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출호이자 반호이자’…여야 마이크 잔혹사

'출호이자 반호이자(出乎爾者 反乎爾者)'. “네 입에서 나온 말은 결국 네게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맹자가 한 말이다. 정치인의 말도 다르지 않다. 정치인에게 말은 가장 손쉬운 정치 수단이지만, 때로는 예상하지 못한 후폭풍을 부르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방송에서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정치 공방으로 번지는가 하면, 자신 있게 내놓은 평가가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소환되기도 한다. 최근 여야 정치권에서 나온 발언들이 잇따라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가장 최근 사례는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 김 의원은 지난달 30일 JTBC 유튜브 채널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영화 '암살자(들)' 등을 주제로 이야기하던 중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의 내란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진행자가 '윤석열은 내란이냐, 아니냐'고 묻자 김 의원은 “아니다"라고 답했고, '전두환은 내란이냐, 아니냐'는 질문에도 “내란이 아니다"라고 했다. '법적 판결이 난 사안'이라는 재질문에도 “저는 내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밝혔다. 이후 김 의원은 “단정적으로 내란이라고 하는 부분은 선뜻 동의하기 어렵고 역사적 평가가 더 필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역사 인식에서 막말 공방으로 방송에서 오갔던 질문과 답변은 이틀 만에 국회로 옮겨왔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지난 2일 전체회의를 열어 김 의원에 대한 제명 촉구 결의안을 의결했다. 무기명 표결 결과 총 16표가 모두 찬성표로 집계됐다. 국민의힘 소속 운영위원들은 안건 상정과 처리에 반발해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다. 국회법상 20일의 숙려기간이 지나지 않았지만, 운영위 의결을 거쳐 숙려기간을 생략하고 안건을 처리했다. 같은 당 이진숙 의원을 둘러싼 논란도 공개적인 발언에서 시작됐다. 이 의원은 지난 8월 국회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재조명한다는 취지의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이 자리에서 일부 토론회 발제자가 5·18을 “소요 사태"로 주장하는 발언 등이 나와 논란이 커졌다. 이후 민주당 주도로 이 의원에 대한 제명 촉구 결의안이 8월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시 표결에는 159명이 참여해 찬성 157표, 반대 1표, 무효 1표가 나왔다. 국민의힘 의원 대부분은 표결에 앞서 퇴장했다. 여야 간 설전도 거칠어졌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이 의원을 겨냥해 '여자 전두환', '여자 히틀러'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이 의원은 김 대표를 모욕 혐의로 고소했다. 한쪽에서 시작된 논란이 반박과 재반박을 거치며 또 다른 공방으로 번진 사례다. ◇의혹에 낙마한 후보자더러 잘된 인사라니 '우리 편'을 지키기 위해 던진 한마디가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두고 했던 발언이 대표적. 김 대표는 지난달 11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전 후보자에 대해 “지켜보면 지켜볼수록 잘된 인사라고 판단된다. 지킬 것"이라며 김 후보자를 두둔했다. 하지만 김 전 후보자는 신약 임상실험 승인 청탁 의혹 등 각종 의혹과 논란이 이어진 끝에 같은 달 19일 자진 사퇴했다. 김 전 후보자는 당시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음을 깊이 받아들이며 부족함을 성찰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지명 20일 만이었다. 김 전 후보자 낙마와 동시에 김 대표의 “잘된 인사"라는 평가도 다시 회자됐다. 또 낙마 이후 김 전 후보자를 둘러싼 식약처 청탁 의혹 고발 사건, 청탁 의혹의 중심에 있는 제넨셀 창업자의 법정구속 이후 김 대표의 '실드 발언'은 다시 한번 도마에 올랐다. 이처럼 정치인들이 한번 내뱉은 말은 상황이 바뀌었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특히 유튜브와 SNS를 통해 정치인의 발언이 실시간으로 퍼지는 요즘 시대에는 짧은 영상과 문구로 저장돼 논란이 일 때마다 재소환된다. 말로 먹고사는 정치인들이 말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마이크 잔혹사'가 계속되고 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기획] 800조의 약속, 이제 ‘첫 삽’이 답할 차례…서남권 반도체 현실화 시험대⑤

광주 군공항 250만평 국가산단 후보지 지정…63만평 우선 공급 추진 삼성·SK하이닉스 실무협의 본격화…투자계획서 부지 확보·착공 단계로 팹 건설 넘어 소부장·일자리까지 연결돼야…'발표의 숫자'를 '현실의 숫자'로 전남광주=에너지경제신문 문남석기자 서남권을 대한민국 제2의 반도체 생산거점으로 만들겠다는 대규모 투자계획이 발표된 지 석 달이 지났다. 지난 6월 말 정부와 기업들이 내놓은 계획의 규모는 숫자부터 압도적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앰코 등이 서남권에 제시한 전체 투자계획은 896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메모리 팹 4기 건설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규모가 약 800조원이다. SK하이닉스는 약 470조원을 투자해 메모리 메인 팹 2기와 1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삼성전자는 425조원을 투자해 메모리 팹 2기와 국가 AI 컴퓨팅센터 등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앰코 역시 광주에 1조원을 투자해 첨단 패키징 팹을 증설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숫자만 놓고 보면 서남권 산업지형을 바꿀 수 있는 규모지만, 이 숫자가 곧바로 지역에 투입되는 현금성 투자액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들이 제시한 중장기 투자계획을 실제 생산시설 건설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기업별 투자 결정과 부지 확보, 인허가, 산업단지 조성 등 여러 절차가 순차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결국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800조원을 투자할 것인가'가 아니다. 이미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한 만큼 이제 남은 질문은 그 계획을 얼마나 빠르게 실제 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에 있다. 그 과정에서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곳이 광주 군공항 일원이다. 정부는 지난 7월 광주 군공항 일원 약 250만평을 호남권 반도체 국가산단 후보지로 우선 지정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예비 사업시행자로 지정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전체 부지를 한꺼번에 개발하기보다 우선 활용 가능한 약 63만평을 먼저 공급해 기업의 투자 일정에 맞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들의 움직임도 투자계획 발표 이후 달라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광주 군공항 부지에 가능한 한 넓은 생산부지를 확보하려는 의사를 나타냈고,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투자계획 발표 이후 SK하이닉스와 별도의 소통채널을 마련해 7월부터 9월까지 모두 9차례 경영진·실무진 협의를 진행했다. 삼성전자 역시 호남권 투자와 관련한 준비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내며 부지와 기반시설 등에 대한 실무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아직 공장 착공이라는 결과로 이어진 것은 아니지만, 기업의 투자계획이 행정기관과의 구체적인 협의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 사업 진행 상황을 판단할 중요한 대목이다. 이제는 '투자액'보다 '착공 시계'다 앞으로 사업의 현실성을 판단할 기준은 의외로 단순하다. 투자계획이 실제 부지 확보로 이어지는지, 산업단지 조성이 예정된 일정대로 시작되는지, 기업별 착공 일정이 구체화되는지를 차례로 확인하면 된다. 특히 반도체 생산시설은 일반적인 공장 건설과 달리 투자 결정부터 생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다. 부지가 준비됐다고 해서 곧바로 반도체가 생산되는 것도 아니다. 공장 건설 이후 생산장비 설치와 시험가동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초기 일정이 뒤로 밀릴 경우 전체 생산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정부와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기업의 투자 일정에 맞춰 산업단지 조성을 서두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는 기업 투자가 계획에 머물지 않도록 산업단지 조성 기간을 단축하고 기반시설 구축을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기업 입장에서도 투자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생산시설이 들어설 부지와 기반시설이 제때 준비돼야 한다. 결국 앞으로 몇 년간은 발표된 투자 규모보다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는 변화가 훨씬 중요하다. 산업단지에서 첫 삽을 뜨는 순간, 기업이 생산부지를 확정하는 순간, 첫 번째 팹의 착공 일정이 공개되는 순간마다 '800조원'이라는 계획의 현실성이 한 단계씩 확인될 수 있다. 여기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대기업 투자와 지역산업의 연결이다. 800조원이 실제 집행된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자금이 외부에서 들어와 생산시설 건설에만 머문다면 지역이 체감하는 변화는 제한적일 수 있다. 반도체 장비와 소재·부품 기업, 연구기관, 물류와 건설 등 관련 산업이 함께 움직여야 대규모 투자가 지역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대기업의 투자액뿐 아니라 협력기업의 추가 투자와 지역기업 참여 여부도 함께 봐야 한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팹을 중심으로 여러 기업이 연결되는 공급망이 필요하고, 연구개발과 생산현장을 연결할 인력도 지속적으로 공급돼야 한다. 결국 800조원의 진짜 가치는 투자액 자체보다 그 돈이 얼마나 많은 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지역 안에서 순환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 점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산업단지 조성사업과 성격이 다르다. 대기업 생산시설 몇 곳을 유치하는 것으로 끝나는 사업이 아니라 생산시설을 중심으로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 교육, 인력, 정주환경이 연결되는 새로운 산업권을 만드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800조의 진짜 시험대는 이제부터다 지난 석 달 동안 서남권 반도체 프로젝트는 적지 않은 진전을 보였다. 대규모 투자계획이 공개됐고, 정부는 광주 군공항 일원을 국가산단 후보지로 지정했다. 우선 개발부지를 마련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으며 기업과 행정기관 사이의 협의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여기까지가 끝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기업의 투자계획이 실제 계약과 부지 확보로 이어지고, 산업단지 조성이 시작되고, 생산시설 착공으로 연결돼야 한다. 그 과정에서 기업이 요구하는 조건을 행정이 얼마나 신속하게 해결하는지, 관련 기업들이 얼마나 빠르게 서남권으로 모이는지도 사업의 속도를 좌우하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반도체 산업은 시장 변화가 빠르고 기업의 투자 판단도 글로벌 경쟁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서남권이 새로운 생산거점으로 자리 잡으려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시기에 부지와 기반시설을 제공하고, 계획된 투자 일정에 맞춰 산업 생태계를 갖춰야 한다. 그래서 앞으로의 서남권 반도체는 '800조원'이라는 숫자로 평가받기보다 얼마나 빨리 현실의 숫자로 바뀌는가로 평가받게 된다. 투자계획이 착공으로, 착공이 생산으로, 생산이 지역기업과 일자리로 연결될 때 비로소 800조원은 지역의 산업지도를 바꾸는 실질적인 투자로 기록될 수 있다. 지난 1편에서 던졌던 질문은 '왜 서남권인가'였다. 이어 반도체 벨트의 가능성을 짚고, 전력·용수·인력이라는 기반을 살폈으며, 대규모 투자가 가져올 경제지도의 변화까지 살펴봤다.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하나다. 계획이 현실이 되는지를 현장에서 확인하는 일이다. 서남권 반도체의 미래는 더 이상 투자 규모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어느 기업이 먼저 부지를 확보하고, 언제 첫 삽을 뜨며, 그 뒤를 어떤 기업들이 따라오는지가 앞으로의 방향을 결정한다. 800조원의 약속은 발표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첫 공장이 올라서고, 첫 생산라인이 가동되고, 그 주변에서 새로운 기업과 일자리가 만들어질 때 비로소 현실이 된다. 서남권 반도체 5부작이 던지는 마지막 질문도 여기에 있다. 800조원의 약속을 현실로 만드는 다음 장면은 이제 현장에서 시작돼야 한다. 문남석 기자 ans7200@ekn.kr

한성숙 총리 개천절 경축식서 “연대·통합의 힘 강조”

한성숙 국무총리가 개천절인 3일 “높은 문화의 힘으로 인류가 마주한 공동 난제 앞에서 경험과 기술, 문화적 역량을 나누며 함께 손잡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4358주년 개천절 경축식에서 “그것이 바로 '홍익인간 재세이화' 정신을 실천하는 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 총리는 “오늘날 대한민국은 홍익인간의 정신을 깊게 뿌리내린 역사 위에 서 있다"며 “전쟁의 폐허를 딛고 국민소득 4만불을 바라보는 자랑스러운 나라를 일궈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 세계는 역사상 가장 빠르고 광범위한 변화의 한 가운데에 서 있다"며 “변화가 거셀수록 모든 변화의 중심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의 혜택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AI 기본사회'를 추진하겠다"며 “AI 전환의 성과를 국민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주거 안정과 일자리, 서민금융 등 민생 분야에도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한 총리는 이날 경축식 행사에 참석한 박경수 소방위와 정은아 간호사 등 일상에서 이웃의 생명을 구한 시민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한 총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는 국민 여러분이 '널리 이롭게 대체불가 대한민국'을 만드는 가장 든든한 힘"이라고 강조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북한 경멸한다”던 李대통령 北지뢰에 “응징” 말 못하는 속사정

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의 매설 지뢰로 우리 장병들이 중상을 입은 지 열흘이 넘었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북한을 상대로 '응징' 등 구체적인 대응 방안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과거 강경한 대북 발언을 쏟아냈던 이 대통령의 침묵에는 미북 정상회담 등 복잡한 셈법이 얽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北 비판하면서도 전쟁보다 평화 입장 고수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 시절이던 2016년 10월 19일 과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인터뷰에서 '혹시 북한을 추종하느냐'는 질문에 “저는 비인간적, 비민주적인 북한을 경멸한다"며 “자기들끼리 상속하고, 3대 세습하고, 이런 불합리한 체제를 추종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저를 정신병자 취급하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어 “그런 말도 안 되는 체제를 추종하는 정신병자 아니다. 종북은 치료받아야 할 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가 제대로 이야기할 기회가 없었는데, 저 진짜 북한 안 좋아한다. 혐오한단 말이에요"라며 “북한이 뭔가.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제1 주적 아닌가. 주적을 제가 추종한다면 국가 반역자 아닌가. 저를 종북이라고 하는 사람은 제가 아주 결딴낸다"고도 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이 당시에도 전쟁보다는 평화가 낫다는 입장은 고수했다. 이 대통령은 '진보는 북한에 퍼주기만 하자는데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상대방을 압박하고 때리기만 하면 기분은 좋다. 그러다 극단적인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며 “기분 나쁘고 자존심 상하더라도 전쟁보다는 평화가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불의의 사고" 표현 두고두고 논란 이처럼 과거 북한을 향해 날선 비판을 서슴지 않았던 이 대통령이지만, 이번 북한의 지뢰 도발 국면에서는 비판이나 대북 응징 언급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열린 제78주년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얼마 전 비무장지대에서 불의의 사고로 부상을 당하신 우리의 장병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며 북한의 지뢰 도발을 '불의의 사고'로 표현해 논란을 키웠다. 이에 청와대는 이튿날 “부상 장병을 위로하는 맥락에서 나온 표현"이라며 진화에 나섰으나 파장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 수위 조절 배경으로 미북 정상회담 변수를 꼽는다. 한반도를 둘러싼 중대 외교 국면에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로 치솟거나 강경 대응 카드를 꺼내들 경우, 어렵게 마련된 대화의 판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고도의 정무적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거듭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내며 미북 간 대화 재개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대북 강경론을 고수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미국이 미북 대화 모멘텀을 살리려는 판에 우리 정부 홀로 군사적 응징이나 강경 대응을 전면에 내세울 경우 자칫 한국이 '평화의 걸림돌'로 비칠 수 있다는 외교적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 납득할 만한 안보 원칙 입증해야 그러나 야당은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대북 발언 함구에는 쌍방울그룹의 대북 송금 사건이 배경에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경기지사 재임 당시 쌍방울그룹이 북한에 스마트팜 사업비와 방북 비용을 대신 지급하게 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는데, 이 사건의 1심 재판은 이 대통령의 취임 이후인 지난해 7월 무기한 연기됐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공개 사과를 요구한 것을 두고 “지뢰 심어 우리 국군 발목 날린 북한보다 중대한 문제인가"라며 “단순한 선택적 분노가 아니다.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북한이 '불법 대북송금' 영수증을 갖고 있기 때문에?"라고 지적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지난 1일 페이스북에 “북한 김정은 정권에게 대북송금 약점 잡힌 것은 이재명 개인이지 대한민국이 아니다"라며 “왜 자기 약점 때문에 대한민국을 저당잡히고 부끄럽게 하느냐"고 비판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캄강북약(캄보디아에 강하고, 북한에 약한) 대통령"이라면서 이 대통령이 지난 1월 캄보디아 범죄 조직이 우리 국민을 납치했을 때 “한국인 건들면 패가망신"이라고 한 점을 언급하며 북한에는 “입을 꾹 닫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야당은 북한의 명백한 도발 앞에서도 굳게 닫힌 대통령의 입을 두고 외교적 계산을 넘어선 사법적 약점의 발현이라며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이 대통령의 침묵은 외교적 고심의 결과물일 수 있지만, 동시에 우리 장병을 다치게 한 북한의 도발에는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는 거센 역풍을 자초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안보 원칙을 어떻게 증명해 낼지 정치권의 시선이 집중된다. 신교근 기자 shin1948@ekn.kr

국내 기름값 20주째 하락…휘발유·경유 1800원대 유지

전국 주유소 기름값이 20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9월 다섯째 주(9월 27일~10월 1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주보다 L당 0.4원 내린 1857.6원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가격이 가장 높은 서울은 전주보다 0.2원 하락한 L당 1904.0원이었다. 가격이 가장 낮은 대구는 0.3원 내린 1829.8원을 기록했다. 상표별로는 GS칼텍스 주유소가 L당 1861.0원으로 가장 높았고, 알뜰주유소가 1845.7원으로 가장 낮았다. 전국 주유소의 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주보다 L당 0.1원 내린 1843.3원으로 집계됐다. 이번 주 국제유가는 중동 지역의 원유 수출 회복과 사우디아라비아 동서송유관 재가동으로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면서 하락했다. 다만 글로벌 석유제품 공급이 여전히 빠듯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국제유가의 추가 하락 폭은 제한됐다.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원유의 가격 기준인 두바이유는 전주보다 배럴당 5.5달러 내린 107.6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국제 휘발유 가격은 배럴당 143.3달러로 전주보다 3.3달러 상승했다. 국제 자동차용 경유 가격은 1.8달러 하락한 174.9달러로 집계됐다. 국제유가 움직임은 통상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판매가격에 반영된다.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한 만큼 향후 국내 기름값에도 추가적인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국제 휘발유 가격이 상승하고 있어 국내 휘발유 가격의 하락 폭은 제한될 수 있다. 정부는 국제유가 변동이 국내 소비자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석유 최고가격제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18일에는 10차 석유 최고가격을 9차와 같은 수준으로 지정했다. 최고가격은 휘발유 L당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이다. 연합뉴스

박은정 의원이 ‘기를 쓰고’ 김지용 중수청장 반대한 속사정은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김지용 중수청장(전 법무부 차관)의 임명 및 취임 행보에 배수의 진을 치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충돌을 불사하면서 목소리를 높이자 그 배경에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2일 정치권 안팎에서는 박 의원의 이 같은 강경 행보가 표면적인 '수사 중립성' 문제를 넘어, 최근 더불어민주당과의 합당·연대 논란 속에서 조국혁신당의 독자적 존재감과 선명성을 각인시키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① 前대검 형사부장 남편과 얽힌 과거사 박은정 의원이 내세우는 공식적인 반대 사유는 윤석열 정부 검찰의 수사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다. 박 의원은 국회 법사위 질의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 체계와 인사를 집요하게 파고들며 김 후보자의 적절성을 문제 삼아왔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수면 밑의 '과거사 셈법'에도 주목한다. 김 후보자는 대검 형사부장 재직 시절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관련 사건에 대해 재기명령(재수사 지시)을 내린 바 있다. 문제의 지점은 김 후보자의 직전 대검 형사부장이 박은정 의원의 남편인 이종근 전 검사였다는 사실이다. 전임자 체제에서 정리됐던 사건 처리 방향과 이후 김 후보자가 내린 재기명령 조치가 선명한 대비를 이루면서, 전·후임자 간 수사 지휘 판단을 둘러싼 복잡한 대립각이 박 의원의 강경 태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②'선명 야당' 존재감 각인 여기에 최근 범여권의 지형 변화가 박 의원의 '투사' 행보에 불을 지폈다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현재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사이의 정서적·정치적 거리는 여전히 상당하다. 박 의원의 강력한 견제 행보는 이러한 긴장 관계 속에서 혁신당의 존재감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8월 김민석 대표 체제가 출범한 민주당은 '대통합추진단'을 띄우고 범여권 연대·통합 논의를 공식화했다. 김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부터 혁신당과의 통합 가능성을 언급하며 '경쟁력 중심의 연대'를 주장해왔다. 반면 조국혁신당은 민주당 중심의 흡수통합 시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은 지난 9월 2일 민주당과의 합당 논의에 대해 “합당 논의를 하려면 양쪽 주체가 만나는 테이블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그 자체가 지금 없는 상태"라며 민주당과의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조 원장은 김민석 대표가 언급한 '경쟁력 중심의 연대와 통합'에 대해 “모욕적"이라고 직격하는 등 양당 간 신경전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여권 관계자는 “혁신당 입장에서는 민주당의 흡수통합 시도를 차단하고 독자 노선을 정당화할 최적의 무대가 바로 검찰 개혁 이슈"라며 “박은정 의원의 강경한 투사 이미지를 앞세워 내년 보궐선거 등 향후 국면에서 자당의 지분과 선명성을 확실히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라고 짚었다. ③'흡수통합' 거부 속 독자 노선 구축 양당의 속내와 셈법은 현저히 다르다. 민주당으로서는 향후 지방선거 및 선거 일정에서 범여권 표를 하나로 묶는 방안이 시급하다. 반면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식의 통합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혁신당이 독자 노선을 유지하며 주요 인사들의 지역위원장 배치와 내년 보궐선거 출마 방침까지 내놓은 것도 당의 고유한 가치와 세력을 유지하려는 차원이다. 합당을 둘러싼 여론 지형 역시 양당이 선뜻 결론을 내리지 못하게 만드는 변수다. 최근 한국일보 조사에서는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합당 반대 응답이 찬성보다 높게 나타났으며, 뉴스토마토가 9월 28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55.2%가 양당 합당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여권 내부나 지지층 사이에서도 합당에 대한 일방적인 지지가 형성되어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은정 의원의 '김지용 때리기'는 조국혁신당이 민주당의 그늘에 가려지지 않고, 검찰 개혁 국면에서 가장 매섭게 싸우는 '독자적 선명 야당'임을 입증하는 핵심 카드로 활용되고 있다는 평가다. 범여권 내 주도권 싸움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박 의원을 필두로 한 조국혁신당의 선명성 투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남편인 이종근 변호사(전 대검형사부장)와 관련해 “최은순 재항고장이 2021년 5월 17일 접수되었다면 5월 말 배당되었을 것이고, 남편은 6월 초 서울서부지검으로 발령받았는데 누가 무슨 사건을 뭉갰다는 것이냐"고 밝혔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주진우 vs 한동훈…‘닮은꼴’ 검사 출신, 다른 길을 걷다

최근 이재명 정권을 향해 날을 세우는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과 한동훈 무소속 의원을 나란히 놓으면 겹치는 대목이 많다. 둘 다 서울대 법대(92학번인 한 의원이 2년 선배)를 나와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검사로 출발했다. 검사 시절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고 50대에 정치권에 입문해 부산을 거점으로 삼았다. 정계에 들어온 뒤의 궤적은 크게 갈렸다. 주 의원은 안정적으로 국민의힘 안에서 세를 넓혀왔다. 한 의원은 파란만장한 정치 여정을 겪다 무소속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출발점은 같았지만 정치적 생존법은 달라졌던 것이다. 주 의원은 검사 생활을 하다 윤석열 대선 후보 법률지원팀에 합류했고 정부 출범과 함께 초대 대통령비서실 법률비서관에 임명됐다. 2024년 총선에서는 해운대갑에 단수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했다. 그는 국회에 들어온 뒤에는 자신의 이름을 앞세우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수단이 유튜브 '주진우의 이슈해설'이다. 정치 현안과 형사·법률 문제를 직접 풀어 설명하는 채널로, 2일 기준 구독자가 약 48만8000명이다. 검사 출신이라는 경력을 정치 콘텐츠로 바꿔 지지층과 직접 만나는 통로를 만든 셈이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재명 정부를 비판하고 유튜브에서 법리 해석을 더하는 방식으로 보수 지지층의 관심이 큰 사법·수사 이슈를 자기 언어로 다룬다. ◇朱 당내에서 세 확장, 韓 밖에서 무소속 생환 주 의원의 행보는 당내 입지를 넓히는 쪽으로 이어졌다. 국회 입성 2년 만에 당대표 선거에 도전했고 이후 부산시장 경선에도 뛰어들었다. 한때 한 의원과 가까운 모습을 보였지만 당정 갈등과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을 거치며 선을 그었다. 유튜브에서는 “분명히 말하지만 한동훈과 같이 갈 수 없다"고 밝혔다. 이를 계기로 당내 주류 라인에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의원의 출발점도 윤 전 대통령이었다. 2022년 법무부 장관, 2023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2024년 국민의힘 대표를 지냈다. 한때 '윤석열의 2인자' '황태자'로 불렸다. 관계는 예상보다 빨리 갈라졌다. 김건희 여사 문제와 채상병 특검을 둘러싸고 이견이 커졌고 12·3 비상계엄 사태를 거치며 돌아서기 어려운 수준으로 악화됐다. 한 의원은 2025년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는 결선까지 올랐지만 후보가 되지 못했다. 이후 '당원게시판 사건'을 이유로 국민의힘에서 제명됐다. 정치인에게 당적 상실은 치명적이지만 한 의원은 무소속 출마를 택했다. 여의도 복귀 이후에도 존재감은 이어지고 있다. 한 의원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의혹과 관련한 검찰 내부 문서를 공개해 정국의 주목을 받았다. 추석을 앞두고는 국민의힘 의원 전원에게 부산 구포국수를 선물했다. 당적은 없지만 당 의원들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 두 사람 모두 특수통 검사 출신다운 집요함으로 최근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의혹과 DMZ 지뢰 폭발 사건, 영화 '암살자(들)' 논란을 파고들며 여론의 중심에 섰다. 장기말로 따지면 두 사람은 보수의 차(車)와 포(包)에 해당한다. 두 사람의 차이는 정치적 자산에서 뚜렷하다. 주 의원은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라는 신분과 해운대갑이라는 지역 기반을 갖고 있다. 당원과 현역 의원, 지역 조직은 정치적 영향력을 넓히는 토대다. 주 의원은 이 기반 위에서 이름값을 키우고 있다. 한 의원은 전국적 인지도와 대선 경선 경험이 있지만 당내 조직이 없다. 원내 활동 공간은 확보했으나 당 조직은 별개의 문제다. 주 의원은 조직을 가지고 전국화를 시도하고, 한 의원은 인지도를 가지고 조직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 처지다. ◇전국적 확장 vs 당내 세력화가 '숙제' 넘어야 할 벽도 다르다. 주 의원에게는 전국적 확장이 과제다. 대통령선거는 전국 단위 선거인데 검사 출신,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이라는 경력만으로는 자신의 정치적 체급을 증명하기 어렵다. 경제와 외교·안보, 복지와 노동, 부동산과 교육 등 국정 전반에서 자기 브랜드를 만들어야 대권주자 여론조사 후보군에 올라간다. 중도·무당층을 끌어들일 대중적 인지도도 더 쌓을 필요성이 있다. 한 의원에게는 당 밖에 있다는 사실이 벽이다. 대통령선거는 개인 인지도만으로 치를 수 없다. 전국 조직과 당원, 현역 의원의 지지가 필요하다. 친윤계를 비롯한 당내 주류의 반발도 여전하다. 무소속 신분은 입법 활동과 당내 세력화에도 제약이 된다. 두 사람의 공통 무대는 부산이다. 주 의원에게 부산은 정치적 기반을 다지는 곳이다. 해운대갑 의원에서 부산시장 경선까지 영역을 넓혔다. 한 의원에게 부산은 재기의 장소다.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 하락이 이어지자 보수 차기 대권주자 인물에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두 사람 모두 부산에서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닮은꼴' 검사 출신으로 다른 길을 걷는 주·한 의원이 지지층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추석 전 떼인 하도급 대금 지급, 24% 증가 그쳐

추석 전 중소 하청업체들이 받지 못했던 하도급 대금 약 290억원이 지급돼 전년보다 24%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전국 '미지급 하도급 대금 해결센터'를 통해 유도한 결과다. 공정위는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 업체를 현장 조사해 밀린 이자까지 지급하도록 엄정 조치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지난 8월 5일부터 9월 23일까지 50일간 전국 12곳에 '미지급 하도급 대금 해결센터'를 설치·운영한 결과를 2일 밝혔다. 이 기간 총 173개 중소 하도급 업체가 미지급 대금 289억원을 받았다. 아파트 신축공사 중 타일 공사 완료 후 대금 5억원, 산업단지 조경공사 수행 후 4억3000만원 등이다. 지난해 추석 기간 지급된 232억원과 비교하면 불과 24.6% 늘어 여전히 미지급된 사례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센터를 통해 상담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원청사업자의 대금 지급, 당사자 간 합의를 독려해 신속히 대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여전히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업체들 대상으로 자진시정을 유도하기로 했다. 센터 운영 기간 접수된 사건 가운데 법정 하도급 대금 지급 기한인 60일을 넘긴 업체는 지연이자 포함 대금 지급을 완료하도록 시정 조치할 방침이다. 이후에도 자진 시정을 하지 않으면 현장 조사 등을 벌여 엄정 조치할 계획이다. 아울러, 108개 기업이 1만6175개 중소 하도급 업체에 약 2조2359억원의 하도급 대금을 조기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가 자금 수요가 집중되는 추석 전에 대금 지급을 요청한 결과다. 기업별로는 계룡건설산업이 1237개 하청에 1899억원을 조기 지급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현대건설 426개 업체에 1742억원, 한온시스템 704개 업체에 1407억원, 현대위아 542개 업체에 1202억원 등의 순이었다. 공정위는 센터를 통해 취합된 실적을 집계한 것으로, 실제 조기 지급된 하도급 대금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소통과 논란 사이…‘대통령 SNS’에 쏠린 눈

이재명 대통령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국정 현안을 직접 설명하는 '국민 소통창구'로 자리 잡고 있다. 빠른 대응과 직접적인 메시지 전달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최근에는 지지자 게시물 공유부터 대외비 문건 노출 논란까지 대통령의 SNS 자체가 새로운 정치적 쟁점이 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SNS를 '국민과의 직접 소통 통로'로 강조하며 주요 현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언론 보도나 정치권의 주장에 직접 반박하거나 정부 정책과 성과를 소개하는 등 기존의 공식 브리핑과는 다른 방식으로 대국민 메시지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를 '친윤 검사'라고 표현한 게시물에 직접 반박하는 등 인사와 국정 현안에 대해서도 SNS를 통한 대응을 이어갔다. 지지자들의 게시물을 직접 공유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정부 성과를 소개한 게시물을 공유하면서 “많이들 함께해 주세요, 좌아하게 말입니다"라고 적었다. '좌아하게'는 온라인에서 일부 이 대통령 지지자들이 사용하는 표현이다. 기존의 공식 발표와 달리 현안에 즉각 반응하고 타인의 게시물까지 공유하면서 대통령의 메시지가 보다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게시물 하나가 곧바로 정치적 해석의 대상이 되면서 논란으로 번지는 사례도 반복되고 있다. ◇ “국민과 소통이라기보다 지지자들과 소통" 지적도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의 SNS가 특정 지지층과의 결속을 강화하는 공간으로 비쳐서는 안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SNS를 한다고 하지만, 일반 국민과의 소통 수단이라기보다 자신의 지지자들과 소통하는 수단으로 보는 게 맞다"며 “최근 '좌아하게'라는 표현도 그런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특히 SNS가 정치인 팬덤을 형성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SNS를 통해 정치인이 내 이야기에 답을 해준다는 느낌을 주면서 친밀감이 생기고, 이것이 추종과 팬덤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SNS 활용이 정치적 양극화에 기여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SNS의 특성상 정치인의 메시지가 지지자들에게 빠르게 확산되고, 반대로 지지층의 반응이 다시 정치인의 메시지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국민에게 직접 정책을 설명하는 것은 SNS의 장점이 될 수 있지만, 지지자들과의 친밀감이나 정치적 결속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활용되면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국정 소통이라는 본래 취지가 흐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SNS의 직접성은 때로 예상하지 못한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보이스피싱 대응 성과를 알리면서 '일일 종합상황 보고' 문건 사진을 X에 게시했다. 해당 문건에는 '대외비' 표시가 있었고, 하단에는 선관위 특검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문구가 담겨 야권의 문제 제기로 이어졌다. 야권은 대통령이 대외비 문건과 선관위 특검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고 주장했지만, 청와대는 해당 자료가 보안 사안이 아니며 문건 하단 내용 역시 특검 수사 보고가 아닌 경찰의 치안 상황 보고에 기초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당초 게시물의 목적은 보이스피싱 피해 감소라는 정책 성과를 알리는 데 있었다. 그러나 자료 한 장에 포함된 정보가 새로운 정치적 쟁점이 되면서 게시물의 본래 메시지와 별개로 논란이 확대됐다. ◇타인 게시물 공유하는 과정에서도 논쟁 불거져 대통령 SNS는 전달 속도가 빠른 만큼 정책 성과를 국민에게 알리는 데 효과적일 수 있지만, 동시에 공개 범위와 표현 하나하나가 정치적 논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크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타인의 게시물을 공유하는 과정에서도 논쟁이 불거졌다. 이 대통령은 과거 지지자의 게시물을 공유했다가 해당 글에 포함된 '문조털래유'라는 표현 등이 논란이 되자 게시물을 삭제했다. 이후 다른 사람의 글을 인용하는 것이 해당 인물이 과거에 주장한 모든 내용에 동조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김어준씨가 이 대통령의 게시물 공유 행태를 두고 '알고리즘 감옥'이라고 비판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일반인의 게시물이라도 대통령 계정에서 공유되는 순간 사실상 대통령의 메시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특히 논란이 될 만한 표현이나 정치적 편향성이 강한 내용이라면 대통령이 직접 메시지를 낸 것처럼 해석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 대통령의 SNS를 둘러싼 논란은 게시물의 횟수보다 누구를 향해 어떤 메시지를 내느냐의 문제다. 직접성과 신속성은 국민과의 거리를 좁히는 장점이지만, 대통령의 게시물 하나가 정치적 논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크다. 앞으로 국민 전체를 향한 국정 소통과 지지층과의 친밀감 형성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잡느냐가 대통령 SNS의 향방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충청광역연합에 권한·재정 싣는다…4개 시도 특별법 공동 추진

충남=에너지경제신문 김은지 기자 충청권 4개 시도가 충청광역연합의 권한과 재정을 강화할 특별법 제정에 공동으로 나섰다. 연합이 광역사업을 직접 시행하고 국가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특례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전·세종·충남·충북은 2일 서울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충청광역연합 특별법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특별법 제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충청광역연합장인 박수현 충남지사, 허태정 대전시장, 조상호 세종시장, 신용한 충북지사, 구형서 충청광역연합의회 의장이 참여했다. 이번 협약은 전국 최초 특별지방자치단체인 충청광역연합이 충청권 공동 현안을 해결하고 초광역 협력사업을 실질적으로 추진할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4개 시도는 국회와 중앙정부에 특별법 제정을 공동 건의하고 관련 토론회와 간담회를 함께 열기로 했다. 주민 대상 홍보·소통 활동을 추진하고 협약 이행을 위한 실무 협력 체계도 구축한다. 검토 중인 특별법안에는 초광역 협력사업에 대한 국가 재정 지원과 국고 보조율 상향, 광역사업 직접 시행과 인허가 일괄 의제 등의 특례가 담겼다. 국무총리 소속 지원위원회 설치, 조직·정원 자율 운영, 첨단산업 공동 육성과 규제자유특구 지정, 연합장의 국무회의 배석도 포함됐다. 지역별 주요 현안에도 힘을 모은다. 충남의 치의학연구원 천안 유치, 대전의 국가반도체 연구소 구축, 세종의 행정수도특별법 연내 제정, 충북의 중부고속도로 확장 등이다. 이날 토론회에는 4개 시도지사와 구 의장, 김경수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 중앙부처 관계자, 전문가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최지민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센터장은 정부의 초광역특별협약·초광역특별계정 도입 일정에 맞춰 충청광역연합을 협약 체결과 계정 집행의 주체로 정립하고 관련 일반법 정비를 병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환용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특별법을 '사무 확정-권한 부여-재원 보장-책임 확보'의 4단계로 설계하고 교통 분야부터 특례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패널 토론에서는 국가 권한의 포괄적 이양과 재원 직접 교부, 구성 시도 간 분담금 산식과 이익 공유 규칙 등을 특별법에 담아야 할 과제로 꼽았다. 보건·의료 등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사무를 확대해야 한다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박수현 지사는 “정부는 5극 3특 전략으로 국가 균형 성장의 새 판을 짜고, 충청은 충청광역연합을 통해 전국 처음으로 5극 3특 시대를 주도할 기틀을 마련했으나, 선언적 제도만으로는 초광역 행정 실행력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충청광역연합 특별법은 초광역 협력의 성과를 견인할 확고한 토대가 될 것"이라며 “초광역 협력으로 충청권 전체의 동반성장을 이끄는 동시에,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통해 대혁신의 물꼬를 트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중심으로서의 충청의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상호 시장은 “충청권의 역량을 하나로 모아 3대 메가프로젝트와 5극3특 등 국가균형발전정책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며 “특별법 제정을 위해 국회와 정부에 충청권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국회 입법 과정에서도 4개 시도가 함께 긴밀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4개 시도는 토론회 의견과 충청광역연합의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특별법안을 보완하고 국회와 정부에 조속한 제정을 건의할 방침이다. 김은지 기자 elegance44@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