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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냐 성장이냐”...신현송 체제, 기준금리 시험대 오른다

한국은행이 20일 퇴임한 이창용 총재의 후임을 맞는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가 이날 신현송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한 덕분이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재경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지난 15·17일과 달리 간사 협의를 토대로 이같이 결정했다. 신 후보자 장녀의 허위 전입신고 등 가족을 둘러싼 논란이 남아있으나, 중동전쟁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상황) 우려, 고환율·저성장 등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각종 악재 속에서 중앙은행 총재 자리를 비우기 힘들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청문보고서가 채택됨에 따라 이재명 대통령은 신 후보자를 한국은행 총재로 임명할 예정이다. 신 후보자는 오는 21일 취임하게 된다. 신 후보자는 글로벌 경제 전문가로 불린다.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고했고, 최근에도 금융·환율안정을 비롯한 주제로 논문을 저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엔데믹 전환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됐던 시기에, 신속하고 과감한 금리 인상으로 물가를 잡아야한다는 주장을 편 것이 알려지면서 '실용적 매파'라는 이미지가 형성됐다. 이창용 총재는 이임식 이후 기자들을 만나 신 후보자에 대한 능력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서 논의하며 정책을 수립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고, 한은을 잘 이끌어갈 인사라는 것이다. '후임자에게 도움될 만한 조언이 있냐'는 질문에 “그럴 필요가 없을 정도로 훌륭한 분"이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신 후보자의 임명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이미 국고채를 비롯한 시장금리가 높아졌고, 한은 내부에서도 중동전쟁 영향이 본격 반영되는 시기에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존과 다른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은 바 있다. 신 후보자가 이분법적인 분류를 일축하고 '항상 한 가지 정책을 고수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펴고 있으나, '비둘기파'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향후 6개월 내 조건부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던 금통위원 일부가 상당기간 동결 또는 인상 으로 선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가스요금 인상 등의 충격이 가공식품 가격 상승 등 2차 파급효과로 이어지면 물가상승률 목표(2%) 달성이 요원해진다는 논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한 주요국이 금리를 높이는 때에 한국이 동결을 고수하면 환율 추가 상방 압력이 가해지고 수입 물가 상승을 막기 어렵다는 점도 언급했다. 신 후보자 역시 국회 청문회에서 물가 안정과 경제성장이 부딪히면 물가에 방점을 두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한은 총재로서 조직의 최우선 과제를 먼저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연준 의장으로 폴 볼커를 언급한 점도 주목할만한 요소다. 폴 볼커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과 손발을 맞춘 인물로, 경기침체 속 전임자의 섣부른 금리인하가 초래한 난국을 타파하기 위해 초고금리 정책을 꺼내들었다. 그 결과 물가상승률을 급격히 떨어뜨렸고, 산업 섹터에서도 부실기업이 정리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다만 재경위는 신 후보자의 가족 논란을 보고서 내 소수 의견으로 기재했다. 한은 총재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도입한 2014년 이후 보고서가 당일 처리되지 않은 첫번째 사례로 기록된 탓이다. 임이자 재경위원장은 신 후보자의 장녀가 국적을 상실했음에도 대한민국 여권을 이용해 출국한 기록이 확인됐다는 점을 기재 이유로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서도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영국 국적을 보유한 신 후보자의 장녀는 2023년말 서울 강남구 아파트로 전입신고하는 과정에서 과거 주민등록번호를 활용해 내국인으로 신고한 것이 드러나 이번 청문회의 '태풍의 눈'으로 꼽혔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단순 여권 사용을 넘어 재발급까지 이뤄진 점을 지적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도 이번 청문회가 후보를 흠집내기 위한 자리가 아니었고, 공직자로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도덕성을 지녔는지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고 밝혔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인터뷰] 임미애 의원 “‘부겸풍(風)’ 대구에서 경북까지”

지난달 30일 김부겸 후보가 대구시장 출마 선언을 할 때 바로 옆에서 눈물을 훔친 사람이 있었다. 바로 경북도당 위원장인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작년 늦가을부터 수차례 김 후보의 출마를 설득해 온 당사자 중 한명이다. 임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와 만나 그날을 떠올리며 “미안함과 고마움이 한꺼번에 밀려왔다"고 말했다. 미안함은 당선이 쉽지 않아서였고, 고마움은 그럼에도 결심해 줬기 때문이었다. 대구·경북(TK)에서 민주당 깃발을 드는 일이 어떤 의미인지 아는 사람의 감정이었다. 그는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죽을 때까지 쥐고 가야 하는 십자가"라고 했다. TK는 민주당 정치인에게 단순한 험지가 아니다. 1995년 지방자치 시행 이후 30년간 대구시장 자리는 문희갑부터 홍준표까지 단 한 번도 보수 정당 손을 벗어난 적이 없다. 민주당 후보가 대구시장이 된다는 건 그 자체로 전례 없는 일이다. 그런 대구에서 지금 '부겸풍(風)'이 불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전 총리는 압도적 우세를 보이고 있다. 임 의원을 만나 TK 판세와 이번 지방선거의 의미를 물었다. 다음은 임미애 의원과의 일문일답. -출마 선언 기자회견장에서 눈물을 닦는 모습이 포착됐다. “출마 기자회견문에서 '이 짐을 피하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았다'는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본인은 떠났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은 여전히 그와 대구를 운명 공동체처럼 생각하고 불러내는 거잖나. 외면하고 싶지만 외면할 수 없는 그 마음을 너무나 잘 아니까. 미안함은 당선이 쉽지 않아서고, 고마움은 일국의 총리까지 지낸 분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선거에 다시 발을 들여놓는 결심을 해줬기 때문이었다." -설득 과정이 쉽지 않았던 걸로 안다. “작년 늦가을 쌀쌀한 바람이 불 때부터 시작했다. 마포에서 처음 뵀을 때 아주 단호하게 거절하셨다. '명분이 없다, 내가 정치 그만한다고 대구를 떠났는데 이제 와서 다시 출마한다는 게 유권자들 눈에 어떻게 보이겠냐'고 하셨다. 대구를 떠나면서 마음의 상처도 입으셨고, 가족들의 반대도 있었던 것 같다. 그 이후로도 만나면 얘기하고, 생각나면 전화하고, 조르듯이 했다. 이해찬 총리 영결식 때는 따라가니까 '전화하지 마라'고 하시더라." -결국 출마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영결식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번 선거 안 하면 너 혼자 편하면 좋으냐'고 질책하듯 말했다고 하셨다. 험지에서 고생하는 후배들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이 짐을 피하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다는 마음이 결정적이었다고 본다. 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실지 모르나 그렇지 않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요구를 했고, 저는 그 수많은 목소리 중 하나였을 뿐이다." -TK에서 '민주당 정치인'을 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저처럼 대구·경북에서 뛰는 민주당 사람에게 TK는 죽을 때까지 쥐고 가야 할 십자가다.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고, 외면하고 싶지만 외면할 수 없다. 대구·경북이 처한 상황이 매우 안 좋은데 저 혼자 등 따시고 배부르다고 외면할 수가 없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TK 전략의 핵심 키워드는 무엇인가. “'30년의 결과'다. 지방자치 30년 동안 국민의힘이 독점해 온 지방권력, 그 결과가 지금 어떠하냐를 물어야 한다. 대구의 지역내총생산(GRDP)는 17개 광역시도 중 30년째 하위권이다. 2024년엔 전국 모든 광역시도가 2% 성장할 때 대구만 마이너스 0.8%를 기록했다. 일자리가 없으니 청년들은 서울로 떠나고, 남은 청년들은 편의점 아르바이트조차 최저임금을 못 받는다. 항의하면 블랙리스트에 오른다. 서서히 뜨거워지는 냄비 속 개구리와 다를 바 없다. 30년의 책임을 국민의힘에 물어야 한다." -여론조사에서 '부겸풍'이 감지된다.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많이 느낀다. 거물급이 내려왔다는 걸 유권자들이 볼 때 '민주당이 대구·경북에 진심이구나'로 비춰지는 거다. 경북에 가면 '대구는 디비졌다는데'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그 뒤에 '우리도 디비져야 되는데'가 붙는다. 대구에서 부는 바람이 경북에 영향을 주고 있는 건 분명하다. 다만 경북은 땅덩이가 워낙 넓어서 대구처럼 폭발적으로 바람이 불지는 않는다." -2018년 지방선거 때도 탄핵 직후였지만 TK는 변하지 않았다. “그때는 '박근혜 탄핵이 억울하다'는 정서가 있었다. 국정농단은 최순실이 한 거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잘못한 건 사람을 잘못 쓴 것뿐이라는 인식이었다. 그러니 '우리라도 보수를 지켜야 한다'는 역결집이 막판에 생겼다. 지금은 다르다. 계엄도 잘못됐고, 계엄 이후 국민의힘 대처도 무능했고, 극우 태극기 부대에 휘둘리는 모습도 봤다. 당 대표가 미국 가서 올린 사진이 지역 주민들 톡방에 돌아다니면서 '이번엔 혼을 내야 한다'는 정서가 생겼다." -국민의힘 후보 단일화가 변수 아닌가. “지금 여론조사 격차가 그대로 유지될 거라 보지 않는다. 후보가 정해지면 표는 모인다. 다만 2018년과 결정적으로 다른 건 이번엔 국민의힘을 감싸야 할 명분을 유권자들이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지지율은 여전히 30% 가까이 차이 나지만, 보수가 균열된 상태에서 선거를 끝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다." -김부겸 전 총리가 대구에서 당선된다면 정치사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너무 크게 의미를 부여하면 외부 사람들은 안 좋아한다. 우리한테는 지방자치 30년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재명 정부가 국정 도약의 한 축으로 지방을 삼고 있는데, 대구·경북에 제대로 발을 맞춰 일할 사람이 생기는 거다. 강원도가 이광재라는 정치인을 통해 민주당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진 것처럼, 김부겸이라는 정치인을 통해 대구·경북 사람들의 장벽도 허물어질 거라고 본다." -김부겸 전 총리에게 못 다한 말이 있다면. “없다. 다 했다. 오늘 아침에 같이 인터뷰를 했는데 '안 그래도 나왔다, 이제 그만해도 된다'고 하시더라.(웃음) 한 가지만 분명히 하고 싶다. 이번 선거는 의미 있는 도전으로 끝내기 위해 출마한 게 아니다. 이기셔야 하는 선거다." -독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삶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는 쓸모가 없다. 대구·경북 사람들은 오랫동안 이념의 잣대로 정치를 바라봤다. 이제는 정치가 국민의 삶을 보듬는 본래의 기능으로 돌아가야 한다. 김부겸을 한 번 써보시라. 일꾼이 지역에 생기면 달라진다는 걸 경험하게 될 것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김나현 기자 knh@ekn.kr

정부, 석유 최고가격제 딜레마…“종료 결단할 때”

정부가 중동 전쟁 여파로 급등한 석유 가격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한 최고가격제 지속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청와대는 가격이 문제일 뿐 최고가격제를 유지한다고 밝힌 반면, 산업부는 이른 시일 내에 종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고가격제를 계속 유지하면 소비 증가와 재정 부담 확대가, 종료하더라도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어 정부로서는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다. 20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4일 4차 석유 최고가격제 고시를 앞두고 가격 인상 여부를 검토 중이다. 지난 10일 시행된 3차 최고가격은 휘발유 리터(ℓ)당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으로 2차와 같은 수준으로 동결됐다. 2차 때 모든 유종 가격을 210원씩 올린 가격을 그대로 유지했다. 정부는 동결 이유로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크고, 민생 물가에 유가가 미치는 영향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최고가 동결 후 기름값은 휘발유 기준 2000원선을 넘어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폭등했던 2022년 5~7월 이후 4년 만이다. 석유 가격을 억눌렀던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오히려 유류 소비가 늘었다는 논란이 일면서 정부의 고심도 커졌다. 산업부는 일단 휘발유·경유 판매량 등 관련 통계를 들어 반박했다.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3월 셋째 주부터 4월 둘째 주까지 주유소 휘발유·경유 판매량은 총 255만2000㎘로 전년(269만1000㎘)보다 12.4% 줄었다는 게 산업부 분석이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4월 첫째 주 판매량이 58만9000㎘로 작년보다 13.2% 줄었고, 4월 둘째 주 판매량도 59만4000㎘로 11.3% 감소하는 등 최근 들어 소비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특정 시점의 단기 수치보다 향후 전체 소비량 추세를 보면서 최고가격제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4차 최고가격 고시를 앞두고 가격 현실화, 제도 운용 지속 여부 등에 대해서도 검토 중이다. 최고가격제 유지 시 가격이 더 오를 것을 예상한 국민들의 소비 증가 논란이 지속되고, 정유사 손실 보전에 따른 재정 부담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가격을 올리면 고유가에 민생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정부는 고심하고 있다. 앞서 이 대통령도 최고가격제 유지에 따른 부담을 토로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가격을 내려놓는 게 100% 잘한 일이냐는 반론은 일리 있는 지적“이라며 "생산 원가와 실제 판매가의 차액 부분을 정부가 다 보전해 주게 되는데 그게 다 국민 세금“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0일 국회를 통과한 추가경정예산(추경)에 정유사 손실 보전 예산 4조2000억원을 반영했다. 당초 최고가격제의 6개월 유지를 전제로 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하지만 중동전쟁 장기화로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면 손실 보전에 따른 추가 재정 투입이 불가피해진다. 정부가 가격 상한을 설정해 공급가를 억제할수록 국제유가와의 격차가 벌어져 손실이 커지는 구조여서 재정 부담도 확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격 현실화와 함께 최고가격제 지속 여부를 두고 정부 내부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단 청와대는 석유 최고가격제 자체는 유지하되 가격 조정을 저울질하고 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5일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은 계속하지만 가격이 문제"라며 “조정이 필요한지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산업부는 최고가격제가 한시적 조치란 점을 분명히 했다. 국제유가 하락세 등 유가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면 최고가 인하도 검토할 방침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전날 한 인터뷰에서 “지금의 최고가격제는 비정상적인 전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한시적 조치일 뿐"이라며 “이 상황이 종료되는 대로 이른 시일 내 제도를 종료시키는 것이 정답"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21일 예정된 미국과 이란의 2주 간 휴전 종료 후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 효과와 부작용을 분석해 지속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기름값 2000원대는 국민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인데 정부가 마냥 가격을 누르고 있을 수는 없어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며 “소비 논란과 재정 부담도 커질 수 있어 정부가 최고가격제를 유지하더라도 일몰 시점을 고려해 언제까지 종료한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도 “최고가격제는 유가 상승 충격을 완화해 가격 안정화 효과를 냈지만, 시장 왜곡으로 물가 자극과 함께 정유사 손실 보전 부담도 커 단기 운용이 맞다"며 “2주 휴전 후 종료 수순으로 가되 원유 도매가 공개는 지속해 가격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최진식 중견련 회장 “노사정 신뢰회복, 노동 구조개혁 시급”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 회장이 국가 경제 및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갈 노사정 '원팀' 정신을 강조하며 상호 신뢰 회복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20일 열린 노사정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상생의 순환으로서 고용 유연성을 확립하고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노동력 재배치 및 재교육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한층 강화하고, 기업의 자발적인 노력을 뒷받침할 정부의 '규제 합리화'를 빠르고 단단하게 추진해야 한다"면서 노사정 신뢰의 중요성을 밝혔다. 특히, 거대한 시대적 전환으로서 인공지능 전환(AX)는 물론, 인구구조 변화, 보호무역 확산과 공급망 불안 등 대내외 환경 변화에 실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노사정의 신뢰와 공감에 기반한 전방위적인 노동 구조 개혁이 시급하다는 점을 최 회장은 피력했다. 최 회장은 “노사정의 깊고 열린 소통의 계기를 크게 확대함으로써 기업의 경쟁력이 노동의 가치를 높이고 노동의 혁신이 기업의 성장을 견인하는 상생의 선순환, 고용의 유연성과 안정성이 조화를 이루는 사회적 합의를 이뤄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최 회장은 발언은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반인 산업 내 우수인력 선순환 및 공동체 안정화를 동시에 구축할 해법으로 고용 유연성에 대한 인식을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는 중견기업계의 견해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간담회에서 최 회장은 “국가경제의 지속 성장은 그 사회가 좋은 일자리를 얼마나 많이, 꾸준히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고 지적한 뒤 “실직이 곧 절망과 공포, 경험 없는 창업과 소상공인 시장의 과도한 경쟁으로 이어지는 자멸적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노사정 오찬 간담회는 지난 3월 19일 '새 정부 제1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한 최 회장의 제안을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김지형 위원장이 즉석에서 수용하면서 마련됐다. 김 위원장과 최 회장을 비롯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참석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환율도, 물가도 ‘금리만으론 한계’...이창용 총재의 마지막 진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4년에 걸친 임기를 마치고 물러났다. 한은 임직원들은 추억이 담긴 앨범과 꽃다발을 전하고 악수를 나누며 전쟁을 비롯한 큰 사건을 함께한 수장을 환송했다. 이 총재는 20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취임식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작별인사를 드리게 됐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통화·재정정책만으로 우리 경제의 안정·성장을 이루기 어려워졌다는 견해를 표명했다. 경제구조 변화로 중앙은행의 정책의 영향력이 줄었다는 것이다. 과거 외환시장이 국내 주식 매수·매도 등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 유출입이 좌우했으나, 최근에는 국내 기업·개인·국민연금을 비롯한 거주자 영향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가 일명 '서학개미' 발언으로 많은 질책을 받았다면서도 국민연금의 해외투자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공론화하고, '뉴프레임워크'를 비롯한 제도적 개선에 기여했다고 임기를 돌아본 까닭이다. 그는 △노동시장 △조세정책 △연금제도 △글로벌 지정학적 위험을 비롯한 요인도 내국인 해외투자에 끼치는 영향이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외환시장 개입 또는 금리정책만으로 환율을 관리하려고 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지만, 정책당국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괴리가 커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 총재는 주요국 중앙은행 보다 빠르게 물가상승률을 목표 수준(약 2%)으로 되돌리고, 20년 가까이 상승세를 지속한 가계부채 비율이 하락전환한 것에 대해 보람을 느꼈다고 밝혔다. 비기축통화국 중앙은행 총재 최초로 국제결제은행(BIS) 글로벌금융시스템위원회 의장을 맡았던 시간도 돌아봤다. 저출산과 저성장을 비롯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통화·재정정책을 위시한 단기 처방 보다 노동 및 교육 분야 등의 구조개혁으로 이해관계와 갈등을 조정해야한다고 제언했다. 반도체와 IT를 비롯한 특정 분야 쏠림 현상에 따른 산업구조 양극화도 우려했다. 한은 임직원들을 향해 지난 4년간 뛰어난 실력을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균형발전·청년고용·노인빈곤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장기 과제를 연구하는 싱크탱크의 역할을 수행할 것을 당부했다. 금융통화위원들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불확실성이 높았던 시기 마다 깊은 논의로 방향을 제시하고, 한국형 점도표 공개와 소버린 인공지능(AI) 구축을 포함한 새로운 시도를 지지했다는 이유다. 이 총재 재임기간 한은은 국내 최초로 2번에 걸친 빅스텝(25bp를 초과하는 규모의 인상)을 포함해 1.50%였던 기준금리를 3.50%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취임 직후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이 맞물려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강하게 발생한 영향이다. 그는 이임식 이후 기자들을 만나 정책 평가 등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기준금리에 대해서는 '인하기에 늦게 내렸고 동결기에는 올리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으나, 중앙은행 총재로서 우리 경제에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관련 규정에 따라 3년간 한은과 큰 관계가 있었던 곳에 취업할 수 없지만, 경제평론 등을 통해 우리 경제에 기여하고 싶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이슈&인사이트] 호르무즈의 불길, 한국 통화정책을 옥죄다

2026년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 연합의 군사작전 개시로 촉발된 중동 전쟁은, 불과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이제 우리 경제의 심장부를 조준하기에 이르렀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봉쇄와 역봉쇄의 충돌은 단순한 에너지 위기를 넘어, 한국은행이 구사할 수 있는 통화정책의 선택지 자체를 근본적으로 협소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의 에너지 취약성은 구조적이다. 수입 원유의 약 70%가 중동산이고, 이 가운데 9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한다. 에너지 자급률이 4% 수준에 불과한 나라에서 세계 원유 공급량의 5분의 1이 통과하는 수로가 막힌다는 것은, 경제시스템 전체의 산소 공급이 차단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란 혁명수비대의 봉쇄 선언 직후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이 70% 급감했으며, 호르무즈에 발이 묶인 유조선 7척은 국내 항구 도착까지 항해하는 데만 최소 22~23일이 소요된다. 정부는 대통령 특사를 카자흐스탄·오만·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에 파견해 연말까지 원유 2억 7,300만 배럴과 나프타 최대 210만 톤을 확보했고, 현재 비축유 208일치를 앞세워 진화에 나섰지만, 봉쇄 장기화 시나리오에서 이 방어선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미국산 원유 확대도 검토 중이지만, 국내 정유시설의 설비 최적화 조정과 블렌딩, 높은 물류비 등 장애요인이 만만하지 않다. 호르무즈 우회 항로를 이용할 경우 해상운임이 최대 50~80% 뛰고 보험료는 과거 분쟁 사례에서 최대 7배까지 할증된 전례가 있다. 물량 확보의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조달 비용 급등이라는 현실은 피할 수 없다. 이 에너지 충격이 국내 물가에 파급되는 경로는 단선적이지 않고 복합적이다. 1차 충격은 직접적이다. 배럴당 유가가 20달러 오를 때마다 우리나라의 연간 석유 수입 비용은 약 10조 원 증가하는 구조다. 유가 상승이 휘발유·경유 가격을 밀어 올리고 전기·가스 요금 인상 압력으로 전이된다. 오래 3월 공업제품 소비자물가지수는 118.80(2020=100)으로, 1985년 1월 통계 시작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고, 내구재·섬유제품·가공식품 물가지수 역시 역대 최고 또는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연간 인플레이션은 3월 2.2%로 한국은행의 목표치 2%를 이미 상회하기 시작했다. 더 위협적인 것은 2차 파급효과다. 에너지 비용 상승이 기업 원가에 녹아든 뒤, 시차를 두고 최종 소비재 가격으로 전가되는 흐름이다. 전문가들은 5월 이후 도미노식 물가 상승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은행은 4월 “물가상승률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상방 압력이 크게 확대되었다"고 명시했고, 향후 인플레이션은 중상위 2% 범위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대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성장 둔화 속에서 금리 인상은 독이라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는 지점이다. 산업 충격의 최전선에 석유화학 부문이 서 있다. 이 산업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얻어지는 탄화수소로, 플라스틱·합성섬유·합성고무 등 현대 산업의 기초를 떠받친다. 과자 봉지에서 의료용 장갑까지, 나프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제품들이다. 문제는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수입 나프타의 54%를 중동에서 조달하는 구조라는 점이다. 전쟁 발발 이후 나프타 현물 가격은 전쟁 직전 대비 84% 가까이 뛰었고, 연초 대비로는 100% 이상 상승했다. 국내 주요 NCC(나프타분해설비) 가동률은 60% 이하로 추락했으며, LG화학은 여수 2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롯데케미칼은 정기 보수를 앞당겼다. 업계에서는 4월 중순을 지나면 NCC 가동률이 30~40%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나온다. 정부는 나프타를 공급망법상 위기품목으로 지정하고 5개월간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긴급 조치를 시행했지만, 원유 공급 자체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출 제한의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이 충격은 석유화학에서 자동차·전자·섬유 전방 산업 전반으로 번지며 기업 이익을 잠식하고, 고용과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경로를 열어놓고 있다. 이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자리에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서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수석이코노미스트로서 글로벌 금융 불안정성 연구의 권위자인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의 통화정책 철학을 비교적 명확하게 피력했다. 현재 기준금리 연 2.50%를 “중립금리 추정 범위의 중간 정도 수준"으로 평가하면서도, “경기 흐름과 크레딧 리스크를 고려하면 금리 인상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못 박았다. 중동 리스크와 관련해서는 “근원물가나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전이되고 2차 파급효과가 있으면 통화정책을 써야 한다"고 밝히며, 1차 공급 충격에 대한 금리 대응보다 2차 전이 여부를 판단 기준으로 삼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환율에 대해서는 이창용 전 총재와 마찬가지로 절대 수준보다 변동성 관리에 무게를 두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특히 “한국과 미국 간 금리 차가 환율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견해는, 원화 절하를 막기 위한 금리 인상보다 달러 유동성 확보와 시장 개입이라는 수단을 선호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렇다면 향후 통화정책의 향방은 어떻게 그려질 것인가. 한국은행은 4월 10일 금통위에서 7회 연속 기준금리를 2.50%로 동결했다. 이번 결정은 인플레이션 상승과 외환시장 변동성이라는 이중 압박 속에서 내려진 것이다. 관건은 중동 전쟁이 단기 공급 충격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근원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을 구조적으로 끌어올리는 2차 효과로 번질 것인지다. 전자의 시나리오에서 한국은행은 동결 기조를 유지하면서 미·이란 협상 타결을 기다릴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4월 20~21일경 2차 협상 재개를 예고한 만큼, 외교적 돌파구가 열린다면 유가는 급격히 안정될 수 있다. 후자의 시나리오는 훨씬 까다롭다. 기업 원가 상승이 소비자 가격으로 본격 전가되고 임금 인상 압력으로 이어진다면, 한국은행은 성장 둔화를 감수하고도 선제적 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하는 기로에 설 수 있다. 동시에,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수입 물가를 통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는 악순환도 경계해야 한다. 4월 말 영국 국왕의 미국 방문, 5월 중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 등 굵직한 외교 일정이 대기 중인 만큼, 당분간은 협상 재개 국면을 중심으로 시장 변동성이 관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결국 미국-이란 전쟁이 한국 통화정책에 던지는 핵심 과제는, 공급 충격발 인플레이션과 수요 위축발 경기 하강이라는 두 개의 함정 사이를 얼마나 정교하게 통과하느냐다. 신현송 체제의 한국은행이 첫발을 내딛는 순간, 그 앞에는 교과서가 상정하지 않은 지형이 펼쳐져 있다. 호르무즈의 불길이 어느 방향으로 번지느냐가, 당분간 한국 통화정책의 가장 중요한 외생변수가 될 것이다. ekn@ekn.kr

대통령 인도·베트남 순방에 4대 그룹 총수 동행

이재명 대통령이 19일부터 오는 24일까지 5박 6일간 인도·베트남 순방에 나서는 가운데 4대그룹 총수 등 경제인들도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다. 제계와 청와대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제인연합회는 이번 순방을 위해 모두 200명 안팎의 경제사절단을 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상의가 베트남, 한경협이 인도 일정을 각각 맡아 업무협약(MOU) 등을 주관한다. 인도에서 시작되는 순방은 한경협 회장을 맡고 있는 류진 풍산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 동행한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도 인도·베트남 일정에 모두 동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는 인구가 14억 명에 달하는 데다 연평균 경제 성장률도 7%에 달한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LG전자, 롯데웰푸드, 오리온 등 국내 대기업들도 인도 시장의 성장성에 주목하고 공략에 나서고 있다. 사절단은 인도 일정을 마친 뒤 베트남으로 이동한다. 베트남에서 대한상의 회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합류한다. 한국의 교역 상대국 가운데 베트남은 중국과 미국 다음으로 교역규모가 세 번째로 크다. 4대 그룹도 현지에 공장 등 인프라를 건립하고 사업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현지 공장에서 휴대전화를 생산하고 R&D도 진행하고 있다. SK그룹은 발전소 및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을 운영중이다. 현대차그룹은 투자확대를 검토하고 있고 LG그룹은 LG전자와 부품사들의 제조클러스터가 베트남에 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인도의 수도 뉴델리에 도착해 관례에 따라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부장관을 접견하고 동포 간담회에 참석한다. 20일에는 간디 추모공원을 찾아헌화하고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소인수 회담, 확대회담을 진행하고 양해각서 교환과 공동언론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李 대통령, “靑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 개시해달라” 재요청

이재명 대통령이 국회를 향해 청와대 특별감찰관 임명을 위해 관련 절차를 개시해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19일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이 공직 기강을 확립하고,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국회가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를 개시해 줄 것을 다시 한번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날 이 대통령이 5박6일 동안의 인도·베트남 순방을 위해 출국하기 전 관련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 강 실장의 설명이다. 강 실장은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친인척과 특수관계인의 권력형 비리를 사전에 예방할 목적으로 도입한 제도로서, 그 존재만으로도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대통령은 모든 권력은 제도적 감시를 받아야 한다는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의 원칙 아래 특별감찰관 임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계시다"라고 피력했다. 지난 2014년 박근혜 정부 당시 도입된 특별감찰관 제도는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이 사임한 이후 9년 간 공석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윤석열 정부 모두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를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7월 3일 열린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특별감찰관 임명을 국회에 요청하라고 지시했다"며 “불편하겠지만 저를 포함해서 제 가족들, 가까운 사람들이 불행을 당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행 특별감찰관법상 국회는 15년 이상 판·검사 또는 변호사 경력자 중 3명을 특별감찰관 후보자로 추천하고, 이후 대통령이 이들 중 1명을 지명하도록 하고 있다. 강 실장은 “특별감찰관 임명을 위해선 먼저 국회의 서면 추천이 필요하다"며 “대통령이 확고한 의지를 표명한 만큼 국회가 조속히 절차를 개시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韓, 대만엔 밀리고 빚은 선진국 평균 넘는다”...IMF발 경고음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향후 대만과의 격차를 점차 벌리며 뒤처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시작된 소득 역전 흐름이 되돌려지기보다 확대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재정 지표 역시 빠르게 악화되며 선진국 평균을 넘어설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성장 여력은 둔화되는 반면 국가 부채는 더 빠르게 불어나는 흐름이 겹치면서, 우리나라의 기초 체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경고가 힘을 얻고 있다. IMF가 최근 내놓은 '세계경제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GDP는 올해 3만7412달러로 예상된다. 전년보다 소폭 늘지만, 환율 영향 등이 반영되며 기존 전망치보다는 낮아졌다. 한국이 4만달러 선을 넘는 시점은 2028년으로 제시됐다. 핵심은 국가 간 격차의 흐름으로, 대만이 이미 한국을 앞서며 추격이 아니라 격차 확대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IMF는 대만의 올해 1인당 GDP를 4만2103달러로 추정하며 한국보다 먼저 4만달러 고지에 오를 것으로 봤다. 이후에도 격차는 매년 벌어지는 흐름이다. 2031년에는 한국이 4만6019달러, 대만이 5만6101달러 수준에 이르며 격차가 1만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순위 흐름 역시 엇갈린다. 한국은 현재보다 한 계단 밀리는 반면 대만은 상승세를 이어가며 양국 간 위상 차이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일본은 성장 정체 영향으로 한국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분석됐다. 대만의 약진 배경으로는 반도체 중심의 산업 구조가 꼽힌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대만 경제가 인공지능(AI) 관련 수요 확대에 강하게 연동되며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주요 IB들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7%대를 웃돈다. 물가 상승률은 2%를 밑도는 안정 흐름이 예상돼 '고성장-저물가' 조합이 형성되고 있다. 노무라증권의 박정우 이코노미스트는 대만 성장세와 관련해 테크 기업 비중이 높은 구조가 AI 사이클에서 큰 레버리지 효과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출과 투자가 함께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그는 소비 부진과 양극화 심화는 구조적 한계로 지적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보다 직설적인 경고도 나왔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AI 시대에 메모리 반도체 수출에만 의존해서는 대만 하청업체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테크 생태계 확장과 함께 모험자본 중심의 금융 중개 기능을 키워야 한다는 점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구매력 기준으로 비교하면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진다. IMF는 올해 대만의 구매력평가(PPP) 기준 1인당 GDP가 약 9만8000달러로 한국(약 6만8000달러)을 크게 앞설 것으로 추산했다. 향후 10만달러, 12만달러를 차례로 돌파하는 시나리오도 제시됐다.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 상승하더라도 대만과의 간극을 좁히기 쉽지 않은 구조다. 이처럼 성장 경쟁력이 흔들리는 가운데 재정 여건도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IMF의 '재정모니터' 보고서는 한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 비율이 올해 54.4%에서 내년 56.6%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비기축통화 선진국 평균을 웃도는 수준이다. 코로나19 이전 40% 이하였던 부채 비율은 이미 빠르게 상승했고, 향후 증가 속도도 가파를 것으로 보인다. 향후 5년간 한국의 부채 비율 상승폭은 비교 대상 국가 중 가장 클 것으로 추정됐다. 일부 국가들이 부채를 줄이는 흐름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IMF는 특히 한국의 재정 흐름을 주목하며 “부채 비율의 상당한 증가(significant increases)가 예상된다"고 짚었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의 특성을 고려할 때 재정 관리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실제 수치에서도 속도 차이는 뚜렷하다. 최근 5년간 명목 GDP 증가율은 연평균 5%대였던 반면, 국가채무는 9% 안팎으로 확대됐다. 경제 성장보다 부채 증가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 중심 구조를 넘어서는 산업 확장과 재정의 속도 조절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지 못할 경우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지지층 겹치지만”…민주·국힘, 일단 ‘무공천’엔 선 그어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경기 평택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부산 북구갑에 각각 출마를 선언하면서 여야 모두 셈법이 복잡해졌다. 민주당은 평택을 공천과 범여권 단일화 사이에서 고심을 거듭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공천 여부를 놓고 내홍이 격화됐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범여권은 조 대표의 평택을 출마 이후 내부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조 대표는 출마 선언 직후부터 민주당을 향해 무공천을 요구하고 있다. 평택을 재선거는 민주당 소속이었던 이병진 전 의원이 재산신고 누락으로 당선무효형을 확정받아 치러지는 만큼, 귀책 사유가 있는 민주당이 공천을 자제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민주당은 선을 그었다. 정청래 대표는 부산 현장최고위에서 “전 지역 전략 공천한다. 두말할 필요 없다"고 못 박았고, 황명선 최고위원도 “일방적인 무공천은 국민의 선택권을 제한한다"고 맞섰다. 물밑에선 더 복잡한 계파 방정식이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평택을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다. 김 전 부원장은 대장동 개발 민간업자들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1·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현재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임에도 출마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다른 수도권 선거구 시나리오도 재정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과 이해민 조국혁신당 사무총장이 만나 선거 연대 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막판 중앙당 차원의 조율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일각에선 정 대표가 지선 전 합당 무산의 부채 의식으로 평택을 무공천을 통해 조 대표에게 보답하려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조 대표가 평택을에서 당선돼 훗날 혁신당과 민주당이 합당할 경우 조 대표가 정 대표의 강력한 당권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선뜻 무공천 카드를 꺼내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두 사람의 지지층이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에 민주당 입장에선 강력한 경쟁자를 스스로 키워주는 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의 평택을 출마로 가장 직격탄을 맞은 건 진보당이다. 진보당은 울산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에 후보를 양보하는 대신, 여당 귀책으로 치러지는 평택을에서 민주당 무공천을 이끌어내 김재연 상임대표의 국회 입성을 노린다는 구상을 갖고 있었다. 조 대표가 평택을에 뛰어들면서 진보당은 쥐고 있던 핵심 협상 카드를 한순간에 잃어버리게 됐다. 김 대표는 즉각 반발했다. 그는 “나와 조 대표 둘 중 하나는 죽어야 되는 상황"이라며 “사전에 교통정리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인데 덮어놓고 갑자기 발표를 하셨다. 지금까지도 연락은 없다"고 직격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 당이 아니지 않느냐. 서로 후보 철회를 요청할 수 없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국민의힘은 한 전 대표의 부산 북구갑 출마 선언 이후 친한계와 지도부 사이의 균열이 전면화됐다. 친한계 배현진 의원은 “한 전 대표는 억지 제명을 당했다. 적극적으로 무공천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박정훈 의원도 “무공천에 반대하는 건 명백한 해당행위"라고 맞받았다. 반면 지도부는 단호하게 공천 의지를 밝혔다. 장동혁 대표는 미국 출장 중에도 “제1야당으로서 후보를 내는 것이 공당의 당연한 역할이자 책무"라고 공천 의지를 분명히 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원내 제2당이자 제1야당으로서 공당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며 무공천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지도부 일각에선 한 전 대표의 부산 출마를 “원정 출산에 비견되는 원정 출마"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한 전 대표는 최근 부산 북구 만덕2동으로 전입신고를 마치며 무소속 출마를 사실상 기정사실화한 상태다. 논란은 복당론으로까지 번졌다. 곽규택 원내수석대변인이 지난 15일 “지금이 한 전 대표가 복당해야 될 시점"이라며 “당내 경선으로 후보를 단일화하는 게 가장 좋지 않겠냐"고 제안한 것이 발단이었다. 그는 “3자 구도로 간다면 보수가 다시 분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현장이 부산이 될 수 있다"며 “지금이라도 다선 의원들이 한 전 대표와 당 지도부를 설득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지난 1월 한 전 대표가 당원게시판 문제로 제명된 이후 지도부 인사 입에서 징계 철회 취지의 발언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도부는 즉각 선을 그었다. 정점식 정책위의장은 “제명 후 5년간 복당이 불가능하다. 본인이 신청도 안 했는데 복당을 거론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고, 송 원내대표도 곽 의원에게 “공관위원 신분으로 부적절한 언행"이라며 경고했다. 부산 북구갑은 전재수 민주당 의원이 내리 3선을 한 민주당 강세 지역이다. 국민의힘 후보와 한 전 대표가 동시에 출마할 경우 보수 표가 분산돼 승산이 낮아진다는 게 당내 고민의 핵심이다. 주호영 의원은 “민주당 의원이 당선되는 것이 좋은지 한 전 대표가 당선되는 것이 좋은지 선택하라고 하면 답은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한 전 대표를 겨냥한 '자객 공천' 카드까지 거론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자객 공천이 현실화되면 '내부 총질' 논란을 피하기 어렵고, 보수 표 분산만 가속화할 수 있다"며 “지도부도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 의원들의 의견을 모아야 한다"며 한 전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도 열어뒀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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