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2000여 세대의 입주를 앞두고 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 수분양자들이 잔금대출을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오는 27일부터 입주가 시작되지만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잔금대출 문을 걸어 잠근 데다, 상호금융사는 풍선효과를 우려하며 대출 금리를 높이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정책으로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소비자들이 후폭풍을 떠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금융권과 정비업계에 따르면 포레온 수분양자들의 잔금대출 신청을 받는 새마을금고 A지점은 6개월 변동 대출 금리를 최저 연 4.35%에서 지난 8일 연 4.55%로 0.2%포인트(p) 높이기로 했다. 현재 1금융권 중 유일하게 잔금대출 신청을 받고 있는 KB국민은행이 대출 금리를 최저 연 4.79%로 제시했는데, 상호금융의 금리가 더 낮아 2금융권의 풍선효과가 우려되자 중앙회 차원에서 조치에 나서면서다. 앞서 광주농협 용주지점은 연 4.2%로 금리를 제시해 잔금대출이 빠르게 완판됐다. 상호금융으로 대출이 몰리자 새마을금고중앙회는 각 금고들에게 금리를 과도하게 낮춰 과당경쟁을 하지 않을 것을 지도했고, A금고는 가계대출 규제 정책에 따라 높아진 금리로 대출 조건 재승인을 받았다고 공지했다. 이와 함께 거치기간(대출 상환 시 이자만 내는 기간)은 4년에서 1년으로 줄였고,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기간은 2년 후에서 3년 후로 늘려 수분양자들의 대출 부담이 더 커졌다. 단 대출 기간은 40년으로 다른 은행(30년)에 비해 길다. 포레온은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아파트로 불린다. 지하 3층~지상 35층, 85개동, 총 1만2032세대에 이르는 초대형 단지로, 오는 27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 입주가 진행된다. 하지만 은행권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대부분 잔금대출이 가능해야 입주를 할 수 있는데 잔금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금융회사가 많지 않다. 포레온의 전용면적 84㎡를 기준으로 하면 분양가는 12억~13억원 정도로, 가구당 잔금(20%·약 2억6000만원)과 중도금 대출(60%) 상환을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10억원 정도의 잔금대출이 필요하다. 전용면적에 따른 가구 수가 다르기 때문에 입주 관련 총 대출규모는 8조원 정도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평소와 같으면 은행들이 공격적으로 대출 영업에 나설 황금 단지지만은행들은 올해 가계대출 총량이 한도에 다다르자 잔금대출 취급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재 포레온의 대출 협력은행으로는 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과 IBK기업·Sh수협은행, 지역농협, 새마을금고 등이 있다. 이 중 1금융권에서는 국민은행만 지난 6일부터 3000억원 한도로 잔금대출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금리는 신용카드 사용, 자동이체, 적금 가입 등 우대조건을 모두 만족할 경우 5년 고정 최저 연 4.79%를 제시했다. 은행에 따르면 다음 주부터는 연 4.78% 수준으로 소폭 하락할 예정이다. 국민은행이 연 4%대 후반의 금리를 내놓자 수분양자들 사이에서 고금리라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일반적으로 집단대출은 개인 주택담보대출보다 금리가 낮은 수준이지만, 연 4%대 중후반의 현재 은행권 주담대 수준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 차원에서 집단대출임에도 높은 수준의 금리를 제시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을 제외한 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주요 은행은 아직 포레온의 잔금대출 세부 내용을 결정하지 못했다.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은 현재 대출 상담은 하고 있지만 대출 한도와 금리는 미정이다. 가계대출 총량을 넘어선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검토 중이란 입장이다. 특히 신한은행은 연내 잔금대출을 취급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 기업은행은 연내 대출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안내하고 있고, 수협은행은 오는 15일 이후 상품 확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잔금대출의 경우 개인 주담대와 달리 대출이 빠르게 실행될 수 있다는 것이 은행권 설명이다. 이같은 분위기에 포레온 입주자 커뮤니티에서는 잔금대출을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 잔금대출을 받지 못하면 입주를 연기해야 하는지 등을 묻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현재 포레온 수분양자들은 잔금대출 금리 비교는커녕, 대출을 해주는 금융사가 있다면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현재 상담을 하고 있는 하나·농협은행은 조만간 국민은행 금리 수준으로 대출 신청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데, 4%대 중후반의 높은 수준이지만 입주자들은 별다른 선택지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총량규제가 연 단위로 끊기기 때문에 내년 초에는 은행들의 잔금대출 취급이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단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내년 초부터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어 은행들이 한도를 대폭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 기조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 등으로 규제를 더 조이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금리 인하 분위기가 멈추면 내년 초에도 지금의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며 “입주자들은 내년에도 기대했던 것보다 대출 선택의 폭이 좁아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