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호황기를 맞았다는 국내 조선주 주가가 최근 정체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증권가는 조선주가 올해 들어 급격히 상승세를 탄 데 따른 단기조정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마진훼손은 제한적이고 조선업 상승 사이클 구간에도 진입해 있어 11월 이후 회복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9월 25일부터 10월 11일까지 10거래일 간 9.32% 하락했다. 같은 기간 HD현대미포와 HD현대중공업,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도 각각 7.81%, 7.40%, 6.31%, 4.05%가 빠졌다. 조선주 하락은 지난달 24일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발표하며 철광석 가격이 급등한 탓이다. 철강업체들이 후판 가격을 인상하면 조선사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후판은 배를 만드는 데에 필요한 두꺼운 철판이다. 통상 선박 한 척당 후판이 차지하는 원가 비중은 20% 이상인데, 후판의 원재료가 철광석이다. 철광석 가격은 지난달 24일 톤(t)당 91.8달러 수준에서 거래됐으나, 이달 11일 기준 106.44달러에 거래됐다. 중국 조선사가 일감을 늘리고 있는 점도 국내 조선주엔 약점이다. 국내 조선사들은 올해 '대어급' 수주를 중국에 내줬다. 실제 중국 조선사들은 올해 발주된 7000TEU(1TEU는 가로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이상 컨테이너선 191척 중 177척(92.7%)의 계약을 따냈다. 지난달에는 세계 5위급 독일 선사 하팍로이드가 총 42억달러(약 5조5440억원) 규모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 추진식 컨테이너선 24척 건조 사업자를 뽑았지만, 중국 양쯔장 조선소와 뉴타임즈가 선정됐다. 국내에서는 HD현대와 한화오션 등이 입찰에 참여했지만, 수주를 따내진 못했다. 변용진 IM증권 연구원은 “홍해 사태로 급등한 운임 덕택에 증가한 컨테이너선 발주의 수혜를 한국이 받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제는 중국으로 먼저 향하고 있다"며 “8000TEU 이상 대형선 기준, MSC의 현재 운항중인 선박 건조 국가는 한국 43.2%, 중국 18.0%지만, 발주 잔고기준 건조 예정 국가는 한국 6.3%, 중국 87.4%로 바뀔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조선주 슈퍼사이클엔 변함이 없다는 의견이다. 철강 단가가 오르더라도 계약 선가에 충분히 전가가 가능한 상황이어서 마진훼손은 제한적이란 이유에서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 조선주 밸류에이션을 2026년 말 기준으로 하고 있어 그때까지 후판 가격 상승률과 조선주 실적 훼손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재는 공급 제한을 걸어놓고 선가를 높여 받는 형국"이라며 “조선 3사 일감은 약 3년치 이상으로 가득 차 있는 상황이어서 과거와 달리 판매자 주도의 시장으로 조선사의 가격 협상력은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조선업 상승 사이클 구간에서 후판 가격이 오르더라도 계약 선가에 충분히 전가가 가능한 상황"이라며 “건조 마진 훼손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또 중국이 수주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지만 엔진 생산 능력이 뒤떨어지면서 국내 업체 발주도 쏠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있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 우려는 이미 주가에 선반영 됐다"며 “3분기까지는 중국을 선호하는 고객사들을 중심으로 발주가 이어졌지만, 에버그린 등 한국 선박을 즐겨 찾는 고객사의 수주로 국내 조선사들이 시장점유율을 다시 회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윤하늘 기자 yhn770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