삭감 심사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내년 예산이 올해보다 8%나 늘어나면서 세입보다 세출이 많은 최대 적자예산인 만큼, 재정건전성 악화와 미래세대 부담이 불가피해 삭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내년 적자국채 발행 규모가 약 110조 원에 달하는 점과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사상 처음 50%를 넘어서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사랑상품권, 농어촌 기본소득 등 현금성 지원 예산들은 미래 세대에게 빚폭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전원 이 대통령의 시정 연설에 불참했다. 2022년 윤석열 정부 당시 민주당이 불참했던 전례가 3년 만에 재현됐다. 전날 내란특검이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 '시정연설 보이콧'의 직접적 계기가 됐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 대통령과의 사전 환담에도 불참했다. 검은색 정장을 입은 의원들은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야당탄압 불법특검', '근조 자유민주주의'가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 대통령이 국회에 입장하자 일부가 “범죄자 왔다", “재판 받으라"고 외쳤다. 이 대통령은 이를 의식한 듯 연설을 시작하기 전에 “좀 허전하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도 예산안의 방향과 원안 통과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비록 여야 간 입장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국민과 나라를 위하는 진심은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며 야당의 적극적인 협력을 촉구했다. 한편 이번 예산안은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안 공청회, 6∼7일 종합정책질의, 10∼11일 경제부처·12∼13일 비경제부처 심사를 거친다. 또 17일부터 예산안조정소위를 열어 감·증액 심사에 들어간다. 법정 처리 시한은 12월 2일이다. 현재 여야가 극한 대립 구도를 지속하고 있어 시한 내 처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李 대통령 “AI시대 여는 첫 예산안…적극 협력 부탁”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여야를 향해 총 728조원 규모의 2026년도 '슈퍼 예산안' 처리에 협조를 요청했다. 예산 규모가 700조원을 돌파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번 예산안은 인공지능(AI)과 연구개발(R&D)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방점을 찍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정부가 마련한 내년도 예산안은 바로 인공지능(AI) 시대를 여는 대한민국의 첫 번째 예산안"이라며 국회의 적극적인 협력을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는 지금 겪어보지도 못한 국제 무역 통상질서의 재편과 AI 대전환의 파도 앞에서 국가 생존을 모색해야 할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다"며 “AI 사회로의 전환은 필연이고, 하루가 늦으면 한 세대가 뒤처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박정희 대통령이 산업화의 고속도로를 깔고, 김대중 대통령이 정보화의 고속도로를 낸 것처럼 이제는 AI 시대의 고속도로를 구축해 도약과 성장의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시정 연설은 대통령 취임 이후 두 번째로, 이재명 정부가 스스로 짠 첫 본예산을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설명하는 자리였다. 내년 예산안은 총 728조원 규모로, 전년 대비 8.1% 증가해 역대 최대 규모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AI 3대 강국'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올해보다 3배 이상 확대된 10조1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전체 예산 중 2조6000억원은 산업·생활·공공 등 전 분야의 AI 도입에, 7조5000억원은 인재 양성과 인프라 구축에 각각 투입된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지난달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엔비디아로부터 공급받기로 한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 및 활용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 목표인 3만5000장을 조기 달성하기 위해 1만5000장을 추가 구매하겠다"면서 “엔비디아에서 GPU 26만장을 한국에 공급하기로 한 만큼 국내 민간기업이 GPU를 확보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로봇·자동차·조선 등 주요 산업 분야에 AI 기술을 접목하는 '피지컬 AI 선도국가'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향후 5년간 약 6조원을 투입할 계획도 내놨다. 이와 함께 AI·콘텐츠·방위산업 등 첨단전략산업의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예산을 35조3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9.3% 늘려 편성했다고 밝혔다. '자주국방' 의지도 거듭 강조했다. 내년도 국방 예산을 올해보다 8.2% 늘어난 약 66조3000억원으로 편성해 최첨단 스마트 강군으로 신속 전환하는 등 국방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연간 GDP의 1.4배에 달하는 국방비를 사용하는 대한민국이 전 세계 5위의 군사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국방을 외부에 의존한다는 것은 국민의 자존심 문제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남북관계와 관련해선 교류협력(E), 관계정상화(N), 비핵화(D)를 축으로 한 'END 이니셔티브'를 통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의 의지를 천명했다. 청년·아동·노인 등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확대 계획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AI 등 새로운 기술발전에 따른 시대 변화의 충격을 가장 빨리, 가장 크게 받는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게 국가의 기본 책무"라며 “AI 시대에는 모두가 주역이고 모든 지역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생계급여를 4인 기준 월 200만원 이상으로 지원하고, 아동수당 지급연령을 만 7세에서 8세로 상향하기로 했다. 청년미래적금에 정부가 최대 12%로 매칭 지원하며, 노인일자리는 110만명에서 115만명으로 늘리고, 인구감소지역 주민에게는 월 15만원의 '농어촌 기본소득'을 지급할 계획이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국토균형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예산도 포함됐다. 정부는 △지역사랑상품권 24조원 발행 △인구감소지역 월 15만원 기본소득 △포괄보조규모 3배 확대(10조6000억원) △경영안전바우처 지급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재정지원 사업 선정 시 지방우선, 지방우대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며 “수도권에서 거리가 멀수록 더 많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화와 정보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낸 것처럼 위대한 국민과 함께 AI 시대의 문을 활짝 열겠다"며 “이번 예산안이 법정기한 내 통과돼 대한민국이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초당적인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경주 APEC 정상회의의 성과를 차례로 언급했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 70조원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 등을 소개하면서 “대한민국은 세계의 번영과 교류 협력을 주도하는 글로벌 책임 강국으로 단단히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한중 정상회담과 관련해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선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영혼까지 갈아 넣으며 총력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취임 후 5개월 동안 국내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코스피 지수 4000 돌파 등은 그 결과를 보여주는 상징적 지표"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물가 뛰었지만 “연말엔 안정”…경제심리는 4년 만에 ‘최고조’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2.4% 상승하며 1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연말과 내년 초에는 물가가 2% 안팎으로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달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소식에 경제 심리 지수는 4년 3개월 만에 가장 낙관적인 수준을 기록했다. 국가데이터처가 4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는 117.42(2020년=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했다. 지난해 7월 2.6%를 기록한 후 1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 6~7월 2%대를 기록한 후 8월에 1.7%로 하락했지만, 9월에 다시 2.1%로 반등했고 10월에 2.4%까지 높아졌다. 세부적으로 보면 해외단체여행비·숙박료·미용료 등이 포함된 외식 제외 개인서비스가 3.6% 상승해 전체 물가를 0.72%포인트(p) 끌어올렸다. 농축수산물 물가는 3.1% 올라 물가를 0.25%p 높였다. 축산물은 5.3%, 수산물은 5.9% 각각 올랐고, 특히 돼지고기 6.1%, 고등어 11.0% 오르며 상승 폭이 컸다. 석유류(4.8%), 가공식품(3.5%)도 상승세를 보이며 물가를 밀어올렸다. 근원물가도 올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인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는 2.2% 높아졌다. 이 역시 지난해 7월(2.2%) 이후 1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물가 상승률은 점차 낮아질 것이란 예상이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농산물 가격이 예상보다 높았고 긴 추석 연휴를 전후해 내·외국인 여행 수요가 급증하며 여행 관련 서비스 가격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향후에는 지난해 대비 낮아진 유가 수준과 여행 서비스 가격 둔화 전망 등을 감안할 때 연말, 연초에는 2% 내외로 안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최근 환율과 유가 변동성이 높아진 만큼 자세한 물가 전망 경로는 11월 전망 때 점검해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제 뉴스를 바탕으로 판단하는 국민들의 경제 심리는 4년 3개월 만에 가장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뉴스심리지수는 124.62로, 2021년 7월 29일(125.25)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한은이 2022년 1월 개발한 지표로, 언론의 경제 기사에 나타난 문장의 어조 등을 분석해 경제 심리를 지수화한다. 지수가 100을 넘으면 장기 평균보다 경제 심리가 낙관적이란 의미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직후 77.08로 바닥을 찍은 후 반등해 올해 8월 25일 99.66으로 100선을 눈앞에 둔 후 돌파했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이 불확실했던 지난달 13일에는 101.04까지 하락했으나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성사된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됐던 지난달 29일 120선을 넘어섰다. 지수가 120선을 넘은 것은 2021년 8월 2일(120.69)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30일에는 124.05, 31일에는 124.62로 뛰었다. 향후 전반적인 경제 심리 개선 기대감도 커졌다. 일반적으로 뉴스심리지수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보다 1개월,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보다 2개월 정도 선행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김병헌의 체인지] APEC, 한국의 외교적 주도권과 실질 성과

무대 위의 조명이 한곳에 모였다. 순간 공기의 밀도가 달라졌다. 경주, 그 낯익은 도시가 세계의 중심이 된 밤이었다. APEC 정상회의가 막이 오르자 시선은 곧 하나의 장면으로 빨려 들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이 마주 앉은 그 순간이었다. 짧은 악수 뒤, 회담은 단숨에 본론으로 치달았다. 곧이어 발표된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패키지. 숫자만 봐도 숨이 막히는 금액이지만, 의미는 따로 있었다. 연간 200억 달러 이하로 분할 투자한다는 방식이었다. 단기적 이벤트가 아닌, 장기적 파트너십의 신호였다. 한국을 '일시적 거래상대'가 아니라 '미래의 시장이자 기술 동맹'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상징이었다. 한국은 미국에 “우리는 당신의 시장이 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고, 미국은 “그렇다면 당신은 신뢰할 만한 동맹이다"라고 답한 것이다. 한 문장의 교환이 이번 회담의 핵심이었다. 한미 협상의 진짜 성과였다. 이어진 안보 회담에서 미국은 한국의 숙원 사업인 '핵연료 추진 잠수함' 개발을 사실상 승인했다. 파급력은 어마어마했다. 단순한 무기체계의 확보가 아니라, 미국이 핵심 군사기술을 공유하는 협력선에 한국을 올려놓았다는 의미였다. 이제 한국은 공조의 중심으로 이동한 것이다. '따라가는 안보'에서 '주도하는 안보'로의 변환점, 이번 승인에 담긴 진짜 의미였다. 거대 투자와 핵잠 승인은 APEC의 본회의보다 훨씬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다. 세계가 주목한 건 회담장안 공동선언문이 아니고 회담장 밖에서 이어진 한국과 미·중·일의 연쇄 회담이었다. 실질적 약속, 구체적 행동, 한국이 그 중심에 있었다. 과거 APEC이나 ASEAN 회의가 열릴 때마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늘 미국과 중국, 혹은 일본의 움직임에 쏠렸다. 의장국은 진행자에 머물렀고, 회담의 무게중심은 늘 '외부'에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라도 많이 달랐다. 경주는 외교의 지리적 무대가 아니라 외교권력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한국이 의장국으로서만이 아니라 실질적 조정자이자 협상가로 무대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는 드물다. ASEAN이나 G20에서도 의장국이 일정한 존재감을 드러내긴 하지만, 양자·삼자 회담을 동시에 주재하며 경제와 안보의 양축을 모두 흔든 경우는 손에 꼽힌다. 그러나 한국은 이번에 전례 없는 방식을 만들어 다자와 양자를 동시에 이끄는 '무대의 연출자'로 바뀐 것이다. 물론 남은 과제가 없진않다. 먼저 이번에 발표된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약속이 단순한 선언에 머물지 않게 하는 일이다. 한국 정부는 거대한 합의를 구체적 산업 전략으로 연결해야 하고, 기업들은 이를 실행 가능한 사업계획으로 세분화해야 한다. 이번 협상은 단순한 유치 실적이 아니라, 향후 10년 한국 산업의 지형을 다시 그릴 '구조적 약속'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이제 투자라는 숫자가 아니라 내용의 시간이 필요하다. 반도체, 인공지능, 방산, 청정에너지 같은 전략산업에 어떤 방식으로 그 자금이 흘러들지, 어떤 기업이 주도하고 어떤 지역이 중심이 될지가 중요하다. 외교가 현실경제로 연결될 때, 그것이 비로소 '국익'이 된다. 핵연료 추진 잠수함 사업도 그렇다. 미국의 승인 선언은 시작일 뿐이다. 진짜 성과는 기술협력과 연료공급, 그리고 제작역량 확보로 이어질 때 비로소 완성된다. 한국이 자주적 안보 역량을 갖추려면, 단순한 첨단 무기 도입을 넘어 자체 제작 체계를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국내 방위산업 생태계를 새로 짜고, 연구·인력·제조 라인을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동시에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한 투명성 확보도 필수적이다. 핵 관련 기술은 언제나 국제 규범과 감시의 대상이다. 한국은 '평화적 이용'이라는 원칙 위에서 신뢰를 증명해야 한다. 미국과의 동맹은 투명성 위에서만 단단해진다. 또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이번 성과들을 APEC 틀 안에서 제도화하는 일이다. 지금의 외교적 존재감이 일회성 이벤트로 소모된다면, 어떤 성과도 오래가지 못한다. 미국, 중국, 일본을 포함한 핵심국을 하나의 협력 구조로 묶어내는 경제·안보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외교의 무게중심은 '이벤트'가 아니라 '시스템'에 있을 때 유지된다. 외교는 말보다 결과로 평가된다. 이번 회담은 '말'이 아니라 '실행'을 예고한 자리였다. 이제 남은 일은 분명하다. 합의를 현실로, 약속을 구조로 바꾸는 일이다. 그것이 한국에게 남긴 진짜 과제이자, 앞으로의 도전이다.

[이슈&인사이트] 정보시스템의 재난 방지를 위한 중복 설계의 중요성

국가정보자원관리원(NIRS) 대전 본원의 2025년 9월 29일 화재로 G 드라이브 서버와 백업 실이 전소되었다. G 드라이브에는 공무원 약 12만 5천 명이 사용 중이었으며, 74개 정부 부처와 19만 1,000여 명의 업무자료가 저장되어 있었다. 소실된 데이터는 858테라바이트에 달한다. 전산망에 대한 복구 작업이 인력·장비 총동원 '안간힘'에도 화재로 영향을 받은 709개 시스템의 복구율은 한 달이 지난 현재 70%가 채 안 된다. 연내 정상 가동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장에는 공무원 약 220명과 관련 사업자 상주 인원 570명, 기술 지원 및 분진 제거 전문 인력 약 30명 등 모두 800여 명의 인원이 투입돼 작업을 펴고 있다. 전문 인력에는 삼성 SDS, LG CNS를 비롯해 정보통신 분야 국책기관인 KISTI, ETRI 소속 연구원들까지 동원되었음에도 작업에 속도가 낮은 요인은 시스템 중복 설계에 치명적인 오류가 있기 때문이다. 중복 설계의 오류는 2001년 9·11 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WTC)의 금융기관들이 초토화된 상황에서도 며칠 만에 영업을 개시할 수 있었던 배경과 대비된다. 25년 전인 9·11테러 당시에 이미 미국의 대형 증권사들은 재해복구 개념을 갖추고 있었다. 그들은 뉴저지, 코네티컷 등 외곽 지역에 데이터 백업 센터를 운영하고 있었다. 캔터 피저랄드 사는 9·11 테러로 전 직원의 2/3인 658명이 사망하였음에도 뉴저지에 실시간 백업 서버를 두고 있어 8일 만에 온라인 거래를 재개하였다. 모건스탠리는 철저한 대피 훈련 덕으로 전 직원 2천7백 명 중 피해를 극소화했고 테러 발생 2주 만에 타임스 스퀘어로 임시 이전 업무를 정상화하여 위기관리 및 위기 대응 모범 사례로 전 세계 기업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다. NIRS 대전 본원의 정부 전산망 설계는 600년 전의 조선왕조실록의 중복 설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조선왕조실록은 현재보다 어려운 여건하에서 원본 포함 백업 수를 여러 개 만들어 보관했다. 조선조 초기에 전란으로 인한 소실을 대비해 4부를 작성하여 춘추관, 충주, 성주, 전주 사고에 보관하였다. 임진왜란 중에 전주 사고본만 남고 모두 소실되자 다시 5부를 작성하여 이번에는 인간들의 거주지가 아닌 태백산, 묘향산, 마니산, 오대산의 산속과 춘추관에 분산 배치하여 화재 등 재난에 대비하였다. 그런데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은 조선시대만도 못한 후진적이다. NIRS 대전 본원 G 드라이브는 외부 백업이 전혀 없이, 원본과 백업 데이터가 모두 같은 건물 내에 보관되어 있어, 화재 등 재난 시 복구 불가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 인사혁신처 등 일부 부처는 모든 업무자료를 해킹 방지 차원에서 G 드라이브에만 저장하도록 해 피해가 컸다. NIRS의 G 드라이브와 같은 귀중한 데이터를 보관하는 시스템의 재난 방지를 위해서는 신뢰성 특유 설계 기법이 있다. ① Fool Proof 설계 방식이다. 사용자가 잘못된 조작을 하더라도 고장이나 사고가 없도록 하는 설계다. 예를 들어 카메라에 찍힌 필름을 돌리지 않고는 셔터가 작동을 불가능하게 하는 등이다. ② Fail Safe 설계 방식이다. 특정 기기가 고장 났을 때 타 기기로 파급되는 것을 저지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③ Safe Life 설계 방식이다. 절대 고장 나지 않는 완벽한 안전 구조 설계 방식이다. 특히 보전이 곤란하고 고신뢰도를 유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스템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항공기 엔진, 원자로 등이 있다. ④ 리던던시에 의한 신뢰성 향상 기법이 있다. 한 부품이 고장을 일으키더라도 전체는 작동되도록 여분의 회로나 구성품을 갖추어 놓는 중복 방식이다. 클라우드는 편리하다. 하지만 재난에 대한 대비가 없다면 한 번에 모두를 잃는다. 정부, 기업, 개인의 재난 방지를 위한 시스템의 중복 설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침이 없다. 윤덕균

[에너지경제 여론조사] 李 대통령 지지율 53.0%…‘실용 외교’ 성과에 3주 만에 반등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3주 만에 반등했다. 한미 관세협상 타결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실용 외교 성과, 코스피 4000 돌파 등 경제지표 호조가 맞물리며 지지율 회복세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중도층과 충청·TK 등 변동권 지역, 60대와 가정주부 등 생활밀착층을 중심으로 긍정평가가 높아졌다. 2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7~31일 전국 유권자 25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10월 5주차 주간집계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53.0%(매우 잘함 42.7%, 잘하는 편 10.2%)로 전주 대비 1.8%포인트(p) 상승했다. 부정 평가는 43.3%(매우 잘못함 34.3%, 잘못하는 편 9.0%)로 1.6%p 하락했다. 긍·부정 격차는 9.7%p로 전주(6.3%p)보다 커졌다. '잘 모름' 응답은 3.8%였다. 이 대통령 지지율은 10·15 부동산 대책 후폭풍과 이상경 국토부 차관의 '갭투자' 의혹 등 각종 악재로 2주 연속 하락했지만 3주 만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권역별로 살펴보면 대전·세종·충청(11.3%p↑)과 대구·경북(8.9%p↑)에서 상승폭이 컸다. 서울은 1.7%p 하락한 49.8%였다. 연령별로는 60대(7.1%p↑), 50대·40대가 60%대 중후반을 유지했고, 70대 이상은 42.0%로 소폭 하락했다. 지역별로는 충청권에서의 지지세 회복이 눈에 띄며, 보수 텃밭으로 꼽히는 TK에서도 긍정 평가가 40% 후반까지 회복됐다. 직업별로는 가정주부(12.6%p↑)가 두드러졌고, 농림어업·자영업·학생도 상승했다. 반면 판매·생산·노무·서비스직은 하락했다. 리얼미터 관계자는 “대통령의 실용 외교 행보와 코스피 4000 돌파·3분기 성장률 개선 등 경제 지표 호조가 맞물리며, 중도층과 충청권, 생활밀착 직군(가정주부·자영업 등)에서 평가가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별도로 실시한 정당 지지도(10월 30~31일) 조사에선 더불어민주당이 45.4%, 국민의힘은 37.9%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전주 대비 1.3%p 오르며 3주 만에 반등했지만 국민의힘도 0.6%p 올라 3주 연속 상승했다. 격차는 6.8%p에서 7.5%p로 소폭 확대됐다. 민주당이 대통령 지지율 상승세와 보조를 맞추며 안정적 국정 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광주·전라(15.6%p↑) △대전·세종·충청(8.3%p↑) △대구·경북(3.8%p↑) 등에서 상승했고, △여성 △40대 △20대 △농림어업 △가정주부 등 생활층에서 지지 확대가 관찰됐다. 반면 국민의힘은 △인천·경기 △부산·울산·경남 △TK에서 상승했고, △남성 △20·30대 △보수층 결집이 나타났다. 서울·충청·호남에서는 하락했다. 여당은 경제지표 개선 효과, 야당은 강경 공세로 보수층 결집을 유지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밖에 개혁신당 2.8%(0.7%p↓), 조국혁신당 1.8%(1.5%p↓), 진보당 1.3%(0.2%p↓), 기타 정당 2.0%(0.1%p↑), 무당층 8.8%(0.3%p↑)로 집계됐다. 무당층 비율이 소폭 늘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양당 구도가 다시 공고해지는 흐름이다. 한편 대통령 지지율 조사는 지난달 27~31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7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응답률 5.1%,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0%p다. 정당 지지도 조사는 같은 기간 유권자 1004명이 답했다. 응답률은 4.1%, 표본오차는 ±3.1%p다. 두 조사 모두 무선(100%) RDD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또는 리얼미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금관 주고 핵잠 받고”…경주 APEC, 외교·안보·경제 큰 숙제 풀었다

지난 1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마무리됐다. 우리나라는굵직 굵직한 외교·안보, 경제 현안들을 해소하고 향후 이정표를 만드는 데 성공해 사상 최대의 성과를 남겼다는 평가다. 외교·경제의 최대 난제로 여겨졌던 한미 관세협상 세부 내용에 합의했고, 미국의 핵 추진 잠수함 보유 승인을 따냈다. 인공지능(AI) 시대의 '심장'인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장을 확보했다. 긴장속에서도 공존할 수 밖에 없는 중국·일본과의 관계에도 방향타를 잡는데 성공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전후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던 상황에서 맞이한 정상외교 슈퍼위크에서 상당한 성과를 냈다. 집권 초기의 불안감을 떨쳐 내고 향후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다만 흔들리는 세계무역 질서를 비롯해 근본적인 대외 환경 자체가 녹록지 않은 만큼 이번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한국의 국익을 최대한 지켜내기 위한 '실용외교의 심화'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 시점이다. 이 대통령은 2일 오전 11시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와 정상회담을 끝으로 숨가뿐 일주일간의 APEC 정상회의 주간을 마무리했다. 지난달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격적으로 성사된 관세협상 세부 내용 합의는 대미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입장에선 가장 큰 성과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한미자유무역협정(FTA)를 일방적으로 무시한 채 지난 8월1일부터 상호관세 25%를 일방적으로 부과한다고 선언했는데, 우리나라는 일단 지난 7월30일 고위급 협상과 8월 말 정상회담을 통해 3500억달러 투자를 조건으로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투자 일정과 방법, 자동차 관세 적용 시기 등을 둘러싸고 최종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고, 이번 APEC정상회의 직전까지도 타결 전망이 불투명했었다. 그러나 양국 정상이 만나 '연 200억달러 10년 분할 투자 + 조선업 협력 1500억달러'를 뼈대로 한 세부 내용에 전격 합의했다.이달 1일부터 자동차 관세가 15%로 인하되는 등 대미 수출 산업의 불확실성이 크게 줄게 됐다. 한미 공급망 협력의 안전성을 높이고 국내 기업들이 고율 관세 리스크를 피할 수 있게 됐다. 미중 패권 다툼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한미 관계의 불안 요소를 제거했다는 안보적 의미도 컸다. 이 대통령의 지휘로 '상업적 합리성'을 담보한 곳에만 투자하도록 하는 조항을 고수해 투자금 회수의 안전판을 마련했다. 일본보다도 더 나은 조건의 협상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이 그동안 꺼려왔던 한국의 핵 추진 잠수함 보유를 전격 승인한 것도 최대 성과 중 하나다.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중 갑자기 꺼낸 '핵 추진 잠수함 연료 공급 허용' 요구는 “외교적 실례 또는 패착"이라는 지적까지 받았지만 다음날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하겠다"고 나서면서 반전됐다. 우리나라는 북핵 고도화를 견제할 전략 무기로 핵 추진 잠수함 개발을 꾸준히 원해왔지만 미국과 체결한 원자력협정상 군사적 핵 이용이 금지된 탓에 한 발 자국도 내딛지 못한 상태였다. 우리나라는 원자력협정 개정·핵 재처리 기술 보유 등 미국과의 안보 패키지 합의도 거의 성사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수십 년의 숙원을 해결했다. 정부와 삼성그룹·현대차그룹이 긴밀한 협력 플레이로 'AI시대의 심장'인 엔비디아의 최신형 GPU 26만장을 확보한 것도 이번 APEC의 최대 경제 성과다. 우리나라가 미국, 중국에 이어 AI 3대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디딤돌을 마련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통해 '관계 복원'에 합의한 것도 주목된다.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은 지난 1일 “호혜적이고 안정적으로 양국의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특히 북한이 극히 꺼려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의제로 삼고 논의했다. 그동안 북한 쪽으로 기울어졌던 중국 대한반도 외교의 균형 추를 다시 돌려 놓을 계기가 마련됐다. 또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협의 가속화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한 협의채널 다양화 △초국경 온라인스캠(사기) 범죄 수사공조 양해각서(MOU) 등 실질적인 협력도 합의했다. 한일 정상회담도 '극우 성향'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상견례 치고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끝나 상호 협력의 계기가 마련됐다. 이 대통령은 회담 후 다카이치 총리가 '극우' 더냐는 기자의 돌직구 질문에 “아주 좋은 느낌을 받았고, 걱정이 다 사라졌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대선을 통해 천명해 온 '국익 중심 실용 외교', 즉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기본 축으로 하되 중국과의 관계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기본 구도를 그리는데 성공했다.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선 또 다자주의 실종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경주선언'을 도출해냈다. APEC 최초의 인공지능(AI) 공동선언인 'AI 이니셔티브'와 '인구구조 변화 대응 프레임워크'을 추진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11년 만에 정상회담을 갖고 고조되던 미중 무역 갈등의 '휴전'에 합의한 것도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다만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아직 세부 사항 조율을 통해 양해각서(MOU) 및 팩트시트를 작성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우리나라가 핵 추진 잠수함을 갖게 됨에 따라 중국의 견제구도 계속될 전망이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페이스 메이커'를 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외교 능력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를 수도 있다.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과거사 문제 등 민감한 현안은 봉합된 상태다. 대미 투자 확정을 위한 국회 승인(대미 투자기금법)의 국회 통과도 과제로 꼽힌다. 김봉수 기자 bskim2019@ekn.kr

[경주 APEC] 李대통령, ‘AI 외교’…엔비디아와 손잡고 ‘AI 동맹’ 확보

이재명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인공지능(AI)을 매개로 한 '경제외교' 행보에 박차를 가했다. 'AI 세계 3대 강국' 도약을 위해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성사시키며 'AI 동맹'을 확장했고, APEC 무대에서는 'AI 기본사회'와 'AI 이니셔티브'를 제시해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속 한국의 주도권 강화에 나섰다. 정상회의 첫날인 지난 31일, 이 대통령은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AI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엔비디아는 한국에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장을 공급하기로 약속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젠슨 황 CEO가 '한국이 보유한 GPU를 합치면 약 30만 장으로 미국·중국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AI 개발과 구동의 핵심 자산인 GPU 대량 확보는 AI 산업을 국가 주력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정부 전략의 기초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 특히 이번 협력은 앞서 블랙록·오픈AI·아마존웹서비스(AWS) 등과의 투자 약속에 이어 다시 한 번 세계적 빅테크 기업을 한국의 'AI 우군'으로 끌어들인 것으로 평가된다. 엔비디아와 한국은 AI 혁명의 다음 단계로 꼽히는 '피지컬 AI(Physical AI)' 시대를 선도하기로 뜻을 모았다. 젠슨 황은 “한국은 제조 역량과 소프트웨어를 두루 갖춘 나라로, 제조업 AI의 리더가 될 가능성이 무한대(Sky is the limit)"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엔비디아가 AI 혁신의 속도를 담당하고 있다면, 한국은 그 속도를 올바른 방향으로 활용할 최적의 파트너"라며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다음 날인 1일 APEC 리트리트 세션 모두발언에서는 “AI라는 거대한 변화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며 'AI 이니셔티브'를 공식 제안했다. 그는 “기술 혁신으로 포용적 성장을 이끄는 'AI 기본사회', 그리고 '모두를 위한 AI'를 대한민국의 핵심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소개하며, 혁신과 포용이 병행되는 AI 생태계 구축 의지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국가적 차원의 'AI 대전환'을 추진 중이며, 대규모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충과 규제 개선으로 글로벌 기업이 자유롭게 혁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인류가 기술 발전의 혜택을 함께 누리는 '글로벌 AI 기본사회' 실현이 한국의 비전"이라며 “AI 격차를 줄이는 '아시아태평양 AI 센터'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APEC 회원국들은 'AI 협력'과 '인구구조 변화 대응'을 핵심 의제로 하는 'APEC 정상 경주선언'을 채택했다. 경주선언은 '연결·혁신·번영'을 3대 중점과제로 삼아 무역·투자·디지털 혁신과 포용적 성장 등 핵심 현안을 포괄했다. 정상들은 'AI 이니셔티브',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공동 프레임워크'를 채택하며 협력 의지를 공식화했다. 대통령실은 “AI 이니셔티브는 APEC 최초의 명문화된 AI 공동비전이자, 미국과 중국이 모두 참여한 첫 AI 합의문"이라며 “한국의 'AI 기본사회' 구상을 반영한 실질적 성과"라고 평가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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