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카드업권의 카드론 규모가 43조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 수준으로 치솟았다. 당국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이어 총 물량을 줄이는 카드를 예고했지만, 자영업자나 취약계층의 급전 자금 창구가 막히면 대부업이나 사금융 쏠림이 짙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신용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의 지난 3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전월 말(42조9021억원) 대비 0.2% 증가한 42조9941억원으로 집계됐다. 종전 최대치는 지난해 2월 42조9888억원으로, 이를 넘어선 역대 최대치다. 카드론 잔액은 지난해 12월 말 가계대출 관리 기조 영향에 전월 대비 감소했다가 올해 초 들어 수요가 다시 늘면서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여왔다. 이에 지난 1월 42조5850억원, 2월 42조9021억원 수준을 보였다가 3월 최고 수준까지 올라섰다. 카드론은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 기조에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앞서 당국은 카드론을 신용대출로 분류하면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와 연소득 100% 이내 한도 제한 등을 적용해 차주별 대출 가능 금액을 크게 줄였다. 차주 단위 규제로 여러 카드사에서 대출을 받는 행위도 막은 상태다. 그러나 각종 영향에 카드론 규모가 유의미한 축소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1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상승하자 대출이 막힌 차주들이 2금융권인 카드론으로 몰리는 '풍선효과'로 인해 실질적인 규모 축소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고물가와 경기 둔화가 이어지자 서민들로부터 나타난 급전 수요도 커지고 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물가가 오르면서 소상공인과 개인사업자 등 취약계층의 긴급 자금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다. 경기 둔화는 카드론을 갚지 못해 다시 대출을 받는 '대환대출'과 결제성 리볼빙 이월 잔액도 증가시켜 전체 대출 규모를 늘리고 있다. 카드론은 일반 은행 신용대출과 달리 담보 및 보증이 없고, 복잡한 심사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비교적 간단한 대출창구다. 서민들의 급전 창구로 쓰이는 '불황형 대출'로 불린다. 카드사들 입장에선 본업 수익성이 줄어 할부와 카드론 등 이자성 수익에 대한 의존이 심화되는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업계는 전통적인 결제 수익 기반이 약해지고 규제로 인해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이어지는 환경이 이어진다면 이같은 수익 구조 변화를 피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최근 당국이 올해 카드사 가계대출 잔액 증가율을 전년 말 대비 1~1.5% 수준으로 제한하도록 하는 방침을 추가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론 물량 자체를 막는 제재가 시장에 적용되면 급전이 필요한 자영업자나 취약계층 등 실수요자들이 대부업으로 밀려나는 부작용이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이어진 가계대출 축소 압박에 이미 대부업 쏠림 현상이 시작된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상위 대부업체 30곳의 신규대출 금액은 7955억원이었다. 이는 2022년 2분기(1조243억원) 이후 최대치로, 전년 동기(6468억원) 대비 23% 급증한 액수다. 지난해 전체로 보면 대부업의 저신용자 대출 공급액이 1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3000억원 늘었다. 저신용자 공급 신용대출 내 고금리 업권의 비중이 커지는 등 대출의 질을 떨어뜨린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금융사가 총량관리를 맞추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연체 리스크가 높은 저신용자의 신용대출부터 줄인 결과로 분석된다. 시장에선 카드론이 막힌 뒤 수요자의 대부업 및 불법 사금융 내몰림 현상과 대출질 악화 현상이 보다 뚜렷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일각에선 앞서 시행된 규제로도 효과적인 결과를 보지 못했기에 단순 누르기식 규제가 오히려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이미 대출이 막힌 서민들에게 카드론이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고 있어 수요 억제가 불가한데다, 본업에서 수익을 얻지 못한 카드사도 대출 영업을 줄이려는 요인이 적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규제가 당초 목표로 한 잔액 축소보다 '증가 속도 조절'로 나타났다"며 “일괄적으로 물량을 줄이거나 한도를 강력하게 조이는 방식보다 차주별로 대출 목적을 따져 불필요한 대출에 차등적으로 규제하는 등 생계비가 급한 서민들에게 부작용이 가지 않도록 하는 방향으로 규제가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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