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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 만에 토허 신청 40% 급감…강남 가격상승률은 3.1% ‘쑥’

6월 서울 토지거래허가 신규 신청건수는 감소했지만 신청 가격은 토허 지정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서울 전반에 가격 상승세가 확대되는 가운데 강남3구·용산구의 가격상승률은 3%를 웃돌며 강세를 이어갔다. 10일 서울시는 6월 서울 아파트 토허 신규 신청 건수가 5382건이라고 밝혔다. 이는 신청이 가장 많았던 4월(8925건) 대비 39.7%, 전월(6043건) 대비 10.9% 감소한 수준이다. 지난해 10월 서울 전역 토허제 시행 이후 올해 6월 말까지 누적 신청 건수는 총 4만8564건이다. 토허 신규 신청 건수가 감소하는 이유에 대해 시는 5월에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영향으로 신청 건수가 4월 대비 32.3%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시는 6월에도 감소세가 이어져 5월 말에 시행된 세입자 있는 주택에 대한 실거주 의무 유예 제도로 인한 거래증가효과는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 6월 주간 일평균 토지거래허가 신청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유예 발표 이전 수준으로 감소했다. 시는 “중과유예 종료를 앞두고 일시적으로 집중됐던 신청 수요가 감소했다"며 “7월 세제개편을 앞두고 시장 참여자들이 거래를 유보하며 관망세를 보인 영향도 있다"고 분석했다. 권역별 토허 신청 동향을 보면 강남3구·용산구 비중은 감소한 반면 강북권 중심의 거래 비중은 확대됐다. 강남3구 및 용산구 신청 비중은 5월 16.7%에서 6월 13.0%로 감소했다. 반면 강북권 10개구 비중은 41.5%에서 46.2%로 증가했다. 시는 양도소득세 중과유예 종료 이후 강남권의 절세 목적 거래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거래수요는 상대적으로 대출 부담이 적은 실수요 중심 거래가 많은 강북권·외곽지역으로 이동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한강벨트 7개구 비중도 23.9%에서 22.3%로 소폭 감소했다. 서남권은 18.5% 수준으로 전월과 유사한 비중을 유지했다. 6월부터 시행된 '세입자 있는 주택 실거주 의무 유예 신청'은 총 279건으로 전체 신청의 5.2%를 차지했다. 권역별로는 강북권 10개구가 115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한강벨트 7개구 72건, 강남3구·용산구 65건, 서남권 4개구 27건 순이다. 허가신청 중 실거주 유예 신청 비율은 강남3구·용산구가 9.3%로 가장 높았고 한강벨트 6.0%, 강북권 4.6%, 서남권 2.7% 순이다. 6월 한 달 간 접수된 서울 전체 토허 신청가격은 전월 대비 2.67% 상승했다. 이는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토허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시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출회된 절세 목적의 급매물은 대부분 소화됐다고 봤다. 급매 거래가 마무리되고 기존 호가를 유지한 일반매매 거래가 증가하면서 실수요 중심의 매수세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권역별로 살펴보면 서울 전역으로 상승세는 확대되는 모양새다. 그중에서도 강남3구·용산구의 전월대비 변동률은 3.10%로 서울 전체의 상승세를 견인했다. 한강벨트 7개구 역시 상급지 선호 수요가 꾸준히 유입되며 전월 대비 1.89% 상승했다. 강북권 10개구는 전월대비 2.86%, 서남권 4개구는 2.89% 상승했다. 시는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실수요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되면서 비강남권 상승 흐름이 이어졌다고 봤다. 이 같은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흐름에 대해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규제와 상관없이 실수요자들의 대기수요는 늘 존재한다"며 “강남3구·용산구의 가격상승률이 높은 것은 매수 대기 수요에 비해 매물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 교수는 “토지거래허가제는 사실상 주택거래허가가 됐다"고 지적하며 “허가를 받아야만 살 수 있으니 매물은 귀해지고, 실수요자들은 더 묶이기 전에 사야 한다며 진입하니 규제를 해도 가격이 계속 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르포] 소각장 백지화에도 오세훈 시장에게 등돌린 ‘상암 민심’

“엄청 좋아요"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 월드컵파크 4단지 놀이터 앞 벤치에서 만난 A(61,여)씨는 상암동 신규 소각장 무산 소식에 대해 활짝 웃으며 위와 같이 말했다. 이후 단지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만난 B(72,여)씨 또한 “잘 해결되어 다행이죠"라며 안도감을 나타냈다. B씨는 “공기질이나 여러 가지 건강에 안 좋으니까…걱정이었죠" 라며 “다행이죠 정말"이라고 거듭 말했다. 비가 내리고 그치기를 반복하던 한여름의 상암동 아파트 단지 안은 평화로웠다. 산책하러 나온 주민들과 놀이터에서 뛰노는 아이들, 그 곁을 지키는 어머니들의 모습은 여느 동네와 다름없는 일상이었다. 하지만 마포구 신규 소각장 문제로 이곳은 몇 년 동안 갈등의 최전선이었다. 3년 넘게 상암동을 뒤흔들었던 '신규 소각장 건립'이 전격 무산된 이후,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의 얼굴에는 안도감이 가득했다. 상암동의 소각장 갈등은 지난 20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시는 마포구 기존 소각장 인근에 하루 1000톤 규모의 신규 광역소각시설을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시는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에 대비하기 위한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마포구 주민 중심으로 구성된 '마포소각장백지화투쟁본부'는 위원회 구성 위법성을 이유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025년 1월 법원은 입지 선정 과정에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후 서울시는 2심에서도 패소했다. 결국 2026년 3월 서울시는 상고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신규 소각장 사업은 사실상 백지화됐다. 사업은 백지화됐지만, 지난 3년간 주민들이 겪은 심적 고통과 소외감은 깊었다. 앞서 만난 A(61.여)씨는 “우리는 서울시민이 아닌가"라고 말하며 당시 마포구 소각장 선정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A씨는 “이미 (상암에 소각장이) 하나 있는데 또 하나를 들여온다는 건 형평성에 안 맞는 거 아니냐"라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강남 집값만 신경쓰는 거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에너지경제신문은 상암 월드컵파크 2단지로 이동하는 산책로를 걷다 '상암 토박이'라는 분을 만났다. 93세 할머니 C씨는 마포구 소각장이란 말을 듣자마자 “절대 반대였지"라며 격하게 반응했다. C씨는 “우리 만나러 가서 데모하고 그랬는데"라고 말하며 “또 짓는다 하면 가만 안둘거야"라며 마포 소각장에 대한 반대 의견을 강하게 드러냈다. 2단지로 들어가는 입구 앞에서 만난 D(34‧여)씨는 “저 조리원 들어갔을 때는 주민분들 막 입구에 모여가지고 밤인데도 시위 하고 그랬었어요" 라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이런 상암동 민심이 이번 6.3 지방 선거에서 오세훈 후보에 대한 상암동의 낮은 표심에 영향을 미쳤을까. 주민들의 반응을 조심스러웠지만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앞서 만난 D씨는 “영향이 없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소각장이 낮은 표심에 영향을 미친 것 같냐는 질문에 2단지 입구에서 나오던 E씨(45‧남)은 “그런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라고 답했다. 실제 제9회 지방선거 결과에서 국민의 힘 오세훈은 최종적으로 당선됐지만, 상암동에선 고전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 분석 결과 상암동에서 오세훈 후보의 득표율은 41.39%(6014표)에 그친 반면,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는 55.37%(8046표)를 얻었다. 두 후보 간 격차는 13.98%에 달했다. 오 시장이 마포구 내에서 패배한 7개 동(합정·망원1·망원2·연남·성산1·성산2·상암) 중 상암동의 격차가 가장 컸다. 두 번째로 격차가 컸던 망원2동(12.10%차이)이나 연남동(4.67%차이)과 비교해도 상암동의 격차가 가장 크다. 상암동 소각장 이슈가 불거지기 전인 2022년 제8회 지방선거 당시 오세훈 후보는 상암동에서 7223표를 얻으면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후보(5163표)를 제치고 최종 당선됐다. 오세훈 후보가 처음부터 상암동에서 고전하던 후보는 아니였다는 뜻이다. 소각장 이슈 이후 아파트 값이나 주택 거래량의 변화가 있는지 묻기 위해 상암 월드컵파크 단지 내에 위치한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한 공인중개사를 만났다. 공인중개사는 “소각장은 집 매매엔 생각보다 큰 영향이 없는 거 같다"며 “대부분이 전월세가 60%이상이다. 상암은 가격적으로 싸다는 메리트가 크기 때문에 필요하면 들어오고 나간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후 6.3 지방 선거 결과에 대해선 “투표에는 영향이 있다. 원래 오세훈 시장이 상암동에서 인기가 되게 좋았다"며 “그런데 약간 정치적으로 강남권에서 표를 얻기 위해서 이쪽(상암동)에 소각장을 밀어붙이고 미움을 산건 사실이다. 여기(상암)선 (오세훈 시장을) 많이 지지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이지민 인턴기자 lalalisa6983@gmail.com

[르포] “하이엔드도 이젠 싫어”…반포 재건축 ‘울트라’ 하이엔드 경쟁

“디에이치 이제는 너무 많잖아요. 반포만의 이름이 있어야죠."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건설 현장. 공사장 펜스에는 현대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THE H)'가 적용된 조감도가 걸려 있었지만, 인근 공인중개업소에서 가장 많이 나온 이야기는 공사 진행 상황이 아닌 단지명이었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는 당초 현대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에 최상위 아파트를 의미하는 '클래스트'를 결합한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를 단지명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이름이 지나치게 길다는 의견이 이어지면서 단지명 논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후 건설사의 '디에이치'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과 아예 시공사 브랜드를 제외한 독자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조합원 의견이 맞서고 있다. 최종 단지명은 오는 9월 조합원 총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반포역 인근 공인중개업소에는 재건축 관련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다. 한 공인중개사는 “예전에는 디에이치나 래미안 같은 건설사 브랜드만 붙어도 프리미엄이라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하이엔드 브랜드가 여러 곳에 적용되다 보니 반포만의 독자적인 이름을 원하는 조합원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반포에서는 건설사 브랜드보다 단지 고유의 정체성을 강조한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디에이치 클래스트 바로 옆에 위치해 있는 '래미안 트리니원'의 단지 상가가 대표적이다. 삼성물산이 반포주공 1단지 3주구를 재건축 해 오는 8월 7일부터 입주를 시작하는 래미안 트리니원은 단지 내 상가에 아파트 브랜드인 '래미안'이 아닌 '나인반포(NINE BANPO)'라는 독자적인 브랜드를 선보였다. 이는 건설사 브랜드 대신 지역명을 전면에 내세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반포라는 지역의 상징성과 희소성을 강조해 단지 자체를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강남에서는 이름도 자산"이라며 “같은 입지라도 어떤 이름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향후 시장에서 받는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건설사 브랜드보다 지역성과 희소성을 담은 이름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조금씩 생기고 있다"고 귀띔했다. 반포의 변화는 단지명에만 그치지 않는다. 디에이치 클래스트 바로 옆에 위치한 반포주공1단지 3주구를 재건축한 '래미안 트리니원'은 최근 강남권 재건축의 새로운 성공 사례로 꼽힌다. 래미안 트리니원은 일반적인 재건축처럼 용적률을 최대한 높여 사업성을 확보하기보다 임대주택을 두지 않는 준 일대일 재건축 방식을 선택했다. 용적률과 건폐율을 낮추는 대신 넓은 동간 거리와 쾌적한 주거환경을 확보하는 데 집중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해 이름값을 높이는 것보다 재건축 시공 퀄리티 자체를 높이는 고품질 전략이 근본적으로 아파트 자산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택업계에선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의 단지명 논란도 같은 흐름으로 해석하고 있다. 과거에는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하는 것이 프리미엄의 상징이었다면, 이제는 얼마나 특별한 정체성을 갖느냐가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오는 9월 조합원 총회에서 어떤 이름이 선택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인근 주민들은 하나같이 이름도 결국 자산이라고 입을 모았다. 반포 재건축은 이제 단순히 아파트를 새로 짓는 사업이 아니다. 브랜드를 넘어 단지만의 가치를 만들고, 희소성을 설계하는 경쟁이 시작되고 있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길나현 인턴기자 khilnayheon@gmail.com

[르포] “기대‧걱정 시기상조”... 재건축 속도 낸 잠실 주공5단지 가보니

부식된 흔적이 가득한 낡은 아파트 외벽. 일부 저층 세대에는 덩굴이 외벽을 타고 무성하게 올라가 있었다. 10일 에너지경제신문이 직접 찾은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단지 곳곳에는 재건축 사업시행계획인가 승인을 축하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잠실 주공5단지는 1977년 지어져 올해로 49년을 맞은 서울 강남권의 대표적인 노후 대단지다. 1996년 재건축 추진위원회 구성 이후 주민 간 이견과 제도 변화 등을 거치며 장기간 계류됐다가 이달 1일 송파구 서강석 구청장이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승인하면서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사업시행인가는 재건축 절차에서 이른바 '8부 능선'으로 불리는 핵심 단계로, 향후 관리처분과 이주, 철거, 착공, 일반분양 등 후속 절차가 이어질 예정이다. 주공5단지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 35만8077㎡ 부지에 지하 4층~지상 최고 65층 규모, 총 6411가구의 대단지로 재탄생한다. 주택용지에는 최고 49층 4942가구, 복합용지에는 최고 65층 1469가구가 들어서며 판매·업무·문화시설이 결합된 복합 랜드마크도 함께 조성된다. 30년 넘게 계류된 사업에 속도가 붙었지만, 입주민들의 반응은 차분했다. 주공5단지에 50년 넘게 거주했다는 80대 조합원은 사업시행계획인가 소식에 “재건축 소식은 하도 오래 전부터 언급된 이야기라 덤덤하다"고 말했다. 이곳에 전세로 8년째 거주 중인 50대 입주민은 “재건축이 빨리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아직 진행될 과정이 많으니 고민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의 제기라도 들어오면 설계 변경이 이뤄질 수도 있고, 앞으로 수 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향후 이주 계획을 두곤 노년층은 떠나고, 중장년층과 젊은층은 잔류를 택하는 분위기다. 노년층은 매도를 고려한다. 80대 조합원은 “재건축 후 입주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노인들은 대부분 그 전에 집을 팔고 나갈 것"이고 전했다. 젊은층과 중장년층은 이주 계획을 고민 중이다. 50대 조합원은 “이주 과정이 시작되면 위례 신도시의 전세로 잠시 옮길 생각"이라고 밝혔다. 강남권 전월세 시장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고 밝힌 30대 조합원은 “이주 기간에는 부모님 댁에서 함께 지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또다른노후 대단지로 꼽히는 인근 은마아파트와 사업 시기가 겹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했다. 은마아파트 역시 20년 넘게 재건축 사업이 계류됐다가 지난 2일 사업시행계획인가가 승인됐다. 30대 조합원은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면 두 아파트 모두 비슷한 시기에 이주가 이뤄질 텐데, 서울시에서 이주 시기를 인위적으로 조정할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한편 이날 오후 잠실주공 5단지 재건축 정비사업 조합 사무실은 감정평가 신청서를 작성하기 위한 조합원들의 발길이 내내 이어지고 있었다. 조합 측은 사업 추진을 두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사무실에서 만난 한 조합 관계자는 “초고층 단지 재건축을 추진하는 (강남권) 사업 중 우리 단지는 사업 속도가 빠른 편"이라며 “순발력 있게 사업을 추진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압구정 2구역은 지난 2일 사업시행계획을 위한 통합심의를 통과했다. 3~5구역은 정비구역 지정을 완료하고 시공사 선정 등 절차에 돌입했다. 재건축 속도 기대감은 집값에도 반영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 분석 결과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82㎡는 지난달 16일 43억2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6월 16일 동일 평형 실거래가 40억7500만원이었으니 1년 만에 2억5000만원이 올랐다. 단지 내 부동산중개업소 공인중개사는 “재건축 후 전용 84㎡는 50억원 이상에 팔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는 다만 재건축 사업 후속 절차와 이에 따른 변수를 지켜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사업 추진이 더뎌지면 공사비 상승에 따른 사업성 악화가 재건축 사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공사비원가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 5월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7% 오른 137.67을 기록하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8월부터 본격 적용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주요 쟁점 중 하나다. 재초환은 재건축 사업으로 얻은 이익이 조합원당 8000만 원을 넘으면 초과 이익의 최대 50%를 국가가 거둬들이는 제도다. 서 교수는 “주공5단지에 재초환이 적용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며 “재초환이 적용된다면 추후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고해람 인턴기자 rhgofka123@gmail.com

등록민간임대 확대 논쟁…기여·특혜 수치 없으니 ‘평행선’

등록민간임대주택 공급 확대 필요성엔 정부와 학계가 공감대를 형성했음에도 제도개선을 두고 평행선이 이어졌다. 임대사업자의 공공기여분과 인센티브를 객관적으로 비교할만한 정량화된 수치가 없다 보니 규제와 완화가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복기왕·김남근 국회의원 주최, 대한주택건설협회·한국주택협회 주관으로 열린 '민간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주거안정 토론회'가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등록민간임대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정부와 학계가 의견을 같이한다. 전국 임차가구는 2024년 기준 847만가구로 추산된다. 이 중 공공임대주택은 197.2만가구로 임차가구의 23.2%만 살고 있다. 나머지 임차가구 수요는 민간에서 흡수하는 셈이다. 민간시장에는 134.9만가구의 등록민간임대주택이 있다. 등록민간임대주택은 전국 임차가구 기준으로 약 16%다. 공공임대주택은 2000년대 들어 매년 10만호 내외를 공급해오고 있지만 이를 급격하게 늘리기는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등록민간임대주택이 공공임대주택의 역할을 보완하고 있으며 임차가구 주거안정을 위해 필요한 하나의 축이라고 봤다. 이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이 논의한 '민간임대주택 조기 분양전환'과 '임대사업자 지위 연장'은 복기왕 의원이 지난 2025년 8월 각각 발의한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민특법) 일부개정법률안'의 핵심 골자다. 그동안 등록민간임대주택을 활성화함에 있어서 제도적인 걸림돌이 있었다. 임대의무기간이 다하지 않았어도 조기에 분양전환을 하는 문제는 공공임대주택에는 규정이 있지만 민간임대주택에는 규정이 없었다. 이는 2015년에 임대주택에 관한 규정을 민간임대주택법과 공공주택특별법으로 이원화하면서 발생한 문제다. 전문가들은 조기분양전환 규정의 차등을 바로잡는 것이 임대인과 임차인이 상생할 수 있는 구조라고 봤다. 전·월세 시장 안정화에 있어서도 임차인에게 내 집 마련 시기를 당겨준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기능한다는 것이다. 조기분양전환에 관해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임차인 측면에서는 최근 건설비, 분양가 상승 등으로 임대의무기간이 끝나는 시점의 분양가가 크게 올라 임차인이 분양가를 감당하기 어려워지는 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다"며 “임대사업자 입장에서도 분양대금을 조기에 회수해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윈윈이 가능하다"고 봤다. 임대사업자 등록 자동말소 규정이 신설되면서 생기는 문제도 지적됐다. 임대 사업자 등록이 자동으로 말소됐어도 여전히 세입자가 존재하는 경우, 임대사업자는 임대의무는 이행해야하지만 보유세·종합부동산세 등은 다주택자 기준이 적용되는 부담을 진다는 것이다. 민간등록임대주택은 2017년부터 크게 증가했기 때문에 아파트 장기임대주택의 경우 2025년부터 자동말소 예정 임대주택 물량이 많아질 예정이므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서울시 자동말소 예정 등록임대아파트는 2025년 3754가구였지만 2026년에는 2만2822가구로 6배 넘게 증가했다. 한편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고수했다. 조기 분양전환에 있어서 공공임대도 건설사와 입주민 간 가격 갈등이 심해 2019년부터 사실상 신규 공급을 중단했을 정도로 정무적 부담이 큰 사안이라는 것이다. 당초 세제 혜택과 기금 지원을 제공할 때 설정한 임대 의무기간 계약을 단축하는 것은 정책 취지에 위배될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했다. 한성수 국토교통부 주거복지정책관은 “현 정부의 목표는 청년·신혼부부 등이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양질의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라며 “조기분양으로 임대기간이 짧아지는 것과 장기 주거 안정이라는 목표가 상충되는 부분을 해소하도록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자동말소 후 임대사업자 지위를 연장의 방향성은 맞다고 봤다. 한 정책관은 “혜택을 안주면 의무도 없어야한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면서도 “세입자 보호를 위해 임대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 의무를 유지시키고 있는데 이는 보호장치로서 함부로 풀기 어렵기 때문에 이 역시 상충되는 상황을 풀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민간등록임대주택을 활성화하자는 논의는 꾸준히 이어졌으나 여전히 비슷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결국 인센티브가 임대인과 임차인에게 각각 얼만큼 가는지 정량화된 지표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진장익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조기 분양전환을 할 때 단순히 민간에서 혜택을 너무 가져가는 것 아닌가 해 규제하는 측면이 있다"며 “민간에서 기여한 부분도 정량적 판단 기준을 세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종배 파이낸셜뉴스 국장도 “정부가 10년을 보고 지원을 했지만 이것이 5년으로 조기 분양전환이 됐을 때 어떤 것들이 회수돼야 하는지 모르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르포] 재건축 앞둔 목동 가 보니…“공사비 평당 1000만원 넘으면 안 돼”

“아크로 같은 브랜드가 들어오는 건 좋죠. 그런데 공사비가 평당 1000만 원을 넘으면 결국 조합원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잖아요" 최근 찾은 서울 양천구 목동 6단지. 단지 내 공원에서 만난 한 소유주는 재건축에 대한 기대를 드러내면서도 분담금을 걱정했다. 하이엔드 브랜드를 원하는 마음과 추가 부담을 우려하는 현실이 공존하는 모습이었다. 목동 재건축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면서 6단지는 가장 먼저 시공사를 선정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이어 10단지와 13단지도 시공사 선정 절차를 앞두면서 목동은 노량진, 여의도와 함께 서울 재건축 시장의 핵심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린 숫자는 '49층'도, '35억 원'도 아니었다. 주민과 공인중개사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숫자는 '1000만 원'이었다. 양천구청 인근 공인중개업소에는 재건축 상담을 받으려는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한 공인중개사는 "요즘은 어느 건설사가 들어오는지보다 공사비를 먼저 묻는 경우가 많다“며 "6단지가 평당 약 950만 원 수준에서 사업을 추진했고, 10단지도 평당 990만 원 수준이 거론되면서 '1000만 원은 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온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민들은 하이엔드 브랜드 자체를 반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강남권처럼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랜드마크 단지가 들어서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다만 공사비가 높아질수록 추가 분담금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했다. 공원에서 만난 또 다른 주민은 "좋은 브랜드가 들어와 집값이 오르는 건 환영하지만 은퇴한 사람들에게는 분담금이 더 현실적인 문제“라며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사업이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평당 1000만 원'은 법이나 제도로 정해진 기준이 아니다. 다만 부동산 업계는 목동 재건축의 특성상 첫 사업장의 공사비가 향후 다른 단지의 협상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기준선이 형성됐다고 분석한다. 목동은 14개 단지가 순차적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서울 최대 규모의 정비사업이다. 첫 사업장의 공사비가 크게 오를 경우 이후 사업을 추진하는 단지들도 같은 수준의 공사비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현장에서는 양천구 역시 사업 전반의 속도와 조합원 부담 등을 고려해 과도한 공사비 상승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기조를 보인다는 인식이 형성돼 있었고, 조합들도 이러한 분위기를 의식하고 있다는 설명이 나왔다. 최근 서울 재건축 사업장에서는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 증액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목동 역시 착공까지 상당한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향후 공사비 조정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건설사들은 하이엔드 브랜드와 금융 지원 조건을 앞세워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목동 6단지 시공사로 선정된 DL이앤씨는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를 적용하고 한강, 안양천 조망 특화 설계, 공사비 물가 상승분 일부 부담, 이주비 지원 확대 등을 제안했다. 업계에서는 약 30조 원 규모로 평가되는 목동 재건축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첫 사업지에서 성공 사례를 만들면 이후 10단지와 13단지, 14단지 등 후속 수주전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전용 84㎡ 기준 신축 단지인 목동 윤슬자이 시세가 약 32억 원 수준이며, 재건축이 완료되면 목동 6단지는 35억~40억 원 수준까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집값보다 더 자주 언급된 것은 분담금이었다. 목동 주민들은 강남권 못지않은 하이엔드 단지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기대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공사비 상승을 어느 수준까지 감내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함께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목동 재건축의 경쟁은 이제 막 시작됐다. 앞으로 10단지와 13단지, 14단지까지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화려한 브랜드 경쟁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주민들이 말한 '평당 1000만 원'이라는 보이지 않는 기준선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이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길나현 인턴기자 khilnayheon@gmail.com

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용인국가산단 방문해 “속도전” 당부

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9일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사업현장을 방문해 사업 추진 현황을 점검하고 산단 조기 완성을 강조했다. LH에 따르면 이날 이성훈 사장은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사업 현장을 찾아 추진현황 및 일정을 점검했다. 특히 이 사장은 지난달 29일 정부가 발표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의 성공적 완수를 뒷받침하고자 LH 핵심과제로 '용인국가산단 조성사업 조기 완성'을 선정한 만큼, 사업기간 단축을 통한 속도전을 주문했다. LH는 2028년까지 '반도체 팹 1호기 착공' 목표 달성을 위해 잔여 보상 절차 마무리와 착공 준비를 병행하는 등 사업기간 단축을 위한 '패스트트랙 전략'을 집중 추진한다. 또 이달 조성공사를 시공책임형 CM(발주처가 시행한 기본설계 바탕으로 입찰 참여자가 설계개선과 리스크 대응과제를 제안받아 평가해 비교우위 업체를 선정하는 기술형 입찰방식)으로 발주하고 조성공사를 연내 착공할 방침이다. 이성훈 LH 사장은 “LH가 쌓아온 역량을 증명하는 시험대이자 대한민국이 초격차 산업강국으로 나아가게 하는 중대한 과업"이라며 “사업 관계자 협업, 행정절차 신속 처리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반도체 생산라인이 가동될 수 있도록 LH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사장은 매주 용인국가산단 추진 실적을 하나하나 점검하면서 진행 상황을 직접 챙기겠다고 밝혔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휴게소 임대료 33%→8~9%…국토부, ‘중간수수료’ 걷어낸다

국토교통부가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 구조를 손본다. 기존 휴게소 운영 과정에서 입점업체와 중간 운영업체 사이에 발생하던 수수료 부담을 줄이고, 이를 국민 체감 서비스 개선으로 돌려주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공공관리회사를 설립해 휴게소 운영을 단계적으로 관리하고, 올해 우선 8개 휴게소부터 새로운 계약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국토부와 한국도로공사는 9일 '국민을 위한 휴게소'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휴게소 입점업체가 중간 운영업체를 거치지 않고 직접 계약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기존 휴게소 입점업체가 부담하던 임대료는 평균 33% 수준이었으나, 직접계약 방식으로 바꾸면 이를 8~9% 수준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비용 절감분을 휴게소 이용객에게 돌려준다는 방침이다. 우선 24시간 편의점 운영 확대, 원플러스원 할인, 포인트 적립, 저가 커피 브랜드 입점, 외식 브랜드 확대 등을 추진한다. 그동안 일반 시중 매장에서는 적용되던 할인·멤버십 서비스가 휴게소에서는 제한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앞으로는 입찰 조건에 이러한 서비스를 포함해 이용자 편익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정부는 휴게소 음식값을 일률적으로 낮추는 방식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브리핑에서 국토부 관계자는 “커피값을 4800원에서 2000원으로 낮춘다는 것은 기존 커피 가격 자체를 인하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저가 커피 브랜드를 입점시켜 국민 선택권을 넓히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이어 “임대료 부담이 낮아지는 만큼 입점업체가 그 이익을 모두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가격을 낮추거나, 음식의 질을 높이거나, 양을 늘리는 방식 등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기존 '높은 임대료 경쟁' 중심의 휴게소 운영 구조를 '서비스 경쟁' 중심으로 바꾸는 데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업체 선정 과정에서 임대료를 얼마나 많이 내느냐가 중요한 기준이었다"며 “앞으로는 임대료를 낮춰주는 대신 24시간 운영, 음식값 인하, 서비스 확대 등 국민에게 얼마나 많은 편익을 제공할 수 있는지를 평가해 업체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우선 올해 신설 고속도로 휴게소와 계약이 종료되는 휴게소 등 8곳에 새로운 방식을 적용한다. 공공관리회사가 아직 설립되지 않은 만큼, 이들 8곳은 한국도로공사가 임시로 직접 관리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후 내년 상반기까지 공공관리회사를 출범시키고, 계약 만료 또는 운영 평가 미달 등으로 관리 전환이 가능한 휴게소를 포함해 최대 100곳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공공관리회사의 법적 형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 출자회사 방식이 될 수도 있고, 한국도로공사 자회사 형태가 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다만 국토부는 도로공사와의 인적 연결고리를 끊고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도로공사 퇴직자가 휴게소 운영회사에 재취업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연결고리를 차단하는 것이 취지"라며 “최고경영자와 직원도 유통·휴게소 운영관리 분야 전문성을 가진 민간 인력을 중심으로 채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휴게소 운영과 관련한 이른바 '전관' 문제도 개선 대상에 포함됐다. 국토부는 휴게소 관련 업무를 맡았던 도로공사 직원의 재취업 제한을 강화하고, 건설공사 등 다른 분야에서도 공공기관별 기준을 검토해 제도 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그동안 건설·철도 분야에서는 퇴직자 재취업 제한 논의가 있었지만, 휴게소 운영 분야는 상대적으로 관리 사각지대였다는 판단이다. 다만 기존 계약이 남아 있는 휴게소에는 이번 방안을 즉시 강제 적용하기 어렵다. 국토부는 계약 기간이 종료되는 휴게소부터 순차적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이다. 휴게소 계약 기간이 최장 10년인 만큼, 2030년까지 상당수 휴게소 계약이 순차적으로 만료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계약이 남아 있는 휴게소를 일방적으로 회수할 수는 없다"며 “계약 종료 시점에 맞춰 공공관리회사 관리 대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민자고속도로 휴게소 역시 강제 적용에는 한계가 있다. 민자도로의 경우 휴게소 운영 수익이 전체 사업 수익성에 포함돼 있어, 정부가 일방적으로 관리권을 회수하거나 운영 방침을 강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새롭게 추진되는 민자고속도로에는 휴게소 공공성 강화 방안을 협상 과정에 반영하고, 기존 민자도로 휴게소에 대해서는 수수료 인하와 서비스 개선을 지도·권고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24시간 운영 확대도 지역별 교통량과 수익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추진된다. 수도권이나 교통량이 많은 노선은 심야 이용 수요가 있지만, 지방 외곽 노선은 이용객이 적어 인건비 부담이 클 수 있어서다. 국토부는 편의점 중심의 24시간 운영을 확대하고, 김밥 등 간편식 취식 공간도 마련해 야간 이용객 불편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정책 효과를 어떻게 측정할지도 과제로 남았다. 국토부는 공공관리회사가 운영하는 휴게소와 기존 위탁운영 휴게소를 비교해 가격, 품질, 서비스 만족도 등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국 휴게소가 200개가 넘는 만큼 공공관리회사 운영 휴게소와 기존 운영 휴게소 간 비교가 가능할 것"이라며 “차이가 크지 않다면 공공관리회사가 더 차별성을 갖도록 개선하고, 차이가 확인되면 기존 위탁 운영사도 이에 맞춰 서비스 수준을 높이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르포] 23년 만에 돌아가는 은마아파트의 시간…“이번엔 정말 될까”

“일단 나는 좋아요.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은마아파트. 단지 초입에 들어서자마자 '경축 사업시행계획 인가 완료'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평일 오후 1시밖에 안 된 시간이었지만 주차장은 이미 이중주차된 차량으로 빈틈이 없었다. 한 택배기사는 자신의 트럭을 빼기 위해 이중주차된 차량을 밀고 있었다. 지난 2일 강남구청은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사업시행계획을 인가했다. 2025년 11월 정비계획 변경 결정 고시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조합은 2028년 착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번 인가로 은마아파트는 대지면적 24만 3,552.6㎡ 부지에 지하 6층~지상 49층, 29개 동 5,850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은마아파트는 1979년 준공된 아파트다. 2003년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은 뒤 사업이 장기간 지연됐다. 2023년 정비구역 지정과 조합설립인가를 받았고, 지난해 정비계획 변경을 거쳐 올해 심의를 통과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관리조합 관계자는 “강남구청장이 쿠팡보다 빠르게 직접 인가서를 전달해 줬다"며 “내부에서도 올해 안에 승인될 거라는 생각을 못했다. '이게 되겠어?' 했는데 진짜 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전과 다르지 않은 일상을 살고 있었다. 장바구니를 들고 마트로 향하던 주민 A(63·여)씨는 “재건축이 바로 당장 시작되는 것은 아니지 않냐"며 “이번엔 정말 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아파트 벤치에 앉아있던 B(78·여)씨는 “아들 명의로 된 집이어서 재건축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 역시 너무 예민한 문제라 답변하기 어렵다며 자리를 피했다. 주민들이 기쁨에 차 있을 거란 기대가 무색해졌다. 재건축 논의가 너무 오래된 탓일까. 상당수 주민은 취재진의 인터뷰에 조심스럽거나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은마아파트의 재건축 논의가 시작된 건 23년 전이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집값 폭등을 억제하기 위해 개발이익환수제를 비롯한 각종 투기 억제 정책을 추진했다. 이후에도 은마아파트는 재건축의 불씨를 살리려 했지만 개발 방식, 설계안, 사업 방향 등 여러 갈등과 규제로 인해 수차례 무산됐다. 정체되는 시간 속에 은마아파트는 '재건축 규제의 상징'이 됐다. 결국 2026년 7월 2일에야 비로소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았다. 큰 산은 넘었지만,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재건축 과정에 여전히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은마종합상가에서 45년 동안 부동산을 운영해 온 이모씨는 “가장 큰 문제는 이주"라며 “4424가구가 한 번에 어디로, 어떻게 이주하느냐. 주변 아파트의 전·월세가 급격하게 상승할 것"이라라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잠실주공5단지처럼 13년이 더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라며 “거래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 대표 김모씨 역시 “지금 토지거래허가제 등 부동산 거래 규제가 너무 세서 거래 자체가 안 된다"며 “재건축이 상인인 자신에게 당장 좋을 것이 있겠냐. 주민들도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분담금 역시 사업의 변수다. 일반분양 물량이 많지 않아 수익성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업시행계획인가 신청 전 추정 분담금 내역에 따르면, 전용 면적 76.79㎡ 소유자가 신축 84㎡를 배정받는다고 가정할 때 내야 할 추정 분담금은 4억2105만 원 수준이다. 향후 추가되는 공사비와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실제 청구서는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조합 관계자는 “분담금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고급화를 최대한 지향하면서도 불필요한 부분을 절감하기 위해 설계 변경을 미리 준비 중이다. 그럼에도 연세 있으신 분들은 부담스러워하신다"라고 말했다. 공인중개사 이 씨의 지적처럼 사업시행인가 이후의 절차들도 복잡하다. 이에 대해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합 측은 향후 사업 일정에 최대한 속도전을 펼치겠다는 입장이다. 조합 관계자는 “종전자산평가(감평) 및 분양신청 등 향후 절차를 상당 부분 미리 준비해 둔 상태"라며 “8월까지 감평을 마치고 곧바로 분양신청에 돌입하는 등 남은 일정을 최대한 앞당겨 시간을 단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정수빈 인턴기자 chloejung0318@gmail.com

[기획 인터뷰] 박준홍 교수 “반도체 공장, 물보다 중요한 건 인프라”

정부가 광주·전남권을 차세대 반도체 생산거점으로 육성하는 '호남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구상을 추진하면서 산업용수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반도체 공장은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산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생산 과정에서는 웨이퍼 세척과 초순수 생산을 위해 막대한 양의 물이 필요하다. 안정적인 용수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장 건설과 기업 투자, 지역경제 활성화 모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문제의 본질이 단순한 물 부족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진단한다. 산업용수와 전력, 송전망, 도로, 철도, 물류, 하천 관리, 재난 대응까지 하나의 산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인프라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음에도 이를 여전히 부처별로 나눠 계획하고 관리하는 구조가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환경한림원 기획사업위원장과 한국물환경학회 직전회장을 맡고 있는 박준홍 연세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에너지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AI와 반도체 산업 시대에는 전력뿐 아니라 물 확보 경쟁도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가 된다"며 “산업용수 문제를 기후에너지환경부만의 과제로 접근해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먼저 반도체 산업의 특성부터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 공장은 물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산업 가운데 하나"라며 “웨이퍼 세척부터 초순수 생산까지 모든 공정이 물과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I 데이터센터 역시 냉각을 위해 막대한 물을 사용한다"며 “전력과 물 인프라를 어떻게 확보하고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지혜로운 선택이 국가의 미래와 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광주·전남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역시 황룡강과 영산강 수계를 활용한 산업용수 공급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과 계절별 유량 변화, 생활·농업용수 수요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만큼 단순히 취수시설을 설치하는 방식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그동안은 산업단지가 들어서면 그다음에 물을 고민하고, 송전망을 고민하고, 도로를 고민하는 방식이었다"며 “앞으로는 국가 차원에서 물과 전력, 교통 인프라를 동시에 설계하지 않으면 글로벌 투자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큰 문제로 꼽은 것은 이른바 '칸막이 행정'이다. 현재 산업단지 정책과 개발, 도로와 철도, 수자원과 하천 관리, 재난 대응 등은 관계 부처와 지자체가 각각 담당하고 있으며 사업별 법률과 예산도 서로 다르다. 이 때문에 하나의 산업단지를 조성하면서도 산업용수와 전력, 교통망, 환경, 안전 등을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그는 “시설물 개별법으로 관리되는 현재의 법·제도 체계에서는 도로는 도로대로, 제방은 제방대로, 재난 대응은 또 별도로 관리됐다"며 “하지만 실제 사고는 각각의 사각지대가 서로 연결되면서 발생한 복합재난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도시계획 단계에서부터 하천과 도로, 재난 대응 체계를 하나의 테이블에서 함께 검토했다면 위험을 더 일찍 발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구조는 AI와 반도체 시대에 더욱 큰 병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박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반도체 공장 하나를 짓기 위해서도 전력과 물, 교통, 물류, 정주환경, 데이터센터 등 모든 요소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며 “지금처럼 관련 계획이 각각 따로 추진되면 국가 프로젝트 전체가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최근 여야 의원 36명이 공동 발의한 국가인프라기본법은 단순한 노후시설 관리법이 아니라 AI·반도체 시대 국가 전략 인프라를 범정부 차원에서 통합 관리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으로 평가받는다. 법안은 대통령 소속 국가인프라위원회를 설치하고 국가인프라 기본계획을 수립해 도로와 철도, 항만, 공항은 물론 전력·에너지·수자원·데이터·환경 인프라까지 국가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조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별 부처가 각각 추진하던 인프라 계획을 하나의 국가 전략 아래 연계해 대규모 프로젝트의 병목을 줄이자는 취지다. 예를 들어 호남권 반도체 산업단지를 조성할 경우 공장 부지를 먼저 정한 뒤 용수나 전력을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용수 확보 가능성과 송전망 확충, 도로·철도 물류망, 환경·재난 리스크 등을 초기 단계부터 함께 검토하는 방식이다. 현재처럼 관련 업무가 여러 부처와 지자체에 분산된 체계로는 첨단산업 입지 경쟁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법안의 배경에 깔려 있다. 22대 국회 연구단체인 미래국토인프라혁신포럼에서도 이 같은 문제의식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포럼은 AI와 반도체,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이 더 이상 개별 공장 건설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으며 전력과 수자원, 교통, 데이터, 환경이 결합된 '복합 인프라'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 기반이라고 보고 있다. 국가인프라기본법 역시 흩어져 있는 인프라 정책을 국가 차원의 하나의 전략 체계로 통합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박 교수는 “국가인프라기본법은 특정 건설산업을 위한 법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을 위한 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는 도로 하나 잘 놓으면 됐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며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은 물과 전력, 송전망, 철도, 항만이 동시에 준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프라는 더 이상 개별 시설이 아니라 국가 미래를 위한 전략 자산 그 자체"라고 덧붙였다. 그는 호남권 반도체 메가클러스터가 국가균형발전의 새로운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 교수는 “수도권은 이미 상당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만 광주와 전남처럼 새롭게 첨단산업을 육성하는 지역은 물과 전력, 교통망을 처음부터 통합적으로 설계해야 한다"며 “산업용수 하나만 해결한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후변화로 물 부족 위험은 앞으로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재이용수 확대와 수자원의 다원화, 상·하수도의 광역화와 분산화 연계, 치수와 이수를 통합한 하천 관리, 스마트 물관리 기술의 적극적인 도입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대한민국은 이제 AI 대전환과 반도체 경쟁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며 “앞으로 국가 경쟁력은 공장 숫자가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 경쟁력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업은 기업이 투자하지만 인프라는 국가가 준비해야 한다"며 “이제는 물과 전력, 교통, 물류, 환경, 안전을 각각 따로 계획하는 시대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통합 전략으로 설계해야 할 시대"라고 강조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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