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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경영진 한 번 더 믿어보겠다” 소수주주 ‘기권’에 대림제지 이사진 유지

대림제지 임시 주주총회에서 소수주주들이 회사를 믿어보기로 결정한 끝에 이사진 구성이 유지됐다. 주요 안건인 기존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해임과 주주 제안 감사위원 선임에서 주주들이 논의 끝에 일부 기권 표를 던지면서다. 4일 열린 대림제지 임시 주총은 개정 상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합산 3%룰'이 적용된 주총이었다. 실제 표결에 부치면 지분 약 20%를 모아온 소수주주가 압도적 표차로 독립이사 및 감사위원을 교체할 수 있었지만, 현 이사진을 재신임한 셈이다. 대표이사는 이날 '당장 주주환원보다 생존을 위한 투자가 시급하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주주들은 “회사에 대한 시장 평가가 바뀔 수 있도록 주주에 대한 분배도 중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번 임총에서 소수주주가 지분을 모아 이사진을 교체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회사가 전향적으로 주주환원에 나설지 주목된다. 4일 경기도 오산시 대림제지 사무동 강당에서 임시 주주총회가 열렸다. 주주 10여명과 회사 대표이사 및 주요 임원들이 참석했다. 지난 7월 6일 소수주주들이 임시 주총 소집을 청구하면서 열린 것이다. 주주들은 기존 감사위원 3명을 모두 해임하고, 주주 제안 감사위원 2명을 선임하는 안건을 제안했다. 매년 100억원 넘는 순이익을 내는 회사가 수년째 주당 배당금 100원을 유지하는 등 주주환원책이 부족하다고 느낀 소수주주들이 힘을 모아 주주권을 행사한 것이다. 주주총회는 9시 정각에 시작했다. 주총 의장을 맡은 류창승 대표이사가 개회를 선언한 뒤 별도 발표 자료를 띄웠다. 류 대표는 '주주총회 설명자료' PPT를 한 장씩 넘기며 10여분간 회사가 당장은 주주환원보다 투자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했다. 류 대표는 “수직계열화를 위해서 투자해야 한다고 계속 말씀 드렸다"며 “수직계열화가 된 다른 회사는 큰돈이 들지 않아서 상대적으로 주주환원에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제지업계는 원료 확보부터 종이 생산, 포장재 및 완제품 제조까지 전 과정을 연결하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원가 절감과 수익성 강화를 꾀하고 있다. 대림제지는 과거 계열사였던 골판지 가공업체 동진판지를 친족간 경영 분리 과정에 2018년경 매각했다. 이어 “주가가 높다고 얘기하는 게 아니다"며 “100억원을 벌었다 치면 세금 내고, 배당하고, 자사주 매입·소각하면 50억원이 남는데, 회사 입장에선 50억원을 아껴두고 나중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림제지가 저평가 상태를 유지하는 것에 대한 해명도 내놨다. 요약하면, 제지업계 전체적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고, 그중에서도 대림제지는 평균 수준이라는 것이다. 대림제지는 올해 상반기 기준 PBR 0.33배다. 아세아제지(0.38배), 한국수출포장(0.34배), 한솔제지(0.25배) 등 동종업계 PBR은 대체로 낮은 편이다. 큰 규모의 공장과 기계설비 등을 보유한 자산주 특징으로 풀이된다. 이후 30여분간 주주들의 질문과 류 대표 답변이 이어졌다. 주주 강모씨는 “업계 평판도 좋고 대표께서 회사 운영도 잘 하고 있는 걸로 안다"면서도 “다만 주주 입장에서 중요한 건 시장의 평가"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회사는 주주 가치 훼손이 없을 것이다', '공정한 분배가 이뤄질 것이다'라는 메시지가 시장에 확실히 전달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주총 개최 전에 주식 분할과 자사주 20억원 취득 공시가 나온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강모씨는 “대림제지가 주주 환원과 성장 고민을 계속하고 이것이 행동으로 나타난다는 걸 보여주면 우리도 대표이사를 믿고 모든 걸 위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류 대표는 “최대주주로서 제가 가진 주식이 제일 많다. 주식 가치가 오르고 배당 많이 하면 저도 좋다"면서도 “그것도 중요하지만, 회사가 살아남는 것도 중요하다"고 답했다. 또다른 주주는 “주주환원을 하면서도 회사 성장을 할 수 있지 않냐"며 “둘은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주총 관전 포인트는 소수주주가 모아온 주식 수였다.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임·해임할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하는 제도가 처음 적용된 주총이었기 때문이다. 이 제도 덕분에 소수주주가 감사위원 선임·해임 표결에서도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감사위원 선임·해임 안건은 주총 특별결의 사항으로 참석 의결권 수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통과된다. 소수주주 측에 따르면, 이날 임총 전까지 소수주주들은 주식 수 173만4159주를 모았다. 약 60여명에 달하는 주주가 의결권을 위임했다. 이중에는 수십만주를 가진 이른바 '슈퍼개미'도 여러명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가진 지분 602만141주(68.5%)에 한참 못 미치지만, 감사위원 선임·해임 안건에서는 이들이 가진 지분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 해당 안건에서는 약 18만주만 의결권으로 행사할 수 있는 셈이다. 회사 측에서 의결권 대행 업체를 쓰고 임직원 주식 수를 모았지만, 약 30만주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날 주총은 소수주주 뜻에 따라 주요 안건을 심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소수주주 측 강모씨는 주총 개회 전 에 “표결로는 압도할 수 있지만, 이날 주총에서 회사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표결에서는 일부 주주가 기권 표를 던지면서 감사위원 해임 안건(1~3호)은 모두 부결됐다. 이들이 이사직은 유지하면서 회사 정관에서 정한 이사 수를 초과한다는 이유로 감사위원 선임 안건(4~6호)은 상정하지 않았다. 주주 강모씨는 “여러 고민이 많았지만, 회사가 먼저 주식분할과 자사주 취득에 대한 결의를 했고, 오늘 의안 상정 전에 대표께서 직접 회사 현황과 고민 등을 말해줬다"며 “우리가 그 부분을 100% 만족할 순 없지만, 회사가 나름대로 성실하게, 법규에 따라 주총 준비도 한 것을 봤기 때문에 경영진을 믿고 신뢰하는 결정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사회가 제안한 주식분할 안건(8~9호)은 의결권 행사 주식 기준 찬성 98.4%로 가결됐다. 해당 안건은 지난 정기 주총 때 주주가 제안했지만, 부결된 안건이다. 이에 대림제지 유통주식 수는 5배 늘어날 예정이다. 회사는 분할 목적으로 “유통 주식 수 확대를 통한 주식거래 활성화 및 주주가치 증대"라고 설명했다. 현재 대림제지 발행주식 총수 878만5000주에서 5배 늘어난 4392만5000주로 변경된다. 오는 10월 13일 신주를 상장할 예정이다. 주주 제안 감사위원 후보였던 한병우 주주는 “회사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임시 주총을 소집하고 마무리한 것을 존중한다"며 “향후에도 회사와 원만한 관계를 바탕으로 주주 환원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국민의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시장 왜곡·손실 책임 규명 촉구

국민의힘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사태와 관련해, 최근 증시 급등락으로 인한 개인투자자 손실 규모가 54조원에 이른다는 추정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 결정 과정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정책 도입 당시 충분한 위험성 평가와 투자자 보호 대책이 마련됐는지, 그리고 청와대·국무조정실·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사이에 오간 보고와 지시 사항을 국정조사를 통해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국민의힘은 4일 국회 의안과에 '특정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품에 의한 시장 왜곡과 개인투자자 손실에 대한 책임 소재 규명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당론으로 제출했다. 김승수 원내수석부대표, 김미애 정책수석부대표, 그리고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 서일준 의원이 직접 요구서를 접수했다. 이들은 많은 국민이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안인 만큼 여당이 국정조사에 반대할 명분이 없다고 강조하며, 문제점이 드러날 경우 즉시 특별검사 도입에도 합의해 줄 것을 촉구했다. 임이자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사태의 본질은 위험한 상품이 졸속 도입되어 개인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안겼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임 정책위의장은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상품 도입을 밀어붙였고, 금융당국이 신속하게 승인한 뒤 사태가 발생하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책임 회피성 발언을 했다고 꼬집었다. 또한, 상품 도입을 압박한 김 전 실장과 감독 책임자인 이 금감원장의 아들 모두가 해당 상품으로 막대한 수수료를 챙긴 미래에셋 자산운용에 근무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정책 권력과 금융업계 사이의 커넥션 의혹도 제기했다. 국민의힘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도입 과정과 그에 따른 시장 왜곡, 개인 투자자 손실 문제를 국정조사에서 철저히 파헤치겠다는 입장이다. 서일준 의원은 이번 국정조사 요구가 정쟁이 아니라 민생을 위한 것임을 강조하면서, 도입 과정과 문제점 분석, 책임 소재 규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에도 국정조사 협조를 거듭 요구했다. 장동혁 대표 역시 전날 발언을 통해, 청와대와 국무조정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 모두가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하며, 이른바 '이재명 정권의 ETF 게이트'에 대해 특검 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상주 기자 redphoto@ekn.kr

[특징주] 로보티즈, 2분기 흑자전환…두자릿수↑

4일 장 초반 로보티즈가 강세다. 출하량 확대로 매출이 커지고 흑자로 돌아서며 투자심리가 활성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현재 로보티즈는 전 거래일 대비 5만1000원(20.52%) 오른 29만9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로보티즈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154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9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0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중국 매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로보티즈의 중국 매출은 최근 2년간 분기 평균 5억원 수준에 머물렀지만 올해 2분기 15억원으로 늘었다. 중국 지역 출하량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54% 증가했다. 김선봉 KB증권 연구원은 “로보티즈는 중국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증설 계획을 보유해 추후 양산성 확보와 함께 고정비 감소에 따른 경쟁력 확보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김태환 기자 kth@ekn.kr

“반도체는 여전히 원픽, 바벨 전략으로 변동성 방어”…신한운용 김정현 그룹장[ETF 딥다이버]

코스피 지수가 6000선을 돌파하지 못하고 있다. 6월 말부터 이어진 조정 국면이 길어지는 모양새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사업그룹장은 지금 국면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변수로 미국 국채 금리를 꼽았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는 굳건하지만, 최근 미국 국채 금리 급등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빅테크 기업은 자기자본이 아닌 회사채를 발행해 데이터센터를 짓고 반도체를 사들이는 만큼, 금리가 계속 높은 상태를 유지하면 투자 속도가 예상보다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다만 7월 말~8월 초 실적 발표 당시, 미국 빅테크가 설비투자를 당분간 더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힌 점은 긍정적인 신호로 꼽았다. 최근 변동성 장세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규제 이후에도 상반기 과도했던 반도체 쏠림이 되돌려지는 '여진'이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금융위기 때보다 낮은 5배 초반까지 내려온 만큼 정상화 과정의 마지막 노이즈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 투자자에게는 반도체를 여전히 최우선 종목으로 꼽되, 고배당주·금융주·화장품주 등 방어적 성격의 종목을 함께 담는 '바벨 전략'으로 포트폴리오 변동성을 관리할 것을 권했다. 상장지수펀드(ETF) 사업에서는 커버드콜 전략의 다음 차별화 방향, 상장 100일 만에 8조원 넘게 자금을 모은 히트 상품 'AI반도체TOP2플러스'의 설계 배경, 그리고 업계의 보수 인하 경쟁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그는 “보수 경쟁보다 포트폴리오 차별화와 성과로 대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그룹장을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신한자산운용 본사에서 만나 최근 시장과 ETF 전략에 대해 물었다. 아래는 인터뷰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Q. 반도체주 조정이 길어지고 있다. 최근 시장을 어떻게 진단하나. =HBM과 AI반도체 수요가 굳건하다는 건 여전히 확인되지만, 예의주시해야 할 변수가 하나 생겼다. 미국 금리다. 빅테크들이 설비 투자를 늘리려면 채권 발행 등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최근 미국 10년·30년물 금리가 계속 고점을 유지하고 있다. 조달 비용이 커지면 예상했던 투자 확대가 주춤할 수 있다. 다행히 7월 말~8월 초 미국 빅테크들의 실적 발표에서 실적보다 중요한 전망치(가이던스), 즉 설비 투자를 더 늘리겠다고 언급했다. 관건은 지금의 금리 오버슈팅이 안정을 찾느냐다. 안정화된다면 반도체는 오히려 더 빠르게 리바운드할 환경이 갖춰질 것이다. Q. 단일종목 레버리지 규제 이후에 증시 변동성이 다소 줄긴 했지만, 이전보단 큰 편이다. 원인은 어떻게 보나. =올 초부터 이미 시장이 유례없이 빠르게 상승하며 특정 업종으로 쏠림이 과도했다. 다른 업종도 이익 측면에서 괜찮은 성장세를 보였는데도 돈이 한쪽으로만 쏠린 게 문제였다. 이 쏠림이 되돌려지는 과정에서 AI 투자 정점 논란까지 겹치며 7월에는 오히려 과도하게 빠지기도 했다. 지금 변동성은 그 여진이라고 본다. 다만 코스피 12개월 선행 PER이 금융위기 때보다도 낮은 5배 초반까지 내려와 있어, 정상화로 가는 과정의 마지막 노이즈를 걷어내는 단계로 본다. Q. 이런 장세에서 투자자에게 어떤 포트폴리오 조정을 권하나. =1픽은 여전히 반도체다. 실적과 성장성 측면에서 가장 좋은 선택이라는 판단에 변함이 없다. 다만 상반기에 경험했듯 한쪽으로 쏠린 포트폴리오는 변동성도 그만큼 커진다. 시장에 별다른 이슈가 없을 때는 반도체가 끌고 가겠지만, 변수가 생기면 고배당·은행·화장품주 같은 방어적 종목이 버텨준다. 이 둘을 함께 가져가는 '바벨 전략'으로 포트폴리오를 짜면 변동성을 제어하면서도 시장 대비 초과 성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실제 지난달 변동성이 커졌을 때도 은행·고배당·화장품주는 반도체와 다른,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Q. 변동성 장세에 인컴형 ETF 투자가 부각되고 있다. 월배당 ETF는 이제 거의 모든 운용사가 갖고 있는데, 다음 승부수는. =인컴형이라고 하면 과거엔 배당주였지만, 이제는 커버드콜 전략을 활용해 다양한 자산군에서 현금흐름을 만드는 게 일반화됐다. 다음 방향은 두 가지다. 하나는 채권 혼합형처럼 커버드콜 외의 인컴 자산군으로 다양성을 넓히는 것, 다른 하나는 커버드콜 전략 자체를 더 정교하게 세분화하는 것이다. 전체 자산에 옵션을 매도해 변동성을 최소화하려는 투자자가 있는가 하면, 일부 자산만 옵션 매도하고 나머지는 상승분에 더 참여하려는 투자자도 있다. 신한운용은 지난해 금에 커버드콜 전략을 적용한 상품을 유일하게 선보이기도 했다. 단순히 분배 주기만 바꾼 상품을 늘리기보다, 옵션 매도 비중을 투자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하거나 운용사가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액티브한 상품까지 함께 고민하고 있다. Q. 올해 히트 상품인 'AI반도체TOP2플러스'는 어떻게 탄생했나. =기존 반도체 ETF들이 이미 5조~10조 원 규모로 자리 잡은 시장에 우리가 100억원 규모로 뛰어들면서 똑같은 상품을 내봐야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을 게 뻔했다. 그래서 기존 반도체 업종 리스트를 그대로 담기보다, 'AI반도체 산업이 앞으로 어떻게 확산할 것인가'라는 로드맵을 새로 그렸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당연히 들어가지만, 여기에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분야 글로벌 톱2인 삼성전기를 유의미하게 포트폴리오에 반영했다. 올해 3월 기준 국내 어떤 반도체 ETF에도 삼성전기는 포함돼 있지 않았다. SK스퀘어도 마찬가지다. 상품을 만들 당시엔 지주회사로 분류돼 있었지만, 지분법 기준 순자산가치의 90%대 중반이 SK하이닉스였다. ETF는 한 종목 편입 비중이 30%를 넘을 수 없다는 규정이 있는데, SK스퀘어를 편입하면 사실상 하이닉스에 대한 투자 비중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로드맵에 걸리는 기판업체 등 소부장 기업들까지 반영해 방법론을 짰고, 에프앤가이드와 함께 지수를 만들어 3월 17일 상장했다. Q. 수많은 반도체 ETF 중에서 고객이 'SOL AI반도체TOP2플러스'를 선택한 이유는 뭐라고 보나. =상장 초 한 달가량은 소강 상태였지만, 삼성전기와 SK스퀘어를 담은 포트폴리오가 다른 반도체 ETF 대비 압도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면서 자금이 몰리기 시작했다. 처음 두어 달 만에 대형 반도체 ETF와의 성과 차이가 20% 이상 벌어졌고, 상장 100일 만에 8조원을 모았다. 이후 타 운용사도 포트폴리오를 개편하며 지금은 대동소이해졌지만, 여전히 남은 차별점이 있다. 우리를 따라온 상품은 대장주 4종목 비중이 80~90%에 달하지만, 우리는 처음 설계 때부터 소부장 기업 비중을 유의미하게 채워왔다. 밸류체인 전반이 함께 성장하는 국면에서는 이 부분이 또 다른 성과 차별화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본다. Q. 업계 전반적으로 인기 상품을 서로 모방하고 보수를 낮추는 경쟁이 반복되고 있다. 신한운용은 이 '치킨게임'에 어떻게 대응하나. =보수 경쟁은 제 살 깎아 먹기라는 걸 다들 알면서도 다들 뛰어드는 게 현실이다. 우리는 내부적으로 대표지수, 전략·테마지수, 섹터·성장테마 등 종류마다 보수 기준을 정해두고 상품을 설계한다. 2022년 말 5bp로 낸 '미국배당다우존스' ETF가 단기간에 3000억원을 모으자, 경쟁사가 훨씬 낮은 보수로 따라오면서 결국 지난해 대부분 상품이 1bp 미만까지 내려갔다. 신한운용만 5bp를 유지하다 결국 올 초 같은 수준으로 낮췄다. 보수를 1bp, 0.5bp 낮추는 건 투자자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 반면, 오히려 호가 스프레드나 괴리율 관리가 투자자에게 훨씬 의미가 크다. 우리는 포트폴리오 차별화와 성과로 승부하고, 매매 환경과 괴리율 관리에 더 집중하려 한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트러스톤, 태광산업에 공개서한 “경영협의회 실체 밝혀야”

태광산업 2대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이하 트러스톤)은 태광산업 이사회에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실체와 회사의 관계를 묻는 공개서한을 3일 발송했다. 트러스톤은 설치와 운영 근거가 없는 경영협의체가 12년 넘게 그룹 경영을 좌우해 왔다고 지적했다. 30일 안에 성실한 답변이 없으면 임시주총 소집 청구 등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태광산업 경영협의회는 계열사 간 경영 지원을 목적으로 2014년 설치됐다. 경영 전략과 기획, 홍보실, 인수합병(M&A) 전담 부서 등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러스톤은 경영협의회를 “유령 같은 기구"로 규정했다. 법인격도 설치 근거도, 공시된 바도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트러스톤은 “태광산업의 정관, 사업보고서,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어디에도 경영협의회는 등장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트러스톤은 태광산업 주요 경영 결정이 경영협의회 손을 거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태광산업이 자기주식 전량 대상으로 한 3186억원 교환사채 발행 강행과 철회에도 경영협의회 간섭이 있었다고 트러스톤은 판단했다. 앞서 지난 7월 14일 트러스톤은 주주서한을 통해 태광산업 배당 성향을 상장사 평균 수준으로 높일 것을 요구했다. 태광산업의 최근 20년간 평균 배당성향은 1%에 불과하다는 게 트러스톤의 지적이다. 그러자 태광산업은 지난달 13일 회신에서 “2027년 지급되는 2026년 결산배당의 주당 배당금을 전년 대비 상향하겠다"고 답했다. 트러스톤 관계자는 “20년간 평균 배당 성향 1%였던 회사가 내놓은 답이 목표 수치 없는 '상향 방향 추진'이라면 사실상 무의미한 답변"이라며 교환사채 발행 강행과 철회, 방향성 없는 밸류업 계획, 형식적 회신까지 협의회 간섭이 있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런 판단을 근거로 트러스톤은 태광산업 이사회에 △경영협의회의 정확한 명칭과 설치 근거 △의장·부의장·구성원 명단과 산하 조직 편제·인원 공개 △이호진 고문의 경영협의회 참석 또는 출근 여부 등을 포함한 질의 10개에 답할 것을 요청했다. 트러스톤은 △경영협의회의 실체를 사업보고서와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공시할 것 △이사회 부의 안건에 대해 경영진이 사전에 경영협의회나 이 고문 등과 의견을 교환·협의한 사실이 있다면 이사회 의사록에 기록할 것 등 조치 5개도 함께 요구했다. 트러스톤은 “태광산업 이사회가 회신을 거부하거나 형식적 답변에 그친다면, 경영협의회와 태광산업의 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회계장부 열람 등사 청구 △감사위원회에 대한 감사 청구 △책임 있는 이사에 대한 주주대표소송 △임시주총 소집 청구 등 주주로서 행사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금리 급등보다 무서운 ‘고금리 고착’…코스피 할인율 부담 커진다

주요국 장기국채 금리가 급등하며 코스피지수가 출렁였다. 문제는 일시적인 '금리 발작'을 넘어 장기금리의 하락을 제약하는 요인이 중첩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동발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에 더해 주요국 재정적자와 인공지능(AI) 투자 사이클, 경제 성장세 등이 장기금리를 높은 수준에 머물게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코스피지수는 3.99% 급락했다. 주요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가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채 금리가 오르자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약화되면서다. 전일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4.8%를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파악됐다. 이날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30년만에 처음으로 3%를 기록했다. 이 같은 금리 급등의 직접적인 원인은 중동발 유가 상승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유조선 피격과 미군의 추가 공습이 이어지자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90 달러 수준에 바짝 다가섰다. 중동발 유가 상승은 물가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 물가 상승 우려가 이번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상 경계감을 부추기면서 장기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중동발 유가 충격 완화되더라도 금리를 떠받치는 다른 요인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주요국 재정 적자와 이에 따른 국채 공급, 경제 성장세와 투자 수요 확대 등도 금리 하락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미국의 국가부채는 40조 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 수준으로 불어났다. 미국·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며 미국 정부는 막대한 재정 적자에 직면하고 있다. 시장은 미국 정부가 이 같은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릴 가능성을 우려하는 모양새다. 국채 공급이 늘어나면 채권값이 하락하며 금리에 상방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견조한 경제 성장세 역시 장기금리의 하락을 어렵게 만드는 변수로 거론된다. 경기가 예상보다 강하면 물가 압력이 커질 수 있어서다. 물가 압력이 커지면 중앙은행이 긴축 기조를 완화할 여지가 줄어든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금리를 인상하면서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3.3%, 2.9%로 상향 조정했다. 여기에 AI 투자 사이클도 맞물렸다는 관측이다. 대규모 투자가 수요를 자극해 성장률과 물가를 끌어올리면서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데이터센터 건설에 필요한 구리와 전력, 특수 가스 등 원자재 수요가 늘어났고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초거대 클라우드 사업자(하이퍼스케일러)가 투자금을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하면서 국채의 투자 매력이 떨어진 점도 국채 금리 상승을 뒷받침했다는 분석이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AI 투자 사이클은 단기적으로 총수요를 자극해 성장과 물가에 상승 압력을 가하고, 이는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를 강화시킨다"며 “이는 채권시장에서 장기 국채의 매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통화정책만으로 장기금리 방향을 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앞서 미국 재무부가 장기 국채 매입 규모를 늘려 금리 상승에 대응했을 때도 효과는 일시적이었다는 평가다. 미국 재무부가 장기 국채 바이백 규모를 회당 20억 달러에서 최소 40억 달러로 늘렸지만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인 5.3%대에 근접한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고금리 추세가 이어질 경우 코스피의 밸류에이션에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리가 높아지면 기업의 미래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할인율과 투자자의 요구수익률이 함께 높아질 수 있어서다. 기업의 이익 전망이 유지되더라도 할인율이 상승하면 주식에 부여할 수 있는 적정 가치가 낮아질 수 있다. 최제민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주요국 재정 적자와 투자 수요가 금리를 올리는 구조적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투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자금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것이고 금리가 충분히 높지 않다는 것과 동의어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높은 투자 수요가 이어지면 금리가 내려가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김태환 기자 kth@ekn.kr

[특징주] 엠아이큐브솔루션, 국책과제 2건 선정…이틀째 상한가

엠아이큐브솔루션이 3일 장 초반 상한가를 기록했다. 국책과제 2건에 선정됐다는 소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42분 현재 엠아이큐브솔루션은 전 거래일 대비 29.86% 뛴 287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상한가다. 엠아이큐브솔루션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피지컬 인공지능(AI) 기반 소프트웨어(SW) 플랫폼 연구개발 사업의 국책과제 2건에 공동연구 개발기관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과제는 피지컬 AI 소프트웨어 표준화·설계 구축과 디지털트윈 가상환경 기술 개발 등이다. 연구기간은 2030년 말까지이며 엠아이큐브솔루션에 배정된 정부지원 연구개발비는 총 61억원이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특징주] ‘상폐’ 코이즈, 정리매매 첫날 50%대 급락

시가총액 미달로 상장폐지 결정을 받은 코이즈 주가가 정리매매 첫날 장 초반 50%대 하락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9시 15분 코이즈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50.60%(255원) 내린 249원에 거래되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 코이즈는 지난 1일 시가총액 200억원 미달로 인해 최종 상장폐지 결정을 받았다. 이날부터 오는 11일까지 정리매매를 거쳐 14일 최종 상장 폐지될 예정이다. 코이즈는 시가총액 관련 규제 강화 이후 1호 퇴출 사례다. 정리매매 기간에는 가격 제한 폭 없이 거래할 수 있다. 개장부터 폐장까지 30분 간격으로 단일가격에 의한 개별경쟁매매가 이뤄진다. 코이즈는 지난 6월 5일 시가총액 200억원을 30거래일간 밑돌면서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이후에도 코이즈는 200억원을 넘기지 못하면서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됐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환경오염·부채 은폐, 강제수사하라”…낙동강 주민들, 영풍 장 고문 고발

영풍 석포제련소의 수천억 원대 환경정화 비용 축소·누락 사태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형사 수사 국면에 진입했다. 금융당국의 역대 최대 규모 과징금 부과에 이어, 영풍의 회계 분식과 감사 방해 행위에 대해 검찰이 본격적인 고발인 조사에 착수하면서 사태는 영풍의 실질적 지배자인 장형진 고문의 책임 규명으로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낙동강 상류 환경피해 주민대책위원회와 영풍제련소 봉화군대책위원회는 지난달 31일 대책위 대표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해 영풍 및 장형진 고문 등을 상대로 제기한 고발 사건의 고발인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지난 1월 환경부가 국회에 공개한 석포제련소 토양 정화비용 예상액과 영풍이 2024년 반기보고서에 반영한 충당부채 간에 약 956억 원의 차이가 발생한다는 점을 포착하고, 자본시장법 및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로 영풍과 장 고문을 고발했다. 대책위 분석에 따르면 영풍이 공시한 2024년 반기순이익은 약 253억 원이었으나, 누락된 환경정화비용 약 1,000억 원을 정석대로 반영할 경우 영업 실적은 단숨에 700억 원 이상의 적자로 반전된다. 대책위는 “대규모 손실을 입은 기업이 정화비용을 자의적으로 축소해 흑자 기업으로 위장한 것은 투자자의 판단을 심각하게 왜곡하는 자본시장법상 '중요사항 거짓 기재'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역시 정밀 감리를 통해 영풍의 '고의적 회계위반'을 확정했다. 증선위 조사 결과 영풍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년간 보유하고 있던 토양 정밀조사 결과와 정화계획서 등 신뢰성 높은 정부 제출 자료를 외부감사인에게 숨긴 채 총 8,474억 원 규모의 향후 정화비용을 축소·누락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금융위는 영풍에 회계위반 단일 사건 기준 역대 최대인 204억 7,41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전 대표이사 해임권고 및 3년간 감사인 지정 조치를 의결했다. 최근 공개된 증선위 의사록에 따르면 외부감사인은 “감사 당시 변경된 정부 공문과 추가 정화계획서, 조업정지 손실 보고서 등을 회사로부터 전혀 제시받지 못했다"며 “자료가 투명하게 제공됐다면 회계처리 수정을 강력히 권고했을 것"이라고 진술해 영풍 측의 의도적인 감사 방해 정황을 뒷받침했다. 대책위는 영풍의 환경복구 의지 부재도 거세게 비판했다. 봉화군이 2021년 발령한 토양오염 정화명령의 이행 기한(2023년 6월)까지 영풍이 완료한 정화율은 면적 기준 1공장 16.0%, 2공장 4.4%에 불과했다. 정화 이행은 뒷전으로 미룬 채 부채를 은폐해 온 행태는 오염 피해를 낙동강 유역 주민들에게 전가하겠다는 책무 유기라는 지적이다. 수사의 화살은 이제 영풍의 실질적 지배자인 장형진 고문에게 향하고 있다. 장 고문은 2015년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으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기업집단 영풍의 동일인(총수)으로서 경영 전반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이와 관련해 서울경찰청 수사심의위원회도 최근 석포제련소의 낙동강 중금속 오염 의혹과 관련해 장 고문의 환경범죄단속법 및 토양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서 재수사하도록 의결한 바 있다. 대책위는 “검찰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즉시 착수해 조직적 회계분식과 감사방해의 실체를 밝히고, 총수인 장형진 고문의 최종 책임 소재를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영풍 측은 금융당국의 제재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 및 집행정지를 신청했으며, 서울행정법원은 본안 판결 시까지 일부 조치의 효력을 정지했다. 그러나 이미 퇴임한 전 대표이사에 대한 해임권고 상당 조치 등 핵심 제재에 대한 집행정지는 기각되면서, 법정 공방과 검찰 수사를 둘러싼 영풍의 사법 리스크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박상주 기자 redphoto@ekn.kr

티케이지애강, 2차 공개매수 돌입…주주 ‘900원에 떠나라?’[상폐워치]

티케이지태광이 상장 계열사 티케이지애강을 상장폐지시키기 위한 2차 공개매수에 돌입했다. 태광은 1차 공개매수 때와 같은 주당 900원에 애강의 남은 지분을 모두 사들일 계획이다. 소액주주들은 주당순자산가치(BPS) 1500원대에도 못 미치는 헐값이라고 반발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공정가액 산정방식 개정안 시행 전 싼값에 자진 상장폐지 시키기 위해 서두르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티케이지애강(이하 애강) 최대주주인 티케이지태광(옛 태광실업, 이하 태광)은 애강 주식 1607만6041주를 주당 900원에 공개매수한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최대주주 보유 지분을 제외한 유통물량 전량으로, 매입에 필요한 자금은 144억원가량이다. 태광은 이 자금을 전액 자기자금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태광은 애강 발행주식 68.9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지난 1차 공개매수 때 주식 1110만1047주를 사들여 지분이 21.43%포인트 늘었다. 이번 공개매수 물량은 태광이 보유한 주식을 뺀 애강 유통주식 전부다. 태광은 공개매수 추진 목적을 자진 상장폐지라고 명시했다. 태광은 건설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애강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주가도 하락한 것을 상장폐지 이유로 들었다. 공개매수 배경으로 ▲산업 환경 악화에 대한 대응력 제고 ▲주가 하향과 유동성 저하에 따른 소액주주 자금회수 기회 제공 ▲상장 유지비용 절감 및 경영 자원 재분배 등을 꼽았다. 애강은 배관과 소방설비를 만드는 회사다. 주로 아파트 등 건설현장에 공급하는 급수·난방·소방 배관과 스프링클러 헤드, 유수제어밸브 등을 만들어 팔고 있다. 둘 다 건설경기에 직접 연동된다. 애강 매출 대다수는 신규 아파트나 건물 착공 물량에서 나오는데, 고금리, 부동산PF 부실, 미분양 증가 등으로 전방 수요 자체가 위축됐다. 이에 2023년까지 흑자를 내던 애강은 2024년부터 2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도 적자를 냈다. 태광은 애강 주식을 주당 900원에 사들일 계획이다. 지난 3월 진행한 1차 공개매수 때와 같은 가격이다. 태광은 최근 1년간 시장가격에 할증률 50%를 적용해 주당 가격을 산정했다고 밝혔다. 애강은 공개매수신고일로부터 지난 1년간 510~895원에서 횡보했다. 공개매수신고서 제출 전날 종가(600원)보다 50% 할증한 금액이다. 주주들이 가장 반발하는 지점은 공개매수 가격이다. 주당순자산가치(BPS) 1576원에도 못 미치는 헐값에 사들인다는 것이다. 주당순자산가치는 회사가 문을 닫고 모든 자산을 팔아 빚을 갚은 뒤 주주에게 돌려줄 수 있는 1주당 몫을 뜻한다. 청산가치라고도 불린다. 주가순자산비율(PBR)도 2년 연속 1배 미만을 밑돌고 있다. PBR 1배 미만은 장부가치보다 싸게 거래된다는 의미다. 지난 6월 30일 기준, PBR 0.36배에 불과하다. 공개매수가(900원)를 적용해도 PBR은 0.57배에 머문다. 최대주주가 제시한 공개매수가도 장부상 순자산가치보다 저렴한 것이다. 애강에 수억원을 5년 넘게 투자했다는 주주 A씨는 “1차 공개매수 때 팔지 않은 사람들은 평단가 2500원 이상에 물린 사람들이 수두룩하다"며 “누가 BPS에도 못 미치는 900원에 팔겠냐"고 말했다. 소액주주들은 지난 1차 공개매수 때 공개매수 가격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시장 가격보다 높게 산정되어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평소에 주가를 실컷 눌러놓고 '50% 더 높게 사주는 데 뭐가 문제야'라는 식으로 나오면 그건 잘못된 것"이라며 “100원짜리 주식을 20원으로 만든 다음에 50원에 공개매수하면 주주 입장에서는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태광이 원하는 대로 이사회 결의만으로 자진 상장폐지를 신청하려면 최대주주가 발행주식총수의 95%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애강은 발행주식총수 5179만4579주 중 약 4920만주를 넘겨야 하는데, 2차 공개매수 시작 전 태광이 보유한 주식은 3571만주가량이다. 95%를 채우려면 2차 공개매수 목표 물량 중 84% 이상이 응모해야 하는데, 1차 공개매수 응모율이 40.85%에 그쳤던 전례를 감안하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95%를 채우지 못한다고 해서 상장폐지 자체가 무산되는 것은 아니다. 상법상 '포괄적 주식교환'을 활용하면 더 낮은 지분율로도 소수주주를 강제로 내보내고 상장폐지를 완료할 수 있다. 이 방식은 주주총회 특별결의만 통과하면 된다. 주총 특별결의는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으로 통과된다. 이미 태광이 보유한 지분(68.96%)만으로도 이 요건을 충족한다. 극단적으로 소액주주 전원이 주주총회에 참석해 반대표를 던지는 시나리오를 가정해도, 68.96%는 의결정족수 3분의 2(66.67%)를 넘는다. 이론적으로는 2차 공개매수 응모율이 0%에 가까워도 태광이 상장폐지를 밀어붙일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95%에 못 미치는 지분으로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상장폐지에 성공한 사례는 여럿이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2020년 모회사 지분율 69.45% 상태에서, 부산도시가스는 2021년 SK E&S 지분율 84.34% 상태에서 각각 현금교부형 주식교환으로 상장폐지를 완료했다. 태광 역시 공개매수신고서에 “2차 공개매수로도 자진 상장폐지 요건을 채우지 못할 경우 포괄적 주식교환 등을 통해 완전자회사화 절차를 이어가겠다"고 명시해뒀다. 주주 A씨는 “900원에 팔 거라면 1차 때 참여했을 것"이라며 “상폐되든, 포괄적 주식교환을 하든, 지금 버티는 사람들은 없는 돈이라고 생각하고 버티는 것"이라고 말했다.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한 소수주주 축출은 그동안 논란의 대상이었다. 상장사가 지배주주와 합병이나 주식교환 가액을 정할 때 그동안은 '최근 시가'를 기준으로 삼았는데, 시장가격이 저평가된 시기를 선택해 주가를 누른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이런 논란 끝에 지난달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상장사가 계열회사와 합병하거나 포괄적 주식교환을 할 때 적용하는 가액 산정 기준을 '시가'에서 '공정가액'으로 바꿨다. 공정가액은 시가에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등 기업 내재가치도 반영해야 한다. 반대주주가 행사하는 주식매수청구권 가격도 협의가 안 되면 공정가액을 기준으로 산정하도록 했다. 이사회는 가액 적정성 의견서를 공시해야 한다. 계열사 간 거래는 경영진이 아닌 감사위원회가 외부평가기관을 직접 선정하도록 해 '주문형 평가'를 막는 장치도 담겼다. 이 법은 정부 이송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 후 3개월 뒤 시행된다. 아직 공포 전이라 정확한 시행일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애강의 2차 공개매수 종료일(9월19일)보다는 한참 뒤가 될 전망이다. 즉 태광이 법 시행 전에 포괄적 주식교환을 위한 이사회 결의까지 마친다면, 소액주주를 내보낼 가격을 공정가액이 아닌 옛 기준(시가)으로 정할 수 있다. IB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공개매수 가격 산정은 보통 최근 시가를 평균해서 정한다"며 “멀쩡한 기업이 자진 상폐를 할 일은 없고 대부분 주가가 엉망인 경우에 자진 상폐를 하는데, 그럼 주주들이 반발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정가액 산출 방안은 본회의를 통과하고 시행을 앞두고 있다"며 “그 전에 좀 싸게 사들여 비상장으로 돌아가려는 막차를 탄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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