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장사가 실제 실적 발표에 앞서 미래 실적을 예측해 공개하는 '전망공시'가 투자 판단에 유용한 정보로 확인됐다. 전망치가 주가에 선반영되면서 실적 발표에 따른 시장 충격을 줄이는 효과도 나타났다. 그러나 이를 활용하는 상장사는 극소수에 그쳤고, 공시 내용마저 부실한 경우가 많았다.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늘리고 정보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30일 '전망공시의 현황과 특성 및 정보가치'를 주제로 이슈 브리핑을 열었다. 이하윤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2002~2025년 한국거래소 공시시스템(KIND)에 올라온 전망공시 5796건을 전수 분석한 뒤 이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전망공시는 경영진이 향후 매출·영업이익 등 실적 예상치를 투자자에게 직접 알리는 자율공시다. 분기·연간 실적 공시가 이미 지나간 성과를 보여준다면, 전망공시는 내부자만 아는 사업계획을 바탕으로 미래를 보여준다. 공정공시 대상이어서 내용이 바뀌면 정정해야 한다. 자본연 분석 결과, 전망치가 기존 기대와 얼마나 다른지에 따라 주가는 뚜렷하게 반응했다. 기업이 공시 직전 애널리스트 컨센서스보다 높은 매출 전망을 내놓으면 주가는 올랐다. 반대 경우엔 주가가 하락했다. 전망이 정확할수록 실적 발표날 주가 충격도 작았다. 전망치와 실제 실적 오차가 20% 이내인 기업은 실적 발표 시점 주가 변동폭이 작았다. 미래 실적 정보가 전망공시를 통해 미리 주가에 반영됐다는 의미다. 이 연구위원은 “시장이 전망 내용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는 것은 전망공시에 그만큼 유의미한 정보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전망공시는 장기간 줄었다. 전망공시 기업 비율은 유가증권시장이 2008년 약 21%, 코스닥이 2006년 약 20%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떨어졌다. 지난해 말 기준 유가증권시장은 약 7%, 코스닥은 약 1%만 공시했다. 산업별로는 가입자 수 등으로 실적을 예측하기 쉬운 통신서비스만 최근 8년(2018~2025년) 42.6%로 높았고, IT는 2.5%에 그쳤다. 질적 한계도 컸다. 전체 전망치의 98%가 하나의 숫자만 제시하는 '점 추정' 방식이었다. 상·하한 범위를 제시한 '구간 추정'은 2%에 불과했다. 영업이익 전망은 실제보다 높게 잡는 낙관적 경향이 뚜렷했다. 영업이익 예측 오차(중앙값)는 20.8%로 매출액(8.8%)의 두 배를 넘었다. 이 연구위원은 “5800건 정도를 일일이 살펴보면서 기업들이 제공하는 전망의 근거가 너무 형식적인 설명에 그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며 “단순히 회사 내부 사업계획을 바탕으로 작성했다는 수준인 사례가 대부분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전망공시가 줄어든 배경으로 기업의 정정·관리 부담과 전망이 빗나갔을 때의 책임에 대한 불확실성을 꼽았다. 현행 거래소 규정은 합리적 근거에 기초해 성실하게 작성하고 가정과 주의 문구를 명시하면 일정한 면책을 인정한다. 그러나 어떤 근거를 합리적이라고 볼지 구체적 기준이 없어 기업이 사전에 판단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다만 전망 내용이 빗나가 불성실공시 제재를 받은 사례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위원은 개선 방향으로 △면책 적용 기준과 사례 구체화 △매출 성장률·판매량·수주잔고·환율 등 핵심 가정 제시 유도 △정정공시를 자연스러운 정보 갱신 과정으로 정착 △합리적 범위의 구간 전망 확대 등을 제시했다. 미국은 미래예측 진술임을 밝히고 위험요인을 충실히 설명하면 면책(세이프하버)을 준다. S&P500 기업의 매출 가이던스에서도 구간 전망이 점 추정보다 많다. 이 연구위원은 “기업이 합리적인 근거에 기반한 미래정보를 자발적으로 제공하도록 유도하면서 정보의 질과 투자자 보호를 함께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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