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현장] 신호등이 구급차 길 열고 AI가 정체 감지…강릉 전체가 ‘ITS 실험실’

“안목 커피거리 공영주차장에 혼잡 상황을 발생시켜 보겠습니다." 18일 강원 강릉시 도시정보센터 대형 상황판에 안목 커피거리 일대 폐쇄회로(CC)TV 영상과 주차장 혼잡도가 동시에 떠올랐다. 인공지능(AI)이 이상 상황을 감지하자 인근 CCTV와 주차장 점유율, 도로전광표지판 작동 상태가 한 화면에 자동 배치됐다. 관제요원이 수많은 화면을 일일이 찾아보지 않아도 AI가 사고와 정체, 주차 혼잡 등 상황에 맞는 정보를 먼저 골라주는 방식이다. 이어 회전교차로에 차량이 멈춰 선 상황을 가정하자 AI가 차량의 움직임을 추적해 이상 정차 여부를 판별했다. 긴급차량 출동 시연에서는 차량의 이동 경로를 따라 주변 CCTV 화면이 순차적으로 바뀌고 우선신호 작동 여부가 표시됐다. 남대천 수위가 높아지는 재난 상황을 입력하자 하천 주변 CCTV와 관련 정보가 곧바로 상황판에 나타났다. 교통과 방범, 재난, 자율주행 데이터를 한데 모은 이 센터는 다음 달 19일부터 23일까지 열리는 '2026 강릉 ITS 세계총회'의 주요 기술시찰 장소다. 총회 기간 해외 교통 전문가들은 이곳에서 강릉 전역에 구축된 지능형교통체계(ITS)의 작동 과정을 직접 살펴보게 된다. 강릉시는 인구 약 20만명의 중소도시지만 연간 관광객이 3000만명을 넘는다. 주말과 여름철이면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고 지역 내 승용차 이용 비율도 높아 교통량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강릉시는 이러한 지역 특성을 반영해 도시 전체를 하나의 ITS 실증무대로 만들었다. 시는 2021년부터 올해까지 6단계에 걸쳐 총 975억원 규모의 ITS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1단계에서는 자가통신망과 기본 교통정보 수집망을 구축했고 이후 도시정보센터, 실시간 신호정보, 스마트교차로와 스마트횡단보도, 주차정보시스템 등을 차례로 확충했다. 올해는 교통 빅데이터 플랫폼과 AI 상황실, 홍보체험관 고도화를 추진한다. 현재 강릉에는 온라인 신호제어기 359개, 스마트교차로 100개, 교통상황 감시용 CCTV 52개소, 교차로 감시카메라 49개소, 도로전광표지판 29개소, 스마트횡단보도 26개소 등이 구축돼 있다. 도시정보센터는 교통·방범·산불·재난·주정차 단속 등에 활용되는 CCTV 3229대를 통합 관리한다. 센터에는 관제사 16명을 포함해 모두 44명이 근무하며 24시간 운영된다. 대표 서비스는 실시간 교통신호 정보 제공이다. 운전자가 교차로에 도착하기 전 신호 상태와 남은 시간을 확인해 급정거나 무리한 통과를 줄일 수 있도록 했다. 처음에는 카카오내비에서만 제공했지만 현재 티맵과 현대차그룹 내비게이션, 네이버 지도까지 4개 플랫폼으로 확대됐다. AI 기반 스마트교차로는 시간대와 요일별 교통량, 민원 발생 현황을 분석해 적정 신호시간을 제안한다. 강릉시에 따르면 9개 신호연동 구간에 최적 신호를 적용한 결과 평균 교차로 지체시간은 20.9초에서 17.9초로 14.5% 줄고 평균 통행속도는 23.4㎞/h에서 24.8㎞/h로 6.2% 높아졌다. 특히 아산병원교차로에서는 통행속도가 시속 5.9㎞ 빨라지고 지체시간은 162초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는 AI가 신호 운영안을 추천하면 사람이 검토해 반영하는 구조지만, 시는 장기적으로 도시 전체 교통 상황을 AI가 분석하고 신호까지 자동 조정하는 체계를 구상하고 있다.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긴급차량 우선신호는 소방차와 구급차가 출동하면 진행 방향에 녹색신호를 부여하고, 차량이 교차로를 통과하면 일반 신호체계로 되돌리는 방식이다. 강릉시 집계에 따르면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긴급차량 우선신호는 총 7235건 사용됐다. 시스템 도입 이후 긴급차량의 평균 현장 도착시간은 13분에서 5분으로 60.5% 단축됐다. 지난해에만 1449건이 운영됐다. 스마트횡단보도에서는 AI가 노약자나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움직임을 인식해 필요한 경우 보행신호를 연장한다. 적색신호의 남은 시간도 표시해 보행자가 기다려야 할 시간을 알 수 있도록 했다. 효과 분석 결과 정지선 미준수는 506건에서 448건으로 11.5%, 무단횡단은 802건에서 75건으로 90.6% 감소했다. 정해진 시간 안에 횡단을 마치지 못한 보행자도 136명에서 47명으로 65.4% 줄었다. 강릉시는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도 68.5㎞ 규모로 운영하고 있다. 관광형 자율주행차 6대와 벽지노선을 운행하는 자율주행 마실버스 1대가 도심과 관광지 등을 연결한다. 연간 이용자는 2024년 3432명에서 지난해 1만3011명으로 278% 증가했고 탑승객 만족도는 91%를 넘었다. 관광도시의 고질적인 주차난을 완화하기 위해 주요 주차장 18곳의 빈 주차면도 실시간으로 수집한다. 현재 관련 정보는 주차정보 홈페이지와 도로전광판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향후 민간 내비게이션과 연계해 혼잡한 주차장 대신 주변 주차장으로 차량을 분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강릉시는 이번 ITS 세계총회를 기술 전시를 넘어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창구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중소 관광도시 전체에 적용한 실시간 신호제어와 교통약자 지원, 긴급차량 우선신호, 자율주행 서비스를 해외 도시에 선보여 '중소도시형 K-ITS'의 수출 가능성을 타진한다. 강릉시 관계자는 “각 나라의 신호체계와 표준이 달라 개별 시스템을 그대로 수출하기에는 조정이 필요하다"면서도 “우리 시스템이 해외에 정착하면 국내 기업의 수출 기반도 더 강해질 수 있는 만큼 공적개발원조(ODA) 등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현장] ‘교통올림픽’ 한 달 앞으로…강릉, K-ITS 세계시장 출격 준비

2018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빙상 선수들이 속도를 겨루던 강릉 올림픽파크가 8년 만에 세계 첨단교통기술의 경연장으로 변신한다.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은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스마트 교통 인프라를 선보이는 대형 전시장으로 바뀌고 그 옆에는 총공사비 926억원을 투입한 강릉컨벤션센터가 새로 들어섰다. 다음달 19일부터 23일까지 닷새간 열리는 '2026 강릉 ITS 세계총회'를 한 달 앞두고 찾은 강릉 올림픽파크에서는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었다. 이번 총회의 무대는 행사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스마트 교차로와 횡단보도, 실시간 교통신호 정보부터 자율주행차까지 강릉 도심 전체가 한국의 지능형교통체계(ITS)를 세계에 보여주는 거대한 실증무대가 된다. 국토교통부와 강릉시는 이를 통해 국내 ITS 기술력을 세계에 알리는 것을 넘어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까지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ITS 세계총회는 첨단교통기술을 활용해 교통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교통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ITS 분야 최대 규모의 전시·학술행사다.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 학계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점에서 '교통올림픽'으로도 불린다. 한국 개최는 1998년 서울과 2010년 부산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이윤영 국토부 첨단도로교통과 팀장은 지난 17일 강릉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강릉 ITS 세계총회는 우리의 ITS 기술과 역량을 잘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하나의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우리 기업과 기술이 해외로 수출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올해 총회는 'Beyond Mobility, Connected World(이동성을 넘어, 연결된 세계)'를 주제로 강릉 올림픽파크 일원에서 열린다. 조직위원회는 90개국, 연인원 6만명 참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목표대로 개최될 경우 역대 최대 규모의 ITS 세계총회가 될 것이라는 게 조직위 설명이다. 17일 간담회에서 조직위가 공개한 집계에 따르면 당시까지 참가 등록자는 3180명으로 국내 2144명, 해외 1036명이다. 현재 참가 등록 국가는 70개국이며 조직위는 총회 개최 때까지 90개국 이상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행사는 단순한 기술 전시에 그치지 않는다. 개·폐회식을 비롯해 장관회의와 학술회의, 전시, 기술시연·시찰, 정책토론과 시민 참여 프로그램 등이 닷새 동안 이어진다. 학술 프로그램은 총 193개 세션으로 구성된다. 논문은 당초 목표인 300편을 웃도는 449편이 접수됐다. AI와 자율주행, 스마트 인프라 등 미래 교통체계의 발전 방향을 놓고 세계 각국 정부와 연구기관, 기업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댄다. 총회 기간 올림픽파크 전체도 거대한 ITS 행사장으로 바뀐다. 새로 건립된 강릉컨벤션센터에서는 개·폐회식과 공식회의, 학술세션이 열리고 평창올림픽 당시 경기장으로 쓰였던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은 전시장으로 활용된다. 하키센터 주차장에서는 ITS 기술 시연이 진행되며 올림픽파크 야외광장에서는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부대행사가 열린다. 강릉 총회가 앞선 서울·부산 총회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개최지가 인구 20만명대 중소 관광도시라는 점이다. 강릉은 상주 인구에 비해 관광객이 압도적으로 많다. 간담회에서 국토부는 강릉의 인구가 약 20만5000명인 반면 연간 방문객은 약 3500만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여름 피서철이나 연휴에는 한정된 도로에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는 만큼, 중소 관광도시가 ITS를 활용해 급증하는 교통수요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증무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강릉시는 이미 도시 전역에 ITS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시에 따르면 359개 교차로가 온라인으로 연결돼 있으며 스마트 교차로와 스마트 횡단보도, 실시간 신호정보 제공 등의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다. 특히 차량이 강릉에 진입하면 카카오내비와 네이버지도, 티맵, 현대 블루링크 등을 통해 실시간 신호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관광 성수기처럼 교통량이 일시에 늘어날 경우 스마트 교차로 등을 활용해 신호체계를 조정함으로써 한정된 도로의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AI가 기존 ITS와 결합하면서 교통관리 방식도 한 단계 진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CCTV와 센서가 교통량을 파악하면 관제센터에서 이를 확인해 신호주기를 조정하는 방식이었다. AI 기반 신호제어 시스템은 여기서 더 나아가 교통량을 측정하고 AI가 이를 분석해 필요한 신호시간까지 판단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긴급차량의 이동을 돕는 기술도 있다. 구급차나 소방차가 접근할 경우 정해진 신호주기와 관계없이 우선신호를 부여해 목적지까지 빠르게 이동하도록 돕는다. 보행자 안전에도 ITS가 활용된다. 스마트 횡단보도는 어린이나 고령자 등이 정해진 시간 안에 길을 건너지 못하고 횡단보도에 남아 있을 경우 이를 감지해 보행신호 시간을 연장한다. 조직위는 총회 기간 해외 참가자들이 강릉 시내를 직접 둘러보며 이 같은 ITS 서비스를 체험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 팀장은 “기존 ITS가 도로상의 정보를 취합해 일반에 제공하는 역할을 했다면 현재 ITS는 AI와 접목해 스스로 분석하고 판단해 제어할 수 있는 기술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조직위가 이번 총회에서 특히 공을 들이는 부분은 국내 ITS 기업의 해외 진출이다. 전시장에 마련된 434개 부스는 판매가 모두 완료됐다. 해외 37개 기관과 국내 72개 기관이 전시에 참여할 예정이다. 조직위는 단순히 국내 기술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외 정부·기관·기업과 국내 기업이 실제 사업을 논의할 수 있도록 별도의 비즈니스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전시장 내 컨퍼런스 스테이지에서는 국내외 기업들이 기술과 사업모델을 소개하는 27차례의 발표 세션이 진행된다. 별도의 비즈니스 매칭 공간에서는 해외 기관·기업과 국내 기업을 사전에 연결해 총회 기간 약 405회의 비즈니스 미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눈으로 보는 기술 전시뿐 아니라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강릉 시내를 운행하는 자율주행차를 직접 타보는 프로그램과 자동 주차로봇 등의 시연이 진행된다. 하키센터 인근 주차장에서도 국내 기업들이 참여하는 10여개의 기술시연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조직위에 따르면 강릉에는 2021년 이후 국비 등을 포함해 약 1000억원이 투입돼 최신 ITS 시설이 구축됐다. 총회 참가자들은 도시정보센터를 방문하거나 직접 차량을 타고 강릉 도심을 이동하며 실제 운영 중인 기술을 살펴볼 수 있다. 한국은 앞선 ITS 세계총회를 해외 진출의 계기로 활용한 경험도 있다. 2010년 부산 총회 이후 국내 기업이 콜롬비아 보고타 버스정보시스템(BIS) 사업을 수주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이번 총회를 단순 국제행사가 아닌 'K-ITS 수출 플랫폼'으로 만들려는 이유다. 총회를 위해 새로 지은 강릉컨벤션센터도 모습을 드러냈다. 강릉시는 총공사비 약 926억원을 투입해 올림픽파크 내에 연면적 약 1만8000㎡,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의 컨벤션센터를 건립했다. 2024년 11월 착공해 올해 7월 준공했다. 중심시설인 컨벤션홀은 약 2300㎡ 규모로 20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다. 이동식 벽체를 활용해 행사 규모에 따라 공간을 분할할 수 있도록 했으며 중소 회의실 역시 필요에 따라 공간을 합치거나 나눠 사용할 수 있는 가변형 구조로 설계됐다. 무엇보다 기존 올림픽 시설과의 연결에 초점을 맞췄다. 컨벤션센터와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 아이스아레나가 통합광장을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컨벤션센터 옥상정원을 지나 약 200m를 이동하면 전시장으로 활용될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 도착할 수 있다. 국제행사 일정에 맞추기 위해 공사기간을 줄이는 것도 과제였다. 강릉시는 부지 정지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 건축공사를 별도로 발주하고 설계와 시공 일부를 병행하는 패스트트랙 방식을 적용해 전체 사업기간을 단축했다. 총회에 앞서 교통 관련 학술행사를 실제 개최하며 시설과 설비 운영, 돌발상황 대응체계도 점검하고 있다. 컨벤션센터의 역할은 총회와 함께 끝나지 않는다. 강릉시는 KTX 개통으로 개선된 접근성과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확충된 숙박 인프라에 컨벤션시설까지 더해 향후 국내외 대형회의와 전시를 유치하는 MICE 산업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강릉시는 이번 총회 개최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를 약 1980억원, 고용효과를 약 980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결국 강릉 총회의 성패는 닷새간 국제행사를 무사히 치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유산을 미래교통 산업과 MICE 인프라로 다시 활용하고, 강릉이라는 중소 관광도시에서 실제 운영되는 ITS 기술을 세계 각국에 보여준 뒤 국내 기업의 해외 사업으로 얼마나 연결하느냐가 다음 과제로 남는다. 한 달 뒤 세계 각국의 교통 전문가와 기업인이 강릉에 모이면 한때 빙상 선수들이 속도를 겨루던 올림픽파크에서는 이번에는 AI와 자율주행, 그리고 미래 교통기술의 속도 경쟁이 펼쳐진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8년 채운 뉴스테이, 분양전환 길 열리나…위례 선례 확산 주목

8년 만에 뉴스테이 의무임대 기간이 종료되는 가운데 분양전환을 두고 국토교통부·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입주민 간의 입장차가 확연하다. 지난해 경기 성남 위례 뉴스테이에서 2년 연장·무주택 우선 분양으로 분양전환이 받아들여졌던 선례가 나머지 뉴스테이 49개 단지 약 4만세대에도 적용될지 관심이 모인다. 18일 오후 유의동 국토교통위원장 겸 경기 평택시을 국회의원과 이준석 경기 화성시을 국회의원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뉴스테이 임대 후 분양전환 해법 토론회'에서 분양전환을 두고 제도 공백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뉴스테이는 중산층 주거안정을 위해 2015년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한 기업형 임대주택 제도다. 8년 동안 장기거주가 가능하고 임대료 상승률은 연 5% 이내로 제한된다. 소득수준 제한도 없고, 유주택자여도 입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산층을 위한 제도로 도입됐다. 문제는 뉴스테이 제도의 입구는 법률이 규율했지만 출구에 대해선 명확히 규정된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원혁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은 뉴스테이의 입구를 촘촘하게 규율하고 있지만, 출구로 눈을 돌리면 사정이 정반대"라며 “의무임대기간이 종료된 이후 사업자가 분양전환을 해야하는지, 기존 임차인에게 우선권을 부여해야하는지, 분양전환가격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 처리방향을 언제까지 결정해 통지할 것인지 등을 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법에서 분양전환 등에 관해 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주주 간 협약이나 리츠의 내부 의사결정 등 임차인이 열람하기 어려운 사적 계약에 의해 분양전환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HUG는 뉴스테이는 민간임대주택이기 때문에 공공임대와 동일하게 볼 수 없지만 분양전환 하는 방향으로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HUG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민간임대주택에 대해선 임차인 공고 모집을 할 때 분양전환 대상이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다"면서도 “국토부와 이 사안에 대해 작년부터 고민했었고, 무주택 임차인을 대상으로 분양전환을 하고, 우선 매수 신청 기한 종료일까지 무주택 자격을 충족하면 현재 유주택자도 분양전환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국토부와 HUG의 이러한 결정에는 위례 뉴스테이 사례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경기 성남 위례신도시 'e편한세상 테라스위례'는 8년 의무임대 종료를 앞두고 임대 2년 연장과 무주택 임차인 우선 분양을 핵심으로 한 합의안이 마련됐다. 유주택자의 경우 보유주택을 처분하는 것을 전제로 조건부 신청을 받았다. 위례 뉴스테이 리츠와 임차인 대표단이 분양·거주 조건에 원칙을 세운 첫 사례였다는 점에서 다른 뉴스테이 단지에도 분양전환이 이뤄질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한편 제도나 법의 공백에서 생기는 땜질식 처방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이유경 TV조선 기자는 “e편한세상 테라스위례 사례도 분양전환을 결정했지만 분양가 산정을 두고 여전히 갈등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설계 단계부터 정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정례화된 합의 채널을 통해 혼란을 줄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오세훈 “서울 집값·공급난 내 탓?…대통령 취임 전후 다시 뛰었다”

이재명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주택 공급 감소와 집값 상승의 책임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이 대통령이 2022년 이후 서울의 주택 인허가·착공 물량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며 오 시장 재임 기간의 공급 위축을 지적하자, 오 시장은 박원순 전 시장 시절 대규모 정비구역 해제로 인한 공급 공백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세훈 탓을 해도 좋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대통령께서 주택이 착공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과정과 시간이 필요한지 모르실 리 없다"며 “서울 전역의 재개발·재건축을 해제하며 그 과정을 통째로 날려버린 분이 박원순 시장이라는 것은 달라지지 않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울 부동산 가격 상승의 단기적 원인과 관련해 “2022년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고 오세훈 시장이 당선된 해부터 허가와 착공 건수가 절반으로 줄었다"며 “그때부터 2025년까지 공급이 거의 절반으로 축소됐다"고 말했다. 박 전 시장의 정책을 공급 부족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서울시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상 선을 그었다. 오 시장은 정비사업이 정비구역 지정과 계획 수립, 조합 설립, 사업시행계획인가 등을 거쳐 착공까지 장기간이 걸리는 만큼 현재의 착공 감소를 현 시장의 임기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는 “서울시가 대통령께 제출한 재개발·재건축 경과 보고서를 제대로 들여다보기만 했어도 오늘과 같은 말씀은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보고서를 보지 않은 것인지, 보고도 믿고 싶은 내용만 골라 본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서울시는 앞서 정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이어진 박 전 시장 재임 기간의 정비사업 억제 정책을 서울 주택 공급난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정부는 2022년 이후 실제 인허가·착공 실적이 감소한 점을 들어 현 서울시정의 공급 정책에도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서울 집값 흐름을 둘러싼 책임 공방도 이어졌다. 오 시장은 “민선 8기 취임 이후 하향 안정세를 보이던 서울 집값이 이 대통령 취임을 전후해 오름세로 돌아섰다"며 “토지거래허가제 재지정 이후 안정세에 접어들었던 집값이 다시 뛰기 시작한 시점도 대통령 취임 시기와 맞물려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은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채 기회가 될 때마다 오세훈 취임 이후 착공이 줄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서울 집값 상승이 오세훈 때문이라면 제가 왜 다시 서울시장에 당선됐고 서울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왜 계속 하락하고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인허가·착공 감소와 집값 상승은 금리와 공사비, 정비사업 규제, 대출 정책, 시장 심리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특정 정부나 시장 한 명의 책임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 시장은 강남권 일부 지역의 가격 조정만으로 서울 주택시장이 안정됐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께 강남 몇 곳의 주춤한 가격만 보고 '희망회로'를 돌려서는 안 된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며 “서울 외곽 지역에서 나타나는 '키 맞추기 상승' 역시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고 보고 계신 듯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오 시장은 “대출이 안 되니 집을 살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전세마저 씨가 말라가면서 서울에서의 삶을 포기하고 있다"며 “청년을 서울 밖으로 밀어내고 중산층의 내 집 마련 희망을 끊어놓는 것이 균형발전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민들은 '잘못된 부동산 정책 기조를 전면 전환하겠다'는 답변 대신 '이게 다 오세훈 때문이다'라는 남 탓만 들은 셈"이라며 “오세훈 탓을 백 번 해도 좋으니 그중 단 한 번만이라도 집을 구하지 못해 좌절하는 청년과 대출 문턱 앞에서 내 집 마련을 포기하는 신혼부부의 현실을 봐달라"고 촉구했다. 오 시장은 끝으로 “문제는 대통령 스스로 잘못된 확신에 갇혀 현실을 거부하고 있다는 데 있다"며 “시민의 삶이 더 무너지기 전에 자기 확신의 과잉을 거두고 부동산 정책에 대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LH 전세임대 20만호,  10월부터 HUG 반환보증 적용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다음 달부터 약 20만호에 달하는 전세임대주택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적용한다. 임대인이 계약 종료 후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경우 HUG가 보증채무를 이행하는 체계를 도입하고, 계약 전 임대인과 주택의 위험요인도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LH는 18일 HUG와 '전세임대주택 전세반환보증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오는 10월 1일부터 전세임대주택에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가입 대상은 약 20만호 규모다. 전세임대주택은 입주자가 원하는 주택을 선택하면 LH가 해당 주택 소유자와 전세계약을 체결한 뒤 입주자에게 다시 임대하는 공공임대 사업이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은 임대차계약이 종료됐음에도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할 경우 보증기관이 보증채무를 이행해 보증금을 보호하는 제도다. LH는 기존에도 전세임대 계약을 체결할 때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등 별도의 보증 관리체계를 운영해왔다. 이번 협약으로 HUG의 반환보증을 전세임대주택에 적용하고 양 기관이 보유한 관련 정보를 연계해 보증 가입부터 사후관리까지 관리체계를 강화한다. 전세임대주택을 계약하기 전 위험요인을 확인하는 절차도 강화된다. LH는 HUG의 '안심전세앱'을 활용해 오는 21일부터 임대인의 HUG 보증 가입 금지 여부와 계약하려는 주택의 권리관계 등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동안 여러 기관을 통해 각각 확인해야 했던 대항력 관련 임대차 정보도 안심전세앱에서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도록 개선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전세임대 입주자가 계약 단계부터 임대인과 주택의 위험요인을 확인하고 보증사고 가능성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보증사고를 낸 임대인에 대한 보증기관 간 정보 공유도 확대된다. 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 SGI서울보증 등 3개 보증기관은 다음 달부터 임대인 보증금지 정보를 공동으로 공유한다. 이에 따라 3개 기관 가운데 한 곳에서라도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은 임대인은 다른 보증기관에서도 전세·임대보증 가입이 제한된다. 이성훈 LH 사장은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전세임대주택 보증금 보호 체계를 한층 강화하는 한편 입주민 편의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라며 “관계기관과 협력을 강화하고 제도를 지속 개선해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는 든든한 주거안전망을 구축해 가겠다"고 말했다. 최인호 HUG 사장은 “이번 업무협약은 주거취약계층의 보증금을 안전하게 지키고 공공 임대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한 HUG와 LH의 협력 모델"이라며 “양 기관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버팀목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세부 내용은 LH 전세임대포털에서 확인하거나 LH 전세임대 콜센터를 통해 안내받을 수 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김병헌의 체인지] 권력은 왜 민심을 늦게 듣는가

대통령이 국민 앞에 섰다. 추석을 앞두고 어려운 일상을 살아가는 국민에게 송구한 마음으로 인사한다고 했다. 472일간 나름의 최선을 다해 왔으며 지위나 권력이 아니라 모두를 위해 일할 기회와 힘을 달라고 했던 초심을 잃지 않으려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걸음 더 물러섰다. 지방선거 이후 국민의 실망과 걱정에 당황했다고 털어놨다. 결론은 짧았다. “언제나 국민이 옳다." 정치인의 사과는 흔하다. 그러나 권력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이 자신의 부족함을 먼저 말하는 것은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처럼 판단과 추진력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아온 지도자라면 그렇다. 적어도 이날 회견에서는 변명보다 성찰을 앞세우려는 진정성이 읽혔다. 진정성은 말만으로 확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후의 국정운영으로 확인될 일이지만, 민심의 경고를 공개적으로 받아들이고 자세를 낮춘 것은 의미가 크다. 눈에 띈 것은 연임 문제였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연임 가능성에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연임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다. 동시에 대통령 연임제 자체를 포함한 개헌 논의는 여야와 국민의 합의에 따라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 권력의 오래된 역설이 숨어 있다. 힘이 없을 때 정치인은 민심을 찾아다닌다. 시장에서 손을 잡고 골목에서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나 권력을 잡으면 보고서가 민심을 대신하기 시작한다. 여론조사 숫자가 밥상머리의 한숨을 대신하고, 참모의 정리된 보고가 거리의 거친 목소리를 걸러낸다. 국민이 멀어진 것이 아니라 권력과 국민 사이에 문이 하나씩 늘어난다. 그래서 권력은 민심보다 늘 반 박자 늦기 쉽다. 개혁도 마찬가지다. 방향이 옳다고 속도까지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개혁은 자동차 경주가 아니다. 빨리 도착하는 것보다 함께 도착하는 것이 중요할 때가 있다. 개혁으로 얻는 사람이 있으면 잃는 사람도 있다. 그들의 손실과 두려움을 “개혁에 대한 저항"이라고만 부르는 순간 정책은 국민의 삶에서 멀어진다. 스웨덴은 1990년대 초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GDP가 크게 줄고 실업률이 급등하자 복지와 재정제도를 대대적으로 손봐야 했다. 정치적 비용이 엄청난 개혁이었다. 그런데 소수정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연금과 재정제도 같은 굵직한 개혁에 정파를 넘는 합의를 만들었다. OECD는 이런 정치적 합의가 정권이 바뀌어도 개혁이 쉽게 뒤집히지 않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다만 개혁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아픔과 상실감을 최소화하도록 더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했다. 이 대목이 앞으로 중요하다. 개혁을 멈추느냐 밀어붙이느냐의 양자택일이 아니다. 국민을 설득하면서 가느냐, 국민보다 앞서 달려가느냐의 문제다. 부동산에서는 한층 단호했다. 집값을 반드시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공급과 규제, 세제를 함께 활용하고 수도권 일극체제라는 구조적 문제까지 손보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서울을 경제수도, 세종을 행정수도로 발전시키겠다는 방향도 그 연장선이다. 부동산은 어느 정부에나 가장 까다로운 민심의 시험대였다. 집 한 채는 통계의 숫자가 아니다. 청년에게는 결혼과 독립의 출발선이고, 중년에게는 평생 모은 자산이며, 노년에게는 노후의 버팀목이다. 집값이 흔들리면 삶의 계획도 흔들린다. 그래서 “반드시 안정시키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는 매우 무겁다. 그만큼 정책의 일관성과 결과가 뒤따라야 한다. 국민은 정부의 설명보다 자신의 전·월세 계약서와 아파트 가격표를 먼저 보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다시 초심으로 귀결된다. 대통령은 취임할 때보다 시간이 흐른 뒤 더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인다. 보고서는 두꺼워지고 의전은 촘촘해진다. 대통령을 만나는 사람들은 많아지지만 역설적으로 평범한 국민의 목소리는 더 멀어질 수 있다. 권력의 비극은 국민을 듣지 않겠다고 결심해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잘 듣고 있다고 믿는 순간 시작되곤 한다. 그래서 이날 “국민이 옳다"는 말보다 더 오래 기억해야 할 말은 어쩌면 '초심'일지 모른다. 연임하지 않겠다는 선언도,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약속도,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다짐도 결국 그 초심 위에서 평가받을 것이다. 권력을 더 오래 갖는 것보다 주어진 시간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와 개혁을 얼마나 빨리 끝냈느냐보다 국민이 얼마나 함께 걸었느냐가 중요하다. 민심은 어느 날 갑자기 변하지 않는다. 작은 실망이 쌓이다 어느 날 숫자로 나타날 뿐이다. 그래서 권력이 민심을 들어야 할 때는 지지율이 떨어지고 경고등이 켜진 뒤가 아니다. 일이 잘 풀리고 박수가 클수록 작은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권력은 바로 그때 귀를 더 크게 열어야 한다.

서울 아파트값 1년 새 14.56% 상승…토허제 실거주 유예 연장 영향은 ‘글쎄’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무주택 매수자의 실거주 의무 유예 조치를 내년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으나, 매매가 상승세와 임대차 시장 불안을 누르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국토교통부는 수도권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지정을 내년 말까지 연장하고 무주택 매수자의 실거주 유예 기간을 오는 2029년 말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밝혔다. 토허제에서 집을 사려면 행정기관 허가를 받고 난 뒤 4개월 안에 실거주해야 한다. 실거주 의무 때문에 기존에 살던 세입자가 쫓겨나는 상황이 발생하자, 세입자의 임대차 계약이 끝날 때 까지 실거주 의무 유예를 뒀다. 이 특례 신청 기한을 당초 올해 말에서 내년 말까지 1년 더 연장한 것이다. 임대인이 입주를 미룰 수 있는 시점은 최대 2029년 말까지 늦춰지고, 세입자도 최장 3년 3개월 더 거주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매수자는 올해 5월부터 계속 무주택을 유지한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의 상승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서울시 부동산정책개발센터는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의하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은 전월 대비 1.93% 상승, 전년 동월 대비 14.56% 상승했다고 밝혔다. 7월 아파트 전세 실거래가는 전월 대비 0.50% 상승했고, 전년 동월 대비 11.9% 상승했다. 지난달 아파트 매매·전월세 거래량은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8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전월 대비 46.2% 감소한 3143건이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7263건으로 전월(8855건) 대비 18.0% 감소했다. 월세 거래량도 전월(9,264건) 대비 20.7% 감소한 7347건을 기록했다. 규제 강화에 기반한 기존의 정책기조가 지속된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시장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세입자가 있는 집을 파는 것이 쉽지 않은데, 잔여 임차기간이 길수록 더욱 그렇다"며 “실거주·실수요를 전제로 하는 일반 매수자들은 지금의 주거상황을 유지하면서 장기시점의 입주예정일을 전제로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사안"이라고 말했다. 다주택·비거주 1주택 보유주택을 매도하려는 입장에서도 세입자가 있는 집을 팔기 어려운 것은 동일하다. 주택 매도가 어려운 시장상황에서 유예기간을 연장한다고 해도 당장의 거래량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다. 이 위원은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가 보유한 주택의 매도를 이끌어내겠다는 정책 방향은 동일하다"면서도 “잦은 수정·보완은 충분히 준비되지 못한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자율주행 넘어 일상이 바뀐다”…교통학계, ‘피지컬 AI’ 미래 모색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기술이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국민의 이동 방식과 교통산업 생태계를 어떻게 바꿀지를 논의하기 위해 국내 교통 분야 전문가들이 강릉에 모였다. 다음 달 강릉에서 열리는 지능형교통체계(ITS) 세계총회를 앞두고 학계와 정부, 교통 공공기관들은 AI 기술을 실제 교통서비스와 현장에 접목하기 위한 제도 개선과 협력을 강조했다. 대한교통학회는 17일 강릉컨벤션센터에서 'AX와 Physical AI 시대의 교통모빌리티'를 주제로 제95회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오는 19일까지 이어지며 약 800명 이상의 교통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발표 논문은 172편이며 자율주행 상용화 서비스와 모빌리티 솔루션 등을 다루는 총 49개 특별세션도 마련됐다. 이 가운데 19개 교통 관련 기관이 참여해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토론한다. 특히 이번 행사는 오는 10월 19~23일 ITS 세계총회가 열리는 강릉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됐다. 대한교통학회는 강릉 ITS 세계총회 조직위원회와 협력해 이번 학술대회를 준비했다. 17일 오후 열린 개회식에는 김중남 강릉시장과 김용석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위원장, 김태승 한국철도공사 사장, 유정훈 한국도로공사 사장, 정진혁 국가철도공단 이사장, 정용식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 등 정부·지자체와 주요 교통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동민 대한교통학회 회장 직무대행은 개회사에서 자율주행 기술 자체를 넘어 기술이 실제 국민 생활과 산업에 미칠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직무대행은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대한 고민과 연구는 많이 진행되고 있지만 그 기술을 통해 새로운 교통서비스가 제공되고, 그 서비스로 우리의 일상이 어떻게 달라지며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자율주행 시대의 새로운 교통서비스와 일상생활의 변화, 새로운 교통산업 생태계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논의한다"며 “학회가 시대의 교통 관련 이슈를 선도하고 전문가들의 경험과 연구 성과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학회는 교통 분야 전문가의 강연과 젊은 연구자들의 토론을 결합한 '코어 세션'도 새롭게 마련했다. 단순한 논문 발표를 넘어 학계와 현장의 경험을 연결하고 연구자들의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김중남 강릉시장은 이번 학술대회를 한 달 뒤 열리는 ITS 세계총회의 사실상 사전 점검 무대로 평가했다. 김 시장은 “강릉컨벤션센터가 만들어진 이후 첫 번째 행사"라며 “세계 최대 규모의 교통 분야 국제행사를 앞두고 이번 학술발표회가 실질적인 최종 리허설이자 강릉이 준비된 모습을 선보이는 첫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2년만 해도 AI는 일부 첨단산업에 활용되는 미래 기술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누구나 AI를 활용하는 시대"라며 “중소도시 최초로 강릉에서 ITS 세계총회가 개최되는 만큼 대도시 중심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새로운 ITS 모델을 세계에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교통 공공기관장들도 AI가 철도와 도로, 광역교통 등 기존 교통체계를 바꾸는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용석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장은 “대도시권이 확대되면서 지역 간 경계를 넘나드는 교통망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며 “AX 대전환과 피지컬 AI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이번 학술대회가 교통·모빌리티가 AI 시대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아이디어부터 실용적인 제언까지 논의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태승 한국철도공사 사장은 코레일의 AI 전환 계획을 소개했다. 김 사장은 “교통 분야는 자율주행 차량이 이미 도입되고 있을 만큼 AI 산업의 최전선에 있다"며 “코레일도 외부 자문위원회를 운영하고 경영진 특별교육을 실시하는 등 전사적인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에서는 차량과 선로 유지보수에 AI 기술을 활용하고 고객 안내 분야에도 AI 기반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며 “AI는 일하는 방식은 물론 철도 안전과 고객 서비스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교통학회장을 지낸 유정훈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학계의 연구 성과를 실제 도로 현장에 적용하는 연결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사장은 “고속도로는 단순히 자동차가 달리는 공간을 넘어 사람과 물류, 데이터와 에너지를 연결하고 첨단 모빌리티를 구현하는 국가 핵심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며 “혁신은 국민이 체감하는 교통서비스로 이어질 때 비로소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회의 연구와 아이디어가 현장에서 실증되고 현장에서 찾은 문제와 경험이 다시 새로운 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고속도로를 자율주행과 스마트 물류, AI 기반 교통관리 등 미래 기술을 직접 시험하고 구현하는 혁신의 무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교통 분야의 AI 전환을 위해 기술 개발뿐 아니라 규제와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영찬 한국교통연구원장은 주차로봇과 자율주행차, 드론, 도심항공교통(UAM) 등을 사례로 들며 새로운 기술의 현장 적용을 가로막는 규제를 개선하는 것이 교통 전문가들의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교통학회는 이번 학술대회에서 사고 없이 달리는 자율주행 기술 자체뿐 아니라 자율주행으로 등장할 새로운 이동서비스와 이에 따른 일상생활의 변화, 새로운 교통산업 생태계까지 논의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학술대회는 19일까지 강릉컨벤션센터에서 이어진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송윤주의 부동산생태계] 은퇴자마을, 노인용 임대아파트로만 보면 안된다③

지난 3월 제정된 '은퇴자마을 조성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은퇴자마을법)이 내년 시행을 앞두고 후속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만드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주거시설뿐 아니라 의료·문화·체육·공원녹지 등을 함께 조성하는 대규모 복합단지인 은퇴자마을을 단순히 노인용 공공임대주택 공급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반 조성에 공공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되 민간의 자본과 운영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위규범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17일 에너지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은퇴자마을은 은퇴자에게 주거시설과 노후의 안정적인 생활을 제공하기 위해 각종 생활편의시설을 집단적으로 설치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단지다. 은퇴자주택은 임대 또는 분양 형태로 공급할 수 있으며, 구체적인 임대·분양 비율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법은 은퇴자마을 사업자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한국토지주택공사(LH)·주택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지방공사·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공기관과 공공이 총지분의 50%를 초과해 출자·설립한 법인 등을 규정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의 '선시티(Sun City)'는 법안의 모델이 되는 사례다. 선시티는 1978년부터 19년에 걸쳐 건설된 CCRC(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이다. CCRC는 미국에서 시작된 은퇴자 커뮤니티로 건강할 때부터 간병이 필요해지는 시기까지 거주지를 옮기지 않고 같은 장소에서 살아갈 수 있는 모델이다. 선시티의 경우 민간 개발사가 대규모 편의시설이 풍부한 골프 코스 커뮤니티로 건설하고 발전시켰다. 주택 입주자는 단독주택 또는 연립형, 콘도미니엄 중에 선택할 수 있다. 입주는 분양방식으로 은행으로부터 장기 융자도 가능하다. 주택 가격은 약 1억7000만원부터 13억6000만원 선이다. 생활비는 2인기준 관리비 포함 월평균 150~200만원 수준이다. 주거단지의 기능은 주거공간·의료·식사·오락·운동·커뮤니티 시설로 구성된다. 건강이 나빠져 전적인 돌봄이 필요해지면 단지 내에 요양원으로 거주 형태를 바꿀 수도 있다. 중심부에 종합병원이 위치해 단지 내 입주자에게 의료서비스 제공이 가능하고, 노인요양시설과 치매센터 등 관련 의료시설 10개소도 같이 운영하고 있다. 규모도 크다. 1960년대 조성된 선시티에는 4만명에 육박하는 은퇴자들이 거주한다. 은퇴자마을의 경우, 법안 발의를 주도한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구체적인 규모는 법령에 명시되지 않았으나, 최소 1만가구, 2만명 이상이 모여 사는 규모로 조성되어야 실질적인 도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문제는 막대한 사업비다. 주거시설뿐 아니라 의료·교통·문화·체육·복지시설까지 함께 조성하려면 일반적인 임대주택 사업보다 훨씬 많은 자본이 필요하다. 실제 강원 춘천시가 추진하는 은퇴자마을은 약 50만㎡ 규모로, 주거와 의료·문화·교육·체육·복지 기능을 결합한 도심 근교형 복합단지를 구상하고 있다. 시는 기본계획 및 타당성 검토용역을 통해 입지 선정·주거 유형·생활 인프라 기능 등을 구체화하고 있다. 시는 국비 지원이 필요한 규모의 사업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법안 심사 과정에서 국토부는 은퇴자마을을 우선 공공 주도로 추진해 안정화한 뒤 민간 참여를 유도하는 단계적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은 사업자를 공공 위주로 제한하고 있다. 이는 과거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에서 나타났던 부작용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안전장치로 볼 수 있다. 1998년 도입된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은 2015년 사실상 폐지됐다. 당시 정부는 민간 자본을 통해 고령자 주거시설 공급을 활성화 시키려 했지만 노인복지주택은 복지시설이 아니라 사실상 부동산 분양 상품으로 변질됐다. 60세 이하를 대상으로 불법 전매·양도를 비롯해 의료·식사·돌봄·커뮤니티 운영 등 장기 서비스가 핵심인 시설임에도 상당수 사업장이 분양 후 방치 수순을 밟았다. 시행령이 구체화되는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사업자를 공공으로 한정하면서도 민간의 참여를 어떻게 활성화시킬 것인가다. 과거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이 실패한 것은 '민간 참여' 자체의 문제였던 것은 아니다. 입주자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운영구조와 책임주체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공이 주거단지 개발과 운영을 모두 떠안는 방식도 지속 가능한 구조라고 보기 어렵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공공이 기반 조성을 맡고 민간이 운영을 담당하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주거 커뮤니티 위탁 운영사 관계자는 “공공이 기반시설 조성을 맡고, 민간 자본은 커뮤니티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여는 것을 고민해봐야 한다"며 “직접 매입임대를 하기에 자금사정이 넉넉치 않은 회사들에게 이런 사업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은퇴자마을 성패는 공공이 조성한 기반 위에 민간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사업자 자격만 좁게 규정하고 운영 참여 통로를 열어두지 않는다면, 법 제정 취지와 달리 '공공이 다 떠안는' 구조로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홍지선 국토장관 후보자 “GTX-A 손실 서울시에 구상”…서울시 “국토부 지연 책임도 따질 것”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삼성역 철근 누락 사태가 정부와 서울시 간 책임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철근 누락에 따른 운영손실금을 서울시에 구상 청구하겠다고 밝히자 서울시는 “귀책사유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도 끝나지 않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향후 실제 구상권 청구가 이뤄질 경우 철근 누락 자체의 책임과 정부의 추가 안전점검으로 발생한 일정 지연 책임을 둘러싼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민경 서울시 대변인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손실 발생의 원인과 귀책사유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조차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시 책임을 일방적으로 기정사실화하고 구상권 청구부터 예고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앞서 홍 후보자는 전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삼성역 철근 누락으로 발생한 손실보전금에 대한 구상권 청구 여부를 묻자 “청구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철근 누락 책임에 대해서도 “서울시에서 시공 관리를 철저하게 못 한 것이 주원인"이라며 시공사와 감리사에도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GTX-A 삼성역 정거장 구조물 공사에서는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설계도면을 잘못 해석해 철근 약 178t을 누락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당초 올해 8월로 예정됐던 삼성역 무정차 통과 일정도 미뤄졌다. 무정차 통과가 4~5개월 지연될 경우 정부가 GTX-A 민자사업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손실보전금이 400억원대에 달할 수 있다는 추산도 나온다. 서울시는 철근 누락 자체에 대한 책임과 이후 추가 점검에 따른 사업 지연 책임은 별개로 따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에 따르면 철근 누락 사실은 지난해 11월 확인됐다. 시는 같은 해 12월 보강방안을 마련한 뒤 올해 3월 상세 시공계획서를 작성하고 4월24일 국가철도공단, 4월29일 국토부에 구체적인 보강방안과 향후 계획을 공유했다. 안전성을 확보하면서 보강공사와 영업시운전을 병행해 7월 중 보강공사를 끝낼 계획이었다는 설명이다. 서울시는 국토부와 국가철도공단 역시 자체 점검을 통해 구조물 안전성을 확인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토부는 4월29일 긴급 야간점검을 실시했고 국가철도공단도 5월6일부터 8일까지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긴급안전점검을 진행했다. 이후 일시 중단됐던 시설물 검증시험이 재개돼 5월19일까지 총 94회의 열차 시험운행이 이뤄졌다. 진동 측정 결과도 근거로 들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국토안전관리원 요청으로 5월5일 실시한 측정에서 최대 진동속도는 0.069㎝/s였고, 국토부와 국가철도공단 의뢰로 한국콘크리트학회가 7월15~16일 시험열차를 투입해 측정한 결과는 0.049㎝/s였다. 시는 두 수치 모두 철도시설물 관련 기준인 0.3㎝/s의 4분의 1 이하라며 열차 통과가 구조물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를 토대로 삼성역 보강공사와 GTX-A 무정차 통과를 병행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시는 “구조적으로 위험한 상태였다면 국토교통부가 직접 시험운행을 재개할 수 있었겠느냐"며 “보강공사를 이유로 무정차 통과를 미룰 필요도 없었다"고 밝혔다. 책임 공방의 핵심은 철근 누락 사실이 확인된 이후 일정이 추가로 지연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로 모아진다. 서울시는 관계기관 점검으로 안전성이 확인된 이후에도 국토부가 추가 검증을 진행하면서 일정이 늦어졌다고 주장한다. 당초 7월20일까지였던 점검기간이 11월20일까지 4개월 연장되면서 7월 중 끝낼 예정이던 보강공사와 8월로 계획됐던 삼성역 무정차 통과 일정이 함께 밀렸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특히 무정차 통과 지연으로 GTX-A를 이용하는 동탄·성남·운정·연신내 등 수도권 주민의 불편도 장기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와 국가철도공단이 안전성을 확인하고 시험운행까지 재개한 뒤에도 추가 검증 절차를 진행한 만큼 이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까지 서울시에 전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 대변인은 “국토교통부와 국가철도공단이 스스로 구조안전성을 확인하고 시험운행까지 재개했음에도 추가 검증을 이유로 관련 절차를 장기간 지연시켜 놓고 그로 인해 늘어난 비용을 서울시민의 혈세로 부담시키겠다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실제 구상권 청구가 이뤄지면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 대변인은 “철근 누락에 따른 책임과 추가 점검 및 일정 지연에 따른 책임을 명확히 구분해 따질 것"이라며 “국토부의 결정으로 발생한 추가 비용까지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떠넘기려는 책임 전가에는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