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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민간 ‘10년 추진’ 경기광주역세권2, 공공주택지구 지정에 ‘혼란’

경기 광주시와 민간이 약 10년간 진행해 온 경기 광주역세권 2단계 도시개발사업지가 8·13 대책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개발하는 공공주택지구 후보지로 지정되면서 혼란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되면 집단환지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기존 민간사업자와 토지주들이 맺은 계약 유지 여부도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31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기존 광주시 도시개발사업은 다음 달 구역 지정을 앞두고 국토교통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서 LH가 시행하는 4500가구 규모 공공주택지구 후보지로 지정됐다. 경기 광주시는 삼동·초월·곤지암 등 다른 역세권 중심 개발사업에 대해 국토부, LH 등 관계기관에 사업 추진을 위한 다방면의 건의를 해왔다. 이 가운데 광주역세권2단계 지역만 공공주택지구 후보지로 발표됐으며, 이 과정에서 국토부와 지자체 간 충분한 논의를 거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2018년부터 광주시는 광주역세권2단계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며 수용과 집단환지를 병행해 토지주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집단환지를 선택한 토지주 일부는 민간사업자와 토지계약을 맺었다. 기존 사업 방식에서 환지를 선택할 경우 개발 이후의 가치 상승 혜택을 토지주가 누리게 된다. 광주시가 수용할 경우 사업으로 인한 토지가치상승분은 광주시로 귀속된다. LH가 공공주택지구로 사업을 추진할 경우 토지 감정평가를 통한 강제수용이 기본 사업 방식이다. 사업추진 속도를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민간사업자는 기존에 완료된 행정절차를 활용하면 정부의 주택공급 목표를 더 빠르게 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도시개발구역 지정 및 개발계획 입안과 관계기관 협의·중앙토지수용위원회·경기도 도시계획 심의·각종 영향평가 등을 마친 상태이므로 기존안을 활용하면 다시 해당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이다. LH가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더 빠르다는 시각도 있다. 보상 협의 시 감정평가사들이 평가를 하기 때문에 광주시가 하든 LH가 하든 협의 금액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신속하게 보상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지를 정리하고 공동주택이나 상부 건축물들이 들어서는 것까지 고려하면 LH가 진행하는 것이 더 빠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현금이 아닌 토지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LH의 대토보상제도를 활용하면 민간에서 실시하는 환지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공공주택지구 후보지로 지정되면서 집단환지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민간 사업자와 계약을 맺은 토지주들의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집단환지 방식을 위해 토지주들과 계약을 진행한 민간사업자는 구역지구 내 사유지 약 8만평 중 83개 필지, 약 3만4000평을 매입했다. 아파트 사업을 위해 민간사업자와 일부 토지주는 매매계약을 체결해 10%에 대한 계약금을 주고 받았다. 광주시 관계자는 “이는 개인 간 거래를 통해 이뤄진 것이고,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됨에 따라 향후 계약은 유지되기 어렵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위해서는 각종 심의 등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며 “지구 지정에 있어서 주민들의 반대가 있어도 철회한 선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LH는 “후보지 지정 권한은 국토부에 있고 LH는 사업성 등을 검토하는 역할"이라며 “지구지정형 사업은 아직 경계만 대략적으로 잡아둔 단계이므로, 주민공람 등 정식 절차에서 의견을 내어 논의해보라"고 설명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이재명 “집값 폭락 대비”…오세훈 “현실 인식 어안이 벙벙”

이재명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택가격과 공급정책, 부동산 경매시장에 대한 진단을 놓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 대통령이 조기 대량 공급과 투기 수요 억제로 집값이 급락할 가능성에 대비하겠다고 밝히자 오 시장은 정부의 공급계획은 실행 일정조차 불투명하다며 “부동산 시장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은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부동산 현실 인식, 어안이 벙벙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전날 이 대통령이 엑스(X·옛 트위터)에 게시한 부동산 관련 발언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정부는 금융·세제 개혁은 물론 주택 공급 물량 확대와 신속한 공급에 국가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라며 “서울·수도권의 주택 조기 대량 공급은 반드시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어 “망국적 부동산 투기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타파할 것"이라며 투기를 부추기는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조세제도도 조세 정의 차원에서 시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서울·수도권 주택 공급을 앞당기기 위해 국토부의 공급 담당 인력을 늘리고 소규모 가용택지도 최대한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500가구 이하 정비사업의 인허가 권한을 구청장에게 부여하는 등 조기 인허가와 착공을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대출 관리와 주택공급을 위한 금융지원 확대가 엇박자라는 지적에는 수요와 용도에 따라 금융을 달리 적용하는 '핀셋 정책'이라고 반박했다. 투기 수요에 대한 대출은 억제하되 주택공급 사업과 청년 등 실수요자에게 필요한 자금은 확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금리 상승 가능성과 주택담보대출 연체, 경매 물건 증가에도 주목했다. 부동산 투자자들을 향해 향후 금리 흐름과 경매 낙찰률을 살펴봐야 한다며 집값 상승을 전제로 한 투자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특히 “조기 대량 공급과 투기 수요 억제, 고금리에 의한 대출 연체와 경매 폭증 등으로 주택가격이 폭락할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며 일정 기준 이하의 주택을 공공주택 보유 목적으로 대량 매입하는 시스템을 준비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공급 확대와 수요 억제로 집값을 안정시키되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면 공공이 주택을 사들여 시장 충격을 완화하고 공공주택 재고도 확보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오 시장은 이 대통령의 '집값 폭락 대비' 발언을 두고 “주택가격 폭락을 예견하는 것부터 황당하다"며 정부가 제시한 근거가 시장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공급 목표만 요란할 뿐 구체적인 일정과 실행계획조차 보이지 않는 정부의 공급 발표를 조기 대량 공급이라고 생각한다면 대단히 큰 착각"이라며 “대통령 임기 내 착공조차 불투명한 계획으로는 집값을 안정시킬 수도, 국민에게 공급의 확신을 줄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지난 13일 신규 공공택지 10만가구 이상을 포함해 수도권에 23만가구 이상을 추가 공급하는 대책을 발표했지만 후보지 지정과 보상, 인허가, 착공까지 넘어야 할 절차가 많다는 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강남권 일부 급매물의 가격 조정을 정부가 투기 수요 억제의 성과로 판단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세금과 장기보유특별공제 제도 변경을 앞두고 일부 초고가 주택이 일시적으로 호가를 낮춘 것일 뿐, 서울 외곽에서는 오히려 가격이 오르는 '키 맞추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집값 폭락은커녕 정부가 실제로 주택을 공급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부터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며 정부가 시장에 공급의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과 오 시장은 주택 경매 지표를 놓고도 다른 해석을 내놨다. 이 대통령은 주택담보대출 연체와 경매 물건 증가를 집값 상승세를 제약할 수 있는 요인으로 제시했다. 반면 오 시장은 경매 물건이 늘어난다고 집값이 자동으로 하락하는 것은 아니라며 낙찰률뿐 아니라 감정가 대비 실제 낙찰가격을 나타내는 낙찰가율을 함께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은 올해 7월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이 101.0%로 4개월 연속 100%를 웃돌았다는 통계를 제시했다. 경매에 나온 물건이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점에서 경매 물건 증가는 집값 하락의 전조가 아니라 서울 주택의 대기 수요와 공급 부족을 보여주는 지표라는 주장이다. 경매에 나온 주택의 소유자를 모두 투기 수요로 간주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내수 부진과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나 하나뿐인 집을 담보로 사업자금을 마련했다가 삶의 터전을 잃을 위기에 놓인 실수요자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경매 물건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집값 폭락의 신호인 양 반길 것이 아니라 집을 경매에 내놓을 수밖에 없는 국민의 고통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오세훈 힘 빼기’ 충돌 후 국토장관 교체…서울 주택공급 협상 ‘홍지선’ 손으로

정부와 서울시의 주택공급 갈등이 정치적 공방으로 번진 상황에서 국토교통부 장관 교체가 결정됐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두 차례 회동에도 용산공원 활용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한 가운데 탄천물재생센터와 훼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정비사업 용적률 완화 등 협상 과제는 홍지선 국토부 장관 후보자에게 넘어갈 전망이다. 31일 국토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김 장관과 오 시장이 추진하던 세 번째 주택공급 회동은 아직 구체적인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두 사람은 지난 20일과 26일 만나 서울지역 주택 공급 방안을 논의했지만 핵심 쟁점에서는 접점을 찾지 못했다. 홍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와 임명 절차가 끝날 때까지 김 장관이 직무를 수행하는 만큼 추가 회동 가능성은 남아 있다. 다만 김 장관과 오 시장이 일부 사안에 합의하더라도 이를 구체적인 공급사업으로 설계하고 집행하는 역할은 홍 후보자가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홍 후보자는 이날 정부세종청사 출근길에서 “신속한 주택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서울시와의 협의도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서울시와 충분한 사전 협의를 거쳐 정책이 현장에서 작동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수도권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정책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발표한 공급계획을 신속하게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경기도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뜻도 나타냈다. 국토부와 서울시 협상의 최대 쟁점은 용산공원이다. 국토부는 공원 내 기존 건축물이 있거나 훼손된 일부 부지 등을 활용해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용산공원 본체를 주거용지로 활용하면 미래세대의 녹지자산과 국가공원의 정체성이 훼손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미군기지 반환과 토양오염 정화, 교통대책 마련 등에 장기간이 필요해 신속한 공급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대안으로 강남구 일원동 탄천물재생센터와 주변 부지를 연계하는 복합개발안을 제시했다. 약 39만3000㎡ 규모의 물재생센터를 이전한 뒤 동부도로사업소와 세텍(SETEC) 일대를 함께 개발하면 최대 1만3000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서울시는 지난 27일 관련 자료를 국토부에 제출했다. 탄천물재생센터 역시 시설 이전을 위한 대체부지와 비용, 사업 기간을 확정해야 한다. 국토부는 공급 규모뿐 아니라 시설 이전과 기반시설 조성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 실제 주택 공급 시점을 검토하고 있다. 양측의 정책 이견은 공개적인 정치 공방으로 번졌다. 오 시장은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동산 정책의 목적이 오세훈 힘 빼기입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탄천물재생센터 제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던 정부가 미온적인 태도로 돌아섰다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탄천물재생센터도 착공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미 이전을 위한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며 정부와 서울시가 뜻을 모으면 용산공원보다 실현 가능성과 속도, 입지 조건에서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용산공원은 가능하고 이미 이전 검토가 진행 중인 탄천물재생센터는 실효성이 없어 안 된다는 논리가 앞뒤가 맞느냐"며 “차라리 '오세훈이 내놓은 대안이라 안 된다'고 하는 편이 더 납득이 가겠다"고 반발했다. 서울시가 용산공원 내 주택 공급 철회를 전제로 보전가치가 낮은 훼손 그린벨트의 활용 가능성까지 열어두면서 협상 대상은 더욱 늘어났다. 용산공원과 탄천물재생센터, 훼손 그린벨트 가운데 어떤 부지를 실제 공급계획에 반영할지와 공급 물량·주택 유형을 어떻게 배분할지가 후속 협상의 핵심이다.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도 풀어야 할 쟁점이다. 서울시는 정비사업을 통해 2031년까지 31만가구를 착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재개발 용적률을 법적 상한의 1.2배까지 높일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면 순증 물량도 기존 8만7000가구에서 약 13만가구로 늘어난다는 계산이다. 서울시 주장대로라면 별도의 신규 부지를 확보하지 않고도 4만3000가구를 추가 공급할 수 있다. 일반분양 물량 증가로 조합의 사업성이 개선되고 조합원 분담금 부담이 낮아지면 사업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 시장은 “새로운 땅을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되고 미래세대의 녹지를 훼손하지 않아도 된다"며 정비사업이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서울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용적률 완화안에 대한 정부와 서울시의 설명은 엇갈렸다. 지난 26일 2차 회동 직후 서울시가 국토부의 전향적인 검토 방침을 공개하자 국토부는 곧바로 “검토 방향과 내용 등이 정해진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500가구 이하 정비사업의 구역 지정 권한을 서울시에서 자치구로 넘기는 방안을 놓고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오 시장은 주요 인허가 권한이 이미 상당 부분 자치구에 있는 상황에서 구역 지정 권한까지 이양하면 공급 속도를 높이기보다 난개발을 부추기고 서울의 도시계획 체계를 흔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시를 패싱하고 서울시장의 권한을 약화시키겠다는 정치적 목적 외에는 달리 설명하기 어렵다"며 정부에 공급 부지와 대출·세제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홍 후보자는 용산공원 공급이나 용적률 1.2배 완화, 정비사업 권한 이양에 관한 구체적인 입장을 아직 밝히지 않았다. 다만 서울시와 충분히 사전 협의하겠다고 밝힌 만큼 정치적 공방으로 번진 갈등을 다시 정책 협상으로 돌려놓을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서울시와의 협상과 별도로 수도권 신규 공공택지 발표도 다가오고 있다. 정부는 8·13 대책에서 신규 공공택지 10만가구 이상을 포함해 2030년까지 수도권에 23만가구 이상을 추가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입지가 공개된 2만7000가구를 제외한 7만3000가구는 이르면 9월 말, 늦어도 10월 초 발표될 예정이다. 정부는 후보지역 지방자치단체들과 상당 부분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후보자가 청문 절차를 거쳐 취임하면 신규택지 발표와 주민 반발 관리, 광역교통대책 수립을 함께 챙겨야 한다. 정부가 공급 성과를 인허가가 아닌 착공 기준으로 관리하기로 한 만큼 후보지 발표 이후 보상과 지구계획, 인허가 절차를 얼마나 단축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3기 신도시 등 기존 공공택지 8만9000가구의 착공을 1∼2년 앞당기는 작업도 남아 있다. 정부는 공공택지 후보지 발표부터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기존 68개월에서 37개월로 줄인다는 방침이다. 다만 토지 보상과 관계기관 협의, 기반시설 설치 등 사업 단계마다 지연 가능성이 남아 있다. 남양주 왕숙을 비롯한 3기 신도시의 주택 착공과 철도·도로 등 광역교통망 구축 시차를 줄이는 것도 홍 후보자가 풀어야 할 과제다. 공사비 상승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비용 부담으로 위축된 민간 공급을 회복하고 지방 미분양을 관리하는 일도 기다리고 있다. 수도권 공급 목표를 공공 부문만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만큼 정비사업의 사업성과 인허가 체계를 개선하는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결국 홍 후보자의 첫 시험대는 새 공급대책을 추가하는 것보다 전임 장관이 마무리하지 못한 협상을 인계받고 이미 발표한 공급계획을 실제 착공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는 평가다. 서울시와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용산·탄천·그린벨트·정비사업 가운데 실행 가능한 조합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홍 후보자의 정책 실행력을 가늠할 첫 잣대가 될 전망이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현장] 유학수요 잡은 영어교육도시, ‘신화’ 빠진 공원은 이제 채운다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제주영어교육도시. 지난 27일 찾은 브랭섬홀아시아(BHA) 교정에는 방학을 마치고 새 학기를 준비하는 움직임이 분주했다. 외딴 제주 서남부에 조성된 이곳에는 현재 BHA를 비롯해 노스런던컬리지에잇스쿨 제주(NLCS Jeju), 세인트존스베리아카데미 제주(SJA Jeju), 한국국제학교 제주캠퍼스(KIS Jeju) 등 국제학교 4곳이 운영되고 있다. 재학생은 4000여명에 달한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이날 국토교통부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영어교육도시와 신화역사공원 현장 설명회를 열고 주요 사업의 성과와 향후 계획을 공개했다. 영어교육도시가 해외 유학 수요를 국내로 돌려세운 대표적인 성과라면, 신화역사공원은 대규모 외국자본 유치 이후에도 채우지 못한 제주 고유의 문화 콘텐츠를 보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JDC는 영어교육도시 조성으로 지금까지 약 1조5000억원의 유학수지 절감 효과를 거둔 것으로 추산했다. 해외 유학과 달리 부모와 자녀가 국내에서 함께 생활할 수 있어 이른바 '기러기 가족' 문제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는 설명이다. JDC 관계자는 “사업 초기 학부모 인터뷰에서는 해외 유학보다 연간 약 2000만원을 절감한다는 답변이 나왔다"며 “최근처럼 환율이 높은 상황에서 주거비와 생활비까지 고려하면 해외 유학의 절반 정도 비용이 드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4개 국제학교의 2025∼2026학년도 정원 충원율은 71.9%다. JDC는 추가 학교 유치도 추진하고 있다. 영국계와 미국계 등을 포함해 약 7개 해외 학교가 제주 진출에 관심을 보이며 접촉을 이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영국 명문 사립학교인 채드윅 계열 과학학교 유치 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영어교육도시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초기와 비교해 학교 유치 여건도 달라졌다. 사업 초기에는 해외 학교를 직접 찾아가 제주 진출을 설득해야 했지만, 이제는 학교 측이 먼저 사업 참여를 제안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게 JDC의 설명이다. 다만 국제학교를 무작정 늘릴 수만은 없다. 국내 학령인구가 빠르게 감소하는 데다 비인가 국제학교 시장과의 경쟁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추가 학교의 개교 시기와 규모를 잘못 판단하면 기존 학교의 충원율과 도시 전체의 자립 기반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JDC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가 심각하고 비인가 학교 학생도 2만4000∼2만8000명으로 추정된다"며 “여섯 번째와 일곱 번째 학교를 언제 개교할지는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대학 유치 역시 지금까지 6개국 60여개 학교와 접촉했지만 막대한 건축비와 운영비, 재정 부담 탓에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날 두 번째 현장인 신화역사공원에서는 영어교육도시와는 사뭇 다른 고민이 드러났다. 신화역사공원은 서귀포시 안덕면 일원 약 120만평에 호텔과 리조트, 테마파크, 워터파크, 마이스(MICE) 시설 등을 조성하는 대규모 복합관광단지다. 전체 사업비는 약 4조393억원으로, 이 가운데 2조원 이상이 외국자본을 통해 유치됐다. 2017년 제주신화월드 1단계가 문을 열면서 호텔과 리조트 등 외형은 갖췄지만 '신화역사공원'이라는 이름과 달리 제주 신화와 역사를 보여줄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외자 유치와 사업 정상화를 우선하다 보니 카지노와 숙박·상업시설 중심으로 개발됐기 때문이다. JDC도 이러한 한계를 인정했다. JDC 관계자는 “당시에는 대규모 외자 유치를 통해 사업을 우선 본궤도에 올려놓을 필요가 있었다"며 “늦었지만 JDC가 직접 자본을 투입해 제주 신화와 역사에 충실한 콘텐츠를 구현하고 전체적인 균형을 맞추려 한다"고 설명했다. JDC는 신화역사공원 내 약 9만평 규모의 J지구를 직접 개발할 계획이다. 제주 신화를 따라 걸으며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는 야외공원과 조형물, 미디어아트 등을 조성하고, 이후 민간자본을 유치해 복합문화시설과 공연장·전시장·작가 레지던시·공방 등을 갖춘 아트콤플렉스를 단계적으로 개발한다. 숙박시설을 추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문화·휴식 공간 중심의 공원으로 차별화한다는 구상이다. 전체 민간투자 규모는 약 1700억원으로 예상됐다. JDC는 올해 안에 관련 인허가 절차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다만 제주 관광시장 침체와 신화월드 카지노의 부진, 공항에서 사업지까지의 접근성은 풀어야 할 숙제다. JDC는 제주도와 협의해 공항 직행버스 등 대중교통을 확충하고 외국인 단체관광객 유치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신화역사공원 내 제주항공우주박물관의 적자 문제도 수면 위로 드러났다. JDC는 외자 유치가 장기간 지연되자 사업 좌초를 막기 위한 선도시설로 1150억원을 들여 박물관을 건립했다. 당초 연간 관람객 100만명을 목표로 했으나 현재 방문객은 30만∼40만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JDC 관계자는 제주항공우주박물관을 “아픈 손가락이자 애물단지"라고 표현하며 “매년 상당한 적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도 매각을 원하지 않고, 추가 재원을 계속 투입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관람객과 콘텐츠 수준을 유지하면서 적자 규모를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J지구는 항공우주박물관과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업성과 운영 방식을 충분히 고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어교육도시가 해외로 향하던 학생과 돈을 제주에 붙잡아 둔 사업이라면, 신화역사공원은 뒤늦게나마 제주만의 이야기를 채워 넣는 단계에 들어섰다. 국제학교 추가 유치와 관광 콘텐츠 확충이 실제 수요와 자립 가능한 운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JDC 사업의 다음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홍지선 국토장관 후보자 “서울시와 주택공급 사전협의”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시와 충분한 사전 협의를 거쳐 주택공급 정책의 현장 실행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지방정부에서 약 28년간 도시·주택·건설·교통 행정을 담당한 경험을 살려 정부가 발표한 공급계획을 실제 착공으로 연결하겠다는 방침이다. 홍 후보자는 3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출근길에서 취재진과 만나 용산공원 주택 공급 등 서울지역 현안에 대해 “서울시와 충분한 협의를 사전에 해서 정책이 현장에서 작동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정부에서 근무를 많이 해 중앙의 정책이 지방정부로 내려와 어떻게 현장에 반영되고 작동하는지 충분히 경험했다"며 “경기도에서 쌓은 현장 경험과 국토부 2차관으로서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용적인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0일 김윤덕 장관의 후임으로 홍 후보자를 지명했다. 지난해 12월 국토부 2차관으로 발탁된 지 약 8개월 만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면 지방고등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지방관료 출신으로는 처음 국토부 수장에 오르게 된다. 1970년 강원 동해에서 태어난 홍 후보자는 서울 성남고와 한양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버밍엄대에서 도시·지역계획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6년 제2회 지방고등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경기도 도로정책과장과 도로계획과장, 건설국장, 철도국장, 철도항만물류국장, 도시주택실장 등을 거치며 도시개발과 주택, 도로·철도 등 국토교통 행정 전반을 담당했다. 남양주시 부시장으로 재직할 때는 왕숙신도시 조성과 광역교통망 확충 등 대규모 국책사업을 현장에서 조율했다. 특히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로 재임하던 당시에 경기도청에서 철도항만물류국장과 도시주택실장을 맡으면서 이 대통령의 눈에 들었다. 특히 무주택자라면 소득이나 자산 등에 관계없이 장기간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이 대통령의 대표 주거정책인 '기본주택'의 정책 실무를 담당하면서 이 대통령의 측근 인사로 자리잡았다. 홍 후보자는 지난해 국토부 2차관으로 자리를 옮긴 뒤 도로·철도·항공·물류와 건설정책을 총괄했다. 중앙부처 근무 기간은 상대적으로 짧지만 지방정부에서 정책 설계부터 인허가와 현장 집행까지 두루 경험한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홍 후보자를 “경기도에서 주택 분야 요직을 두루 거치고 국토부 2차관을 역임한 현장형 관료"라며 “주택공급 정책 설계부터 현장 집행까지 전 과정을 총괄하고 주거 안정을 실제 성과로 연결한 경험이 있다"고 소개했다. 정치인 출신인 김 장관의 뒤를 이어 현직 차관을 장관 후보자로 발탁한 것은 기존 정책 기조를 전면 수정하기보다 이미 발표한 주택공급 대책의 실행력을 끌어올리려는 인사로 풀이된다. 홍 후보자가 취임하면 가장 먼저 서울시와의 주택공급 협상을 이어받아야 한다. 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0일과 26일 두 차례 회동했지만 용산공원 활용 문제를 놓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세 번째 회동을 추진하던 중 장관 교체가 결정되면서 후속 협상은 홍 후보자가 맡을 가능성이 커졌다. 국토부는 용산공원 내 훼손된 일부 부지 등에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공원 본체를 주거용지로 활용하는 데 반대하며 강남구 탄천물재생센터와 주변 부지를 연계해 최대 1만3000가구를 공급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서울시가 용산공원 공급 철회를 전제로 훼손된 개발제한구역 활용 가능성까지 열어둔 만큼 추가 공급 부지 발굴도 협상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재개발·재건축 용적률 완화와 정비사업 규제 개선을 둘러싼 양측의 이견도 풀어야 한다. 홍 후보자가 이날 서울시와의 사전 협의를 강조한 것도 최근 국토부와 서울시 사이에서 빚어진 공개적인 신경전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앙정부의 공급계획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려면 인허가 권한과 사업 부지를 가진 지방정부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수도권 공급계획을 실제 사업으로 전환하는 것도 핵심 과제다. 정부는 기존 수도권 135만가구 착공계획에 올해 추가 대책의 공급 물량을 더해 2030년까지 수도권에서 150만가구 이상을 착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8·13 대책에는 신규 공공택지 10만가구 이상을 포함해 수도권에 23만가구 이상을 추가 공급하고, 공공택지 후보지 발표부터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68개월에서 37개월로 줄이는 방안이 담겼다. 아직 입지가 공개되지 않은 신규 공공택지 7만3000가구는 이르면 9월 말에서 10월 초 발표될 예정이다. 3기 신도시 등 기존 공공택지 8만9000가구의 착공을 1∼2년 앞당기는 작업도 남아 있다. 홍 후보자가 남양주시에서 왕숙신도시와 광역교통망 사업을 다룬 만큼 주택 공급과 교통대책을 연계해 3기 신도시 사업 속도를 높일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토지 보상과 인허가, 공사비 상승,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비용 등 공급계획의 실행을 가로막는 요인이 적지 않다. 공공 부문만으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만큼 민간 정비사업의 사업성을 높이고 지방 주택시장 침체와 미분양 문제를 관리하는 일도 병행해야 한다. 주택 이외에도 국토 균형발전과 이동권 격차 해소,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고속철도 통합 운영 등이 홍 후보자 앞에 놓여 있다. 홍 후보자는 지명 소감을 통해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며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며 “장관으로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선호 입지에 양질의 주택을 신속히 공급하고, 특히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 안정을 세심하게 챙기겠다"고 밝혔다. 이어 “메가 프로젝트 지원과 교통 인프라 확충 등을 통해 지방 주도 성장의 토대를 단단하게 만들고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본격적인 성과를 창출하겠다"며 “안타까운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가의 가장 중요한 책무인 안전관리에도 만전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홍 후보자는 “국민과 국회, 이해관계자들과 긴밀히 소통하겠다"며 “자세한 정책 방향은 청문회에서 말씀드리고 성실하고 겸손한 자세로 청문회 준비에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약력 ▲1970년 강원 동해 출생 ▲서울 성남고 ▲한양대 토목공학과 ▲한양대 토목공학 석사 ▲영국 버밍엄대 도시·지역계획학 석사 ▲제2회 지방고등고시 ▲경기도 도로정책과장 ▲경기도 건설국장 ▲경기도 철도국장 ▲경기도 철도항만물류국장 ▲경기도 도시주택실장 ▲남양주시 부시장 ▲국토교통부 제2차관 ▲홍조근정훈장 ▲대통령표창 장혜원 기자 dalgu@ekn.kr

홍지선 국토2차관, 8달 만에 장관 후보…‘주택공급 속도전’

이재명 대통령이 홍지선 국토교통부 제2차관을 신임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지난해 12월 국토부 2차관에 임명된 지 약 8개월 만의 발탁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지방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지방관료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국토부 수장에 오르게 된다. 31일 대통령실과 국토부에 따르면 홍 후보자는 지방고시 2회로 공직에 입문해 약 28년간 경기도에서 도시·주택·교통·건설 분야의 주요 보직을 거쳤다. 경기도 건설국장과 철도국장, 철도항만물류국장, 도시주택실장을 역임했으며 남양주시 부시장을 거쳐 지난해 12월 국토부 2차관으로 임명됐다. 중앙부처 근무 경험은 국토부 2차관 재임 기간이 대부분이지만 지방정부에서 정책 설계부터 인허가, 현장 집행까지 경험한 '현장형 관료'라는 점이 이번 발탁의 배경으로 꼽힌다. 정치인 출신인 김윤덕 장관 체제에서 실무 관료 체제로 전환해 이미 발표한 주택공급 대책의 실행력을 높이겠다는 인사로 풀이된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홍 후보자에 대해 “경기도에서 주택 분야 요직을 두루 거친 현장형 관료"라며 “주택공급 정책 설계부터 현장 집행까지 전 과정을 총괄하고 주거 안정을 실제 성과로 연결한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홍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던 당시 경기도청에서 철도항만물류국장과 도시주택실장 등을 맡아 교통·주택 정책을 담당했다. 특히 무주택자가 소득이나 자산, 나이와 관계없이 장기간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이 대통령의 대표 주거정책인 '기본주택'의 실무를 맡은 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남양주시 부시장으로 근무하면서 3기 신도시 중 최대 규모인 남양주 왕숙지구 조성과 광역교통망 구축을 조율한 경험도 있다. 이 대통령이 3기 신도시 사업 기간 단축과 조기 착공을 주문한 상황에서 홍 후보자의 현장 경험이 공급 속도전에 힘을 보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홍 후보자가 취임하면 정부가 세 차례에 걸쳐 내놓은 수도권 공급계획을 실제 착공으로 연결하는 일이 최우선 과제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기존 수도권 135만가구 착공 목표에 1·29 대책과 8·13 대책의 추가 물량을 더해 2030년까지 수도권에서 150만가구 이상을 착공한다는 방침이다. 8·13 대책에 포함된 수도권 신규 공공택지 10만가구 가운데 입지가 공개되지 않은 7만3000가구도 이르면 9월 말에서 10월 초 발표될 예정이다. 기존 공공택지 8만9000가구의 착공을 1∼2년 앞당기고 공공택지 후보지 발표부터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단축하는 후속 작업도 홍 후보자의 몫이다. 주요 약력 ▲1970년 강원 동해 출생(56세) ▲서울 성남고 졸업 ▲한양대 토목공학과 학사·석사 ▲영국 버밍엄대 도시·지역계획학 석사 ▲제2회 지방고등고시 합격 ▲경기도 도로정책과장·도로계획과장 ▲경기도 건설국장 ▲경기도 철도국장·철도항만물류국장 ▲경기도 도시주택실장 ▲남양주시 부시장 ▲국토교통부 제2차관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장혜원 기자 dalgu@ekn.kr

국토부, ‘최대 1만3천가구’ 탄천 주택공급안 검토

서울 강남구 탄천물재생센터 부지를 최대 1만3000가구 규모의 주택 공급지로 활용하자는 서울시 제안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검토 작업을 본격화했다. 국토부는 서울시가 내놓은 공급 물량이 실제로 타당한지, 주택 공급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이뤄질 수 있을지를 핵심적으로 따져볼 방침이다. 탄천 부지 논의와 별개로 용산공원을 주택 공급지로 삼는 방안도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30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27일 탄천물재생센터 부지를 주택 공급지로 조성하는 구상을 담은 자료를 국토부에 제출했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김윤덕 국토부 장관과 가진 두 번째 회동에서 탄천물재생센터를 다른 곳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 청년 주택단지를 포함한 가칭 '동남권 청년 특화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안을 제안한 데 따른 조치다. 서울시는 39만3000㎡ 면적의 탄천물재생센터 부지에 주거 용도로 절반 수준 배정할 경우 최소 1만가구에서 최대 1만3000가구까지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울시는 2024년 5월 탄천물재생센터 인근 동부도로사업소와 세텍(SETEC) 부지 등을 대상으로 한 양재천·탄천 합수부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을 완료했다. 아울러 올 연말 마무리 목표로 탄천물재생센터 이전을 위한 민간투자사업 적격성 조사도 진행 중이다. 다만, 탄천 부지에 주택을 세우기 위해선 현재 운영 중인 물재생센터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는 터라, 이전할 부지를 확보하고 시설을 짓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는 서울시가 제안한 공급량 규모뿐 아니라 실제 주택 공급이 이뤄질 수 있는 시점 등을 살펴볼 방침이다. 탄천 부지 검토와 별개로 국토부는 용산공원 내 주택 공급 방안도 별도로 검토해나갈 예정이다. 탄천 부지를 용산공원의 대안으로 삼은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장교 숙소와 옛 방위사업청 부지, 과거 미군 병원과 학교 부지 등 기존에 훼손된 일부 구역에 청년·신혼부부용 주택을 짓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앞서 김 장관과 오 시장은 지난 20일·26일 두 차례의 회동을 가져 용산공원 주택 공급 문제 등을 논의했으나, 용산공원 본체 부지에 주택을 짓는 핵심 쟁점에 대해선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조만간 세 번째 회동이 성사될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서울시, 용산 철회 땐 ‘훼손 그린벨트’ 해제 검토…3차 회동 새 협상카드

서울시가 정부의 용산공원 주택 공급 방침 철회를 전제로 보전 가치가 낮은 훼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주택 공급에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그린벨트가 정부와 서울시 간 협상의 새 카드로 떠올랐다. 용산공원과 탄천물재생센터를 둘러싼 논의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상대적으로 사업화가 가능한 훼손 그린벨트에서 공급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29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김윤덕 국토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다음 주 세 번째 회동을 열고 서울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양측은 최근 두 차례 회동에서도 용산공원 본체 부지 활용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지만, 훼손 그린벨트와 탄천물재생센터, 용산국제업무지구 등 대체 공급 방안에 대해서는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번 협상에서 가장 새로운 변수는 훼손 그린벨트다. 서울시는 정부가 용산공원 본체 부지에 주택을 공급하려는 방침을 철회할 경우 녹지로서 기능을 상실했거나 보전 가치가 낮은 훼손 그린벨트를 선별해 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는 그동안 그린벨트 해제에 신중했던 서울시가 용산공원 보존을 조건으로 제한적인 해제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도심 한복판의 국가공원을 훼손하는 대신 이미 창고나 주차장, 비닐하우스 등으로 이용돼 녹지 기능이 떨어진 지역을 활용하자는 논리다. 다만 국토부와 서울시는 훼손 그린벨트 검토의 전제를 놓고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김 장관은 최근 오 시장과의 회동 결과를 설명하면서 서울시가 훼손 그린벨트 활용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서울시는 용산공원 주택 공급 계획을 철회하는 것이 그린벨트 검토의 전제라고 재차 밝혔다. 서울시가 그린벨트 해제를 독립적인 공급 대책으로 수용한 것이 아니라 용산공원 본체를 지키기 위한 교환 조건으로 제시한 셈이다. 다음 주 회동에서도 정부가 용산공원 공급 구상을 유지할 경우 훼손 그린벨트 논의가 진전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제도적으로도 공공주택 공급을 위한 그린벨트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는 수도권 공공주택지구 조성을 위해 해제하는 그린벨트 면적을 지방자치단체별 해제 가능 총량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제도 개선안이 의결됐다. 지자체가 기존에 배정받은 해제 가능 면적을 소진하지 않고도 공공주택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과천경마장·국군방첩사령부 일대 1만6100가구 공급과 태릉CC 관련 절차 등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가 훼손 그린벨트 후보지를 제시하면 중앙정부의 공공주택지구 지정과 총량 예외 제도를 결합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관건은 실제 후보지와 공급 규모다. 서울시는 아직 검토할 수 있는 훼손 그린벨트의 구체적인 위치와 면적, 예상 공급량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린벨트라고 해도 환경평가 등급과 생태적 가치, 주변 기반시설 여건이 각각 다른 데다 해제 과정에서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발이 발생할 수 있다. 도로와 철도 등 교통망, 학교와 상하수도 같은 기반시설을 갖추는 데 필요한 비용과 기간도 따져야 한다. 보전 가치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주택을 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닌 만큼 실제 공급 효과는 후보지가 공개돼야 판단할 수 있다. 김 장관은 지난 27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부가 다음 달 공개할 수도권 7만3000가구 이상의 추가 공급 후보지에는 현재 서울 물량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 시장과 대화만 잘되면 서울에서 3만~4만가구 정도가 추가될 수 있다"며 전체 공급 규모가 10만가구를 넘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추가할 3만~4만가구는 훼손 그린벨트 한 곳만으로 확보하기보다 여러 공급 방안을 조합해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는 탄천물재생센터와 동부도로사업소, 세텍(SETEC) 일대를 연계해 최대 1만3000가구를 공급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학교 부지 확보를 전제로 기존 6000가구에서 8000가구까지 늘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훼손 그린벨트와 도심 유휴부지,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에 따른 공급 물량을 더하면 정부가 제시한 3만~4만가구에 접근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반면 용산공원 본체를 둘러싼 입장차는 여전히 크다. 김 장관은 어린이정원이 공급 대상지로 확정된 것은 아니라면서도 구 방위사업청 부지와 장교숙소, 병원·옛 미군학교 부지 등 이미 훼손되거나 개발된 공간에서 청년·신혼부부 등을 위한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공론화하자는 입장이다. 오 시장은 용산공원특별법 개정과 미군기지 반환, 토양 정밀조사와 오염 정화, 인허가 절차 등을 고려하면 현 정부 임기 내 착공이 불가능하다며 본체 부지 개발에 반대하고 있다. 용산공원 대신 훼손 그린벨트를 활용하자는 제안에는 공원 보존이라는 명분과 공급 확대라는 실리를 함께 확보하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탄천물재생센터 역시 즉시 공급할 수 있는 부지는 아니다. 약 2조4967억원 규모 시설현대화 민간투자사업이 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의 적격성 조사 단계에 있고, 상부 주택 개발은 현재 조사와 별도 사안이다. 시설 이전 부지와 악취·소음 대책, 구조 안전성, 추가 사업비와 공사 기간 등도 검토해야 한다. 결국 다음 주 3차 회동에서는 훼손 그린벨트가 용산공원 갈등을 풀고 서울 추가 공급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정부가 용산공원 본체 공급 구상을 어느 수준까지 조정할지, 서울시가 그 대가로 어느 후보지를 얼마나 내놓을지가 협상의 성패를 좌우한다. 다만 '훼손 그린벨트 활용'이라는 원칙만으로는 주택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다. 양측이 구체적인 후보지와 공급량, 공공주택 비율, 사업 일정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그린벨트 카드 역시 용산과 탄천에 이은 또 하나의 선언적 대안에 머물 수 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서울시, 신통기획 초기부터 주민 참여 확대…통합심의 ‘한 번에 통과’ 지원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 도입 5년 차를 맞아 기획 초기부터 주민 참여를 확대하고, 기획 완료 이후 통합심의 등 후속 절차까지 지원한다. 주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정비계획의 완성도를 높이면서 심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업 지연도 줄이겠다는 취지다. 서울시는 주민 소통 강화와 후속 절차 신속 지원, 정책 이해도 제고를 골자로 한 '신속통합기획 운영 개선방안'을 시행한다고 28일 밝혔다. 신속통합기획은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정비계획 수립 단계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공공성과 사업성의 균형을 맞추고 사업 기간을 단축하는 제도다. 지난 7월 말 기준 서울 시내 총 311개 구역이 신통기획 대상지로 선정됐으며, 이 가운데 192개 구역이 기획을 완료했다. 서울시는 참여자 의견 청취와 정비사업 정상화 특별위원회 현장점검 등을 통해 기획 초기 단계에서 주민 참여를 확대하고, 기획 완료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리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확인했다. 이번 개선방안은 민선 9기 공약인 '2031년까지 31만가구 착공' 목표를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다. 우선 주민참여단의 참여 시점을 기획 마무리 단계에서 초기 단계로 앞당긴다. 기존에는 기획을 마무리할 무렵 주민 간담회나 설명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했지만, 앞으로는 현장답사 단계부터 주민참여단이 참여해 지역 현안과 정비계획의 방향을 논의한다. 기획 과정에서 주민 간 이해가 엇갈리는 주요 쟁점이 발생하면 설문조사와 현장 간담회 등을 추가로 실시한다. 주민이 자문회의에 직접 참석해 의견을 설명할 수 있도록 소통 창구도 다양화한다. 주민 대표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도 마련한다. 기존에는 주민참여단을 중심으로 협의했지만 앞으로는 구역 지정 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른 추진위원회가 구성되면 추진위원의 10% 안팎을 협의 주체에 포함한다. 기획 완료 이후에는 후속 절차 관리를 강화해 조기 착공을 지원한다. 신통기획 자문회의에 통합심의위원의 참여를 확대해 기획 단계부터 향후 심의에서 제기될 수 있는 주요 쟁점을 사전에 검토한다. 정비계획과 건축계획 간 충돌이나 심의 과정에서의 보완 요구를 미리 줄여 계획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통합심의를 신청하기 전에는 신통기획 주관 부서와의 사전 협의를 의무화한다. 통합심의에는 해당 기획에 참여한 신속통합기획가(MP·MA)나 기획 자문위원이 참석해 기획 취지와 핵심 내용을 직접 설명하도록 한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기획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통합심의를 한 번에 통과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정책 관련 정보 공개와 홍보도 확대한다. 서울시 홈페이지의 신통기획 온라인 아카이브 공개 대상을 기획 완료 구역에서 기획이 진행 중인 대상지까지 넓힌다. 사업 참여자들이 제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비지원계획 수립 매뉴얼도 제작해 공개한다. 올해 하반기에는 자치구 신청을 받아 구청과 동주민센터 등 주민 접근성이 높은 공공시설에서 '찾아가는 신속통합기획 이동전시'를 개최할 계획이다. 김창규 서울시 도시공간본부장은 “좋은 정비계획은 주민과 충분히 소통하고 지역 여건을 세심하게 살피는 데서 시작한다"며 “기획 초기부터 주민과 함께 계획을 만들고 기획 이후에도 후속 절차까지 지속해서 지원해 계획의 완성도와 사업의 속도를 함께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김병헌의 체인지]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진짜 원인은

최근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여권에서 강성 발언이 잇따른다.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이탈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읽힌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바라보는 여권의 시선도 대체로 비슷하다. 유시민 작가를 비롯한 민주당 코어 지지층의 실망, 개혁 속도에 대한 불만, 지지층 결집 부족에서 원인을 찾는다. 틀린 진단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만 보고 있다면 더 큰 변화를 놓칠 수 있다. 지금 한국 사회 밑바닥에서는 '수도권 성장연합'과 '지방 생존연합'이라는 새로운 균열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서울에서는 집값이 너무 올라 걱정이다. 지방에서는 집이 안 팔려 걱정이다. 수도권 청년은 집을 살 수 없다고 절망하고, 지방 청년은 일자리가 없어 고향을 떠난다. 지방의 부모는 자식을 수도권으로 보내고, 자신이 평생 일궈온 집과 땅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지켜본다. 같은 대한민국인데 경제가 정반대로 움직인다. 정부는 반도체, AI, 방산, 배터리 같은 미래산업을 이야기한다. 필요한 정책이다. 수출도 늘리고 국가 경쟁력도 높여야 한다. 문제는 성장의 지도가 지나치게 좁다는 데 있다. 첨단기업과 인재와 자본이 수도권과 몇몇 산업거점으로 몰린다.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고 방산 수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해도 어느 농촌 읍내의 식당 매출이나 농지가격까지 온기가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 산업화 시대의 '낙수효과'가 약해졌다. 지방 주민의 눈에는 이상한 풍경이 펼쳐진다. 뉴스에서는 대한민국이 잘나간다. 그런데 우리 동네 학교는 문을 닫는다. 병원이 사라진다. 아파트는 미분양이고 상가는 비어간다. 농지는 팔리지 않는다. 젊은 사람은 떠난다. 여기에 농지 이용과 소유에 대한 전수조사와 규제 강화가 투기 방지라는 정당한 목적을 갖고 있더라도, 고령 농민과 토지 소유자가 이를 '내 마지막 자산까지 옥죄는 정책'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면 문제는 경제를 넘어 정치가 된다.그런데 주요 언론들마저 재대로 된 언급조차 없다. 한국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과거 미국은 세계화와 산업구조 변화에서 뒤처진 러스트벨트의 분노가 기존 정치질서를 흔들었다. 프랑스에서는 파리와 대도시 중심의 성장에서 소외됐다고 느낀 지방 주민의 불만이 노란조끼 시위와 포퓰리즘 정치의 토양이 됐다. 독일에서도 동서 지역격차와 산업전환의 불안이 기존 정당에 대한 이탈과 급진정당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공통점이 있다. 사람들은 가난해서만 분노하지 않는다. '다른 곳은 앞으로 가는데 나와 내 지역만 뒤로 밀린다'고 느낄 때 더 크게 분노한다. 한국 정치가 지금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물론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민주당 코어층의 이탈로만 해석하면 처방은 간단해진다. 더 강하게 말하고, 지지층이 원하는 개혁을 더 빠르게 추진하고, 정치적 전선을 선명하게 만들면 된다. 그런데 원인의 상당 부분이 지역의 경제적 박탈감이라면 이런 처방은 번지수가 다르다. 필요한 것은 강성 발언이 아니라 지방 주민의 자산과 소득에 대한 대답인 것이다. 지방 부동산을 인위적으로 띄우자는 주장이 아니다. 사람이 살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반도체·AI·방산 같은 국가전략산업의 공급망과 연구기관, 대학, 의료, 협력기업을 지방 거점도시와 연결해야 한다. 지방 이전 기업에는 세제 혜택 정도가 아니라 인재·교육·주거를 묶은 패키지를 제공해야 한다. 농지는 투기를 막되 농민의 재산권과 고령농의 은퇴·매각 경로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정부의 지역정책 성적표를 '얼마를 지원했는가'에서 '그 지역의 소득과 인구와 자산가치가 어떻게 변했는가'로 바꿔야 한다. 지금 서울의 청년은 집이 너무 비싸다고 화가 나 있다. 지방의 부모는 집과 땅이 너무 싸지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지방의 청년은 아예 일자리가 없다고 떠난다. 세사람의 분노가 한곳에서 만나는 순간이 위험하다.그때 한국 정치의 전선은 진보와 보수가 아닐 수 있다. '수도권 성장연합' 대 '지방 생존연합'.으로 바뀐다. 그래서 대통령 지지율의 숫자만 들여다볼 때가 아니고 그 숫자 아래에서 움직이는 지도를 봐야 한다. 여권이 코어 지지층의 목소리만 크게 듣다가 지방에서 조용히 쌓이고 있는 박탈감을 놓친다면, 다음번에 확인하게 될 것은 몇 퍼센트 지지율 하락이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 정치지형 자체가 달라져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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